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트럼프 '그린란드 매입' 발언에 방위비 2조원 증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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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토류 등 자원 보고이자 북극권 전략적 요충지 2019년 '트럼프 1기'에서도 그린란드 병합 추진 덴마크 "그린란드는 매물될 수 없어" 즉각 반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를 매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덴마크 정부는 '그린란드는 매물이 아니다'라며 즉각 반발하며 그린란드에 대한 방위비를 2조원가량 증액했다. 한편, 트럼프 당선인이 그린란드 매입뿐 아니라 파나마 운하 반환, 캐나다의 51번째 주(州) 편입 등 연일 타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발언을 이어가면서 미국 내에서도 식민지식 팽창주의란 우려가 나온다.
덴마크, 트럼프 발언에 그린란드 방위비 증액
25일(현지 시각) 현지 언론에 따르면 트로엘스 룬 포울센 덴마크 국방부 장관은 전날 그린란드 방위비 지출 확대 패키지를 발표했다. 정확한 액수를 공개하지 않았으나 BBC 등에 따르면 증액 규모가 120억∼150억 크로네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미 달러 환산 시 15억 달러(약 2조1,880억원)에 이르는 규모로 늘어난 방위비는 감시선 두 척과 장거리 드론 두 대, 개 썰매 부대 두 곳 증설 등에 사용된다. 그린란드 수도 누크에 소재한 북극사령부 병력 확충과 민간 공항이 F-35 전투기를 수용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하는 것도 증액된 지출 범위에 포함된다.
포울센 장관은 방위비 지출 확대 조치와 관련해 "지난 몇 년간 북극 지역에 충분한 투자를 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주둔군의 전력 강화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덴마크 정부가 최근 트럼프 당선인의 그린란드 인수 발언을 경계하는 차원에서 방위비 증액을 결정한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지난 22일 트럼프 당선인은 켄 하워리 페이팔 공동 창업자를 주덴마크 미국대사로 지명하면서 "국가 안보와 세계 자유를 위해 미국의 그린란드 소유와 지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 직후 무테 에게데 그린란드 총리는 "그린란드는 매물이 아니며 앞으로도 매물이 될 수 없다"며 "자유를 위한 오랜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즉각 반발했다. 덴마크 총리실은 "그린란드는 매물이 아니다"라면서도 "미국과의 협력에는 언제든 열려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은 2019년 첫 임기 때도 그린란드 매입 의사를 밝히며 영토 병합을 추진한 바 있다. 당시 그린란드 매입 대가로 카리브해 북동부의 속령 푸에르토리코를 건넨다는 구체적인 협상 계획도 수립했지만, 덴마크와 그린란드 자치정부 측이 강하게 반발하며 일단락됐다.
美 나토 방어기지 활용, 中 희토류 개발 투자
그린란드는 면적 217만 ㎢의 세계에서 가장 큰 섬으로 북극권의 전략적 요충지로 꼽힌다. 섬의 약 80%가 눈과 얼음으로 덮여 있고 나머지 20% 지역에 주민 5만6,000여 명이 거주한다. 덴마크가 18세기 초부터 지배해오다가 지난 2009년 그린란드 자치정부가 출범했다. 당시 자치권 확대를 위한 투표에서는 주민 75%가 찬성했다. 현재 덴마크는 그린란드의 국방 및 외교·안보를 담당하면서 자치정부 재정의 절반을 지원한다.
미국이 그린란드를 자국의 영토로 편입하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냉전 시기였던 1946년 미국 해리 트루먼 행정부는 덴마크에 그린란드를 1억 달러에 구입하겠다고 제안했지만, 덴마크 측이 거절했다. 이후 1950년 덴마크 정부는 미국 측 제안을 수용해 그린란드에 툴레 공군 기지 건설에 착수했고, 1953년 완성된 이 기지는 현재까지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주요 방어기지로 운영되고 있다.
최근에는 만년설이 녹아 6억 톤(t)이 넘는 희토류가 매장된 것이 확인되면서 빌 게이츠, 제프 베이조스, 마이클 블룸버그 등 억만장자들이 희토류 채굴 사업에 뛰어들었다. 중국기업도 자원이 풍부한 그린란드에 대한 투자를 확대했다. 이 중에는 그린란드에 묻힌 희토류, 우라늄, 철광 등을 개발하는 사업이 포함됐다. 다만 중국에 대한 열강의 견제가 심화하면서 2018년 중국 국유기업인 중국교통건설(CCCC)이 그린란드 공항 확충공사 프로젝트에 대해 추진하던 전략적 투자는 미국과 덴마크 정부의 반대로 무산됐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을 두고 나토 가입국인 덴마크를 상대로 방위비 인상을 압박하고, 북극권 요충지인 그린란드를 선점해 중국 및 러시아와의 패권 경쟁에서 앞서 나가겠다는 의도가 담겼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미국은 북극권의 패권을 두고 중국, 러시아를 상대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18년 북극 군기지 건립 계획을 발표하면서 일찌감치 2030년 '북극 강대국'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올해 7월 러시아와 함께 북극해 상공에서 합동 순찰을 진행한 데 이어 8월에는 해상 연합훈련을 벌였다.
"트럼프의 美 우선주의는 식민지식 팽창주의"
트럼프 당선인의 도발적 발언은 그린란드에 그치지 않았다. 그는 파나마 운하에 대해서도 소유권 반환을 요구하며 우방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지난 22일 트럼프 당선인은 "파나마가 부과하는 통행료는 터무니없고 매우 불공평하다"며 "미국이 파나마에 운하 소유권을 넘긴 관대한 기부의 도덕적·법적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신속하고 완전한 반환을 요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전날에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파나마가 갈취를 끝내지 않으면 파나마 운하를 전면적으로 반환하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돌발 행동을 두고 트럼트 당선인의 '미국 우선주의(아메리카 퍼스트)'가 영토 확장에 대한 욕구로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23일 "파나마 운하 반환 요구에 이어 그린란드까지 눈독을 들이는 트럼프 당선인의 최근 발언이 심상치 않다”며 “다른 국가의 주권을 신성불가침의 영역으로 보지 않는 부동산 개발업자 특유의 인식 구조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에도 캐나다에 25% 고율관세 부과를 예고하며 "캐나다를 미국 51번째 주로 편입할 것"이라며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주지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NYT는 "트럼프 당선인이 내세우는 미국 우선주의는 전통적 고립주의와 다르다"며 "그의 태도는 세계 최대 군사력을 바탕으로 다른 나라의 영토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식민지 개척식 팽창주의적 성격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방식은 20세기 초 스페인으로부터 필리핀 지배권을 넘겨받은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대통령과 닮았다"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천재적이라고 평가하는 등 다른 나라의 영토 주권을 존중하지 않는 모습도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