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지만 집값 오른다" 부동산 시장 휩쓴 양극화 흐름, 대세 하락기 신호탄인가
"상급지만 집값 오른다" 부동산 시장 휩쓴 양극화 흐름, 대세 하락기 신호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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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청약 시장, 주거 선호도 따라 희비 엇갈려 서울에서도 강남 3구 중심으로 위주로 가격 상승세 지속 외면받는 서울 외곽지, 가격 하락 흐름 장기화 전망

전국 부동산 시장에서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주거 선호도가 높은 소위 '상급지'의 경우 시장 수요를 빨아들이며 상승세를 유지하는 반면, 외곽 지역의 주택 가격은 줄줄이 곤두박질치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양극화가 단순 일시적 현상을 넘어 시장의 추세적 흐름으로 떠오른 만큼, 정부가 부동산 규제 속도 조절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분석한다.
지방에서도 부동산 양극화 뚜렷
30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20~22일 청약을 진행한 부산 사상구 ‘더파크 비스타동원’은 835가구 모집에 114건의 신청을 받았다. 평균 청약 경쟁률은 0.13대 1에 그쳤다. 시공능력평가 지역 1위인 동원개발이 시행·시공을 맡은 데다, 분양가 역시 적절했던 단지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외면을 받은 것이다. 최근 이어지는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해 사상구 입지 선호도가 떨어진 결과다.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일까지 청약을 진행한 부산진구 가야동 ‘힐스테이트 가야’ 1단지와 2단지도 평균 경쟁률 1대 1을 넘지 못하며 대부분 타입에서 미달이 발생했다. 구체적으로 1단지는 총 384가구 모집에 174건이 접수돼 0.45대 1의 경쟁률을, 2단지는 75가구 모집에 62건이 접수되면서 0.8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청약을 진행한 동래구 사직2동 ‘힐스테이트 사직 아시아드’는 144가구 모집에 2,530건의 신청을 끌어모으며 17.6대 1에 달하는 평균 경쟁률을 보였다. 사직동이 부산의 대표적 학군지인 만큼, 입지적인 요인이 작용해 수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부산 1급지로 꼽히는 해운대구에서 같은 기간 청약을 진행한 ‘베뉴브 해운대’도 415가구 모집에 9,150건을 접수하며 22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3.3㎡(평)당 평균 분양가가 3,995만원에 달하는 고가 단지였지만, 해운대구 입지와 역세권이라는 강점이 이 같은 부담을 상쇄했다. 입지의 '급'에 따라 시장 수요가 극명하게 엇갈린 셈이다.
강남 3구·한강 벨트, 규제 속 오름세
이 같은 양극화 흐름은 서울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KB부동산 월간 주택 가격 동향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10월 서울 5분위(상위 20%) 아파트 평균 가격은 33억4,409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들 아파트 평균 가격은 지난 5월 30억원을 처음으로 돌파한 뒤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5개월 만에 3억원 이상 올랐다. 강남 3구와 마포·용산·성동 등 주거 선호도가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신고가 거래가 이어진 결과다.
해당 조사는 이달 13~17일 기준이므로, 정부의 10·15 대책 발표 이후 상황도 일부 포함된 수치다. 정부 규제도 시장의 수요 편중을 막지는 못했다는 의미다. 오히려 일각에서는 투기과열지구 등 강력한 규제로 묶인 지역들이 사실상 정부가 미래 가치를 공인해 준 ‘블루칩’ 투자처라는 인식이 확산하기도 했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는 지역은 주택 가격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보다 현저히 높은 곳이다. 이는 바꿔 말하면 해당 지역이 교통·교육·환경 등 뛰어난 정주 여건을 바탕으로 주택 수요가 끊이지 않는 ‘핵심 입지’라는 의미다.
업계는 강남을 비롯한 핵심 입지 선호 현상의 근본적 원인이 '심리적 요인'에 있다고 분석한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서울 집값은 이미 개인의 소득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됐고, 사람들은 무엇보다 안정적인 부동산 자산을 보유하고 싶어 한다"며 "강남은 단순히 '살기 좋은' 지역을 넘어 안정의 상징이자, 서울 전체 집값 상승의 출발점으로 꼽혀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에는 강남의 집값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존재한다"며 "지금 당장은 대출금 등을 감당하기가 버거워도, 장기적으로는 아파트값이 올라 이득을 볼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설 곳 잃은 '하급지' 부동산
이에 반해 서울 내 하급지 집값은 꾸준히 하락 중이다. 이달 서울 하위 20%인 1분위 아파트 평균 가격은 4억9,536만원이었다. 과거 5억원을 넘기도 했던 저가 아파트 평균 가격은 2022년 하반기부터 하락하기 시작했으며, 2024년 1월 5억원 아래로 떨어진 뒤 22개월째 4억원대에 머물고 있다. 해당 기간 서울 아파트 5분위 배율(상위 20%를 하위 20%로 나눈 값)은 6.8로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까지 뛰었다. 저가 아파트 7채를 팔아야 고가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다는 뜻이다.
각 구의 구체적인 가격 상승폭을 살펴보면 이 같은 상황을 보다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2015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8억5,200만원이었던 서울 서초구 국민평형(84㎡) 아파트 평균값은 올해 상반기 20억1,500만원(237%) 오른 28억6,700만원이 됐다. 같은 기간 노원구·강북구와 함께 대표적인 외곽지로 묶이는 도봉구의 평균 거래가 상승 폭은 3억700만원(3억3,100만→6억3,700만원·97%)에 그친다.
업계는 한동안 외곽지 부동산 가격이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 내다본다. 한 시장 전문가는 “과거처럼 강남의 집값 상승세가 서울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무척 낮다”며 “외곽 시장은 중장기적으로 침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대부분 지역의 집값이 가라앉는 와중에 특정 지역에만 투기 수요가 몰린다는 것은 대세 하락기 진입의 신호라고도 볼 수 있다"며 "정부의 목표인 집값 안정이 실현될 기미가 보이는 만큼, 상급지 가격에 거품이 생기지 않는 수준에서 규제 수위를 조절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