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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상호관세 시행 앞두고 中 최혜국 지위 박탈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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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CCTV "지난주 USTR 대표가 화상통화로 통보"
내달 2일 상호관세 시행 하루 앞두고 조치
美 의회도 中 최혜국 지정 취소하는 법안 발의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오는 4월 2일(현지 시각)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하는 상호관세 정책을 발표하는 가운데, 이에 앞서 중국의 최혜국 대우를 박탈하는 법안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대중국 무역적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 국가 안보 우려 등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美, 비최혜국에 수십 배 높은 관세 부과

30일 중국중앙TV(CCTV)는 웨이보 계정을 통해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지난주 중국 측과 화상 통화를 가졌다"며 "이 자리에서 그리어 대표는 중국 정부에 '2000년 미·중 관계법; 수정 권고안을 발표할 계획임을 통보했다"고 전했다. 해당 수정안은 중국의 항구적 정상무역관계(PNTR) 지위를 박탈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공식 발표는 다음 달 1일로 예정됐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상호관세 부과 하루 전에 맞춰 대중국 경제 압박을 극대화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앞서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 이행을 위한 무역정책 각서'에 서명하면서 불공정하고 불균형한 무역 관행에 대한 개선 조치로 중국의 PNTR 지위 문제를 재검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USTR가 추진하는 미·중관계법 수정 움직임은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대한 후속 작업이다. 이와 관련해 USTR은 이달 초 발간한 보고서에서 "중국의 PNTR 대우와 관련해 최근의 입법 제안을 검토한 뒤 해당 법안의 수정 여부에 대한 권고를 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PNTR은 미국이 정상적인 무역 파트너 국가에 부여하는 법적 지위로 국제적으로는 '최혜국 대우'로 알려져 있다. 미국이 중국의 PNTR 지위를 박탈하면 최혜국 대우를 받는 다른 나라보다 수십 배 높은 관세를 부과받게 된다. 현재 PNTR 지위에서 제외된 국가는 러시아·북한·벨라루스·쿠바 4개국으로 최혜국보다 높은 관세를 적용받는다. 중국은 2000년 PNTR로 지정됐는데, 당시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추진하면서 시장 개방, 관세 인하, 외국 기업의 접근성 확대 등의 개혁 조치를 약속한 바 있다.

美 상원에서도 中 최혜국 취소 법안 추진

중국에 대한 최혜국 지정을 취소하려는 움직임은 이전에도 있었다. 지난 2023년 3월 공화당 소속 조쉬 하울리 상원의원이 중국의 PNTR 지위를 종료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당시 하울리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중국은 미국의 가장 큰 적수"라면서 "2000년 중국에 특혜적인 통상 지위를 부여한 결과, 막강한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중국산 제품이 미국 시장을 공략했고, 370만 개의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 근로자에게 피해를 주고 중국 공산당을 풍요롭게 하는 PNTR은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9월에는 미 연방 상원에서 중국의 PNTR 지위를 철회하는 법안이 또다시 발의됐다. 공화당 소속 톰 코튼·마르코 루비오·조시 홀리 상원 의원이 주도한 이 법안은 국가 안보에 중요한 품목에 대해 5년 내 단계적으로 최고 100%의 관세를 부과하고, 대통령이 특정 품목에 대해 비최혜국 대우 관세율을 적용할 권한을 갖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관세 부과로 발생한 수익은 중국의 보복 조치로 피해를 본 미국 농가와 기업에 대한 보상금, 태평양에서의 군사 분쟁에 대비한 필수 군사 물자 구매 등에 사용하도록 명시했다.

'대중 강경파'로 불리는 코튼 의원은 해당 법안의 추진 배경에 대해 "중국에 대한 PNTR 지정은 중국 공산당을 부유하게 하면서 미국 내 일자리 수백만 개를 잃도록 만들었다"며 "PNTR 폐지를 통해 양국의 무역 관계를 정상화함으로써 미국 근로자를 보호하고 국가 안보를 강화하는 동시에 중국 공산당의 경제적 영향력을 제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루비오 의원 또한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에 가장 위대한 동맹국에 제공하는 것과 동일한 무역 혜택을 제공한 것은 미국이 내린 가장 치명적인 결정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올해 1월에는 '무역공정성회복법' 발의

올해 1월 23일에는 미 하원 중국특별위원회가 중국의 PNTR 지위를 철회하고 중국산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무역공정성회복법(Restoring Trade Fairness Act)'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공화당 존 뮬레나르 의원과 민주당 톰 수오지 의원이 공동 발의했는데 중국의 최혜국 대우를 취소하고 경제적 압박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화당과 민주당이 당파를 초월해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몰레나르 의원은 "2000년 PNTR 지정 당시 미 정부는 중국이 경제 성장을 이루면 공산주의에서 민주주의 체제로 전환하리라 기대했으나, 중국 공산당은 오히려 경제 성장의 과실로 권력을 강화했고 막대한 정부 보조금과 기술 절도, 국제 무역관행 위반 등 반칙을 일삼으며 대국으로 성장했다"며 "더욱이 미국은 중국의 불법적인 개인정보 수집, 펜타닐 수출로 인한 가정 파괴 등 국가 안보적 위협을 겪게 됐다"고 지적했다.

한편 CCTV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USTR의 수정 권고안 예고, 무역공정성회복법 발의 등 일련의 조치와 관련해 "미국의 이러한 행동은 중국과 세계의 협력·상생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맞불 조치를 예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미 중국 대사관도 성명을 내고 "미국의 움직임은 중국과 미국 모두의 이익에 해를 끼칠 것"이라며 "양국의 경제와 무역 관계를 냉전 시대로 되돌리려는 시도"라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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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폴리시] 북유럽 경제 모델이 그렇게 이상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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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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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경제, ‘평등하게 잘 사는 모범’ 평가
단체협상 통한 ‘임금 격차 최소화’가 비결
지속 및 적용 가능성 논란은 지속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노르딕(Nordic)으로 불리는 북유럽 국가들은 높은 수준의 경제 발전과 평등을 조화시킨 사례로 칭송받아 왔다. 오랜 기간 여러 국가들 사이에서 압도적인 성공 공식으로 평가받은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정확히 어떤 요소가 북유럽 경제 체제를 가능하게 하며 이것은 다른 국가들로 전이될 수 있을까? 지속 가능성을 둘러싼 최근의 논란은 무엇 때문일까?

사진=CEPR

북유럽, ‘경제 발전과 평등’ “한꺼번에”

북유럽 경제 모델을 이루는 핵심 요소로는 먼저 교육, 의료, 가족 정책 등 기본적 수요에 대한 정부의 아낌 없는 투자를 들 수 있다. 또한 높은 노조 가입률과 조직화된 임금 협상이 임금 구조와 노동 정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도 빼놓을 수 없다.

여기에 넉넉한 사회보장제도는 실업이나 장애, 질병으로 인한 임금 손실로부터 든든한 보호막을 제공해 주는데 이는 고율의 누진세로 대표되는 세제가 있어 가능하다. 취업과 고용을 돕기 위한 보조금 수준 또한 높다. 결국 이들이 조화를 이뤄 임금 격차가 최소화되고 균등한 부의 분배를 통해 대다수의 국민이 안정된 생활을 누리는 복지 국가가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기술, 경험에 따른 임금 차이 "매우 작아"

북유럽 국가에서 가장 놀라운 사실은 세전 임금 자체가 비교적 균등하다는 것이다. 미국이나 영국 등 다른 선진국들이 소득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 세금과 정부 지출을 통한 재분배에 치중하는 반면, 북유럽 국가들은 정부 개입 전부터 이미 일정 수준의 소득 평등이 이뤄져 있다는 얘기다. 다수의 국가와 달리 북유럽은 기술이나 경험에 따른 임금 격차가 매우 작기 때문이다. 성별 임금 격차와 소득 재분배 정책을 논하기도 전에 출발점부터 균등하다.

그렇다면 북유럽 국가의 낮은 임금 격차는 어떻게 가능한 걸까? 국민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제공되는 양질의 교육과 의료가 근로자들의 기술 격차를 최소화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있다. 하지만 낮은 임금 격차를 충분히 설명할 정도로 북유럽 근로자들의 기술 차이가 없지는 않다.

강력한 노조와 단체협상으로 ‘임금 격차 최소화’

보다 설득력 있는 두 번째 설명은 노동조합과 단체협상 때문이라는 것이다. 북유럽에서는 산업별 노사 간 협상을 통해 최저 임금 수준을 정한 후 기업별로 생산성에 근거한 조정을 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관성을 유지하되 실적이 좋은 회사들은 근로자들에게 별도의 보상이 가능하다. 이것이 산업 내, 또는 산업 간 임금 차이를 최소화해 극심한 소득 격차를 막는 주요인이 된다.

노동 생산성, 최저 임금, 기업별 임금 상승분(노르웨이)
주: 산업 내(좌측), 산업 간(우측), 생산성 수준(오른쪽으로 갈수록 낮아짐, X축), 노동 생산성 및 최저 임금(좌측 Y축), 기업별 임금 상승분(우측 Y축) / 노동 생산성(청색), 기업별 임금 상승분(적색), 최저 임금(녹색), 단위: 노르웨이 크로네/출처=CEPR

실제로 노조가 지속적으로 약화하며 임금 격차가 벌어진 다른 서구 경제권과 달리 북유럽은 강력한 단체협상 제도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노조 가입률이 다소 감소하기는 했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근로 조건이 노조와의 협의를 통해 결정된다.

노조 가입률 및 단체협상 활용률 추이
주: 노조 가입률(%)(좌), 단체협상 활용률(%)(우), 연도(X축), 미국(노랑), 유럽(청색), 영국(적색), 북유럽(녹색)/출처=CEPR

지속 및 적용 가능성 놓고 논란 지속

전 세계가 주목하는 질문은 이것이다. 과연 다른 나라들도 북유럽 모델을 차용해 대등한 수준의 경제 균형을 달성할 수 있을까? 일부 학자들은 북유럽이 덜 평등한 나라들의 혁신과 위험 감수 덕을 보고 있다고 말한다. 모든 국가가 북유럽과 같이 낮은 임금 격차와 높은 사회보장 지출을 유지한다면 글로벌 수준의 혁신과 경제 성장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다른 한쪽은 북유럽 모델이 비효율적인 기업을 퇴출시키고 신기술 도입을 강화해 생산성을 향상시켰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주장한다. 더불어 사회보장제도가 해직 노동자에 대한 안전망을 제공해 세계화와 자동화에 대한 저항을 최소화함으로써 경제 구조의 변화를 용이하게 했다고도 한다.

논란을 떠나서 보면 현재까지도 북유럽 경제 모델은 경제적 효율과 사회적 평등을 함께 구현한 본받을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장기적 지속 가능성과 타 국가로의 적용 가능성은 미지수로 남아 있다. 무엇보다 경제 구조가 다르고 세제 및 노동조합에 대해서도 상반된 문화적 태도를 가진 국가들에 비슷한 정책의 도입이 가능할지에 대한 세밀한 연구부터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원문의 저자는 마그네 모그스타드(Magne Mogstad) 시카고 대학교(University Of Chicago) 교수 외 2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The Nordic model and income equality: Myths, facts, and policy lessons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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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리스크 대응하자" 한중일 통상장관, 6년 만에 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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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경제통상장관, WTO 개혁·3국 FTA 추진 합의
中 트럼프 관세 압박 적극적으로 견제
전문가들 "무조건 중국 손잡는 게 능사는 아냐"

한국·일본·중국 경제통상장관들이 6년 만에 한자리에 모였다. 관세를 필두로 한 미국의 통상 압박이 가중되는 가운데, 돌파구 마련을 위해 3국이 머리를 맞대는 양상이다. 3국은 유명무실화된 세계무역기구(WTO)를 개혁하고, 그동안 논의가 중단됐던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협상을 가속화하기로 뜻을 모았다.

한중일 통상 협력 논의

30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무토 요지 일본 경제산업성 대신,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 부장과 함께 '제13차 경제통상장관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회의는 지난해 5월 진행된 3국 정상회의의 후속 조치를 위한 자리다.

3국 장관은 이날 채택된 공동선언문을 통해 "WTO를 중심으로 한 규범 기반의 개방적이고 포용적이며 비차별적인 다자무역체제를 지지한다"며 "WTO가 현재의 무역 과제에 보다 효과적이고 회복력 있게 대응할 수 있도록 협상과 모니터링, 심의·분쟁 해결 등 모든 기능을 강화하고 개혁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3국은 예측 가능한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공급망 안정화와 수출 통제 관련 소통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녹색·디지털 경제를 달성하기 위한 산업·에너지 협력 강화도 추진된다.

한중일 FTA 논의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3국 FTA는 2012년부터 추진돼 왔지만, 2019년 관계 악화 등으로 관련 협의가 중단된 바 있다. 3국은 작년 5월 정상회담을 계기로 FTA 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했으나, 이후에도 실질적인 논의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견제하는 中

3국의 협력 논의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장벽에 대응하기 위한 일종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 여부와 관계없이 상대국에 대한 통상 압박을 강화하며 돌파구 마련이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과 장기간 무역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 측이 적극적으로 미국을 견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왕 부장은 회의에서 "일방주의와 보호주의가 세계 경제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며 미국의 관세 조치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반면 한국과 일본 측은 미국을 직접 거론하지 않고 원론적인 수준에서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 그쳤다.

FTA를 대하는 태도에도 온도차가 있었다. 왕 부장은 29일 안덕근 장관과의 한중 장관회담에서 "중국과 한국은 모두 자유무역과 다자주의의 수혜자이자 수호자"라며 "지역 및 다자 틀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한중 FTA 협상의 조속한 재개를 추진해 다자무역 체제를 공동 수호하고 지역 경제 통합을 촉진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은 회담 직후 발표 자료에서 관련 언급을 자제하며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중 전략 경쟁 국면에서 3국 경제 협력 강화를 '대안 외교'의 기회로 활용하려 한다고 분석한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중국은 바이든 정부의 가치동맹 구도보다는 트럼프식 자국우선주의 속에서 경제적 여지가 더 크다고 판단하는 듯하다"며 "FTA 협력 확대도 같은 전략적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의 '진짜 바람'은

다만 시장에서는 무조건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의 대응 방향을 정하기 위해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진의'를 보다 확실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장 전문가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는 세계와 자국을 위기에 몰아넣기 위한 조치는 아니다"라며 "오로지 미국 내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는지 여부만이 관세를 비롯한 통상정책 수립의 기준이 된다"고 짚었다. 이어 "이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한 러스트벨트에 대한 보답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가 미국의 고용 위기를 적극적으로 이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한동안 활기를 띠던 미국 노동 시장은 지난해 여름부터 눈에 띄게 위축되고 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사람은 3,960만 명에 달했다. 이는 일자리 쇼핑이 가장 활발했던 2022년 대비 22% 감소한 수준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 같은 추세가 앞으로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향후 우리나라 기업들이 대미 직접 투자를 확대하며 미국의 고용 안정에 기여할 경우, 관세를 필두로 한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압력을 회피할 수 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장벽은 자국 내 투자 유치를 유도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미 FTA 체제를 유지하면서 지금과 같이 높은 수준의 상품 수지 흑자를 유지하면 유의미한 실익까지 확보할 수 있다. 중국의 구상에 발맞춰 미국을 외면하는 것은 좋은 선택지가 아닐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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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포럼] “중국 기업보다 불리”, 미국의 ‘해외 부패 방지법’ 개정 움직임

[동아시아포럼] “중국 기업보다 불리”, 미국의 ‘해외 부패 방지법’ 개정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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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해외 부패 방지법’ 존폐 갈림길
규제 준수로 ‘미국 기업 불리’ 주장
중국 부상과 함께 ‘글로벌 기업 윤리’ 영향

[동아시아포럼] 섹션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 이코노미(Policy Economy)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트럼프(Trump) 행정부가 해외 부패 방지법(Foreign Corrupt Practices Act, FCPA, 이하 부패 방지법)을 개정하기로 한 것은 동남아시아 기업과 정부의 부패 관행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1980년대 이후 미국 기업들의 비즈니스 윤리 강화에 기여해 온 해당 법은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이 규제 완화를 시사하며 존폐의 갈림길에 섰다. 하필 지금은 중국의 글로벌 투자 영향력 확대로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미국의 기업 윤리 기준에 얽매이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 영향은 더 심각할 수 있다.

사진=동아시아포럼

트럼프 행정부, ‘해외 부패 방지법’ 개정 움직임

지난 2월 10일 트럼프 대통령은 부패 방지법의 적용을 6개월간 유예하고 실효성을 재검토하도록 하는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 록히드 마틴, 걸프 오일, 노스럽, 모빌 등 미국 기업들의 뇌물 수수 의혹이 불거지며 1977년 발효된 부패 방지법은 미국 회사들의 해외 뇌물 수수 및 부패 방지를 목적으로 한다. 해당 법은 수십 년간 기업들이 국제 관계를 다루는 법무 및 대정부 관계 팀을 신설하는 등 규제 준수 문화를 발전시키는 데 공헌해 왔다.

또한 해당 법은 수많은 규제 컨설팅 업체를 포함한 법무 법인은 물론 미국-아세안 비즈니스 협의회(U.S.-ASEAN Business Council) 및 미국 상공회의소(U.S. Chamber of Commerce)와 같은 비즈니스 협회의 출범으로도 이어졌다. 모두 해외 시장에서의 정치적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들이다. 결국 부패 방지법은 부패를 사업 비용이 아닌 법적, 평판적 리스크로 재정의하도록 해 미국 기업의 해외 확장에 주춧돌 역할을 해 왔다.

해당 법 때문에 ‘미국 기업 불리’ 주장

하지만 트럼프의 주장은 이 법이 부패 문제가 만연한 핵심 광물 및 사회 기반 시설 등의 분야에서 미국 기업들을 불리한 입장에 처하게 한다는 것이다. 해당 법은 국회 동의 없이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철회할 수 없지만 당장의 집행력은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수십 년간 동남아 국가들은 미국 투자를 받기 위해 세계은행(World Bank) 및 국제통화기금(IMF), 유엔 등이 촉구하는 반부패 및 기업 윤리 제고를 반영한 경제 개혁을 추진해 왔다. 해외 직접 투자 유치를 위한 관료제 개혁이 대표적이다. 1986년에 시행된 베트남의 도이 머이(Doi Moi) 경제 개혁(중앙 계획 경제에서 시장 중심 경제로의 전환)과 인도네시아가 1960년대 버클리 마피아(Berkeley Mafia, 당시 버클리 대학교에서 교육받은 경제 관료들을 지칭하는 말) 주도하게 진행한 시장 지향적 개혁 등이 이에 해당한다.

미국 기업 해외 진출과 해당국 제도 개혁에 이바지

덕분에 미국 기업들은 리스크를 줄이며 이 지역에 진출할 수 있었다. 카길(Cargill)이 1995년 베트남에 진출한 후 2000년대 나이키가 뒤를 따랐고 인도네시아도 1965년 셰브런(Chevron)의 투자 확대 이후 80년대 코카콜라, 듀폰, 씨티은행의 진출이 이어졌다.

이에 동남아시아 정부들은 관료적 절차 간소화를 위한 특별 경제 구역 설치로 화답했다. 말레이시아가 1972년 바얀 레파스 자유 산업 지역(Bayan Lepas Free Industrial Zone) 지정으로 인텔 및 AMD 등 반도체 기업 유치에 나서자 인도네시아는 셰브런과 프리포트-맥모란(Freeport-McMoRan) 등 미국 기업에 ‘우선적 지위’(priority status)를 부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반부패법으로 미국 기업들의 해외 진출은 도움을 받았지만 당사국의 제도적 개혁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부패 인식 지수(Corruption Perceptions Index) 순위를 보면 인도네시아가 99위, 베트남 88위, 필리핀 114위, 태국이 107위에 머물고 있다. 말레이시아가 57위로 가장 앞서지만 갈 길이 먼 것은 마찬가지다. 부패 방지법의 영향을 철저히 받는 미국 기업들과 달리 동남아시아 경쟁사들은 뇌물 및 정치권과의 유착을 포함한 비공식적 거래를 통해 규제를 피해 나가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중국 영향력 확대와 맞물려 ‘전 세계 사업 관행에 영향’

글로벌 경제의 양상이 바뀐 영향도 크다. 미국 기업들이 글로벌 투자를 주도할 때는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미국의 기업 규제 조항을 준수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중국이 동남아 지역의 투자 환경을 뒤바꾸면서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미국과 달리 중국의 규제 제도가 이제 만들어지는 상황이라 중국 기업들은 제약이 적고 융통성은 많다. 미국 기업들이 규제 준수 때문에 회피하는 사업성 높은 프로젝트를 얻어낼 가능성도 그만큼 크다. 예를 들어 중국의 칭산 홀딩스 그룹(Tsingshan Holding Group)은 인도네시아 정부와 정치적 유대가 강한 ‘PT 빈탕 델라판’(PT Bintang Delapan)과 합작해 니켈 가공 공장을 운영 중이다. 중국 기업에는 당연한 파트너십을 미국 회사는 피해 가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트럼프의 반부패법 개정 시도는 중국 경제의 부상과 트럼프의 사업 철학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해당 법이 완화되면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미국 관련 규제 준수를 유지할 동기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이들 국가가 미국과 함께한 이유는 윤리적 가치가 아니라 경제적 이해였기 때문이다. 이제 사업상의 융통성을 제공하는 투자처로 더 자유롭게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이는 미국 기업도 마찬가지다. 그들 역시 규제에 덜 얽매인 해외 기업들과의 경쟁과 규제 준수의 이점을 비교 분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행정 명령이 단기간의 정책 변화로 끝날지, 해당 법의 철회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지만 전 세계 기업 투명성에 미칠 영향은 지대할 것으로 보인다.

원문의 저자는 아마드 샤리프(Ahmad Syarif) 존스 홉킨스 대학교(Johns Hopkins University) 박사과정생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US corporations and the politics of compliance in Southeast Asia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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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무시할 수 없는 글로벌 ‘비공식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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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식 경제, 글로벌 현금 수요에 막대한 영향
개발도상국 GDP의 33% 추정
암호 화폐 시장에서도 “큰손”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비공식 경제(informal economy)는 글로벌 금융에서의 막대한 영향력에도 정확한 규모를 산정하기 어려웠다. 현금 유통 규모나 전력 소비량과 같은 간접 지표를 사용하거나 복잡한 거시경제 모델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한 연구가 유럽연합(EU) 내 부가가치세(value-added tax, VAT) 데이터 및 소비 조사 자료를 활용해 추정했는데 일부 국가의 지하 경제 규모는 엄청나다.

사진=CEPR

개발도상국 비공식 경제, GDP의 33%

경제 데이터가 넘치는 오늘날에도 지하 경제의 실제 규모를 잡아내는 일은 쉽지 않다. 탈세와 불법에 연루된 이들이 적발을 피하려 하기 때문에 정확한 측정이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예상치로는 선진국 평균이 국내총생산(GDP)의 17% 수준이고 개발도상국은 무려 33%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마어마한 규모로 볼 때 비공식 부문을 간과한 거시경제 및 금융 정책은 심각한 오류로 이어지기 쉽다.

비공식 경제가 주목받아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통화 수요에 미치는 영향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고액권을 포함한 지폐 수요를 움직이는 큰 손으로 군림해 왔고 최근에는 비트코인(Bitcoin),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을 포함한 암호화폐도 지하 경제의 필수적인 거래 수단이 됐다.

지하 경제 활동 규모를 정확히 산정할 수 없는 점은 2008년 금융 위기나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경제 위기 시 경제 전망과 정책을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 비공식 부문을 징수 체계에 포함할 수 있다면 정부 재정난 해결에도 긴요한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지하 경제를 수치화하는 방법은 현금 유통량이나 에너지 소비 같은 간접 데이터에 의존하거나 가정에 기반한 거시경제 모델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 방법으로도 유용한 시사점을 얻을 수는 있지만 반복해서 사용이 어려운 단점이 있다.

그리스 GDP의 36%, 이탈리아는 31%

지하 경제 규모 추산을 위한 새로운 방법론은 EU 내 20개 국가의 부가가치세 징수 데이터를 소비 조사 자료와 대조해 얻은 수치를 기반으로 한다. 부가가치세율이 제품 및 서비스 항목마다 다른 점을 이용해 소비 조사 자료와 실제 부가가치세 징수액을 비교하면 미납 세금 규모를 추정할 수 있다. 여기에 부가가치세 대상이 아닌 무역품 거래 규모를 감안하고 탈세가 정부 서비스 부문에서 일어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국가별 비공식 경제 규모를 추정할 수 있다. 물론 불법 행위는 추적이 불가능하다.

새로운 조사 방법의 장점은 표준화된 EU 내 데이터 수집 방법을 활용하기 때문에 일관성 있고 매년 업데이트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전의 정적인 추산에 비해 정확하고 정책에 적용하기도 쉽다. 유럽연합 집행 위원회(European Commission)에서도 부가가치세 탈세를 분석한 보고서를 냈지만 이를 지하 경제와 연결한 적은 없기 때문에 이번 연구는 진일보한 셈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연구 결과 지하 경제 규모가 상당한 EU 회원국으로는 그리스가 GDP 대비 36%, 이탈리아 31%, 스페인이 24%로 상당한 규모에 이른다. 반대로 소규모에 비교적 투명한 경제 체제를 가진 스웨덴이나 벨기에 등은 비공식 부문이 크지 않았다.

유럽 각국 지하 경제 규모(GDP 비중, 1999~2020년)
주: 국가(Country), 평균(Mean), 표준편차(Std. deviation),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불가리아, 프랑스, 독일,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헝가리, 핀란드, 체코, 오스트리아, 덴마크, 에스토니아, 슬로베니아, 스웨덴, 벨기에(상→하, 좌→우 순서)/출처=CEPR
유럽 각국 지하 경제 규모(기존 연구와 비교)
주: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불가리아, 프랑스, 독일,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헝가리, 핀란드, 체코, 오스트리아, 덴마크, 에스토니아, 슬로베니아, 스웨덴, 벨기에(좌부터) / 이번 조사(원), 세계은행 자료(마름모), 슈나이더&아슬라니 연구(네모)/출처=CEPR

지하 경제 규모, 실제 경기와 반대 방향

흥미로운 점은 지하 경제가 실제 경기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점이다. 경기 순환과 지하 경제 간 의미 있는 상관관계가 없다는 이전 연구와 달리 비공식 경제 활동은 불경기에 확대된다. 이는 빅토르 위고(Victor Hugo)가 ‘레 미제라블’(Les Misérables)에서 묘사한 ‘탈세는 불황기에 늘고 호황 때 줄어든다’는 대목과 일치한다.

새로운 조사 방법은 부가가치세 자료 이용이 가능한 유럽 지역에 가장 적합하지만 부가가치세가 주요 세수 항목을 차지하는 다른 국가들에 적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비공식 경제 활동을 정확히 산정할 수 있다면 경기 순환과 불평등, 재정 정책, 제도적 역량 등을 평가하고 판단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20조 달러(약 2경9,4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지하 경제의 거시경제적 영향은 무시할 수 없으며 향후 암호 화폐와 미국 달러의 경쟁이 본격화한다면 지금보다 더 커질 수도 있다.

원문의 저자는 프란체스코 파파다(Francesco Pappadà) 베니스 카포스카리 대학교(Ca' Foscari University Of Venice) 조교수 외 1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Mining insights from the underground economy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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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한국 출산율 문제, “정책만으로는 해결 어렵다”

[딥파이낸셜] 한국 출산율 문제, “정책만으로는 해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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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인구 위기, ‘성 역할’, ‘직장 문화’, ‘경제적 요인’
이대로 가면 2082년 노년 인구 58%
사회 규범, 직장 문화 두고 ‘정책만으로 해결 어려워’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대한민국은 출산율이 유사 이래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치는 인구 위기를 겪고 있다. 정부가 가족 정책에 많은 예산을 투여하고 있지만 이 현상은 성 역할과 직장 문화, 경제적 요인이 결합한 것으로 보인다. 국가는 전체적으로 부유해졌지만 맞벌이 부부가 증가한 것도 양육의 경제적 부담을 증가시켰다. 전문가들은 국가 정책과 문화적 기대, 노동 관행의 변화가 합쳐져 여성의 일과 양육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출산율의 빠른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사진=CEPR

한국 출산율 0.72, “유사 이래 최저”

1960년대 한국 여성은 1인당 6명의 자녀를 출산했다. 하지만 2018년에 출산율은 1 아래로 내려갔고 2023년이 되자 유사 이래 최저인 0.72까지 곤두박질쳤다. 초기에는 출산율 감소가 혼인 연령의 연장과 핵가족화로 인한 것이었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결혼한 여성 중 아이를 갖지 않는 경우가 늘어났고 결혼 자체를 하지 않는 여성도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분명한 것은 한국의 출산율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장기적 예상은 무시무시하다. 이대로 가면 한국 인구는 60년이 지나 반으로 줄 것이고 2082년에는 65세 이상 노년 인구가 58%를 차지할 것이라고 한다. 현재 28%인 노년부양비율(old-age dependency ratio, 생산 가능 인구당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155%까지 치솟아 심각한 경제적, 사회적 문제를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 가능 인구가 줄고 노년 인구가 증가하면 사회보장제도를 유지하는 것도 어려워진다. 노동력 부족 현상이 심화하면 국민연금을 비롯해 의료보험, 장기요양보험 등에 들어가는 비용이 두 배로 증가해 2060년에는 국내총생산(GDP)의 17.4%를 차지할 것이다.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고 많은 선진국이 함께 겪는 것이기는 하지만 너무 지나치다.

경제 발전 따라오지 못한 ‘사회적 가치’와 ‘성역할 규범’

학자들은 낮은 출산율의 원인이 급속한 경제 발전을 따라오지 못한 사회적 가치와 성 역할이라고 지적한다. 역사적으로 남성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여성이 가사를 돌보는 것은 어느 지역이나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이 오래된 관념이 아직도 한국 사회 이곳저곳에 남아 여성이 일과 육아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긴 근로 시간과 연공서열에 따른 임금으로 특징지어지는 한국의 경직된 직장 문화도 육아를 위해 쉽사리 일자리를 떠나지 못하게 만드는 원인이다. 많은 여성이 이후에 이어질 경력상의 불이익을 두려워한다.

출산율 하락은 여성만의 이슈가 아니라 전체 사회와 경제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 남성이 생계를 책임지고 여성은 가사를 돌본다는 생각은 이제 현실적이지 않고 효율적이지도 않다. 그럼에도 여성이 직장과 가족 중 하나만을 선택해야 한다면 여성 고용률은 낮아지고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파괴적일 수밖에 없다.

한국의 성별 고용률 차이
주: 한국 통계(좌측), OECD 통계(우측), 연령(X축), 고용률(Y축), 남성(청색), 여성(적색)/출처=CEPR

사회 규범과 직장 문화 포괄적으로 변해야

경제적 원인도 무시할 수 없다. 주거비와 교육비 인상은 한국의 놀라운 교육열과 맞물려 출산과 양육을 꺼리게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한국 학생의 80%가 사교육을 받고 있으며 가구당 가처분 소득의 10% 정도가 사교육에 쓰인다. 아이를 기르는 것 자체가 엄청난 재정적 부담이 되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미취학 아동에 대한 무료 보육 서비스를 비롯해 유급 육아 휴직의 확대, 가족에 대한 재정적 지원 등 다양한 가족 친화적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결과는 시원치 않다. 물론 이로 인해 도움을 받는 가족들이 있지만 출산율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얘기다. 직장 문화와 사회적 기대가 그대로인 상황에서 경제적 인센티브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사실도 시사한다.

또한 해당 정책은 균등하게 작용하지도 않는다. 양육 여건이 더 잘 갖춰진 지역에서는 일터로 돌아가는 여성들이 있다. 하지만 경력 단절로 인한 불이익이 큰 직장 구조에서 더 많은 여성이 양육을 위해 일자리를 떠나는 것을 꺼리고 있다. 정규직에게만 보장되고 계약직 노동자들에게는 전혀 없는 직업 안정성도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많은 인구가 결혼과 출산을 미룬 것도 초기 출산율에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최근에는 결혼이 증가하며 출산율 회복에 대한 기대도 생기고 있다. 여기에 점진적으로나마 줄어들고 있는 근로 시간과 가족 정책의 개선도 일과 가족 사이 갈등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회 규범과 직장 문화의 변화가 포괄적으로 담보되지 않는다면 출산율 회복은 여전히 더디고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원문의 저자는 존 파렐리우센(Jon Pareliussen)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석 이코노미스트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What we can learn from Korea’s demographic meltdown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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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권’에서 ‘미분양 지옥’ 된 평택, 관리지역 지정에도 분위기 반전 쉽지 않아

‘반세권’에서 ‘미분양 지옥’ 된 평택, 관리지역 지정에도 분위기 반전 쉽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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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미분양 1년 새 3,000여 가구 증가
반도체 불황에 지역경제·고용환경 악화
본격 하락장 시작, 외곽부터 줄줄이 사정권

전국 미분양 아파트가 7만 가구를 훌쩍 넘어선 가운데 수도권 외곽에서도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하며 시장 침체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특히 반도체 업황 부진의 직격탄을 맞은 경기 평택은 미분양 관리지역 지정에도 분위기 반전의 신호가 읽히지 않아 시장 참여자들의 우려가 짙어지는 모습이다.

경기 미분양 5,803가구 중 3,641가구 평택에

28일 부동산 리서치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미분양 물량은 7만173가구로 전년 동월(6만2,489가구) 대비 7,684가구 증가했다. 이 기간 경기도의 미분양은 5,803가구에서 1만2,954가구로 7,151가구 늘어 전국에서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전국 17개 시도 지역 중 2,000가구 이상 증가한 곳은 경기도가 유일하다.

경기도 안에서도 평택의 미분양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2023년 말 430가구에 불과했던 평택 미분양 물량은 지난해 말 4,071가구로 3,641가구 폭증했다. 이 밖에도 1,908가구가 증가한 이천을 비롯해 △오산(994가구) △광주(676가구) △광명(356가구) 등 한강 이남 지역들이 평택의 뒤를 이었다.

평택 미분양 급증의 주요 원인으로는 반도체 산업 불황이 꼽힌다. 삼성전자가 평택에 2030년까지 6개 반도체 생산라인을 조성해 대규모 반도체 생산기지를 세울 계획을 밝혔지만, 글로벌 시장 침체를 이유로 일부 공장 건설을 연기했기 때문이다. 또 기존 공장의 일부 가동 중단이 반복되면서 지역경제와 고용환경에 직격탄이 됐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해석은 지난해 말 분양에 나선 건설사들의 처참한 성적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평택 브레인시티 5BL ‘대광로제비앙그랜드센텀’은 1,070가구 모집에 640가구가 신청했으며, 인근에 위치한 ‘푸르지오센터파인’은 832가구 모집에 105건의 신청서가 접수됐다. 또 신영지웰 평택화양은 992가구 모집에 단 21건의 신청이 들어오는 데 그쳤다.

미분양 관리지역 지정에도 수요자 혜택 없어

이에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최근 평택을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신규 지정했다. HUG는 미분양 가구 수가 1,000가구 이상이면서 ‘공동주택 재고 수 대비 미분양 가구 수’가 2% 이상인 시·군·구 중 미분양 관리지역을 지정한다. 지정된 관리지역은 HUG 보증 심사가 강화되는 등 신규 주택 분양이 까다로워진다.

다만 수요자들을 위한 대책은 미비한 실정이다. 현재 미분양 주택을 구입하면 주택 수에서 제외해 주는 등 과세 특례가 적용되지만, 수도권은 특례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미분양 주택을 구입하면 디딤돌 대출 금리를 0.2% 감면하는 혜택에서도 수도권 아파트 수요자들은 대상이 아니다.

이 때문에 주택건설협회는 정부에 준공 후 미분양 주택 취득 시 과세특례 적용 지역을 ‘수도권 제외 지역’에서 ‘서울 제외 지역’까지 확대해 달라고 건의하기도 했다. 정원주 주택건설협회 회장은 “국가 경제에 있어 실물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담당하는 주택 건설업이 대내외 경제여건 악화에 따라 유동성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국민 주거 안정에 기여할 수 있도록 주택업계 건의에 귀 기울여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매수 심리 ‘꽁꽁’, 거센 하방 압력

전문가들은 과세 특례 적용 대상을 확대하더라도 시장 활성화까지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데 전망이 일치했다. 소위 ‘영끌’ 수요가 몰렸던 수도권 외곽지역부터 본격 하락장이 펼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매수세가 약한 외곽지역부터 하락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여기에 대출 규제마저 강화되면서 수요자들이 선뜻 움직이지 않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서울로 범위를 좁혀도 외곽 지역의 가격 하락세는 뚜렷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의하면 노원구 월계동 현대아파트(전용 84㎡)는 지난 1월 6억원에 거래되면서 지난해 9월 거래된 8억1,700만원보다 2억원 이상 하락했다. 인근 상계주공7단지(41㎡)도 지난해 7월 5억1,000만 원에 손바뀜됐지만, 올 1월에는 4억7,500만 원에 거래되면서 실거래가가 3,500만 원 떨어졌다.

현지 공인중개사무소 등도 대출 규제가 시행된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거래가 눈에 띄게 줄었다는 반응을 내놨다. 노원구 상계동 일대에서 활동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가격을 크게 낮춘 급매 외에는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최근 집값 하락세에도 매수자들이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여기에 탄핵 정국 등 정치적 불확실성과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적용 등 대출 규제 추가 강화로 하락세가 가팔라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대출 의존도가 높은 외곽 지역일수록 규제에 따른 영향도 크게 나타난다”며 “서울에서는 강남권을 중심으로 조금씩 거래가 이뤄지고 있지만, 이 온기가 외곽지역까지 닿기엔 역부족인 모양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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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디자인 수장 영입한 삼성전자, ‘아재’ 이미지 벗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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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급 CDO에 첫 외국인 영입
내달 행사에서 중장기 전략 발표 전망
핵심 소비층 변화, 디자인 중요도↑
마우로 포르치니 전 펩시코 최고디자인책임자/사진=마우로 포르치니 링크드인

삼성전자가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산업 디자이너 마우로 포르치니(Mauro Porcini)를 디자인 총괄 사장에 임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1969년 창립 이래 외국인 디자이너를 주요 임원으로 임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디자인 혁신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감성’ 디자인 전문가 영입

29일 IT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펩시코 최고디자인책임자(Chief Design Officer, CDO) 출신의 포르치니를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사장급 CDO로 영입했다. 3M과 펩시코 등을 거친 포르치니는 브랜드와 제품을 유기적으로 통합 디자인하는 프로젝트를 주도해 왔으며, 2012년에는 포춘지가 선정한 ‘40세 이하 리더 40인’에 디자이너 가운데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인물이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이번 포르치니 영입을 계기로 본격 ‘디자인 경영’에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4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디자인위크 2024’에 참석해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새롭게 정립한 디자인 철학 ‘본질과 혁신, 조화’를 공개한 바 있다. 제품 본연의 기능과 쓰임에 집중하는 ‘본질’, 고객의 삶에 의미 있는 변화를 줄 수 있는 ‘혁신’, 제품과 서비스는 물론 사회적인 부분까지 아우르는 ‘조화’의 디자인을 구현하겠다는 포부다.

삼성전자가 이 같은 디자인 철학을 제시한 밀라노는 2005년 4월 고(故) 이건희 선대 회장의 ‘디자인 선언’이 있던 곳이다. 당시 이 선대 회장은 밀라노 디자인위크를 찾아 “애니콜은 일류지만, 삼성의 (평균적인) 디자인 경쟁력은 1.5류(流)”라고 자평하며 삼성전자의 디자인 실력이 아직 미흡하다고 언급했다.

당시 밀라노 현지에서 주요 계열사 사장단을 소집해 디자인 전략회의를 연 이 선대 회장은 “제품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순간은 평균 0.6초인데 이 짧은 순간에 고객의 발길을 붙잡지 못하면 승리할 수 없다”며 “삼성의 차세대 핵심 전략은 바로 디자인”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전 계열사의 디자인 역량을 세계적인 명품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지시했다.

새로운 디자인 수장의 임무는 중장기 전략 구상이다. 포르치니는 가장 먼저 삼성전자 디자인의 현재 수준을 냉정하게 진단하고,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할 전망이다. 그는 지금까지 활동하며 줄곧 ‘감성’을 강조해 왔다. 디자인은 단순히 물건을 아름답게 만드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사람과 브랜드, 기술을 연결하는 감성적 언어라는 게 포르치니의 철학이다. 업계는 당장 내달 예정된 밀라노 디자인위크에서 삼성전자가 차세대 디자인 로드맵과 글로벌 브랜드 전략을 공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제 디자인 공모전 ‘IDEA 2024’에서 금상을 받은 삼성전자 가전 소모품 선행 콘셉트 디자인/사진=삼성전자 뉴스룸

“기술·디자인으로 경쟁 업체 압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또한 선대 회장 별세 후 줄곧 디자인 경영을 강조해 왔다. 일례로 그는 2020년 11월 서울 우면동 서울 연구개발(R&D) 캠퍼스에서 디자인 전략회의를 열고 “다시 한번 혁명을 위해 디자인에 혼을 담아내자”고 힘줘 말했다. 당시 회의에는 주요 사업 부문 핵심 경영진이 모두 자리해 있었다.

이 같은 이 회장의 발언을 두고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초격차 전략의 확대’라는 시각이 주를 이뤘다. 기술뿐 아니라 디자인에서도 경쟁 업체를 압도하는 수준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통합 디자인 역량이 중요해졌다는 게 이 회장의 판단”이라고 풀이했다.

업계에선 이 회장이 디자인을 강조한 배경을 ‘좋은 디자인’의 개념이 빠르게 바뀌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기술의 발달로 여러 기기가 하나로 연결되고, 제품과 서비스의 융·복합화 속도도 빠른 만큼 디자인의 편의성과 통일성이 중요해졌다는 진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은 이미 많은 소비자가 외관보다 사용자 환경(UI) 디자인을 보고 제품을 고른다”고 설명했다.

지역 특화 혁신 디자인에 과감한 투자

이 선대 회장이 주창한 ‘사용자에서 출발해 내일을 담아내는 디자인’ 철학도 여러 차례 수정을 거쳤다. 삼성전자는 2019년 ‘대담하라. 영혼과 교감하라(Be Bold. Resonate with Soul)’라는 문구를 새로운 디자인 철학으로 내걸었다. 개인적 감성을 중시하는 2·30대 청년층이 핵심 구매층으로 부상한 만큼 혁신적인 기술만으로는 이들을 충분히 만족시키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혁신 기술은 삼성전자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지만, 이제는 단순히 높은 기술력만으로 젊은 세대에 어필하기 어렵다”면서 “기존의 정중하고 차가운 아저씨 느낌의 첨단, 또는 기술기업 이미지보다는 20대 초반 여성의 감성적 이미지를 표현해 설득력을 높여가는 기업이 되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주요 지역에 디자인 거점을 확대한 것도 이와 같은 취지다. 삼성전자는 서울에 위치한 삼성디자인경영센터를 중심으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영국 런던, 중국 베이징, 일본 도쿄 등 전 세계 7곳에 디자인 거점을 두고 각 지역에 특화된 혁신 디자인을 개발 중이다. 사물인터넷(IoT)과 AI 등 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선행 디자인 기획, 사업부 간 시너지 제고 등이 모두 이들 연구소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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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무역 의존도 높은 한국에 관세는 '직격탄', 韓 성장률 줄하향

무역 의존도 높은 한국에 관세는 '직격탄', 韓 성장률 줄하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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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 한국 경제 성장률 큰 폭 하향 조정
트럼프 대통령 관세 압박에 불확실성 커져
韓 성장률 4분기 연속 바닥, 외환위기 때도 없던 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자동차 관세 부과 계획이 발표되고 상호관세 부과 예정일도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올해와 내년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 기대치가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특히 수출 의존도가 높은 자동차 산업이 직격탄을 맞을 경우 무역수지 악화는 물론 환율 불안까지 야기해 거시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S&P, 韓 성장률 2.0→1.2% 대폭 하향

2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P글로벌의 아시아·태평양 수석 이코노미스트 루이스 쿠이스는 비공식 보고서를 통해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을 2.0%에서 1.2%로 0.8%포인트 낮춰 잡았다. 이번 전망치 하향 조정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에서 가장 큰 폭이며, 뉴질랜드와 함께 예외적인 사례로 꼽혔다. S&P 글로벌은 한국과 뉴질랜드만 성장률 전망치를 크게 하향(2.2%→1.5%) 조정하고,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대해서는 성장률 전망치를 소폭 조정하는데 그쳤다.

중국의 경우 미국 관세 인상에도 불구하고 2024년 말 경제 성과가 예상보다 양호했고, 중국 정부의 강력한 재정 부양책과 경제 성장 목표 상향 조정 덕분에 2025년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전망치를 4.1%로 그대로 유지했다. 중국 정부는 올해 GDP 성장 목표를 5%로 설정하고 정부 적자 및 특별채권 발행을 늘려 경제 부양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 경제도 2024년 4분기에 예상보다 견고한 성장을 기록했으며, 근원 소비자 인플레이션도 2025년 초 2.6% 수준으로 상승했다. 또한 일본의 주요 기업들이 임금 협상에서 평균 5.4%의 임금 인상을 합의하면서 소비 기반의 확대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 같은 일본 경제의 양호한 경제 흐름으로 인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한국(1.2%)과 같아졌다.

아시아·태평양 다른 국가들도 외부 충격에도 국내 수요가 견조하게 유지되면서 GDP 전망 하향 조정 폭이 크지 않았다. 특히 인도는 내수 시장의 강력한 수요를 바탕으로 올해 6.5% 성장이 예상된다.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등 일부 국가들은 미국의 특정 품목 관세로 인해 GDP 성장률이 다소 위축될 것으로 보이지만,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것이 S&P 글로벌의 분석이다.

트럼프 관세發 수출 감소로 무역수지 악화 불가피

S&P가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크게 하향한 이유는 2024년 말 예상보다 부진했던 경기 흐름 때문이다. 제조업 부진과 수출 위축으로 인해 경기 회복 동력이 약화됐다는 분석이다. S&P는 이와 함께 미국의 관세 인상 정책이 자동차 산업 중심으로 한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등 주요 품목에도 관세 부과를 추진하고 있어 자동차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에 직접적 충격을 줄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관세 시행 이후 우리나라 전체 자동차 수출 규모는 줄어들 전망이다. 산업연구원은 25% 관세가 붙으면 우리나라의 자동차 수출이 20%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를 지난해 수출 규모에 대입해 단순 계산해 보면 10조원의 수출이 사라지는 셈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무역수지 흑자가 518억 달러(약 76조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실감할 수 있다.

무엇보다 자동차 산업은 전후방 연관 효과가 크고 고용 창출 효과도 상당한 업종이다. 이 때문에 관세 부과에 따른 대미 자동차 수출 감소는 단순히 자동차 산업에만 국한되지 않고 부품·철강·화학·물류 등 산업 전반으로 충격이 확산될 수밖에 없다. 완성차 수출이 감소하면 협력 업체들의 생산 차질로 이어지며 제조업 가치사슬 전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행정명령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공격한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부과하는 자동차 관세를 계기로 한미 FTA의 특례 관세 혜택을 무력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세전쟁 최악이면 내년 성장률 1.4%까지 하락할 수도

한국은행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 등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인해 한국 경제가 더 추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한은은 지난달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를 1.5%로 지난해 11월 말(1.9%) 대비 0.4%포인트 내렸다. 앞서 한은은 지난 1월 블로그를 통해 올해 성장률을 1.6∼1.7% 사이로 전망한 바 있는데, 한 달 새 전망치를 또 내려 잡은 것이다. 이는 기획재정부(1.8%), 한국개발연구원(1.6%) 등 다른 정부 기관 전망치도 밑도는 수준이다. 한은은 최근까지 열린 네 번의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금리를 세 차례 낮춘 상태로, 그만큼 국내 경제 상황을 위중하게 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이 제시한 기본 시나리오는 중국에 현 수준의 관세를 유지하고, 다른 무역적자국에는 그보다 낮은 수준의 관세를 금년 중 부과하나, 협상 진전으로 2026년에는 점진적으로 인하하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비관적 시나리오다. 미국이 올해 말까지 중국을 포함한 주요 무역적자국에 관세를 점차 높여 부과한 뒤 2026년 중에도 이를 유지하고, 이에 주요국이 미국에 고강도 보복 관세로 대응하고 미국도 재차 보복하는 경우다. 한은은 이때 한국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0.1%p와 0.4%p 낮아져 모두 1.4%로 내려앉을 수 있다고 봤다. 기업 투자 심리 냉각에 내수도 상당한 압박을 받게 될 전망이다. 한은은 "세계 교역이 급격히 위축되고 무역 불확실성이 증폭돼 국내 수출과 투자가 크게 둔화할 것"이라며 "연중 높아진 관세 영향은 내년 더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군다나 한국은 트럼프발 관세 쇼크가 상륙하기도 전에 이미 경제 체력이 쇠약해진 상태다. 한은의 최근 경제전망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질 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0.2%에 머물 전망이다. 이는 지난 11월 전망 때보다 0.3%포인트나 낮아진 것으로, 민간소비 부진이 결정타로 작용했다. 수출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올해 2월까지 누적 수출액은 1,017억 달러(약 149조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 감소했다. 여기엔 주력인 반도체 부진이 컸다. 2월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3% 감소하며 16개월 만에 증가세가 꺾였고, 15대 수출 주력 품목 중 11개 품목에서 수출액이 쪼그라들었다.

연간으로 봐도 저성장 흐름이 뚜렷하다. 한국의 2023년 경제성장률은 1.4%, 지난해엔 2%에 턱걸이했다. 한은이 전망한 올해 성장률이 1.5%인 만큼 1%대 저성장 흐름이 4년째 이어지는 셈이다. 이는 한국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지난해 성장률은 -0.2%(2분기)→0.1%(3분기)→0.1%(4분기)였다.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때는 세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다 바로 2%대로 반등했고,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2020년에도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냈지만 이후 빠르게 회복했다. 매 분기 0%대 초반의 성장을 이어가던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처럼 한국도 장기 저성장 초입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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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센터 확장 속도 조절 돌입한 MS, ‘전력 확보·더딘 수요 증가’에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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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센터 2곳 임차 계약 파기
AI 전력 소모량 예측 어려워
韓 분산법 시행 효과 지지부진
마이크로소프트의 해저 데이터센터 구축 프로젝트 '네이틱(Natick)'/사진=마이크로소프트

세계 2위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가 미국과 유럽에서 대형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중단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전력 확보에 대한 부담과 수요 예측 변화 등이 프로젝트 중단의 주요 원인으로 거론된다. 이는 전 세계 클라우드 업계가 공통으로 직면한 과제지만, 유독 한국에서는 또 다른 변수로 데이터센터 건립이 좌초되는 사례가 많아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MS 데이터센터 확장 중단 가능성↑

27일(이하 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투자은행(IB) TD코헨을 인용해 MS가 미국과 유럽에서 약 2기가와트(GW) 용량 규모로 추진하던 신규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MS가 최소 두 곳의 민간 운영업체와 체결했던 데이터센터 임차 계약을 취소했으며, 이는 지난달 취소한 임차 계약과는 별개라는 게 TD코헨의 전언이다.

앞서 TD코헨은 지난 2월 보고서를 통해 MS가 미국에서 최소 2곳의 사설 데이터센터 운영자와 임차 계약을 취소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당시 MS 대변인은 “일부 지역에서 인프라 전략을 조정하거나 속도를 조절할 수는 있으나, 모든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강력한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번 임차 계약 취소로 MS의 데이터센터 확장 중단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전력 문제가 MS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데이터센터를 가동하기 위한 전력 확보에 난항을 겪으면서 프로젝트의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했을 것이란 진단이다. 모건스탠리의 최근 보고서에 의하면 오는 2028년까지 전 세계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추가 전력은 57GW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대규모 발전소 70개를 가동해야 얻을 수 있는 에너지다.

최근 각국 정부가 데이터센터 관련 규제 도입에 나서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전력 소모가 전체 전력망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지난해 말 기준 82곳의 데이터센터가 운영 중인 아일랜드는 지난해 11월과 12월 일시적으로 전력 공급을 중단하는 긴급 프로그램을 도입했으며, 최근에는 신규 데이터센터 심사 기준을 높였다. 이에 따라 엣지코넥스(EdgeConneX), 에퀴닉스(Equinix) 등 일부 기업의 신규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잠정 중단됐다.

AI 수요 부족에 가동 여부 불확실

과잉 공급 또한 업계의 셈법을 복잡하게 만드는 요소다.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Deep Seek)의 사례처럼 저비용·고성능 AI가 속속 등장함에 따라 현재 건립 중인 데이터센터 가운데 상당수는 수요처를 찾지 못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딥시크는 생성형 AI ‘R1’을 선보이며 “일부 일상적인 AI 쿼리는 데이터센터가 필요하지 않고, 스마트폰으로도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학계에선 합리적인 전력 수급 계획을 위해 기업들이 AI 학습과 사용에 쓰이는 전력 소모량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이달 초 발간한 보고서에서 “AI의 전력 수요량이 확실하지 않으면, 데이터센터가 필요 이상으로 증설되거나 전력 수요 예측 실패로 지역 주민들이 불편을 겪을 것”이라며 “AI 개발·운영사의 적극적인 협조가 절실하다”고 짚었다.

AI 개발·운영사의 협조 없이 해당 AI의 전력 수요량을 예측하는 것은 매우 까다롭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견해다. 기업들은 데이터센터 냉각 등에 사용되는 에너지를 추정하기 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데다, 데이터센터는 AI와 관계없는 작업도 수행하기 때문에 AI가 사용하는 에너지만을 분리해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향후 AI 기술의 발전 속도와 방향이 불확실하다는 점도 변수로 거론된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구축 열풍은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AI를 활용할 것이라는 가정에 기반한다. 그러나 그 증가 폭과 속도는 가늠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우후죽순 생겨난 데이터센터가 머지않은 미래에는 AI 수요 부족으로 가동하지 못할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의미다.

근거 없는 낭설에 인프라 구축 더딘 한국

다만 한국의 경우 상황이 사뭇 다르다. 지역 주민들의 반기로 데이터센터 구축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서비스 업체 세빌스코리아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수도권에서 데이터센터 용도로 인허가를 받은 33곳 중 17곳이 사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거나 지연됐다. 인허가를 받은 사업 중 35%는 1년 이상 착공하지 못했고, 공사를 진행 중인 사업들도 약 30%가 인허가 후 착공까지 1년 이상이 걸렸다.

이 같은 사업 속도는 과거 4년간 개발된 데이터센터들이 인허가 이후 평균 4~5개월 내 공사에 착수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느린 속도다. 많은 주민이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전자파, 소음, 백연 현상 등으로 건강이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데이터센터 건립 반대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우려는 각종 연구 결과에서 낭설로 드러났다. 미래전파공학연구소가 실시한 전자파 인체 노출량에 대한 측정 평가에서는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16개 지점에서 전자파 강도가 가장 높은 특정 지점의 반경 2m 내 전력 설비 전자파 노출량은 최대 14밀리가우스(mG)로 조사됐다. 이는 정부가 인체 보호 기준으로 삼는 국제비이온화방호선위원회(ICNIRP) 기준인 883mG의 1.5%에 불과한 수준이자, 전기밥솥보다 낮은 전자파 노출량이다.

정부가 지난해 6월 ‘분산에너지활성화특별법(분산법)’을 시행, 데이터센터 쏠림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해외의 경우 데이터센터 건립에 인근 주민들이 전력 및 냉각수 과다 사용 등 불만을 주로 표출하는데, 국내에서는 유독 전자파 관련 우려가 많다”며 “아무리 업체 측에서 해명을 해도 여론이 바뀌지 않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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