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외도’ 끝낸 알리바바, 백화점 이어 대형마트와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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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아트 지분 78% 2.5조원에 매각
9.5조원 웃도는 투자금에도 적자행진
이커머스·클라우드 제외 사업부 정리
중국 최대 이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가 오프라인 사업 정리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지난달 백화점 사업부를 매각한 데 이어 이번에는 대형마트 체인 RT마트(大潤發·다룬파)에서 완전히 손을 뗀다. 알리바바는 이들 사업부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손실을 떠안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소매판매 시장이 온라인에 집중된 만큼 성장이 둔화한 오프라인 사업은 과감히 접고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투자금 4분의 1도 못 건져
2일(현지 시각) 제일재경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전날 자회사 지신과 뉴리테일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보유 중이던 선아트리테일(高鑫零售, 이하 선아트) 지분 78.7%를 사모펀드 운용사 더홍캐피탈에 넘긴다고 밝혔다. 매각 대금은 총 131억3,800만 홍콩달러(약 2조5,000억원)으로 주당 가치는 1.38홍콩달러다. 선아트는 중국 최대 대형마트 체인인 RT마트의 운영사다. 지난해 말 기준 RT마트 매장 수는 500개 이상으로, 유통계에서는 ‘중국판 월마트’로도 불린다.
알리바바와 선아트의 동행은 2017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알리바바는 224억 홍콩달러(약 4조2,000억원)를 들여 선아트 지분 36.16%를 매입했다. 직전 해에 마윈 당시 알리바바 회장이 온·오프라인 통합 소매에 스마트 유통·물류를 결합한 ‘신소매(뉴 리테일) 혁명’을 주창한 직후의 일이다. 이후 알리바바는 2020년 10월 279억5,700만 홍콩달러(약 5조3,000억원)를 투입해 선아트 지분율을 70% 넘게 끌어올렸다. 이를 토대로 추산한 투자금만 500만 홍콩달러가 넘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매각 대금은 투자금의 4분의 1 남짓에 불과한 셈이다.
중국의 내수 침체 장기화 여파에 선아트 수익률 역시 바닥을 기었다. 알리바바 인수 당시인 2017년 선아트의 연간 매출은 1,023억2,000만 위안(약 20조5,000억원), 순이익은 30억2,000만 위안(약 6,00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마감한 2024회계연도 매출은 725억6,700만 위안(약 14조6,000억원)에 그쳤으며, 순손실은 16억6,800만 위안(약 3,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를 두고 제일재경은 “막대한 투입 자금과 수년간의 적자를 봤을 때, 알리바바의 선아트 투자는 대실패로 막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백화점 매각에선 1.8조원 손해
이처럼 알리바바는 최근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오프라인 사업 정리를 서두르고 있다. 선아트와 비슷한 시기 사들였던 백화점 체인 인타임리테일 지분 전부를 지난해 12월 패션 기업 야거얼(雅戈)그룹 컨소시엄에 매각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매각 대금은 74억 위안(약 1조5,000억원)으로, 업계는 알리바바가 인타임 백화점을 매각하면서 93억 위안(약 1조8,000억원)의 손해를 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앞서 알리바바는 지난 2014년 52억 홍콩달러(약 1조원)를 투입해 지분 28%를 사들이며 인타임 백화점의 2대 주주가 됐다. 이후 2017년에는 지분율을 74%까지 늘려 지배주주로 올라섰고, 인타임 창업자 선궈쥔과 함께 26억 달러(약 3조8,000억원)를 들여 인타임을 비상장사 전환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시너지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이후 코로나19 팬데믹, 유통업계 내 경쟁 심화, 중국의 심각한 내수 부진 등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인타임백화점의 실적 또한 악화 일로를 걸었다. 결국 알리바바는 오프라인 사업부의 대대적인 정리에 돌입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2023년 3월 전체 사업을 6개로 분리 재편하고, 중국 내 온라인 판매를 제외한 여타 사업 부문은 외부 자금 조달 및 기업공개(IPO)를 모색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후 알리바바는 핵심사업인 전자상거래와 클라우드 부문을 제외한 사업부의 지분 투자를 회수하고 있으며, 일부 비주력 사업을 매각하는 등 내실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업 악화일로, 해외 기업도 ‘백기’
오프라인 사업의 실적 악화를 둘러싼 고민은 비단 알리바바만의 일이 아니다. 경기 불황을 이유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굳게 닫은 상황에서 이커머스까지 대세로 자리 잡으며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오프라인 소매점들의 설 자리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프랑스계 대형 할인마트 까르푸는 지난 2023년 중국 마지막 점포인 베이징 쓰위안차오(四元橋)점을 폐점했다. 이보다 앞선 같은 해 8월에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베이징 솽징(雙井)점의 문을 조용히 닫기도 했다. 매출 기준 세계 2위의 유통업체 까르푸는 중국 진출 27년 만에 결국 백기를 들고 물러났다. 중국의 오프라인 시장이 얼마나 경색돼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소비자들은 하나의 플랫폼에서 여러 물건을 비교할 수 있고, 가장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을 이커머스의 강점으로 꼽았다. 다양한 제품을 비교하는 과정에서 가격과 품질의 조정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고품질 상품을 원하는 소비자와 가성비(가격 대비 효율)를 추구하는 소비자 모두 만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간편한 결제와 소비자의 편의에 맞춘 배송 서비스도 포기할 수 없는 이점이다.
중국인터넷정보센터(CNNIC)가 발간한 ‘디지털 소비 발전 지원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중국 온라인 쇼핑 이용자 규모는 9억 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소비 이용자 그룹에서 연령과 성별, 지역 등 요소의 제한이 점차 희미해지면서 2·30대 청년층은 물론 실버족, 농촌 그룹 등 새로운 디지털 소비 세력이 날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2000년 이후 출생자들의 온라인 쇼핑 이용률은 88.5%에 달하며 개성화 소비, 국산품 소비, 스마트 소비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구매력을 과시했다. CNNIC는 “녹색 소비, 건강 소비, 스마트 소비 등 다양한 신(新) 소비 모델이 소비 성장점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진단하며 “온라인 쇼핑은 이제 오프라인을 대신해 중국의 소매 시장을 지탱하는 주요 동력원이 됐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