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은 비자 풀어도 인재 유치 난항, 美는 연구·보상 앞세워 아시아에 AI 인재 거점까지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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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비자 완화·연구비 지원에도 해외 인재 유치 난항 언어·인터넷 통제에 막혀 美 연구·보상 경쟁력 부각 싱가포르 거점 통해 채용·인력 양성 경로 확충도

미국과 중국의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중국이 각종 유인책을 앞세워 해외 AI 인재 확보에 나섰지만 기대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자 발급 요건을 완화하고 연구 지원금을 늘려도 언어와 인터넷 통제, 정착 여건 등이 해외 연구자들의 발길을 가로막는 모습이다. 반면 미국은 첨단 연구 환경과 폭넓은 경력 기회, 파격적인 보상을 바탕으로 인재 유치에서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 기업들이 싱가포르까지 인재 확보망을 넓히면서, 아시아 연구자들이 현지에서 미국 기업의 연구개발(R&D)에 참여할 기회도 늘고 있다.
中 인재 유치 성과 미미
7일(현지시간) 미국 싱크탱크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연구에 따르면 현재 중국은 외국인 연구자를 유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숙련 노동자를 위한 H-1B 비자 발급 수수료를 10만 달러(약 1억3,400만원)로 높이는 등 외국 인재 유입 장벽을 높인 것과 달리, 중국은 첨단 과학기술 분야의 해외 인재 유치에 사활을 걸어왔다. 중국은 외국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거액의 연구 지원금을 제공하는 한편, 지난해에는 'K비자'도 신설했다. 중국 내 고용주나 기관의 초청 없이도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입국 횟수와 체류 기간 등에 편의를 제공해 해외 인재와의 교류를 확대하려는 조치다. 그러나 이 같은 유인책도 아직 뚜렷한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분위기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계 AI 인재의 중국행도 두드러지지 않고 있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이 지난해 국제 AI 학술대회 뉴립스(NeurIPS)에 채택된 논문의 저자 1만280명을 분석한 결과,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학부 출신 연구자 30명당 중국에서 활동하는 미국 학부 출신 연구자는 1명에 그쳤다. 2022년 표본에서 46대 1이었던 격차가 줄었지만, 인재 유치에서는 미국의 우위가 여전한 셈이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연구자 가운데 중국 학부 출신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4%포인트 높아졌다. 미·중 갈등과 비자 규제 강화 속에서도 중국에서 양성된 AI 인재의 미국 내 활동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中 논문·특허 늘릴 때 美는 첨단 모델 개발서 우위
미국이 AI 인재를 끌어들이는 데는 첨단 연구에 참여하며 세계적인 연구자들과 경쟁하고 배울 수 있는 환경이 큰 몫을 한다.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HAI)의 ‘AI 인덱스 2026’에 따르면 중국은 AI 논문 수와 인용 건수, 특허 등록 건수에서 미국을 앞섰지만, 주요 AI 모델 개발과 특허의 영향력에서는 미국이 우위를 지켰다. 지난해 미국이 개발한 주요 AI 모델은 59개로 중국의 35개보다 약 1.7배 많았다. 논문과 특허를 축적하는 연구 기반에 더해, 이를 실제 모델로 구현하는 개발 역량에서도 미국의 저력이 확인된 셈이다. 특허 역시 등록 규모에서는 중국이 앞섰으나 영향력 높은 기술을 확보하는 데서는 미국이 강점을 보였다. 이러한 성과는 첨단 모델 개발 경험을 쌓고 핵심 기술 연구에 참여하려는 인재들이 미국을 선택하는 유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연구 활동을 뒷받침하는 것은 대규모 연산 인프라와 민간 자금이다. 카네기재단이 올해 6월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첨단 AI 컴퓨팅 클러스터의 약 75%가 미국에 집중돼 있었다. 스탠퍼드대가 집계한 지난해 미국의 AI 민간투자액도 2,859억 달러(약 382조9,920억원)에 달했다. 대형 모델의 학습과 검증에 막대한 비용이 드는 만큼, 풍부한 자금과 장비는 반복적인 실험과 장기 연구를 뒷받침하는 핵심 기반으로 꼽힌다. 여기에 대학과 기업, 벤처투자사를 잇는 연구·창업 네트워크도 발달해 있다. 대학의 연구 성과가 기업과의 공동 개발로 이어지고, 기술력을 인정받은 연구팀이 투자금을 유치해 창업에 나서는 구조다. 연구자들은 이 과정에서 학계와 산업계를 오가며 연구 경험을 쌓고 사업화 기회도 모색한다.
표1. 미국 주요 AI 기업의 중국 출신 인재 영입 사례
| 인물 | 주요 경력 | 영입 내용 |
|---|---|---|
| 자오성자 | 칭화대 학부·스탠퍼드대 박사 오픈AI에서 챗GPT·GPT-4 개발 참여 | 2025년 7월 메타 초지능연구소 수석과학자로 영입 저커버그·알렉산더 왕과 연구 과제·방향 설정 |
| 런훙위·위자후이·비수차오 | 오픈AI에서 활동한 중국 출신 연구자 | 2025년 메타로 이직해 초지능 개발 조직에 합류 |
| 팡뤄밍 | 상하이교통대 학부 졸업 구글에서 15년 근무 후 2021년 애플로 이직, AI 기반 모델 개발팀 지휘 | 2025년 7월 메타가 영입하며 수년간 급여·주식 등 2억 달러 초과 보상 제시 2026년 2월 오픈AI로 이직 |
연구 기회에 파격 대우까지, 美 AI 업계로 인재 몰려
연구·창업 기반을 갖춘 미국에서는 AI 인재들이 선택할 수 있는 일자리와 성장 기회도 풍부하다. 특히 스타트업에서 쌓은 개발 경험을 인정받아 빅테크의 핵심 프로젝트에 합류하는 길도 열려 있다. 지난해 7월 메타 초지능연구소의 수석과학자로 발탁된 자오성자가 대표적 사례다. 중국 칭화대에서 학부를 마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오픈AI에서 챗GPT와 GPT-4 개발에 참여했다. 메타로 옮기면서는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 알렉산더 왕 최고AI책임자와 직접 협력하며 새 연구소의 연구 과제와 방향을 정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주요 모델 개발에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빅테크의 차세대 AI 연구를 이끄는 자리에 오른 것이다. 메타는 당시 오픈AI에서 활동하던 중국 출신 연구자 런훙위와 위자후이, 비수차오도 영입해 초지능 개발 조직에 합류시켰다.
풍부한 연구 기회에 더해 높은 급여와 파격적인 이직 보상도 미국 AI 업계의 인재 유치에 힘을 보태고 있다. 상하이교통대에서 학부를 마친 팡뤄밍은 구글에서 15년간 근무한 뒤 2021년 애플로 옮겨 AI 기반 모델 개발팀을 이끈 인물이다. 메타가 지난해 7월 그를 영입하면서 제시한 보상은 수년에 걸쳐 지급하는 급여와 주식 등을 포함해 2억 달러(약 2,680억원)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연구 조직을 운영한 경험과 모델 개발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거액을 내건 것이다. 팡뤄밍을 향한 경쟁사의 영입 시도는 이후에도 계속돼, 올해 2월에는 오픈AI가 그를 채용했다. 애플에서 메타로 이직한 지 약 7개월 만으로, 중국에서 학부를 마친 연구자가 미국 주요 AI 기업들의 잇단 영입 대상에 오른 사례로 꼽힌다.
中은 언어·정착 장벽에 발목
거액을 들여서라도 핵심 연구자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에는 소수 인재가 AI 모델의 성능과 개발 속도를 좌우한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도 미·중의 첨단 모델 경쟁을 사실상 최상위 연구 인력 확보전으로 평가했다. 실제 글로벌 AI 채용에 관여한 업계 관계자들이 추산한 최상위 인재 규모는 수십 명에서 1,000명 안팎이다. 기업들이 동시에 영입하려는 연구자 풀이 좁아, 한 명의 이동에도 경쟁사의 개발 역량이 영향을 받는 구조다. 오픈AI 연구원 출신인 아리엘 허버트보스 런시빌 CEO는 AI 기업들이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 서로의 전문성을 보완할 인재 조합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별 연구자의 실력과 함께 기존 연구팀에 부족한 역량을 채워줄 수 있는지도 영입 과정의 주요 판단 기준으로 꼽았다.
중국이 해외 인재를 자국 연구 현장으로 끌어들이려면 언어와 정착 환경에서 비롯되는 제약을 풀어야 한다. 중국 기술기업 상당수가 중국어를 업무 언어로 사용하고 있어, 비중국어권 연구자가 선택할 수 있는 일자리는 제한적인 실정이다. 여기에 해외 인터넷 서비스 접근을 막는 ‘만리방화벽’도 외국인 기술 인력의 중국행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해외에서 사용하던 정보 검색·소통 도구에 접속하기 어려워지면, 연구 자료를 확보하고 기존 동료들과 협업하는 과정에서도 불편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장기 정착을 뒷받침할 제도 역시 주요 고려 대상이다. 지난해 K비자 도입 당시에는 영주권과 가족 동반 등에 관한 구체적인 안내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고, 외국인의 중국 국적 취득도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아시아서 인재 찾는 美 빅테크
중국의 해외 인재 유치가 언어·제도적 장벽에 막힌 사이, 미국 기업들은 싱가포르까지 인재 확보망을 넓히며 아시아 현지 채용과 연구 협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픈AI는 올해 5월 싱가포르 정부와 협약을 맺고, 미국 밖에서는 처음으로 응용 AI 연구소를 설립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싱가포르 AI 생태계에 3억 싱가포르달러(약 3,137억6,000만원) 이상을 투입하고, 향후 수년에 걸쳐 현장 배치 엔지니어와 기술 전문가 등 200명 이상의 인력을 갖추겠다는 구상이다. 이들은 금융·의료·공공서비스 현장에서 고객과 함께 AI 시스템을 구축하고 적용하는 업무를 맡게 된다. 경력직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AI 도입 전문인력으로 양성하는 교육 과정도 마련하기로 했다. 데니즈 드레서 오픈AI 최고매출책임자는 싱가포르를 선택한 이유로 우수한 기술 인재와 적극적인 AI 도입 환경을 꼽았다.
현지 대학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며 차세대 인재와의 접점을 넓히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7월 싱가포르에 동남아시아 첫 연구소를 열었고, 개소 이후 1년간 싱가포르국립대·난양공대와 의료 AI, 로봇공학, 다중 에이전트 시스템 등 9개 연구 과제를 새로 추진했다. 대학과 기업 연구진이 박사과정 학생을 함께 지도하고, 인턴십과 방문연구 프로그램을 통해 실제 연구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공동 박사 양성 프로그램에 참여한 싱가포르국립대 학생 황치밍의 로봇 영상 분석 연구는 올해 국제 컴퓨터비전 학술대회인 CVPR에서 구두 발표 논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현지 인재들이 학위 취득 단계부터 미국 기업 연구진과 협업하며 성과를 쌓는 경로가 마련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