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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법원 상호관세 위법 판결, ‘세계 관세’로 대응 나선 트럼프 통상 전략 분수령

미 대법원 상호관세 위법 판결, ‘세계 관세’로 대응 나선 트럼프 통상 전략 분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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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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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법 122조 적용 및 301조 병행 추진
고율 관세 벗어난 중국과 협상 구도 변화
日 “투자계획 유지”, 기업 환급 문제 남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각) 백악관 브리핑에서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사진=백악관 유튜브 캡처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를 위법으로 판단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도 급격히 방향을 틀게 됐다. 판결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또 다른 법 조항을 근거로 모든 국가에 10% 일괄 관세를 예고했고, 하루 만에 이를 다시 15%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또한 권력분립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에 직면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기존 상호관세가 무효화된 상황에서 새로운 관세 역시 논쟁의 대상이 되면서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은 한층 커지는 모양새다. 이러한 변화는 중국의 협상 전략과 미국 산업계의 대응에도 작지 않은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의회 패싱, 권력분립 원칙 위배”

22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 연방대법원은 지난 20일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는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지난 1·2심의 위법 판결 기조를 유지한 것이다. 지금까지 미 대법원은 주요 정치적 국면이 닥칠 때마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해소하는 방향의 판결을 내리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6명 보수 성향 대법관 중 절반인 3명이 “관세 부과의 주체는 의회”라는 미 헌법의 정신을 근거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에 정면으로 제동을 걸었다.

상호관세 카드가 무효화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한 대체 조치를 내놨다. 전 세계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이른바 ‘세계 관세(Worldwide Tariff)’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동부시간 기준으로 24일 0시1분 발효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리고 하루도 지나지 않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대법원 판결문은) 터무니없고 형편없이 작성됐으며, 극도로 반미(反美)적”이라고 비판하며 “세율을 15%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미 무역법 122조는 대통령이 국제수지 문제 해결을 이유로 최대 15%의 관세를 150일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발동과 연장을 위해서는 의회 승인이 필요하다. 미 의회에서는 지난해 캐나다 관세 부과 표결에서 공화당 의원들이 이탈한 전례가 있는 만큼 의회 승인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또한 해당 조항은 1970년대 달러·환율 위기 속 국제수지 불균형을 긴급 조정하기 위해 도입된 법으로, 광범위한 통상 압박 수단으로 설계된 조항이 아니라는 점에서 목적 남용 논란도 함께 제기되는 실정이다.

로이터는 “무역법 122조는 대통령이 최대 15%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허용하지만, 이 역시 법적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번 판결을 이끈 원고 측 수석 변호사 닐 카티알 전 미 법무차관 대행 역시 “미국에서는 오직 의회만이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꼬집으며 “역대 대통령 중 122조를 근거로 관세를 부과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이 의회를 거치지 않고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 자체가 권력분립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법 301조 적용을 위한 조사 개시도 지시했다. 301조는 불공정하고 차별적인 무역 관행에 대해 보복 조치를 허용하는 조항으로, 적용까지 최소 수개월에서 경우에 따라 1년 이상이 소요된다. 이 때문에 122조 관세의 기한인 150일 내 절차를 완료하기에는 시간적 제약이 크다. 이 밖에도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품목별 관세 확대 가능성 등이 거론되지만, 관세 정책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고 있는 만큼 추가 부담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ABC와 워싱턴포스트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에 의뢰해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는 미국인의 64%가 관세 정책에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압박 카드 일부 소실

이번 대법원 판결과 트럼프 대통령의 15% ‘세계 관세’ 전환은 기존 고율 관세의 직접적 부담을 떠안았던 중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제시했다. 법원이 기존 관세를 무효로 판단하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중국에 추가로 부과한 상호관세 10%와 펜타닐 관세 10%를 합한 20% 추가 관세는 효력을 상실했다. 그 결과 중국은 미국 동맹국들과 동일한 15%의 균일 관세율만 적용받게 됐다. 기존 관세 체계와 비교할 때 명목상 부담은 낮아진 셈이며, 150일의 유효기간이 설정된 무역법 122조 관세 특성상 장기 압박 수단으로 활용되기 어렵다는 점도 함께 거론된다.

중국 내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상대적 위치 변화의 관점에서 해석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가오링윈 중국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관영 매체를 통해 “사실상 모든 국가가 같은 출발선에 서게 되는 것”이라며 “모든 국가에 관세가 동일하게 적용된다면, 상대적 경쟁 구도는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며 중국에 대한 실제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의 관세 결정은 매우 자의적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정치적 무기로 활용한다”고 비판하면서도 “새로 발표된 일괄 15% 관세는 매우 갑작스러운 정책 조정으로, 그에 따른 영향은 아직 정량화하기 어려운 시점”이라고 짚었다. 

협상 구도 측면에서도 변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 31일 베이징을 방문할 예정으로,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2017년 이후 처음이다. 양국 정상회담을 불과 한 달 남짓 앞둔 시점에서 상호관세 무효 판결이 나오면서 협상의 무게추 역시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스인훙 중국인민대 교수는 “미국 대법원 판결이 중국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레버리지(협상력)를 약화했다”고 말했고, 중국 공산당 내부 관계자 역시 “미국의 압박 수단이 줄어들면서 중국은 미국 대법원 판결 전에 준비했던 것보다 더 적은 양보를 제시할 수 있게 됐다”고 내다봤다.

양국은 지난해 관세 전쟁을 벌이다 10월 말 한국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고율 관세와 무역 보복 조치를 1년간 유예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이후로도 미국은 상호관세와 펜타닐 관세를 더해 20% 추가 관세를 부과했고, 중국은 보복 관세와 함께 희토류 수출 통제, 미국 농산물 수입 중단 등으로 대응했다. 이를 두고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스콧 케네디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희토류 때문에 이미 수세에 몰린 상황”이라며 “대법원 판결은 중국 시각에서 볼 때 그의 약점을 굳히는 효과를 불러왔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본은 관망 속 투자 유지

미국 내부적으로는 산업계를 중심으로 대응 전략 재검토에 들어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 보도에서 “일부 기업 경영진은 판결 직후 안도감을 표했으나, 이미 납부한 관세의 환급 가능성과 대체 관세 추가 인상 여부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한층 커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가구업체 에단 앨런의 파루크 캐스와리 최고경영자(CEO)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며칠간 상황을 더 정확히 이해해야 할 것 같지만, 지금으로서는 환급 지침이 부재한 상황에서 계속 관세를 납부해야 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에 환급 규모를 둘러싼 논쟁도 뜨거워지는 양상이다. 수입 업체들은 이미 낸 관세를 신속히 돌려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법조계의 시각은 자동 환급이 쉽지 않아 기업이 별도 소송을 제기해야 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이에 일부 업체는 향후 발생할 환급 채권을 제삼자에게 양도하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택하기도 했다. 애틀랜타 소재 유아용품 업체 키즈2가 대표적 예로, 해당 업체는 환급 가능 금액으로 1,500만 달러(약 217억원)를 추산해 이 가운데 절반가량을 헤지펀드에 넘겨 일부 비용을 회수했다.

대외적으로는 일본의 대응이 주목된다. 일본 정부는 미 대법원의 상호관세 무효 판결 이후에도 5,500억 달러(약 797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산 미국 수출품에 적용되던 일률 15% 관세가 대체 관세 체제에서도 15%로 유지되고, 자동차·철강 등 품목별 관세 역시 종전과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NHK는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관세 합의 패키지의 일부인 상호관세가 시행되지 않더라도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는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되는 만큼 미국과의 합의 또한 지켜질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일본 정치권 일각에서는 관세 정책의 예측 가능성 훼손을 우려하는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오노데라 이쓰노리 자민당 세제조사회장은 “기업은 시장 환경에 따라 ‘이 정도 관세에선 이렇게 투자한다’ 같은 계획을 세우는데, 이런 식으로 엉망이 되면 (일본 기업들의) 미국 이탈이 진행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면서 “지금까지 불법적으로 납부된 관세에 대해선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게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내 환급 혼선과 일본의 관망 속 투자 유지가 교차하면서 관세 판결 이후 통상 환경은 기업 의사결정의 불확실성을 확대하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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