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덴마크, 트럼프 '그린란드 매입' 발언에 방위비 2조원 증액

덴마크, 트럼프 '그린란드 매입' 발언에 방위비 2조원 증액
Picture

Member for

2 months
Real name
남윤정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금융 산업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기사를 쓰겠습니다. 경제 활력에 작은 보탬이 되기 바랍니다.

수정

희토류 등 자원 보고이자 북극권 전략적 요충지
2019년 '트럼프 1기'에서도 그린란드 병합 추진
덴마크 "그린란드는 매물될 수 없어" 즉각 반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를 매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덴마크 정부는 '그린란드는 매물이 아니다'라며 즉각 반발하며 그린란드에 대한 방위비를 2조원가량 증액했다. 한편, 트럼프 당선인이 그린란드 매입뿐 아니라 파나마 운하 반환, 캐나다의 51번째 주(州) 편입 등 연일 타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발언을 이어가면서 미국 내에서도 식민지식 팽창주의란 우려가 나온다.

덴마크, 트럼프 발언에 그린란드 방위비 증액

25일(현지 시각) 현지 언론에 따르면 트로엘스 룬 포울센 덴마크 국방부 장관은 전날 그린란드 방위비 지출 확대 패키지를 발표했다. 정확한 액수를 공개하지 않았으나 BBC 등에 따르면 증액 규모가 120억∼150억 크로네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미 달러 환산 시 15억 달러(약 2조1,880억원)에 이르는 규모로 늘어난 방위비는 감시선 두 척과 장거리 드론 두 대, 개 썰매 부대 두 곳 증설 등에 사용된다. 그린란드 수도 누크에 소재한 북극사령부 병력 확충과 민간 공항이 F-35 전투기를 수용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하는 것도 증액된 지출 범위에 포함된다.

포울센 장관은 방위비 지출 확대 조치와 관련해 "지난 몇 년간 북극 지역에 충분한 투자를 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주둔군의 전력 강화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덴마크 정부가 최근 트럼프 당선인의 그린란드 인수 발언을 경계하는 차원에서 방위비 증액을 결정한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지난 22일 트럼프 당선인은 켄 하워리 페이팔 공동 창업자를 주덴마크 미국대사로 지명하면서 "국가 안보와 세계 자유를 위해 미국의 그린란드 소유와 지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 직후 무테 에게데 그린란드 총리는 "그린란드는 매물이 아니며 앞으로도 매물이 될 수 없다"며 "자유를 위한 오랜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즉각 반발했다. 덴마크 총리실은 "그린란드는 매물이 아니다"라면서도 "미국과의 협력에는 언제든 열려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은 2019년 첫 임기 때도 그린란드 매입 의사를 밝히며 영토 병합을 추진한 바 있다. 당시 그린란드 매입 대가로 카리브해 북동부의 속령 푸에르토리코를 건넨다는 구체적인 협상 계획도 수립했지만, 덴마크와 그린란드 자치정부 측이 강하게 반발하며 일단락됐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美 나토 방어기지 활용, 中 희토류 개발 투자

그린란드는 면적 217만 ㎢의 세계에서 가장 큰 섬으로 북극권의 전략적 요충지로 꼽힌다. 섬의 약 80%가 눈과 얼음으로 덮여 있고 나머지 20% 지역에 주민 5만6,000여 명이 거주한다. 덴마크가 18세기 초부터 지배해오다가 지난 2009년 그린란드 자치정부가 출범했다. 당시 자치권 확대를 위한 투표에서는 주민 75%가 찬성했다. 현재 덴마크는 그린란드의 국방 및 외교·안보를 담당하면서 자치정부 재정의 절반을 지원한다.

미국이 그린란드를 자국의 영토로 편입하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냉전 시기였던 1946년 미국 해리 트루먼 행정부는 덴마크에 그린란드를 1억 달러에 구입하겠다고 제안했지만, 덴마크 측이 거절했다. 이후 1950년 덴마크 정부는 미국 측 제안을 수용해 그린란드에 툴레 공군 기지 건설에 착수했고, 1953년 완성된 이 기지는 현재까지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주요 방어기지로 운영되고 있다.

최근에는 만년설이 녹아 6억 톤(t)이 넘는 희토류가 매장된 것이 확인되면서 빌 게이츠, 제프 베이조스, 마이클 블룸버그 등 억만장자들이 희토류 채굴 사업에 뛰어들었다. 중국기업도 자원이 풍부한 그린란드에 대한 투자를 확대했다. 이 중에는 그린란드에 묻힌 희토류, 우라늄, 철광 등을 개발하는 사업이 포함됐다. 다만 중국에 대한 열강의 견제가 심화하면서 2018년 중국 국유기업인 중국교통건설(CCCC)이 그린란드 공항 확충공사 프로젝트에 대해 추진하던 전략적 투자는 미국과 덴마크 정부의 반대로 무산됐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을 두고 나토 가입국인 덴마크를 상대로 방위비 인상을 압박하고, 북극권 요충지인 그린란드를 선점해 중국 및 러시아와의 패권 경쟁에서 앞서 나가겠다는 의도가 담겼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미국은 북극권의 패권을 두고 중국, 러시아를 상대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18년 북극 군기지 건립 계획을 발표하면서 일찌감치 2030년 '북극 강대국'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올해 7월 러시아와 함께 북극해 상공에서 합동 순찰을 진행한 데 이어 8월에는 해상 연합훈련을 벌였다.

"트럼프의 美 우선주의는 식민지식 팽창주의"

트럼프 당선인의 도발적 발언은 그린란드에 그치지 않았다. 그는 파나마 운하에 대해서도 소유권 반환을 요구하며 우방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지난 22일 트럼프 당선인은 "파나마가 부과하는 통행료는 터무니없고 매우 불공평하다"며 "미국이 파나마에 운하 소유권을 넘긴 관대한 기부의 도덕적·법적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신속하고 완전한 반환을 요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전날에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파나마가 갈취를 끝내지 않으면 파나마 운하를 전면적으로 반환하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돌발 행동을 두고 트럼트 당선인의 '미국 우선주의(아메리카 퍼스트)'가 영토 확장에 대한 욕구로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23일 "파나마 운하 반환 요구에 이어 그린란드까지 눈독을 들이는 트럼프 당선인의 최근 발언이 심상치 않다”며 “다른 국가의 주권을 신성불가침의 영역으로 보지 않는 부동산 개발업자 특유의 인식 구조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에도 캐나다에 25% 고율관세 부과를 예고하며 "캐나다를 미국 51번째 주로 편입할 것"이라며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주지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NYT는 "트럼프 당선인이 내세우는 미국 우선주의는 전통적 고립주의와 다르다"며 "그의 태도는 세계 최대 군사력을 바탕으로 다른 나라의 영토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식민지 개척식 팽창주의적 성격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방식은 20세기 초 스페인으로부터 필리핀 지배권을 넘겨받은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대통령과 닮았다"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천재적이라고 평가하는 등 다른 나라의 영토 주권을 존중하지 않는 모습도 보인다"고 분석했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Real name
남윤정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금융 산업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기사를 쓰겠습니다. 경제 활력에 작은 보탬이 되기 바랍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본격화, 보상부터 속도 낸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본격화, 보상부터 속도 낸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1 week
Real name
임선주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미디어의 영향력을 무겁게 인지하고 있습니다. 예리한 시각과 분석력을 바탕으로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만을 전달하겠습니다.

수정

국토부, 특화 조성계획 발표
오는 2026년 12월 착공 목표
LH-삼성전자 입주 실시협약 체결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 조감도/사진=국토교통부

정부가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용인 국가산단) 조성을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용인 국가산단은 728만㎡ 부지에 대규모 팹(Fab) 6기와 3기의 발전소, 60개 이상의 소재·부품·장비 협력기업 등이 입주하는 대형 국가 전략사업으로, 전체 단지 준공 시까지 360조원에 이르는 민간 투자가 이뤄져 160만 명의 고용과 400조원의 생산 유발 등 부가가치 창출이 기대된다.

정부,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지정

26일 국토교통부는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의 산업단지계획 승인이 완료됨에 따라 국가산단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경기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는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입주기업인 삼성전자가 실시협약을 체결하고 향후 산단 특화 조성계획 등을 발표했다.

용인 국가 산단은 정부가 지정한 7개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중 하나로, 국토부는 지난해 3월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의 후보지를 발표했다. 통상 국가산단은 후보지 선정부터 지정까지 4년 이상이 소요되는데, 정부는 공공기관 예타면제와 각종 영향 평가 등 인허가 패스트트랙 등을 통해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지정 시기를 내년 3월에서 이달로 3개월 앞당겼다.

당초 산단 부지는 평택 상수원보호구역 등 입지규제로 인해 당초 공장 설립이 불가능한 지역이었으나, 올해 4월 관계기관 상생협약 등을 토대로 의견을 조율해 일련의 입지규제 해제 절차를 모두 마무리했다. 국토부는 내년부터 보상에 착수해 착공 시기를 단축한다는 방침이다. 목표 착공 시기는 내년 12월이다.

내년부터 보상 절차 본격 돌입

국토부는 먼저 원주민과 이주기업을 위해 산단 남서쪽 창리 저수지 일원에 270가구 규모(37만㎡)의 이주자 택지를 조성하고, 북서쪽에는 50만㎡ 규모의 이주기업 전용산단을 조성한다. 이주자 택지를 공급받지 못하는 임차가구를 위해서는 산단 인근에 100가구 내외의 공공임대를 공급한다.

주민 생계 지원대책으로 LH 발주사업에 대해 주민단체의 사업위탁을 활성화하고, 국가산단 내 신규 입주 기업에도 주민고용을 추천할 계획이다. 원주민이 현금보상 대신 산단 내 근린생활시설용지 등을 경쟁·추첨 없이 수의계약으로 우선 공급받길 희망하는 경우 대토보상을 확대 시행한다.

사업시행자가 신속 산단조성 등에 대한 역량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추진체계도 강화한다. 이를 위해 LH와 삼성전자는 이날 토지 매매계약 구체화 등에 관한 실시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내년부터 입주기업 투자가 개시됨에 따라 원주민 보상 등 후속절차 추진을 위한 동력이 강화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국가산단과 배후주거지인 이동공공주택지구도 산단 근로자의 안정적인 주거지 마련 등을 지원하기 위해 1만6,000가구(228만㎡) 규모로 조성하고, 팹 1호기가 가동되는 2030년에 맞춰 첫 입주를 개시할 계획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 위상에 걸맞게 핵심 교통 기간망 등 인프라도 확충한다.

산단 조성으로 늘어나는 교통 수요에 대응하고 물류·이동 혁신을 위해 산단을 관통하는 국도45호선 이설·확장사업을 적기에 완료하고, 산단 중심으로 격자형 고속도로망을 구축한다. 주민들의 출퇴근 편의를 위해 경강선 등 연계 철도망 구축(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도 추진할 계획이다.

용인시 남사읍, 이동읍 일원에서 진행하는 있는 용인 국가산단 부지/사진=용인시

전력·용수 확보 숨통 틔웠지만, 결국 국민 세금

전력·용수 등 첨단산업 기반시설을 둘러싸고 불거졌던 갈등은 정부가 공급 협약을 체결을 추진하면서 봉합됐다. 지난달 27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한국전력, 한국수자원공사, LH 등 관계기관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인프라 구축 협약식'을 개최하고 원활한 전력·용수공급 사업 추진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용인 국가산단은 기업 투자가 마무리 되는 2053년까지 전체 10GW(기가와트) 이상의 전력공급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2월부터 국가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전력공급 유관기관 전담팀(TF)를 구성해 세부적인 전력 공급방안 및 비용분담에 대해 한국전력, 기업 등과 협의를 지속해 왔다.

용인 국가산단의 경우 1단계로 2030년 초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동서·남부·서부발전이 각 1GW 규모의 LNG 발전소를 건설해 약 3GW의 전력을 공급한다. 2단계 호남 지역에서 용인 클러스터로 연결되는 송전선로 1개를 건설한다. 3단계 2044년 이후 추가로 필요한 공급량에 대해서는 향후 보강되고 변화하는 전력 계통망 및 전력기술의 발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안을 마련해 나갈 예정이다.

정부는 송전망 투자비를 송전 이용요금에 반영해 전기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전기요금으로 회수할 계획이다. 즉 용인에 반도체 특화단지가 지정됨에 따라, 비수도권에서 발전되는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전기 사용자들이 송전선로를 신설하는 투자비를 내게 되는 셈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도 결국 국민에 부담을 전가하는 꼴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재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에너지 발전원은 대부분 비수도권에 있지만, 수요는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송배전망 문제가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며 ”정부가 주도적으로 국가산단, 특화단지를 지정한 만큼 투자비의 국민 부담, 수도권 주민 전기요금 과중 등의 사안에 대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용수공급 역시 통합 공업용수 협약을 통해 정부와 한국수자원공사, 기업은 기존 산단에 하수재이용수 대체 공급을 통해 물량을 확보하고, 발전용수 활용 등을 통해 대체수원을 확보하는 등 국민 혈세가 투입된다. 이번 통합용수공급 사업을 통해 하루 약 107만 톤의 용수를 공급하게 되는데, 이는 인천광역시 인구 약 300만 명이 하루에 사용하는 규모와 맞먹는 양이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1 week
Real name
임선주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미디어의 영향력을 무겁게 인지하고 있습니다. 예리한 시각과 분석력을 바탕으로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만을 전달하겠습니다.

[딥파이낸셜] ‘이상 고온’에 대응하는 통화 정책

[딥파이낸셜] ‘이상 고온’에 대응하는 통화 정책
Picture

Member for

2 months 1 week
Real name
김영욱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수정

‘이상 고온’ 및 ‘폭염’, 가장 두드러진 기후 변화 현상
‘공급 부문 차질’과 동일한 효과로 ‘경제 성장 저해’
통화 정책 ‘중심 의제’로 떠올라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기후 변화는 80년대 이후 명확한 징후를 곳곳에 드러내면서 이 시대를 대표하는 도전 과제로 자리매김했다. 그러한 기후 변화 중에서도 ‘이상 고온’(high temperature shocks)과 ‘폭염’은 빈도와 강도 측면에서 최근 가장 두드러지는 기후 현상이라고 ‘2023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은 밝히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이상 고온은 ‘공급 측면 차질’(supply shocks)과 동일한 효과를 발휘해 거시 경제에 상당한 피해를 끼침으로써 중앙은행들을 곤혹스럽게 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사진=CEPR

‘이상 고온’, ‘공급 측면 차질’과 동일한 거시 경제 영향

이상 고온은 두 가지 경로를 통해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데 바로 ‘농업 생산량’과 ‘노동 생산성’이다. 폭염이 농업 부문 작황 및 수확량과 산업 전반의 작업 효율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의 연구는 장기간의 기후 변화가 경제 성장에 미치는 부작용에 집중된 반면, 개별적 이상 고온 현상이 당장의 거시 경제에 끼치는 영향은 상세히 분석되지 못했다.

최근 14개 유럽 국가에 걸쳐 100년의 기간 동안 기온 변화와 생산 및 인플레이션과의 연관성을 검토한 연구가 나왔다. 6월~9월까지 하절기 기온을 지구 온난화 본격화 분수령인 80년대 이전과 이후로 나눠 분석한 본 연구는 이상 기온과 생산 및 물가 간 상관관계를 명확히 입증한다. 정확히 말해 1951~1980년 평균에 비해 섭씨 1도 이상을 넘는 ‘이상 고온’은 ‘공급 측면 차질’과 본질적으로 동일한 효과를 나타낸다는 것이다.

섭씨 1도 및 2도 이상 ‘이상 고온’ 빈도 (유럽 14개국)
주: 섭씨 1도 이상 고온(상단), 섭씨 2도 이상 고온(하단), 오스트리아, 벨기에,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체코,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영국(좌측부터)/출처=CEPR

예를 들어 평균보다 섭씨 1도를 넘는 이상 고온은 연간 경제 성장률을 0.9%P 낮추는데 낮아진 성장률은 9개월 만에 제자리로 돌아간다. 하지만 이후의 반등이 없으므로 이는 영구적 경제 손실이라고 할 수 있다. 동시에 섭씨 1도 이상 고온이 발생하면 인플레이션율도 평균 0.4%P 높아져 장기간 지속되는 경향을 보인다. 연구에 따르면 유럽 중앙은행들은 이상 고온에 평균 0.4%의 금리 인하로 대응한 것으로 나타나는데, 당장의 물가 상승 억제보다는 생산 안정을 우선시했다는 얘기가 된다.

섭씨 1도 이상 ‘이상 고온’에 따른 금리, 경제 성장률, 인플레이션율 영향(1920~2019년 전체 기간)
주: 금리, 성장률, 물가(좌측부터)/출처=CEPR

이상 고온 ‘강도 및 빈도’ 증가로 중앙은행 과제도 늘어

이러한 이상 고온 현상의 영향은 통상적인 통화 정책 효과와 명확히 비교가 가능하다. 섭씨 1도 이상 고온 현상이 성장률과 물가에 미치는 작용은 통화 정책을 통해 금리를 1% 인상한 것과 거의 동일하다는 것이다. 중앙은행들이 기후 변화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기 전부터 기온 변동에 대응해 온 이유를 알려주는 대목이다.

물론 섭씨 1도 수준의 이상 고온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은 최근 들어 줄고 있는데, 이는 농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감소한 점과 냉방 기술의 발전 등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하지만 섭씨 2도 이상의 더 높은 이상 고온이 주는 강력한 부작용이 낮은 수준에서의 감소 효과를 상쇄한다. 이상 고온의 강도와 빈도가 시간이 갈수록 증가하면서 중앙은행들은 더 많은 자원과 노력을 통화 정책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섭씨 1도 이상 ‘이상 고온’에 따른 금리, 경제 성장률, 인플레이션율 영향(시기별)
주: 1950~2019년(위), 1990~2019년(중간), 2000~2019년(아래), 금리, 성장률, 물가(좌측부터)/출처=CEPR
섭씨 2도 이상 ‘이상 고온’에 따른 금리, 경제 성장률, 인플레이션율 영향(시기별)
주: 1920~2019년(위), 1950~2019년(중간), 1990~2019년(아래), 금리, 성장률, 물가(좌측부터)/출처=CEPR

기후 변화, ‘통화 정책 중심 의제’

연구에서는 지역적 차이도 목격된다. 영국이나 북유럽 국가들처럼 이상 기후의 빈도나 강도가 높지 않은 국가들이 보통 수준의 기온 변화에 정책으로 대응한 경우는 상대적으로 적게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섭씨 2도 이상의 높은 이상 고온에서는 다른 유럽 국가들과 동일한 패턴을 보였다.

지난 세기 동안 이상 기온은 지속적으로 공급 측면 차질로 작용해 경제 성장률을 낮추고 물가를 상승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중앙은행들은 기후 변화가 광범위한 영역에서 효과를 드러내기 훨씬 전부터 이러한 변동에 대응해 왔다.

하지만 최근 이상 고온의 강도와 빈도가 크게 증가하면서 대응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는데, 어려움은 특히 인플레이션이 목표를 넘었을 경우 가중된다. 성장률 저하와 물가 상승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기후 변화는 점점 통화 정책의 주변적 이슈가 아닌 중심 의제가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원문의 저자는 줄스 발리예트(Jules Baleyte) 프랑스 국립 통계경제연구소(the French National Institute of Statistics and Economic Studies) 관리자 외 3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Climate change, central banks, and monetary policy trade-offs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1 week
Real name
김영욱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한미약품 경영권 분쟁 종식 초읽기, 임종윤 '지분 5%' 4인연합에 넘긴다

한미약품 경영권 분쟁 종식 초읽기, 임종윤 '지분 5%' 4인연합에 넘긴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1 week
Real name
이동진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수정

한미약품, 1년 만에 경영권 정상화 예고
4인연합, 장남 지분 인수키로 합의
의결권 기준 3분의 2 이상 확보, 사실상 모녀勝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사진=한미사이언스

한미약품그룹의 길고 긴 경영권 분쟁의 끝이 보이고 있다.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등 ‘4인연합(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임주현 부회장·라데팡스)’에 장남인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까지 합류하면서다. 4인연합이 임 이사 지분 5%까지 매입한 만큼 이제 홀로 남은 차남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와의 표 대결 구도 자체는 무의미해진 상황이다.

4인연합+임종윤 이사, 화합의 결단

26일 한미약품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최대주주 그룹 4인연합 측은 임 이사가 보유한 지분 일부(5%)를 매입하고 △경영권 분쟁 종식 △그룹의 거버넌스 안정화 △(전문경영인 중심) 지속가능한 경영 체제 구축이라는 합의를 도출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임 이사는 보유 중인 한미사이언스 주식 341만9,578주를 신동국 회장과 라데팡스파트너스가 출자한 킬링턴 유한회사에 매각한다. 신 회장에게 205만1,747주를 759억원에, 킬링턴에는 136만7,831주를 506억원에 처분하는 내용이다. 주당 매각 가격은 3만7,000원으로, 24일 종가 대비 17% 프리미엄이 반영됐다. 이번 거래로 임 이사의 지분율은 11.79%에서 6.79%로 낮아지는 반면, 4인연합의 총 지분은 43.09%로 늘어난다.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포함하면 과반을 넘어서게 된다.

4인연합 측 관계자는 “이번 합의를 통해 그룹 거버넌스 이슈를 조속히 안정화하고, 오랜 기간 주주가치를 억눌렀던 오버행 이슈도 대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대주주간 협력, 화합을 통해 경영권 분쟁 종식은 물론, 주주가치 제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한미는 하나의 큰 방향성을 가지고 ‘글로벌 한미’를 향한 지속가능한 발전을 해 나갈 것이며, 이 과정에서 임종윤 주주도 4인연합에 적극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합의에는 ‘당사자들의 사적 이익을 우선하거나 도모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 등 한미그룹 기업가치 제고와 안정적 경영, 그리고 이를 위해 협력하는 데 필요한 것임을 상호 확인한다’는 취지와 최대주주 간 분쟁 종식에 대한 분명한 의지가 담겨 있다.

경영권 분쟁 장기화 시 '공멸' 위기감 작용

경영권 분쟁이 4인연합의 승리로 귀결될 것이란 예측은 지난 한미약품 주주총회를 통해서도 거론됐다. 임종훈 대표 측이 제안한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 및 신동국 회장 해임 건이 모두 부결됐기 때문이다. 국민연금도 4인연합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주총 전부터 사실상 4인연합의 승리가 예견됐다. 이 과정에서 임 이사가 한미약품 임시주총 철회를 제안하는 등 4인연합 측에 화해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이후 한미약품 주총에서 결국 4인연합이 승리하자 임 이사도 4인연합과 손잡게 된 흐름이다.

경영권 다툼이 장기화되면 결국 공멸할 것이란 위기감도 이 같은 합의가 도출된 배경으로 꼽힌다. 한미약품과 한미사이언스는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감소하는 등 실적이 위축된 상태다. 경영권 분쟁으로 급등했던 주가도 크게 하락한 상태에서 더는 이 상황을 유지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양측의 합의를 압박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제 남은 건 차남 임 대표의 합류 여부다. 한때 4인연합과 형제 측 지분 구도는 33%와 25% 수준이었으나, 지분 매각·매입 등을 거쳐 격차는 35%대 23% 수준까지 벌어졌다. 가현문화재단과 임성기재단이 가세하면 4인 연합 우호 지분은 41%대에 이른다. 여기에 이번 합의로 임 이사 지분이 4인연합 측으로 옮겨지면서 임 대표는 사실상 표 대결 자체가 힘든 상황에 놓였다. 4인연합 측은 “이번 합의를 통해 그룹 거버넌스 이슈를 조속히 안정화하고, 주주가치도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미약품 사옥 전경/사진=한미약품

오너가 상속세 5,000억 중 4회차 납부, 여전히 부담

이번 지분 매각은 임 이사의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임 이사는 이달 4~10일 사이 45만6,559주를 장내 매도해 140억원을 확보했으나, 주식담보대출 상환과 상속세 납부를 위한 추가 자금이 필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임 이사뿐 아니라 한미약품 오너일가의 상속세 납부에 대한 고민도 현재진행형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너일가에 남아 있는 상속세는 1,700억원가량이다. 송 회장이 800억원, 세 자녀가 각각 300억원으로 추정된다. 오너일가가 연간 수취하는 배당금 총액이 약 40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남은 상속세는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송영숙 회장과 세 자녀가 부과받은 상속세는 총 5,400억원 규모로, 송영숙 회장이 2,200억원, 나머지 세 자녀가 나란히 1,000억원 안팎의 상속세를 떠안았다. 이후 오너일가는 은행과 증권사 등을 대상으로 주식담보대출을 받아 상속세 재원을 마련했지만, 문제는 자금 여력이다. 5회차 상속세 납부 기한이 내년 상반기로 다가오는 가운데 보유 주식 상당수가 담보로 묶여 있어 추가 자금 조달이 어려운 상태다.

특히 신 회장과 라데팡스파트너스를 백기사로 맞이하면서 상속세 재원 마련에 숨통이 트인 모녀와 달리 형제 측의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주식담보대출 계약 만기도 속속 도래하고 있다. 임 이사는 14건의 주식담보대출 중 9건이 3개월 내 만기가 도래한다. 나머지 5건의 주식담보대출 역시 내년 6월까지 순차적으로 만기가 돌아온다.

담보대출에 대한 이자 부담도 적지 않다. 임종윤·주현·종훈 3남매가 맺은 총 27건의 주식담보대출의 이자율은 6%대다. 임 부회장의 주식담보대출 이자율은 최대 6.05%며 임 이사과 임 대표의 주식담보대출 이자율도 4.49~6% 수준이다. 국세청에 예치한 주식도 고민거리다. 송 회장과 임 대표는 2021년 상속세 납부를 조건으로 잠실세무서와 각각 보유 주식 389만9,720주와 143만2,700주에 대해 체결한 담보 계약이 남아 있다. 상속세를 내지 못하면 반대매매 등으로 자동으로 매각이 진행되는 수순이다.

이번 화합과 무관하게 오너일가의 지분 매각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앞서 임 대표는 지난달 15일 보유 주식 105만 주를 장외거래로 매각했다. 송 회장과 임 부회장도 올해 신 회장과 킬링턴에 보유 주식 일부를 넘긴 바 있다. 지난 9월부터 송 회장, 임 부회장, 임 대표 등 오너일가 3명이 처분한 주식은 총 2,400억원가량으로 추산된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1 week
Real name
이동진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세계 최대 석유 수입국' 인도, 에너지 안보 기조 속 실리 정책 추진

'세계 최대 석유 수입국' 인도, 에너지 안보 기조 속 실리 정책 추진
Picture

Member for

2 months
Real name
김세화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세상의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국내외 이슈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을 토대로 독자 여러분께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겠습니다.

수정

印, 러·우 전쟁 이후 러시아 원유 수입 1위 등극
'에너지 의존도' 높아, 에너지 수입 비중 GDP 24%
트럼프 2기 집권 대비 에너지 정책 변화 불가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글로벌 에너지 주도권 확보를 선언한 가운데, 세계 최대 석유 수요 증가국으로 부상한 인도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대비해 새로운 에너지 안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가격을 내린 러시아산 원유를 대거 수입 중인 인도는 원유 수입처를 중남미 신흥 산유국으로 확대하는 한편, LNG(액화천연가스)·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새로운 에너지원을 확보해 자립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적극적인 석유·가스 개발 정책 예고

25일(현지 시각) 관련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의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 정책으로 인한 미국의 에너지 증산과 러시아 제재 강화 가능성은 인도의 에너지 수급 구도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드릴, 베이비, 드릴'은 2008년 처음 등장한 구호로 미국 영토에 내장된 석유와 가스 등 에너지 자원을 시추해 적극 활용하자는 주장을 말한다. 트럼프 당선인이 선거 기간 환경 규제를 완화하고 미국 내 화석연료 생산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한 만큼 조 바이든 행정부와는 정반대의 정책을 전개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일에는 자신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유럽연합(EU)은 엄청난 무역적자를 보상해 주기 위해 미국산 석유·가스를 대규모로 수입해야 한다"며 "그렇게 하지 않겠다면 끝장을 볼 때까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직접적으로 동맹국을 향해 에너지 수입을 압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에너지 증산과 동맹국에 대한 수출 확대, 러시아·이란 등을 상대로 한 제재 강화를 통해 '에너지 패권'을 확보한다는 트럼프 2기 에너지 정책이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제재를 통해 러시아와 이란의 에너지 수출 물량을 줄임으로써 시장의 수급을 맞추려 할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 이란 등'신(新) 악의 축'으로 불리는 산유국에 대해서는 이미 강화된 제재가 적용되고 있다. 미국과 보조를 맞추는 EU는 러시아산 원유를 외국에 수출하는 '그림자 함대' 선박 45척을 제재 대상에 추가하기로 했고, 이란과 후티 반군 관련 유조선 등을 대상으로도 추가 제재에 나섰다. 이 때문에 1990년대 이후 유럽에 대한 에너지 장악력을 확대해 온 러시아는 인도, 중국 등으로 협력선을 바꾸고 있다.

인도, 러·우크라 전쟁 이후 러시아 원유 수입 급증

이러한 변화는 세계 3위 에너지 소비국인 인도의 에너지 전략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 강화 시 에너지 수급 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현재 인도의 에너지 의존도는 심각한 수준이다. 2023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전체 수입 비중이 24%에 달하며, 2023~2024 회계연도 순 석유 수입 비용은 961억 달러(약 141조6,000억원)를 기록했다. 2024~2025 회계연도에는 이 비용이 1,040억 달러(약 153조3,000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오는 2050년까지 전 세계 석유 수요 증가분의 45%를 인도가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인도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가격을 낮춘 저렴한 러시아산 원유를 적극 확보해 왔다. 이에 따라 2024년 회계연도 들어 러시아는 이라크·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최대 원유 공급국으로 부상했다. 러시아 입장에서도 인도가 중국을 제치고 러시아산 원유의 최대 고객이 됐다. 원유시장 분석업체 보텍사에 따르면 지난 5월 러시아산 원유의 해상 수입량 중 인도로 가는 물량은 860만 톤(t)으로 전체 물량의 50%에 육박한다.

인도는 최근에도 러시아와 대규모 석유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12일 인도의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는 러시아의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트와 130억 달러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10년 장기계약을 체결하며 공급 안정성을 확보했다. 10년 동안 일평균 50만 배럴의 원유를 공급하는 계약으로 거래량은 전 세계 원유 사용량의 0.5% 수준이다. 이번에 수입하는 러시아산 원유는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 잠나가르에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릴라이언스 원유 정제 단지로 공급될 예정이다.

더욱이 인도는 러시아가 제재 때문에 저가에 팔 수밖에 없는 원유를 대량으로 사들여 이익을 내고 있다. 러시아 원유를 인도 현지에서 정제해 에너지 공급이 부족한 지역에 되파는 방식으로, 고객 중에는 러시아산 석유를 직접 사지 못하는 EU 국가도 포함됐다. 실제로 러시아는 중국과 인도의 수입 물량이 급증하면서 우크라이나 침공 전보다 많은 원유를 수출하고 있다. 다만 유가 하락으로 원유 수출액 자체는 감소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인도로서는 이 상황을 이용해 이익을 볼 방법을 찾아냈다"고 지적했다.

LNG·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자립도 제고

하지만 내년 1월 트럼프 행정부 집권을 앞둔 상황에서 서방 국가들이 대러시아 제재를 강화하자 인도는 수입처를 다변화하는 전략으로 선회했다. 일례로 지난해 인도는 3년 만에 베네수엘라에서 원유를 다시 수입하기 시작했다.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는 대형 탱커선 3대를 배치해 지난해 말부터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들여오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이웃 국가인 가이아나는 중남미의 신흥 산유국으로 석유 매장량이 110억 배럴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데 인도는 정유공장이 없는 가이아나의 원유를 사들여 정제하는 방식으로 수입을 추진 중이다.

LNG 수입량도 확대하고 있다. 3월 기준 수입량은 27억㎡로, 전월 대비 66%나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인도 아다니 그룹과 프랑스 에너지 기업 토탈에너지스 간 합작사 아다니 토탈이 인도 동부 오디샤주의 항구 도시 담라에 연간 500만M/T(메트릭톤)의 가스를 재기화할 수 있는 LNG 터미널을 개장했다. 이와 함께 미국 에너지 기업 인수, 사우디아라비아 국영기업 아람코 지분 투자 등을 통해 LNG 분야의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인도는 수입처 다변화와 함께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는 이중 전략도 구사하고 있다. 특히 태양광 발전과 관련해 '태양 혁명'을 기치로 내걸고 재생에너지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1일 인도 정부는 2070년 탄소 중립 달성을 목표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용량을 500GW(기가와트)로 확대하고, 그중 300GW를 태양광 발전으로 충당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했다. 인도의 태양광 발전 확대는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충족하고, 탄소 배출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필수적인 전략으로,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태양 혁명"을 통해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기후 변화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했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Real name
김세화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세상의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국내외 이슈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을 토대로 독자 여러분께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겠습니다.

한은, 내년 기준금리 더 내린다 “성장 하방압력 완화에 초점”

한은, 내년 기준금리 더 내린다 “성장 하방압력 완화에 초점”
Picture

Member for

2 months 1 week
Real name
김민주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지금 정보의 바다에 살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이 표류하지 않도록, 정확한 정보만 골라 빠르게 전달하겠습니다.

수정

한은 ‘2025년 통화신용정책 운영 방향’
시장, 내년 1월 인하 가능성 전망
불확실성 증대로 경기 하방위험 확대

한국은행이 내년에는 성장의 하방압력이 완화되도록 추가 금리인하를 단행하겠다고 예고했다.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을 끌어올릴 상방 요인은 많지 않고, 하방 위험이 많다는 평가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금리인하가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과 대내외 위험 요인들의 전개 양상을 지켜보며 인하 속도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한은 "내년 금리 추가 인하할 것"

한은은 25일 공개한 '2025년 통화신용정책 운영 방향' 보고서에서 "물가 상승률 안정세를 이어가고 성장의 하방 압력을 완화하는 동시에 금융 안정 리스크에도 유의하면서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시장은 한은이 추가 금리 인하를 이르면 내년 1월로 보고 있다. 지난 10·11월 두 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낮춘 데 이어 1월까지 인하가 되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첫 3연속 금리 인하다. 금융위기 당시 한은은 2008년 10월부터 2009년 2월까지 여섯 차례 연속으로 금리를 연 5.25%에서 2%로 낮췄다.

다만 한은은 금리 인하 속도에 대해 “대내외 리스크 요인들의 전개 양상과 이에 따른 물가와 성장 흐름, 금융안정 상황의 변화, 정책변수 간 상충관계를 점검하면서 유연하게 결정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금융안정에 대해서는 조기경보 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필요시 시장안정화 조치를 적기에 시행하기로 했다. 시나리오별 대응계획을 지속 점검·보완하고, 현재 시행 중인 시장안정화 조치(비정례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RP매매 대상증권·기관 확대)는 시장 상황을 점검하면서 연장 여부를 결정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현대경제硏 "내년 1.7%"

한은이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속도를 내는 건 내년 우리나라 경제가 내수부진과 수출 동력 약화로 인해 경기 하방 위험이 커졌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내년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기존 2.2%에서 1.7%로 0.5%포인트 낮췄다. 이전 전망 대비 하향 조정폭도 크지만 현재까지 나온 국내외 주요 기관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 중 가장 낮은 수치다.

부문별로는 민간소비, 설비투자, 수출이 각각 1.6%, 2.7%, 2.7% 증가하는 데 그치고, 건설투자는 -1.2%로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연구원은 민간소비에 대해 "금리 하락과 가계 가처분소득 확대, 기저효과 등에 따라 소폭이나마 회복될 것"이라며 "고용 환경 악화와 자산시장 불안정 등이 소비 회복세를 제한할 가능성이 커 본격적인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수출과 관련해서는 "세계 경제가 중(中)성장 기조를 유지하면서 주요국 수입 수요가 안정적 흐름을 보이고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경기 회복세도 지속돼 수출 증가세가 유지될 것"이라며 "올해 큰 폭 증가세의 기저효과로 증가율은 다소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내년 한국 경제는 잠재성장률을 하회할 정도로 성장세가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성장 친화적 정책 기조를 강화하고 단기 경기부양책 도입 등을 통해 성장 경로 이탈을 막는 동시에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 노력도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IB들도 "한국 내년 성장률 1%대"

세계 주요 투자은행(IB)들이 전망한 내년 한국 경제 전망도 암울하다. 최근 바클레이스·씨티·JP모건·HSBC·노무라 등 5곳은 내년 한국의 경제 성장률이 1%대에 머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제금융센터가 집계한 이들의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지난달 말보다 0.1%포인트 낮은 2.0%였다. 올 상반기 2.2% 수준에서 계속 내리막이다.

해외에서 내년 한국 경제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수출‧소비‧투자 등 국내 경기를 좌우하는 주요 요인들의 성장 모멘텀이 약화하고 있다. 특히 한국 경제를 지탱했던 수출은 ‘피크아웃(peak out‧정점을 찍고 하락 전환)’이 우려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월별 전년 동기 대비 수출액 증가율은 7월 13.5%, 8월 10.9%로 10%를 웃돌다 9월 7.1%, 10월 4.6%로 둔화하는 추세다. 연내 흐름으로 보면 지난 3분기에는 수출이 전 분기 대비 0.4% 감소로 돌아섰다. 이 여파로 3분기 실질 GDP는 전기 대비 0.1%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글로벌 IB뿐만 아니라 외국계 증권사들도 우리나라의 내년 성장률을 1%대로 내다보고 있다.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2.1%에서 1.6%로 하향 조정한 SG증권의 오석태 이코노미스트는 “수출 증가율이 점차 둔화하는 가운데, 민간 소비와 투자가 반등해야 하지만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지금 추세로 간다면 월별 수출 증가율이 다시 0%에 수렴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며 “소비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로 안정화했는데도 활기를 찾지 못하고 있고, 부진한 건설업을 중심으로 투자도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 출범하는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불확실성도 한국에 큰 짐이다. JP모건은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내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8%에서 1.7%로 하향 조정했다. JP모건은 “내년 2분기부터 미국이 중국산 상품에 대한 관세를 대폭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2‧3분기 중국 경제성장률 둔화가 한국의 수출‧산업생산 증가율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1 week
Real name
김민주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지금 정보의 바다에 살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이 표류하지 않도록, 정확한 정보만 골라 빠르게 전달하겠습니다.

꽁꽁 얼어붙은 소비에 저축은 ‘언감생심’, 한 달 뒤를 기약할 수 없는 미국 경제

꽁꽁 얼어붙은 소비에 저축은 ‘언감생심’, 한 달 뒤를 기약할 수 없는 미국 경제
Picture

Member for

2 months
Real name
안현정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정보 범람의 시대를 함께 헤쳐 나갈 동반자로서 꼭 필요한 정보, 거짓 없는 정보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오늘을 사는 모든 분을 응원합니다.

수정

12월 미국 소비자신뢰지수 104.7
블랙프라이데이 매출 전년 대비 3%↓
초과저축 소진, 빚으로 유지하는 가계 다수

내년 1월 차기 행정부 출범을 앞둔 미국에서 경기 회복에 대한 국민들의 믿음이 매우 낮은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자국 경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단기적 기대치가 경기침체 국면 못지않은 수준으로 하락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이 기대보다는 우려로 작용하는 가운데, 낮은 저축률과 높은 실업률 등 각종 지표도 향후 경기 전망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블랙프라이데이 특수’ 없었다

25일(이하 현지시각) 경제분석기관 콘퍼런스보드(CB)에 따르면 미국의 12월 소비자신뢰지수는 104.7을 기록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113.8)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자, 전월(112.8) 대비 8.1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소비자신뢰지수는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한 평가와 향후 6개월에 대한 경기 전망을 동시에 나타낸 지표다.

소득과 사업, 고용 환경에 대한 단기 전망을 나타내는 기대지수 또한 한 달 사이 12포인트 넘게 떨어지면서 81.1을 기록했다. 이는 5개월 내 최저치로, CB는 기대지수가 80을 하회할 경우 가까운 미래에 경기침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 다나 피터슨 CB 수석연구원은 “(기대지수가) 한 달 만에 크게 하락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소비자들은 계속해서 차기 대통령과 백악관, 차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가리키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고율 관세 정책이 소비자들의 불안을 촉발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소비 심리 위축이 미국 최대 할인 행사인 블랙프라이데이(추수감사절 다음날)와 맞물렸다는 점에 주목했다. 블랙프라이데이는 소비재 매장이 1년 중 가장 활기를 띠는 시기로, 가계의 연간 소비는 물론 기업의 연간 실적에서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시장조사기관 써카나에 의하면 지난달 11~16일 일반 상품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전국소매연맹(NRF)은 11~12월 판매액이 1조 달러(약 1,405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지출 증가율은 최대 3.5%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201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잭 클라인헨즈 NRF 수석 연구원은 “가계의 지출 여력이 충분치 않아 소비자들이 더 신중하게 소비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저축은커녕 빚내서 생활하는 가계 상당수

가계의 지출 여력이 축소되고 있다는 사실은 낮은 저축률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2분기 미국의 가계 저축률은 3.3%로 1분기에 비해 0.5%p 하락했다. 3%대의 저축률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역사에서 매우 낮은 편에 속한다. 주택시장에 역사적인 거품이 꼈던 2005년 1분기부터 2008년 1분기까지는 이보다 낮은 1%대 저축률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그 결과는 글로벌 금융 위기였다. 저축률이 3%대 초반이라는 것은 상당수 미국 가계가 저축을 전혀 하지 못하거나, 빚을 내서 생활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지원을 통해 누적된 초과저축은 올해 초 소진된 것으로 추정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가계는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3월부터 2021년 8월까지 초과저축액을 축적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지출이 줄어든 데다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으로 여윳돈이 빠르게 증가한 것이다. 이런 미국 가계의 초과저축액은 2021년 8월 2조1,000억 달러(약 2,850조원)로 정점을 찍은 후 단계적으로 줄어들었다. 월평균 700억 달러의 감소세를 보이던 초과저축액은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월 850억 달러(약 125조1,700억원)로 감소 폭을 넓혔다.

문제는 이와 같은 가계 저축 감소세가 고용 시장이 견조할 땐 상관이 없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계의 자금 조달 능력이 떨어져 신용카드나 개인 대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는 자본 시장 전반의 재정 건전성이 악화함을 의미한다.

프랑스 은행 소시에테제네랄(SG)의 조사에서 미국의 11월 실업률은 4.2%를 기록하며 36개월 이동평균을 넘었다. 1950년부터 추적 관찰한 결과 실업률이 36개월 이동평균을 넘으면 반드시 경기침체로 이어진다는 게 SG의 지적이다. 앨버트 에드워즈 SG 연구원은 “이번에는 다를 수도 있겠지만, 수익이 급감하는 경기침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포착된다”고 말했다.

3% 경제 성장률에도 ‘부분적 침체’ 못 피해

반면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여전히 미국 경제가 여전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낙관론 또한 제기된다. 지난 19일 미 상무부는 3분기 GDP 증가율(확정치)이 3.1%(전기 대비 연율)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달 발표된 잠정치(2.8%)보다 0.3%p 상향된 결과다. 이로써 미국의 GDP 증가율은 2분기 3.0% 성장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3%대의 강한 성장률을 유지했다. 직전 9개 분기로 범위를 확대해 보면 이 가운데 8개 분기가 2%를 상회했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경제가 여전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다만 낮은 저축률과 높은 실업률에서 알 수 있듯 이 같은 낙관론은 단기간에 얼마든지 빛을 잃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매슈 보스 JP모건 애널리스트는 “올해 미국 시장에서는 중산층과 저소득층이 ‘부분적 침체(selective recession)’를 겪었다”면서 “이들은 물가 상승으로 인해 저축한 돈이 줄어들어 재정적인 압박을 받았다”고 말했다.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산층과 저소득층이 침체에 준하는 경제적 여건에 직면한 만큼 경기 침체가 빠른 속도로 가시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Real name
안현정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정보 범람의 시대를 함께 헤쳐 나갈 동반자로서 꼭 필요한 정보, 거짓 없는 정보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오늘을 사는 모든 분을 응원합니다.

‘실험실 다이아몬드’의 역습, 천연 다이아 가격 40% 추락 "기술 발전이 뒤바꾼 시장 판도"

‘실험실 다이아몬드’의 역습, 천연 다이아 가격 40% 추락 "기술 발전이 뒤바꾼 시장 판도"
Picture

Member for

2 months 1 week
Real name
이제인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수정

랩다이아몬드 등장에 천연 다이아 시세 뚝
전문가도 특수장비 없으면 구분 못 해
작년 1.4조에서 2030년 73조원 도달 전망
사진=브릴리언트 어스(Brilliant Earth)

'보석 중의 보석', '영원한 사랑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다이아몬드의 위세가 예전 같지 않다. 미국에 이어 세계 다이아몬드 시장 2위를 차지하는 중국에서의 천연 다이아몬드 수요가 급감하면서 2년간 도매가가 40% 가까이 하락하는 등 투자 가치를 잃은 모습이다. 여기엔 천연 다이아몬드보다 저렴하지만 완전히 동일한 성분으로 구성된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랩다이아몬드)의 영향이 크다. 랩다이아몬드가 더 이상 천연 다이아몬드의 대체재가 아닌 주얼리 시장의 판도를 뒤집은 게임체인저로서 역할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이아몬드 원석지수, 2022년 이후 하락세

25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짐니스키 다이아몬드 원석지수는 2022년 사상 최고치를 찍은 뒤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글로벌리서치는 다이아몬드 도매가격이 최근 2년 동안 40% 가까이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가격 하락의 요인으로 중국을 지목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뒤를 이어 글로벌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다이아몬드 시장이었다. 하지만 인구구조 변화와 경제 둔화, 취업 전쟁 등으로 혼인신고 건수가 가파르게 감소한 것이 글로벌 시세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폴 짐니스키(Paul Zimnisky) 다이아몬드전문 애널리스트는 “단적으로 지난 한 해 동안 중국의 다이아몬드 수요는 벼랑에서 떨어진 것과 같다고 말할 수 있다”며 “시장에서는 그 영향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S&P글로벌과 IHS마킷의 수석이코노미스트 출신인 라지브 비스와스도 “다이아몬드 판매와 결혼 사이의 연관성은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출현 여파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만드는 랩다이아몬드 시장의 급성장도 가격 하락을 부추기는 요소다. 랩다이아몬드는 흑연에 고압 · 고온(HPHT)을 가하는 공정이나 화학 기상 증착(CVD)을 사용하는 반응(Reactor)에 의해 만들어진다. 실험실에서 아주 작은 다이아몬드에 2~4주간 탄소를 조금씩 붙여내 다이아몬드 구조로 키워냈다고 해서 랩그로운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일반적으로 천연 원석은 지하 200km 맨틀에서 수억 년에 걸쳐 형성되지만 그 과정을 몇백 시간으로 단축한 것이다. 성분이 자연산과 동일하고 물리적·화학적 성질도 똑같아 전문가들조차 특수장비가 없으면 감별이 쉽지 않다.

랩다이아몬드 시장이 성장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가장 큰 메리트는 저렴한 가격이다. 랩다이아몬드 가격은 천연 다이아몬드의 최대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중상급 기준 천연 다이아몬드의 경우 1캐럿에 1,500만원 수준이지만 랩다이아몬드는 300만원 정도다. 전문가들은 기술 발전에 따라 향후 이 같은 가격 격차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두 번째는 환경이다. 랩다이아몬드는 천연 다이아몬드 생산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윤리적 문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천연 다이아몬드는 채굴 과정에서 환경오염이 발생하는 데다, 오랫동안 노동력 착취 논란에 휩싸여 왔다. 특히 시에라리온 등 아프리카의 일부 분쟁 지역에서는 다이아몬드 암거래가 군사적 자금줄로 쓰이면서 어린아이들을 포함한 시민들이 탄광 작업에 동원되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이런 다이아몬드는 착취당한 노동자의 피가 묻어 있다는 비유적 표현으로 '블러드 다이아몬드'라고도 불린다. 그러나 실험실에서 만든 랩다이아몬드는 이런 윤리적 문제에서도 자유롭다.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반지/사진=노비타다이아몬드

랩다이아몬드 시장, 매년 100%씩 성장

글로벌 컨설팅기업 맥킨지에 따르면 2017년만 해도 전 세계 다이아몬드 주얼리 시장의 2%에 불과했던 랩다이아몬드 판매량은 지난해 18.4%로 9배 이상 폭증했다. 시장 규모도 가파른 성장세에 있다. 랩다이아몬드 시장은 2016년 10억 달러(약 1조4,000억원) 미만에서 작년 80억 달러(약 11조7,000억원)까지 커졌으며 2030년엔 499억 달러(약 7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매년 100%씩 커지는 셈이다.

이에 천연 다이아몬드를 다루던 주얼리 브랜드도 앞다퉈 랩다이아몬드 시장에 뛰어들었다. 프레드는 지난해 블루 랩다이아몬드 컬렉션을 선보였고, 프라다 또한 시그너처 로고인 삼각형을 모티프로 ‘프라다 컷’ 랩다이아몬드를 탄생시켰다. 스와로브스키는 글로벌 브랜드 최초로 국내에 랩다이아몬드를 선보였다. 도산공원 플래그십 스토어에 스와로브스키 크리에이티드 다이아몬드(SCD) 파인 주얼리 컬렉션을 론칭한 것이다. 스와로브스키 CEO(최고경영자) 알렉시스 나사드(Alexis Nasard)는 “랩다이아몬드는 미래 다이아몬드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며, 브랜드의 전략 성장 카테고리를 대표한다”고 주얼리 산업의 새로운 미래를 예측했다.

이 같은 행보는 워치 브랜드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태그호이어는 랩다이아몬드가 세팅된 카레라 플라스마(Carrera Plasma) 시계를 공개하는 파격 행보를 선보였고, 브라이틀링은 슈퍼 크로노맷 오토매틱 38 오리진스(Super Chronomat Automatic 38 Origins) 워치에 영세 광산의 금과 랩다이아몬드를 사용했다.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는 모회사 투자사인 LVMH 럭셔리 벤처스를 통해 랩다이아몬드 벤처기업에 투자했고, 세계적인 다이아몬드 브랜드 드비어스도 직접 제조에 뛰어들었다.

랩다이아몬드 주얼리를 전문적으로 선보이는 온라인 플랫폼도 속속 생겨나기 시작했다. 랩다이아몬드 시장의 파페치라 불리는 ‘더 퓨처 록스(The Future Rocks, TFR)’가 대표적이다. TFR은 샤넬이 투자해 주목받은 쿠르베(Courbet)부터 쿠튀르 위크에 데뷔한 언세드(Unsaid), 일본의 프라이멀(Prmal), 독일의 마렌(Maren) 등 세계 각국의 지속 가능한 브랜드들을 선보이고 있다.

TFR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안토니 생(Anthony Tsang)은 다이아몬드 시장 변화와 추세를 전기차 시장과 비교했다. 그는 “15년 전만 해도 모두 테슬라를 비웃었지만, 이제는 페라리마저 전기자동차 사업에 뛰어들었다"며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짚었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1 week
Real name
이제인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딥테크] 권위주의 정권에서 벗어나는 방법 '민주주의 인식 바로잡기'

[딥테크] 권위주의 정권에서 벗어나는 방법 '민주주의 인식 바로잡기'
Picture

Member for

2 months
Real name
전웅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흥미로운 데이터 사이언스 이야기를 정확한 분석과 함께 전하겠습니다.

수정

권위주의 정권 유지하는 기반 '잘못된 민주주의 인식'
연구진, 민주주의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주는 영향 입증
권위주의 지지 지역에서 효과 더욱 두드러져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민주주의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권위주의 정권을 끌어내릴 원동력이 된다. 실제로 터키에서 올바른 정보를 받은 유권자들은 권위주의 정권 지지율이 낮았으며, 민주주의에 대한 터키의 현주소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이러한 인식 변화는 장기간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CEPR

다론 아제모을루, 연구를 통해 민주주의 인식 중요성 보여

역설적이게도 권위주의 국가에서는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크지 않다. 이는 정부에서 언론을 통제하고 반대 의견을 억압하기 때문이다. △러시아 △헝가리 △인도는 조작된 정보를 통해 민주적인 나라라고 국민들을 속이며, △중국 △터키는 민주주의가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며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민주주의에 대한 잘못된 인식은 권위주의 정권이 권력을 유지하는 전통적인 수법이다.

민주주의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역설하고자 다론 아제모을루(Daron Acemoglu)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를 비롯한 4명의 연구진은 온라인 실험과 88만 명의 유권자가 참여하는 대규모 현장 실험(field experiment)을 진행했다. 또한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V-DEM) 데이터를 참고해 터키의 민주주의 수준 및 언론의 자유와 부패 정도를 확인했다.

권위주의 지지자, 오히려 언론 투명하다고 생각해

우선 연구진은 주요 정당 유권자들에게 간단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연구에 포함한 주요 정당으로는 집권 연립정부인 인민동맹의 △정의개발당(AKP) △민족주의운동당(MHP)이 있으며, 야당은 △공화인민당(CHP) △좋은당(İYİ)와 △인민민주당(HDP)이 있다.

설문조사에서 터키 국민의 민주주의 인식 수준과 현 제도에 대한 견해를 알 수 있었다. 2018년 선거에서 집권 연립정부에 투표한 참가자들은 다른 참가자들보다 독재가 민주주의보다 낫다고 응답한 비율이 훨씬 높았다. 또한 2000년에서 2022년 동안 터키의 언론 독립성이 발전했는지에 대한 물음에 여당과 야당 지지자들의 의견이 갈렸는데, 일반적인 상식과 달리 여당 지지자들은 권위주의 정권임에도 언론 독립성에 대해 우호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치적 성향에 따른 제도적 견해
주: AKP 및 MHP 지지자(노란색), CHP 및 İYİ 지지자(남색), HDP 지지자(회색), 권위주의 정부 지지도(패널 A), 미디어 발전에 대한 인식(패널 B),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인식(패널 C), V-DEM 데이터(점선)/출처=CEPR

권위주의 정권 지지율 낮추는 '올바른 인식'

다음으로 연구진은 미디어와 민주주의에 대한 올바른 정보가 유권자들의 믿음과 투표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봤다. 실험은 온라인으로 진행됐는데, 연구진은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를 고려해 실험을 설계했다. 처치 집단(treatment group)은 권위주의 정권이 숨기는 미디어와 민주주의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받았으며, 플라시보 집단(placebo group)은 실질적인 정보를 받지 못하고 격려만 받았다.

우선 연구진은 민주주의와 미디어 정보를 함께 제공하는 방식(묶음 처치)으로 시작한 뒤, 민주주의와 미디어 각각의 효과를 추정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정보를 받은 참가자들은 신념에 상당한 변화가 있었으며, 이는 잘못된 인식의 위험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민주주의 제도의 중요성을 두고 처치 집단과 통제집단은 묶음 처치에서 표준편차가 6.5% 차이 났으며, 이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나타났다. 한편 통제집단과 플라시보 집단 간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이러한 영향은 미디어와 민주주의를 분리했을 때도 비슷한 패턴을 보였다. 더불어 터키의 민주주의와 미디어가 2000년에 비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알아보는 지표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처치 집단은 통제집단보다 2000년 이후 민주주의와 미디어 수준이 비관적이라고 답했으며, 미디어와 민주주의 정보를 분리했을 때도 비슷한 결론이 도출된다.

다음으로 연구진은 진실한 정보 제공이 투표 의향(voting intention)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봤다. 묶음 처치는 통제집단에 비해 야당에 투표할 확률이 3.7%p 높았으며, 플라시보 집단은 통제집단과 유의하지 않은 차이를 보였다. 다만 투표율에는 올바른 정보 제공이 유의미한 효과를 보지 못했다.

온라인 실험을 통한 정보 제공이 신념과 투표 결과에 미치는 영향
주: 민주주의 중요성(좌상단), 2000년 대비 민주주의 수준(우상단), 야당에 투표할 확률(좌하단), 투표율(우하단), 모든 단위는 표준편차로 스케일링 돼 있다/출처=CEPR

올바른 인식, 민주주의로 나아갈 발판

연구진은 온라인에서 현장으로 넘어와 동네 단위로 무작위 방문 조사를 시행했다. 그 결과 온라인과 마찬가지로 현장 실험에서도 진실한 정보 제공은 야당 투표율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 묶음 처치는 1차 대선에서 야당 득표율을 2.4%p 증가시켰으며, 이는 통제 집단 대비 4.4% 증가한 수치다. 온라인 실험과 마찬가지로 투표율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런 패턴은 2차 대선과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매우 유사하게 나타났다. 야당의 정치적인 수사가 야당 투표율을 높인 것이 아니라 '팩트에 기반한' 정보가 기존 지지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해석된다. 다음으로 눈여겨볼 점은 실험 후 약 1년이 지난 2024년 지방선거에서 야당 득표율에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는 점이다. 이는 정확한 정보가 유권자의 마음을 장기간 움직일 정도로 효과가 큰 것으로 짐작된다.

현장 실험을 통한 정보 제공이 투표 결과에 미치는 영향
주: 야당 득표율(패널 A), 투표율(패널 B), 2024년 지방선거 야당 득표율(패널 C), 모든 단위는 표준편차로 스케일링 돼 있다/출처=CEPR

또한 야당 득표율이 낮았던 지역에서 정보 제공 효과가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역사적으로 여당 연합을 지지하는 지역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자 그 효과는 상당했다. 반면 기존에 야당 득표율이 높았던 지역에서는 정보 제공이 유의하지 않았다.

이번 연구 결과를 두고 연구진은 희망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권위주의 정권 지지자 중 일부는 민주주의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새로운 정보가 양극화를 심화시켜 사회적 분열을 일으킨다는 다른 연구와 달리, 본 연구에서는 온라인과 현장 실험 모두 사회적 분열은 나타나지 않았다. 따라서 연구진은 민주주의에 대한 정확하고 올바른 정보가 권위주의 정권을 타파할 열쇠가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원문의 저자는 다론 아제모을루(Daron Acemoglu) 메사추세츠 공과대학(MIT) 경제학자 외 4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Misperceptions and demand for democracy under authoritarianism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Real name
전웅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흥미로운 데이터 사이언스 이야기를 정확한 분석과 함께 전하겠습니다.

“‘독점재벌’ 일론 머스크가 민주주의 훼방” 美 상원의원 작심 비판

“‘독점재벌’ 일론 머스크가 민주주의 훼방” 美 상원의원 작심 비판
Picture

Member for

2 months
Real name
김민정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수정

미국 내 고개 드는 ‘일론 머스크 경계론’
“억만장자들이 기술·미디어 장악” 비판
트럼프 당선인과 공조 지속 여부 불확실
일론 머스크 차기 미국 행정부 정부효율부(DOGE) 수장 임명자/사진=테슬라

미국의 민주주의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 등 소수 부유층에 권력이 집중되는 방향으로 후퇴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정치권을 대표하는 진보 정치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정치에 깊숙이 관여하는 머스크를 두고 ‘독점재벌’이라고 칭하며 이 같이 주장했다. 정계는 머스크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공조가 계속될지 여부에 촉각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연방정부 셧다운 위기에 기름 부은 머스크

23일(현지 시각) 뉴스위크 등 외신에 따르면 샌더스 의원은 지난 19일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미국은 여전히 민주주의 국가로 남아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이미 독점재벌이 지배하는 전체주의로 전락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머스크를 겨냥했다. 이런 발언은 새해 연방정부 예산안의 처리가 의회에서 지연돼 정부 셧다운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나왔다. 차기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DOGE)의 수장을 맡은 머스크가 해당 예산안에 강력히 반대하며 셧다운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다는 지적이다.

샌더스 의원은 일부 언론에서 머스크를 ‘그림자 대통령’에 비유하며 그의 정치적 영향력이 트럼프 당선인을 압도한다는 평가에 빗대 “민주당과 공화당은 정부 예산안에 관한 초당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수개월간 협상했지만, 지구상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인 ‘일론 머스크 대통령’은 이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샌더스 위원은 “나와 반대편에 속한 진영에서도 좋은 생각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함께 일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한때 국방부를 비롯한 연방정부에 대한 머스크의 개혁 방침을 높이 평가한 바 있으나, 정부 셧다운 위기를 초래할 정도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미다. 1981년 정계에 입문한 샌더스 의원은 그간 정부 재정지출의 투명성 확대를 꾸준히 강조해 왔다.

아울러 샌더스 의원은 머스크의 막대한 부와 영향력이 공공 정책과 민주적 의사결정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지적했다. 근거로는 "X를 통해서는 여론을 좌지우지할 수 있으며,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와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를 통해서는 주요 산업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머스크가 현재 미국 경제계와 정치계에서 영향력을 휘두르고 있는 것은 ‘과두제(Oligarch)’의 전형적인 사례”라며 “머스크와 같은 억만장자들이 기술과 미디어를 장악해 일반 시민들의 민주적 의사결정권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일갈했다.

‘선출되지 않은 그림자 대통령’ 비판 일색

머스크의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번 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머스크의 행보는 이와 같은 우려에 기름을 들이부었다. 앞서 민주당과 공화당은 지난 17일 임시 예산안 처리에 합의했다. 기존 임시 예산안의 시한이 이달 20일 만료되는 만큼 그전에 새 예산안을 통과시켜 연방정부 기능 마비를 막겠다는 취지였다. 예산안 통과 없이 지출이 불가능한 연방정부는 예산 시한이 만료되면 국방, 치안 등 필수 분야를 제외한 나머지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

머스크는 18일 오전 임시 예산안에 대한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자신의 X에 “예산안에 찬성하는 의원은 2년 안에 의회에서 퇴출해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고, 이후 약 150개의 관련 게시물을 쉴 새 없이 올리며 여론을 조성했다. 트럼프 당선인 또한 “민주당에 거저 주지 않는, 군더더기 없는 예산안이 필요하다”며 힘을 보탰다. 결국 공화당 지도부는 수정된 예산안을 작성해 표결에 부쳤으나,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하원의원 38명까지 가세하면서 수정안이 부결됐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 머스크가 여러 민간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차기 행정부에서 DOGE 수장을 역임하는 과정에 이해충돌 문제가 다수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심지어 맥스웰 프로스트 하원의원은 “공화당이 선출되지도 않은 억만장자를 대통령으로 추대했다”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한 현지 매체들 또한 “머스크가 정치적 영향력을 이용해 자신과 회사를 부유하게 만들기 위한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1월 20일(현지 시각) 공개한 일론 머스크와의 만남/사진=도널드 트럼프 인스타그램

“내가 제일 잘나가” 트럼프 당선인 속내 깜깜

정계에서는 트럼프 당선인과 머스크의 공조 지속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1기 집권 당시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보다 돋보이는 참모를 내치는 경향을 보인 바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측근으로 주목받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는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자, 돌연 사임했다. 이후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백악관의 전략가는 오직 나뿐”이라는 발언을 하는 등 배넌의 존재감을 지우기 위해 애썼다.

다만 머스크가 선거 승리의 일등공신인 만큼 트럼프 당선인이 단기간에 그를 외면하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머스크는 트럼프의 당선을 지원하기 위해 직접 설립한 슈퍼팩(Super PAC·정치자금 모금 단체) ‘아메리카 팩’에 2억3,900만 달러를 기부했으며, 트럼프가 전국적인 낙태 금지법에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홍보한 단체 ‘RGB 팩’에는 2,000만 달러를 추가 지원했다. 그가 올해 정치단체에 기부한 총금액은 최소 2억7,400만 달러(약 3,700억원)로 추산된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머스크가 트럼프의 성공적인 선거운동을 이끈 주요 재정적 원동력”이라고 평가하며 “머스크의 개인 재산은 선거 이후 1,000억 달러(약 140조원)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머스크가 트럼프 행정부에 깊이 관여하는 것이 확실시된 만큼 그의 회사도 막대한 이익이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머스크의 자산은 대선 직후인 지난달 6일 단 하루 만에 265억 달러(약 37조7,300억원)가량 불었으며, 현재 그의 자산 가치는 3,617억 달러(약 515조원)에 달한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Real name
김민정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