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 조정기 온다" 증시 폭락 경고하는 월가 거물들, AI 거품론 현실화할까
"뉴욕 증시 조정기 온다" 증시 폭락 경고하는 월가 거물들, AI 거품론 현실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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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줄줄이 뉴욕 증시 관련 비관적 전망 쏟아내 "투자는 막대한데 성과는 미미" 시장 불안 키우는 AI 거품론 거품론 부정하는 AI 업계, 시장 설득 위해선 '수익'으로 증명해야

월가에서 뉴욕 증시 하락 가능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술주를 중심으로 증시가 과도하게 고평가돼 있으며, 조만간 조정기가 도래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같은 비관적 전망이 힘을 얻은 핵심 원인으로는 올해 초반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던 '인공지능(AI) 거품론'이 지목된다.
美 증시 하락 점치는 월가
4일(이하 현지시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13F 보고서에 따르면, 사이언자산운용은 지난 3분기에 팔란티어 풋옵션 9억1,200만 달러(약 1조3,200억원)와 엔비디아 풋옵션 1억8,700만 달러(약 2,700억원)를 순매수했다. 풋옵션은 미리 정해진 가격에 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다. 풋옵션을 매수한 투자자는 향후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한 셈이다. 사이언자산운용은 2008년 미국 증시 폭락을 예견했던 ‘숏의 전설’ 마이클 버리가 이끄는 자산운용사다. 버리 대표는 앞서 2008년 금융 위기 전에도 이와 유사한 전략을 채택한 바 있다.
버리 대표 외에도 각자만의 방식으로 증시 하락에 대비하는 투자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워런 버핏 회장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는 이달 초 3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역대 최대 현금 보유량(3,817억 달러)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증시 고평가 논란을 의식한 것인지 자사주도 매입하지 않았다. 소위 '버핏 지표'로 불리는 미국 주식시장 총가치 대비 GDP 비율은 현시점 230%대로, 닷컴 버블 당시를 능가하는 수준까지 치솟으며 역대 최대 수준의 고밸류에이션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비관적 전망은 투자은행(IB) 업계에서도 제기된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CEO(최고경영자)는 4일 홍콩 금융 서밋에서 “기술주 거품이 상당해 향후 12~24개월 내 주식시장이 10~20%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테드 픽 모건스탠리 CEO도 “10~15% 조정은 오히려 바람직한 수준”이라며 골드만삭스의 경고에 가세했다.
비관적 전망 중심엔 'AI 거품론'
증시 과열 우려의 중심축에는 'AI 거품론'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AI 거품론은 시장에서 연초부터 꾸준히 힘을 얻어 왔다. 곳곳에서 막대한 규모의 AI 투자가 이뤄지고 있음에도 불구, 이렇다 할 성과를 내는 기업을 찾아보기는 어려운 탓이다. 주요 빅테크 기업들은 2024~2025년 AI 데이터센터에 총 7,500억 달러(약 1,040조원)를 투자할 예정이다. 2029년까지 전세계에서 이뤄질 AI 투자는 3조 달러(약 4,160조원) 규모로 예상된다. 하지만 현시점 눈에 띄게 높은 수익을 달성하고 있는 AI 기업은 사실상 대량의 AI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판매하는 엔비디아뿐이다.
이에 더해 기업 간 순환 투자도 문제로 지목된다. 주요 AI 기업들이 엄청난 규모의 거래를 주고받으면서 주가를 부양하는 '순환 거래'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지난달 엔비디아는 오픈AI에 1,000억 달러(약 140조1,8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발표했다. 이는 오픈AI가 오라클과 3,000억 달러(약 420조5,400억원)의 클라우드 컴퓨팅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등장한 것이다. 오라클은 엔비디아의 AI 칩을 구매하는 핵심 고객으로, 수백억 달러를 엔비디아 칩 구매에 활용하고 있다. 오라클이 엔비디아에 지불한 칩 구매 비용이 오픈AI로 흘러 들어가고, 이 자금이 다시 클라우드 계약을 통해 오라클로 돌아가는 셈이다.
이처럼 고객이 투자사가 되고, 투자사가 고객이 되는 순환 거래는 과거 닷컴 버블 시기 엄청난 혼란을 몰고 온 바 있다. 당시 시스코, 노텔, 루슨트 등 통신장비 기업들은 고객사에 직접 자금을 빌려주면서 공격적으로 장비 구매를 유도했다. 이는 버블의 확산 및 붕괴가 가속화하는 결과를 낳았고, 시장은 과잉 공급 및 대규모 부실채권 발생으로 인해 막대한 충격을 받았다.

성과 없이 시장 우려 종식하긴 어려워
다만 AI 업계는 이 같은 시장의 우려가 과도하다고 주장한다. 사라 프라이어 오픈AI 최고재무책임자(CFO)는 5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월스트리트저널(WSJ) ‘테크 라이브’ 콘퍼런스에서 “지금의 논의는 AI 거품 가능성에 너무 집중돼 있다”며 “AI가 개인과 산업에 미칠 실질적 효과를 감안하면 더 큰 ‘과열(exuberance)’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역시 최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AI 인프라 하이퍼스케일러는 이미 2조5,000억 달러가 넘는 사업을 운영하고 있어 2000년대 닷컴 버블 때와 다르다”며 “수조 달러 규모의 거대한 전환기에 이제 막 수천억 달러를 투입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핵심 AI 기업이 대거 자리한 미국의 중앙은행 역시 관련 업계에 대해 낙관적 견해를 견지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에서 “닷컴 시대는 아이디어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수익과 실체가 있는 기업들이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의 AI 투자 붐과 2000년대 초 닷컴 버블은 본질적으로 다르며, 오늘날 AI 기업들은 실제 수익을 내고 사업 모델이 확립된 ‘진짜 기업’이라는 평가다.
다만 단순 '가능성'만으로 시장의 불안을 종식하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AI 거품론을 반박할 논거는 막대한 투자 규모에 걸맞는 수익뿐이라는 지적이다. 일부 전문가는 천문학적 AI 투자가 실질적인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는 데 수년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헤지펀드 데이비드슨 켐프너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최고투자책임자(CIO) 토니 요셀로프는 "1980년대 개인용 컴퓨터가 보급된 후 실제로 업무 생산성 향상이 나타나기까지 약 10년이 걸렸으며, 인터넷이 대중화된 이후에도 생산성 향상은 5∼6년은 걸렸다"며 "오늘날의 AI 붐도 실제 경제적 성과로 이어지기까지는 아직 수년의 시간이 필요할 수 있으나, 현재 시장은 마치 성과가 '곧 눈앞에 닥친 것처럼' 반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