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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저가 공세에 세계 파운드리 4·5위 합병 검토, 삼성 자리 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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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SMIC 등 구형 공정서 약진하자 경쟁력 위축
글로벌파운드리·UMC 인수합병 통해 활로 모색
재정 여력·규제 당국 승인 여부는 걸림돌
세계 파운드리 5위 회사인 글로벌파운드리가 지난해 싱가포르에 새로 지은 팹 전경/사진=글로벌파운드리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 4·5위 회사인 대만 UMC와 미국 글로벌파운드리가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두 기업의 주력 사업인 구형(레거시)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 SMIC와 화홍반도체가 빠른 속도로 점유율을 끌어올리자, 합병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 글로벌파운드리-대만 UMC 합병 검토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글로벌파운드리는 UMC를 인수하는 방식의 합병을 검토 중이다. 본사는 미국에 두고, 생산기지는 아시아와 유럽 전역에 마련하는 방식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67.1%로 1위, 삼성전자가 8.1%로 2위를 기록했다. 3위 SMIC는 5.5%, 4위 UMC는 4.7%, 5위 글로벌파운드리는 4.6%다.

합병이 성사된다면 레거시 생산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크리스 카소 울프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합병을 통해 글로벌파운드리는 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고, UMC는 지정학적 갈등을 겪고 있는 중국과 대만 외 지역에 생산 시설을 다각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레거시 공정 영역에서 중국 기업들의 시장 잠식을 막고 시장 내 입지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사의 합병이 성사될 경우 전체 파운드리 시장에도 적잖은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글로벌파운드리와 UMC의 점유율은 도합 9.3%로, 삼성전자의 점유율을 넘어서게 된다. 최근 삼성전자 파운드리 팹 가동률이 레거시·첨단 공정 모두 부진한 만큼, 주요 경쟁사의 합병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은 올 상반기까지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레거시 공정을 담당하는 미국 오스틴 팹의 경우도 가동률이 30~40%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대만 타이난 소재 UMC 팹 12A/사진=UMC

레거시 공정 반도체 회복력 강화 차원

글로벌파운드리와 UMC의 합병 검토는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레거시 반도체 진영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파운드리 시장 3위 기업인 중국 SMIC가 현재 양산을 진행 중인 최첨단 공정은 7㎚(나노미터·10억분의 1m) 수준이다. 하지만 3㎚ 양산을 진행 중인 파운드리 시장 2위 기업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와의 시장 점유율 차이는 3%포인트(P)밖에 나지 않는다.

이 같은 중국 기업들의 성장세와 맞물려 글로벌파운드리와 UMC의 점유율은 위축되고 있다. 지난 2023년까지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3위를 두고 경쟁해 오던 글로벌파운드리와 UMC는 지난해 1분기부터 SMIC에 자리를 내줬다. 여기에 중국 내 파운드리 2위 기업 화홍반도체도 강력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점유율을 높이는 중이다.

강성철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연구위원은 “SMIC와 화홍반도체는 레거시 공정 기술력 측면에서는 이미 글로벌 기업들과 격차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중국 내수 물량까지 쏠리면서 빠르게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보니, 글로벌파운드리와 UMC가 개별적으로 이들과 경쟁하기에는 녹록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현 가능성은 아직 불투명

다만 글로벌파운드리의 재정 여력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글로벌파운드리의 시가총액은 200억 달러(약 29조원), UMC는 170억 달러(약 25조원) 수준으로, 글로벌파운드리는 UMC를 현금으로 인수할 여력이 부족해 대규모 차입에 나서야 한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기업 규모만을 단순 비교하면 글로벌파운드리가 UMC를 인수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며 “합병이 현실화된다면 재정을 충당하기 위한 방안을 두고 골머리를 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정학적 리스크도 거래 성사에 큰 장애물이 될수도 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기술 애널리스트 찰스 셈과 스티븐 청은 “이런 유형의 거래는 중국 경쟁당국의 승인을 필요로 하며, 이는 상당한 장벽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만 정부 역시 글로벌파운드리가 UMC의 주도권을 쥐는 구조에 대해 승인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인텔이 글로벌파운드리·UMC 합병에 가세하는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TSMC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요청에 따라 인텔 파운드리사업부를 인수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2021년 파운드리사업에 진출한 인텔은 경쟁력 확보에 실패해 지난해 192억 달러(약 28조원) 순손실을 냈다.

반도체업계에선 TSMC가 인텔 파운드리사업부를 인수하는 방안, 인텔과 합작사 설립, 기술 협력 등 여러 협력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가장 많이 나오는 안은 TSMC가 인텔 파운드리사업부 지분 20%를 인수하는 방식이다. 인텔은 중앙처리장치(CPU) 등 연 200억 달러(약 26조원)에 달하는 자사 제품을 파운드리사업부에서 생산한다. 이 물량이 TSMC로 넘어가면 TSMC 점유율은 단순 계산으로 75%에 육박한다.

하지만 실제 인수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미국 외 주요국 규제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독점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서다. 한 반도체 기업 임원은 “인텔 파운드리를 인수하면 TSMC는 독과점 논란에 빠진다”며 “미국뿐 아니라 각국 규제당국의 승인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어 “차라리 인텔 입장에서는 글로벌파운드리, UMC와 뭉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TSMC에 대적할 2위로 올라서는 게 답일 수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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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장벽'에 상승하는 美 물가, 기준금리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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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2월 개인소비지출 가격지수 치솟아
연준 인사들 "관세가 인플레이션에 영향 미칠 것"
기준금리 선제적 인하 가능성↑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들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향후 미국의 물가 상황이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예측이다.

연준 당국자들, 관세 영향에 주목

지난달 31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은 연준 고위 당국자들이 '관세 인플레이션' 우려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야후파이낸스와 한 인터뷰에서 "관세가 인플레이션에 장기간 영향을 미칠 것이고, 파악에는 수년이 걸릴 수 있다"며 "(관세가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는 만큼, 연준은 나타날 수 있는 ‘간접 효과’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토머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도 같은 날 CNBC와 한 인터뷰에서 금리 인하 시점은 인플레이션 동향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리치먼드 총재는 "트럼프 대통령 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인플레이션이 다시 올라갈 위험이 있어 걱정스럽다"며 "관세 정책이 (물가에 이어) 고용 시장도 위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높은 불확실성이 있고,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관망세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4월 2일 상호 관세 조처를 발표하면 가까운 장래에 인플레이션이 올라갈 게 확실하다”면서 “문제는 그런 물가 인상 상태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하는 점”이라고 짚었다. 이어 “불확실성 고조로 기업의 투자가 불투명해지고, 소비자들의 심리가 냉각되고 있다”면서 “이것이 모두 경기 침체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美 인플레이션 '상승곡선'

연준 인사들의 우려대로,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미국 물가는 빠르게 치솟는 추세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 2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5%, 전월 대비 0.3% 상승했다. PCE 가격지수는 미국 거주자들이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때 지불하는 가격을 측정하는 물가 지표다. 연준은 통화정책 목표 달성 여부를 판단할 때 상대적으로 더 널리 알려진 소비자물가지수(CPI) 대신 PCE 가격지수를 준거로 삼는다.

지난달 근원 PCE 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4% 상승했다. 이는 월가 예상치(0.3%)와 1월 상승폭(0.3%)을 웃도는 수치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 역시 2.8%로 시장 전망치(2.7%)와 1월 수치(2.6%)를 상회했다. 근원 PEC 가격지수는 PEC 가격지수에서 단기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을 제외한 지표로,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보다 분명하게 반영하는 지표로 꼽힌다.

금리 어떻게 움직일까

미국의 인플레이션 위기가 재차 고조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의 이목은 연준의 금리 조정 움직임에 집중되고 있다. 한 시장 전문가는 "일단 물가가 오르면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 들 수 있지만, 관세와 같은 외부 정책 충격이 시장에 어떻게 흡수되는지 지켜보는 게 먼저"라며 "물가 상승세가 금리 상황이 아닌 외부 충격에서 기인한 만큼, 경기 침체를 피하기 위해 오히려 금리를 인하하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주요 투자은행(IB)들 역시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연준이 오는 7월, 9월, 11월에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간 골드만삭스는 올해 미국의 금리 인하가 2회에 그칠 것이라고 평가해 왔다.

골드만삭스는 메모를 통해 “관세로 인한 경제 하방 리스크로 2019년의 보험적 삭감의 가능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최근 트럼프발(發) 관세 충격으로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연준이 선제적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연준은 앞서 지난 2019년 유로존과 중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성장 둔화가 나타나고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했을 때도 세 차례의 보험성 금리 인하에 나선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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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짜 ‘홈플러스’ 주상복합으로 탈바꿈, 회생 개시로 추가 점포 매각은 난항

알짜 ‘홈플러스’ 주상복합으로 탈바꿈, 회생 개시로 추가 점포 매각은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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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효율화 차원 점포 매각
팔린 홈플러스 고층 주상복합으로 변신
4조원가량 현금, 인수금융 갚는 데 투입

건설업계가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홈플러스의 부지에 다수의 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홈플러스의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인수금융 상환을 위해 알짜 점포를 줄줄이 매각하면서 부동산 시행사들이 마트 건물과 부지를 사들여 개발에 나선 것이다. 다만 부동산 시장의 불황으로 해당 개발 사업들 중 일부는 무산되거나 분양 시점을 정하지 못하는 등 진행이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홈플러스 점포 매각 부지에 주상복합 등 개발

1일 유통업계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시는 동대문구 용두동 33-1번지 일대에서 진행하는 ‘용두역세권 지구단위계획 결정(안)’을 수정가결했다. 이에 따라 용두동 홈플러스 부지에는 최고 49층 아파트 408가구와 500석 규모 공연장이 들어선다. 용도지역을 준주거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 상향하면서 용적률이 당초 400%에서 780%로 높아졌다. 부지 면적은 1만9,484㎡다.

이 땅은 당초 MBK가 일찌감치 팔았던 곳이다. MBK는 2016년 홈플러스 동대문점을 유경PSG자산운용에 매각했다. 당시 유경PSG자산운용은 가좌점과 김포점, 김해점, 북수원점 등 총 5개 점포의 세일즈앤드리스백(매각 후 재임차) 계약을 체결했다. 홈플러스 점포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부동산 펀드, 리츠 등을 만든 것도 자산 유동화 측면의 결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마련된 4조원가량의 현금은 차입매수(LBO) 방식의 인수금융을 갚는 데 투입됐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점포가 있는 토지·건물 등 부동산을 팔아서 (대주주가) 인수할 때 일으켰던 대출을 갚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경기 안산, 부산 가야점·해운대점 등 10개 안팎의 지점이 문을 닫았거나 폐점을 앞두고 있다. 부지를 사들인 기업 대다수가 디벨로퍼(개발업체)라는 점을 감안하면 동대문점처럼 모두 개발사업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수도권에서는 안산점이 대표적이다. 국내 1세대 디벨로퍼로 통하는 화이트코리아는 2020년 6월 안산점 부지 2만7,138㎡를 3,870억원에 매입했다. 역대 MBK의 홈플러스 매각 대금 중 2위다. 이 자리에는 지하 5층~지상 49층 주상복합 아파트와 오피스텔이 생길 예정으로, GS건설이 시공한다.

홈플러스 부산 해운대점의 경우도 지하 8층~지상 54층 규모 1개동, 지하 8층 지상 50층 규모 1개동 등 총 2개동으로 개발된다. 홈플러스 해운대점은 지난 2022년 6월 이스턴투자개발 컨소시엄이 약 4,000억원에 사들였다. 시공사는 SK에코플랜트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작년 11월부터 철거 공사를 진행 중”이라며 “올해 5~6월에 본공사에 착공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전국 9개 점포서 ‘매각 후 재임차’ 추진

앞서 MBK는 홈플러스를 2015년 영국 테스코로부터 7조2,000억원에 인수했다. 워낙 큰 금액인 만큼 당시 인수 자금의 대부분은 차입금으로 해결했다. 블라인드 펀드로 2조2,000억원을 마련한 뒤, 나머지 5조원을 회사를 담보로 빌리는 차입매수(Leveraged Buyout, LBO)로 마련했다. LBO란 인수하려는 기업을 담보로 투자금을 빌려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을 말한다. 인수 후 기업에 부채 부담이 많이 증가하며, 이를 갚기 위해 구조조정과 비용 절감을 단행한다. 만약 기업 실적이 악화하면 부채 상환이 어려워지고 유동성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미 과도한 빚을 업은 채 홈플러스 대주주가 된 MBK는 인수 이후 빌린 돈을 갚는 데 급했다. 오프라인 매장들의 이익 창출보다 빌린 돈을 갚고 엑시트(자금회수) 하기 위한 현금 창출에 더 집중했던 이유다. 문제는 남은 점포들이 대다수 중소 도시나 구도심에 위치해 상대적으로 매각이 어려운 곳들이라는 점이다. 대형마트 부지 특성상 주상복합 아파트나 오피스텔 개발로 용도 변환을 거치게 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수도권에 비해 비교적 침체된 지방에선 수요 자체가 미미하다.

2019년 한국리테일을 통해 상장하려던 ‘한국리테일홈플러스제1호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홈플러스 리츠)의 기업공개(IPO)도 철회되면서 홈플러스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부동산 경기 악화까지 겹치자 마트 부지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 길도 막혔다. 급기야 신용등급까지 추락하자 MBK는 법원행을 결정했다.

MBK "점포 매각 자금, 운용 자금으로 투입"

다만 MBK 측은 이번 홈플러스 인수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해명하며 이를 모두 부인한 상태다. 김광일 MBK 부회장은 지난 14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세일즈앤드리스백은 다른 기업에서 많이 이용하는 방식으로, 점포 매각 자금을 홈플러스 운용 자금으로 투입했다”며 “홈플러스의 줄어든 매장 수는 이마트·롯데마트보다 적다”고 밝혔다.

실제 잠재 인수자를 찾을 때도 점포를 아예 매각해 몸집을 줄여놓는 것보다 재임차를 통해 적정 매출 규모를 유지하는 게 유리하다. 현재 대형마트 3사 매장 수는 이마트가 131개, 홈플러스 126개, 롯데마트 104개 순이다. 지난해 대형마트 총매출 순위도 매장 수와 비례한다. 이마트가 11조7,000억원(할인점 부문 기준)으로 가장 많고, 롯데마트는 4조7,000억원(국내마트 기준)이다. 홈플러스는 아직 연간 실적 공시 전이지만, 작년 3~11월 5조5,000억원의 총매출을 기록했다. 한 투자금융업계 관계자는 “세일앤드리스백 방식으로 가면 홈플러스는 급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고, 매장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지역사회 반발을 줄일 수 있다”며 “MBK는 이미 어떤 점포가 적합할 지 계산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부동산 경기다. 홈플러스가 4조7,000억원(감정가액)의 소유 부동산 중 세일앤드리스백을 할 만한 점포를 추려내 유동화에 나서더라도, 부동산 경기가 침체돼 이를 받아낼 사업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KB부동산신탁이 2020년 소유권을 확보한 홈플러스 평촌점도 매수자를 찾지 못했다. 결국 해당 지점을 자산으로 편입한 리츠는 운용기간을 2027년까지 연장했다. 한 부동산신탁업계 관계자는 “요새는 평당 2,200만원에 분양하던 곳도 ‘1,000만원 줘도 안 산다’는 판국이 됐다”며 “이런 상황에 법정관리까지 들어가면 남은 부지 매각도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면서 새로운 점포 부지 개발 사업도 당분간 멈출 것으로 보인다. 기업회생절차가 시작되면서 점포 매각 등 자산 효율화 계획은 채권단협의회를 통해 정해지게 된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는 채권단의 동의 없이 추가적인 점포 매각 등 자산 유동화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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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불황에 물류센터 인기 시들, HDC그룹 보유 ‘안성 물류센터’ 매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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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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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운용사와 선매입 약정 체결 후 개발 진행
물류센터 과잉 공급 이유로 매입 이행 거절
공실 상태 물류센터, 모기업 지원으로 연명
경기 안성시 가유지구 물류센터 현장/사진=한국자산관리공사 전자자산처분시스템

HDC그룹이 보유 중인 경기도 안성 소재 물류센터가 매물로 나온다. 이곳은 당초 국내 한 자산운용사와 선매입 약정을 체결한 뒤 개발을 진행한 곳이다. 하지만 물류센터 과잉 공급 등의 영향으로 해당 운용사가 매입 이행을 거절했고, 준공 이후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면서 결국 매물로 나오게 됐다.

HDC아이앤콘스, 안성 물류센터 매각 추진

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과 메리츠캐피탈 등 대주단은 HDC그룹 계열 ‘마스턴제113호로지스포인트서운PFV’가 보유 중인 물류센터 매각을 추진한다. 별도의 매각주관사 선정 없이 수탁자인 신한자산신탁이 주도해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이다. 매각 측에서 희망하는 금액은 최소 1,8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해당 매물은 마스턴제113호로지스포인트서운PFV가 경기도 안성시 서운면 현매리 477-7번지 일대에 개발한 물류센터다. 연면적 5만4,322㎡(1만6,432평), 지하 2층~지상 3층 규모로, 경부고속도로 북천안 IC, 평택제천고속도로 남안성 IC에 인접해 수도권 접근이 용이한 입지로 꼽힌다.

마스턴제113호로지스포인트서운PFV는 HDC아이앤콘스 계열사로 지난 2021년 4월 설립됐다. 주주 구성을 보면 최대주주는 HDC아이앤콘스로 지분 74.1%를 보유하고 있다. 마스턴투자운용과 교보증권이 각각 10.45%의 지분 보유하고 있으며, 신한자산신탁도 5%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헤리티지자산운용, 선매입 약정 이행 어겨

안성 물류센터는 당초 헤리티지자산운용이 1,000억원에 선매입 약정 체결 후 HDC그룹이 개발을 진행했다. 그러나 최근 물류센터 공급 과잉으로 공실률이 증가하고, 실질 임대료 등이 하락함에 따라 헤리티지자산운용이 매입 이행을 거절했다. 현재 헤리티지자산운용이 위약벌금 50억원의 지급도 거절하면서 소송을 진행 중이다.

앞서 마스턴제113호로지스포인트서운PFV는 물류센터 개발을 위해 990억원의 대출을 받았다. 마스턴투자운용과 HDC아이앤콘스, 엑스매드제구차 등으로부터 일반 대출로, 메리츠증권·캐피탈·보험, 농협은행 등으로부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로 돈을 빌렸다. 이자율은 7.66%에서 9.82%까지 최근 금리 수준에 비해 높은 편이다. 지난 7월 준공 후 임차인을 구하지 못한 가운데 작년 10월 30일 PF 대출 만기도 도래했다.

현재 안성 물류센터는 HDC그룹 관리 아래에서 공실인 상태로 모기업의 지원을 통해 연명하고 있다. 작년 8월 HDC아이앤콘스는 운영자금 명목으로 35억3,000만원을 추가로 지원, 이에 따른 차입 총계는 60억원 수준이다. 결국 대주단은 마스턴제113호로지스포인트서운PFV가 자체적으로 대출 상환을 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기한이익상실(EOD)을 선언한 뒤 직접 매각에 나섰다. 마스턴제113호로지스포인트서운PFV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71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외국계 투자자들, 수도권 매물 집중 투자

안성 물류센터 매각 결정에는 외국계 기관 투자자들의 잇단 러브콜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기업 CBRE코리아에 따르면 2023년 오피스 빌딩, 상업시설, 호텔, 물류센터 등 국내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된 해외 자본은 총 23억 달러(약 3조3,800억원)에 달했다. 직전 해와 비교하면 31.5%나 급증했다. 2020~2022년 유입된 해외 자본이 연평균 19억 달러였던 것과 비교해도 20% 이상 불어났다.

특히 2023년 국내 상업 부동산에 대한 해외 투자액 중 물류센터에 대한 투자는 전체 투자금의 70% 수준인 16억 달러(약 2조3,500억원)에 이른다. 최근 외국계 투자자들이 수도권에 위치한 매물을 공격적으로 사들이고 있어서다. 2023년 캐나다 대체투자운용사 브룩필드자산운용은 국내 최대 규모인 연면적 43만㎡의 인천 청라 물류센터를 6,590억원에 사들였고, 미국계 부동산 투자사 AEW캐피털은 국내 페블스톤자산운용과 함께 인천 서구 복합물류센터 로지스허브를 3,100억원에 인수했다. 미국 투자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는 YNP자산운용이 경기 오산 로지폴리스 물류센터(연면적 15만㎡)를 매입하는 데 투자금을 댔다.

싱가포르계 부동산리츠 메이플트리도 경기 이천 물류센터를 1,500억원에 인수했고, 다른 싱가포르 부동산 투자사 캐피탈랜드는 경기 안성 성은 물류센터를 1,100억원에 사들였다. 미국계 대체투자운용사 안젤로고든도 베스타스자산운용과 함께 충북 음성군 DCL 중부 물류센터를 820억원에 인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흐름은 지난해에도 이어졌다. 작년 5월 말 인천 남청라물류센터가 디앤디인베스트먼트가 설정한 '디디아이남청라로지스틱스' 리츠에 매각됐다. 매매가는 1,170억원 수준으로, 해당 리츠의 주요 투자자로 미국계 보험사 산하의 부동산운용사 벤탈그린오크가 이름을 올렸다. 벤탈그린오크는 부산신항 등에도 물류센터 투자를 검토하는 등 국내 물류센터에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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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 5년 지났는데 아직도" 서초구, 미청산 재건축 조합 정리 착수

"입주 5년 지났는데 아직도" 서초구, 미청산 재건축 조합 정리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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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 구내 미해산‧미청산 조합에 직접 개입
수년 전까지만 해도 실질적 제재 어려웠다?
도정법 개정으로 지자체 관리·감독 권한 확대

서울 서초구가 재건축 사업을 마무리한 이후에도 미해산·미청산 상태를 유지하는 조합들의 청산을 유도하기로 했다. 국회가 법률 개정을 통해 관련 감독을 강화한 뒤에도 구내 미해산·미청산 조합이 정리되지 않자, 지자체 차원에서 직접적인 조치를 취하는 양상이다.

서초구, 미청산 조합 손본다

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현재 서초구는 구내 13곳의 미해산‧미청산 조합을 ‘관심’, ‘주의’, ‘심각’ 등 3단계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다. 이 중 심각 단계로 분류된 조합은 업무 수행이 어렵거나, 법령의 의무 사항을 준수하지 않고 계속 조합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다. 현재 서초구에서 입주 후 1년 이내 청산하지 않은 조합은 2곳이며 △1~3년 5개 △3~5년 4개 △5~10년 2개소가 아직 청산되지 않고 있다.

미해산‧미청산 조합 정리 상황과 관련해 서초구 관계자는 “현재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보는 1개 조합에 대해 직접 현장에서 청산 자문위원회를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단계”라고 설명했다. 자문위원회 개최가 예정된 1개소는 서울 지하철 2호선과 신분당선이 교차하는 강남역 인근 단지의 조합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단지는 삼성물산이 재건축을 시공해 2018년 분양했고, 2020년 준공‧입주가 끝났다. 조합은 2023년 5월 해산 총회를 개최해 해산을 결의했으며, 현재는 청산위원회 설치 이후 불거진 청산위원장과 청산위원들 간의 갈등을 앞세워 조합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왜 미청산 상태 유지하나

이처럼 자치구가 직접 조합 청산 업무에 착수하는 것은 정비사업 조합이 장기간 미해산‧미청산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일반적인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행법은 정비사업이 끝나 대지와 건축물 소유권이 조합원과 일반 분양자들에게 이전되면 1년 이내에 조합 해산 총회를 열고, 총회에서 청산인을 선임해 청산 법인이 남은 업무를 마무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통상 청산인은 해산한 조합의 조합장이 그대로 맡는다.

대개의 청산인은 입주자 편의 증진과 조합원 권리 보호를 위해 적법한 청산 절차에 따라 조속히 청산 절차를 진행하고, 남은 청산금을 조합원들에게 돌려주고 있다. 다만 법체계를 교묘하게 악용하며 부당하게 사적 이익을 챙기는 부도덕한 청산인도 더러 존재한다. 청산 절차를 늦추면 청산인은 장기간 임금·상여금을 받을 수 있고, 세금과 채권 추심·변제 등을 위해 남겨둔 유보금을 사적으로 유용할 수도 있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이 같은 행위에 제재를 가할 방법은 마땅치 않았다. 과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국토부나 지자체의 관리ㆍ감독권을 조합의 정비사업 시행, 즉 조합의 해산까지로 제한했다. 해산 이후 청산 절차의 관리ㆍ감독권은 민법에 의해 법원으로 넘어갔다. 사실상 청산조합의 업무 수행 상황을 감시할 명분이 부족했던 셈이다.

국회의 관리·감독 제도 개선

이에 국회는 지난해 6월 도정법을 개정, 미해산·미청산 조합에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개정된 도정법에는 조합 해산 이후 청산인이 지체 없이 청산 업무를 수행해야 하며, 청산인이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는 경우 국토교통부와 지자체가 조합에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국토부·지자체는 점검반을 구성해 정비사업 현장 조사를 실시할 수 있으며, 위법 사항에 대해선 시정 요구뿐만 아니라 수사기관에 고발까지 할 수 있다. 도정법 개정을 통해 청산인에 대한 행정적 감독 기능이 강화되면서 소송 이외에는 청산 절차에 전혀 관여할 수 없었던 조합원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일부 부도덕한 청산인을 통제할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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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시장 고사 직전인데" 정부, '벤처 평가 기준 개편' 뒷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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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신생 VC 투자 받아도 인정
ESG 경영 실적도 명시적 평가
VC 시장 상황 급변, 업계 "너무 늦었다"

벤처기업 확인을 위한 평가 기준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한층 더 가까워진다. 벤처확인기업은 벤처기업법상 특례제도를 활용할 수 있음은 물론 세제 혜택, 기술보증기금 보증 한도 확대, 코스닥 상장 심사 기준 완화 등 다양한 정책 사업에서의 가점 및 우대조건을 제공받는다. 다만 업계에서는 최근 유동성이 급격히 줄어들고 시장이 위축되면서 스타트업들을 둘러싼 시장 상황이 급변한 만큼, 평가 기준 개편에 대한 실효성에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벤처기업확인요령 개정안 시행

1일 중소벤처기업부는 벤처기업 평가 기준을 개편하는 내용의 ‘벤처기업 확인 요령(중소벤처기업부고시)’ 개정안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벤처기업 확인 시 국내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외국 투자회사로부터 투자유치에 성공한 경우에도 적격 투자 실적으로 인정받는 길이 열린다. 그간 ‘벤처투자유형’의 벤처 신청기업이 해외투자 유치 실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투자 주체 요건은 한정적으로 열거돼 있었다. 이 때문에 해외 신생 벤처캐피털(VC)로부터 받은 투자 실적은 즉각 반영되기 어려웠던 불편함이 있었다.

앞으로는 중기부 장관이 국제적 신인도와 투자 실적을 갖췄다고 판단하는 외국 투자회사도 즉시 적격 투자 주체로 인정될 수 있다. 우리 벤처제도가 글로벌 VC 시장 변화 흐름에 발맞춰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특히 실리콘밸리 등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인 VC와의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투자유치 및 상장 기회를 모색하는 기업들이 벤처기업 제도에 더욱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벤처기업 확인 시 환경·사회·지배구조(ESG)경영 도입 실적을 명시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게 된다. 그동안 ‘연구개발 유형’, ‘혁신성장 유형’의 벤처 신청기업은 사업 성장성에 대한 정량·정성 평가를 반드시 거쳐야 했는데, 기존 재무 중심의 평가지표로는 ESG 경영 노력 등 비재무 실적을 간접적으로만 평가할 수 있었다. 그러나 향후에는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 등 14개 세부 평가기준에 따라 ESG 경영 도입의 적절성을 공식적으로 정성 평가하게 된다. 해당 평가 요소는 창업 초기 벤처기업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가산점 부여 방식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투자 경색 심화에 폐업사 증가

다만 업계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이미 국내 벤처투자 시장은 한껏 위축된 상태로, 많은 초기 스타트업들이 생존 한계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중소벤처기업부와 벤처캐피탈협회 등 유관 기관들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벤처투자 규모는 총 11조9,000억원으로 전년(10조9,000억원)보다 늘었지만, 7년 이상 된 후기 스타트업이 절반 이상(6조3,663억원)을 차지했다. 3년 이내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2조2,243억원으로 전체의 18.6%에 그쳤다. 최근 5년간 가장 낮은 비율이다.

벤처업계에서 첫 3년은 '데스밸리(Death Valley)'로 불린다. 초기 창업 기업이 연구개발(R&D)에 성공한 후에도 자금 부족 등으로 인해 사업화에 실패하기 쉬운 기간을 일컫는다. 그런데 최근 투자 경색이 심화하면서 이를 넘지 못하고 폐업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2023년 기준 전체 벤처기업의 13%(5,021곳)를 차지하던 3년 미만 초기 스타트업 수는 지난 1월 기준 11.3%(4,283곳)로 감소했다.

폐업뿐 아니라 새롭게 창업하는 스타트업도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해 국내 창업 기업 수는 경기 둔화와 고금리 등의 여파로 전년 대비 4.5%(5만5,712개) 감소한 118만2,905개로 집계됐다. 특히 벤처 투자금이 집중되는 소프트웨어 산업은 글로벌 경기둔화 등으로 투자가 감소하면서 신규 창업이 부쩍 힘겨워졌다.

성장은커녕 '고사 위기'

2000년대 이후 한국 경제는 과감한 도전과 혁신에 기반한 벤처·스타트업들의 성장을 통해 도약해 왔다. 2013년 자본금 5,000만원으로 출발해 금융업의 역사를 새롭게 써 내려가고 있는 토스, 2002년 5억원을 종잣돈으로 시장에 뛰어들어 한국을 대표하며 글로벌 시장을 이끄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셀트리온 등 지금은 그 입지가 당연하게 인식되는 수많은 기업이 창업 초기 데스밸리를 뛰어넘고 성장한 곳들이다. 벤처투자는 이 같은 기업들의 등장과 성장을 뒷받침해 경제 전체를 살찌우겠다는 취지에서 출발했지만, 그 취지가 갈수록 무색해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 기업분석업체 씨비인사이트(CB Insights)가 집계한 글로벌 유니콘 기업 1,200여 곳 중 우리나라 기업은 단 14곳에 불과하다. 특히 지난해에는 전 세계적인 인공지능(AI) 경쟁에서 소외되며 씁쓸한 한 해를 보냈다. 미국이 생성형 AI 열풍을 주도하는 가운데 한국에선 고작 한 곳의 AI 유니콘을 배출했다. 벤처투자 시장이 해마다 위축되는 와중에 성장은커녕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스타트업이 부지기수다.

이와 관련해 VC의 한 심사역은 “국내 스타트업도 나름대로 AI 기술을 접목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지만 유니콘으로 인정될 정도로 시장에 파급력이 있는 기업은 찾아보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업력 20년 이상의 벤처 기업들도 막대한 자금 투입이 요구되는 AI 소프트웨어 개발에 엄두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벤처업계에서는 올해 업황 역시 녹록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최근 벤처기업협회 조사에 따르면 벤처 기업 455개사 중 내년 자금 사정이 올해 대비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한 응답 비중은 20.9%에 그친 반면, 악화할 것이란 비중은 47.7%로 훨씬 높았다. 한상우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은 “2025년도 벤처 시장의 분위기는 좋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위기 극복을 위해 수익성 개선에 힘을 쏟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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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학위 과정과 평생교육원, 그리고 한국식 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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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essor of AI/Data Science @ SI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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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부터 수요 조사를 받았던 2025학년도 예비 신입생 보조 교육이 어제(3월 31일)부터 정식으로 시작됐다.

당시 지원 의사를 표현한 분들과 2월에 온라인으로 한번 만났고,

3월 중에 과거 기출문제 풀이를 듣도록 열어주면서, 일종의 예열(Warm-up) 과정을 거치는 중에 2번을 더 만났는데, 역시 예상대로 기출문제 풀이를 보면서 자기들이 회사에서 진행하고 있는 AI/Data Science 프로젝트가 얼마나 잘못됐는지 피부로 느끼고 있다는 감정을 털어놨다.

2022학년도에 입학했다가 따라갈 자신이 없어서 1년 휴학 후 2023년에 다시 복학했던 모 대기업 재직 중인 학생은, 이제 졸업을 눈 앞에 두고 최고 논문상 후보 중 한 명으로 올라서 있는데, 회사가 이상한 것만 인지하고 무작정 제대로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지원했던 2022년과, 정말 제대로 해야 겨우 살아남을 수 있겠구나는 절박함으로 다시 찾아왔던 2023년 사이의 감정 변화를 공유하는 걸 들으면서, 아마 예비 교육에 참여하는 학생들도 생각이 많았을 것이다.

역시 2023년에 입학했던 한 학생은 당시에 국내 차량 공유 업체인 S모 스타트업에서 N모 포털사로 이직했던 사람들이 도구 변수 (Instrumental variable) 개념을 이해하고, SIAI에서 가르치는 것처럼 데이터 전처리 작업부터 기존 변수에 오차가 있을 때, 기존 변수가 사라졌을 때, 주어진 문제의 변수 간에 동시성이 주어져 있을 때 등등에 활용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야기를 봤다고 말을 꺼낸 적이 있었다.

그 학생이 4달 동안 수업을 듣고 도구 변수 활용을 포함해 위의 '내재성(Endogeneity)'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완전히 익힌 후부터 그 N사로 이직하신 분들의 블로그를 찾아가지 않았던 이야기도 나왔다. 그 분들은 2~3년간 힘겹게 그 내용을 겨우겨우 이해하고 있었겠지만, 우리 SIAI 학생은 입학한지 단 4달 만에 그 분들의 2년 고통을 바로 뛰어넘은 것이다. 아마 지식을 응용하고 복잡하게 꼬인 문제를 풀어내는 능력이라는 한 단계 위의 활용법까지 따지면, 매우 미안한 말이지만 자율 학습을 하신 그 분들은 절대로 SIAI 학생들의 시야를 쫓아오지 못할 것이다.

지나친 자신감에 거부감이 든다면 위의 문제들을 직접 한번 풀어보시라. 나 역시 한국에서 피상적인 지식만 이해하면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교육을 받아봤었고, 반대로 현실에 주어진 상황에 맞춰 중첩된 응용을 해야만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교육에 충격을 먹어가면서 공부했기 때문에, 당신들이 현재 어떤 상태일지 충분히 짐작이 가고도 남음이 있기 때문에 자신있게 하는 말이다.

모 아이비리그 대학에 재학 중이던 재미교포가 S대에 교환학생을 왔다가 학생들의 수준과 수업 수준에 큰 충격을 먹고 돌아간 이야기를 예전에 잠깐 언급한 적이 있는데, 이제 예비 교육에 참여한 학생들도 왜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지 조금씩 느끼게 될 것이다.

평생교육원, 학원 그리고 대학

1달짜리 압축 요약 기초 과정을 운영하다가 도저히 이건 아니다 싶어서 대학을 만들려고 1년간 온갖 고생을 다 하던 시절, 내가 자주 들었던 이야기는 학원만 몇 달 다니면 배우는 내용, 심지어 혼자서 공부만 해도 되는 내용을 무슨 대학까지 세워가며 가르칠려고 하느냐는 질문이다.

저 위의 몇몇 사례들만해도 이미 충분히 반박이 될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그 당시에는 저런 예비 졸업생들의 경험담도 없었고, 우리 SIAI 학생들의 졸업 논문들도 없었으니, 심지어 한국 전체에 온갖 종류의 3류 IT학원식 부트캠프(Bootcamp) 교육만 가득했던 시절이었으니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아마 한국어로 된 자료, 강남 일대에서 보는 IT학원들과 그걸 그대로 베껴 가르치는 국내 대학 교수들에게만 한정된 식견을 갖추고 있었을테 제대로 보이질 않았을 것이다.

그 무렵, 한 의대생이라는 학생이 아래의 문구가 담긴 메일을 보내온 적이 있었다.

예전에 1달짜리 압축 교육을 하실 때 들었어야 되는데

아마 SIAI 학생 중에 그 1달 짜리 교육과 SIAI에서 가장 쉬운 교육 과정인 MBA AI/BigData를 모두 들은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왜 당신의 좁은 식견을 좁다고 지적할 수밖에 없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교육이라는 재화가 경험재라서 시험쳐서 F를 받아보기 전에는 깨닫기 어려울테니, 교육 자료를 설명하는 것 대신, 몇몇 사례를 이야기해주면,

  • 국내 모 대학 경영학 박사 출신 + 1달 짜리 강의의 상중하 버전을 모두 들은 학생 + MBA AI/BigData 학생

인 케이스가 한 명 있고, 학위 수준은 박사가 아니지만 역시 국내 대학에서 대학원에서 보낸 시간만 다른 이과 출신 학생이 2명 더 있는데,

모두 Machine Learning, Deep Learning 수업에서 형편없는 점수를 받고, 논문 내라는 말을 무시한채 '잠수'를 타는 중이다.

이제 졸업 연한이 다 되어서 퇴학 처리가 될 것이다.

입학 당시에도 국내에서야 너네들을 인재라고 그러겠지만, 내 입장에서 봤을 때는 지진아 수준에 불과하다, 먼저 가르치는 수학 & 통계학 수업 때부터 어지간히 열심히 공부하지 않는 이상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들을 했었는데, 아마 본인들도 정말 열심히 공부했었겠지만, 사실상 첫 과목부터 점수 조정을 안 해주면 F 학점을 면하기 어려운 수준의 점수들을 받았다.

왜? Bootcamp와 정식 대학 교육의 수준은 넘사벽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부트캠프 수준으로 껍데기만 배워봐야 사상 누각

과목 이름이

라서 만만하게 봤었을 분들, 즉 SIAI 교육 수준을 모르는 분들을 제외하고, 시험 문제의 난이도를 짐작할 수 있는 수준인 분들 기준으로 영점을 좀 조정해보자.

저 과목들의 기출문제 18개 풀이만 들려주고 입학 시험을 쳤던 2022년, 국내 모 명문대에서 수학 전공을 하신, 학원계에 좀 오래 있어서 국내 교육 사정을 아는 분이 오셨다가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기초 수학 & 통계학 개념을 가르칠 줄 알았더니, 처음 보는 통계학 개념 1-2개를 제외하면 계속 어떻게 응용하는지, 응용력을 빠른 시간에 길러낼 수 있는지만 따지는 시험인 것 같다

저 분이 처음 보는 통계학 개념이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던 '도구 변수(Instrumental variable)'다.

저 분의 배경 지식을 감안해서 상황 설명을 하면, 고교 학원 강사가 이해하고 있는 통계학, 대학에서 통계학 비전공자가 봤던 통계학, 그리고 추가되는 개념 1-2개만 더 익히는 것에 지나지 않는 수업들을 했다고 보면 된다.

고작 그런 내용을 가르치는데 왜 돈을 받냐고 반문할 수도 있을텐데, 그럼 왜 다들 F학점을 못 면할까?

지식을 알면 된다는 개념이 교과서에 적힌 개념을 알고, 교과서 뒤에 있는 연습 문제를 풀 수 있으면 되고, 살짝 더 나가서 기출 문제를 잘 풀어서 학점만 잘 받으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단순히 가르치는 지식의 양이 중요하다고 생각들을 했을 것이다.

그러다가 사고력을 갖춰야 풀 수 있는 문제를 만나니, 배우기는 다 배운 것 같은데, 왜 문제를 못 풀겠는지 모르는 상황에 직면해 버리게 된다.

평생교육원, 학원 방식으로 지식을 암기시켜서 집어넣기만 하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교육을 받던 나라 학생이, 사고력이라는 훈련이 없으면 0점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교육을 만났으니 얼마나 큰 충격이었을까?

그렇다보니 수학을 아무리 많이 공부하고 와도, 수학 박사를 하고 와도 한국에서 교육 받아서는 저런 시험에서 F학점을 받는 것이다. 왜 SIAI학생들이 괜히 밖에서 계속 수학 공부만 한다고 시간만 버리지 말고, 하루 빨리 입학하는 편이 낫다는 이야기를 했던 것이 아니다.

어쩌면 한국 대학 교육은 부트 캠프에서 정말 열심히 하면 따라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난 그렇게 국내의 Data Science 관련 전공들이 뭘 가르치는지 보고 난 다음에 SIAI를 세우자고 결정했었는데, 나와 비슷한 속도로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국내 대학들 교육 따위는 몇 달 안에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다만, 사고력을 갖추고 그 지식을 응용할 수 있는 능력이 없으면 교과서 속의 지식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러니 SIAI를 욕하는 애들, SIAI 교육의 가치를 모르는 사람들이 이렇게들 힐난하는 것이다.

그거 배워 봐야 어디에 써먹어요?

시야가 열렸으면 우리 SIAI의 모든 기말고사 문제, 케이스 발표 문제들이 모두 특정 회사들이 겪고 있는 상황을 AI/Data Science 도구로 풀어내는 과정, 글로벌 최상위권 기업들의 의사 결정 과정 구조라는 것이 이해가 됐을텐데. 식견이 좁으니 안 보이겠지.

반대로 식견만 갖춰지면 STEM 교육의 어디를 가나 AI/Data Science에서 쓰는 학문적 도구를 다들 자기들 방식으로 바꿔서 쓰고만 있을 뿐, 쓰는 학문적인 도구는 모두 비슷비슷하다는 것이 보일텐데.

어떻게 쓰는지만 알면 된다던 정부 출연 연구소 박사들

사업 초기에 홍보 차원에서 국내 몇몇 정부 출연 연구소 박사들에게 강의를 나간 적이 있었는데, 돌이켜서 생각해보면 저 1달짜리 교육 과정은 딱 그런 분들, 그 중에서도 국내 대학 박사들이 아니라, 해외 Researh school에서 대학원 교육을 받은 분들께 적합했던 교육이었던 것 같다.

이미 위에서 들었던대로 국내 대학 석박 출신들이 모조리 F학점을 못 면했고, 아마 그 정출연 박사들도 1달 짜리 부트캠프 수준의 강의가 아니라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았으면 '눈물이 나도록' 공부를 했어야 F학점을 못 면했을 거라고 본다. 이미 주변의 대학 교수들이 시험 문제를 보고 F학점을 안 받는게 이상하다고 표현하기도 했고, 하루 수업을 빼서 거의 비슷한 문제를 미리 다 풀어주는 과정을 거치고, 앞에서 테크 트리를 차곡차곡 쌓아올리는 걸 보여주고 나서야 '그래도 쉽지 않을텐데...'라는 표현을 자주 듣는다.

다만, 그 때 만나봤던 정출연 분들은 '신경망(Neural Network)'라는 것이 알고보니 Tree 형태로 Regression을 배열해서 Factor Analysis를 Non-linear로 하고 있는 작업에 불과하다는 내 설명을 단번에 이해했고, 거기에 맞춰 DNN이라는 모델이 별 대단한 작업이 아니라 컴퓨터 학대에 불과하다는 것으로 바로 개념 확장을 할 수 있는 분들이었다.

해외 Research school 출신들이 많은 연구소들은 그렇게 개념만 던져드려도 상황 파악을 다 하니 편하게 진행을 했던 반면, 국내파, 특히 공대 출신들이 잔뜩 모인 연구소들을 가면

코드만 주시면 됩니다, 라이브러리만 주세요

혹은 심한 경우에는

그런 수학은 몰라도 될 것 같고, 어떻게 쓰는지만 알려주세요

라는 분들도 있었다. 알려줘도 하나도 제대로 쓰지도 못하시던 분들이.

암 걸리는 것 같아서 그 자리에 앉아있는게 너무 힘들었었다.

이번에 예비 수업을 들으러 온 학생 하나가 이렇게 질문하더라.

기출 문제를 다 알고 나면 쉽게 A학점을 받는 거 아니냐

우리 SIAI 학생들이 모두 비웃는다.

왜냐? 저런 사고력 기반 문제들은 2페이지에 달하는 시험문제가 거의 똑같은데, 정작 제일 초반에 정해놓은 요건만 바뀌어도 문제 풀이가 모두 바뀌고, 새롭게 논리를 다 짜야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STA501: Final examination 2021 의 1번 문제는 Cobb-Douglas를 Regression으로 바꾸고, 이게 Non-linear regression을 Log를 이용해서 Linear로 바꾼 부분은 매년 똑같은 방식을 유지하면서 출제했었다. 심지어 10개의 작은 문제들에서 변수를 안 바꾼 적도 많다.

그런데, 제일 초반에 Wordpress-based webpage를 만드는 회사라는 내용 대신, AI 연구를 하는 회사로 내용을 바꾼 적도 있고, 가짜 AI를 만들면서 진짜라고 주장하는 회사와 진짜 AI를 연구하고 있는 회사들 간의 비교 형태로 문제를 바꿔서 출제해버리면 문제 풀이가 완전히 바뀐다. 기술력이 낮은 회사는 $K$에 붙은 변수의 범위가 낮을 것이고, 반면 기술력이 높은 회사는 $L$와 $K$의 비중이 달라지면서 문제 풀이 단계 별로 접근법이 모두 바뀌기 때문이다.

이미 기출문제를 다 풀어주고, 매년 지식이 더 쌓이는데도, 심지어 어중이떠중이 같은 학생들은 모두 사라지고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만 남았지만, 채점은 언제나 매우 쉬웠다. 대부분 상황이 바뀐 것에 따른 논리적 확장을 못한, 외운 수준에 불과한 답을 써서 0점이나 노력 점수 1점 밖에 못 받았기 때문이다. (보통 학위 과정 중반을 지나면 매달 만날 때마다 초반부 수업들의 답안지에 이불킥을 뻥뻥 찬 이야기들을 한다.)

고작 유럽 명문대들 학부 2학년 교육 과정을 갖고 왔건만.

학원보다 나을 게 없어진 대학 교육

그런 수학은 몰라도 될 것 같고, 어떻게 쓰는지만 알려주세요

라고 현기증 난다는 표정을 짓던 그 정출연 국내 공대 박사들은, 예전에 썼던 코드를 갖고와서 또 쓰면 된다고 생각하지, 우리 SIAI 학생들이 겪은 것처럼 문제 기본 설정이 살짝만 바뀌어도 문제 풀이 자체가 완전히 바뀌는 상황을 한번도 겪어보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 대학들의 교육이, 특히 국내 공대 대학원이 어떻게 인력을 교육 시켜서 시장에 내보냈는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는 대목이다.

지난 3월 31일부로 SIAI 소유권도 유럽 팀으로 넘어갔고, 이번에 예비 과정을 거쳐 받게 되는 학생 몇몇을 끝으로 한국에서 SIAI라는 이름으로 인재를 더 길러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유럽 기준에 맞춰서 학위 가격도 대폭 인상됐고, 입학생들의 프로필도 바꿀려고 하는데, 한국 학생들의 구매력이나 사고력, 어느 쪽을 봐도 SIAI가 선택지가 될 것 같지는 않아보이기 때문이다.

올해 뒤늦게라도 몇 명이 더 나선다면 모를까, 이제 나도 지쳐서 한국 땅에서 교육으로 더 에너지를 쏟고 싶지도 않다.

한국이 앞으로 어떤 나라가 될지 함부로 말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지난 몇 년간 지켜본 정보를 봤을 때, 국내 인력들의 수준은, 특히 공대 출신들의 수준은, 대학 학위 과정 출신과 부트 캠프 출신을 구분하기 어려운 나라가 됐다. 즉, 대학의 권위가 무너진 나라가 됐다. 대학이 학문적 훈련을 시키지 않고, 껍데기 지식만 전달했고, 모양새만 갖춘 논문만 찍어서 학위만 팔았기 때문이다. 대학 교육이 학원 교육 수준으로 추락한 나라가 됐다는 냉혹한 현실을 감안하면, 앞으로 10년이 채 지나기 전에 기술력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David이 쓴 위의 글 후반부에 'Korea, once a tech leader, will soon be China's tech colony'라는 대목을 읽는데 너무 괴롭더라.

보통 교육 전문가들은 교육 방향이 바뀐 것이 시장 전체에 영향을 주는데 10년에서 20년 정도가 걸린다고 본다. 아마 미·적분을 몰라도 대학을 갈 수 있었던 2005년부터 이런 전환이 시작됐을 것이고, BK21로 3류 프로젝트들에 지원금을 주면서부터 공대 교육도 저렇게 프로젝트 전문 도제 교육, 찍어내기 전문 교육으로 바뀌었을 것이다.

정부는 나름대로 미국의 NBER이나 영국의 Royal Majesty 지원금 같은 걸 보고 BK21을 만들었겠지만, 교육 수준이 낮은 나라가 껍데기만 베끼다보니 결국 Garbage in, garbage out이 20년간 누적됐다.

중동, 구소련연방 같은 나라들에서 온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면서 학생 숫자를 채우려고 하지 말고, 대학들 문을 강제로 닫아버린 다음 극소수의 대학들이 Research school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해 줬어야 되는데, 정책 방향이 잘못되는 바람에 결국 한국 대학 교육은 이제 학원 수준으로 추락해 버렸다.

'단군 이래 최저 학력', '창세기 이래 최저 학력' 따위의 소리가 나오던 2000년대 초반에 교육 정책을 만들었던 관계자들부터, 지난 20년간 국내 교육계를 움직이신 분들은, 당신들이 만든 교육 시스템이 나라의 운명을 1970년 이전으로 돌려놨다는 것을 인지나 하고 있을까? 왜 제대로 대학 교육만 돌아갔으면 4달만에 배울 지식을 우리나라 1등 IT업체에서 핵심 인재들이 2년, 3년을 공부해도 못 따라가고, 껍데기나 흉내만 내고 있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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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예대금리차 통계 작성 후 최대, 평균 연봉에 퇴직금도 늘어

5대 은행 예대금리차 통계 작성 후 최대, 평균 연봉에 퇴직금도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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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예대금리차, 7개월 연속 확대
예금금리 내릴 동안 대출가산금리 올려
금융당국 가계대출 총량규제 강화 영향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평균 예대금리차(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가 관련 통계 발표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은행들이 기준금리 인하 이후 예·적금금리를 즉각 내린 반면, 대출금리는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에 대응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격차가 커진 것이다. ‘가계대출 총량규제’의 부작용이라는 지적이 쏟아지지만, 이자수익 의존도가 높은 국내 은행권의 특성을 감안할 때 단기간에 예대금리 축소가 이뤄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5대 은행 가계예대금리차 평균 1.38%포인트

1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지난 2월 5대 은행의 정책금융 제외한 가계예대금리차 평균이 1.38%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는 은행연합회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고 발표한 2022년 7월 이후 가장 큰 격차다. 5대 은행의 예대금리차는 지난해 8월 이후 7개월 연속 벌어지는 중이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NH농협은행이 1.47%포인트로 가장 컸다. 다음으로 신한·하나은행이 1.4%포인트, KB국민은행은 1.33%포인트를 기록했다. 우리은행의 예대금리차는 1.3%포인트로 5대 은행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예대금리차란 각 은행의 가계대출금리에서 수신금리를 뺀 수치를 말한다. 이때 가계대출상품 중 햇살론·사잇돌 대출 등 저소득층 대상의 정책금융상품을 제외한 가계대출상품만을 금리 기준으로 삼는다. 정책금융상품은 정부와 은행이 함께 재원을 마련하고 상품을 이용하는 소비자도 한정돼 있어 일반 대출상품보다 금리가 낮게 형성되기 때문이다. 정책금융을 제외한 가계예대금리차는 다수의 금융소비자가 체감하는 예대금리차를 나타내는 지표로, 일반적으로 수치가 클수록 은행의 이자수익이 늘어난다.

예대금리차가 최대치를 경신한 데는 가계대출 총량규제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하반기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가계대출 총량규제를 강화했고 은행들은 대출금리를 올려 대출 문턱을 높였다. 이후 금융당국이 대출금리를 낮추라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으나 은행들은 가산금리를 예전 수준으로 되돌리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은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소비자에게 전달되도록 점검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은행권의 이자수익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단기간에 예대금리차가 줄어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평균 연봉, 1년새 200만원 넘게 늘어

이렇게 주요 시중은행이 예대금리차를 기반으로 역대 최대 이익을 내는 사이, 은행원의 평균 연봉도 1억2,000만원에 육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봉과 함께 지난해 희망퇴직금도 증가해 최대 7억원 이상 지급된 사례도 있었다. 각 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의 지난해 1인당 평균 3억3,700만원의 특별퇴직금을 지급했다. 신한은행은 1인당 평균 3억1,432만원, 하나은행은 1인당 평균 3억7,011만원의 특별퇴직금을 희망퇴직자에게 지급했다.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의 퇴직금 규모도 조만간 공개될 예정이다.

은행의 사업보고서에 계상된 희망퇴직 비용에는 특별퇴직금만 반영된 것으로, 실제 희망퇴직자들은 이에 더해 법정 퇴직금도 함께 받는다. 통상 법정 퇴직금은 퇴직 직전 3개월 월평균 급여(상여·수당 등 포함)에 근속연수를 곱해 정해지며, 퇴직 당시 직급과 근속연수에 따라 보통 2억~4억원대에 분포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간 정산을 받은 소수를 제외하면, 희망퇴직자들은 특별퇴직금과 법정 퇴직금을 더해 보통 5억원대 중반~7억원대를 수령한다"며 "센터장 등 보수가 많고 근속연수도 긴 경우 7억원을 훌쩍 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은행원들의 평균 연봉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사업보고서를 공시한 4대 시중은행(하나·KB국민·신한·우리은행)의 1인당 평균 연봉은 2020년 9,800만원에서 매년 상승해 2021년 1억550만원, 2022년 1억1,280만원, 2023년 1억1,628만원에 이어 지난해 1억1,840만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200만원 이상 증가한 규모다. 은행별로는 하나은행이 1억2,061만원으로 KB국민은행을 제치고 평균 연봉 1위를 차지했다. 이어 KB국민은행 1억2,000만원, 신한은행 1억1,900만원, 우리은행 1억1,400만원순으로 나타났다.

주담대 중심의 가계 부동산 대출은 리스크 요인

시중은행이 역대급 이익을 거두고는 있지만 리스크도 상당하다. 금융권에서는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 부동산대출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잠재 리스크 누적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달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월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상업용부동산 등 비주택 담보대출은 상가공실률 상승 등 시장 여건 악화로 감소했으나 주담대는 지난해 말보다 증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향후 금융여건 완화가 부동산 등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를 자극해 자산매입을 위한 레버리지 증가를 유발할 수 있다"며 "부동산 부문으로 금융 쏠림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부동산금융이 과도하게 확대되면 경기가 부진할 때 금융불안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생산성이 낮은 부문으로 자금이 집중되면서 경제성장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방을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있어 가계 채무상환능력 저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은은 주택가격 하락이 고위험가구 증가 가능성을 높인다고 추정했다. 금리 및 주택가격 변동분과 주택가격 전망을 반영해 지방과 수도권의 고위험가구 비중을 시산한 결과 지난해 말 지방과 수도권의 고위험가구 비중은 각각 5.4%, 4.3%로 나타났다. 올해 말에는 지방 5.6%, 수도권 4.0%로 지방의 고위험가구 증가가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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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관리 없다더니 말바꾼 발란, 기업회생 신청, '제2의 티메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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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거래 채권 규모 300억원 수준
회생신청 발표에 입점업체 분통
제2의 티메프 사태 불안감 확산
사진=발란

온라인 명품 플랫폼 발란이 미정산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결국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최근 입점업체들 사이에서는 발란이 대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자 몰래 법정관리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는데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발란 측은 미정산금 규모가 월 거래액으로 충분히 해소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조속히 상거래 채권을 변제한다는 입장이지만, 입점업체들은 '제2의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라며 불안감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발란, 수백억대 판매대금 미정산

지난달 31일 발란은 최형록 대표이사 명의로 입점업체에 공지를 발송해 "파트너사의 상거래 채권을 안정적으로 변제하고 플랫폼의 지속 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미정산금 등 재무적 문제와 관련해서는 "소비자에게 금전적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고 미지급된 상거래 채권도 발란의 월 거래액보다 적은 수준"이라며 "3월부터는 흑자 기반을 확보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발란에 입점한 파트너사는 1,300여 개로 월평균 거래액은 300억원이다. 현재 미정산 대금은 13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발란이 미정산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회생절차에 돌입하면서 입점업체들 사이에서는 불신과 위기감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입점업체 점주 800여 명이 모인 오픈채팅방에는 '대금 정산이 지연된 상황에서 발란의 모든 공지가 거짓말인 것이 드러났다', '미정산 대금이 1조원을 넘어선 티메프 사태 때와 상황이 똑같다'는 등의 격한 반응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최 대표는 "가장 중요한 채권자는 바로 파트너 여러분"이라며 "회생 인가 전에 인수·합병(M&A)을 신속히 추진해 인수자를 유치함으로써 상거래 채권을 신속히 변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4일 발란은 내부 점검 과정에서 정산금이 과다 지급된 오류가 발견됐다며 당일 정산 주기가 도래한 일부 입점업체에 대금을 지급하지 못했다. 이틀 후인 26일, 재정산 작업을 마무리하고 28일까지 대금과 지연 이자 등을 포함해 확정 정산액을 지급하겠다고 공지했지만, 당일 오후부터 신규 결제를 막으며 사실상 잠정 폐업 상태에 들어갔다. 28일에는 최 대표 명의의 사과문을 통해 "조금만 기다려 달라"며 "다음 주 직접 만나 경위와 계획을 설명하겠다"고 해명했으나 결국 발란은 미정산금을 해결하지 못한 채 회생절차 신청을 공식화했다.

티메프 이어 발란까지, 이커머스 구조조정 현실화

전문가들은 지난해 티메프(티몬·위메프)에 이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커머스업계의 구조조정이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비대면 소비 확산으로 이커머스 침투율은 올해 2월 기준 55.6%까지 증가했다. 명품 플랫폼인 발란을 비롯해 오늘의집, 무신사, 마켓컬리 등 버티컬 커머스도 빠르게 성장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문몰의 연간 거래액은 팬데믹 직전인 2019년 47조원 수준에서 2023년 100조원을 돌파하며 112% 급증했다. 같은 기간 네이버·쿠팡 등 종합몰 거래액은 89조원에서 141조원으로 58% 증가했다.

하지만 최근 이커머스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데다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플랫폼의 공세에 경기 불황까지 더해지며 업계 전반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우후죽순 늘었던 전문몰 중 경쟁력이 떨어지는 업체의 폐업이 잇따르는 양상이다. 오늘의집과 인테리어 플랫폼 양강 구도를 이뤘던 집꾸미기는 지난달 31일 운영을 종료했다. 지난해에는 문구 온라인 쇼핑몰 바보사랑, 가전·가구 편집숍 알렛츠, 디자인 상품 쇼핑몰 1300K 등이 문을 닫았다. 

일각에서는 티메프와 발란 사태가 이커머스업계의 '미정산 포비아'를 확산시킬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두 사태 모두 단순히 개별 기업의 상품 경쟁력이나 마케팅 전략의 실패가 아니라, 이커머스업계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이커머스 시장의 마케팅과 할인 경쟁이 과열되면서 대부분의 플랫폼은 단기적인 유동성을 확보하지 못하며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을 구축하지 못했다. 결국 이들은 자금 경색에 직면했고, 이로 인해 미정산 사태가 발생하며 재무 건전성 악화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명품시장 침체 속, 정상화까지 한계 우려

특히 발란의 경우 명품 플랫폼의 특성상 경영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명품 플랫폼 시장 자체가 부진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개인 명품 시장 규모가 3,630억 유로(약 538조원)로, 전년 대비 2% 감소했다. 베인앤드컴퍼니는 "명품 시장 규모가 줄어든 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고 15년만"이라며 "명품 시장이 현재 구조적 변화를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에서도 명품 플랫폼의 운영 중단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12월 이랜드글로벌이 운영하던 명품 플랫폼 럭셔리 갤러리가 운영을 중단했다. 2020년 출범한 럭셔리 갤러리는 2022년 매출이 220억원대까지 성장했지만, 이듬해 매출이 184억원대로 줄면서 12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현재 이랜드글로벌은 럭셔리 갤러리에 대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웰니스 사업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명품 프리 오더 플랫폼 디코드도 올해 1월 운영을 중단했다. 앞서 문을 닫은 캐치패션과 한스타일을 포함해 1년 새 명품 플랫폼 4곳이 문을 닫았다.

이들 플랫폼의 부진에는 대형 이커머스 업체들이 명품 판매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심화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SSG닷컴, 롯데온 등 백화점을 계열사로 둔 이커머스 플랫폼을 비롯해 쿠팡, 컬리 등도 고객 접점 확대와 서비스 차별화 등을 이유로 명품 판매를 강화하는 추세다. 여기에 투자 시장의 한파도 이어지고 있다. 티메프 정산 미지급 사태로 플랫폼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면서 투자 유치가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다. 발란 역시 지난해 중국 알리바바그룹, 일본 조조타운 등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할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결국 추가 투자로 이어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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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도 러시아도 불만스러워" 트럼프 대통령의 독선

"우크라이나도 러시아도 불만스러워" 트럼프 대통령의 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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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트럼프, 푸틴과 젤렌스키에게 불만 표출"
지지부진한 휴전 협상에 가중되는 美 압박
러시아에는 관세 위협, 우크라이나엔 광물 협정 강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측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양국의 휴전 협상이 좀처럼 진전되지 않는 가운데, 백악관을 통해 입장을 표명하며 압박을 가한 것이다. 이 밖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에 추가 관세 부과를 시사하고, 우크라이나에 광물 협정에 동의할 것을 주문하는 등 미국의 국익을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의 '불만 사항'

지난달 31일(이하 현지시각) 키이우인디펜던트 등 외신에 따르면,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불만을 표했다"고 밝혔다. 레빗 대변인은 이어 "그(트럼프 대통령)는 이 갈등을 종식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를 이미 밝혔다"며 "그는 여전히 이를 위해 매우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며, 우리 팀도 계속해서 (협상에) 참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핀란드의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골프 회동 후 영국을 찾은 스투브 대통령은 영국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 대해 화가 나 보였는지 질문을 받자 "화가 났다(angry)는 말은 틀린 것 같고, 짜증난(impatient) 건 확실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휴전과 러시아가 이에 전념하지 않는다는 그의 불만(frustration)에 대해 많이 얘기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내가 푸틴을 신뢰할 수 있겠나'라고 물었을 때 '아니, 그럴 수 없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하는 것은 양국의 휴전 논의가 좀처럼 진전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교 전문가는 "트럼프가 제시한 휴전 방안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별로 달갑지 않은 조건들이라는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며 "트럼프가 미국의 국익을 우선시한 방안을 앞세우는 이상 논의에 속도가 붙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양국을 상대로 설득이 아닌 '위협'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문제"라며 "트럼프가 욕심을 내면 낼수록, 감정 표현을 하면 할수록 종전 협상은 길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휴전 실패하면 러시아에 2차 관세"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 논의가 본격화한 이후 양국에 대한 압박을 꾸준히 더해가고 있다. 그는 지난달 30일 미 NBC 방송 전화 인터뷰에서 “푸틴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지도력을 깎아내리는 발언을 해 매우 화가 났다”며 “전혀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라고 발언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평화 협상을 시작하려면 임시정부를 수립해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협상에서 배제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피를 흘리는 사태를 멈추는 데 있어 러시아가 방해됐다고 판단되면, 러시아산 석유에 2차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러시아산 석유를 수입하는 국가는 미국에서 사업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모든 러시아산 석유에 대해 25% 관세가 부과될 것이며, 경우에 따라 50%까지 관세가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2차 관세는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표현이 아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 베네수엘라에 2차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히면서 ‘베네수엘라에서 석유나 가스를 수입하는 모든 국가는 미국과의 모든 교역 과정에서 25%의 관세를 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한 바 있다. 러시아에 2차 관세를 매긴다는 발언은 사실상 러시아산 석유를 수입하는 모든 국가와 기업들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의미인 셈이다.

광물 협정 둘러싼 갈등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도 광물 협정과 관련한 경고를 날렸다. 미 폭스뉴스에 따르면 그는 지난달 30일 워싱턴DC로 복귀하는 비행기에서 기자들과 만나 “젤렌스키 대통령이 희토류 거래에서 손을 떼려 하고 있다”며 “그렇게 되며 큰, 큰 문제(big, big problems)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은 광물 협정 초안을 우크라이나에 전달한 상태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다음 주에 (광물 협정과 관련한) 본격적인 논의와 함께 서명까지 할 수도 있기를 희망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문제는 미국이 전달한 광물 협정 초안에 미국 기업에 일방적인 특혜를 주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유럽연합(EU)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헌법은 우리의 경로가 EU를 향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명시하고 있다”며 “EU 가입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것(협정)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광물 협정을 둘러싼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갈등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젤렌스키 대통령 입장에서는 트럼프와의 대립이 조만간 다가올 대선에서 표심을 끌어모을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과 회의를 열고, 오는 4월 말 완전한 휴전이 이뤄진 뒤 대선을 준비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임기는 지난해 5월 끝났지만, 전시 상황을 이유로 계엄령을 통해 집권이 연장된 상태다. 오는 5월 9일까지 계엄령이 추가로 연장되지 않으면 우크라이나는 대선을 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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