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트럼프, 상호관세로 통상전쟁 전면전 선포, 각국 대응책 마련 분주

트럼프, 상호관세로 통상전쟁 전면전 선포, 각국 대응책 마련 분주
Picture

Member for

5 months 3 weeks
Real name
김차수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정확성은 신속성에 우선하는 가치라고 믿습니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신선한 시각으로 여러분께 유익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수정

집권 2기 로즈가든 첫 발표가 관세
부과 대상 일부 품목-국가서 넓혀
아부하고 투자 확대했는데도 무용지물
미국 백악관이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공개한 국가별 상호관세, 노란색이 상호관세 세율/출처=백악관 X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대로 각국에 대한 상호관세율을 발표하자 해당 국가들이 일제히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예상 밖 고율 관세 폭탄을 맞은 국가들은 강력하게 반발했고, 상대적으로 충격 강도가 낮은 나라들은 협상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는 등 온도 차가 뚜렷한 분위기다.

中, 핀셋 대응 이어갈 듯

3일(이하 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Make America Wealthy Again)' 행사를 열어 국가별 상호관세율을 발표했다. 먼저 미국의 최대 견제 대상으로 트럼프 1기(2017~2021년) 행정부 때보다 강도 높은 무역 전쟁을 벌이게 된 중국은 강력 반발했다. 미국은 펜타닐(마약성 진통제) 원료 생산·수출을 문제 삼아 지난 2월 4일과 지난달 4일 각각 10%, 총 20%의 추가 관세를 이미 중국에 부과했다.

여기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 추가 관세 34%를 더하면서 미국이 중국에 추가로 물린 관세율은 54%에 달한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 미국이 중국에 부과하고 있었던 관세가 평균 약 20%(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였는데, 여기에 54%가 더해져 관세가 74%로 올라가게 됐다는 뜻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유세 때 공언한 ‘대중국 60% 관세’를 뛰어넘는 높은 관세율이다.

중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뒤 “무역 전쟁에는 승자가 없다”며 반격을 예고했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국제 무역 규칙에 부합하지 않고 관련국들의 정당하고 합법적 권익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방적 괴롭힘”이라며 “중국은 미국에 즉시 관세 조치를 철회하고 무역 상대국과 평등한 대화로 이견을 올바르게 해소하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지난 2월 미국의 첫 관세 부과 때 미국산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에 추가 관세 15%를 매겼고, 원유, 농기계, 대배기량 자동차, 픽업트럭에는 10%를 부과했다. 지난달 2차 관세 공격에 대해서는 미국산 닭고기·밀·옥수수·면화 등 29품목에 대해 15%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수수·대두·돼지고기·쇠고기·수산물·과일·채소·유제품 등 711품목에 대한 관세율을 10%포인트 높였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앞으로도 미국의 급소를 겨냥한 ‘핀셋식 보복’에 집중하며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캐나다·EU도 맞불 예고

캐나다도 보복 관세를 꺼내 들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3일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는 캐나다와 전 세계에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며 "그 조치는 근거가 없고 부당하며 잘못됐다"고 말했다. 캐나다는 상호관세 명단에선 제외됐지만 철강·알루미늄, 자동차 관세에선 빠져나가지 못했다. 카니 총리는 이날 발효된 자동차 관세에 대응해 미국과 똑같이 '미·멕시코·캐나다 자유무역협정(USMCA) 비준수 미국산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단 자동차 부품은 제외된다. 캐나다에서 자동차를 만드는 포드와 GM 등이 미국에서 제작된 차량을 관세를 내지 않고 수입하는 것도 허용할 것이라고 했다. 카니 총리는 보복 관세를 통해 약 57억 달러(약 8조2,000억원)가 징수될 것으로 추산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직후부터 미국과 갈등한 유럽연합(EU)도 적극적 대응 방침을 천명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EU에 대해 20% 상호관세율이 발표되자 “매우 유감"이라며 "상호관세로 세계 경제는 엄청난 고통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관세 협상 결렬 시 우리 이익과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추가 조치를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유럽의회 최대 정당인 중도 우파 유럽국민당의 요르겐 와르본 대변인도 “친구가 깡패처럼 행동할 때 침착함을 유지하기란 어렵다”며 “이 조치는 수 세기 동안 유지되어 온 대서양 관계에 타격을 주는 일”이라며 트럼프를 비난했다.

현재 EU는 미국이 지난달 12일부터 시행한 철강 관세에 대응하기 위한 보복 조치 실행을 앞두고 있다. 이달 중순을 사실상 협상 시한으로 정하고, 협상이 무산되면 13일부터 총 260억 유로(약 42조원) 상당의 미국산 상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이후 미국과 벌이는 협상 상황에 따라 추가 보복을 추진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 정부, 맞대응보다는 관세율 인하 협상에 주력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워싱턴으로 날아가 트럼프 대통령과 조기 정상회담을 하는 등 관세 폭탄 피하기에 안간힘을 썼던 일본은 공개된 '24% 추가 관세'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지극히 유감스럽다”며 “이번 조치를 재검토해 줄 것을 강하게 (미국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조치가) WTO(세계무역기구) 협정 및 일·미 양자 무역협정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며 “양국 경제 관계, 세계 경제와 다각적인 무역 체제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다만 보복 관세 등 맞대응 가능성에 대해선 “구체적 검토 상황을 밝히는 건 삼가겠다”며 말을 아꼈다.

지난달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가 미국에 1,000억 달러(약 147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한 대만도 32%라는 고율 상호관세 발표 이후 배신감에 휩싸였다. 대만 중국시보는 3일 ‘TSMC가 괜히 미국에 갔나’라는 제목 기사를 통해 섭섭함을 드러냈다. 대만 행정원은 “미국과의 경제 관계에 부합하지 않는 관세율로 유감스럽다”며 “미국과 적극 협상해 국익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냈다.

미국의 대중 관세 장벽의 우회처로 각광받았던 동남아시아도 충격에 빠졌다. 49% 관세가 적용된 캄보디아를 시작으로 라오스와 베트남이 각각 48%, 46%에 이르렀다. 미국이 관세율 부과의 자세한 근거를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중국이 동남아를 대미 우회 수출의 주요 통로로 활용해 온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 정부는 맞대응보다는 관세율 인하 협상 주력한다는 입장이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경제안보전략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통상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가 가진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야 할 것”이라며 “지금부터 본격적인 협상의 장이 열리는 만큼 대미 협상에 적극 나서달라”고 지시했다. 이어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민관 합동 미 관세 조치 대책 회의’에서 “통상교섭본부장의 미국 출장 등 각급에서 긴밀한 대미 협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경우 시장 안정 조처를 적극적이고 즉각적으로 시행할 것이란 점도 명확히 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시장 상황이 충분히 안정될 때까지 관계기관 합동 24시간 점검 체계를 가동한다”며 “시장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되면 모든 시장 안정 조치를 즉각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Picture

Member for

5 months 3 weeks
Real name
김차수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정확성은 신속성에 우선하는 가치라고 믿습니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신선한 시각으로 여러분께 유익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베트남에 46% 초고율 관세 부과, 현지 한국기업 타격 불가피

트럼프 행정부, 베트남에 46% 초고율 관세 부과, 현지 한국기업 타격 불가피
Picture

Member for

5 months 3 weeks
Real name
남윤정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금융 산업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기사를 쓰겠습니다. 경제 활력에 작은 보탬이 되기 바랍니다.

수정

삼성 가전·스마트폰, 베트남 수출의 14% 차지
고율 관세는 협상카드, 후속 관세협상 지켜봐야
USMCA 따라 멕시코 관세 면제, 가전업계 안도
베트남 하노이 북부 박닌성에 위치한 삼성전자 스마트폰 생산 공장/사진=삼성전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베트남산 수입품에 최고 46%의 상호 관세 부과하기로 하면서 베트남에 생산 거점을 둔 국내 기업들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베트남 수출의 14%를 차지하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불닭볶음면'으로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삼양식품 등은 생산지 이전, 가격 조정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한편 LG전자 등 가전업계는 미국 수출품의 주요 생산지인 멕시코가 대상에서 제외되자 안도하는 분위기다.

삼성 등 韓 기업, 베트남 상호 관세에 대책 마련

4일 경제계에 따르면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베트남을 상대로 세계 최고 수준에 해당하는 46%의 상호 관세를 발표한 이후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백악관이 발표한 베트남 상호 관세율은 180여 개 대상국 가운데 6번째로 높다. 베트남보다 상호 관세율이 높은 레소토(50%), 캄보디아(49%), 라오스(48%), 마다가스카르(47%) 등이 대미 무역 비중이 미미한 국가임을 고려하면 베트남의 상호 관세율은 중국을 제외하면 사실상 최고 수준이다.

이에 업계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그동안 한국 기업들은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베트남에 대한 투자를 적극 확대해 왔다. 지난해 기준 한국 기업의 베트남 누적 투자액은 859억 달러(약 126조원)로 한국은 베트남의 최대 외국인 직접투자(FDI) 국가 지위를 유지했다. 이 중에서도 삼성전자는 그간 총 232억 달러(약 34조원)를 투자한 베트남 최대 FDI 기업이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베트남에서 생산해 미국 등지로 수출한 스마트폰·가전 등 제품 규모는 544억 달러(약 80조원)에 이르며, 이는 베트남 전체 수출의 약 14%에 해당하는 규모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협상 스타일을 고려하면 이번 초고율 관세는 협상 카드일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도 미국이 후속 협상의 여지를 열어둔 만큼 관세율이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만약 이대로 관세가 확정된다면 기업들은 생산지 이전 등 보다 적극적인 대응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경쟁사의 상황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 현재 중국에서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애플도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다. 미국이 앞서 중국에 부과한 20% 관세에 상호 관세율 34%를 더하면 중국산 아이폰에는 54%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상호 관세 부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백악관 유튜브

삼양식품, 베트남 아닌 국내 공장서 생산 예정

미국에 공장이 없으면서 미국향 수출 물량이 많은 기업은 비상에 걸렸다. 불닭볶음면으로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삼양식품이 대표적이다. 삼양식품은 이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수출지역 다변화 등 다각적으로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당장은 베트남 생산시설이 아닌 국내 공장 3곳에서 생산한 물량을 수출할 예정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지금도 현지 가격이 국내보다 높게 책정돼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이라며 "관세 인상분을 반영해 당장 소비자가격을 올릴도 수 없어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업계는 상호 관세 대상에서는 빠졌지만, 향후 품목 관세 부과가 예고된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워낙 복잡해 미 정부가 관세 부과에 따른 실익을 따져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선제 타격’을 받은 자동차업계는 상호 관세 부과 대상에서 비껴나면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면했지만, 여전히 앞날이 걱정이다. 미 정부가 향후 협상 과정에서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를 비롯한 무역장벽 해소 카드를 강하게 들고나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철강업계는 이미 부과된 품목 관세 탓에 대미 수출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 포스코 관계자는 "상호 관세로 전방산업 수출이 위축되면 철강업계에도 간접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화장품업계는 프랑스 등 주요 화장품 수출국에도 비슷한 수준의 관세가 적용되면서 한국 제품이 오히려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북미법인 매출 원가에 영향을 줄 수는 있으나 큰 타격을 주는 수준은 아닐 것으로 본다"며 "필요시 가격 인상, 프로모션 비용 관리 등 추가 방안을 고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美 관세정책 변동성 커 예의주시하며 대응"

반면 막대한 타격이 우려됐던 가전업계는 주요 생산지인 멕시코가 대상에서 제외돼 안도하는 분위기다. 전날 미 정부가 미국·캐나다·멕시코 무역협정(USMCA)을 준수하는 상품에 대해서는 계속 관세를 면제한다고 밝히면서 삼성전자, LG전자가 멕시코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TV, 냉장고 등은 기존 가격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삼성전자는 멕시코 티후아나와 케레타로에, LG전자는 레이노사, 몬테레이, 라모스 등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4일 캐나다와 멕시코가 펜타닐 등 합성마약의 미국 반입을 막지 않는다는 이유로 25% 관세를 발표하면서 USMCA 협정 품목에 대해서는 4월 2일까지 적용을 유예하기로 했다. 이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멕시코에 25% 관세가 부과될 것을 대비해 생산지를 다각화하고, 최악의 경우 미국 현지 생산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 LG전자도 미국 테네시주 공장의 여유 부지에 생산 라인을 증설하는 방안 고려해 왔다.

결과적으로 USMCA를 준수하는 멕시코산 수입품은 관세 면제가 지속되고, 오히려 한국·베트남산 수입품에 상호 관세가 부과되면서 기업들로서는 멕시코 생산 물량을 늘리는 것이 유리하게 됐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든 정책을 바꿀 수 있다는 불확실성은 여전히 리스크 요인이다. 기업들은 앞으로도 관세 정책의 변동성이 큰 만큼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여러 시나리오에 따른 대응 방안을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Picture

Member for

5 months 3 weeks
Real name
남윤정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금융 산업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기사를 쓰겠습니다. 경제 활력에 작은 보탬이 되기 바랍니다.

美 루비오 장관, NATO 수장 만나 방위지출 GDP 5% 이행계획 마련 촉구

美 루비오 장관, NATO 수장 만나 방위지출 GDP 5% 이행계획 마련 촉구
Picture

Member for

5 months 3 weeks
Real name
김세화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세상의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국내외 이슈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을 토대로 독자 여러분께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겠습니다.

수정

나토 회원국에 방위비 'GDP 5%' 상향 압박
"美도 5% 기준 적용해 방위비 증액할 계획"
단기간엔 어려워도 현실적 실행계획 필요해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의 방위비 지출 목표를 국내총생산(GDP)의 5%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회원국들에 실질적인 이행 계획 마련을 촉구했다. 미국이 나토 내 안보 부담을 유럽에 전가하려는 기조를 본격화하자, 영국·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주요국들 사이에서는 독자적 방위 체계를 구축하려는 '자강론'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나토 조약에 따른 집단 방위의 원칙이 흔들리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한국·일본 등 동아시아 동맹국을 향해서도 안보와 통상을 연계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美 "집단 방위 조약 이행하지 않는 나토 반대"

3일(현지시각) 나토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한 루비오 장관은 "나토 회원국의 방위비를 GDP의 5%까지 확대해야 한다"며 "모든 회원국이 이러한 필요성에 공감하고, 국방비 증액을 위한 현실적인 계획을 갖고 있음을 확인한 뒤 브뤼셀을 떠나고 싶다"고 밝혔다. 현행 나토 방위비 지출 목표는 'GDP의 최소 2%'로 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나토 회원국이 안보를 미국에 떠맡기고 있다'며 방위비 증액을 압박해 왔다.

루비오 장관은 이어 "미국 역시 방위비 증액 대상으로 방위비 지출 비율을 늘릴 것"이라며 "미국이 생각하는 만큼 회원국들이 군사적 위협의 심각성에 인식을 같이한다면 이에 대한 대응 역량을 갖추겠다는 완전하고 실질적 약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의 방위비 지출 목표 상향을 주장한 이후, 미국 고위 당국자가 자국의 방위비 방침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미국의 방위비 지출은 GDP의 3.38%로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5%에 미치지 못한다.

루비오 장관은 또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자체에 반대하지 않는다"며 "모든 회원국이 나토 조약에 따라 주어진 의무를 다하지 않고 이를 이행하기 위한 역량조차 갖추지 않는 나토를 문제 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집단 방위의 원칙을 규정한 나토 조약 5조의 내용으로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그는 "이 같은 입장은 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에도 마찬가지였다"며 "모든 회원국이 1~2년 내 목표를 달성할 거라 기대하진 않으나,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방위비 증액 경로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럽 주요국, '자강론' 속에 국방비 지출 확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부터 이어지는 미국의 방위비 압박에 유럽 주요국들은 향후 유럽이 미국의 책임을 대신할 수 있도록 독자적 안보·방위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이 나토에서 부담해 온 재정적·군사적 역할을 향후 5∼10년 안에 유럽으로 이전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며 "영국, 프랑스, 독일을 비롯해 북유럽 국가들이 비공식적이지만, 체계적인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은 오는 6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릴 나토 정상회의 전에 미국에 제시할 예정이다.

보도에 따르면 유럽 주요국이 논의 중인 이번 구상은 미국의 나토 철수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차원으로, 국방비 증액과 군사력 강화에 대한 유럽의 확고한 공약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원조를 중단하면서, 유럽 내에서는 미국의 전략적 이탈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공개된 트럼프 행정부의 '임시 국가방위전략 지침'에는 중국의 대만 침공을 최우선 대응 과제로 상정하고, 러시아·북한·이란 등의 위협에 대해선 유럽·동아시아·중동의 동맹국에 맡긴다는 내용이 담겼다.

나토 내부에서도 미국의 역할이 줄거나 거의 없는 상태로 동맹을 유지하는 것이 아예 새로운 구조를 만드는 것보다 훨씬 간단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최근에는 영국과 프랑스 중심으로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을 위해 군 파견을 논의하는 '의지의 연합(Coalition of the Willing)'이 미국을 제외하고 논의를 진행 중이다. 유럽이 미국의 참여 없이 독자적인 군사적 역할을 수행하려는 시도가 이미 구체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현재 이 연합을 주도하고 있는 영국과 프랑스를 비롯해 스웨덴, 덴마크,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 31개국이 논의에 참여하고 있다.

국가 차원의 방위비 증액도 속도를 내고 있다. 독일은 지난달 19일 향후 10년간 최소 5,000억 유로(약 800조원)를 국방에 투자하는 법 개정을 확정했다. 영국은 매년 134억 파운드(약 25조원), 프랑스는 2030년까지 총 4,000억 유로의 방위비를 추가 투입하기로 했고, 덴마크·네덜란드·스웨덴·폴란드 등도 대규모 군비 확장 계획을 발표했다. 유럽연합(EU)은 27개 회원국의 방위력 강화를 위해 8,000억 유로(약 1,260조원) 규모의 '유럽 재무장 계획'을 내놨다. 이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되면 EU 내 23개 나토 회원국의 국방비가 GDP 대비 3.5% 수준으로 늘어난다.

방위비·관세 무기로 韓·日 등 동맹국 압박

트럼프 행정부의 방위비 증액 압박은 나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국, 일본 등 오랜 기간 안보 동맹을 유지해 온 동아시아 국가 역시 예외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을 유지하는 대가로 방위비 부담은 물론 경제적 기여까지 요구하며 관세 압박을 병행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달 6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일 안보조약을 언급하며 "일본은 엄청난 경제적 이득(fortune)을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을 비롯한 동맹국들이 안보에 무임승차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관세와 함께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본격적으로 압박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대해서도 같은 맥락에서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한국의 평균 관세율이 미국보다 4배 높다”며 “한국에 군사적으로나 다양한 방식으로 엄청난 지원을 제공하지만,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일 안보조약은 유사시 자동 개입 의무가 명시된 한·미 상호방위조약과는 달리, 미국이 일본을 방어할 의무는 있지만, 일본은 주일미군에 대한 기지 제공만 규정하고 있다. 반면 한·미 상호방위조약은 한 국가가 무력 공격을 받을 경우 공동 대응을 위한 협의를 명시하고 있어, 미국의 군사 개입 가능성이 더 강하게 내포돼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당시 한국을 '머니머신'에 비유하며 "부자 나라를 왜 지켜줘야 하느냐"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같은 발언은 나토나 일본처럼 한국에 대해서도 경제·안보 연계 전략이 본격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무기로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중국 견제를 위한 군사·외교적 역할 확대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지난달 미 의회 연설에서 언급한 알래스카 자원 개발 사업처럼, 안보 지원을 명분으로 대형 프로젝트에 대한 한국의 경제적 참여를 압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Picture

Member for

5 months 3 weeks
Real name
김세화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세상의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국내외 이슈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을 토대로 독자 여러분께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겠습니다.

미정산부터 기업회생까지 '신뢰도' 추락한 발란, 새 주인 찾기도 난항

미정산부터 기업회생까지 '신뢰도' 추락한 발란, 새 주인 찾기도 난항
Picture

Member for

5 months 3 weeks
Real name
임선주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미디어의 영향력을 무겁게 인지하고 있습니다. 예리한 시각과 분석력을 바탕으로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만을 전달하겠습니다.

수정

발란 M&A 가능성 '불투명'
명품업계 불황·쿠팡 약진도 리스크
사업성 이미 훼손, 사태 장기화 우려
사진=발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명품 플랫폼 발란이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인수합병(M&A) 계획안을 내놨지만, 아직까지 인수 의향을 밝힌 곳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티메프(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 이후 이커머스에 대한 투자 감소와 버티컬 명품 플랫폼 하향세 등을 고려할 때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발란 대표 “인수의향자 아직 없어”

4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최형록 발란 대표는 전날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에서 열린 기업회생 신청 대표자 심문기일 출석 후 기자들과 만나 “(M&A와 관련해) 물밑에서 많이 태핑하고 있지만 확실한 건 없다”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지난달 31일 기업회생절차 신청을 공식화하면서 M&A도 병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최 대표는 이번 주 중 매각 주관사를 지정해 본격적으로 실행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지만, 아직 진전된 사항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발란의 이번 M&A 계획은 일부 재무적 투자자(FI)와 사전에 공유된 것으로 전해진다. 발란은 지난 2015년부터 꾸준히 FI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했다. 발란에 투자한 벤처캐피탈(VC)은 △신한캐피탈(7.45%) △SBI인베스트먼트(7.06%) △코오롱인베스트먼트(5.15%) △KTB네트워크(현 우리벤처파트너스, 4.59%) △컴퍼니케이파트너스(1.55%) 등으로, 이번 사태로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다만 당초 계획대로 회생절차가 승인되기 전 매각에 성공하면 투자금의 일부라도 회수할 수 있게 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M&A 옵션에 대해서는 이전부터 이야기해 왔던 것으로 안다"며 "최근 사태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합의된 내용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전략적 투자자(SI)로부터 투자를 받은 사안도 있고, 기존 FI들과 합의해서 결론을 도출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발란은 2023년 말 기준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81억원 초과하고 있고, 누적결손금은 785억원으로 재무상태가 악화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현재 기준 미정산 거래대금 규모를 150억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지만 정확한 금액이 외부에 공개되지는 않았다. 유동성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2022년 3,000억원이었던 기업가치 역시 10분의 1인 300억원 밑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쿠팡의 명품 이커머스 시장 진입도 악재

M&A 추진의 또 다른 걸림돌은 명품 플랫폼업계 자체의 부진이다. 최근 업계는 매출 위축과 함께 자본시장 투자금까지 끊기면서 존폐 위기를 겪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명품 관련 사업을 접은 플랫폼만 4곳에 달하며, 소비 심리 위축과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의 직판 강화 등으로 사업 환경이 악화된 상태다.

여기엔 쿠팡이 명품 이커머스 사업에 뛰어든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쿠팡Inc가 발표한 연결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파페치의 지난해 연간 실적은 2조2,667억원(16억5,800만 달러)로 집계됐다. 특히 파페치의 조정 상각전이익(EBITDA)은 지난해 4분기 418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앞서 파페치는 지난해 △1분기 411억원 △2분기 424억원 △3분기 27억원으로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지난해 초 인수한 파페치는 연간 수억 달러의 손실을 보고 있었고, 성장 지표가 하락하는 상황에 직면했다"며 "어려움 속에도 파페치의 연간 거래액이 40억 달러에 달하는 업계 리더이자 럭셔리 패션 분야의 글로벌 브랜드라는 점에서 흔치 않은 기회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파페치 운영을 간소화하는 한편 가장 중요한 고객 경험과 운영 탁월성에만 집중하며 어려운 결정들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현재 파페치는 분기당 1억 달러가 넘는 손실을 손익분기점 수준으로 감소시켰으며 성공적인 턴어라운드를 달성했다. 파페치의 순손실 규모도 지난해 1분기 1억1,300만 달러에서 지난해 3분기(4,400만 달러), 4분기(7,800만 달러) 등 적자가 감소하고 있다.

사진=머스트잇

발란 이어 머스트잇도 매물로

사업 환경이 날로 악화하자 명품 플랫폼 '빅3'(머스트잇·트렌비·발란) 중 한 곳으로 꼽히는 머스트잇도 경영권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머스트잇은 최근 삼정KPMG를 매각 자문사로 선정하고 관련 논의를 시작했다. 머스트잇은 매각뿐 아니라 다른 명품 플랫폼과의 합병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A를 통해 돌파구를 찾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머스트잇의 최대주주는 창업자인 조용민 대표로 지분 73.78% 보유하고 있다. 2011년 설립된 이후 대부분 흑자를 내왔으나 2021년부터 영업손실을 지속해 왔다. 이때가 빅3 명품 플랫폼 업체들이 몸집을 키우면서 한창 광고선전비 경쟁에 열을 올릴 때다. 머스트잇도 이 경쟁에 참여하면서 영업 손실을 내기 시작했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 동안 쌓은 누적 적자만 257억원에 달한다.

현금창출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영업활동현금흐름 역시 2021년 마이너스(-)90억원, 2022년 -230억원, 2023년 -71억원을 기록하며 3년 연속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했다. 반면 외부투자금은 2022년 이후 끊긴 상황이다. 머스트잇은 2020년 시리즈 A 투자 유치를 성공한 데 이어 매년 라운드 투자에 성공했지만 2022년 9월 CJ온스타일로부터 200억원을 투자 받은 뒤로는 후속투자를 받지 못했다.

Picture

Member for

5 months 3 weeks
Real name
임선주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미디어의 영향력을 무겁게 인지하고 있습니다. 예리한 시각과 분석력을 바탕으로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만을 전달하겠습니다.

[딥파이낸셜] 인플레이션과 언론 보도가 함께 움직이는 이유

[딥파이낸셜] 인플레이션과 언론 보도가 함께 움직이는 이유
Picture

Member for

5 months 3 weeks
Real name
김영욱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수정

금융권과 일반 기업 간 ‘인플레이션 예측 방식’에 차이
일반 기업, 공식 발표와 미디어 보도에만 의존
명확한 의사소통으로 ‘인플레이션 연장 효과’ 막아야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2021년 이후 선진국들은 팬데믹 이후 경제 활동 재개와 구인난, 공급망 붕괴 등으로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겪었다. 2022년 에너지 가격 충격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켜 인플레이션을 전례 없는 수준까지 밀어 올렸다. 영국에서 월 단위로 발표되는 인플레이션 수치는 언론 매체의 집중 보도 대상이 됐다. 그런데 당시 상황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금융 시장과 일반 기업들이 인플레이션을 인지하고 예측치를 조정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었다고 한다.

사진=CEPR

인플레이션 기대치 조정 방식, 금융권과 일반 기업 ‘차이’

영국의 ‘의사 결정자 패널’(Decision Maker Panel, 영국 내 기업 경영자 대상의 인플레이션 기대치 및 가격 관련 월간 설문) 결과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일반 기업들은 소비자 물가지수(Consumer Price Index, 이하 CPI)의 변동에 근거해 인플레이션 예측치를 조정하고 전문가들의 예측치와 실제 인플레이션 간 차이(unexpected inflation deviation)에는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반면 금융시장은 해당 차이에 주목하는 모습을 보였다.

CPI 인플레이션 발표 전후 기업들의 인플레이션 예측치 변화 (영국)
주: 발표 전후(시간, 0=발표 시각), 상관계수(Y축), 상관계수=0.64, 표준 오차=0.06(*비교적 정확)/출처=CEPR
CPI 인플레이션 발표와 기업 인플레이션 예측 간 상관관계(90% 신뢰구간) (영국)
주: CPI 인플레이션 변동에 대한 반응(좌측), 예측치와의 차이에 대한 반응(우측), CPI 인플레이션 예측치 변화, 연간 가격 인상 예상, 연간 CPI 인플레이션 예상(좌부터, 결과 변수, X축), 90% 신뢰구간/출처=CEPR

미디어 보도에 따라 실제 인플레이션도 ‘영향’

한편 미디어 보도는 인플레이션 자체의 움직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증폭된 시기에는 기업의 인플레이션 기대치에 따른 가격 조정이 더 빈번히 일어났기 때문이다. 영국 신문에 등장하는 인플레이션 관련 용어의 빈도를 측정한 ‘인플레이션 미디어 보도 지수’(inflation media chatter index)와 CPI 인플레이션의 움직임은 놀랍게 유사하다.

CPI 인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 미디어 보도 지수’ 추이(영국)
주: 기간(X축), 인플레이션 미디어 보도 지수(좌측 Y축, 청색), CPI 인플레이션(우측 Y축, 갈색)/출처=CEPR

하지만 이런 시기에도 기업들은 전문가 예측치와 실제 인플레이션과의 차이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미디어 보도가 기업들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예측 정확도를 높이기보다는 관심도만 증폭시킨다는 얘기다.

결국 해당 사례는 월스트리트(Wall Street)로 상징되는 금융 시장과 메인 스트리트(Main Street)로 불리는 실물 시장 간 인플레이션 대응 방식 차이를 그대로 보여준다. 투자 수익률과 예측 지표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금융 시장은 예측치와 실제 수치와의 차이에 주목하는 반면, 일반 기업들은 예측의 근거를 언론에 보도되는 소비자 물가지수 변동에만 두는 것이다.

미디어 영향 이해 및 효과적 커뮤니케이션 “중요”

또한 기업들의 인플레이션 변동에 대한 대응은 상대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된 2022~2024년 기간에 집중됐고 2017~2021년의 낮은 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는 기업들이 인플레이션이 긴급한 경제 이슈로 인식된 시기에만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으로 미디어의 영향력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해준다.

해당 연구 결과는 경제 예측 모델과 정책 수립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전통적인 경제 모델은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가능한 모든 정보를 취합해 분석하는 합리적 주체들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가정해 왔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CPI 인플레이션 자체와 미디어 보도에만 의존해 기대치를 조정하고 있다. 중앙은행을 비롯한 정책 당국은 미디어의 역할을 정확히 이해하고 대중과 기업의 여론을 효과적으로 형성할 수 있는 의사소통 방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여기에 더해 기업들의 사후적 대응은 高인플레이션 상황에 처하면 해당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가정함을 의미한다. 과거의 인플레이션 추세가 미래 가격 결정에 작용하는 일종의 인플레이션 관성(inertia)으로 볼 수 있다. 이 역시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으로 기업들의 기대치를 관리해 인플레이션 영향이 근거 없이 연장되는 상황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

원문의 저자는 이반 요조프(Ivan Yotzov) 영국 중앙은행(Bank of England) 이코노미스트 외 4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Inflation on Wall Street versus Main Street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Picture

Member for

5 months 3 weeks
Real name
김영욱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교보생명 풋옵션 분쟁 일단락, 숙원사업 지주사 전환 ‘청신호’

교보생명 풋옵션 분쟁 일단락, 숙원사업 지주사 전환 ‘청신호’
Picture

Member for

5 months 3 weeks
Real name
이동진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수정

교보생명-FI, 풋옵션 7년 분쟁
주주 간 분쟁, 지주사 전환 작업 허들
국내 법원, ICC와 달리 간접강제금 불인정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 겸 이사회 의장이 지난 1월 10일 충남 천안시 교보생명 계성원(연수원)에서 열린 ‘2025년 출발 전사경영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교보생명

국내 법원이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판정부의 이행강제금 효력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남은 재무적투자자(FI) 간 풋옵션 분쟁 구도에 변화가 생겼다. 7년을 이어온 풋옵션 분쟁이 해결 국면에 들어선 만큼 신 회장 측은 부담을 덜었지만, 교보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 일정이 빠듯해 협상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법원 "간접강제금 부분은 인정 안 해"

3일 IMM PE는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ICC 중재판정부는 신 회장이 주주간계약에 따라 감정인을 선임하고 가치평가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인정했고 법원도 이를 승인한 만큼 신 회장이 가치평가 보고서를 제출하고 궁극적으로는 풋옵션을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2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0부는 IMM PE 등이 제기한 교보생명 풋옵션 분쟁 관련 ‘중재판정 승인 및 집행결정’ 사건에서 신 회장이 주주간계약에 따라 감정평가인을 선임하고 감정평가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ICC 판정을 승인했다. 신 회장이 감정인을 선임해야 하고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국내에서의 강제집행을 허가한 것이다. 앞서 ICC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12월 신 회장이 FI들과의 주주 간 계약에 따라 중재 판정 이후 30일 내 감정인을 선임하고 풋옵션 주식 가치평가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판정한 바 있다.

다만 서울중앙지법은 ICC 중재판정 중 간접강제금 부분은 인정하지 않았다. ICC 중재판정부는 신 회장이 교보생명 가치평가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매일 20만 달러(약 2억8,000만원) 규모의 간접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판정했는데, 재판부는 간접강제금은 한국 법원이 명해야 한다는 이유로 이 부분은 승인하지 않았다.

신 회장에게 유리해진 풋옵션 분쟁

이번 판결로 신 회장 측은 감정평가기관을 서둘러 지정해야 할 '30일 데드라인'에서 벗어나게 됐다. 강제금 부담이 사라지면서 남은 PEF와의 협상에서 주도권을 잡게 된 셈이다. 올해 들어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싱가포르투자청(GIC)은 각각 주당 23만4,000원 수준에서 교보생명 지분을 매각하며 분쟁에서 발을 뺐다. 어피너티의 보유 지분 9.05%는 일본계 금융그룹 SBI에, GIC의 보유 지분 4.50%는 신한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이 만든 특수목적법인(SPC)에 매각됐다. 어펄마캐피탈도 교보생명 지분 5.33%를 주당 19만8,000원에 전량 매각했다.

현재 교보생명 주주 구성은 신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39%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코세어캐피탈(9.9%), SBI그룹 등 우호 지분을 차례로 확보하며 신 회장의 경영권도 안정화됐다. 남은 주요 지분 보유자는 IMM프라이빗에쿼티와 EQT파트너스(각각 5.23%)뿐이다. IMM PE와 EQT는 여전히 풋옵션 행사 가격으로 30만원대의 가치를 주장하며 남아 있는 상황이지만, 이행강제금 결정 무효화로 법적 강제 수단이 약화되면서 신 회장 측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 다만 시장에서는 신 회장이 올해 상반기 안으로 지분 매입 협상을 빠르게 마무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IMM PE와 EQT의 조건도 일부 반영될 수 있다.

금융 지주사 전환이 우선

신 회장이 숙원사업으로 꼽아 온 지주사 전환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하는 것도 이 같은 상황 변화 때문이다. 풋옵션 분쟁은 지주사 전환 발목을 잡아 온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였다.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려면 교보생명은 우선 다른 FI들과도 원활하게 협상을 완료해야 한다. 현재 교보생명은 연내 금융지주사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롯데손해보험, 악사손해보험, MG손해보험 등 인수를 검토하며 금융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이와 관련이 깊다.

교보생명 내부에서도 오는 9월 전까지 금융위원회에 인가 신청을 완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금융 당국이 심사 과정에서 남아있는 소송이나 가압류 등의 법적 분쟁을 살펴볼 가능성이 있어, 신 회장 측은 인가 신청 전 이러한 문제들을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교보생명 입장에선 남은 지분을 주당 30만원 수준에 매입한다고 해도 큰 부담은 아닐 것으로 평가된다. 이미 어피너티와 GIC가 보유 지분을 각각 주당 23만원대에 매각했고, 어펄마캐피탈도 19만원대에 지분을 처분하면서 교보생명의 평균 매입 단가는 20만원대 초반 수준으로 낮아진 상태다. 이에 따라 IMM PE와 EQT의 지분을 비교적 높은 가격에 인수하더라도 전체적인 평균 단가는 크게 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교보생명은 내부적으로 IMM PE와 EQT가 요구하는 가격에 지분을 회수할 경우 LTV(대출 대비 자산가치)가 어떻게 변화할지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IMM PE 입장에서도 주요 기관출자자(LP)인 국민연금의 눈치를 살피며 장기 분쟁보다는 적정 가격에 매각하는 방안을 고려할 공산이 크다. 최종 중재 가격이 PE 측 기대보다 낮게 나오더라도 추가적인 법적 대응보다 빠른 회수를 선택할 수 있다. 이에 코세어캐피탈의 방식을 차용해 부분적 자금 회수를 모색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IMM PE는 서울중앙지법이 이행강제금 강제 부분만 승인하지 않고 감정평가기관 선정과 가치평가 보고서 제출 자체는 그대로 승인했으니, 궁극적으로 풋옵션 관련 변화한 사항은 없다고 되풀이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이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같은 물건(주식)을 놓고 다른 가격을 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Picture

Member for

5 months 3 weeks
Real name
이동진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지브리 스타일로 바꿔줘" 챗GPT 열풍 이면엔 저작권 침해 논란

"지브리 스타일로 바꿔줘" 챗GPT 열풍 이면엔 저작권 침해 논란
Picture

Member for

5 months 3 weeks
Real name
김민주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지금 정보의 바다에 살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이 표류하지 않도록, 정확한 정보만 골라 빠르게 전달하겠습니다.

수정

GPT-4o 이미지생성 글로벌 돌풍
출시 일주일 만에 생성 7억 장 돌파
저작권 침해 논란 불가피
샘 올트먼 오픈AI CEO의 프로필 이미지/사진=샘 올트먼 X

오픈AI의 챗GPT가 ‘지브리 스타일’ 열풍을 타고 국내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하루 이용자 수가 사상 처음으로 120만 명을 넘기며, AI 이미지 생성 기술이 대중의 새로운 놀이터로 자리잡고 있는 양상이다. 다만 일각에선 저작권 침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어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온 세상이 지브리 스타일 열풍

3일(현지시간) 오픈AI에 따르면 챗GPT의 새 이미지 생성 기능으로 제작된 이미지가 출시 일주일 만에 7억 장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픈AI는 지난달 25일 공개한 GPT-4o 기반 새 이미지 생성 기능을 출시했다. 오픈AI는 자사 이미지 생성형 AI '달리(DALL-E)'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으나 챗GPT에서도 달리보다 더 고도화된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게 했다.

과거에는 이용자가 원하는 이미지를 위해 프롬프트를 하나하나 입력해야 했지만 GPT-4o 이미지 생성 모델은 이용자의 의도를 파악해 보다 쉽고 간편하게 다수의 이미지를 생성해 낸다. 오픈AI는 이 기능에 대해 "상상하는 이미지를 정확하게 만드는 것이 더 쉬워져 시각적 요소를 통해 보다 효과적으로 소통하고 이미지 생성을 정밀성과 강력함을 갖춘 실용적인 도구로 발전시킬 수 있다"며 달리가 해결하지 못한 이미지도 그려주며 텍스트 구현 능력도 향상됐다고 강조했다.

특히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 지브리(Sudio Ghibli)' 화풍으로 그려주는 이미지가 전 세계 이용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도 자신의 얼굴을 지브리 화풍을 모사한 그림을 X(옛 트위터) 프로필 사진으로 게재하며 이른바 '지브리 밈'을 이끌었다. 이에 힘입어 챗GPT 주간 이용자 수(WAU)와 유료 구독자 수는 지난 분기 말 기준 각각 5억 명, 2,000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말 대비 WAU는 1억5,000만 명, 유료 구독자 수는 450만 명 늘었다.

AI 산출물, 저작권 문제없나

다만 오픈AI는 새 기능으로 수익성은 확대됐지만 저작권 침해 논란에서는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굉장히 모호하고 애매한 영역이라고 입을 모은다. 일반적으로 스토리나 이미지와 같은 작품의 결과물에는 저작권이 있지만 추상적인 개념이라고 할 수 있는 스타일에는 저작권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AI가 지브리 스타일을 모방했을 뿐 작품을 모방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AI가 훈련, 학습하는 과정에서 지브리의 작품을 대가 없이 무단으로 활용했다면 침해 소지가 있지만 작품을 구매해서 학습시켰다면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최종적으로는 모방을 위한 구매인 만큼 위법이라는 이야기가 많다. 애초에 AI 모델에 학습시키려면 작품의 저작권자에게 허락과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작가 단체가 오픈AI가 자신들의 저작 도서를 사용해 AI 모델을 학습시켰다고 주장하며 집단 소송을 진행 중이지만 아직까지 판결이 나오지 않아 법 해석에 이견이 있는 상황이다. 오픈AI는 개별 아티스트의 스타일 복제는 거부하지만 스튜디오 스타일의 복제는 허용한다는 규칙을 가지고 있다. 즉 이미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스타일이나 화풍은 충분히 복제할 수 있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전 세계적으로 AI 이미지나 산출물에 대한 저작권은 아직까지 명확하게 개념이 잡히지 않은 상태다. AI 서비스가 학습 과정에서 저작물들을 활용한 경우 원 저작자의 저작권을 침해했는지 여부는 아직도 각국 법원이 판단을 내리는 중이며 AI 생성 이미지나 산출물을 사람이 수정·편집해 사용하는 경우 저작권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여부도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맥도날드가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지브리 화풍 이미지/사진=맥도날드

日 애니 감독 분노, “지브리 더럽히지 마”

지브리 스튜디오는 아직까지 이와 관련해 어떤 공식적인 답변도 내놓지 않고 있으나, 지브리 스튜디오의 아버지이자 지금의 화풍을 만들어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일전에도 AI가 만든 애니메이션이나 이미지에 부정적인 의견을 드러낸 적 있는 만큼 지금의 사태에 대해서도 호의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앞서 미야자키 감독은 지난 2023년 AI가 만든 애니메이션에 대해 “생명 그 자체의 모욕”이라고 말하며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그는 "이런 걸 보고 흥미롭게 여길 수 없다. 이걸 만든 사람은 고통이 뭔지 전혀 모른다. 정말 역겹다. 나는 이 기술을 내 작업과 결합하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었다. 지난 1일에는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글로벌 대기업에서조차 AI로 만든 지브리 스타일 이미지로 광고하는 지금의 상황을 서글퍼하며 아티스트 대신 AI를 투입하는 대기업의 마케팅을 비난하기도 했다.

일본 애니메이션 시리즈 원피스 감독인 이시타니 메구미도 최근 연이어 X를 통해 "지브리 이름을 더럽히다니 용서하지 않겠다", "지브리 AI를 사용하는 일본인이 있는가, 절망스럽다. 지브리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리는 행위"라며 "지브리가 싸구려 취급을 당하는 것을 견딜 수 없다"고 비판했다. 원피스, 나루토, 포켓몬 등을 작업한 애니메이션 감독 헨리 서로우도 지난달 28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AI로 지브리 이미지를 만드는 사람들이 무엇을 얻는지 모르겠다"며 "원작 아티스트를 불쾌하게 하고, 화나게 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얻지 못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Picture

Member for

5 months 3 weeks
Real name
김민주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지금 정보의 바다에 살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이 표류하지 않도록, 정확한 정보만 골라 빠르게 전달하겠습니다.

[딥파이낸셜] ‘글로벌 공급망 재조정’ 본격 착수한 유럽연합

[딥파이낸셜] ‘글로벌 공급망 재조정’ 본격 착수한 유럽연합
Picture

Member for

5 months 3 weeks
Real name
김영욱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수정

유럽연합, 글로벌 공급망 재조정
무역 협정 미체결국에서 EU 회원국 및 동맹국 중심으로
비용 상승 및 특정국 거래 의존도 증가, “단기적 부작용”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유럽연합(EU)은 글로벌 무역 환경 변화에 대응해 공급망 재조정을 통해 위험을 경감하고 자생력을 키우고자 한다. 2021~2023년 기간 EU 수입은 무역 협정 미체결국을 떠나 역내 생산과 지역 파트너, 원거리지만 무역 협정을 맺은 동맹국들을 향하고 있다. 무역 다변화를 위한 과정에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수입 가격 인상과 과도기적 조정으로 인한 비용도 만만치 않다.

사진=CEPR

유럽연합, 공급망 재조정 ‘본격 착수’

수 세기 동안 글로벌 공급망은 무역 효율성과 안정성을 높이고, 비용을 최적화하며, 핵심 투입물 조달과 사업 확장에 기여해 왔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팬데믹과 지정학적 갈등, 무역 정책의 무기화는 공급망의 취약성을 적나라하게 노출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회원국들이 보호무역주의는 멀리하되 전략적 자주성과 리스크 최소화 관점에서 무역 및 산업 전략을 재검토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EU의 무역 정책은 이제 고위험 공급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핵심 공급망을 지키며 경제 안보를 증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갈수록 파편화하고 있는 글로벌 무역 환경에서 경제 안정과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무역 협정 미체결국’ 수입 의존도 축소, ‘EU 회원국’ 거래 증가

눈에 띄는 변화는 EU가 무역 협정 미체결국에 대한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회원국들과 협정 체결국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유럽 위원회(European Commission)의 산업 및 무역 전략(Industrial and Trade Strategies) 보고서에도 이러한 양상이 드러난다. 2021~2023년 기간 미협정 무역 상대국으로부터의 수입 물량이 1.8%P 줄어드는 대신 EU 27개 회원국과 인접 협정국 및 원거리 협정국으로부터 수입이 점진적으로 증가했다.

EU 무역 상대국 구분
주: EU 회원국(청색), 인접 무역 협정국(노랑), 원거리 협정국(녹색), 미협정국(주황)/출처=CEPR
무역 상대국 그룹별 수입 점유율 변화(2021~2023년)
주: 점유율 변화(P%)(Y축), 원거리 협정국(녹색), 인접 무역 협정국(노랑), EU 회원국(청색), 미협정국(주황)/출처=CEPR

이는 전체적으로 보면 리쇼어링(reshoring, 제조 및 서비스의 자국 재이전)의 초기 신호로 읽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산업마다 무역 다변화의 양상이 모두 다르다. 특히 원자재 및 반도체, 무공해 기술 등 중요도가 높은 공급망은 EU 회원국으로의 이전이 뚜렷하게 관찰된다. 또한 전반적인 무역 다변화 흐름 속에서 특정 부문은 역내 생산 증대에 요구되는 시간 때문에 아직 특정 무역 파트너에게 심하게 의존하는 모습도 보인다.

‘리쇼어링’, ‘니어쇼어링’, ‘프렌드쇼어링’ 모두 관측

EU의 무역망 재조정은 세 가지 추세로 분류할 수 있다. 먼저 리쇼어링인데 EU 수입 중 상당한 물량이 외부 의존도를 줄이고 회원국들 중심의 역내 생산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또한 지리적으로 가까운 무역 협정국과의 무역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가운데 반도체 부문은 니어쇼어링(nearshoring, 인근 국가로의 사업 이전)의 경향이 뚜렷이 관찰된다. 한편 원자재 및 의존재(dependent goods, 최종재의 원자재나 부품)의 경우는 원거리 무역 파트너와의 거래가 늘어나는 파트너쇼어링(partner-shoring, 동맹국과의 무역 거래 강화)이 눈에 띈다.

무역 상대국 그룹별 수입 점유율 변화(수입 품목별, 2021~2023년)
주: EU 27개 회원국(좌측), 인접 무역 협정국(중앙), 원거리 협정국(우측) / 전체 수입 물량(청색), 의존재(노랑), 단일 생산국 의존재(적색), 원자재(녹색), 반도체(노랑), 무공해 기술 산업 투입물(보라), *=90% 신뢰구간, **=95% 신뢰구간, ***=99% 신뢰구간, *음의 상관계수는 미협정국 수입 비중 감소와 협정국(나머지 3개 그룹) 수입 비중 증가를 동시에 의미/출처=CEPR

비슷한 패턴은 최근 대부분의 공급망을 중국에서 멕시코와 베트남으로 이전하고 있는 미국에서도 발견된다. 하지만 EU가 다른 점은 단기적인 비용 상승에도 회원국 내 무역 거래가 눈에 띄게 증가한다는 사실이다. 유럽투자은행(European Investment Bank)과 유럽 위원회의 2024년 공급망 조사에서도 유럽 기업들이 재고 관리와 거래처 다변화를 통해 공급망 변화에 적응하는 모습이 관측된다.

단기적 비용 상승 및 특정 상대국 의존도 증가 “감수해야”

공급망 재조정에는 자생력 강화와 외부 리스크 경감이라는 이점과 함께 반대급부도 함께 한다. 수입 물량을 미협정국으로부터 재조정하는 것은 전반적인 공급망 다변화에 기여하지만 특정 무역 파트너에 대한 의존도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이는 역내 생산 시설 확장에 걸리는 시간 때문으로 추정된다.

또한 리쇼어링과 파트너쇼어링은 비용 상승도 동반하고 있다. 2021~2023년 기간 회원국 간 수입 증가로 인해 제품 단가가 0.74% 올랐고 원거리 협정국과의 거래에서는 2.71% 상승했다. 수입 가격 상승은 부문마다 다르지만 단기간의 공급망 조정이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함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비용 상승 효과는 공급망 물류 최적화 및 효율성 증대 등 기업들의 대응 전략을 통해 상쇄될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진행 중인 EU의 공급망 재조정은 지정학적, 경제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다. 핵심 산업의 리쇼어링과 공급망 다변화, 무역 협정국과의 관계 강화를 통해 경쟁력을 유지하고 경제적 탄력성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온전하게 균형 잡힌 무역 전략은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정책 재조정을 요구한다. 끊임없이 변하는 무역 환경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공급망 안보를 강화하고 비용 효율성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책 당국과 기업은 추세 변화와 외부 충격에 민첩하게 대응해야 장기적인 경제 성장을 유지할 수 있다.

원문의 저자는 로만 아르조나(Román Arjona)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 수석 이코노미스트 외 2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EU supply chain tectonics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Picture

Member for

5 months 3 weeks
Real name
김영욱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동아시아포럼] ‘패권주의’와 ‘기밀 주의’로 점철된 중국의 ‘특사 외교’

[동아시아포럼] ‘패권주의’와 ‘기밀 주의’로 점철된 중국의 ‘특사 외교’
Picture

Member for

5 months 3 weeks
Real name
김영욱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수정

중국, ‘특사 외교’로 글로벌 패권 위한 지역 협력 도모
아프리카, 남미 등 ‘글로벌 사우스’에 외교 노력 집중
‘외교 채널 중복’, ‘기밀 주의’ 등 문제점 노출

[동아시아포럼] 섹션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 이코노미(Policy Economy)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중국의 외교 전략은 특사(special envoy)들에게 글로벌 개입의 핵심 역할을 부여하면서 전환기를 맞고 있다. 보통 서구 국가들의 외교는 시민 사회 단체 및 다자간 회의 참석을 포함한 포괄적 접촉을 의미한다. 반면 중국의 외교는 대정부 관계에만 집중해 경제 협력과 갈등 해결을 도모하는 방식을 띠고 있다. 문제는 특사를 통한 외교 범위가 확대될수록 일관성 없는 메시지가 이어지고 상대국들의 불만도 증폭된다는 것이다.

사진=동아시아포럼

중국, ‘전랑 외교’ 중심인물 ‘유럽 특별 대표’ 임명

최근 중국 정부가 루샤예(Lu Shaye)를 유럽 문제 특별 대표(Special Representative for European Affairs)로 임명하면서 중국 정부의 외교 전략을 두고 논쟁이 불붙었다. 루샤예는 이른바 ‘전랑 외교’(wolf warrior diplomacy)의 대표 주자로 해당 조치는 중국 정부의 유럽연합(EU)에 대한 태도 변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결국 서방 진영에 대한 보다 공격적인 자세를 견지하는 가운데 경제 협력은 강화하겠다는 복안으로 해석된다.

중국의 특사 외교 방식은 유럽을 넘어 외교 범위 확대를 위한 필수 수단이 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의 개발도상국 그룹)가 핵심 목표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담당 국가에 장기 주재하는 일반 외교관들과 달리 특사들은 분쟁 해결 및 무역 협상 등 특수 임무를 띠고 파견된다. 강대국 위상을 드높이는 동시에 해당 지역의 문제를 비밀스럽게 해결하려는 중국의 목표에 부합하는 전략이다.

글로벌 위상 강화 위한 지역 협력 목적

중국이 특사 파견을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으로 중동과 아프리카, 기후 관련 행사 등에 초점을 맞췄다. 글로벌에서 중국의 책임감을 돋보이게 하는 동시에 해당 지역의 핵심 자원 확보를 위한 목적이었다. 2010년대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 BRI) 착수 후에는 서구의 영향력에 대한 대항 세력으로서의 위상 강화를 위해 외교 노력을 강화했다.

팬데믹 이후에는 지역 안정과 분쟁 해결을 위한 특사 활용이 늘어났다. 소말리아 반도(Horn of Africa, 소말리아, 지부티, 에티오피아, 에리트레아를 포함하는 아프리카 지역)와 태평양 도서국에 대한 특사 파견을 통해 경제 회랑(economic corridor)을 확보하고 대미 경쟁 격화 지역에서 영향력을 강화하고자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중국의 외교는 더욱 전략적 성격을 띤다. 공식 석상에서는 정치적 해결을 촉구하지만 전쟁 책임을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에 돌림으로써 러시아에 대한 비난을 피해 갔다. 동시에 브라질, 남아프리카와 접촉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러시아의 침략이 아닌 지정학적 갈등에 따른 것이라고 설득한다. 러시아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글로벌 사우스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중국의 ‘두 마리 토끼 잡기’다.

'글로벌 사우스'에 외교 노력 집중

실제로 중국의 특사 시스템은 글로벌 사우스 관계 강화의 핵심 도구로 기능하고 있다. 중국-아프리카 협력 포럼(Forum on China–Africa Cooperation) 같은 지역 회의체가 주된 채널을 이룬다. 아프리카, 남미, 태평양 군도 등에 파견하는 특사들은 경제 외교 및 안보 대화, 지역 협력을 위한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으며 중국 정부는 이를 통해 개발도상국들과의 관계를 유지하며 영향력을 강화하려고 한다.

특히 아프리카에 집중적으로 특사들을 파견해 아프리카 연합(Africa Union) 및 개별 국가 고위급 리더들과의 회담을 도모하고 있다. 일대일로 프로젝트로 인한 채무 부담과 자원 착취 이슈를 잠재우고 외교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이다.

채널 중복, 상대국 불만, 기밀 주의 등 ‘문제 노출’

중국 정부의 의도에도 불구하고 특사 시스템은 심각한 문제를 노출하고 있다. 외교 범위를 넓혀갈수록 속출하는 자국 외교 채널의 중첩과 일관성 없는 메시지 때문이다. 심지어 해당국 주재 외교관과 지역 책임자, 특사 사이의 갈등으로 조율에 문제를 겪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상대방 국가의 불만도 쉽지 않은 문제다. 일대일로하에서 사회 기반 시설 건설을 위한 자금을 중국 빚에 의존하는 나라들은 이제 중국과의 협약 유지를 원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 경우 중국 특사들은 외교적 잡음을 막고 경제적 협력을 유지하는 어려운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중국 특사 시스템의 또 다른 문제점은 대부분 핵심 권력과 긴밀하게 연결된 전직 고위 관료 출신 특사들이 공식적인 대외 활동을 피한다는 점이다. 서구권 특사들이 시민사회는 물론 반대 단체 및 국제기구와의 접촉을 피하지 않는다면 중국 특사들은 오직 정부 대 정부 관계에만 집중한다. 민주주의나 인권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도 피하고 비밀리에 경제 협력이나 당면한 갈등 해결만 도모하는 것이다. 물론 이는 중국이 주장하고 견지하는 ‘불간섭 정책’(non-interference policy)와 맥을 같이하기도 한다.

중국 정부는 앞으로도 특사 시스템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과의 경쟁이 심화할수록 중동, 아프리카, 인도 태평양의 지정학적 요충지에 더 많은 특사들을 보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모든 것은 해당 시스템이 효과를 발휘해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지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현재로서는 중국에 대한 상대국의 부정적인 시각과 중국 내부에서 비롯된 메시지의 혼선과 역할 중복을 극복하는 일이 쉽지 않아 보인다.

분명한 것은 중국의 특사 전략이 단순한 외교가 아니라 글로벌 헤게모니를 강화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정상적이고 전면적인 외교 방식을 사용하지 못하는 사정도 이해는 간다.

원문의 저자는 하오난(Hao Nan) 샤하르 연구소(Charhar Institute) 연구원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China’s special envoys are redefining global diplomacy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

Picture

Member for

5 months 3 weeks
Real name
김영욱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위험자산 관리 위해 대출 줄이는 은행들, 기업 ‘돈맥경화’ 우려

위험자산 관리 위해 대출 줄이는 은행들, 기업 ‘돈맥경화’ 우려
Picture

Member for

5 months 3 weeks
Real name
김차수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정확성은 신속성에 우선하는 가치라고 믿습니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신선한 시각으로 여러분께 유익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수정

거래 기업 파산·부도 등으로
4대 은행 짊어질 손해 26조
기업대출 심사 더 까다로워질 듯

경기 침체 속도가 빨라지면서 지난해 4대 시중은행의 기업 관련 신용위험이 1년 새 2배나 급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2022년 코로나19 팬데믹 국면 이후 시중에 좀처럼 돈이 돌지 않는 ‘돈맥경화’ 현상이 최악을 기록했는데, 최근 들어 은행과 거래하는 기업들의 신용위험까지 부쩍 커진 것이다. 향후 은행들이 위험 관리를 위해 대출 등을 깐깐하게 관리하면 기업 자금줄이 더 경색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년 새 기업 관련 신용위험 증폭

3일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거래상대방 신용위험(CCR)은 2023년 12조2,776억원에서 지난해 26조812억원으로 증가했다. 거래상대방 신용위험은 금융거래를 할 때 계약 상대방이 돈을 지급하지 못할 리스크를 금액으로 산출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거래상대방이 부도날 경우 은행권이 대규모 손실을 입는 것을 막기 위해 신용위험을 사전에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은 대출뿐만 아니라 주식, 채권 등 금융 상품과 각종 보증기관의 보증액까지 합산해 신용위험을 산정하고 있다.

2020~2023년만 해도 4대 은행의 거래상대방 신용위험은 연간 10조~12조원 선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글로벌 경기침체 위험이 본격화하면서 신용위험도 치솟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통상 분쟁 리스크가 커졌고, 국내에선 계엄 사태가 겹치며 기업 경영 불확실성이 가중된 영향이다.

특히 달러당 원화값이 추락하자 수출 기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원화가치가 떨어지면 기업들이 쥐고 있는 해외 자산이나 지분 투자분에 대한 원화 환산 평가이익이 줄고, 원화값 하락분만큼 웃돈을 주고 빚을 갚아야 하기 때문에 외화부채 환산 손실 역시 불어난다. 여기에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줄이기 위해 파생상품 매입까지 늘리며 신용위험이 크게 높아졌다.

3월 기업대출 2.5조 뚝

실제 기업대출 연체율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1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0.61%로 전월 대비 0.11%p 상승했다. 대기업대출은 0.05%로 전월 대비 0.02%p 올라갔고, 중소기업도 0.15%p 증가한 0.77%의 연체율을 나타냈다. 개인사업자 연체율도 0.70%로 0.10%p 뛰었다. 은행들의 보통주자본비율(CET1)도 지난해 말 기준 13.07%로 전분기 대비 0.26%p 하락한 상황이다. CET1을 일정 수준(13%)으로 관리하려면 위험가중자산(RWA)를 낮게 관리하는 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

이에 주요 은행들은 신용위험 확산을 막기 위해 관리 모드에 돌입했다. 지난달 KB국민·신한·하나·우리 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825조2,094억원으로 전월 대비 2조4,936억원 감소했다. 지난 1월 5조1,003억원, 2월 1조9,802억원 증가했다가 석 달 만에 감소세로 전환한 것이다.

같은 기간 기업대출 중 영세한 개인사업자 대출뿐 아니라 대기업대출도 감소세를 나타냈다. 대기업대출은 162조172억원으로 전월 대비 1조6,255억원 줄었다. 작년 12월 이후 석 달 만의 감소세다. 중소기업대출도 338조7,251억원으로 전월 대비 4,658억원 줄었다. 개인사업자 대출은 324조4,671억원으로 전월 대비 4,024억원 감소해 지난해 11월부터 5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기업들 '일단 버티기' 돌입

돈맥경화에 내몰린 기업들은 일단 버티자는 분위기다.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올해 각 계열사 성과 평가 항목에서 재무건전성 지표를 강화했다. 이전에는 일부 관련 부서에만 적용했는데, 마케팅 같은 ‘돈 쓰는’ 부서의 평가에도 포함시켰다. 계열사들은 차입 비용 축소, 사옥 등 보유 부동산 자산 매각, 투자 규모 축소‧보류 등 재무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과 목표를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롯데 임원은 “목표가 막연한 인수‧합병(M&A)은 하지 말고 내실을 다지라는 메시지 자체는 맞다”면서도 “‘돈 쓰지 말라’는 소리로 들려 비용을 줄이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특히 유통업계에선 올해만 대형마트 2위 홈플러스, 온라인 명품 플랫폼 1위 발란이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한 유동성 악화를 이유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애경그룹도 유동성 악화로 그룹이 흔들리자 알짜 자산인 애경산업 매각에 나섰다. 새벽배송 대행 1위인 팀프레시도 배송기사들에 대금 결제 못 해주자 결국 지난달 31일부터 일부 서비스를 일시 중단했다.

건설업계에서는 ‘4월 위기설’이 공공연하다. 연초부터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거나 아예 빚을 갚지 못해 법정관리 직전 단계 기업이 늘고 있어서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신용 등급이나 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한 기업은 모두 6곳이다. 또 올해 시공능력 평가 200위 가운데 신동아건설(58위), 삼부토건(71위), 대우조선해양건설(83위) 등 7곳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한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건설뿐 아니라 화학과 이차전지 업황 부진, 전반적인 경기 둔화로 이번에 신용등급 전망치가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되는 기업이 눈에 띄게 늘 수 있다”고 내다봤다.

Picture

Member for

5 months 3 weeks
Real name
김차수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정확성은 신속성에 우선하는 가치라고 믿습니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신선한 시각으로 여러분께 유익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