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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컬쳐] 유연성 좇은 노동 이동, 기업 간 분리가 키운 성별 임금 간극

[딥컬쳐] 유연성 좇은 노동 이동, 기업 간 분리가 키운 성별 임금 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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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months 1 w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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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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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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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과학의 언어로 읽고, 사실 위에 통찰을 더하는 글을 전합니다. 복잡한 현상 속에서 본질을 찾아 독자와 함께 사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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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 간 배열에서 형성된 성별 임금 차이
일정 통제권 선택, 장기 소득 경로 가르는 배치 효과
공시 확대에서 이동성·직무 설계로 정책 확장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02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전일제 여성의 중위임금은 남성의 약 88~89% 수준에 머물렀다. 단순 계산으로도 차이는 10%를 넘는다. 익숙한 수치지만, 그 배경은 충분히 조명되지 않았다. 그동안 논의는 주로 회사 내부의 보상 체계에 맞춰졌다. 채용과 승진, 협상 과정의 공정성이 중심 의제로 다뤄졌다.

최근 연구는 시야를 한 단계 넓힌다. 같은 학력과 경력을 지닌 인력이 서로 다른 유형의 일터로 나뉘는 과정에서 소득 경로가 갈라진다는 점에 주목한다. 차이의 일부가 내부가 아닌 일터 사이에서 형성된다는 의미다. 이 해석은 판단의 기준을 바꾼다. 임금 차이를 협상의 결과로만 보던 관점에서, 어떤 일터에 진입하느냐가 장기 소득 곡선을 좌우하는 배치의 문제로 초점이 이동한다. 결국 쟁점은 현재의 임금 수준보다 노동자가 어떤 고용 집단에 들어가 머무르는가에 있다. 일터 선택의 과정이 곧 소득 경로의 출발선이 된다.

기업 간 분리가 만든 배열

OECD 분석 결과, 유사한 학력과 경력을 가진 남녀 간 임금 차이의 약 4분의 1은 일터 간 차이에서 발생했다. 같은 조건에서 출발해도 어느 조직에 속하느냐에 따라 보상 수준이 달라진다는 뜻이다. 여성은 평균적으로 보상 프리미엄이 낮은 조직군에 더 많이 분포한다. 이 지점에서 원인을 개인 내부보다 조직 사이의 간극에서 찾게 된다.

노동 현장을 나눠 보면 대비가 선명해진다. 한쪽에는 장시간 근무와 빠른 승진 경로를 전제로 성과를 축적하는 조직이 자리한다. 다른 쪽에는 원격근무, 압축 근무, 시간 선택권을 제공하며 일정 통제권을 보장하는 조직이 있다. 일정 자율성을 제공하는 곳은 보상 상승 속도가 완만하게 전개되는 경향을 보인다. 반면 근무 강도를 높게 설정한 곳은 임금 프리미엄을 통해 보상을 빠르게 확대한다.

이 배치는 개별 선택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고용 지형으로 굳어진다. 특정 집단이 낮은 보상 구간에 지속적으로 진입하면 소득 차이는 해마다 누적된다. 승진 기회와 네트워크 축적 속도도 일터 유형에 따라 달라진다. 이에 관심은 개인의 협상 능력에서 고용 집단 간 이동성으로 옮겨간다. 차이를 이해하는 출발점도 내부 문제에서 노동시장 전체의 배열로 확장된다.

주: OECD 평균 기준 전일제 성별 임금 차이는 약 12%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약 40%는 서로 다른 일터로의 인력 배치에서 발생했다. 동일한 조건에서도 어떤 조직에 속하느냐에 따라 소득 경로가 달라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선호가 경력을 나누는 방식

2017년 미국 프린스턴대·하버드대 공동 연구진은 일정 통제권에 대한 선호가 직업 선택에 영향을 준다고 분석했다. 2023년 세계은행(World Bank) 자료도 같은 양상을 보여준다. 직무 특성에 대한 선택은 임금 수준과 함께 중요한 결정 변수로 작동한다.

평균적으로 여성은 일정 안정성과 시간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일부 보상을 조정할 의향을 보였다. 이 선택은 현실의 제약 속에서 형성된다. 돌봄 부담이 큰 환경에서는 유연성이 노동시장에 진입하고 경력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자리한다. 일정 통제권은 생활을 지탱하고 경력을 이어가기 위한 기반이 된다.

이 지점에서 경로가 갈린다. 장시간 가용성을 요구하는 일터에 진입하면 승진 신호와 네트워크가 빠르게 축적된다. 반면 일정 자율성이 높은 환경에 자리 잡으면 근무 강도는 완화되지만 보상 상승의 속도는 완만해진다. 평가 기준이 달라지면서 보상 체계도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

시간이 흐르면 두 경로의 간격은 더 넓어진다. 초기에 작았던 차이는 승진 기회와 역할 확장, 외부 이동 가능성의 격차로 이어진다. 10년, 20년이 지나면 소득 곡선은 서로 다른 궤도를 그린다. 출발 조건은 비슷했지만 선택의 방향이 달라지면서 축적의 속도도 달라진 결과다.

이처럼 경로가 갈라지는 차이는 한 번의 사건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일터에 들어가고 자리를 옮기며 같은 방향을 유지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간격이 서서히 벌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임금 차이는 순간의 판단에서 갈라지기보다 시간이 쌓이며 배열된 경력의 모습 속에서 드러난다.

주: 기업 간 임금 프리미엄 격차가 큰 국가일수록 성별 임금 차이도 크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가로축은 기업 임금 프리미엄 격차, 세로축은 성별 시간당 임금 차이를 나타낸다. 점선은 기업 간 임금 프리미엄이 전체 성별 임금 차이의 10% 또는 40%를 설명하는 경우를 가정한 기준선이다.

단기 처방의 범위

임금 공시 제도는 이 같은 차이 완화에 일정한 역할을 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2023년 OECD 보고서도 이를 확인했다. 투명성은 내부 보상 체계를 드러내고 동일 직무 내 임금 수준을 점검하는 기준을 제공한다. 정보가 공개되면 조직은 보상 체계를 다시 정비하고, 노동자는 협상의 출발점을 확보한다. 이런 점에서 공시는 내부 균형을 조정하는 도구로 기능한다.

하지만 논의가 조직 내부 점검에 머물면 정책 수단도 그 범위 안에서 움직인다. 감사 강화와 공시 확대, 승진 기준 정비가 중심이 된다. 시야를 노동시장 전체로 넓히면 상황은 조금 달라 보인다. 고임금 조직이 장시간 근무 문화를 유지하는 동안 일정 통제권을 중시하는 노동자는 다른 집단으로 이동한다. 이런 선택이 반복되면 일터 간 인력 배열도 서서히 굳어진다.

이 지점에서 정책의 방향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내부 공정성 점검에 더해 이동성 확대와 직무 설계 개선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 성과 평가 방식과 근무 시간 배치, 승진 경로 설계가 동시에 조정될 때 고용 집단 간 간극도 완화된다. 공시는 출발선에 가깝다. 인력 배치의 방향을 바꾸려면 노동자가 서로 다른 조직을 오가며 경력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질문을 바꿔야 할 시점

이제 논의의 방향을 조정할 때다. 초점은 유연성과 높은 보상이 함께 작동하는 환경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있다. 임금 결과를 다듬는 수준에 머무르지 말고, 경력 경로가 형성되는 조건을 다시 짜야 한다.

해법은 일하는 방식의 설계에서 시작된다. 성과를 근무 시간 중심에서 결과 중심으로 재배치하고, 일정 자율성을 갖춘 고임금 직무를 확대하면 경력 축적의 속도는 달라진다. 조직 간 이동에 활용할 수 있는 역량 인증 체계가 갖춰지면 선택의 부담도 줄어든다. 공공 돌봄 인프라와 사회보장 제도가 안정적으로 작동할수록 개인은 경력과 돌봄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여지를 확보한다.

이렇게 보면 12%라는 수치는 현재의 배치를 보여주는 지표로 읽힌다. 유연성이 저임금 구간에 집중되면 일정 통제권을 택한 노동자는 낮은 보상 경로로 진입한다. 이런 선택이 반복되면 일터 간 분리는 굳어진다. 유연성과 보상 프리미엄을 함께 설계하면 경력 경로는 다시 이어진다. 따라서 논의는 임금 조정에만 머물 수 없다. 노동자가 어느 일터에 들어가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가 시간이 흐른 뒤의 소득을 좌우한다. 결국 출발점과 이동 경로가 소득 격차의 양상을 결정한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The Quiet Trade-Off: How workplace flexibility Explains the ‘Firm’ Factor in the Gender Wage Gap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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