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 압박에 시장 흔들, 압구정 11억원 하락에도 누적 상승 벽 ‘까마득’
다주택 압박에 시장 흔들, 압구정 11억원 하락에도 누적 상승 벽 ‘까마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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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물 급증에 가격 하락 기대감 상승
정부 “다주택 레버리지 축소” 메시지
누적 상승폭 대비 최근 조정 폭 한계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의 호가가 일제히 낮아지면서 압구정 등 핵심 사업지에서도 급매물이 등장했다.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방침을 밝힌 이후 매물이 빠르게 늘어난 가운데, 서울 전역에서 매도 물량 증가 흐름이 확인되는 모습이다. 여기에 실제 거래에서도 직전 가격 대비 수억원 낮춘 거래가 이어지며 상승세 둔화 신호가 포착됐다. 다만 지난해 서울 아파트 가격이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는 등 누적된 상승 폭이 큰 만큼 본격적인 가격 안정 국면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관측이 주를 이룬다.
‘급매’ 타이틀에도 여전히 높은 호가
2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압구정현대 6·7차(전용면적 144㎡) 아파트의 호가는 최근 70억원을 기록했다. 1978년 준공된 해당 단지는 한강 접근성을 비롯한 입지와 규모 면에서 ‘재건축 최대어’로 평가됐다. 이에 시공사 선정 직전이었던 지난해 7월에는 실거래가가 81억원까지 뛰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유예를 종료하기로 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세 부담 증가를 우려한 소유주들은 일제히 매물을 쏟아내기 시작했고, 83억원 안팎을 오가던 호가는 70억원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현장에서는 추가 가격 조정 기대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압구정동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정부 발표 직후 바로 호가를 4억원 내린 집주인도 있다”며 “잠재 매수자는 가격이 더 내려갈 것이라고 생각해 60억원대 매물을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황상 ‘급매’로 분류되지만 70억원이라는 절대 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평가도 동시에 제기된다. 불과 반년 전 80억원을 웃돌았던 사실을 고려하면 하락 폭은 크지만, 장기간 누적된 상승분이 상당해 시장 참여자들의 체감하는 조정 폭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비슷한 흐름은 서울 주요 정비사업 추진 단지 전반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송파구 올림픽선수기자촌(83㎡) 호가는 28억9,000만원까지 낮아졌다. 직전 실거래 최고가 32억원과 비교해 3억1,000만원 하락한 가격이다. 또 서초구 잠원동아(84㎡)는 32억원까지 내려왔는데, 동일 면적 최고 40억원 매물과 비교하면 8억원에 달하는 격차가 발생했다. 영등포구 여의도시범(118㎡) 단지 역시 35억원의 호가로 실거래 최고가(38억5,000만원) 대비 3억5,000만원 낮은 수준을 보였다. 서울 전반에서 고가 대비 10% 안팎의 수억원 단위 조정 사례가 연쇄적으로 나타나는 양상이다.
매물 증가도 수치로 확인된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의하면 지난 19일 기준 압구정동 매물은 1,388건으로 한 달 전 1,268건 대비 9.4% 늘었다. 여의도 역시 같은 기간 391건에서 469건으로 19.9% 증가했다. 서울 전역으로 보면 한 달 사이 9,000건 넘는 매물이 새로 시장에 나왔다. 일주일(13일~19일) 기준으로도 서울 전체 매물은 3.4% 증가했으며, △성동구 9.2% △성북구 8.4% △강북구 6.5% 등 지난해 상승 폭이 컸던 지역 중심으로 증가율이 높았다. 시장 안팎에서 2년 만의 하락 전환 가능성이 거론되는 배경이다.
레버리지 확대→금융위기 확산 우려
정부는 다주택자의 차입 투자 구조를 문제 삼으며 연일 강도 높은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물을 통해 “아파트와 비(非)거주 다주택의 레버리지 의존 구조를 지금처럼 유지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가”라고 꼬집었다. 그는 “주택 문제는 가격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라고 짚으며 “과도한 담보대출 기반 투자는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투자 목적의 레버리지가 금융 불안으로 전이된다면, 그 위험은 사적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섞인 관측도 내놨다.
김 실장은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 가격은 앞으로도 동일한 조건으로 신용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제를 반영한다”면서 “정부 제도 전환의 방향은 이러한 투자 목적 레버리지를 점진적으로 축소하겠다는 방향성에 대한 신뢰”라고 말했다. 구체적 수단으로는 △비거주 다주택 대출의 단계적 담보인정비율(LTV) 축소 △투자 목적 주택 매입에 대한 위험가중치(RWA) 조정 △대출 만기 구조 차등화를 제시했다. 이러한 신호들이 축적되면, 부동산 투자의 기대 수익률 또한 재평가될 것이란 설명이다.
정책 기조의 배경에는 시스템 리스크에 대한 과거의 경험이 영향을 미쳤다. 김 실장은 1990년대 일본의 자산버블 붕괴와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발 글로벌 금융위기를 언급하며 “이들 두 사례는 자산 가격 변동이 신용 시스템을 통해 거시경제 위기로 증폭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경고했다. 실제 한국은행 집계에서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1,170조7,000억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나타냈는데, 정부는 이를 금융 건전성 차원의 구조 개편 과제로 인식하고, 관련 대출·세제 체계 전반의 재설계를 예고한 상태다.
이러한 정책 신호는 시장 심리에도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박춘성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믿음이 생기면, 결국 주택 가격 하락은 피할 수 없다”면서 “레버리지 축소 과정에서 임대 공급 감소가 발생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구체적으로는 △장기 안정 임대를 제공하는 기관형 사업자 육성 △공공·준공공 임대 확대 △거주 목적 장기 고정금리 금융의 체계적 공급 등 대안을 제시했다. 이러한 대안들은 임대 공급 구조 개편을 병행해 다주택자 레버리지 축소에 따른 여파를 최소화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13.5% 급등 이후 조정 가능성
다만 본격적인 가격안정화에 이르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단기 조정 움직임은 포착되지만, 지난 수년간의 상승 폭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란 평가다. 서울시가 한국부동산원의 ‘공동주택 실거래가격지수’ 중 서울 아파트 관련 내용을 발췌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전년 대비 13.5% 상승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유동성 확대 영향으로 급등했던 2021년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이다. 부동산원의 실거래가격지수는 거래 신고 자료 전수를 토대로 산출한 지표라는 점에서 시장의 체감 흐름을 반영한다.
월별 흐름에서도 상승세는 완전히 꺾이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는 전월 대비 0.35% 상승했고, 전년 동월과 비교해선 13.49% 뛰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2021년 10월 정점을 찍은 뒤 2022년 12월까지 완만한 하락세를 보였으나, 2023년 다시 상승세로 전환해 줄곧 우상향을 그렸다.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쏟아진 단기간 매물과 일부 급매에도 해당 단지들이 여전히 높은 호가를 유지할 수 있었던 데는 실거래 지표상 누적된 상승 추세가 자리한 셈이다.
권역별로는 온도 차가 존재한다. 도심권이 소폭 하락한 반면, 동남권·서남권·서북권·동북권 4개 권역은 상승했다. 특히 동남권 상승률은 1.43%로 전체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규모별로는 대형을 제외하고 모두 상승했으며, 40㎡ 이하 초소형 아파트가 0.94%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12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는 서울 동남권을 제외한 도심권·동북권·서북권·서남권에서 전월 대비 상승해 서울 전체 기준 0.56% 올랐다. 동북권은 1.01% 상승해 권역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전세시장 역시 가격 안정과는 다른 방향의 움직임을 보였다. 지난해 서울의 연간 전세 가격 상승률은 5.6%로 2024년 상승률 2.7%의 두 배를 웃돌았다. 서울시는 “실거주 의무 등 정부의 잇따른 규제 강화로 인해 전세 매물 공급이 크게 감소한 데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올해 1월 토지거래허가 신규 신청은 6,450건으로 전월 대비 33.6% 증가했으며, 신청 가격은 전월 대비 1.8%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신청 가격 상승률 2.31%보다는 둔화한 수치지만, 강남 3구와 용산구는 2.78%의 오름세를 그리며 여전히 견조한 가격 흐름을 보였다. 지금까지 누적된 상승 폭과 이러한 양극화 흐름을 감안하면, 전반적 가격 안정까지는 추가 조정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관찰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