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영리 추구해선 안 돼" 실리콘밸리 내 충돌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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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 투자 유치 위해 PBC 전환 추진 일론 머스크·마크 저커버그 등 줄줄이 '반대' 인력 이탈 가속화하며 내부적 혼란도 가중
챗GPT 개발사인 오픈AI가 영리 법인 전환을 추진하는 가운데, 실리콘밸리 곳곳에서 관련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등 주요 빅테크 기업의 수장들이 속속 오픈AI의 영리 법인 전환에 반기를 들며 잡음이 거세지는 양상이다.
오픈AI의 영리 법인 전환 움직임
2일 IT업계에 따르면 최근 실리콘밸리에서는 오픈AI의 영리 법인 전환과 관련한 충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당초 오픈AI는 2015년 ’모두를 위한 인공지능(AI)’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비영리 법인으로 출범한 기업으로, 지난 2019년 AI 연구·개발 자금 확보 목적으로 영리 자회사를 설립한 뒤 비영리 이사회의 통제를 받는 방식으로 지배 구조를 개편한 바 있다.
이후 오픈AI의 자금 유치 규모는 점차 확대됐고, 마이크로소프트(MS)를 비롯한 주요 투자자들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해지게 됐다. 이에 오픈AI는 비영리 구조로는 더 이상의 투자 유치가 어렵다고 판단, 지난해 영리 자회사를 보통주를 가진 공익법인(PBC)으로 전환하겠다는 청사진을 공개했다. PBC는 공익적인 목적을 추구하는 법인 형태지만 법적 구속력은 없어 일반 법인과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시 오픈 AI는 블로그를 통해 “우리는 다시 한번 더 많은 자본을 조달해야 한다”며 “투자자들은 우리를 지원하고 싶어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덜 복잡한 형태가 필요하다”고 PBC 전환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반기 든 실리콘밸리
이에 실리콘밸리 곳곳에서는 오픈AI의 영리 추구에 대한 반발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우선 머스크 CEO는 지난해 연초부터 “오픈AI가 MS의 사실상 자회사로 전락했다”며 오픈AI의 수익화를 중단해야 한다는 취지의 소송을 수차례 제기한 바 있다. 이후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도 오픈AI의 영리 법인 전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신경전을 벌였던 양대 빅테크 수장이 오픈AI를 견제하기 위해 손을 잡은 셈이다.
메타는 지난달 롭 본타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에게 오픈AI의 영리 법인 전환을 막아달라는 서한을 보내고, “오픈AI의 영리 법인 전환은 실리콘밸리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이는 스타트업이 수익을 낼 준비가 될 때까지 비영리 지위의 이점을 누릴 수 있도록 허용하는 위험한 선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오픈AI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유효하다면 비영리 투자자들은 영리 기업에 기존 방식으로 투자하는 투자자들과 동일한 이익을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부가 제공하는 세액 공제 혜택도 누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이자 AI 업계의 '대부'로 꼽히는 제프리 힌턴(Geoffrey Hinton)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도 AI 기술의 윤리적 개발을 옹호하는 시민단체 '인코드 저스티스(Encode Justice)'와 함께 머스크 CEO가 제기한 소송을 지지하고 나섰다. 힌턴 교수는 "오픈AI는 명백히 안전에 초점을 맞춘 비영리 단체로 설립됐고, 현장에서 다양한 안전 관련 약속을 했다"라며 "비영리 단체 지위를 유지하며 수많은 세금 및 기타 혜택을 받았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불편함을 이유로 모든 것을 바꾸려고 한다면 이는 AI 생태계의 다른 스타트업들에 매우 부정적인 메시지를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픈AI 주요 인력 속속 이탈
영리화 움직임이 본격화하자 오픈AI 내부의 혼란 역시 가중되는 추세다. 오픈AI에서는 올해만 20명 이상의 핵심 인력들이 이탈했다. 지난해 2월에는 오픈AI를 떠났다가 2023년 초 재합류했던 공동 창업자 안드레이 카르파티가, 5월에는 일리야 수츠케버 공동창업자와 얀 라이케 연구원이 회사를 떠났다. 8월에는 공동창립자인 존 슐먼과 약 4년간 연구원으로 일한 수치르 발라지가 이탈했고, 9월에는 미라 무라티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사임했다.
회사를 떠난 일부 직원들도 일제히 오픈AI의 영리 법인 전환 계획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오픈AI 전 연구원이었던 캐롤 웨인라이트는 오픈AI가 "비영리로 설립됐지만 영리 기업처럼 행동한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10월 회사를 나간 마일스 브런디지는 오픈AI 내 비영리 조직이 '형식'만 남을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 회사 거버넌스에 세부사항에 대한 논의가 놀라울 정도로 부족하다"며 "공익 법인의 운영이 기존 비영리 사명과 일치하리라는 보장은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