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중국 성장 모델에 경고 “보조금 4%→2%로”, WTO 입지 약화 속 통상 긴장 고조
IMF 중국 성장 모델에 경고 “보조금 4%→2%로”, WTO 입지 약화 속 통상 긴장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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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보조금이 공급과잉·가격 왜곡 초래”
WTO 역할 약화로 불공정 무역 규율 공백
중국 보조금 공방 이중성, 인도 등에 문제 제기

국제통화기금(IMF)이 중국의 산업 보조금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약 4%로 추산하며 이를 절반 수준으로 줄일 것을 공식 권고했다. 수출 주도 성장에 방점을 찍은 중국의 산업 정책이 국제 무역 질서에 매우 큰 긴장을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시장에서는 세계무역기구(WTO)의 조정 기능이 약화된 상황에서 보조금 문제를 둘러싼 규범 공백이 확대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중국은 외부의 문제 제기에는 반박으로 대응하는 한편, 타국의 보조금 정책에 대해서는 WTO 제소에 나서는 등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보조금 규모 두고 의견 분분
22일(이하 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IMF는 지난 18일 발간한 ‘중국 경제정책에 대한 심의 결과’ 보고서에서 “중국은 핵심 산업 분야 기업들에 GDP의 약 4%에 해당하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추산된다”면서 “이는 국제적 파급 효과와 긴장을 야기하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보조금 지급 규모를 GDP 대비 2% 수준까지 낮춰야 한다”고 경고했다. 과도한 산업 보조금과 부채 기반 투자, 취약한 내수가 중국 경제를 왜곡하는 것은 물론 해외에도 부정적 파급 효과를 낳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IMF는 중국 산업 정책 지원 규모에 대한 공식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주로 첨단 제조업 분야의 우선 육성 산업들이 정부 보조금과 세제 혜택, 저리 대출, 특혜로 제공되는 토지 등 다양한 지원을 받고 있다”고 짚었다. 직접 재정지출은 물론 금융·세제·토지 정책이 결합된 지원 체계를 문제 삼은 것이다. IMF는 보고서에서 “불필요한 산업 정책 지원 축소를 통해 재정 비용을 절감하고, 대외 불균형을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취약한 내수가 제조업 수출 의존을 심화시키는 구조에서는 순수출 확대가 교역 상대국에 부정적 파급 효과를 미칠 수밖에 없다는 비판도 덧붙였다.
보고서는 국가 주도 및 부채 기반 투자와 과도한 산업 정책 지원이 결합된 중국의 성장 모델을 겨냥해 소비 주도 성장으로의 전환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나아가 재정 지원과 구조 개혁을 결합한 대응책을 촉구했고, 지방정부 금융투자기구(LGFV)의 예산 외 투자 축소와 부채 증가 억제 등을 구체 과제로 포함했다. IMF는 “개혁이 지연될 경우, 중국은 성장 둔화와 지속적인 디플레이션, 금융 취약성 심화 위험을 동시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수출 의존 모델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러한 IMF의 진단은 즉각 논쟁으로 이어졌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 마이클 페티스는 19일 소셜미디어(SNS) X 게시물에서 “IMF의 산업 보조금 삭감 권고는 겨우 시작일 뿐”이라며 “중국은 중앙정부의 직접 보조금뿐 아니라 지방정부 보조금, 그리고 간접 보조금을 통해 핵심 제조업 분야에 GDP의 4%를 훨씬 넘는 금액을 쏟아붓고 있다”고 주장했다. 저평가된 위안화, 인위적으로 낮은 금리, 노동 규제 등이 가계에서 생산자로 자원을 이전하는 간접 보조금이라는 지적이다.
반면 중국은 자국의 산업 보조금 규모가 외부의 추정치만큼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IMF 중국 담당 집행이사는 “산업 정책의 규모와 영향이 상당히 과장됐다고 본다”며 “중국의 산업 정책은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국유기업은 물론 민간기업이나 외국인 투자기업 등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밝혔다. 중국이 이처럼 적극 반박한 데는 IMF의 권고가 시진핑 국가주석의 ‘신질생산력(新質生産力)’ 전략, 즉 첨단 제조업과 기술 주도 성장 모델과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보조금을 줄이면 가장 먼저 국유 대형 기업들이 타격을 받는데, 이는 곧 단기 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져 종국에는 집권당의 정치적 부담을 낳는다.

다자 통상 규범 공백 장기화
그간 각국의 산업 보조금과 그에 따른 불공정 무역을 규율하는 주체는 WTO였다. WTO는 보조금 협정과 분쟁 해결 절차를 통해 회원국의 산업 지원을 다자 규범 틀 안에서 다뤄 왔다. 그러나 최근 미국 행정부의 고율 관세 정책과 분쟁해결기구 기능 약화로 WTO의 조정·집행 역량은 크게 흔들리는 추세다. 이 때문에 산업 보조금 문제를 둘러싼 규율 공백도 본격화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IMF가 구체적 수치를 제시하며 중국 산업 보조금 축소를 요구한 것은 다자 통상 질서의 균열과 맞물린 장면으로 읽힌다.
이 같은 상황에서 WTO 역시 중국의 성장 모델과 무역 구조에 대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며 입장 정리에 나섰다. 지난 13일 뮌헨 안보회의에서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WTO 사무총장은 “지난 40년간 중국의 발전을 이끌어온 수출 주도 성장 모델은 향후 4년간의 성장도 담보할 수 없다”며 중국의 성장 모델 전환을 촉구했다. 그는 “세계는 1조2,000억 달러(약 1,730조원)에 달하는 중국의 무역 흑자를 감당할 수 없다”며 “중국이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더 많은 장애물이 나타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실제 지난해 중국의 수출은 3조7,700억 달러(약 5,440조원), 수입은 2조5,800억 달러(약 3,710조원)로 잠정 집계되며 미국의 관세 조치에도 불구하고 수출 확대 기조가 유지됐음을 드러냈다. 자동차 수출은 전년 대비 19.4% 증가한 579만 대를 기록했고, 순수 전기차 수출은 48.8% 급증했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 내 경제학자들은 올해 역시 자국 무역 흑자가 1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이 5% 성장 목표 달성을 떠받치는 핵심 동력이라는 점에서 중국의 산업 보조금과 수출 전략을 둘러싼 국제적 압박은 통상 규범 차원을 넘어 거시 경제 안정 문제와 직결된다.
그러는 사이 중국은 WTO 개혁 논의에서 영향력 확보를 시도하고 나섰다. 중국 상무부는 이달 초 ‘WTO 개혁에 관한 중국의 입장 문건’을 제출하며 “다자 무역 체제는 일방적 관세 조치의 충격을 받았으나, WTO 규칙과 메커니즘은 아직 무역 혼란을 막는 중요한 방호벽”이라고 정의했다. 이어 “일방주의와 보호주의는 문제를 해결하는 출구가 될 수 없으며, 각 당사자는 다자 협력과 국내 개혁, 포용·호혜적 발전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다자 규범의 구심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국제 질서 수호 메시지를 발신함으로써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타국 보조금에는 제소로 대응
다만 그러면서도 중국은 산업 보조금을 둘러싼 공방에서는 이중적 태도를 취했다. 지난해 10월 중국은 인도가 자국 전기차 및 배터리 산업에 제공한 보조금이 WTO 규범을 위반했다며 협의를 요청했다. 당시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인도의 관련 조치는 WTO가 금지한 ‘수입대체보조금’에 해당한다”면서 “이는 자국 산업에 불공정한 경쟁 우위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중국을 비롯한 여타 국가의 이익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WTO 협정상 금지보조금이 공여될 경우, 피해국은 문제 제기가 가능하다. 중국은 인도가 WTO에서 한 약속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으나, 분쟁은 아직 해결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은 이에 앞선 2024년 3월에도 미국을 상대로 WTO 분쟁 해결절차에 착수한 바 있다. 당시 중국은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 지급 구조가 차별적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환경을 보호하겠다는 미명 아래 IRA가 도입됐지만, 실제로는 미국에서 생산된 제품을 구매·사용하거나 특정 지역에서 수입하는 경우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본질적으로 차별적 속성을 띤다는 지적이다. 전기차와 재생에너지 사업에 3,750억 달러(약 540조원)를 투자하는 내용의 IRA는 핵심광물과 부품에서 우려기업·비동맹 국가 비중을 제한한 게 특징이다.
미국은 중국 측의 문제 제기에 대해 “IRA는 동맹국을 비롯한 파트너들과 함께 달성하고자 하는 청정에너지 미래에 대한 미국의 기여”라고 반박하며 “중국의 불공정한 비시장 정책과 관행이 더 큰 문제”라고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이처럼 양국의 협의가 결렬될 경우, WTO는 분쟁 해결 패널을 구성해 소위 ‘재판’ 절차를 밟게 된다. 다만 이 과정은 판정과 상고 등 최소 수년이 소요되는 탓에 실질적 정책 조정 효과는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외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을 둘러싼 중국의 연이은 제소는 즉각적인 산업 정책 수정을 겨냥한 행보보다는 일종의 상징적 압박 수단 성격을 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