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파이낸셜] 관세 충격 속 엇갈린 제3국 수출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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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관세전쟁, 반사이익도 국가별 희비 탈중국화보다 강해진 공급망 연결 생산 기반 갖춘 국가만 장기 수혜 가능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미·중 관세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도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교역이 위축되자 제3국에는 새로운 수출 기회가 열렸고, 각국은 이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활용하기 위한 경쟁에 나섰다. 그러나 같은 관세 환경에서도 국가별 수출 성과는 크게 엇갈렸다. 한 주요 연구에 따르면 국가별 수출 증가 격차의 80.5%는 산업 구성보다 국가 고유의 경쟁력으로 설명됐다. 결국 관세는 가격 구조를 바꾸는 계기에 불과하며, 실제 수출과 투자 확대를 이끄는 힘은 생산 기반과 공급망 대응 역량에서 나온다.
관세 충격 이후 엇갈린 수출 성과
2018~2019년 미국과 중국은 약 4,500억 달러(약 691조원) 규모의 교역 품목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며 세계 교역 질서를 재편했다. 미국 시장에서 중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자 베트남과 멕시코, 유럽연합(EU) 등 제3국 기업이 그 빈자리를 일부 채웠다. 실제 연구에서도 관세 부과 품목의 제3국 수출은 비관세 품목보다 평균 6.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관세가 만든 기회는 모든 국가와 기업에 동일하게 돌아가지 않았다. 국가 간 수출 증가율의 표준편차는 6.1%로 평균 증가율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탈리아 기업 사례에서도 평균 수출은 2.5% 늘었지만, 성과는 규모의 경제와 생산 경쟁력을 확보한 기업에 집중됐다. 반면 준비가 부족한 기업은 수혜를 거의 누리지 못했고, 일부는 다른 시장에서 중국 기업과의 경쟁 심화라는 부담까지 떠안았다.

탈중국화보다 강해진 공급망 연결
이 같은 차이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도 확인된다. 미국 수입 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2017년 21.6%에서 2022년 16.3%로 하락했다. 겉으로는 공급망의 탈중국화가 진행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구조는 달랐다. 미국 수출을 늘린 국가 상당수는 오히려 중국 공급망과의 연계가 더욱 강화됐다. 전략 산업에서는 중국과의 교역 비중이 높은 국가일수록 미국 수출 증가율이 약 4.5%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이는 생산기지를 본국으로 되돌리는 리쇼어링보다 일부 생산만 제3국으로 분산하는 '차이나 플러스 원(China+1)' 전략이 확산됐음을 방증한다. 최종 조립은 다른 국가에서 이뤄졌지만 핵심 부품과 중간재 공급망에서는 중국의 역할이 여전히 유지됐다.
베트남과 멕시코는 이러한 공급망 재편의 대표적인 사례다. 베트남은 15% 이상의 관세 격차를 활용해 미국 수출을 늘렸고, 고용도 함께 확대됐다. 멕시코 역시 2017년부터 2023년까지 대미 수출이 1,600억 달러(약 245조원) 증가하는 동안 중국산 중간재 수입도 400억 달러(약 61조원) 늘었다. 이는 미국 수출이 확대되는 과정에서도 중국 공급망과의 연계가 지속됐음을 보여준다. 결국 관세전쟁의 반사이익은 생산 기반과 공급망 대응 역량을 갖춘 국가가 흡수했다.

생산 생태계가 결정하는 조선업 경쟁력
이러한 흐름은 조선업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보호무역으로 일부 수요가 이동할 수는 있지만, 실제 주문을 흡수하는 것은 생산능력과 기술 경쟁력을 확보한 국가다. 미국이 중국산 선박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더라도 중국의 압도적인 건조 능력을 단기간에 대체하기는 어렵다. 2023년 글로벌 신규 선박 건조량에서 중국은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고, 한국과 일본의 비중은 각각 28.2%, 14.9%를 기록했다.
선종별 경쟁 구도도 다르다. 중국산 선박에 관세나 항만 이용료가 부과될 경우 한국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에서, 일본은 연비 효율과 품질 경쟁력이 높은 선박에서 추가 수요를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인력 부족과 높은 가동률로 건조 능력을 단기간에 확대하기 어렵다면, 생산 증가보다 선가 상승이 먼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생산 역량 강화에 맞춰야 할 산업정책
관세로 확보한 시장은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정부의 핵심 과제는 일시적인 반사이익을 장기적인 산업 경쟁력으로 연결하는 일이다. 우회 수출에 의존하는 전략은 원산지 규정 강화와 통상 분쟁 등 새로운 위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정책 지원은 생산능력 확충과 인력 양성, 공급망 다변화 등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분야에 집중돼야 한다.
유럽처럼 수출 기반이 탄탄한 경제권은 교역 재편의 이면까지 함께 반영하는 접근이 바람직하다.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이 확대되는 동시에 중국산 제품이 역내 시장으로 유입되면 자국 기업의 경쟁 부담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정책 당국은 우회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기업과 일시적인 수입 증가로 어려움을 겪는 경쟁력 있는 기업, 구조적인 경쟁력 개선이 필요한 기업을 구분해 지원 방식을 차별화해야 한다. 지원 여부 역시 정치적 이해관계보다 중장기 시장 경쟁력과 성장 가능성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접근이 요구된다.
결국 관세는 가격 경쟁력을 일시적으로 바꿀 뿐 국가 경쟁력 자체를 높이지는 못한다. 공급망 구축과 숙련 인력 양성, 생산 기반 확충은 각국의 정책과 기업의 투자가 좌우한다. 미·중 관세전쟁으로 열린 시장의 기회도 시간이 지나면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중요한 과제는 단기적인 반사이익을 확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세 효과가 사라진 이후에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산업 기반을 구축하는 일이다. 생산 역량을 꾸준히 축적한 국가만이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연결할 수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US-China Tariff War: Why Third-Country Gains Are Uneven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