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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고 급증에도 성과급 고공행진, 금융당국 ‘클로백’ 법제화로 책임경영 압박 본격화

금융사고 급증에도 성과급 고공행진, 금융당국 ‘클로백’ 법제화로 책임경영 압박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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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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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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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은행 금융사고에 '꼼수 돈 잔치' 차단 
성과급 환수 법제화 위해 금융사 지배구조법 개정
전문가 "성과급뿐 아니라 관련 자산 몰수해야"

금융 당국이 금융 사고 발생 시 책임자의 성과급을 환수하는 클로백(clawback) 도입에 나선다. 금융 사고는 매해 늘고 있는데 역대 최고 실적을 거두고 있는 은행 등 금융회사 임직원들은 책임을 회피하고 성과급 잔치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앞서 지난 2023년에도 유명무실한 클로백 규정을 강화하는 방안이 논의됐지만, 당시 금융사 반발과 법적 분쟁 소지 등에 막혀 무산됐다. 그러다 이재명 정부가 금융사 내부 통제 강화 등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2년 만에 다시 속도가 붙게 됐다.

“책임 없는 성과급 없다” 금융 사고 시 ‘환수’ 도입 검토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클로백 도입을 위해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클로백은 경영진이 단기간 주가나 이익을 상승시켜 훗날 부실을 초래하거나 회계부정으로 재무제표가 정정될 경우 이미 지급된 성과급을 환수하는 제도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클로백 제도 도입 검토 의사를 밝혔지만, 법 개정까지 추진하겠다는 구체적인 방침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2023년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할 당시 클로백 도입을 검토했으나, 법정 분쟁 소지가 크다는 금융권의 반발에 물러섰다. 성과급을 뺏긴 임직원이 이를 수용하지 못해 소송을 제기할 경우 후폭풍이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금융위는 당시 “이미 지급한 성과보수를 환수하는 것은 법적 분쟁 소지 등으로 실제로 활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임원의 성과보수 ‘이연’ 비율(40%→50%) 및 기간(3년→5년)을 조정하는 데 그쳤다.

현재 클로백 법제화를 위해 유력하게 거론되는 방안은 금융회사 지배구조 감독규정 및 시행령에 성과급 환수 조건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방식이다. 현행 금융회사 지배구조 감독규정 제9조 3항엔 ‘이연 지급 기간 중 담당 업무와 관련해 금융회사에 손실이 발생한 경우 이연 지급 예정인 성과보수를 실현된 손실 규모를 반영해 조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즉 ‘환수’라는 표현 대신 뜻이 모호한 ‘조정’으로 규정돼 있는데, 이를 명확히 규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퇴직 후에도 재무제표에 중대한 오류 등의 금융 사고가 확인되면 임원 성과급을 환수하는 강력한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

올해 금융사고 74건·손실액 2,000억 육박에도 환수액 0.01% 불과

금융당국이 팔을 걷어부친 건 금융사고는 계속 증가하는 데 반해 책임 임직원의 성과보수 환수액은 미미하기 때문이다. 이는 클로백 제도가 활성화된 미국과 대조된다. 미국은 지난해 11월부터 상장 기업이 재무제표를 잘못 기재할 경우, 임직원이 받아 간 성과급을 환수하는 법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JP모건은 파생상품 투자손실 58억 달러(약 8조3,000억원)의 책임이 있는 직원들의 2년치 보수를 환수했고, 미국 4대 은행인 웰스파고 이사회는 ‘유령계좌 스캔들’에 대한 책임을 물어 존 스텀프 최고경영자(CEO)로부터 4,100만 달러(약 590억원)의 성과급을 환수했다.

하지만 국내 금융사의 성과급 환수 사례는 극히 드물다.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1~8월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금융사고 건수는 74건, 사고금액은 1,97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전체(62건·1,368억원)보다 각각 19.4%와 44.2% 급증한 수준이다. 그러나 2016년부터 올해 8월까지 4대 시중은행 임직원 중 금융사고 관련 제재를 받은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게다가 지난해 금융권 전체 성과보수 환수액은 9,000만원으로, 지급 성과급 총액(1조원)의 0.01%에 불과했다. 심지어 성과급을 환수하더라도 이미 지급된 성과급을 토해내도록 하는 게 아니라 주기로 약속한 성과급을 취소하는 데 그쳤다.

시중은행의 금융사고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임원들의 성과급은 해를 거듭할수록 급등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지난해 KB국민은행의 임원 성과급은 142억원으로 2023년(91억원) 대비 56.0% 늘었다. 1인당 평균 수령액은 3억1,521만원 정도로, 국민은행 임원 1인당 성과급이 3억원을 뛰어넘은 건 최근 5년 사이 처음이다. 하나은행의 작년 임원 성과급도 89억원으로 2023년(48억원)보다 85.4% 증가했다. 이렇다 보니 은행들이 실적에 따른 성과급은 챙기면서도 금융사고 등에는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의 거세다. 은행들이 금융사고를 제대로 막지 못한 데다 성과급 지급의 근간이 대출 이자라는 점에서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현행 클로백 제도는 금융사가 자체적으로 적용하는 규범이라 강제력이 없다. 이 때문에 금융회사 내규는 대부분 보상위원회 등 관련 부서를 통해 손실 규모와 성과 회수 여부를 판단하도록 뭉뚱그려져 있다. 실제 클로백이 발생하더라도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외부의 감시가 불가능하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융사고의 원인 및 담당자를 명확히 판단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클로백이 이뤄진 사례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며 "한편으론 회사가 책임을 임직원 개인에 돌리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어 회사 입장에서는 클로백을 진행하기가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일례로 BNK경남은행은 작년 3,000억원 규모의 횡령 사실을 뒤늦게 알아챈 뒤 2021~2023년 재무제표에 손실을 나눠 반영했다. 이에 경남은행은 이 기간 지급된 임직원 성과급 중 일부를 환수하기로 결정했지만, 노조 등의 반발로 무산됐다. 이 외에도 재무제표상 크고 작은 오류는 빈번하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3월 2019~2023년 사업보고서를 정정 공시했다. 외환거래이익을 잘못 산정해 영업수익이 5조7,000억원 감소했다. 신한투자증권도 지난 4월 작년 반기보고서 등을 정정했는데, 이 결과 외환거래이익이 4,500억원 감소했다.

올해 들어서만 10억 미만 사고 40건, 방만 관리 지속

이뿐 아니라 10억원 미만 금융사고는 아예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의 '2025년 1~8월 말 기준 10억원 미만 금융사고 현황'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에서 발생한 소규모 금융사고는 총 40건, 피해 금액은 88억5,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은행별로 보면 사고 건수는 하나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이 각각 11건으로 가장 많았고, 농협은행이 4건, 국민은행이 3건으로 뒤를 이었다. 사고 건수만 놓고 보면 하나·신한·우리은행이 전체의 82.5%를 차지했다. 건당 평균 피해액은 1억~3억원대다.

사고 금액 기준으로는 하나은행이 가장 많았다. 하나은행은 35억9,200만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8개월간 발생했으며, 신한은행이 23억6,200만원, 우리은행이 16억9,600만원, 국민은행이 10억6,900만원, 농협이 1억3,700만원 순으로 뒤를 이었다. 유형별로는 사기 사건이 전체의 약 60%를 차지했다. 신한은행은 6월 한 달 동안만 사기 사건 3건이 발생해 총 13억4,500만원의 손실을 기록했고, 하나은행 역시 같은 달 11억2,800만원 규모의 사기 사고가 발생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7월 사기 사고로 3억원의 피해를 봤고, 국민은행은 8월에만 6억1,700만원의 손실을 냈다.

업무상 배임·횡령·유용 등 내부통제 부실로 인한 사고도 꾸준히 보고됐다. 농협은 1월과 8월 각각 횡령·유용 사고가 1건씩 발생했으며, 신한은행은 2월에 업무상 배임 20건을 보고했다. 국민은행의 경우 미분양 상가를 이용한 대출 임의 취급 등 배임 사건이 연달아 확인됐다.

하지만 이 같은 사고 대부분이 금감원에 보고되더라도 공시 의무 대상은 아니다. 현행 은행법34조의3 3항에 따라 사고금액 1억원 이상이면 금감원에 보고해야 하지만, 시행령 20조의3 6항을 보면 사고금액이 10억원 이상일 경우에만 홈페이지에 의무공시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보다 작은 규모의 사고는 자체 공시나 내부 종결로 처리되며, 당국이 분기별 정기보고서를 통해 뒤늦게 확인할 수 있으나 발생 건수 외 횡령·배임·사기 등 구체적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전무하다. 금융사 내부통제 시스템이 작동하더라도 외부 감독기관의 검증이 이뤄지지 않아 사고 재발 위험이 계속 발생하는 구조다.

이에 한 경제 전문가는 "단순히 성과급 환수에 국한할 것이 아니라, 부당 대출을 통해 발생한 자산 일체를 원천적으로 회수하고, 관련된 배임 행위에 대해선 형사적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규정이 바뀌어야 한다"며 "신뢰를 기반으로 자금을 운용하는 금융기관이 이런 행태를 반복한다면 금융시장의 신뢰 구조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역설했다. 또 다른 전문가도 "클로백을 하더라도 임원이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이상에야 이미 지급된 성과급 등에 대해서는 몰수하지 않는다"며 "임원 보수의 대부분이 장기 성과급인데 재무제표상 손실이 수년간 발생했다 하면 사실상 받은 보수를 모두 환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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