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머스크 조기 결별하나” 머스크, 노골적 ‘反관세’ 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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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폭탄 직격한 머스크 "무관세 희망" 관세 부과 이후 사업 타격 직접적 원인일 듯 끊이지 않는 머스크 사임설, 동업자로선 여전히 견고

미국 연방정부 대규모 구조조정과 국내외 극우정치 세력 지원 행보로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곧 역할을 그만둘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고 있는 머스크가 권력을 버리고, 기업가로 컴백할지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머스크 떠날 시점 올 것, 아마 몇 달 후"
7일(이하 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일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론은 환상적이지만 운영해야 할 회사가 많다”며 “그가 가능한 한 오래 머물기를 바라지만, 떠나야 할 시점이 올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확한 시점은 밝히지 않았으나 “아마도 몇 달 후”라고 했다. 그러면서 “머스크 퇴임 후 각 부처 장관들이 완전히 인계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를 두고 “저는 똑똑한 사람을 좋아하고 그는 똑똑한 사람이다. 저는 개인적으로도 그를 좋아한다”며 “그는 애국자이며 원하는 만큼 백악관에 머무를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2일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도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내각 각료를 포함한 측근들에게 “머스크가 곧 역할을 그만둔다”는 취지로 얘기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대해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자신의 X(옛 트위터)를 통해 “쓰레기(garbage)”라며 부인했다. 머스크 역시 자신의 X에서 “완전한 가짜 뉴스(Completely fake news)”라고 일축했다.
반(反) 머스크 정서 확산 추세
하지만 최근 머스크가 사실상 '반(反)관세' 입장을 드러내면서 머스크와 트럼프 대통령의 결별설이 더욱 힘을 얻는 분위기다. 머스크는 5일 이탈리아 극우 정당 '동맹(Lega)' 행사에서 화상 연설을 통해 "유럽과 미국이 무관세란 이상적인 상황으로 나아가, 실질적인 유럽과 북미 간 자유무역지대 창출에 합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CNN 등 현지 언론은 이에 대해 머스크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반하는 견해를 표출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는 관세"라고 할 정도로 관세 정책을 선호한다. 지난 2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으로 수입되는 전 세계 대부분 나라의 제품에 10% 이상의 기본관세를 부과하고, 주요 교역국에는 국가별 상호관세(10%+α)를 물리는 계획을 발표했다. 유럽연합(EU) 제품에 대한 관세는 20%가 책정됐다.
그간 머스크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표 뒤 침묵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과 반대로 해석될 수 공개 발언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와는 큰 변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월 취임식 연설에서 머스크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화성에 성조기를 꽂겠다”고 선언하는 등 머스크와 브로맨스를 자랑했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테슬라 주가가 연일 급락하자 테슬라 전기차를 직접 사는 등 머스크를 위해 사실상의 판촉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머스크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꼬집은 배경으로 관세 부과 발표로 인해 머스크의 사업이 큰 타격을 입은 점을 꼽는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영향으로 지난 3일 다른 주요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테슬라의 주가도 급락하면서 머스크의 개인 자산은 110억 달러(약 16조원) 줄었다. 또 미·중 관세 전쟁으로 중국 내 대미 여론이 악화하면 테슬라 매출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반(反) 머스크 정서도 부담이다. 머스크는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의 1등 공신으로 권력의 중심부에 들어가 '공동 대통령'이라는 호칭까지 얻었으나, 행정부 내 견제와 더불어 전 세계에 반감을 사는 등 각종 악재가 잇따랐다. 이 때문에 전 세계 곳곳의 테슬라 매장에 시위대가 결집했으며, 이탈리아 로마 매장에서는 차량이 불타는 사태도 벌어졌다.

트럼프 '관세 책사', 유럽 무관세 주장 머스크에 "차 조립공"
트럼프 대통령과 머스크의 불협화음 징후는 이뿐만이 아니다. 머스크는 5일 트럼프 행정부에서 관세 정책의 핵심 역할을 맡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도 공개 저격했는데, X에서 한 이용자가 '나바로는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학위를 보유하고 있다'고 쓴 데 대해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는 좋은 게 아니라 나쁜 것"이라며 "두뇌(brains)보다 자아(ego)가 큰 것을 의미한다"고 썼다. 또 다른 X 이용자가 나바로의 통상정책이 옳다고 옹호하자, 머스크는 "그는 아무것도 만들어 본 적이 없다"고 응수했다.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 정책에 대한 비판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초 각 회의에서 여러 부처 장관이 머스크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자, 수지 와일스 비서실장을 따로 불러 "머스크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 측은 부인하고 있지만, 머스크의 조기 사임설은 끊이질 않고 있다.
다만 머스크가 트럼프 행정부와의 동행을 마치더라도, 이들의 동업은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는 최근 59억 달러(약 8조6,500억원) 규모의 미국 국방부 위성 발사 계약을 수주했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는 머스크의 로켓 회사와 미 정부 간 관계가 깊어지고 있다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