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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관세로는 산업 경쟁력을 지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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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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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관세 보복 종료 뒤에도 이어진 공급망 재편 
中 집중 심화된 전기차 제조 경쟁 구도 
산업정책 연계한 장기 관세 체계 필요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018년 6월 부과된 관세는 미국의 대유럽 수출 대상 품목 가치를 두 달 만에 절반으로 줄였다. 그러나 관세의 영향은 단기적인 수출 감소에 그치지 않았다. 유럽연합(EU)이 2022년 1월 보복관세를 중단한 뒤에도 해당 교역은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관세 부과 기간 유럽 기업들이 대체 공급처를 찾고 계약 구조를 바꾸면서 공급망 자체가 재편된 영향이다. 따라서 관세 정책은 공급망 유지 능력과 산업 기반, 특정 산업이 약화될 때 사라질 수 있는 미래 협상력까지 함께 고려해 설계돼야 한다.

관세가 바꾸는 산업 경쟁력

관세 보복의 기본 원칙은 비교적 명확하다. 대체 가능한 품목을 중심으로 관세를 부과하고 핵심 중간재는 제외하되, 상대국이 입힌 무역 피해에 상응하는 수준에서 대응하는 방식이다. 2018년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에 맞선 EU의 보복 조치가 대표적 사례다. 당시 EU는 약 33억 달러(약 5조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10~25% 관세를 부과했다. 대상 품목 대부분은 공급처가 다양했고, 180개 품목군 가운데 공급업체 집중도가 높은 품목은 34개에 그쳤다. 국내 물가 부담을 줄이면서 미국 기업의 시장 접근을 제한하는 데 초점을 맞춘 전략이었다.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거뒀지만, 보복관세가 종료된 뒤에도 교역은 이전 수준을 되찾지 못했다.

이는 산업 경쟁력이 단기간에 복원되기 어려운 자산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연구개발(R&D)과 투자, 생산 시설, 숙련 인력, 공급망이 장기간 축적되면서 만들어진다. 시장점유율이 하락하면 투자와 생산이 위축되고 숙련 인력과 자본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다. 제조 기반이 약화되면 차세대 기술과 제품을 개발할 여력도 줄어든다. 낮은 수입 가격은 단기적으로 소비자 부담을 덜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성장 기반을 약화시키는 비용으로 돌아올 수 있다.

주: 보복관세는 교역 구조를 바꿨고, 그 변화는 관세 종료 이후에도 이어졌다.

생산 기반 옮겨가는 전기차 산업

이러한 변화는 유럽 자동차 산업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지난해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1,700만 대를 넘어섰고, 이 가운데 1,100만 대 이상이 중국에서 팔렸다. 중국 시장에서는 전기차가 전체 판매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 반면, 유럽 시장은 성장세가 둔화됐다. EU의 배터리 전기차 판매는 2023년보다 5.6% 감소했고, 시장 점유율도 14.6%에서 13.6%로 낮아졌다. 반면 유럽 내 중국산 전기차 판매는 지난해 약 94만대로 전년 대비 50% 이상 늘었다.

생산 기반의 격차는 더 분명하다. 지난해 기준 중국은 전 세계 전기차 생산의 약 70%, 배터리 셀 생산의 80% 이상, 양극재 생산의 약 85%, 음극재 생산의 90%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도 유럽의 중희토류 공급이 사실상 중국에 집중돼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이 지난해 중희토류 7종에 대한 수출 통제를 시행한 것은 공급망 장악이 산업 경쟁력을 넘어 협상력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가격 경쟁력보다 생산 기반 확보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급 차질이나 수출 제한이 발생할 경우 이를 대체할 생산 체계를 갖추지 못하면 시장 대응 능력도 약화된다.

그렇다고 유럽 자동차 산업의 기반이 무너진 것은 아니다. EU 통계기구 유로스타트(Eurostat)에 따르면 2023년 유럽 자동차 산업 종사자는 약 247만 명이며, 이 가운데 약 85만1,000명은 역외 수요와 연계된 일자리에 종사했다. 또한 자동차 산업의 지난해 무역흑자 규모는 893억 유로(약 156조 5,000억 원)로 집계됐다. 다만 경쟁 구도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실질 기준 EU의 대중국 자동차 수출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22.3% 감소한 반면, 유럽 수요를 통해 창출된 중국 자동차의 부가가치는 지난 10년 동안 10배 이상 늘었다. 이러한 흐름은 관세만으로 되돌리기 어렵다. EU의 중국산 전기차 상계관세는 보조금 효과를 일부 상쇄할 수 있지만 에너지 비용과 인허가 절차 개선, 충전 인프라와 배터리 공급망 확충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

주: 관세 인상 부담은 유럽 수입업체에 즉각 반영됐다.

관세보다 중요한 산업 기반

관세 보복은 상대국을 압박하는 수단인 동시에 자국 산업의 대응 여력을 유지하는 정책이다. 공급처가 다양한 국가는 외부 충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지만, 특정 국가의 생산망에 의존할수록 정책 운용의 폭은 좁아진다. 그러나 같은 방식을 중국과의 경쟁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유럽은 중국에 자동차와 기계, 화학제품을 수출하는 동시에 배터리와 전자제품, 핵심 원자재를 수입한다. 이에 따라 관세 갈등이 확대되면 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영향을 받으면서 제조업과 유통, 소비 전반으로 충격이 번질 수 있다.

이 때문에 관세 정책은 가격 변화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소비자 부담과 공급망 집중도, 대체 공급망 확보 가능성, 국내 투자와 기술 경쟁력, 전략 품목 의존에 따른 위험까지 함께 따져야 한다. 값싼 수입품은 단기적으로 소비자 후생을 높일 수 있지만 생산 기반을 약화시키면 장기적인 산업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핵심 중간재까지 관세를 확대하면 국내 제조업의 경쟁력도 함께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장기 관세 정책은 이러한 상반된 위험을 함께 고려해 설계될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공급망 의존을 이유로 경쟁력이 낮은 기업까지 보호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무조건적인 보호는 기업의 혁신을 늦추고 비용 부담만 키울 수 있다. 따라서 보호 조치는 기업의 투자와 기술 개발,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져야 한다. 과거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는 것보다 미래 생산 기반을 확충하는 편이 지속 가능한 경쟁력 확보에 더 중요하다.

관세와 산업정책의 병행

유럽은 관세 정책을 산업 경쟁력 강화 전략과 함께 추진하는 접근이 요구된다. 상계관세는 보조금 지급과 산업 피해가 객관적으로 확인된 경우에 한해 적용하고, 유지 여부도 시장 상황과 정책 효과를 바탕으로 판단해야 한다. 산업 경쟁력을 높이려면 수요 기반 확대도 필수적이다. 소비자가 전기차를 구매하고 충전할 여건이 마련되지 않으면 제조업체도 충분한 생산 규모를 확보하기 어렵다. 보급형 전기차 구매 지원과 충전 인프라 확충, 전력 비용 안정, 배터리 규격 표준화는 관세보다 경쟁력 제고에 더 직접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관세 운용도 공급망 여건에 맞춰 정교하게 설계돼야 한다. 완성차에 대한 관세는 일정 부분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지만, 유럽 내 대체 공급망이 없는 배터리 셀과 자석, 생산 장비까지 일괄적으로 관세를 부과하면 국내 제조 비용만 높일 수 있다. 관세는 대체 공급망 확보 수준에 맞춰 단계적으로 적용하고, 종료 기준도 사전에 제시해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복 조치 역시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 상품 관세보다 공공조달 제한이나 규제 조치가 더 효과적인 대응 수단이 될 수 있다. 국제 공조도 중요하다. 주요 국가가 공동 대응에 나서면 공정한 보조금 정책과 투명한 기술 이전, 안정적인 전략물자 공급을 요구할 협상력이 커진다. 개별 국가가 단독으로 대응하는 것보다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담을 완화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장기 관세 정책의 핵심은 균형이다. 공급망 의존과 과도한 보호주의라는 두 가지 위험을 함께 관리하면서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 목표는 폐쇄적인 보호무역 체제로 돌아가거나 특정 국가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이 아니다. 필요할 때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협상력을 유지하며 전략 산업의 생산 기반을 확보할 수 있는 개방형 경제를 구축하는 데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Tariffs Outlive the Price Shock: Why Europe Must Look Beyond Short-Term Welfare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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