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폴리시] 中 해경의 경고 "더 자주, 더 오래 머무는 쪽이 주인이다"
[딥폴리시] 中 해경의 경고 "더 자주, 더 오래 머무는 쪽이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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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해경, 대규모 증강 회색지대 압박 가속 반복 순찰·상시 배치 통해 해역 통제 인식 변화 미국 산업·운용 격차 노출, 북서태평양 질서 재편 진행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024년 기준 중국 해경은 150척 이상의 대형 순시선을 확보하며 세계 최대 규모의 해상 전력을 구축했다. 이러한 급격한 전력 증강은 해양 공간에서의 조직력과 지속 운용 능력을 과시하려는 전략적 행보로 해석된다. 특히 평시와 전시의 경계가 모호한 ‘회색지대(Grey Zone) 전술’을 본격화하며 상시 배치와 다층적 압박을 통해 분쟁 수위를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서 관리하는 양상이다.
회색지대 전술의 핵심은 직접적인 군사 충돌을 회피한 채 장기적으로 통제권과 행동 규범을 재편하는 데 있다. 반복적인 순찰과 지속적인 현장 존재감은 점차 관행으로 굳어지며 사실상의 관리 권한 확대로 이어진다. 함정 수와 순찰 일수 등 물리적 지표가 누적될수록 해양 질서의 중심은 서서히 이동하며, 결과적으로 전략의 목적은 ‘일상적 우위’를 확보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남중국해·동중국해 반복 압박의 구조
남중국해에서의 전술 운용은 이미 정형화된 방식으로 전개되는 추세다. 중국 해경 선박이 상대 조사선을 밀착 감시하는 사이, 해상 민병대와 어선단이 분쟁 수역에 집결해 집단 조업을 수행한다. 이는 무력 충돌의 문턱을 넘지 않으면서도 상대 해군의 대응 자원을 소모시키고 결속력을 시험하는 고도의 심리전이자 소모전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수년간 분쟁 해역 내 합동 순찰과 준군사 조직 활동은 정례화 단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반복적 출현은 상시적 활동의 축적으로 이어지며, 통제 권한에 대한 국제적 인식을 서서히 변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정 수역에 누가, 얼마나 자주, 얼마나 오래 머무는지가 사실상의 관리 주체를 판단하는 실질적 척도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동중국해와 북서태평양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관측되고 있다. 분쟁 도서 인근의 접근 순찰과 레이더 경보를 동반한 항공 활동, 민감 수역 내 연구선 운항은 상대의 대응 체계를 점검하는 절차로 풀이된다. 외교적 항의를 유발하는 조치와 실질적 대응 없이 지나가는 상황을 구분해 데이터화함으로써 전략 환경을 계량화하는 방식이다. 이는 교전 없이도 억지력의 밀도와 동맹의 반응성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수단이 된다.

미 해군의 구조적 부담과 산업적 격차
중국의 공세는 이미 미 해군의 운용 체계에 심각한 과부하를 초래하고 있다. 호위 및 정찰 임무가 전방위로 확대됨에 따라 연료, 정비, 인력 투입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며 전력 피로도가 임계치에 다다르는 실정이다. 또한 해군과 해경, 민간 기관 간의 법적 권한 차이에서 발생하는 제도적 간극 역시 중국의 주요 공략 지점으로 부상했다.
현장 압박의 기저에는 양국 간의 현격한 산업적 격차가 자리 잡고 있다. 주요 국방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함정 건조 속도는 이미 미국을 상회하는 수준에 도달한 상태다. 미국 조선업이 기술적 경쟁력은 유지하고 있으나, 건조 물량 면에서는 수년째 열세를 면치 못하는 형국이다. 특히 인력 부족과 공급망 압박 등은 동맹국과의 공동 건조 구상을 가로막는 구조적 제약으로 꼽힌다. 결과적으로 일 단위로 축적되는 현장 압박을 장기 일정에 따라 움직이는 산업 구조가 따라가지 못하는 전략적 시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한국이 제안한 대미 투자 프로젝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는 이러한 공백을 보완하기 위한 유의미한 시도로 평가된다. 동맹국의 자원과 인프라를 활용해 미국의 조선 역량을 재건하겠다는 구상으로, 산업 협력은 중장기적으로 안보 기반을 확대할 수 있는 핵심 동력이 된다.
그러나 조선소 확장과 기술 이전이 단기간에 실질적인 함정 증강으로 직결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 지점에서 발생하는 시간 격차는 상당한 전략적 함의를 지닌다. 산업 역량이 가시적 성과를 내기 이전 압박이 임계치까지 누적될 경우, 해역 통제에 대한 국제적 인식은 선제적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즉, 작전상의 미세한 우위가 장기적인 영향력으로 전환되는 구조가 형성되는 셈이다. 함정 한 척의 증가는 곧 순찰 일수의 확대를 의미하며, 이는 일상적 통제력을 강화하는 실질적 수단으로 작동한다.

제도 개편과 동맹 공조를 통한 대응 과제
회색지대 전술은 단순한 군사적 대응만으로는 관리하기 어렵다. 행정 역량의 결집과 기관 간의 유기적 조율이 성패를 가르는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해군과 해경, 법 집행 기관 및 외교 채널이 분절적으로 기동할 경우, 대응 지연과 정책적 혼선이 불가피하다. 반면 권한과 역할이 명확히 정립된 체계는 긴장 확산을 억제하면서도 일관된 억제 신호를 발신하는 보루가 된다.
전력 증강 및 조달 정책의 방향성 역시 전면적인 재정립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고성능 전투함 전력이 고강도 충돌을 막는 억지력의 근간이라면, 일상적인 현장 존재감을 유지하는 순찰 전력은 회색지대 경쟁의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저비용 순찰함과 임무 전환이 용이한 다목적 플랫폼, 그리고 유연한 예비 승조 체계는 전투 전력의 피로도를 최소화하면서도 상시 배치를 가능케 하는 핵심 자산이다. 이는 장기적인 경쟁에서 운용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현실적 방안이기도 하다.
회색지대 전술은 국가 간 대응 방식의 불균형과 틈새를 집요하게 공략한다. 파트너국별로 반응이 엇갈릴수록 상대의 압박 효과는 증폭된다는 점에서, 동맹 간의 대응 강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사전에 합의된 법적 대응 기준과 공동 물류 거점, 실시간 정보 공유 체계는 이러한 안보 취약성을 보완하는 핵심 열쇠다. 특히 일관된 외교적 메시지는 영토와 주권의 점진적 침식을 억제하는 심리적 방어막이 되며, 중장기적인 산업 협력은 그 기반을 공고히 하는 동력으로 작용한다.
결국 쟁점은 산업 규모와 질적 우위의 상관관계로 귀결된다. 미 해군의 고성능 플랫폼은 전면 충돌을 억제하는 전략 자산이지만, 회색지대 국면에서는 전투 능력보다 상시 운용 능력이 영향력을 좌우한다. 기술적 우위가 고강도 충돌을 억제하는 기능을 수행한다면, 산업 규모와 전력의 양은 평시 해역 관리의 현실을 반영한다. 북서태평양의 해양 질서는 누가 더 오래, 더 자주 현장을 유지하느냐에 의해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Quiet Measures, Big Gains: How naval grey-zone tactics are reshaping naval power in the Northwestern Pacific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