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원자로] "재생에너지로는 안 된다" 유럽의 SMR 드라이브, 동아시아 3국도 상용화 박차
[소형 원자로] "재생에너지로는 안 된다" 유럽의 SMR 드라이브, 동아시아 3국도 상용화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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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정책 전환 나선 유럽 각국, SMR 개발에 박차 EU 차원서도 제도·재정적 지원 확대 동아시아 3국도 SMR에 초점, 韓·日은 상용화 '고전'

유럽 각국에서 소형모듈원자로(SMR) 발전소 건설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재생에너지 등을 통한 탄소 감축에 앞장서던 유럽연합(EU) 및 역내 국가들이 에너지 안보를 위해 원자력 발전으로 속속 눈을 돌리는 양상이다. 이 같은 SMR 구축 노력은 비단 유럽을 넘어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주요국에서도 속속 관측되고 있다.
SMR에 힘 싣는 유럽 국가들
4일 원전업계에 따르면, 루마니아 국영 원자력공사 누클레아르일렉트리카(Nuclearelectrica)는 오는 12일~13일(현지시각)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도이세스티(Doicesti) SMR 프로젝트에 대한 최종 투자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해당 사업은 루마니아 도이세스티 지역의 옛 석탄 화력발전소 부지에 462메가와트(MW) 규모의 SMR을 건설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미국 뉴스케일사의 77MW급 모듈 6기를 연결한 ‘VOYGR-6’ 모델이 활용되며, 투입되는 사업비는 49억 달러(약 6조5,000억원) 규모다.
재생에너지 중심 발전을 이어 오던 라트비아 역시 최근 SMR 도입을 위한 타당성 평가에 착수하며 에너지 정책의 대전환을 예고했다. 자국 상황에 SMR이 대형 원전 대비 기술적·경제적으로 적합하다는 점을 고려해 원전 도입 전략을 수립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반적으로 대형 원전(1,000MW 이상)은 라트비아처럼 전력 수요가 적은 국가의 계통망에 부담을 주지만, SMR은 소규모 그리드에도 유연하게 통합할 수 있다. 공장에서 핵심 부품을 모듈 형태로 사전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인 만큼 건설 기간이 짧고, 초기 자본 투입 부담이 적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에 더해 발전량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어 리트비아의 핵심 전력 공급원인 변동성 재생에너지의 단점을 보완하는 백업 전원 역할을 수행하기에도 용이하다.
체코의 경우 2023년 승인된 ‘체코 SMR 로드맵’에 따라 2030년대 중반 내로 첫 SMR을 가동한다는 목표를 수립, 남보헤미아 지역에 ‘SMR 핵 단지(Nuclear Park)’를 조성하고 기술 실증과 인허가 준비에 착수했다. 우선 기술 협력 파트너로는 롤스로이스 SMR이 선정됐으나,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한국 등 글로벌 선도국들과의 기술 협력도 지속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EU도 '지원사격' 나서
EU 차원의 제도적 논의도 속속 진행 중이다. 지난해 11월 EU 집행위원회가 출범시킨 SMR 민관 협력 기구 ‘유럽 SMR 산업동맹(European SMR Alliance)’은 SMR 기술 발전·배치 가속화를 위한 ‘전략적 행동 계획(Strategic Action Plan)’을 발표했다. 해당 로드맵은 2030년대 초반까지 유럽 내에서 SMR을 가동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으며, SMR 생태계 조성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으로는 △공급망 재활성화 △연구개발(R&D) 및 전문 인력 양성 △규제 프레임워크 단순화 등을 꼽았다.
EU의 핵 연구 프로그램인 유라톰(Euratom)에 배정된 예산도 빠르게 불어나는 추세다. EU 집행위는 2025년 1억1,000만 유로(약 1,890억원) 수준이었던 유라톰의 핵융합 연구 예산을 2028년 2억8,000만 유로(약 4,800억원)로 증액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2025년 5,500만 유로(약 940억원)였던 핵분열 연구 예산도 2028년 1억2,000만 유로(약 2,060억원)까지 상향 조정됐다. 향후 EU 회원국과 유럽 의회는 이 같은 집행위의 제안을 검토하고, 2028년까지 최종 예산을 협상하게 된다.
다만 업계 관계자들은 현시점 EU의 지원 수준이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한다. 유럽 원자력업계 단체 뉴클리어유럽의 에마뉘엘 브뤼탱 사무총장은 지난해 사이언스비즈니스(Science|Business)와의 인터뷰에서 "SMR 공급 업체들이 자체 연구를 진전시키고 SMR 배치를 가속화하며, 공급망 역량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자금과 명확한 목표가 필요하다"며 "유라톰 차기 프로그램의 원자력 분열 R&D 예산 증액은 긍정적인 발전이지만, 이러한 격차를 해결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짚었다. SMR 배치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유라톰 외에도 여타 EU 자금 메커니즘을 통한 추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동아시아의 SMR 상용화 노력
SMR 상용화 움직임은 아시아 주요국에서도 관찰된다. 중국은 이번 달부터 시행된 원자력법에 SMR 등 차세대 원자로의 설계 표준화와 고안전 기술 보급을 명문화, SMR 양산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법적 장치를 마련했다. 하이난성 창장 원전 단지에 건설 중인 SMR ‘링롱 1호’도 올해 상반기 중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링롱 1호가 계획대로 가동될 시 중국은 2019년 7월 SMR 건설 프로젝트에 착수한 지 약 7년 만에 세계 최초로 육상용 SMR의 상용 기록을 세우게 된다.
일본은 지난해 2월 개정된 에너지 계획에서 기존의 ‘원자력 최소화’ 방침을 삭제하고, 2040년까지 원전 비중을 20%로 확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다만 주민 반대와 사회적 우려로 인해 일부 지역에서는 원전 재가동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원전 기업 추부일렉트릭파워 최고경영자(CEO) 사토 히로키는 차세대 원자로 도입을 위해서는 해외 실증을 통한 신뢰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일본 내 SMR 상용화 시점을 2040년 이후로 전망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공동 지원하는 혁신형모듈원자로(i-SMR) 기술개발사업단이 2028년까지 한국형 i-SMR을 개발하고 인허가를 획득, 2030년 상용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다만 정책적 뒷받침이 부족해 사업 진척에는 좀처럼 속도가 붙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SMR 생태계 조성을 위한 ‘소형모듈원자로 개발 촉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SMR 특별법)'은 지난해 12월 소관 상임위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으며,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법안에는 정부가 5년마다 SMR 시스템 개발 기본계획을 수립해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역량을 갖춘 민간 기업 육성 및 신속한 실증에 필요한 부지·비용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대형 원전 중심으로 설계된 현행 원자력 관련 법안을 넘어 SMR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사실 자체에는 여야 모두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각 정당의 이목이 오는 6월 지방선거에 쏠려 있는 데다, 여당은 SMR보다 여타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높아 논의 진척이 지연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