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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뒤흔드는 메모리 슈퍼사이클, 주요 업체 증설 러시·中 추격 속 공급 과잉 전환 가능성

시장 뒤흔드는 메모리 슈퍼사이클, 주요 업체 증설 러시·中 추격 속 공급 과잉 전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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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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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삼성전자·마이크론 CAPEX 확대, 슈퍼사이클 '경고음'
대체 공급처로 주목받는 中 CXMT·YMTC, 판매가 인상 전략 채택
HBM·DDR5 선단 경쟁에도 도전장, 수율·EUV 장벽은 여전

최근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메모리 호황이 장기간 지속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SK하이닉스·삼성전자·마이크론 등 주요 메모리 기업들이 줄줄이 생산 역량을 확대하는 가운데, 수년 내에 공급 과잉으로 인해 가격이 폭락하는 사이클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더해 중국 메모리 기업들의 기술 추격·시장 점유율 확대 흐름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변수로 지목된다.

주요 메모리 기업, 생산 역량 확대 착수

23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투자 전문 매체 배런스는 반도체 업계 및 월가가 메모리 기업들의 설비투자(CAPEX) 규모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주요 투자은행(IB)과 시장조사업체들의 분석을 살펴보면, 현재의 메모리 공급 부족 흐름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UBS는 올해 1분기 일반 D램 가격이 전 분기 대비 62%, 낸드(NAND) 가격이 40%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트렌드포스는 전 세계 메모리 시장이 올해 5,516억 달러(약 800조원)에서 내년 8,427억 달러(약 1,216조원)까지 급성장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문제는 메모리 반도체가 전형적인 주기성(Cyclical) 산업이며, 공급 부족 시기에 단행된 대규모 투자가 공급 과잉으로 돌변하는 패턴을 보인다는 점이다. 최근 메모리 기업들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을 중심으로 증설 계획을 쏟아내는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공장) 가동 시점을 기존 내년 5월에서 내년 초로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1,000조원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로 삼성전자가 360조원을 투자해 6개 팹을, SK하이닉스가 600조원을 투입해 4개 팹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SK하이닉스 1기 팹에는 HBM과 서버용 D램 등 AI 반도체 생산라인이 들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청주에서도 SK하이닉스의 생산 역량 확충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전공정 시설인 M15X는 올해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장비를 반입 중이며, 후공정 시설인 ‘패키징·테스트 전용 팹(P&T7)’은 내년 말 완공이 목표다. 미국 인디애나주에서는 어드밴스드 패키징 공장 설립이 예정돼 있다.

삼성전자도 생산 인프라 확대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을 가동하고, 2나노(㎚) 및 3나노급 선단 공정을 통해 차세대 칩을 생산할 계획이다. 오는 2028년 가동을 목표로 공사 중인 평택 5공장(P5)은 향후 HBM 생산의 핵심 거점으로 활용될 전망이며, 시황에 따라 평택 6공장(P6)이 재가동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평택은 이미 P1~P4가 가동 중인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로,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아우르는 핵심 생산 기지다.

마이크론 역시 미국 아이다호주 보이시에 500억 달러(약 72조원)를 투입해 D램 팹 2개를 건설 중이다. 첫 번째 팹은 내년 중반 가동을 목표로 하며, 두 번째 팹을 포함한 전체 생산라인은 오는 2028년 말 완전 가동 체제에 진입한다. 싱가포르에서 착공한 신규 낸드 팹은 오는 2028년 하반기 첫 웨이퍼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더해 마이크론은 최근 대만 반도체 기업 PSMC의 통뤄 P5 팹을 18억 달러(약 2조5,94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밝혔으며, 일본 히로시마에도 96억 달러(약 13조8,330억원)를 투입해 반도체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中 메모리 글로벌 시장 진출 통로 열려

중국의 약진도 시장 판도를 흔들 만한 변수로 꼽힌다. 지금까지 창신메모리(CXMT)·양쯔메모리(YMTC) 등 중국 메모리 기업은 세계 1위 PC 제조사인 중국 레노버와 화웨이·샤오미·오포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 업체에 메모리를 납품해 왔다. 지정학적 갈등으로 인해 서방 기업 공급망에는 진입하지 못했지만, 내수 시장에서는 꾸준하게 실력을 쌓은 셈이다. 이들 기업은 최근 들어 해외 판매 통로 확보 기회까지 손에 넣은 상황이다. 메모리 공급난 속 대체 공급처가 절실해진 글로벌 전자기기 회사들이 그동안 외면했던 중국산 메모리로 눈길을 돌린 결과다.

글로벌 2·3위 PC 제조사인 미국 HP와 델은 미국 외 지역에서 판매하는 PC 제품에 중국산 메모리를 탑재하는 계획을 검토 중이며, CXMT의 메모리 제품을 받아 품질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대만의 주요 PC 제조사인 에이서와 에이수스도 중국산 D램 사용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으며, 애플도 메모리 가격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YMTC 및 CXMT와의 파트너십을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탄탄한 시장 수요가 확인되자 중국 기업들은 기존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활용해 왔던 ‘덤핑 전략’을 뒤로하고 수익성 개선에 나섰다. IT 전문 매체 Wccftech에 따르면, 22일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징둥닷컴(JD.com)에서 킹뱅크(KingBank)의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32기가바이트(GB) 메모리 모듈은 3,629위안(약 76만원)에 판매됐다. 같은 날 동일 플랫폼에서 64GB DDR5-6000 제품의 가격은 1,000달러(약 144만원)를 넘어섰다. 이는 글로벌 시장의 프리미엄 DDR5 제품 평균가보다 비슷하거나 소폭 높은 수준이다. 킹뱅크는 CXMT 칩을 탑재해 만든 소비자용 D램 브랜드다.

中 업체 옥죄는 기술적 한계

중국 메모리 기업들은 기술 추격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CXMT는 올해 5세대 HBM(HBM3E)을 소규모 양산하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기존 HBM 선두 주자들과 본격적인 경쟁을 시작할 예정이다. 지난해 4세대 HBM(HBM3) 샘플을 화웨이 등 중국 내 주요 AI 업체에 공급한 데 이어 1년 만에 HBM3E 양산 계획을 수립한 것이다. 이는 기존 업계 예상 시점(2027년)보다 1년가량 빠른 속도다. 모건스탠리는 "CXMT는 2026년 HBM3E 생산을 시작할 것"이라며 "다만 HBM D램 다이의 발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만큼, 생산량은 소규모로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더해 CXMT는 지난해 11월 자체 개발한 최신 D램인 DDR5와 LPDDR5X를 공개하고, 현재 주요 고객사의 성능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레거시(구형) D램을 중심으로 시장 영향력을 키워 나가던 중국 메모리 업계가 본격적인 선단 경쟁에 나서는 모양새다. 다만 최신 D램 수율은 아직 부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시점 CXMT DDR5의 수율 추정치는 50% 수준이다. 상업적으로 의미 있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80~90%의 수율을 확보해야 한다.

시장에서는 중국 메모리 기업들의 기술력이 주요 메모리 공급사들을 단기간 내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부재로 인한 구조적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D램 공정은 통상 1x·1y·1z(20나노미터 이하)에서 1a·1b·1c(10나노미터급) 순서로 발전하며, 1b 공정부터는 EUV 없이는 사실상 도입이 불가능하다. 중국은 미국 주도의 수출 통제로 2019년 이후 네덜란드 ASML의 EUV 장비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1a 이상의 고성능 공정 활용에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실제 CXMT의 DDR5는 1a 공정 기반으로 추정되며, 칩 크기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2021년 전후 출시했던 초기 DDR5 제품과 유사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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