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폴리시] 미·중 성장 격차가 바꾼 G20 판도, '기후' 밀어내고 '실리' 채웠다
[딥폴리시] 미·중 성장 격차가 바꾼 G20 판도, '기후' 밀어내고 '실리'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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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의제 축소, 협력에서 경쟁으로 구조 전환 환경 의제 후퇴, 통상·산업 전략 부상 교육·정책 구조, 경쟁 체제 맞춰 조정 요구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세계 경제 질서의 무게중심이 요동치고 있다. 지난해 말 요하네스버그 주요 20개국 정상회의(G20)에 미국이 불참한 것을 두고, 외교가에서는 '전략적 노선 수정'이라는 해석이 주를 이뤘다. 작년 중국이 4.8~5.0%의 성장세를 유지한 반면 미국은 1.8~2.4% 수준에 머물렀다는 점은 이러한 변화의 배경을 짐작게 한다. 성장의 가시적인 차이가 국제무대의 성격을 '조율의 장'에서 각국의 전략과 이해관계가 선명하게 부딪히는 '전쟁터'로 탈바꿈시키는 모습이다.
'경제·재정' 중심의 실리 추구
변화의 전조는 G20 의제 구성에서 극명히 드러났다. 기존의 핵심 축이었던 기후·환경·사회 분야의 비중이 급감한 자리에 거시 경제, 통상, 재정, 공급망 등 실질적인 경제 현안이 들어차는 흐름이다. 장기적인 글로벌 공동 목표 설정보다는 자국 산업 경쟁력과 성장 전략 확보가 논의의 전면에 등장한 것이다. 특히 중국과의 성장 격차와 산업 주도권 확보가 최우선 과제로 부상하며, 협상을 주도하는 정부 부처의 위상 역시 재무·통상 중심으로 재편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G20 논의 구조를 경제와 재정 분야로 압축하는 작업을 본격화했다. 미 재무부는 식량 안보 분야 금융 지원을 연간 150억 달러(약 21조5,000억원)규모로 60% 확대하는 등 수치로 확인 가능한 성과를 내세우며 주도권을 과시했다. 백악관 또한 올해 미국 의장국 수임 기간 중 의제를 대폭 간소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광범위한 다자 합의 대신 실질적인 경제적 이득에 집중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다자 협력 약화 속 교육·산업 패러다임 변화
이러한 의제 축소는 연쇄적인 파급 효과를 예고한다. 세계자원연구소(WRI)는 G20이 금융과 비용 문제에 매몰될 경우 녹색 일자리나 재교육 등 실물 경제 정책이 부각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기후와 사회 분야의 다자 합의는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국제 규범에 기대온 국가들로서는 이제 양자 협상이나 지역 협의체를 통해 개별적으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 셈이다.
교육 분야 역시 변화의 파고를 피하기 어렵다. 유네스코(UNESCO) 등 국제기구는 다자 협력의 약화가 교육 프로젝트의 재정 기반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를 꾸준히 제기해 왔다. G20 차원의 직업훈련 논의 등이 축소되면 각국은 자체적인 산업 연계 프로그램을 강화할 수밖에 없어서다. 대학을 비롯한 교육 기관들이 국제적 합의라는 '외풍'에 기대기보다, 산업 현장의 수요와 직접 연결되는 실무형 구조를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미·중 경쟁 전면화
의제 재편의 기저에는 깊어진 미·중 경쟁 구도가 자리하고 있다. 중국의 상대적 고성장에 대응해 미국은 관세 인상과 보조금 지급 등 자국 산업을 직접 지원하는 정책을 택했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주요 기관들이 중국의 성장 우위를 전망하는 상황에서, 단기에 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산업·통상 정책은 국내 정치적으로도 강력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로 인해 기후 대응이나 불평등 완화 같은 인류 보편의 가치가 후순위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성장 격차가 경쟁 압력을 높이는 구조적 요인으로 굳어지는 이상, 다자 협력의 폭이 좁아지는 현상은 피하기 어려운 현실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G20이 경쟁 중심의 틀로 변모함에 따라 환경이나 노동 관련 규범은 이제 지역 기구나 별도의 기술 협의체를 통해 보완해야 할 과제로 남겨졌다.
국가 전략에 맞춘 교육·정책 재설계 시급
변화한 G20의 역할은 교육과 공공정책의 전면적인 재검토를 요구한다. 다자 협력을 전제로 설계된 기존 정책 환경이 '국가 간 경쟁 구조'로 이동함에 따라, 인재 양성과 연구 투자도 산업 전략과 연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반도체, 배터리, 첨단 제조 등 전략 산업과 직결된 직업훈련 및 교육 과정 확대는 이제 생존의 문제로 직결된다.
정부는 다자 협력 축소라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 주요국과의 다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한편, 무역·투자 정책의 변화가 고용 시장에 즉각 반영되도록 정책 간 연계성을 정밀하게 다듬어야 한다. 일각에서는 과도한 비관론을 경계하기도 하지만, 강대국들이 단기 지표에 집중할 때 다자 협력의 동력이 급격히 약화됐던 과거의 사례들은 결코 가볍지 않은 경고를 던진다.
결국 미·중 성장률 격차는 단순한 통계를 넘어 G20의 본질적 변화를 보여주는 가늠자다. 국제사회가 합의의 공간에서 경쟁의 무대로 이동하고 있음을 인정하고, 공급망과 전략 산업을 반영한 교육과정을 제도화하는 실무적 대응력이 절실하다. 정상회의가 보내는 강력한 변화의 신호를 국가 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연결하는 실행 체계 구축이 향후 국가의 위치를 결정할 핵심 열쇠가 될 전망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The Trump G20 agenda: shrinking the forum to project U.S. power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