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發 수요에 감산 효과까지" 되살아나는 낸드플래시 업황
"데이터센터發 수요에 감산 효과까지" 되살아나는 낸드플래시 업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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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드플래시 기업들 실적 개선세 뚜렷, 가격 인상 조짐도 AI 데이터센터發 수요 급증하며 공급 과잉 해소 올해 상반기 본격화한 낸드플래시 감산 흐름도 영향 미쳐

낸드플래시 시장에 '봄바람'이 불어 들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붐에 따라 시장의 낸드 수요가 되살아난 가운데, 올해 상반기 단행한 감산 조치의 효과까지 가시화하며 관련 기업들의 실적이 속속 개선되는 양상이다.
낸드플래시 시장 볕 들었다
16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낸드 시장 업황은 빠르게 개선되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의 통계를 살펴보면 2분기 전 세계 낸드 상위 5개 브랜드의 합산 매출은 지난 1분기 대비 22% 증가한 146억7,000만 달러(약 24조2,490억원)를 기록했다. 1위 업체인 삼성전자의 2분기 낸드 매출은 전 분기보다 23.8% 늘어난 52억 달러(약 7조1,770억원)였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는 사상 최고치인 33억4,000만 달러(약 4조6,100억원) 매출을 기록했으며, 키옥시아와 마이크론 역시 각각 21억4,000만 달러(약 2조9,540억원), 21억 달러(약 2조8,990억원)의 준수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시장 수요가 눈에 띄게 되살아난 가운데, 일각에서는 조만간 이들 업체가 공격적인 가격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IT 전문 매체 WCCF테크와 공급망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주요 낸드 공급 업체들은 고객사를 대상으로 한 신규 견적 제공을 중단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광범위한 가격 인상을 예고하는 신호라는 평을 내놓고 있다. 실제 글로벌 낸드 5위 업체인 샌디스크는 이달 초 고객사에 낸드 제품 가격을 10% 인상한다고 통보하기도 했다.
데이터센터가 낸드 수요 끌어올려
이처럼 낸드 업황이 눈에 띄게 개선된 것은 고질적인 공급 과잉 문제가 해소됐기 때문이다. 낸드 시장은 지난 2021년 초호황기를 지나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공급 과잉 상태에 빠졌다. 메모리 3사가 과점하는 D램과 달리 공급 업체가 5곳에 달하고, 전방 시장인 스마트폰과 PC 수요가 급감한 영향이다. 낸드 시장의 핵심 공급 업체로는 △삼성전자(2분기 기준 점유율 32.9%) △SK하이닉스·솔라다임(21.1%) △키옥시아(13.5%) △마이크론(13.3%) △샌디스크(12%) 등이 꼽힌다.
하지만 AI 데이터센터의 ‘업그레이드’ 수요가 급증하며 상황이 바뀌었다. 지금껏 데이터센터 저장장치로는 통상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가 활용됐는데, 최근 클라우드 기업을 중심으로 저장과 읽기 속도가 훨씬 빠른 낸드 기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로 저장장치를 교체하는 흐름이 확산하기 시작했다. 이에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내년 낸드 공급이 수요보다 최대 8%까지 부족해질 것이며, 특히 기업용 제품인 eSSD의 공급 부족이 심해질 것이라 전망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차세대 제품인 고대역폭낸드플래시(HBF)도 중장기적으로 낸드 구매 수요를 자극할 것으로 전망된다. HBF는 D램을 쌓아 만드는 고대역폭메모리(HBM)처럼 낸드를 수직으로 적층한 고성능 반도체다. 데이터 고속 전송을 담당하는 휘발성 메모리인 HBM에 HBF를 붙이면 AI 가속기 전체의 성능이 더욱 향상될 수 있다. 업계에선 HBF가 이르면 2030년부터 AI 가속기에 본격 장착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연초 '감산 릴레이' 효과도 입증
핵심 플레이어들의 감산 기조 역시 공급 과잉 해소에 영향을 미쳤다. 앞서 마이크론은 지난해 말 4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낸드 감산을 공식화했다. 당시 마이크론 측은 “계획 대비 낸드 설비 투자(CAPEX)를 줄였으며, 기술 노드 전환 속도 또한 늦췄다"면서 "낸드 웨이퍼 생산량은 10%대 중반 수준으로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여타 기업들도 마이크론의 뒤를 이어 감산 행렬에 동참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초 4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기존 응용처의 수요 둔화 영향을 더 크게 받고 있는 낸드는 이미 일부 공급사들이 감산을 발표했다"며 "당사 역시 올해도 2023년부터 이어진 탄력적인 투자와 생산 기조를 유지하면서 수익성 중심 사업 운영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낸드플래시 수요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시장 상황을 고려해 제한적 생산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것이다.
삼성전자 또한 비슷한 시기 최대 낸드 생산 기지인 중국 시안 공장의 낸드 웨이퍼 투입량을 기존 대비 10% 이상 줄이고, 주력 반도체 생산 라인 중 하나인 화성캠퍼스 내 12라인과 17라인의 공급량 조절에 나서기로 했다. 키옥시아, 샌디스크 등도 올해 상반기 줄줄이 감산 태세에 돌입하며 공급량 조절에 힘을 보탰다.
공급이 줄어듦에 따라 최근 낸드 가격도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전체 낸드 가격은 5∼10%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 2분기(3∼8%)보다 소폭 상승한 수치다. 트렌드포스는 "상반기 (업체들의) 감산과 재고 축소 후 낸드 플래시 시장은 수요와 공급 균형에서 상당한 개선을 보였다"며 "메모리 공급업체들이 고수익 제품으로 생산 역량을 전환함에 따라 전체 유통 중인 (낸드의) 공급량은 감소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