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협상' 카드 꺼내든 채 전쟁 대비하는 이란, 美 불만 표출·내부 반발 확대
'핵 협상' 카드 꺼내든 채 전쟁 대비하는 이란, 美 불만 표출·내부 반발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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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군사 압박에 핵 협상 의지 표명한 이란, 합의안 초안 준비 중 전시 체제 전환 기조는 유지, 무력 충돌 가능성 남아 있어 "왜 항복 않나" 의문 표하는 美, 이란 내부 반발도 격화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이 조만간 재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중동 지역에 대규모 전력을 집결하며 이란을 향한 군사적 위협을 본격화한 가운데, 이란 당국이 합의안을 마련하며 협상 테이블에 앉겠다는 뜻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다만 이란은 대화의 여지를 열어 둠과 동시에 전시 체제 전환 행보를 지속하며 미국과의 무력 충돌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란, 美와 핵 협상 재개 전망
22일(이하 현지시각) AFP,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미국과 이란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협상을 재개할 것으로 관측된다고 보도했다. 최근 이란 당국이 미국과의 외교적 해법 도출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전언이다. 실제 압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지난 20일 미국 MS나우 인터뷰에서 “미국 측 요청으로 합의안 초안을 준비 중”이라며 “향후 2~3일 내 상부 최종 확인 후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에게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과의) 다음 만남에서 초안 문구를 협상해 결론에 도달할 수 있으며, 일주일 내 합의안 문안을 놓고 진지한 협상을 시작해 합의에 이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후 아라그치 장관은 22일 CBS 뉴스 인터뷰에서도 "외교적 해결의 좋은 기회가 있다"며 핵 프로그램 관련 재개 협상을 앞두고 잠재적 합의의 세부 내용을 조율 중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미국이 군사 행동에 나설 경우 (이란에는) 자위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다"고 경고하면서도 협상 타결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모습을 보였다. 중재국인 오만의 바드르 알부사이디 외무장관 역시 협상이 23일 제네바에서 재개될 예정이라며 "합의 최종 타결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한 긍정적인 추진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이란 당국의 입장은 미국의 군사적 압박이 눈에 띄게 거세지는 가운데 나왔다. 최근 미국은 2003년 이라크 전쟁 이후 최대 규모의 전력을 중동에 집결시켰다. 중국 상업위성 분석 업체 미자르비전의 위성사진 분석 내용에 따르면, 미국은 EA-18G 전자전기, F-35, F-22, F-15, F-16, C-17 수송기, KC-135 공중급유기, E-3C 공중조기경보통제기 등을 중동 지역에 배치한 상태다. 또 에이브러햄 링컨호와 제럴드 R. 포드호 등 2개의 항공모함 전단도 중동으로 전개했고, 이란의 반격을 대비해 최첨단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와 패트리어트 요격 시스템도 주변 동맹국 등에 배치했다. 양국 간 긴장감이 대폭 고조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평화위원회 첫 회의에서 이란을 향해 “(핵과 관련해) 합의하지 않으면 나쁜 일이 일어날 것”이라며 열흘의 협상 시한을 제시하고 나섰다.
꺾이지 않은 '군사 대응' 의지
이란은 미국의 압박 속에서 협상 의지를 표명하기는 했으나, 군사적 대응 카드를 내려놓지 않은 상태다. 지난 19일 이란과 러시아는 연합 군사 훈련을 진행했다. 프레스TV 등 이란 매체는 양국 해군이 호르무즈 해협 연안의 반다르아바스 항구를 중심으로 나포된 선박을 구출하는 모의 작전을 수행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훈련에는 이란의 알반드 구축함, 미사일 발사 전함, 헬리콥터, 상륙정, 전투용 고속정 등이 동원됐다.
이에 더해 이란은 미국의 무력 사용에 대비해 국가 전체를 전시체제로 전환 중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이란 정권은 최근 병력을 전진 배치하고 지휘 권한을 분산했으며, 혼란 속 내부의 위협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는 반체제인사 탄압도 확대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역시 일선 부대가 독자적으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어 전략을 부활시키고, 호르무즈 해협에 혁명수비대 해군을 전진 배치했다. 이는 미국과의 핵 협상이 실패할 경우 현 정권이 붕괴할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조치로 풀이된다.
핵 시설 방어 태세도 강화됐다.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가 분석한 위성 사진을 살펴보면, 이란은 이스파한 핵 시설과 이른바 '곡괭이 산(Pickaxe Mountain)' 지하 터널 단지의 입구를 콘크리트와 암석으로 보강하고 있다. 이는 공습 피해를 최소화하고 미군 특수부대의 진입을 차단하기 위한 행보로 읽힌다.

이란 내 시위 열기 재점화
미국 측은 이 같은 이란의 움직임에 의문을 품고 있다. 22일 위트코프 특사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자리에서 '항복'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지는 않지만, 대통령은 왜 그들이 항복하지 않는지 궁금해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에) 막대한 해상 전력이 배치되고 압박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어째서 이란은 우리에게 찾아와 '무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선언하거나 (합의를 위한) 제안을 하지 않는 것인지 의문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 내부적으로도 정권에 대한 공개적 저항이 거세지고 있다. 미국의 군사적 위협이 고조되자 수많은 시위 인원을 살해한 이란 정권에 대한 분노가 다시 고개를 든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새 학기 첫날인 21일 이란 주요 대학 캠퍼스에서 시위 희생자를 추모하고 보안군을 규탄하는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이란의 명문 공대인 테헤란의 샤리프 공대에서는 이란 국기를 든 수백 명의 시위대가 캠퍼스를 행진하며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겨냥해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시위대는 캠퍼스 밖에서 사복 차림의 바시지 민병대와 충돌했고, 진압 과정에서 폭력 사태가 발생했다. 바시지 민병대는 이란 혁명수비대의 준군사 조직으로 지난달 유혈 진압에 투입된 바 있다.
아미르카비르 공대에서는 희생된 시위대를 추모하기 위해 검은 옷을 입고 모인 학생들이 “샤 만세”를 외치기도 했다. 이란의 마지막 샤(국왕)의 장남으로 망명 중인 왕세자 레자 팔라비를 옹호한 것이다. 아미르카비르 대학의 한 학생 단체는 텔레그램 게시물에서 시위대가 “우리의 목표는 전체 시스템”이라고 외쳤으며, 경찰이 대학 입구를 봉쇄하고 학생 일부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테헤란 의대 학생들이 수감된 학생 등 구금자들을 지지하는 행진과 연좌시위를 벌였고, 이란 북동부 마슈하드의 한 대학교와 테헤란의 샤히드 베헤슈티 대학 학생들도 단체 시위에 나섰다.
이란의 고등학생들도 등교를 거부하며 집단행동에 돌입했다. 이란 교사노조협의회는 테헤란, 고르간, 반다르 압바스 등 여러 도시에서 학생과 교사들이 정권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등교를 거부하고 집에 머물렀다고 밝혔다. 아울러 ‘빈 책상’이라는 이름의 해당 집단행동이 “살해당한 수백 명의 학생과 수십 명 교사의 이름 및 기억을 영원히 간직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