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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유럽이 외면한 건물 최적화, 가장 빠른 에너지 전환 경로

[딥테크] 유럽이 외면한 건물 최적화, 가장 빠른 에너지 전환 경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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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months 1 w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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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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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과학의 언어로 읽고, 사실 위에 통찰을 더하는 글을 전합니다. 복잡한 현상 속에서 본질을 찾아 독자와 함께 사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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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 배분 구조가 바꾸는 에너지 정책의 기준
예측 기술 임계점 통과와 학습 속도 경쟁
제도 설계가 고정하는 운영 역량 축적 경로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럽 에너지 정책의 무게 중심이 ‘설비 확대’에서 ‘운영 최적화’로 이동하고 있다. 정책의 핵심이 발전 설비 증설 규모에서 자본의 흐름과 그 축적 효과로 옮겨간 것이다. 최근 5년의 경험은 전환의 성과가 신규 설비 확충보다 운영 구조의 개선에서 먼저 확인됐음을 보여준다. 특히 유럽연합(EU) 건물 부문은 전체 에너지 소비의 약 40%를 차지하는데 이 비중은 정책적 레버리지를 의미한다. 운영 데이터와 제어 기술을 반복 적용할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기존 설비를 유지한 채 제어 체계만 조정해도 수요 절감이 가능하며, 절감 과정에서 축적된 데이터는 예측 정확도와 운영 효율을 동시에 끌어올린다. 학습이 누적되는 구조다. 자본의 배치 역시 이러한 흐름을 따른다. 유럽의 에너지 전환은 설비 중심 단계를 지나 학습 축적 단계로 진입했다. 관건은 이 학습을 얼마나 빠르게 제도화하느냐에 달려 있다.

기술 준비도의 임계점 통과

기술 준비도는 이미 임계점을 넘어섰다. 2023년 이후 축적된 연구들은 머신러닝과 통계·물리 혼합 모형이 건물 단위 에너지 부하를 안정적으로 예측할 수 있음을 반복적으로 확인했다. 기술적 불확실성이 더 이상 정책 결정의 핵심 변수로 남아 있지 않다는 의미다.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2023년 연구는 건물 규모, 층수, 준공연도와 같은 기본 정보만으로도 월간 전기·가스 소비를 정밀하게 추정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어 2024년 Yin Q. 등이 국제 학술지 Sustainability(16권 17호)에 발표한 논문 역시 다른 조건에 적용했을 때의 예측 정확도(외삽·Extrapolation)가 유의미하게 개선됐다고 보고했다. 예측 기술이 실제 운영 환경에서 재현 가능한 수준에 도달한 것이다.

남은 변수는 기술의 존재 여부가 아니다. 관건은 예측을 실제 운영 학습으로 얼마나 빠르게 전환하느냐다. 판단 기준은 ‘가능성’에서 ‘학습 축적 속도’로 이동했다. 정책과 자본의 방향 또한 이 속도를 중심으로 재정렬되는 국면에 들어섰다.

주: (좌) 2019년을 100으로 둔 가스 단위당 산출과 시간당 산출 지수, 그리고 가스 가격(EUR/MWh)을 비교한 것이다. 2022년 가스 가격 급등 이후 단위 가스당 산출은 빠르게 회복했고, 시간당 생산성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우) 2017~2023년 EU 산업 부가가치 대비 에너지 집약도(2020년 고정가격 10억 유로(약 1조7,100억원)당 석유환산톤)를 나타낸다. 전체 집약도는 완만하게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며, 특히 천연가스와 기타 화석연료 비중이 감소하는 흐름이 확인된다.

자본 배분 구조

정책의 효과는 자본이 어디에, 어떤 구조로 머무르느냐에 달려 있다. 유럽투자은행(EIB)은 유럽 에너지 효율 투자 운용사 쏠라캐피탈(Solas Capital)과 협력해 중소기업 에너지 효율 사업을 포트폴리오 단위로 묶는 투자 구조를 제시했다. 개별 설비 교체에 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이 아니라, 반복 가능한 사업 묶음을 설계해 자본의 회전과 재투자를 가능하게 하는 접근이다.

에너지-서비스(Energy-as-a-Service) 모델은 절감 예측을 장기 현금 흐름으로 전환하고, 이를 기관 자본이 매입 가능한 자산으로 재구성한다. 이 구조에서 예측은 기술적 산출물이 아닌 금융 계약의 기초가 된다. 자본은 더 이상 물리적 설비 자체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학습과 운영 성과가 축적되는 단위, 즉 데이터와 성과가 반복적으로 쌓이는 구조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유럽경제정책연구센터(CEPR)가 올해 초 내놓은 분석은 효율 개선이 생산성과 잠재성장률을 제고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절감 효과가 거시적 성장 변수로 연결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반복 가능한 투자 구조가 형성되는 국면임을 보여준다. 자본의 이동이 제도 설계를 앞서가고 있다면, 다음 과제는 이러한 구조를 제도적으로 고정하고 확산할 수 있느냐다.

제도가 학습을 고정하는 방식

제도 설계는 학습의 지속성을 좌우한다. 예측 기술이 안정 단계에 도달했더라도, 이를 공식적인 성과 기준으로 인정하는 측정·검증 체계가 마련되지 않으면 운영 학습은 축적되지 않는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규칙이다.

2023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전략적 에너지 기술 계획에서 효율을 핵심 축으로 제시했다. 정책 방향은 분명하다. 그러나 다년 계약과 운영 성과를 반영하는 조달 구조는 아직 정착 단계에 머물러 있다. 단가 중심의 평가 체계가 유지되는 한, 반복 학습을 전제로 한 투자 구조는 확산되기 어렵다.

데이터 표준과 상호 운용 체계 역시 기술적 과제라기보다 계약 구조와 책임 배분의 문제에 가깝다. 계약이 운영 성과와 장기 축적을 반영하도록 설계될 때 비로소 학습은 제도 안에 고정된다. 판단 기준은 단기 단가에서 축적의 지속성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 이동이 거시 생산성과 투자 구조에 어떤 파급을 남길지가 다음 관건이다.

주: 2022~2027년 에너지 가격 변화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21개국) 잠재산출 수준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에너지 효율 개선이 반영된 경우 잠재산출 감소폭은 약 -0.8% 수준에 그쳤다. 반면 효율 개선이 없었다는 가정에서는 감소폭이 약 -1.3%까지 확대된다.

거시 구조의 재편

건물 단위 최적화는 수요 구조 자체를 재편한다. EU 전체 에너지 소비의 약 40%를 차지하는 부문에서 평균 10~20%의 수요 절감이 가능하다는 추정은, 구조 조정의 잠재력을 보여준다. 반복 적용이 가능한 영역에서 절감이 누적되면 수요 곡선은 점진적으로 완만해진다. 이는 일시적 절약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의 신호다.

2019년 이후 EU 산업 에너지 집약도는 꾸준히 하락해 왔다. 효율 개선이 생산 체계에 축적되며 구조 변화를 만들어내는 흐름이다. 수요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가격 변동성은 완화되고, 수입 의존에 따른 부담도 단계적으로 줄어든다. 정책 효과의 중심이 공급 충격 대응에서 구조적 안정성 강화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렇듯 정책의 평가 기준은 공급 확대에서 예측 기반 운영 체계 구축으로 전환되고 있다. 설비 증설 중심 단계는 학습 축적 중심 단계로 넘어섰다. 학습이 얼마나 빠르게, 그리고 넓게 누적되느냐가 거시 안정성을 좌우하는 흐름이다. 이제 남은 변수는 실행 속도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Building-level Energy Optimization: the Cheap, Fast fix Europe Keeps Ignoring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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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과학의 언어로 읽고, 사실 위에 통찰을 더하는 글을 전합니다. 복잡한 현상 속에서 본질을 찾아 독자와 함께 사유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