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자형 양극화] 반도체 훈풍에 경제성장률 개선 기대 확대, 체감 경기는 K자형 성장 속 여전히 ‘한겨울’
[K자형 양극화] 반도체 훈풍에 경제성장률 개선 기대 확대, 체감 경기는 K자형 성장 속 여전히 ‘한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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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 상향 가능성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제조업 업황 점진적 회복세 K자형 성장 구조 고착화, 체감경기는 여전히 부진

한국은행이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할 것이라는 예측이 제기됐다. 슈퍼사이클을 맞이한 반도체 분야를 중심으로 제조업 경기가 회복 국면에 진입한 가운데, 곳곳에서 낙관적인 견해가 고개를 드는 양상이다. 다만 이른바 'K자형 성장' 구조로 인해 산업계 내 양극화 문제가 심화하고 있는 만큼, 국민들의 체감경기가 곧바로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성장률 전망 개선 흐름
22일 한은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오는 26일 올해 두 번째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조정 여부와 함께 수정 경제 전망을 내놓을 예정이다. 한은은 한 해 1·2·4·5·7·8·10·11월 등 8번 금통위를 열고, 이 중 2·5·8·11월에 수정 경제 전망을 발표한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현 수준(연 2.50%)에서 동결할 것이라는 예측에 힘이 실린 상황인 만큼, 시장의 이목은 기준금리보다 한은이 제시할 성장률 전망치에 집중되고 있다.
한은은 지난 2024년 11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8%로 제시한 뒤 지난해 5월 1.6%로 낮췄고, 같은 해 11월 다시 1.8%로 높였다. 이번 발표에서는 예상보다 강한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수치가 추가로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외 기관들은 이미 반도체 수출 호조세를 반영해 올해 우리나라의 성장률 예상치를 줄줄이 올려 잡은 상태다. 앞서 지난 11일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올해 성장률 수정 전망치로 종전(1.8%)보다 0.1%P 상향한 1.9%를 제시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시각은 한층 낙관적이다. 씨티는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2.4%로, UBS는 2%에서 2.2%로 각각 0.2%P씩 올렸다. BNP파리바도 최근 예상치를 2.0%에서 2.3%로 상향했다. 다만 한은이 보수적인 수치 제시를 선호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정경제전망을 통해 2.1% 이상의 성장률이 제시될 가능성은 사실상 낮을 것으로 보인다. BNP파리바와 모건스탠리는 이달 한은이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1.9%, 2.0% 선에서 제시할 것으로 예상했다.
韓 제조업, 반도체 호황 발맞춰 '기지개'
이처럼 낙관적 전망이 속속 제기되는 것은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반도체업계를 넘어 침체했던 국내 제조업 업황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KIET)이 22일 발표한 '산업경기 전문가 서베이 지수(PSI)'에 따르면, 2월 제조업 업황 현황 PSI는 103으로 기준치(100)를 웃돌았다. 수치 자체는 전월 대비 소폭 하락했지만, 체감경기 호조세는 유지되는 양상이다. 3월 업황 전망 PSI도 117로 2024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내수 시장의 2월 PSI는 99로 소폭 낮아졌지만, 3월 전망치는 체감경기 개선 기대가 반영되며 125까지 뛰었다. 수출 PSI 역시 2월 107에서 3월 130으로 명확한 상승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측됐다. 생산 수준의 3월 전망도 126으로 호조세를 보였다. 내수·수출 회복 기대가 실물 생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재고는 3월 99로 기준치 아래까지 내려갈 전망이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정보통신기술(ICT) 분야가 전반적인 회복을 주도했다. 2월 ICT 부문 업황 현황 PSI는 130으로 기준치를 크게 넘겼으며, 3월 전망도 129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2월 90으로 부진했던 기계 부문 PSI는 3월 전망이 114까지 뛰었고, 소재 부문 PSI도 2월 90에서 3월에는 118까지 회복될 것으로 예측됐다. 세부 업종 기준으로는 단연 반도체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2월 반도체 업황 현황 PSI는 178로 매우 높은 수준이며, 3월에도 동일 수치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전(3월 125), 자동차(3월 122), 화학(3월 121), 철강(3월 133) 등의 PSI도 3월에는 기준치를 웃돌 것으로 예상됐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모멘텀이 제조업 전반의 성장세를 견인하는 양상이다.

체감경기 옥죄는 산업계 양극화
문제는 제조업 경기가 회복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체감경기에는 여전히 먹구름이 껴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AI 관련 산업과 전통 산업 간 양극화로 인해 K자형 성장 구조가 고착화한 탓이다. K자형 성장이란 경제가 상하로 갈라져 한쪽은 빠르게 회복하고, 다른 쪽은 정체·하락하는 극단적인 양극화 구조를 일컫는다. K자형 성장이 지속되면 겉으론 경제가 회복하는 듯 보이나, 실질적으로는 자산·소득 양극화가 확대되고 고용 불안·지역 격차 등이 심화하며 본질적인 성장 기반이 훼손될 위험이 커진다.
'K자'의 하단, 즉 반도체 산업의 반대 극단에 위치한 대표적인 업종으로는 건설업이 꼽힌다. 내수의 핵심 축인 건설투자는 지난해 10% 가까이 감소해 연간 성장률을 1.4%P나 끌어내렸다. 건설 업황 침체가 장기화하며 관련 투자가 얼어붙은 것이다. 실제 건설기성(공사 실적)은 2024년 5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19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줄며 역대 최장 감소세를 보였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건설기성액은 11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월보다 15.6% 감소했고, 최근 3년 11월 평균 대비 3조1,000억원 낮았다. 특히 지난해 11월 누적 민간기성은 104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7% 급감했다. 건설업 고용도 냉각됐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12월 및 연간 고용 동향'을 살펴보면, 지난해 건설업 연간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12만5,000명(-6.1%) 줄어든 194만 명에 그쳤다. 이는 2013년 산업 분류 개정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경기 회복 국면 속 양극화 흐름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이재명 정부는 구조적 전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 대통령은 9일 청와대에서 열린 '2026년 경제성장전략 국민보고회'에서 "지금은 과거와 다른 이른바 K자형 성장이라는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외형과 지표만 보면 우리 경제는 지난해보다 나아지겠지만 다수 국민은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불균등, 성장의 양극화는 단순한 경기 차이가 아닌 경제 시스템에 던지는 구조적 질문으로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경제 성장의 기회와 과실을 특정 소수가 아닌 모두가 함께 나눌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