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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재건에 힘 싣는 美, 산업 구조 한계·입법 불확실성 등 장애물 산적

조선업 재건에 힘 싣는 美, 산업 구조 한계·입법 불확실성 등 장애물 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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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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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AMAP 앞세워 조선업 재건 의지 재차 천명
"AMAP 목표 비현실적" 美 조선업 구조적 한계에 회의론 제기
행정부-입법부 불협화음, 동맹국 조선소 활용 가능할까

백악관이 '미국 해양 행동계획(America’s Maritime Action Plan·이하 AMAP)'을 통해 재차 조선업 재건 의지를 드러냈다.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외국 선박과 화물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한편, 정부 지원과 동맹국 기술·자본을 발판 삼아 조선업 부활의 기반을 다지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계획이 유의미한 성과를 낼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美, 자국 조선업 지원 방안 제시

24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백악관은 지난 13일(이하 현지시각) AMAP를 공개했다. 이는 지난해 4월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해양 지배력 회복' 행정명령에 명시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이행 계획이자, 한미 핵심 협력 사안 중 하나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의 청사진으로 해석된다. 우선 미국은 AMAP 문서를 통해 현재까지 최소 1,500억 달러(약 217조원) 규모의 미국 조선업 전용 투자금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 중 상당 부분이 마스가를 통해 마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해당 자금은 한국 조선업체와의 협력 프로젝트에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미국은 한국·일본을 핵심 파트너로 지정하며 '브리지 전략(Bridge Strategy)'도 명문화했다. 브리지 전략의 핵심은 다수의 선박 구매 계약 시 외국 조선업체가 본국에서 초기 선박을 생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이는 대형 선박 건조 역량이 부족한 미국 조선업계의 현실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 같은 구상이 현실화하면 한국 등 동맹국 조선소는 계약 초기 물량을 자국 내에서 건조할 수 있게 된다. 다만 AMAP는 미국의 궁극적인 목표가 온쇼어링(해외에 진출했던 기업이 제조 시설, 서비스 기능 등을 다시 본국으로 이전하는 현상)임을 분명히 했다.

AMAP에는 외국 건조 상업용 선박에 화물 중량 1㎏당 1~25센트(약 14원~361원)의 수수료를 부과한다는 구상도 담겼다. 추가로 캐나다 및 멕시코 경유 육상 수입품에는 상품 가액의 0.125% 수준의 육상 항만 유지세를 부과하고, 중국 건조 선박에 대해서는 톤(t)당 50~140달러(약 7만2,300원~20만2,450원)의 추가 수수료를 매긴다. 이 밖에도 해양번영구역 설치, 조선 인력 훈련 및 교육 개혁, Title XI 연방 선박 금융 프로그램 개선 방안 등 다양한 산업 재건 방안이 AMAP에 포함됐다.

美 조선업계의 암울한 현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 같은 조선업 부활 계획이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제기된다. 미국 자유주의 싱크탱크인 카토연구소의 콜린 그라보우 부국장은 19일 연구소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AMAP의 목표가 ‘현실적이지 않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라보우 부국장이 앞서 발표한 기고문에 따르면, 현재 미국 상선 조선업은 경쟁력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다. 2024년 기준 미국 조선소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고작 0.04%에 불과하며, 지난 10년간 대형 원양 상선 건조 실적도 연평균 3척 미만이다.

가격 경쟁력 역시 눈에 띄게 약화한 상황이다. 미국 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알로하(Aloha)급 컨테이너선의 척당 건조 비용은 3억3,450만 달러(약 4,700억원)로, 중국 내 동급 선박 건조 비용(5,500만 달러) 대비 6배가량 비싸다. 유조선 역시 해외에서 4,700만 달러(약 670억원)면 될 것을 미국에서는 최소 2억2,000만 달러(약 3,140억원)를 줘야 한다. 건조 속도도 매우 더디다. 미국 조선소가 마지막으로 인도한 컨테이너선은 건조 시작부터 인도까지 40개월 이상이 걸렸으나, 같은 시기 한국 조선소는 비슷한 크기의 선박을 6개월도 채 안 돼 인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조선업 부활 계획은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강경책인 셈이다.

문제는 과거 미국 정부가 시행한 조선업 부양 전략이 좋지 않은 결과를 맞이했었다는 점이다. 1936년에 도입된 ‘건조 차액 보조금(construction differential subsidies)’이 대표적인 예다. 건조 차액 보조금은 국내·해외 조선 가격 격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 건조 선박 비용의 최대 절반을 정부가 보조하는 제도다. 그러나 해당 조치가 시행된 뒤에도 미국 조선업계는 유의미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고, 보조금이 철회되기 전부터 침체 압박에 짓눌렸다. 지원이 종료된 이후에는 상황이 한층 악화했다. 보조금 체제하에서 연간 15~20척 수준이었던 미국 조선소의 선박 생산량은 보조금이 철회된 1981년 이후 수십 년 동안 대체로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설령 AMAP가 성공적으로 시행돼 선박 생산량이 증가한다 해도 트럼프 행정부의 구상이 온전히 실현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미국 정부는 상업 조선 확대가 해군 조선의 비용 경감 및 인도 일정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는 연방 보조금으로 성장한 상업 조선이 숙련 노동력을 대거 흡수하며 해군 함정의 인도가 지연되고 비용이 상승한 전례가 존재한다. 대형 상선에 대한 정부 지원이 오히려 해군 조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유사한 논리는 상업 조선 분야 내부적으로도 적용된다. 인력과 투자가 대형 조선소로 쏠릴 시 틈새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워 온 소형 조선소들이 궁지에 몰릴 위험이 커진다.

동맹 카드 꺼낸 美, 변수는 의회?

시장에서는 결국 미국 조선업 부활을 위한 해법은 '동맹국 조선소 활용'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 일본과 같은 동맹국의 숙련된 조선소를 이용해 모듈이나 완성 선박을 조달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고 비용 효율적인 안보 전략이라는 진단이다. 문제는 동맹국과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미 행정부에 비해 입법부의 움직임이 지지부진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2월 발의된 해군 준비태세 보장법(동맹국 조선소에서 미 해군 함정과 해경 선박을 건조·유지보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은 1년이 지난 현시점 상·하원 본회의는 물론 사전 단계인 상임위원회도 통과하지 못한 상태다. 통상적으로 미국 의회 내에서 법안이 발의된 후 최종 발효되는 데 소요되는 기간은 약 8~9개월이다.

미국의 싱크탱크 스팀슨 센터는 동맹국에서 미국 선박을 건조하는 방안이 전략으로서는 타당하지만, 미국 조선업에 고착된 강력한 이해관계 탓에 실현되기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더해 해당 법안이 상·하원 모두에서 공화당 의원에 의해 발의됐다는 점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소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꾸준히 하락하는 가운데,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승기를 잡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AMAP은 조선업 재건 방안을 사실상 ‘입법 패키지’ 형태로 의회에 넘기는 성격을 띤다. 행정부가 지원 방향을 공식화하더라도, 법안이 표류하는 한 브리지 전략과 같은 핵심 구상은 정책 선언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전문가는 "유사한 취지의 법안인 해군 준비태세보장법이 좀처럼 의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상황인 만큼, AMAP이 명문화한 브리지 전략 역시 의회에서 제도화가 지연될 위험이 있다"며 "동맹국 조선소를 활용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이 어디까지 현실화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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