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파이낸셜] 정책 안정성이 좌우하는 글로벌 투자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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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브렉시트 수준 불확실성, 장기 투자 위축 관세보다 정책 예측 가능성이 투자 좌우 정책 신뢰 확보는 글로벌 자본 경쟁력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무역정책의 불확실성이 외국인직접투자(FDI)를 위축시키는 핵심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브렉시트(Brexit) 당시와 맞먹는 수준으로 무역정책 불확실성이 확대될 경우 FDI는 즉시 표본 평균 대비 약 40% 감소하고, 1년 뒤에는 감소 폭이 약 50%까지 커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영향은 최소 5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나 기술규제는 적용 기준이 명확해 기업이 대응 비용을 사전에 산정할 수 있다. 반면 정책의 방향과 지속 여부를 예측하기 어려워지면 투자 결정 자체가 달라진다. 기업은 신규 투자를 보류하거나 사업 규모를 축소하고 생산 거점을 이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투자 계획을 철회하기도 한다. 이처럼 정책 불확실성은 투자 결정의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장기 투자 좌우하는 정책의 지속성
장기 투자에서는 일시적인 충격보다 정책 위험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가 더 중요한 변수다. 미국과 이란의 대립 당시 아랍에미리트(UAE)는 직접적인 전장이 아니었지만, 걸프 지역의 항공·해상 운송 위험은 단기간에 급격히 높아졌다. 이 같은 국지적 분쟁은 보험료 상승과 물류 차질, 공급망 불안을 초래하지만,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면 관련 위험도 빠르게 줄어드는 편이다.
반면 무역정책은 성격이 다르다. 한 번 도입된 관세와 수출입 제한, 현지 조달 규정은 정권 교체 이후에도 유지되거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장기간 지속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FDI는 이러한 정책 불확실성에 특히 취약하다. 채권 투자나 수입 계약은 일정한 손실을 감수하고 정리할 수 있지만 공장과 물류창고, 데이터센터, 공급망은 쉽게 이전하기 어렵다. 이미 투입한 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운 만큼 정책 변화에 따른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투자 보류는 소극적인 경영이 아니라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합리적인 선택으로 평가된다. 기업은 관세와 현지 조달 의무, 인허가 갱신 여부 등 정책 방향이 명확해질 때까지 신규 투자를 미룬다. 결국 무역정책 불확실성은 규제가 시행되기 전부터 투자 부담을 높이며,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일수록 그 충격이 더욱 크게 나타난다.

관세만으로는 부족한 투자 유치 전략
이러한 변화는 최근 글로벌 투자 흐름에서도 확인된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금융거래를 위해 여러 국가를 거치는 자금을 제외한 생산 목적의 FDI는 감소세를 보였다. 전체 투자 규모는 늘었지만 실질적인 생산 투자 증가는 제한적이었고, 국제 프로젝트 파이낸싱과 신규 그린필드 투자도 모두 두 자릿수 감소했다.
투자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부 국가는 관세를 활용해 해외 기업의 현지 생산을 유도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기술무역장벽(TBT)이 현지 생산 확대와 제품 품질 개선에 기여한 사례도 확인됐다. 식품 안전과 환경규제처럼 신뢰할 수 있는 규제 체계는 투자 매력도를 높이는 요인으로도 작용했다. 그러나 이러한 효과는 모든 산업과 기업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오늘날 글로벌 가치사슬(GVC)은 국가 간 생산과 조달이 긴밀하게 연결돼 있어 최종재 관세만으로 투자 유치를 기대하기 어렵다. 중간재 수입 규제와 기술 표준, 인허가 절차의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공급망 전반의 투자 계획이 흔들릴 수 있다.

관세만으로는 부족한 투자 유치 전략
투자 결정에는 무역장벽보다 정책 불확실성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연구에 따르면 무역장벽이 1 표준편차 증가하면 FDI는 1년 후 약 15% 감소하지만, 무역정책 불확실성이 같은 폭으로 확대될 경우 감소 폭은 약 50%에 이른다. 기업은 예측 가능한 규제에는 비용을 반영해 대응할 수 있지만, 정책 변화의 시기와 방향을 가늠하기 어려우면 투자 자체를 미루게 된다.
이와 함께 투자 경쟁력의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도로와 항만, 세제 혜택, 노동력 등 유형 자산이 투자 유치의 핵심 요소였다면 글로벌 공급망이 고도화된 지금은 정책의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이 투자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으로 자리 잡았다. 투자자에게는 부품 조달과 데이터 이전, 이익금 송금, 인허가 갱신 등 기업 활동의 기본 여건이 일관되게 유지되는 환경이 중요하다.
정치적 위험 자문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것도 이러한 변화를 뒷받침한다. 기업은 투자에 앞서 국가 위험과 제재, 규제 변화 등을 분석하는 데 상당한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 운영이 불투명할수록 그 부담은 투자 비용 증가와 수익성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투자 신뢰 높일 정책 예측 가능성 평가
이 같은 환경 변화에 맞춰 주요 무역·투자 정책은 입법 이전에 사전 예측 가능성 평가를 거쳐야 한다. 정책 목표와 규제 수준의 적정성, 기업의 이행 가능성, 공급망 전반의 파급효과 등을 미리 점검하자는 취지다. 이는 재정추계나 예비타당성 조사처럼 정책의 완성도와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절차로 이해할 수 있다.
투자 유치 전략 역시 변화가 요구된다. 시장 접근 여건이 정책 변화에 따라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면, 세제 혜택만으로는 투자자의 신뢰를 확보하기 어렵다. 따라서 투자유치기관은 각종 인센티브와 함께 정책 시행 예고 기간, 인허가 갱신 절차, 관련 법적 분쟁 현황 등 투자 판단에 필요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개할 필요가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정학적 갈등에 따른 FDI 분절화가 장기적으로 세계 국내총생산(GDP)을 약 2% 감소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해외 자본 의존도가 높은 저소득국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절차적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무역장벽이 시행되기 전부터 투자 자금이 다른 국가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진다. 결국 글로벌 투자 경쟁에서는 안정적이고 일관된 정책을 유지하는 국가가 더 많은 자본을 유치할 가능성이 높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Trade Policy Uncertainty: The Hidden Tax on Foreign Investment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