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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대국 사이버 공세에 AI 악용까지” 국가안보 위기감 높아지는 英, 기존 사이버 방어 체계 실효성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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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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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은 전달하는 정보가 아니라, 함께 고민하기 위해 만들어진 언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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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보안정보국, 러시아·이란發 국가안보 위협 확대 경고
AI 활용 사이버 공격 확산, 英 정부·기업 보안 취약성 수면 위로
공격 방식 변화로 위협 범위 확대, 기존 보안 방식 한계 두드러져

영국에서 국가안보 위협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이란 등 적대국 정부와 정보기관을 배후로 한 파괴공작·사이버 공격 시도가 확대되는 가운데,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으로 사이버 공격의 속도가 빨라지고 범위까지 커지면서 영국 정부·기업의 방어 역량과 관련한 우려도 가중되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AI발(發) 위협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 방화벽·백신 중심의 보안 체계를 넘어 이상 행동을 실시간 탐지하고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英 보안정보국 국장의 경고

지난 13일(현지시각)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켄 맥컬럼 영국 보안정보국(MI5) 국장은 이날 런던 MI5 본부에서 열린 연례 안보 위협 평가 연설에서 외국 정부와 연계된 국가안보 위협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고 발언했다. 맥컬럼 국장은 "2026년 현재 MI5는 냉전 시대보다 국가 차원의 위협에 대응하는 데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며 "지난 10년간 국가 위협 관련 사건 처리 규모는 4배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이란·중국 등과 관련된 사건에서 기소와 유죄 판결이 이어지고 있으며, 2023년 국가안보법 시행 이후 3년간 수십 명이 체포됐다고 설명했다.

맥컬럼 국장은 영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제1의 공격 주체'로 러시아를 지목했다. 그는 "푸틴의 크렘린궁은 영국과 동맹국들에 대한 공격적인 행동을 계속하고 있다"며 "러시아 군과 정보기관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집단방위 조항인 제5조가 발동되는 상황을 피하면서 하이브리드 전쟁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의 위협 역시 주요 경계 대상으로 거론됐다. 맥컬럼 국장은 "지난 12개월간 이란과 연계된 작전으로 영국에서 50명 이상이 체포됐다"며 "이란이 범죄 조직 등을 동원해 반체제 인사와 언론기관, 유대인 공동체 등을 위협하고 있다"고 짚었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기존의 위협·방화·사보타주를 넘어 군사 시설처럼 경비 수준이 높은 목표물까지 공격 대상으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전언이다.

AI發 사이버 보안 위협 심화

맥캘럼 국장은 이에 앞서 적대국의 AI 활용 위험에 대해서도 경고한 바 있다. 더타임스는 지난달 8일 맥컬럼 국장과 블레이즈 메트러웰리 비밀정보국(MI6) 국장, 앤 키스트버틀러 정보통신본부(GCHQ) 본부장이 내각회의에 참석해 AI 기술 악용에 따른 안보 위험에 대해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테러 단체와 개인 테러범뿐 아니라 러시아·이란 등 적대국도 AI를 통해 영국의 국가안보를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으며, 특히 매캘럼 국장은 AI발 위협을 '각료들이 생각해 봐야 할 가장 큰 문제'라고 묘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정보기관 수장들의 경고는 영국 정부의 사이버 방어 역량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나왔다. 앞서 영국 정부사이버조율센터(GC3)는 지난 6월 첨단 AI 모델을 활용해 9개 정부 기관의 공개 소프트웨어 코드를 한 달간 분석한 결과, 총 407건의 보안 취약점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 중에는 외부 공격자가 시스템 인증을 우회하거나 원격으로 악성 코드를 실행할 수 있는 심각한 취약점도 포함됐다. 해당 점검에 투입된 AI 모델 이용 비용은 1만3,000파운드(약 2,310만원)에 그쳤다. 이와 관련해 한 영국 내각 관계자는 정부가 반복되는 경고에도 충분한 대응에 나서지 않고 있다며, 현재 상황을 코로나19 팬데믹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초기 단계에 빗대기도 했다.

기업·기관 실제 피해 누적

AI가 접목된 사이버 공격으로 인해 영국 기업·기관들이 실질적인 피해를 입었다는 조사 결과도 존재한다. 지난 7월 미국 IBM이 발표한 '2026 데이터 유출 비용 보고서'를 살펴보면, 조사 대상이 된 영국 기업·기관에서 일어난 악의적 정보 유출 사고 중 22%는 AI를 활용한 공격으로 인해 발생했다. AI 개입 여부를 확인하지 못한 사고도 13%에 달했다. 해당 조사는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전 세계 602개 기업·기관에서 발생한 정보 유출 사고를 분석한 것으로, 영국에서는 48개 조직이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글로벌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악의적 정보 유출 사고 4건 중 1건꼴로 AI가 쓰였으며, AI 기반 공격 건수도 전년 대비 5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아울러 AI를 활용한 공격의 62%는 핵심 인프라 부문을 겨냥했으며, 특히 금융·에너지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공격 집중도가 확인됐다. 공격 수법도 다양해졌다. IBM은 AI가 접목된 공격 유형 중 실제 인물의 얼굴이나 목소리를 정교하게 모방해 신원을 사칭하는 딥페이크 공격이 4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AI를 활용해 악성코드를 생성하거나 변형하는 공격이 19%, AI로 설득력 있는 메시지를 작성해 피해자의 계정 정보나 인증 수단을 탈취하려는 피싱 공격이 17%로 뒤를 이었다.

표1. AI 기반 사이버 공격 글로벌 실태

구분주요 내용
공격 확산악의적 정보 유출 사고 25%에 AI 활용, AI 기반 공격 건수 전년 대비 56% 증가
공격 대상AI 기반 공격 62%가 금융·에너지 등 핵심 인프라에 집중
공격 유형딥페이크·신원 사칭 45%, AI 기반 악성코드 19%, 피싱 17% 등
피해 규모AI 기반 정보 유출 사고 1건당 평균 약 600만 달러
자료: IBM

美 당국도 위험성 주시

AI발 보안 위협이 가시화하는 가운데, 영국 외 주요국들도 이러한 위험성에 속속 주목하고 있다. 일례로 미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최근 오픈AI·앤트로픽에 민사조사요구서(CID)를 보냈다. 민사조사요구서는 법원의 소환장에 준하는 행정 절차로, 당국이 기업 내부 자료 등을 제출받고자 할 때 발송한다. FTC는 총 50쪽 분량 요구서에서 소비자 보호 위반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최근 보안사고 및 관련 보호 절차에 대한 자료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조만간 각 기업 경영진을 소환해 AI 제품이 미국 소비자에게 미칠 영향에 관한 증언을 청취할 예정이다.

이는 최근 오픈AI와 앤트로픽의 AI 모델들이 공격적인 이상 행동을 보인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지난 7월 오픈AI의 소위 '불량 에이전트'들이 격리 환경을 임의로 이탈해 외부 기관인 허깅페이스의 시스템을 공격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이를 자사 AI 모델에서 지금까지 확인된 이상 행동 가운데 가장 심각한 사건으로 평가했다. 최근엔 오픈AI의 AI 에이전트가 챗GPT 개인 이용자의 이미지 53장을 온라인에 유출하고, 호주 정부의 보건 통계 사이트를 해킹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여기에 앤트로픽의 AI 모델이 살인 사건과 관련한 허위 제보를 생성하고, 이를 지난 7월 필라델피아 경찰청이 운영하는 미제 살인 사건 제보 사이트 '필리 언솔브드 머더스(Philly Unsolved Murders)'에 제출한 사례도 뒤늦게 알려졌다.

공격자 부담 급속도로 줄어

각국 정부가 이처럼 경계 태세에 돌입한 것은 AI 기술의 발전으로 사이버 공격의 기술적·경제적 진입 장벽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구글 위협정보그룹(GTIG)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사이버 공격자들은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취약점 탐색, 공격 도구 실행, 인증 정보 수집 등을 자동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사이버 공격의 난도를 대폭 낮추는 것은 물론, 경제적 구조에도 영향을 미쳤다. 앤트로픽은 최근 발간한 위협정보 보고서를 통해 AI의 자율성이 높아질수록 사이버 공격에 필요한 기술 수준, 노동력, 비용 등이 감소하며, 이에 따라 과거에는 투입 비용 대비 기대 수익이 낮아 공격 대상에서 제외됐던 소규모 조직까지 새로운 표적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사이버 공격의 속도와 범위가 확대되면서 기존의 보안 방식의 한계 역시 명확해지는 추세다. 전통적인 방화벽과 백신 프로그램은 외부의 비정상적인 접근이나 악성코드를 탐지하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정상적인 사용자 계정이나 클라우드 서비스, 합법적인 관리 도구 등을 악용하는 공격까지 모두 차단하기는 어렵다. 특히 AI가 취약점을 빠르게 찾아내고 공격 과정을 자동화할 경우 보안 담당자가 이상 징후를 발견하고 대처할 시간도 부족해진다. 이에 보안업계에서는 단순히 개별 시스템을 보호하는 것을 넘어 사용자 단말기, 서버, 클라우드 환경, 계정 인증 체계 등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면서 이상 행동을 탐지하고, 실시간 문제 대응이 가능한 보안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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