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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센터發 수요에 감산 효과까지" 되살아나는 낸드플래시 업황

"데이터센터發 수요에 감산 효과까지" 되살아나는 낸드플래시 업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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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드플래시 기업들 실적 개선세 뚜렷, 가격 인상 조짐도
AI 데이터센터發 수요 급증하며 공급 과잉 해소
올해 상반기 본격화한 낸드플래시 감산 흐름도 영향 미쳐

낸드플래시 시장에 '봄바람'이 불어 들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붐에 따라 시장의 낸드 수요가 되살아난 가운데, 올해 상반기 단행한 감산 조치의 효과까지 가시화하며 관련 기업들의 실적이 속속 개선되는 양상이다.

낸드플래시 시장 볕 들었다

16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낸드 시장 업황은 빠르게 개선되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의 통계를 살펴보면 2분기 전 세계 낸드 상위 5개 브랜드의 합산 매출은 지난 1분기 대비 22% 증가한 146억7,000만 달러(약 24조2,490억원)를 기록했다. 1위 업체인 삼성전자의 2분기 낸드 매출은 전 분기보다 23.8% 늘어난 52억 달러(약 7조1,770억원)였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는 사상 최고치인 33억4,000만 달러(약 4조6,100억원) 매출을 기록했으며, 키옥시아와 마이크론 역시 각각 21억4,000만 달러(약 2조9,540억원), 21억 달러(약 2조8,990억원)의 준수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시장 수요가 눈에 띄게 되살아난 가운데, 일각에서는 조만간 이들 업체가 공격적인 가격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IT 전문 매체 WCCF테크와 공급망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주요 낸드 공급 업체들은 고객사를 대상으로 한 신규 견적 제공을 중단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광범위한 가격 인상을 예고하는 신호라는 평을 내놓고 있다. 실제 글로벌 낸드 5위 업체인 샌디스크는 이달 초 고객사에 낸드 제품 가격을 10% 인상한다고 통보하기도 했다.

데이터센터가 낸드 수요 끌어올려

이처럼 낸드 업황이 눈에 띄게 개선된 것은 고질적인 공급 과잉 문제가 해소됐기 때문이다. 낸드 시장은 지난 2021년 초호황기를 지나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공급 과잉 상태에 빠졌다. 메모리 3사가 과점하는 D램과 달리 공급 업체가 5곳에 달하고, 전방 시장인 스마트폰과 PC 수요가 급감한 영향이다. 낸드 시장의 핵심 공급 업체로는 △삼성전자(2분기 기준 점유율 32.9%) △SK하이닉스·솔라다임(21.1%) △키옥시아(13.5%) △마이크론(13.3%) △샌디스크(12%) 등이 꼽힌다. 

하지만 AI 데이터센터의 ‘업그레이드’ 수요가 급증하며 상황이 바뀌었다. 지금껏 데이터센터 저장장치로는 통상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가 활용됐는데, 최근 클라우드 기업을 중심으로 저장과 읽기 속도가 훨씬 빠른 낸드 기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로 저장장치를 교체하는 흐름이 확산하기 시작했다. 이에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내년 낸드 공급이 수요보다 최대 8%까지 부족해질 것이며, 특히 기업용 제품인 eSSD의 공급 부족이 심해질 것이라 전망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차세대 제품인 고대역폭낸드플래시(HBF)도 중장기적으로 낸드 구매 수요를 자극할 것으로 전망된다. HBF는 D램을 쌓아 만드는 고대역폭메모리(HBM)처럼 낸드를 수직으로 적층한 고성능 반도체다. 데이터 고속 전송을 담당하는 휘발성 메모리인 HBM에 HBF를 붙이면 AI 가속기 전체의 성능이 더욱 향상될 수 있다. 업계에선 HBF가 이르면 2030년부터 AI 가속기에 본격 장착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연초 '감산 릴레이' 효과도 입증

핵심 플레이어들의 감산 기조 역시 공급 과잉 해소에 영향을 미쳤다. 앞서 마이크론은 지난해 말 4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낸드 감산을 공식화했다. 당시 마이크론 측은 “계획 대비 낸드 설비 투자(CAPEX)를 줄였으며, 기술 노드 전환 속도 또한 늦췄다"면서 "낸드 웨이퍼 생산량은 10%대 중반 수준으로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여타 기업들도 마이크론의 뒤를 이어 감산 행렬에 동참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초 4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기존 응용처의 수요 둔화 영향을 더 크게 받고 있는 낸드는 이미 일부 공급사들이 감산을 발표했다"며 "당사 역시 올해도 2023년부터 이어진 탄력적인 투자와 생산 기조를 유지하면서 수익성 중심 사업 운영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낸드플래시 수요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시장 상황을 고려해 제한적 생산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것이다.

삼성전자 또한 비슷한 시기 최대 낸드 생산 기지인 중국 시안 공장의 낸드 웨이퍼 투입량을 기존 대비 10% 이상 줄이고, 주력 반도체 생산 라인 중 하나인 화성캠퍼스 내 12라인과 17라인의 공급량 조절에 나서기로 했다. 키옥시아, 샌디스크 등도 올해 상반기 줄줄이 감산 태세에 돌입하며 공급량 조절에 힘을 보탰다.

공급이 줄어듦에 따라 최근 낸드 가격도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전체 낸드 가격은 5∼10%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 2분기(3∼8%)보다 소폭 상승한 수치다. 트렌드포스는 "상반기 (업체들의) 감산과 재고 축소 후 낸드 플래시 시장은 수요와 공급 균형에서 상당한 개선을 보였다"며 "메모리 공급업체들이 고수익 제품으로 생산 역량을 전환함에 따라 전체 유통 중인 (낸드의) 공급량은 감소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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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반정부 시위 확산, 네팔도 시위대 요구에 사상 첫 여성 총리 임명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반정부 시위 확산, 네팔도 시위대 요구에 사상 첫 여성 총리 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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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세상의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국내외 이슈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을 토대로 독자 여러분께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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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내 MZ세대 중심의 반정부 시위 확산
'스리랑카에서 네팔까지' 4개국 반정부 시위 
단순한 분노 표출 넘어 정치적 변화 끌어내
12일(현지시간) 카트만두 정부 청사에서 수실라 카르키 신임 총리가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사진=하미 네팔 X

네팔에서 벌어진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신임 총리 임명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소셜미디어(SNS) 접속을 차단한 정부 조치에 반발해 시작된 이번 시위는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이라는 정치적 변화를 이끌어냈다. 이는 네팔 만의 일이 아니다. 최근 1년 사이 아시아에서 대규모 유혈 시위가 벌어진 곳은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등 4개 국가로, 시위의 도화선이 된 사건은 달랐지만 그 이면에는 높은 청년실업과 빈부격차, 권력층의 심각한 부패 등 경제적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네팔 첫 여성 총리, 총선 전까지 임시 정부 운영

15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람 찬드라 푸델 네팔 대통령은 12일부로 의회를 해산하고 내년 3월 5일 조기 총선을 실시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 9일 사임한 크리샤나 프라사드 올리 총리의 후임으로는 시위대가 지지하는 수실라 카르키 전 대법원장을 임명했다. 네팔은 의원내각제 국가로 총리가 실권을 갖고, 대통령은 의전상 국가원수직을 수행한다. 네팔의 첫 여성 총리가 된 카르키 총리는 조만간 신임 장관을 임명하는 등 내각을 구성하고 내년 총선 전까지 6개월간 임시 정부를 이끌 예정이다.

카르키 총리의 지명에는 시위대의 요구가 반영됐다. 올리 총리 사임 후 후임 인선 과정에서 시위를 주도한 청년 조직 ‘하미 네팔’은 “카르키가 아니면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72명이 숨지고 정부 주요 시설이 불에 타는 등 국가적 혼란이 계속되자, 총리 임명권을 가진 대통령이 시위대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반부패 운동가인 카르키 총리는 1990년대 변호사 시절 네팔 왕정의 권위주의 체제에 맞선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고, 2016년 대법원장에 임명된 뒤에는 권력자 부패 사건에서 강단 있는 판결을 내려 인기를 얻었다.

이번 시위는 정부가 지난 5일 '허위 정보 확산 방지'를 이유로 유튜브, 페이스북, X 등 26개 SNS 접속을 차단하면서 시작됐다. 시위대는 “정부가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반부패 운동을 억압하려 한다”고 반발하며 거리로 나섰다. 정부 부패, 무능, 경제 불안 등에 불만을 가진 젊은 층이 대거 가담하면서 시위는 수도 카트만두를 비롯해 남동부 비라트나가르, 서부 포카라 등으로 확산됐다. 시위가 폭력 사태로 번지자, 네팔 당국은 통행금지령을 내린 뒤 군 병력을 투입했고 이 과정에서 시위대와 경찰, 탈옥한 수감자 등 최소 72명이 숨졌다.

지난달 28일 인도네시아 서자바주 반둥에서 발생한 시위로 인민협의회 영빈관이 불타고 있다/사진=로카타루 재단(Lokataru Foundation) X

인도네시아 시위대, 청년 배달기사 사망에 격분

네팔에 앞서 지난달 28일 인도네시아에서도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로 최소 8명이 사망하고 1,240명이 체포됐으며 수백 명이 부상당하는 등 심각한 유혈 사태가 발생했다. 해당 시위는 하원의원 580명이 지난해 9월부터 1인당 월 5,000만 루피아(약 430만원)의 주택 수당을 받았다는 사실이 언론 보도로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5,000만 루피아는 수도 자카르타 월 최저임금의 10배에 달하는 금액으로 시위대는 국회의원 수당은 늘어난 반면, 교육·보건 인프라 등 공공서비스 예산은 306조6,695억 루피아(약 26조원) 삭감됐다고 비난했다.

이런 와중에 21살의 배달기사 아판 쿠르니아완 사망은 반정부 시위에 기름을 부었다. 그는 지난달 28일 음식을 배달하기 위해 오토바이를 몰고 의회 부근을 지나가다 경찰 장갑차에 깔려 숨졌다. 사건 장면이 담긴 영상이 SNS에 공유되자 시위대는 자카르타의 경찰청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며 리스티오 시깃 프라보워 경찰청장의 해임을 요구했다. 인도네시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수라바야에서는 시위대가 지역 경찰청사의 펜스를 파괴하고 차량을 불태운 후 청사에 난입했다. 휴양지 발리에서도 수백 명이 몰려 지역 경찰청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결국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은 지난 9일 스리 물야니 재무부 장관을 비롯한 장관 5명을 경질했다. 하원도 10월 이후 문제가 된 주택 수당을 폐지하겠다고 밝혔지만, 단발성 조치에 국지적 시위는 계속되고 있다. 시위대의 대정부 요구사항을 보면 이번 시위가 단순히 주택수당이나 경찰의 과잉 진압에 반발해 일어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현재 시위대는 △예산 투명성 △대량 해고 방지 △계약직 근로자 보호 △최저임금과 파견근무 문제 해결 △부패 자산 몰수법 시행 △경제 및 고용 정책 재검토 등을 경제 불평등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방글라데시 등, 부패·불평등에 맞서 시위 확산

이 같은 반정부 시위는 네팔과 인도네시아 만의 문제가 아니다. 방글라데시도 시위를 통해 정권을 무너뜨렸다. 표면적으로는 일반 청년들에게 불리한 공무원 채용 할당제가 문제가 됐는데, 여기에 셰이크 하시나 정권이 법인세율 인하(27.5%→25.0), 부가가치세 인상(15%→5%) 등 부자감세·서민증세에 나선 것이 트리거로 작용했다. 방글라데시는 지난 20년간 연평균 6% 이상 성장하며 세계 32위 경제 대국에 이름을 올렸지만, '분배 없는 성장'이 오랜 기간 지속되면서 빈부 격차가 심화하고 있다.

특히 수출을 주도한 섬유산업에서 막대한 부를 축적한 부유층의 부패가 사회를 분열시켰다. 방글라데시에서는 무역업에 종사하는 상류층을 '코티포티(kotipoti)'라고 부르는데 이들이 소유한 은행 계좌는 전체의 1% 미만인 데 반해, 예금액은 국가 예금 전체의 43.4%에 달한다. 부를 축적한 방법도 깨끗하지 않다. 2009~2018년 방글라데시의 모든 무역 거래에서 관세의 17.3%가 누락됐는데, 연평균 82억7,000만 달러(약 11조4,000억원)에 달하는 이 누락금은 수출업체가 무역 송장에서 거래 액수를 위조해 빼돌린 돈으로 추정된다.

스리랑카에서는 2022년 시작된 반정부 시위가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스리랑카는 식품과 조리용 가스 등 물가상승률이 30.2%에 달했고, 정전도 수시로 발생했다. 이 때문에 국민 분노가 극에 달하면서 시위가 잦아졌다. 결국 같은 해 7월 시위대는 대통령궁을 점거하며 국가부도 상황을 초래한 마힌다 라자팍사 대통령을 정조준했다. 이에 2004년 이후 18년간 총리와 대통령을 오가며 스리랑카를 장악했던 라자팍사 대통령은 즉시 사임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물가 상승과 실업 문제가 개선되지 않으면서 국가 비상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최근 이어진 아시아 지역의 반정부 시외와 관련해 미국 NBC 뉴스는 "해당 국가의 반정부 시위는 직접적인 원인은 달랐지만, 일자리 부족, 만연한 부패, 심화되는 경제적 불평등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며 "특히 SNS 등 온라인 채널을 통해 뭉치는 Z세대(1997~2012년생)들이 시위를 주도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짚었다. 청년층의 사회·경제적 불만이 정치적 동력으로 전환됐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이들은 단순한 분노 표출을 넘어 국가 수장을 정하고 장관을 교체하는 등 정치적 변화를 이끌어 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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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 성격 앞세운 포스코, HMM 민영화 해법 되나 ‘시장은 호응, 업계는 저항’

공적 성격 앞세운 포스코, HMM 민영화 해법 되나 ‘시장은 호응, 업계는 저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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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명분과 돈 다 갖췄다” 평가
해운·조선업계 반발과 갈등 심화
잇단 악재에 휘청인 포스코, 반등 절실

국내 최대 해운선사 HMM 매각전에서 포스코가 유력 인수 후보로 부상했다. 정부와 시장은 국민연금이 최대주주인 포스코의 공적 성격에 주목하며 현실적 해법으로 기대를 거는 분위기지만, 해운·조선업계가 생태계 파괴를 우려하며 반발하고 있는 데다, 관련 법 등 제도적 장벽 또한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본업인 철강 사업의 부진과 건설 부문 사고 등으로 돌파구가 절실한 포스코지만, HMM 인수를 위해선 재무 부담과 갈등 관리라는 과제 또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포스코, 포트폴리오 확대 차원에서 관심 표명

1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국적 선사 HMM의 매각을 둘러싸고 최근 정부와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사회 등에선 포스코를 현실적인 해법으로 주목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현재 HMM의 주요 주주는 산업은행(36.02%)과 한국해양진흥공사(35.67%) 등이며, 포스코는 이 가운데 산은 보유 지분 인수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이달 초엔 삼일PwC와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등 외부 자문단을 꾸려 사업성 분석에 나서기도 했다. 

포스코가 HMM 인수 유력 후보로 꼽히는 배경에는 독특한 지배구조가 자리한다. 최대주주가 국민연금(8.32%)인 포스코는 공기업적 성격과 민간 효율성을 동시에 갖춘 기업으로, 정부 입장에서 일정 수준 정책적 영향력이 보장되는 절충안으로 여겨진다. 시장 역시 이러한 구조를 주목했다. 포스코가 독립된 사모펀드(PEF)나 여타 대기업과 달리, 공적 이해를 수용하면서 경영 효율성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HMM 매각의 복잡한 성격을 조율할 수 있는 최선의 해법이라는 평가다. 

포스코 내부 사정 또한 시장의 이목을 끄는 대목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3월 취임한 장인화 회장 체제 아래 재계 서열 6위 그룹임에도 주요 해외 경제사절단에서 배제되는 등 정치적 존재감이 약화된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HMM 인수는 정부와 보폭을 맞출 수 있는 정치적 명분이자, 산업적 시너지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HMM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조5,128억원과 3조7,821억원으로 매각가격 또한 상당할 전망이지만, 포스코가 인수에 성공할 경우 단순한 가격 논리를 넘어선 ‘전략적 가치’를 손에 쥘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더해 철광석·원료탄 같은 원재료 수입부터 완제품 수출까지 물류 전 과정을 내부화할 수 있어 비용 효율성도 크게 높아진다. 이는 곧 본업인 철강업 불황 국면에서 안정적 현금 흐름을 확보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 다각화 카드’를 손에 쥔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울경 지역의 기대 역시 매각 논의에 힘을 싣는 요소다. HMM 본사가 부산으로 이전할 경우 2,000여 명에 달하는 임직원 이동은 단순한 기업 의사결정을 넘어 지역 경제 활성화와 직결된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도 맞물리는 사안으로, 지역사회 역시 핵심 의제로 주목하고 있다. 포스코는 과거 포항 본사 이전을 추진하면서 지역사회의 반발을 경험한 바 있지만, 이 같은 선례는 역설적으로 HMM 본사 이전 과정에서 지역 사회 수용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자산이 될 수 있다는 게 시장 전반의 시각이다. 

해진공과의 관계 또한 포스코는 여타 대기업보다 우호적인 상황이다.  산은이 투자 수익성에 집중한다면, 해진공은 국적선사 보호라는 정책적 목적에 무게를 둔다. 여기서 일반 대기업이 지분을 확보할 경우, 경영권 독점을 둘러싼 해진공과의 갈등을 피할 수 없다. 반면 포스코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공적 지배구조 덕분에 협력적 거버넌스를 구축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두고 한 재계 관계자는 “포스코는 민영화, 공적 관리, 지역 수용성, 정책적 목적을 동시에 충족할 거의 유일한 해법”이라며 HMM 인수 성사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사진=HMM

“생태계 파괴” 비판 vs “산업 시너지” 옹호 논리 대립

다만 반대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포스코가 HMM 인수 검토에 나섰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해운업계는 즉각 반발했다. 한국해운협회는 지난 11일 긴급 성명을 내고 “대량 화주가 해운업에 진출하면 해운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며 강력히 철회를 요구했다. 같은 날 부산항발전협의회와 지역 시민단체들도 일제히 성명을 내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단체는 “해운 전문기업의 독립성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며 “특정 대기업의 지배가 산업 구조 전체를 뒤흔들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반대 논리의 핵심은 시장 쏠림에 대한 우려다. 철광석과 완제품을 동시에 다루는 포스코가 해운사를 인수할 경우, 기존 선사들이 맡아온 벌크 화물 운송 일감이 급격히 줄어들 것이란 관측에서다. 해운협회는 “해운업이 철강업의 보조 기업으로 전락해 불황이 닥칠 때마다 먼저 희생될 위험이 있다”고 짚으며 과거 대기업 해운 자회사들의 실패 사례를 근거로 들었다. 일례로 1990년 포스코가 설립한 거양해운은 자가화물 운송의 한계를 넘지 못한 채 1995년 한진해운에 매각됐으며, SK그룹 역시 해운업 지분을 정리하며 비슷한 전철을 밟은 바 있다. 

조선업계의 우려도 깊다. 대형 화주이자 원자재 공급자가 동시에 발주자가 될 경우, 조선소는 전례 없는 ‘을의 위치’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포스코가 벌크선 발주를 독점하면 기존 조선사들의 고객 다변화가 어려워지고, 생태계 전반에 종속 구조가 강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법적으로도 해운업 등록은 해양수산부 장관이 정책자문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뒤 결정할 수 있어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이 같은 갈등은 해외 사례와 비교되며 더욱 두드러진다. 세계 1위 선사 머스크(Maersk) 그룹의 독일 함부르크수드 인수, 프랑스 운송 업체 CMA CGM의 싱가포르 선사 아메리칸퍼시픽라인(APL) 흡수 사례 등은 규모의 경제와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을 이뤄낸 성공적 통합 모델로 꼽힌다. 반면 브라질 광산업체 발레((Valé)나 국내 거양해운, 한진해운처럼 대형 화주 중심의 자가운송 모델은 전문성을 살리지 못하고 결국 실패로 귀결됐다. 이번 HMM 인수전 또한 단순한 기업 간 거래를 넘어 해운·조선업계의 생존 문제로 비화한 만큼 성공을 담보할 수 없는 실정이다. 

국면 전환 승부수, 재무 부담·산업 규제는 장벽

이 같은 우려의 목소리 속에서도 포스코가 HMM 인수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배경에는 주력 사업인 철강과 신성장동력으로 지목한 이차전지 소재 부문이 모두 부진에 빠졌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포스코홀딩스의 연결 기준 상각전 영업이익(EBITDA)은 2022년 8조5,440억원에서 2023년 7조3,760억원으로 감소했고, 지난해에는 6조1,580억원까지 떨어졌다. 올해 상반기 실적 역시 3조2,150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2,600억원)와 비슷한 수준에 그치며 회복세를 보여주지 못했다. 여기에 미국의 수입 철강·알루미늄 50% 관세 발효 같은 대외 변수까지 겹치며 철강업 자체의 불확실성도 확대됐다. 

재무 구조 역시 부담이다. 포스코홀딩스의 순차입금은 2020년 말 5조원에서 지난해 말 12조원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그룹 차원에서 유동성 확보와 구조조정을 병행하며 대응에 나섰지만, 한계는 뚜렷하다. 포스코는 연말까지 총 2조1,000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구상인데, 지난해부터 올해 1분기까지 마련한 자금은 구조조정으로 마련한 실탄 9,500억원과 포스코장가항불수강(PZSS) 지분 매각으로 확보한 4,000억원에 그친다. 

조직 신뢰도 측면에서도 포스코는 약점을 보인다. 특히 건설 부문인 포스코이앤씨에서는 잇단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하며 대표이사가 취임 8개월 만에 물러나는 참극이 빚어졌다. 이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권의 비판이 이어지자, 포스코는 그룹 차원에서 글로벌 안전 컨설팅기업 SGS와 손잡고 안전경영 강화에 나섰다. 그러나 잇따른 인명 사고와 대응 지연에 따른 내부 사기 저하와 대외 신뢰도 하락은 심각한 수준으로 격화되면서 “ESG 리스크를 근본적으로 완화하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악조건 상황에서 포스코의 HMM 인수 검토는 단순한 외형 확장을 넘어 ‘분위기 반전’이자 ‘국면 전환’의 시도로 읽힌다. 부진한 철강과 이차전지 사업의 공백을 메우고, 해운이라는 새로운 축을 통해 투자자와 시장에 다른 이야기를 보여주려는 움직임이다. 문제는 실행 여건이다. 이미 대규모 투자 계획이 줄줄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HMM까지 품게 되면, 자본 배분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해운법과 물류정책기본법 등 제도적 규제, 업계의 거센 반발이 겹치며 불확실성은 배가된다. 결과적으로 포스코의 HMM 인수 추진은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기대하는 동시에 그룹 리스크를 증폭할 수도 있는 고난도 베팅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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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마약 카르텔' 정조준하는 美, 또 마약 운반선 공격

베네수엘라 '마약 카르텔' 정조준하는 美, 또 마약 운반선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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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군이 베네수엘라 마약 운반선 공격, 3명 사망"
지난 7월부터 압박 본격화, 2일에는 美 공격으로 11명 숨지기도
군사 충돌은 베네수엘라 정권 교체 위한 전략이다?

미군이 베네수엘라 마약 밀매 조직의 마약 운반선을 재차 공격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을 '불법 정권'으로 규정하고 베네수엘라 해역에 군사를 파견한 데 이어, 마약 카르텔 제거를 빌미로 계속해서 군사적 충돌을 일으키는 양상이다.

美, 베네수엘라 선박 재차 공격

1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오늘 아침 내 명령에 따라 미군은 남부사령부 관할 구역에서 신원이 명확히 확인된 극도로 폭력적인 마약 카르텔 및 마약 테러리스트들을 대상으로 두 번째 물리적 공격을 가했다"면서 "이번 타격은 베네수엘라 출신으로 확인된 이 마약 테러리스트들이 미국인을 중독시키는 치명적 무기인 불법 마약을 국제 해상에서 미국으로 운반하던 중 이루어졌다"고 알렸다.

그는 "이들 극도로 폭력적인 마약 카르텔은 미국의 국가 안보, 외교 정책, 핵심 국익에 위협을 가한다"고 일갈했다. 아울러 이번 공격 과정에서 3명의 남성 마약 범죄자들이 제거됐으며, 미군은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만약 당신이 미국인을 죽일 수 있는 마약을 운반 중이라면, 우리는 당신을 추적할 것"이라며 "이들 카르텔의 불법 활동은 수십 년 동안 미국 사회에 끔찍한 결과를 초래했고, 수백만 명의 미국 시민들을 죽여 왔다"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에도 미군이 베네수엘라 마약 운반선을 공격해 테러리스트 11명을 제거했다고 밝힌 바 있다.

마두로 대통령 현상금도 '2배'

미국이 본격적으로 베네수엘라의 마약 카르텔을 경계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7월부터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미 국방부에 남미 마약 카르텔을 테러 조직으로 지정하고, 군사력을 사용하도록 지시하는 지침에 서명했다. 같은 시기 미 정부는 베네수엘라 범죄 조직을 테러 조직으로, 마두로 대통령을 테러 조직의 수괴로 지목하고 그의 정부를 불법 정권으로 규정했다.

이후 미국은 베네수엘라 해역에 이지스 구축함 3척, 해상 초계기 P-8 등 군사 자산을 배치하고 이와지마 상륙 준비단을 파견했다. 상륙준비단은 USS 산안토니오, USS 이와지마, USS 포트로더데일 등 상륙수송함과 4,500명의 해군으로 구성됐으며, 해군 병력에는 특수 작전 수행이 가능한 2,200명의 제22 해병 원정대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현상금도 상향 조정됐다. 앞서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 2020년 3월 마약 밀매 활동과 관련해 뉴욕 남부지검에서 연방 기소를 받은 바 있다. 당시 검찰은 마약 테러, 코카인 수입 공모, 기관총 및 파괴적 장비 소지, 공모 등의 혐의를 언급했다. 이에 트럼프 1기 행정부는 마두로 대통령 체포 현상금으로 1,500만 달러(약 208억7,250만원)을 제시했고,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퇴임 직전 이를 2,500만 달러(약 347억8,750만원)으로 상향했다. 이후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는 마두로 대통령의 체포 현상금을 5,000만 달러(약 700억원)로 두 배가량 올려 잡았다.

외신 "파나마 침공과 유사하다" 지적

주요 외신은 최근 미국의 행보가 1989년 조지 H. W. 부시 행정부의 파나마 침공을 연상시킨다고 지적한다. 명분은 어디까지나 마약 소탕이지만, 미국의 궁극적 목표는 '정권 교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부시 행정부 당시 미국은 마약 밀매, 반대파 탄압 등으로 국제 사회의 비판을 받던 파나마의 마누엘 노리에가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대규모 군사작전을 펼친 바 있다.

해당 작전을 통해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 등을 포함한 미군은 파나마의 수도 파나마시티를 포함한 요충지를 장악했고, 체포돼 미국으로 송환된 노리에가는 마약 범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 사건은 미국이 중남미에 직접 무력으로 개입해 특정 국가의 정권을 교체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영국 가디언은 “미국의 해군력 증강과 호전적 수사는 이 지역이 1989년 파나마 침공 이후 볼 수 없었던 극적인 외부 개입의 위기에 직면했다는 인상을 준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마두로 정권을 무너뜨릴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이것은 마약 단속 작전이며, 우리는 마약 카르텔이 어디에 있든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한다면 맞서 싸울 것”이라고 답하며 이 같은 추측을 전면적으로 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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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사업 부진에 돈 필요한 ‘LG화학’, LG엔솔 지분 담보 PRS 발행 추진

전방사업 부진에 돈 필요한 ‘LG화학’, LG엔솔 지분 담보 PRS 발행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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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체는 적자 자회사는 둔화, 기초체력 소진
자회사 지분 유동화로 최대 3조 현금 확보
LG에너지솔루션 지분 2.2~3.7%가 대상

LG화학이 배터리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LG엔솔) 지분을 담보로 최대 3조원 규모의 주가수익스와프(PRS) 발행을 추진한다. 주력인 석유화학 업황 침체 속에서 대규모 자금을 확보해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글로벌 최저한세를 피하기 위한 지분율 조정까지 염두에 둔 포석으로 풀이된다. LG화학은 이번 PRS 이후 LG엔솔 주식을 매각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PRS는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계상되는 게 일반적이나 여전히 처리 방식을 놓고 논란의 여지가 있는데, 기초자산인 LG엔솔 주식을 팔 계획이 있다면 자본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커진다.

역대 최대 주가수익스와프 추진

1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LG엔솔 지분을 기초자산 삼아 PRS를 추진하고 있다. 그간 LG화학은 LG엔솔 지분의 활용 방안으로 교환사채(EB) 발행이나 블록딜(시간 외 매매)을 중점적으로 논의해 왔다. 앞서 LG화학은 지난 5월 LG엔솔 지분 중 412만9,404주(1.76%)를 활용해 EB를 발행, 1조4,000억원을 확보한 뒤 채무 상환에 투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방식들은 LG엔솔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활용에 제약이 있는 상황이라 후속으로 밀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자금 조달 규모는 2조~3조원 정도로, 앞서 SK온이 PRS 방식으로 조달했던 금액과 비슷한 수준이다. PRS 계약 대상은 15일 355,500원인 LG엔솔 종가를 기준으로 전체 주식의 약 2.2~3.7%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투자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등이 참여를 저울질하고 있으며 그중 일부 증권사는 6,000억원을 투입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다른 증권사들은 3,000억~5,000억원 사이에서 투자액을 조율하고 있다.

PRS는 주식담보대출과 유사하지만 파생계약이 결합된 상품으로, 만기 시 기초자산 가치 변동에 따라 정산이 이뤄진다. LG화학이 LG엔솔 지분 일부를 증권사에 담보로 제공하고 최소 2조원을 조달하는 것이다. 만기에 LG엔솔 주가가 현시점보다 떨어지면 LG화학이 차액을 증권사에 보전해 주고, 반대로 주가가 오르면 증권사들이 LG화학에 차액을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인 구조다.

LG화학은 LG엔솔 주식 1억9,150만 주(8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LG화학은 수개월 전부터 복수의 증권사와 PRS 계약 체결을 논의해 왔고, 실무 검토를 대부분 완료했다. 지난 6월 LG엔솔 EB 발행 당시 설정한 90일간의 추가 지분 매도 금지 기간이 끝나는 이달 말 PRS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증권사당 5,000억원어치씩 LG엔솔 주식을 인수할 예정이며, PRS 연 이자율은 LG화학 회사채 3년 만기 금리인 연 3%보다 1~1.5%포인트 높은 연 4~4.5%대에 책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계약 규모가 최대 3조원에 이르는 대형 계약인 만큼 증권사들이 신디케이션(공동 대출)을 구성해 물량을 받아낼 예정이다.

‘불황 늪’ 빠진 LG화학, 자금 확보해 재무구조 개선 기대

LG화학이 LG엔솔 지분 유동화에 나선 것은 본업인 석유화학 업황 침체로 자금 융통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IB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올해 1월 6,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시작으로 수처리사업부와 에스테틱사업부 매각 등을 진행했다. 최근에는 비스페놀A(BPA) 사업부 매각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몇 년 새 석유화학 업황이 악화된 가운데 자금 조달을 통한 재무 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함이다.

과거 LG화학은 연간 조 단위의 이익을 내며 그룹을 견인해 왔으나 중국발 공급 과잉, 글로벌 수요 위축, 원가 상승 등이 겹치면서 영업이익이 고꾸라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LG화학의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11.5%, 영입이익은 63.8%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신사업 투자가 지속돼 작년 1분기 35.6%이던 LG화학의 총자본 대비 순차입비율은 올 2분기 52.5%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에틸렌, 폴리에틸렌(PE), 폴리염화비닐(PVC) 등 범용제품 중심의 포트폴리오는 가격 경쟁력에서도 뒤처져 있어 향후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첨단소재나 생명과학 부문의 이익 창출도 초입 단계다. 배터리 소재, 혁신 신약 등 성장성이 유망한 영역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지만 실적기여도 측면에서는 갈 길이 멀다. 사실상 '배터리 단일축 실적 의존'이라는 구조적 취약성을 떠안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 속 내년부터 미국 첨단세액공제(AMPC) 규모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면서 LG화학 내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장기 성장성의 근거였던 보조금 체계가 흔들리면 LG화학의 조달 전략도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LG화학은 올해 1분기 4,479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이는 LG엔솔의 미국 세액공제 확대 효과가 큰 역할을 했다. LG엔솔은 1분기 매출 6조2,650억원에 3,747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는데, 이 중 AMPC로 돌려받은 금액이 4,577억원에 달한다. AMPC를 제외하면 830억원 적자인 셈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 전경/사진=LG에너지솔루션

최저한세 피하려면 LG엔솔 지분 2%P 처분 불가피

LG화학은 PRS 계약 기간이 끝나면 증권사에 투자금을 상환하는 대신 LG엔솔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글로벌 최저한세 제도에 따르면, 모회사가 자회사 지분을 80% 이상 보유할 경우 그 아래 자회사 세율이 낮아 발생하는 톱업택스(Top-up tax·다국적 기업의 특정 사업장이 있는 국가의 실효세율이 15%에 미치지 못할 시 그 차액에 해당하는 세금)를 모회사가 대신 내야 한다.

LG엔솔의 경우 AMPC 등으로 미국 소재 자회사의 실효세율이 15% 밑으로 내려갈 소지가 있어, LG엔솔 지분을 80% 넘게 보유한 LG화학에 추가 세금 부담이 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런 상황에 LG화학이 LG엔솔 주식을 팔아 지분율을 80% 밑으로 낮추면, LG엔솔 단계에서 추가 세금이 먼저 잡히고 LG화학 단계로 올라가기 전 상당 부분 정리되는 구조로 바뀌게 된다. 또한 LG화학이 중장기적으로 LG엔솔 지분을 매각할 계획일 경우, 이번 PRS가 부채 아닌 자본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아직까지 PRS는 자본으로 인식되는 게 일반적이지만 부채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PRS가 자본으로 인정받으면 투자하는 증권사 입장에서도 부담을 덜 수 있다. 증권사의 경우 보유 자산의 위험도에 따라 자기자본을 얼마나 쌓아둬야 하는지가 정해지는데, 이를 가늠하는 지표가 위험가중자산(RWA)이다. 대출처럼 위험이 크다고 분류되면 자기자본을 더 묶어둬야 하고, 파생상품 투자처럼 구조에 따라 위험이 분산되면 부담이 줄어든다. 때문에 PRS가 단순 대출이 아닌 파생상품으로 인식되면, 증권사는 같은 자본으로 더 많은 거래를 소화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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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내 데이터센터 ‘물먹는 하마’ 논란 격화, 전 세계 ‘물 전쟁’ 서막

호주 내 데이터센터 ‘물먹는 하마’ 논란 격화, 전 세계 ‘물 전쟁’ 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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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각수 사용 폭증→지역사회 갈등
글로벌 빅테크 대규모 투자 확대
공공 자원 소모 논란 확대 조짐

호주 내 데이터센터 건설이 급증하면서 물 부족 우려가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시드니에서는 대규모 투자 유치 행렬에도 물 사용 규제는 지나치게 허술하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멜버른에선 연간 33만 명분 물 소모가 예상돼 갈등이 확산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빅테크의 공격적 투자로 물 자원 갈등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데이터센터 건설 붐과 함께 물 부족 우려 확산

15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최근 호주 시드니에선 현지 정부가 2,000억 달러(약 276조원) 규모의 글로벌 데이터센터 붐을 유치하는 데 혈안이 돼 물 사용에 대한 규제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뉴사우스웨일스 주정부는 2021년 이후 접수된 10건의 데이터센터 건설 신청을 모두 승인했는데, 이 과정에서 물 사용량에 대한 구체적 예측을 요구하지 않으면서 논란을 키웠다. 

로이터는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블랙스톤의 에어트렁크 등 이들 데이터센터는 총 66억 호주달러(약 6조원)의 건설비를 투자하겠지만, 완공 이후 연간 최대 9.6기가리터(GL)의 물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짚으며 “이는 시드니 전체 공급량의 약 2%에 해당해 단일 산업으로는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전했다. 상하수도 공기업 시드니워터 역시 “지금과 같은 추세로 데이터센터 수요가 늘어날 경우, 2035년에는 시드니 전체가 사용 가능한 물의 4분의 1을 점유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시드니의 물 공급 인프라가 댐 한 곳과 담수화 플랜트 한 곳으로 제한돼 있어 인구 증가와 기후변화에 따른 수요 확대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실제로 시드니에선 지난 2019년 가뭄과 산불이 겹쳤을 당시 530만 명에 달하는 주민이 정원에 물을 주거나 세차를 하지 못하도록 제한을 받았던 전례가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미 수요와 공급 사이에 간극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데이터센터 추가 건설은 가뭄 시기 갈증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역사회 반발 역시 거센 상황이다. 아마존과 MS, 에어트렁크의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는 블랙타운 지역 의회에선 “주민 의견 수렴 없이 승인 과정이 밀어붙여졌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일부 의원은 승인 유예를 촉구하고 나섰다. 기업들은 냉각에 물을 사용하는 기간을 최소화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실효성을 둘러싼 의문은 끊이지 않고 있다. 기업의 자율적 감축 약속에만 의존하기엔 수자원 인프라와 지역사회 우려가 이미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지적이다. 

시드니에서 멀지 않은 멜버른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빅토리아주 서부 지역에서는 신규 데이터센터 19곳이 건설을 신청했는데, 이들의 연간 물 소모량은 약 1만9,000메가리터(ML)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멜버른 주민 33만 명이 1년간 사용하는 물과 맞먹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멜버른은 풍부한 전력과 토지를 근거로 적극적인 허가 정책을 펼치고 있어 갈등은 날로 격화하는 양상이다. 

아마존 AI 인프라 확충 거점으로 낙점

이처럼 데이터센터와 물 소비가 충돌하는 상황에서도 아마존은 호주 내 투자를 더욱 확대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6월 아마존은 2029년까지 200억 호주달러(약 17조7,000억원)를 투입해 호주 내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확장·운영·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호주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글로벌 기술 투자 사례로 꼽히며, 클라우드 컴퓨팅과 인공지능(AI) 수요 급증에 대응하고 국가 AI 역량을 끌어올리려는 호주 정부의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아마존은 아마존웹서비스(AWS)를 통해 이미 시드니와 멜버른에 데이터센터를 운영 중이며, 퍼스에는 로컬 존을 개설하는 등 10년 넘게 호주 전역에 걸쳐 인프라 투자를 단행해 왔다. 지난해 7월에는 호주 정부와 협력해 국가 안보와 국방 분야에 특화된 ‘일급 비밀’ AWS 클라우드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번 대규모 투자 계획에는 이 같은 기존 행보를 가속하고, 향후 5년간 시드니와 멜버른을 중심으로 데이터센터를 대거 확충한다는 구상이 담겨 있다.

이 같은 아마존의 청사진은 호주의 AI·클라우드 역량 강화라는 명분을 앞세우고 있지만, 물 자원 갈등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 데이터센터가 가진 냉각 방식 특성상 물 사용은 불가피하며, 이미 시드니와 멜버른 지역 사회가 공급 부족을 호소하는 상황에서 추가 확장은 필연적으로 물 부족 문제를 증폭시킬 수 있다. 이는 곧 기업의 투자 확대가 약속하는 지역 경제 활성화와 기술 혁신 이면에선 수자원 관리 난제가 심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규제 체계 모호, 기업-지역사회 갈등 심화

데이터센터가 ‘물먹는 하마’라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서버 냉각 과정에서 하루 수백만 리터에 달하는 물을 소모하는 구조적 특성 탓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100메가와트(MW)급 데이터센터 하나는 하루 최대 200만 리터의 물을 사용하는데, 이는 약 6,500가구가 쓸 수 있는 양과 맞먹는다. 이 같은 수치는 오는 2030년엔 두 배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란 경고 또한 나왔다. 물 소비가 단순한 산업 차원의 문제를 넘어 기후변화와 맞물린 위험 요인으로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시설이 대체로 물 공급에 취약한 지역을 중심으로 들어선다는 점이다. 블룸버그 분석에 의하면 2022년 이후 새로 건설된 AI 중심 데이터센터의 3분의 2 이상이 물 부족 지역에 위치한다. 미국의 경우 사상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텍사스와 애리조나 등지에 대규모 데이터센터 캠퍼스가 추진되고 있으며, 중동과 인도, 중국 등 건조 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부지 선정 과정에서 ‘저렴한 땅값’과 ‘물 부족으로 사람이 살기 힘든 곳’이라는 조건이 맞물리며 지역사회 갈등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국내 상황 역시 다르지 않다. 경기 고양시를 비롯한 수도권 곳곳에서 데이터센터 건립 반대 시위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최근에는 학교 인근 입지 논란 등 주민 안전 문제까지 맞물려 갈등은 더욱 악화하는 형국이다. 현재 국내 데이터센터의 76%가 수도권에 몰려 있는데, 생성향 AI 도입 가속화로 센터 규모가 커지고 전력·냉각수 수요가 폭증하면서 ‘공공의 골칫거리’라는 낙인 또한 점점 뚜렷해지는 실정이다. 

이에 대응해 MS,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들은 2030년까지 ‘물 포지티브’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소비하는 물보다 더 많은 양을 환경에 환원하겠다는 약속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그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AI 중심 데이터 센터는 여전히 물 증발에 의존하고 있으며, 2028년까지도 이 구조가 유지될 것이란 관측에서다. 보다 강력한 규제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데이터센터 산업의 확장은 환경적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역설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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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엔비디아 반독점법 위반 조사 착수, AI 반도체 놓고 美·中 갈등 격화

中, 엔비디아 반독점법 위반 조사 착수, AI 반도체 놓고 美·中 갈등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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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규제 당국, 엔비디아 예비조사 결과 발표
2020년 멜라녹스 인수 승인 조건 위반 혐의
무역회담 중 발표, 압박 수단으로 활용한 듯

중국 규제 당국이 미국 엔비디아가 중국의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는 예비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추가 조사를 예고했다. 엔비디아가 2020년 중국에 반도체 공급을 약속했지만, 미 행정부의 수출 규제로 공급이 중단되면서 이를 위반했다는 지적이다. 이번 조치는 미국과 중국 간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둘러싼 정치·경제적 갈등 속에서 나온 것으로, 엔비디아는 미국의 수출 규제와 중국의 조사라는 이중 압박에 직면하게 됐다.

엔비디아, 美 수출 규제로 반도체 공급 중단

15일(이하 현지시각)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MA)은 엔비디아의 반독점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SMA는 공식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통해 "예비조사 결과, 엔비디아가 멜라녹스 인수 과정에서 반독점법과 SMA가 제시한 승인 조건을 위반했다”며 “법에 따라 추가 조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해당 성명은 한 줄 분량으로 구체적인 위반 사항은 공개되지 않았다. 중국의 반독점법에 따르면 정부는 법을 위반한 기업에 대해 위법하게 얻은 소득을 몰수하고, 전년도 매출의 1~10%에 달하는 벌금에 부과할 수 있다.

엔비디아는 2019년 이스라엘 기술 기업 멜라녹스를 69억 달러(약 9조5,700억원)에 인수했고, 이듬해 4월 SMA는 이를 조건부로 승인했다. 당시 승인 조건에는 자국 시장에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가속기와 멜라녹스 고속 네트워크 상호연결 장비, 관련 소프트웨어·액세서리를 지속적으로 공급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엔비디아는 이후 미국 정부의 대중 수출 통제로 인해 GPU 가속기 등의 공급을 중단했고, 이에 중국은 지난해 12월 반독점법 등을 위반한 혐의로 엔비디아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美·中 알력 싸움 속에 中 매출 3분의 1 잃어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엔비디아에 대한 압박이 단순한 법 집행을 넘어 미·중 간 정치·경제적 갈등이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SMA의 조치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진행된 미·중 고위급 무역회담 기간 중 나왔다는 점도 이러한 해석을 뒷받침한다. 앞서 지난 13일에는 중국이 미국산 아날로그 반도체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개시하고, 미국 정부의 중국 반도체 산업 차별에 대한 조사도 착수했다. 무역회담을 통해 양국이 틱톡 매각, 고율 관세 유예 조치 연장 등 일부 현안에 합의했음에도, 반도체 기술을 둘러싼 긴장은 오히려 고조되는 모양새다.

그간 미·중 간 알력 싸움 속에 엔비디아는 사실상 중국 시장에 대한 접근이 차단돼 왔다. 일례로 지난 4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돌연 엔비디아의 H20 반도체에 대한 대중 수출을 금지했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의 첨단 반도체 대중 수출 통제 조치에 더해 성능 기준을 강화하면서 대중 수출용으로 만든 H20 반도체도 수출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예상치 못한 규제에 엔비디아가 입은 손해도 컸다. 당초 엔비디아는 올해 2분기 중국 내 H20 칩 매출을 71억 달러(약 9조8,700억원)로 예상했지만 수출 금지 조치로 이 가운데 3분의 1가량을 잃었다.

이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미 행정부의 수출 통제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만나 담판을 지었다. 그 결과 규제는 일부 완화됐지만, 엔비디아는 반도체 수출 허가를 대가로 발생한 매출의 15%를 미 정부에 내는 데 합의했다. 현재는 H20보다 성능이 뛰어난 블랙웰 기반 AI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두고 미 행정부와 협상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미국이 규제를 강화하는 사이 중국 시장에서는 토종 기업이 점유율을 확대했고, 동시에 중국 당국의 조사까지 겹치면서 엔비디아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中 정부, 엔비디아 의존도 낮추려 규제 강화

최근에는 중국 정부를 중심으로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 중국 에너지 당국은 데이터센터용 반도체와 관련해 에너지 효율 기준을 강화했다. 전력 소모가 적은 반도체 사용을 권고하는 내용의 이 규제는 사실상 엔비디아의 칩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엔비디아의 H20 칩은 중국 정부가 제시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규제의 구체적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중국산 반도체는 이를 피해 갈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7월에는 중국 사이버공간관리국(CAC)이 엔비디아 측 관계자들을 불러 H20 칩의 잠재적 보안 위험에 관해 설명을 요구한 일도 있었다. 당시 CAC는 "미국의 AI 전문가들이 엔비디아 칩에 위치 확인·추적, 원격 종료와 관련해 정교한 기술이 탑재돼 있다고 지적했다"며 "엔비디아에 관련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엔비디아는 성명을 내고 "우리는 사이버 보안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며 "원격으로 칩에 접근하거나 제어할 수 있는 '백도어'를 제품에 가지고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중국이 엔비디아를 당장 내칠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한다. 특히 H20 칩은 고성능 연산 능력을 요구하는 자율주행, AI 모델 학습, 데이터센터 운영 등에 필수적인 부품으로 중국 기술 기업뿐 아니라 군사 기관, 국영 연구소, 대학 등에서도 수요가 폭발적이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엔비디아는 이미 대만 TSMC에 H20 칩셋 30만 개를 주문했을 정도로 시장 수요가 강력하다"며 "이는 중국이 AI 기술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엔비디아 칩을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상황임을 잘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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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히 검사·제재권 갖는 금소원·금감원, 보험업권 감독 기능도 분할된다?

나란히 검사·제재권 갖는 금소원·금감원, 보험업권 감독 기능도 분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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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금소원 체제, 보험업 감독 기능 사실상 금소원으로
금감원, GA 중심으로 보험업권 질서 유지 조치 시행해 와
금감원은 관리 소홀 걱정, 일각선 "오히려 합리적일 수도"

금융감독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을 분할 신설하는 방안이 추진되는 가운데, 보험사에 대한 금감원의 통제력이 제한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법인보험대리점(GA)의 불공정 영업 등을 억제하던 보험업권 감독 기능이 조직 개편으로 인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다. 반면 일각에서는 오히려 금감원과 금소원의 업무 분장을 통해 보다 합리적인 보험업 관리·감독 체계가 자리 잡을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도 나온다.

금소원, 금감원 '보험 감독' 업무 이어받나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는 행정안전부와 함께 조직 개편을 위한 후속 작업에 착수했다. 개편안의 골자는 기존 금감원 산하에 있던 금융소비자보호처(금소처)를 분리해 금소원을 신설하는 것이다. 어떤 기능을 분리하고 남겨둘지에 대한 논의는 아직 진행 중이나, 금소원이 금감원과 마찬가지로 검사 및 제재권을 갖는 것은 기정사실로 취급된다. 다만 '쌍봉형' 취지에 따라 금융회사 건전성 감독은 금감원, 소비자 보호 기능은 금소원이 담당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업권별로 조직이 분리될 경우, 금감원과 금소원이 갖는 힘의 균형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특히 보험 권역에서는 신설되는 금소원이 금감원보다 큰 영향력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보험사 관리·감독의 경우 건전성보다는 영업 행위에 대한 검사 및 제재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소비자 보호 부문을 담당하는 금소원의 입김이 강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지금까지 금감원은 보험업계의 불공정 관행에 대한 감독을 지속해 왔다. 특히 GA를 중심으로 발생하는 '제3자 리스크(보험사와 업무위탁 계약 관계에 있는 거래 상대방으로부터 전이되는 리스크)'가 금감원의 주시 대상이었다. GA는 특정 보험사에 소속되지 않고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비교해 고객의 가입을 유도하는 보험업계 핵심 판매처로, 현재 전체 보험설계사(약 65만 명) 중 44%가 GA에 소속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감원, GA '집중 단속'

금감원이 GA를 주목하는 것은 GA의 과도한 실적 경쟁, 취약한 내부 통제 등으로 인해 소비자 피해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GA 설계사가 보험 계약 체결 과정에서 정보를 왜곡해 제공하거나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아 불완전판매가 일어나는가 하면, 일부 설계사는 판매 수수료 수취 목적으로 허위·가공 계약이나 부당 승환계약을 하는 등 소비자 피해를 야기하기도 한다. 보험사가 GA 관리 책임을 소홀히 하면서 GA에 실효성 있는 제재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도 존재한다.

지난 3월에는 GA 보험설계사들이 보험 계약자들에게 대규모 폰지사기(다단계 금융사기)를 저질렀다가 금융당국에 적발되기도 했다. 이들은 보험 영업을 빌미 삼아 사회 초년생 등 보험 계약자 765명을 상대로 1,406억원의 유사수신 자금을 모집하고, 이 중 약 342억원을 상환하지 않았다. 보험 가입 고객들은 단기채권 투자 상품, 대부업체 PS파이낸셜의 대출 자금 운용 상품 등에 투자하면 고수익이 보장된다는 말을 듣고 자금을 내준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건에 가담한 전체 GA는 28개, 보험설계사는 134명에 달한다.

GA의 불건전 영업 사례가 지속적으로 누적되자, 금감원은 소비자 피해를 사전 차단하기 위해 각종 조치를 단행해 왔다. 지난 6월 '건전한 보험 영업 질서 확립 계획'을 발표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해당 계획은 보험사에 GA 관리 의무를 부과하는 조치를 골자로 한다. 보험사가 GA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적절히 했는지 평가하기 위해 'GA 운영 위험 평가 제도'를 신설하고, 미흡 등급을 받은 보험사에 지급여력비율(K-ICS) 요구 자본 등 추가 자본을 적립하도록 요구하는 방식이다.

"권한 약화" vs "합리적 개편" 의견 엇갈려

금감원은 최근 보험협회와 손을 잡고 제3자 리스크 가이드라인을 제정, 오는 12월부터 보험사에 이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가이드라인은 보험사가 GA에 판매를 위탁할 경우 지켜야 할 책무를 규정하고, GA 평가 관리를 통해 질적 성장을 유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가이드라인 적용 시 보험사는 GA와의 판매 위탁 계약 체결부터 운영, 해지 등 전 과정의 리스크를 식별해야 하고, 이를 수용 가능한 수준으로 관리해야 한다. 판매 위탁 리스크를 위험 성향 내에서 관리할 수 없는 경우에는 위탁 업무를 중단하거나 특별한 보완 장치를 마련할 의무를 지닌다.

차후 금소원이 분할 신설될 경우, 이처럼 보험업권에 제재를 가하는 역할은 금감원이 아닌 금소원으로 이관될 가능성이 크다. 금감원 측은 이로 인해 보험업 감독 기능이 약화하며 소비자 피해가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보험업권은 건전성 감독도 중요하지만 실제 영업 관행에 대한 검사나 제재, 분쟁 조정이 차지하는 영역이 큰 측면이 있다"며 "금감원에 건전성 감독 기능만 남겨지면 보험 부문에 대한 영향력이 약해질 텐데, 이렇게 되면 초대형 소비자 보호 이슈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이 같은 변화가 오히려 합리적인 업무 분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한 업계 전문가는 "금소원 신설로 인해 금감원의 힘이 약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업무 분장이 잘 되면 부작용은 크지 않을 수도 있다"며 "금감원은 보험사의 자본 문제를, 금소원은 GA들의 영업 관행을 구분해서 감시하는 식"이라고 짚었다. 이어 "보험사 입장에서도 오히려 디리스킹(de-risking)을 추구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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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강력 규제’에 주담대 창구 더 좁히는 은행권, 대출 증가세 급제동 가속

‘초강력 규제’에 주담대 창구 더 좁히는 은행권, 대출 증가세 급제동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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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대출 실행 한 달 전 접수만 승인
금융당국, 고액 대출 차단과 추가 옥죄기 병행
규제 효과 본격화, 대출 증가세 둔화·잔액 감소 전환
신한은행 본점 전경/사진=신한은행

신한은행이 주택담보대출 심사 체계를 대폭 강화하며 대출 창구를 좁히고 있다. 실행일 최소 20영업일 전 접수 의무화를 도입해 규제 변화에 따른 심사 오류를 차단하고, 동시에 총량 관리의 고삐를 조이려는 의도다. 은행권은 정부가 6·27 대책과 9·7 대책을 잇달 내놓으며 주담대 한도와 주담대 담보인정비율(LTV)를 동시에 압박하는 가운데, 총량 축소 지침까지 맞물려 심사 문턱을 높이고 있다. 그 결과 5대 은행 주담대 잔액이 1년 반 만에 감소세로 전환하는 등 규제 효과가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신한은행, 대출 접수·심사 강화해 총량 관리 고삐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이달 초부터 주담대와 전세대출에 대해 최소 20영업일 전 접수해야 승인이 나도록 내부 지침을 변경하고 이를 전산 시스템에 반영했다. 주담대와 전세대출 접수 기간은 은행마다 다르긴 하나, 실행일로부터 최소 2주에서 한 달 전 신청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와 관련해 신한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규제가 계속 바뀌고 있어 (실행일에) 임박하게 대출 심사를 하다 오류가 발생할 것에 대비해 마련한 지침”이라고 했다. 거듭된 대출 규제로 대상자는 물론 대출 가능액까지 변동이 잦은 가운데 일선 영업점이 이를 반영하지 못해 생기는 오류나 실수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신한은행은 지난달부터 대출 모집인을 통한 주담대·전세대출 접수를 중단하고, 10월 말까지 신규 주담대에 모기지보험(MCI)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MCI는 주담대와 동시에 가입하는 보험으로, 이 보험이 없으면 소액 임차 보증금을 뺀 금액만 대출받을 수 있어 대출 한도가 축소된다. 아울러 전세대출 취급 제한도 기존 수도권에서 전국으로 확대해 오는 10월까지 적용할 방침이다.

6억원 한도 묶고 LTV 40%로 뚝

은행의 대출 접수 및 심사가 까다로워지면 대출 문턱은 더 오르게 된다. 이는 은행 입장에선 대출 총량 관리가 수월해지는 장점이 있다. 앞서 정부는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급등하고 가계대출 증가세가 가팔라지자 이재명 정부 첫 부동산 대책으로 6·27 대책을 발표했다. 핵심은 서울·수도권 주담대 최대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고, 주담대로 주택을 구입할 경우 6개월 이내 전입을 의무화해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를 사실상 차단하는 것이다. 6·27 대책 발표 당시 은행권에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증가 목표치를 절반가량 줄일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기존보다 3조6,000억원가량 축소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6·27 대책 발표 이후 두 달여 만에 9·7 대책을 내놓으며 주담대 규제를 한층 더 강화했다. 9·7 대책의 가장 큰 뼈대는 규제 지역의 LTV 상한을 기존 50%에서 40%로 낮춘 것이다. 예를 들어 12억원의 주택을 구매할 경우 기존에는 최대 6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4억8,000만원까지만 받을 수 있게 된다. 대출 한도가 1억2,000만원 줄어드는 셈이다. 이미 수도권 주담대 한도가 6억원으로 묶여있는 상황에서 LTV까지 추가로 강화되면서 서울 상급지로의 진입 문턱은 더욱 높아졌다. 현재 강남 3구과 용산구만 지정된 규제지역을 다른 지역으로 확대하면 대출 받기는 더 까다로워질 수 있다.

5대 은행 주담대, 1년 반 만에 감소세 전환

정부의 고강도 규제에 따라 5대 은행 주담대는 지난달까지 증가세가 유지되다, 이달 들어 감소세로 전환했다. 지난 11일 기준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607조6,190억원)은 8월 말(607조6,714억원)과 비교해 524억원 줄었다. 이달 말까지 이런 추세를 유지하면, 지난해 3월(-4,494억원) 이후 1년 반 만에 월간 기준 주담대가 처음 감소한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 잔액은 104조790억원에서 104조2,613억원으로 1,823억원 불었다. 주담대와 신용대출을 합친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11일 기준 763조702억원으로 8월 말(762억8,985억원)과 비교해 1,717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하루 평균 약 156억원 늘었는데, 이는 8월 일평균 증가액(1,266억원)의 8분의 1 수준이다.

주담대가 줄고 가계대출 증가세가 크게 둔화한 것은 6·27 대출 규제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영향이다. 7~8월에는 대출 규제 시행일 전에 계약한 부동산 거래 영향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강도 높은 규제에도 불구하고 주담대 증가세가 어느 정도 이어졌다. 하지만 9월부터는 이런 대출 수요가 대부분 소진되면서, 주담대도 감소세로 돌아섰다는 분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난달에는 신학기 이사 수요까지 겹치며 주담대를 받는 수요가 7월보다 오히려 늘어났지만, 이달부터는 규제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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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카드 해킹 쇼크에 카드업계 ‘초비상’, 인력·투자 부족 ‘고질병’ 언제까지?

롯데카드 해킹 쇼크에 카드업계 ‘초비상’, 인력·투자 부족 ‘고질병’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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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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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킹 가능성에 업계 경각심 고조
인증 기관 및 제도 실효성엔 의문
투자 미흡·인력 부재→문제 심화

97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롯데카드가 해킹 공격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카드 소비자들의 불안이 날로 커지는 모습이다. 특히 롯데카드는 금융보안원으로부터 최고 수준의 관리체계 인증을 획득한 지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이번 사고를 겪은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했다. 여타 카드사들은 앞다퉈 보안 시스템을 강화하고 나섰지만, 인력 및 투자 부족 등 고질적인 문제는 해소되지 않는 양상이다.

‘연쇄 해킹 사태’ 막기 총력전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최근 단말·서버 보안솔루션에 대한 운영 모니터링과 침입차단 및 침입방지 시스템 운영을 강화하고, 금융보안원의 감독 아래 악성코드 점검을 진행했다. 이와 함께 CVE 취약점에 대한 서버 재점검도 병행했다. CVE(Common Vulnerabilities and Exposures)는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의 보안 취약점을 표준화된 식별자(CVE ID)로 관리하는 체계를 말한다.

하나카드 역시 보안 사고 관련 긴급 자체 점검을 수행했으며, 이전부터 운영해 온 보안관제 모니터링을 더욱 강화하고 나섰다. 나아가 하나카드는 Zero Trust(아무것도 신뢰하지 않는다) 보안 원칙의 인증 강화, 보안 취약점 탐색 고도화, 지문을 비롯한 생체인식 기반의 사내 시스템 인증 방식 개편 등 보안 투자 계획을 수립·검토 중이다.

이처럼 카드사들이 각사별 보안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기능을 강화하는 데 전사 역량을 집중시킨 데는 최근 롯데카드사에서 발생한 해킹 사고가 발단이 됐다. 일반적으로 신용카드 이용자들은 혜택을 위해 용도에 따라 다양한 카드를 함께 쓰는 경우가 많아 여타 카드사에 연쇄 해킹이 일어날 수도 있단 우려에서다.

앞서 롯데카드는 지난달 26일 서버 점검 중 일부 서버가 악성코드에 감염된 것을 확인하고, 전체 서버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3개 서버에서 악성코드를 발생해 삭제 조치했다. 이후 지난 달 31일 온라인 결제 서버에서 외부 공격자가 자료 유출을 시도한 흔적을 발견해 지난 1일 금융당국에 신고했다. 현재까지 롯데카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객 정보 유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해킹 사고로 촉발된 회원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롯데카드는 전사적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 전담 상담센터를 새로 마련했다고 이달 3일 밝혔다. 조좌진 대표이사 역시 “보안 관리 미흡으로 고객 불편을 초래한 점 깊이 사과드린다”면서 “현재 관계 기관 및 외부 전문조사 회사와 함께 보다 상세한 피해 내용 파악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이번 사고로 발생한 피해는 전액 롯데카드가 책임지고 보상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사고로 롯데카드가 추진해 온 매각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롯데카드의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카드사 지분 인수 이후 지난 2022년 첫 매각을 시도했으나, 무산된 바 있다. 이 때문에 롯데카드는 매물로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외형 성장에 주력해 왔다. 실제로 올 상반기 말 기준 롯데카드의 회원 수는 967만 명으로 6개월 사이 10만 명가량 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발생한 해킹 사고로 이러한 노력마저 무색하게 됐다. 올 상반기 재추진된 매각에서는 당초 3조원대였던 매각가를 2조원대로 낮췄지만, 예비입찰에 참여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보안 인증의 허상, 신뢰 무너진 관리체계

롯데카드는 해킹사고는 금보원으로부터 정보보호 및 개인정보보호 관리체계인 ‘ISMS-P’ 인증을 획득한 지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발생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우려를 키웠다. 지난달 12일 롯데카드는 ISMS-P 인증 획득 소식을 알리며 금보원 여의도 사무소에서 인증 수여식을 가졌다.

ISMS-P 인증은 갈수록 지능화되는 사이버 침해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지, 기업의 정보보호 체계와 고객의 개인정보보호 관리체계가 적합하게 운영되는지를 심사하는 공인된 인증 제도로, 국내 최고 수준의 관리체계 인증으로 평가받는다. 롯데카드는 인증 취득에 필요한 평가 기준인 관리체계 수립 및 운영과 보호대책 요구사항, 개인정보 처리단계별 요구사항 총 3개의 영역에서 101개 인증 기준에 대한 심사를 받고 해당 인증을 획득했다.

이 외에도 롯데카드는 지난 2008년 국제표준 ISO27001 인증을 최초 취득한 이후 2017년엔 국제 브랜드사 공동 데이터 보안 표준인 PCIDSS 인증을 취득하는 등 보안 역량 강화와 유지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다. 그러나 이런 노력이 모두 무위가 되면서 소비자들의 불안은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다. 카드는 일상 속 필수 결제수단으로 개개인의 신상정보와 생활패턴 등이 긴밀히 담겨 있는 만큼 연쇄 해킹 사고 발생 시 피해는 걷잡을 수 없다는 게 소비자들의 일관된 시각이다.

인력 부족이 만든 취약성

보안 업계에서도 국내 금융권의 보안이 국제적 흐름에 미치지 못한다고 입을 모았다.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2022년 9월 기준 IT 인력 현황에 의하면, 국내 8개 전업 카드사의 정보보호 인력은 총 222명에 불과하다. 이는 임원급 6.5명에 직원 215.5명을 합한 수치로, 개별 카드사로 보면 평균 20~30명 남짓이다. 카드사 별로는 △현대카드 46명 △신한카드 35명 △삼성카드 34명 △KB국민카드 31명 △비씨카드 30명 △우리카드 14명 △롯데카드 20명 △하나카드 12명 수준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두고 “3년 전의 데이터인 만큼 그간 디지털 금융 확대 추진에 따라 보안인력도 상당히 늘어났다”는 반론을 내놨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의 카드업계 업황 악화에 따른 긴축기조·슬림화를 고려할 때, 보안인력 역시 크게 늘어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금감원의 집계에서 지난해 말 기준 국내 8개 전업카드사 정규직원 합계는 1만867명으로 2018년(1만654명)에 비해 200여 명이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인력 부족에 더해 보안 예산 비중도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다. 롯데카드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기재된 IT 예산 중 정보보호 투자 비율은 △2021년 12% △2022년 10% △2023년 8%로 해마다 줄었다. 신한카드 역시 2022년 10.8%에서 2024년 8.2%로 감소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기관의 평균 투자 수준과 비교해도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영국 은행권은 IT 예산의 약 11%를, 글로벌 기업 전체 평균은 약 13%를 보안에 투입한다.

고동원 성균관대 교수는 ‘금융보안 정책의 국제 비교 및 대응 방안’ 연구에서 “비대면 금융거래가 많아지면서 금융 전산망 보안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고 진단하며 “국제적인 추세에 뒤떨어지지 않도록 규제 체계를 정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은 보안을 경영진 책임으로 못 박고 금융 복원력까지 법률에 반영한다”며 “국내도 독립적인 금융보안 법제 정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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