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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생보다 청산이 가까운 홈플러스, 채권 포기 대신 ‘관망’에 멈춰 선 매각전

회생보다 청산이 가까운 홈플러스, 채권 포기 대신 ‘관망’에 멈춰 선 매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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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7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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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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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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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다면적입니다. 내공이 쌓인다는 것은 다면성을 두루 볼 수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하고, 하루하루 내공을 쌓고 있습니다. 쌓아놓은 내공을 여러분과 공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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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중단에 M&A 전제조건 악화
청산가치 ≥ 계속가치, 회생 종료 가능성
토지·점포 매각 통한 회수 시나리오 제기

홈플러스가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전제로 회생절차를 이어가는 가운데,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를 웃도는 평가 구조가 유지되면서 매각 절차 또한 정체 상태에 놓였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지분 전량 소각을 통해 투자금 회수가 불가능하다는 결정을 내렸지만, 채권단은 담보 자산과 부동산 매각을 통한 회수 가능성이 남아 있는 만큼 관망하는 입장이다. 회생 시나리오를 서둘러 확정하기보다는 현재의 절차를 유지하며 시간을 두는 선택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여론 압박 초점 채권단으로 이동

1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을 오는 29일로 연장했다. 시장에서는 해당 일자까지 원매자를 찾을 가능성이 희박한 만큼 청산이 유일한 선택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룬다. 통상 정해진 기간 내 회생계획안이 제출되지 않거나 관계인집회에서 부결되는 경우, 법원은 인가 전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내린다. 회생이 폐지돼 파산으로 넘어가면 법원은 파산관재인을 선임하고 관재인이 회사 재산을 채권자들에게 배당한다. 이처럼 급진적인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홈플러스와 협력사 임직원의 일자리 역시 대거 사라질 수밖에 없다.

시장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대주주 MBK파트너스의 책임 이행 여부로 향했다. MBK는 이미 홈플러스 지분을 전량 무상 소각하며 사실상 투자금 회수를 포기했고, 여기에 더해 약 2,000억원의 추가 자금을 투입했다. 재무적 투자자(FI)로서는 이례적인 수준의 손실 감수다. 이 때문에 IB업계에서는 “MBK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 자체는 이미 대부분 소진된 상태”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홈플러스 회생 국면에서 MBK를 압박해 얻어낼 수 있는 대안은 제한적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게 된 배경이다. 

문제는 그 이후다. 홈플러스는 자체적으로 점포 매각과 인력 조정을 포함한 셀프 구조조정을 추진했지만, 노조와 정치권 반발에 부딪혀 계획을 잠정 중단했다. 비주력 점포 폐쇄와 인력 효율화가 지연되면서 비용 구조 개선은 사실상 멈췄고, 이는 곧 인가 전 M&A의 전제 조건을 악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인수 후보 입장에서는 고정비 부담이 그대로 유지되는 사업 구조에 수조 원대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 된 탓이다. 지난달 말 진행된 본입찰이 ‘0건’에 그치며 무산된 배경에도 이러한 현실이 크게 작용했다.

이 과정에서 여론의 압박 방향은 채권단으로 이동했다. ‘누군가는 손해를 봐야 한다’는 명제가 공개적으로 공유되면서 그 부담을 누가 떠안을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채권단을 향하게 된 것이다. 핵심 채권자는 메리츠금융그룹이다. 지난해 5월 메리츠증권·메리츠화재·메리츠캐피탈은 홈플러스와 1조2,166억원 규모 리파이낸싱 계약을 체결했고, 62개 점포를 신탁 담보로 확보했다. 신탁재산은 위탁 기업의 소유와 분리돼 있어 회생절차가 개시돼도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할 경우 담보신탁권자가 담보권 실행을 시도할 여지가 큰 자산으로 평가된다. 

부동산 자산 중심 회수 가능성 존재

채권단이 채권 포기를 검토하는 기준은 결국 청산가치와 계속기업가치의 비교다. 홈플러스의 청산가치가 3조6,816억원으로 계속기업가치(2조5,059억원)보다 훨씬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탁자 처분을 통한 담보 회수 가능성은 한층 더 커진다. 이를 두고 한 업계 관계자는 “메리츠는 이번 사안에서 ‘담보가 탄탄한 고수익 대출자’의 포지션에 있다”고 진단하며 “회사의 존속 여부와 손실 회복이 별개인 만큼 수동적인 자세를 보이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위메프 역시 인가 전 M&A를 전제로 회생절차에 돌입했지만, 적절한 인수자를 찾지 못하면서 파산 절차를 밟은 바 있다. 서울회생법원은 위메프에 대해 “채무자가 사업을 계속할 때의 가치보다 청산할 때의 가치가 더 크다는 점이 명백하다”면서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까지 인수자를 확보하지 못했고, 존속 가치를 끌어올릴 만한 추가 자금 조달이나 구조조정 방안도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이 결정적이었다. 법원은 사회적 파장이나 피해 규모와 별개로 ‘청산가치와 계속기업가치의 비교’ 원칙을 그대로 적용했고, 그 결과 위메프는 파산을 피하지 못했다. 

홈플러스가 처한 상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로서는 인가 전 M&A를 통해 청산가치 이상을 제시할 원매자가 뚜렷하게 등장하지 않은 상태다. 계속기업가치를 끌어올릴 구조조정 역시 노조 반발과 정치적 부담으로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이런 조건에서는 채권단이 채권 포기나 출자전환처럼 즉각적인 손실을 감수할 유인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청산 시 회수 가능한 금액이 더 크다는 전제가 유지되는 한, 채권단이 시간을 들여 회생 시나리오에 베팅하기보다는 관망을 택하는 구조가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채권 포기의 실무적 비용

이러한 채권단의 태도는 손실을 언제,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대한 계산 차이에서 비롯된다. 이는 대주주 MBK와의 비교에서 확인할 수 있다. MBK는 지난 6월 홈플러스 보통주 전량을 무상 소각하기로 결정하며 투자 손실을 사실상 확정했다. 인가 전 M&A가 성사될 경우, 보유 지분 또한 모두 백지화되는 만큼 추가적인 회수 가능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당시 MBK는 “경영권을 비롯한 모든 권리를 내려놓고, 아무런 대가 없이 새로운 매수자의 인수를 지원하겠다”고 밝히며 손실 인식을 전제로 한 선택을 공식화했다. 

반면 채권단의 손실은 아직 숫자로 확정되지 않았다. 채권자는 회생과 청산 모두 일정 수준의 회수 가능성이 열려 있는데, 특히 담보를 보유한 금융권 채권자의 경우 토지와 점포 매각을 통한 회수 경로가 현실적인 선택지로 평가된다. 홈플러스의 담보 평가액이 2조8,174억원에 달하는 만큼 채권단 입장에서 손실을 서둘러 인식할 필요성은 매우 제한적이다. 채권단이 시간을 들여 상황을 관망하는 배경에는 손실을 ‘미확정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재무적으로 더 유리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셈이다. 

금융 실무상의 부담 역시 채권 포기가 쉽지 않은 요인이다. 은행이나 금융사는 채권을 포기하거나 출자전환을 단행하는 즉시 손실을 재무제표에 반영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대규모 대손충당금 적립이 불가피해진다. 충당금 적립은 곧바로 수익성 악화와 자본비율 저하로 이어지며, 이는 신규 여신 축소와 영업 전략 전반의 제약으로 연결된다. 특히 메리츠와 같은 대형 금융사의 경우, 충당금 부담이 누적되면 내부 성과 평가와 인력 운용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채권 포기가 특정 기업의 회생을 돕는 선택을 넘어 금융기관 전체의 경영 지표를 흔들 수도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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