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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형 VC는 설 자리 없다" 고금리·경기 침체에 찬바람 부는 VC업계, 초기 스타트업 '비명'

"중소형 VC는 설 자리 없다" 고금리·경기 침체에 찬바람 부는 VC업계, 초기 스타트업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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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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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VC에 LP 쏠려" 건전성 위기 직면한 중소형 VC들
빗발치는 중소형 VC 행정처분, 모태펀드 접근성 낮아지며 '악순환'
자금 유치 난항 겪는 신생 스타트업들, '데스밸리' 못 넘고 줄줄이 무너져

국내 벤처캐피탈(VC)업계가 건전성 압박에 짓눌리고 있다. 장기화하는 고금리 상황과 경기 침체로 유한책임조합원(LP)들의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가운데, 중소형 VC들이 높아진 펀드 결성 장벽을 넘지 못하고 줄줄이 행정처분을 받는 양상이다. 이 같은 침체 흐름은 VC업계의 투자 전략 보수화로 이어졌고, VC 자금 유치에 실패한 초기 스타트업들은 줄줄이 벼랑 끝에 내몰렸다.

중소형 VC, 펀드 결성도 어렵다

12일 벤처투자회사 전자공시(DIVA)에 따르면, VC가 올해 정기 및 수시검사에서 벤처투자촉진법 위반으로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행정처분을 받은 사례는 총 27건으로 집계됐다. 법규 위반 형태는 금융기관 주식 취득 및 상호 출자 제한 등 다양했지만, 그중에서도 자본잠식으로 경영개선을 요구받은 사례(8건)가 가장 많았다. 현행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 제41조 3항 및 시행령 제29조는 자본잠식률 50% 미만을 경영 건전성 기준으로 규정한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VC는 일정 기한까지 자본금 확충, 이익 배당 제한 등 경영 개선 조치를 이행해야 하며, 불이행 시 보다 강력한 제재를 받게 될 수 있다.

이처럼 VC업계 내에서 건전성 문제가 두드러진 것은 고금리 장기화, 지속되는 경기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LP들의 투자 심리가 위축되며 펀드 조성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중기부 통계를 살펴보면 2021년까지만 해도 17조8,481억원에 달했던 국내 벤처펀드 결성 실적은 2022년 17조6,401억원, 2023년 13조328억원, 2024년 10조5,500억원으로 매년 감소했다. 반면 VC 숫자는 2021년 197개에서 지난해 249개, 올해 2월 기준 253개로 증가했다. 시장 경쟁이 그만큼 치열해졌다는 의미다.

문제는 LP들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출자금 회수를 기대할 수 있는 대형 VC로 쏠리며 실적이 부족한 중소형 VC들의 펀드 결성 장벽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는 점이다. DIVA에 의하면 올 상반기 투자 실적이 ‘0원’인 VC는 총 61곳에 달했다. 이는 2022년 32곳, 2023년 41곳, 지난해 43곳 대비 눈에 띄게 높은 수치다. 전체 등록 벤처투자회사(355개)의 약 17%가 유의미한 실적을 올리지 못한 셈이다.

중소형 VC 옥죄는 '연쇄 악재'

이 같은 업계 혼란은 수년 전부터 지속돼 왔다. 지난해 벤처투자촉진법 위반으로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행정처분을 받은 VC는 총 36곳에 육박했다. 법규 위반 횟수는 지난 2021년 4회에서 2022년 16회, 2023년 17회, 지난해 55회로 3년 새 약 14배 늘었다. 법규 위반 형태로는 자본잠식이 10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특수관계인'에 의한 위반이 9건으로 뒤를 이었다.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 36조는 VC 임직원이나 관계자, 투자 기업 등에 보유 자산을 매각하거나 VC 재산으로 관계자 또는 관계 기업의 주식을 매입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밖에 중기부의 경영개선 권고를 지키지 않아 제재를 받은 사례도 8건에 달했으며, 임직원에게 과도한 대출을 제공하거나 VC 등록 후 3년이 지나는 동안 1년 이상 투자가 없어 제재를 받은 경우도 있었다.

지난해 행정처분 급증세를 이끈 것 역시 중소형 VC들이었다. 신규·중소형 VC의 경우 기업공개(IPO) 직전 기업에 대한 프로젝트 투자로 실적을 쌓아 출자 사업에 도전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IPO 시장이 침체하면서 증시 진출을 포기하는 스타트업이 부쩍 늘었고, 상장을 택한 기업이 증시에서 외면받으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 드는 사례도 증가했다. 사실상 중소형 VC가 출자 사업 도전 시 활용할 '성적표'가 사라진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중소형 VC의 고질적 자금난과 투자 실적 정체 문제를 심화했다.

문제는 행정처분을 받은 VC는 모태펀드 출자 사업에 참여하기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모태펀드를 운용하는 한국벤처투자 출자 사업 공고에 따르면 △시정명령 처분 미이행 △업무정지 처분 이후 업무정지 상태 △제안서 접수 마감일 3년 전부터 경고·시정명령·업무정지 합산 3회 이상 등의 조건에 해당하는 VC는 위탁운용사(GP) 선정에서 제외된다. LP로부터 출자를 받기 어려운 중소형 VC는 모태펀드 출자 사업에 참여하지 못하면 펀드 구성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시장 침체를 이겨내지 못하고 행정처분을 받는 순간 악재가 연쇄적으로 누적되며 성장 기반이 붕괴하게 되는 셈이다.

초기 스타트업 자금난 심화

VC업계의 침체는 스타트업계에 막대한 후폭풍을 남겼다. VC들이 리스크 회피를 위해 초기 스타트업 투자를 꺼리기 시작한 것이다. 중기부와 벤처캐피탈협회 등 유관 기관들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벤처투자 규모는 총 11조9,000억원으로 전년(10조9,000억원)보다 늘었지만, 이 중 절반 이상(6조3,663억원)은 창업 후 7년 이상이 지난 후기 스타트업에 투입됐다. 3년 이내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2조2,243억원으로 전체의 18.6%에 그쳤다. 최근 5년간 가장 낮은 비율이다.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경색이 심화하면서 '데스밸리(Death Valley)'를 넘지 못하고 무너지는 스타트업도 증가하는 추세다. 데스밸리는 초기 창업 기업이 연구개발(R&D)에 성공한 후에도 자금 부족 등으로 인해 사업화에 실패하기 쉬운 기간을 일컫는다. 벤처투자 플랫폼 더브이씨(THEVC)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7월 폐업을 신고한 스타트업은 총 88곳으로 집계됐다. 이 중 69%에 해당하는 61개 기업은 초기 투자 라운드(Seed) 이후 3년 내 폐업했다.

팁스(TIPS) 선정 스타트업도 올해 상반기 중 23곳이나 문을 닫았다. TIPS는 민간 투자와 연계해 국가가 R&D 자금을 지원하는 대표적 기술창업 지원 시스템이다. 정부 차원의 기술 인증도 '생존 보증수표'가 돼 주지 못했다는 의미다. 일례로 자율주행 기술 스타트업 스프링클라우드는 TIPS에 선정되며 약 100억원의 국가 연구비를 수주했으나 올해 폐업을 신고했다. AI 기반 에듀테크 기업 루이다글러벌도 누적 120억원의 투자를 받은 뒤 4월 문을 닫았고, 해외직구 플랫폼 나우인파리를 인수했던 디코드 역시 235억원의 자금을 소화한 후 3월 폐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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