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독일車 위기론 현실화” 폭스바겐, 간부급 임금 삭감 및 직원 30% 구조조정 결정

“독일車 위기론 현실화” 폭스바겐, 간부급 임금 삭감 및 직원 30% 구조조정 결정
Picture

Member for

2 months 1 week
Real name
김민주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지금 정보의 바다에 살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이 표류하지 않도록, 정확한 정보만 골라 빠르게 전달하겠습니다.

수정

독일 국민차 폭스바겐의 침몰
간부급 이상 임금 2년간 10% 삭감키로
공장 폐쇄 대신 3.5만 명 인력 감축도
폭스바겐 본사/사진=폭스바겐

비용 절감을 위해 ‘본국 공장 폐쇄’ 카드를 꺼냈다가 노조 파업에 부딪힌 독일 자동차 업체 폭스바겐그룹이 노사 협의에 극적으로 성공했다. 노사는 독일 공장을 폐쇄하지 않는 대신 간부급 사원의 임원을 삭감하고 인력의 30%를 줄여나가는 등 고강도 긴축에 돌입하기로 했다.

'본국 공장 폐쇄' 반발에 철회

23일(현지시간) 독일 일간지 쥐트도이체 차이퉁(SZ)은 “폭스바겐이 경영진 및 관리자급 직원의 급여와 보너스를 내년과 내후년에 걸쳐 10% 삭감하는 내용의 구조조정 계획을 확정했다”고 전했다. 일률적인 인건비 삭감 대상에 포함되는 간부급 이상은 4,000명에 달한다. 폭스바겐은 오는 2027년부터는 3년에 걸쳐 삭감 폭을 8%, 6%, 5%로 낮추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독일 내 공장 폐쇄 등 경영난을 극복하기 위한 경영진의 역대급 구조조정 방안에 노조가 파업으로 맞선 데 따른 조처다. 유로존 맹주인 독일의 경제계에서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폭스바겐은 경영 위기가 최고조에 달하자 독일 공장 10곳 중 최소 3곳 폐쇄, 강제 해고와 임금 10% 삭감 등의 방안을 제시하는가 하면, 1994년부터 유지해 온 고용안정협약도 종료한다고 밝혀 근로자들로부터 큰 반발을 샀다.

이후 사측은 지난 9월부터 노조와 협상을 진행해 왔지만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협상이 여러 차례 중단됐고 결국 노조는 경고성 파업을 벌였다. 지난 2주 동안 폭스바겐 87년 역사상 최대 규모인 약 10만 명의 근로자가 참여했다. 노조는 새해부터 모든 공장에서 24시간 파업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獨 인력 2030년까지 줄이기로

갈등이 고조되자 양측은 간부급 직원의 임금 삭감과 더불어 강제 정리해고 대신 퇴직 프로그램과 노령 근로시간 단축 등 '사회적으로 허용되는' 수단을 통해 인력을 감축하는 데 합의했다. 이에 따라 폭스바겐은 2030년까지 독일 내 일자리 3만5,000개를 줄이는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독일 직원 12만 명의 약 30%에 달하는 규모다.

당초 셧다운 예정이었던 소규모 공장들은 자율주행센터로 전환하거나 매각할 계획이다. 대신 이들 공장에서는 늦어도 2027년까지 자동차 생산을 중단한다. 폭스바겐은 독일 내 생산능력이 연간 73만4,000대 줄어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한 사측은 노조 제안을 받아들여 임금을 5% 올리되 인상분을 회사 기금으로 적립해 비용 절감에 쓰기로 했다. 신입 사원 채용 규모를 줄이고 일부 직원 보너스도 삭감한다. 구체적으로 노사는 연간 1,290유로(약 196만원)의 휴가 수당을 줄이고 일부 상여금 항목도 없애기로 합의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폭스바겐 인건비는 경쟁사보다 높다. 지난해 기준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은 15.4%로 포르쉐(12.7%), 벤츠(10.9%), 스텔란티스(10.1%), BMW(9.5%) 등과 비교해 비중이 컸다. 폭스바겐은 이번 합의로 인건비 15억 유로를 포함해 연간 150억 유로(약 22조6,700억원) 이상을 아낄 수 있을 전망이다. 현재 폭스바겐은 급락한 영업이익률을 끌어올리려면 2026년까지 170억 유로를 절감해야 하는 상황이다.

노조 지도부는 이번 합의가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니엘라 카발로 폭스바겐 노조위원장은 “그 어떠한 공장도 폐쇄되지 않을 것이며 운영상의 이유로 해고되는 사람도 없을 것이고 장기적으로 임금 계약이 보장될 것”이라며 “이 세 가지 합의로 우리는 가장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도 견고한 해결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사진=폭스바겐

독일 자동차 업체들, 장기적 판매 부진에 시름

그간 폭스바겐은 역내 수요 부진, 전기차 전환 차질과 중국 자동차 업체와의 경쟁 심화로 고전해 왔다. 특히 유럽 자동차 시장 판매량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대비 약 20% 급감해 과잉 생산량만 50만 대에 달했다. 이는 공장 두 곳의 생산량에 해당된다.

독일 자동차 업체들은 팬데믹 기간에 부품 등의 비용이 상승하자 제품 가격을 인상했는데 경기침체와 맞물리면서 판매량이 크게 감소했다. 시장조사업체 자토다이내믹스에 따르면 독일의 자동차 평균 가격은 5만9,000달러(약 8,570만원)로 평균 연봉보다 높은 수준이다. 결국 독일 완성차 업체의 판매량 급감은 전동화 시대 진입 이후 전통 프리미엄 브랜드의 매력이 감소하면서 소비자들이 굳이 이들 브랜드를 비싸게 구매할 이유를 찾지 못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에 폭스바겐뿐만 아니라 유럽 내 2위 자동차 생산업체인 스텔란티스도 재고 관리를 위해 이탈리아 공장에서 생산을 여러 차례 중단했다. 이를 두고 이탈리아 정부 및 노조와 갈등을 벌이기도 했다. 제프리스에 따르면 올해 이탈리아 내 스텔란티스의 평균 공장 가동률은 64%에 그칠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업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폭스바겐의 경우 폐쇄 예정인 벨기에의 아우디 공장을 제외하면 가동률이 84%에 달하지만 독일 내 가동률은 더 낮다. 대규모의 감원을 발표한 포드와 닛산의 공장 가동률도 낮은 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폭스바겐의 타협안은 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두고 근로자들에게 안도감을 줬지만 장기적인 판매 부진으로 많은 유럽 자동차 공장의 가동률이 낮아진 근본적인 문제는 일부만 해결됐고 완화될 기미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1 week
Real name
김민주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지금 정보의 바다에 살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이 표류하지 않도록, 정확한 정보만 골라 빠르게 전달하겠습니다.

美 LNG 수출 제한 해제 계획 수립한 트럼프, 변수는 바이든?

美 LNG 수출 제한 해제 계획 수립한 트럼프, 변수는 바이든?
Picture

Member for

2 months 2 weeks
Real name
전수빈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독자 여러분과 '정보의 홍수'를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는 뗏목이 되고 싶습니다. 여행 중 길을 잃지 않도록 정확하고 친절하게 안내하겠습니다.

수정

트럼프 당선인, 적극적으로 LNG 수출 확대 추진
바이든 정부 "LNG 수출 확대 시 미국에 오히려 악영향"
수출 제한 해제 현실화하면 국내 기업엔 호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신규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제한 조치를 해제하겠다고 공언했다. 미국의 핵심 LNG 수출처인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LNG 수입을 확대하는 가운데, 적극적으로 LNG 공급을 늘리고 EU 측에 수입 확대를 주문해 시장 주도권을 공고히 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이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LNG 수출 확대를 비판하는 보고서를 내놓으며 트럼프 당선인의 행보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LNG 더 팔자" 트럼프의 구상

22일(현지시간) CNN방송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당선인이 내년 1월 취임 직후 바이든 행정부가 올해 1월 결정한 LNG 수출 제한 조치를 해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하루 평균 3억2,800만㎥ 규모의 LNG를 수출해 온 세계 최대 LNG 수출국 중 하나지만, 지난 1월 미국 에너지부가 신규 LNG 프로젝트에 대한 승인 보류를 결정하고 승인 기준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이후 신규 수출을 중단한 상태다.

트럼프 당선인의 이 같은 결정에는 미국의 주요 LNG 수출처인 EU의 러시아산 LNG 수입 확대가 영향을 미쳤다. 해운·에너지 데이터 기업 케이플러의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중순까지 EU 각국이 수입한 러시아산 LNG는 1,650만 톤(t)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수입량(1,518만 톤)보다 8.7% 많은 수준이자, 종전 최대치인 2022년 1,521만 톤을 훌쩍 웃도는 수치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한 불만을 직접적으로 드러낸 상태다. 그는 지난 20일(현지시간) 자신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엄청난 (미국의 대EU 무역) 적자를 보상해 주기 위해 (EU가) 우리의 석유와 가스를 대규모로 구매해 줘야 한다고 EU에 얘기했다"며 그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면, 끝장을 볼 때까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같은 날 올로프 질 EU 집행위원회 무역 담당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이미 차기 미 행정부와 에너지 문제를 포함해 건설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며 트럼프 2기 행정부와 에너지 부문을 포함해 협력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바이든, 보고서로 트럼프 행보에 '제동'

다만 트럼프 당선인의 계획이 순항할 수 있을지는 불명확하다. 바이든 정부가 최근 ‘미국 LNG 수출 에너지·경제·환경 평가’ 보고서를 발표하는 등 신규 LNG 수출 승인을 차단하기 위한 총력전에 나섰기 때문이다. 해당 보고서는 현재의 미국 LNG 수출만으로도 향후 수십 년간 전 세계 수요를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으며, 수출이 증가할 경우 오히려 미국 내 LNG 도매가격이 30% 이상 뛸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LNG 수출 확대가 미국의 에너지 안보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미국의 LNG 주요 수출국인 EU는 재생에너지 중심 에너지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차후 EU의 LNG 수입이 점진적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향후 세계 최대 LNG 수입국으로 떠오른 중국이 EU의 자리를 대체할 것이라고 봤다.

이는 정부 부처의 공식 보고서인 만큼, 트럼프 차기 행정부 역시 LNG 수출 승인과 관련해 이번 보고서를 검토해야만 한다. 이에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이 마지막 순간에 트럼프의 천연가스 계획에 장애물을 던졌다”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이후 바이든 정부의 보고서를 폐기하고, 석유와 천연가스 채굴 확대 필요성을 강조하는 새로운 정책 보고서를 낼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韓 산업계 영향은?

시장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이 바이든 정부의 제지를 뚫고 LNG 수출 제한 조치를 해제할 경우, 국내 에너지 기업들에 수혜가 돌아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차후 미국의 LNG 생산·수출이 유례없는 호황기를 맞이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같은 시장 성장 가능성에 주목한 일부 기업은 선제적으로 현지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일례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미국 현지에서 LNG터미널 사업을 벌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LNG 사업은 가스전 등에서 가스를 생산하는 사업, 생산한 가스를 터미널에 저장한 뒤 운송하는 사업, 항만 등에서 가스를 액화해 부피를 줄인 뒤 선박으로 수출하는 사업 등 세 단계로 나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이 중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고 투자 비용도 적은 터미널 사업에 우선 진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미국 LNG 시장이 성장하면 국내 조선업계에도 훈풍이 불어들 가능성이 높다. LNG 수출이 늘어나면 운송에 필요한 선박 수요도 자연스럽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주축인 컨테이너선 시장과 달리 고부가가치 선박인 LNG선 시장은 국내 조선사가 80%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업계에선 현시점 진행 중이거나 이미 계획돼 있는 LNG 프로젝트 규모를 고려하면 향후 2~3년간 100척 이상의 신규 LNG 선박 수요가 생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국내 조선업체들도 속속 선제 대응에 착수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미국 텍사스에 LNG 터미널을 보유한 에너지 회사 넥스트디케이드의 지분 15%를 확보하는 등 미국 시장 진출 채비를 마쳤다. 미국 LNG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넥스트디케이드를 통해 확보한 정보 및 네트워크를 LNG선 수주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HD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LNG선 성능 개선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는 등 미국발(發) LNG선 수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2 weeks
Real name
전수빈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독자 여러분과 '정보의 홍수'를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는 뗏목이 되고 싶습니다. 여행 중 길을 잃지 않도록 정확하고 친절하게 안내하겠습니다.

"두산공작기계, 中과 매각 협의 없었다" MBK파트너스, 최윤범 측 주장 반박

"두산공작기계, 中과 매각 협의 없었다" MBK파트너스, 최윤범 측 주장 반박
Picture

Member for

2 months
Real name
김서지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매일같이 달라지는 세상과 발을 맞춰 걸어가고 있습니다. 익숙함보다는 새로움에, 관성보다는 호기심에 마음을 쏟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수정

MBK, 두산공작기계 中 매각설 정면 반박
적대적 M&A로 인한 여론 악화 고려한 해명인가
"MBK가 고려아연 쥐면 공급망 흔들려" 시장 여론 비우호적

MBK파트너스가 과거 두산공작기계(현 DN솔루션즈)를 중국에 매각하려 했다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 주장을 반박하고 나섰다. 중국의 기계 업체들이 인수에 관심을 보였던 것은 사실이나, 실제 두산공작기계를 인수한 것은 국내 우량 기업이라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MBK가 여론 악화로 인한 국내 연기금·공제회 등의 이탈 가능성을 우려해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MBK, 두산공작기계 매각 논란 해명

23일 MBK는 입장문을 통해 최 회장 측이 제기한 두산공작기계 중국 매각설에 대해 정면 반박했다. 앞서 MBK는 지난 2016년 두산그룹 구조조정 당시 두산인프라코어의 공작기계 사업 부문을 인수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최 회장 측에서는 MBK가 중국 기업을 두산공작기계의 1순위 매각 대상으로 선정하고 협상을 벌였다는 주장을 내놨다. 관련 협상이 원활하게 진행됐지만 두산공작기계가 국가핵심기술인 ‘고정밀 5축 머시닝 센터의 설계·제조 기술’ 등을 보유하고 있어 매각이 무산됐다는 것이다.

이에 MBK는 입장문을 통해 “두산공작기계의 글로벌 경쟁력이 크게 증대됨에 따라 매각을 타진해 보려고 했던 2019년부터 당시 매각 주관사였던 BoA메릴린치(현 BofA)에 전 세계 기업들의 문의가 잇따랐다”며 “(그때) 중국의 기계 업체들도 매각 주관사에 관심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의 사전 협의를 통해 중국 기업과는 구체적인 매각 협의를 진행하지 않았으며, 최종적으로는 경상남도 소재 우량 기업인 DN오토모티브에 성공적으로 매각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MBK서 등 돌리는 국내 출자자들

MBK가 최 회장 측이 제기한 논란에 대해 즉각적인 해명을 내놓은 가운데, 시장에서는 MBK가 적대적 M&A 행보로 인해 악화한 국내 시장의 여론을 우려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적대적 M&A는 기업 소유 지분의 인수·합병 중 기존 대주주의 협의 없이 이뤄지는 기업 지배권 탈취로, 매수자와 피매수기업 간의 합의하에 성사되는 우호적 M&A와는 달리 피매수측의 의사에 반해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적대적 M&A에 집중하는 MBK의 행보가 이례적이라는 평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동안 국내 사모펀드(PEF)들은 우호적 M&A를 기반으로 대기업 집단의 자본 파트너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 IB 업계 관계자는 "국내 PE는 주로 연기금, 공제회 등 국내 기관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만큼 국민 여론이 악화되는 적대적 M&A에 나서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한 적대적 M&A에 반감을 가진 국내 연기금, 공제회는 최근 MBK로부터 속속 등을 돌리고 있다. 과학기술공제회는 지난 10월 PE 대형 부문 위탁운용사에서 숏리스트(적격후보)에 포함됐던 MBK를 제외했다. 같은 달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도 국정감사에 출석해 “국민연금 자금이 우호적인 M&A를 통한 기업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아니라 적대적 M&A를 통한 경영권 쟁탈에 쓰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발언, MBK 측에 압박을 가했다. 만약 국내 연기금과 공제회가 지속적으로 MBK에서 이탈할 경우, MBK의 해외 연기금·금융기관 의존도가 확대돼 국부 유출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이에 더해 국내 대기업과 MBK 간 우호적 M&A가 급감할 위험도 있다. MBK가 시장 여론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MBK가 기간산업 유출한다" 우려도

장기화하고 있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사태와 관련한 여론 역시 MBK에 우호적이지 않다. MBK가 고려아연을 인수할 경우 국가 기간산업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관련 업계에서는 고려아연이 보유한 비철 제련 핵심 기술은 국가적 차원에서 보호해야 할 전략 자산이며, MBK가 고려아연을 인수하면 해당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며 기간산업 경쟁력을 약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MBK는 "고려아연의 해외 기술 유출은 없다"고 밝혔으나, 분리 매각이나 쪼개 팔기, 자회사 및 계열사 매각 등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MBK가 고려아연 경영권을 확보할 시 사실상 국내 아연 공급망이 '독점 체제'가 된다는 점도 시장의 우려를 사고 있다. 경영권을 넘겨받은 MBK가 수익성 확보를 위해 갑작스레 생산 물량을 줄이거나 가격을 인상하더라도 견제할 수단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향후 MBK가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시도할 때 국외 자본이 경영권을 인수한다면 국내 아연 공급망 자체가 흔들릴 위험도 있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Real name
김서지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매일같이 달라지는 세상과 발을 맞춰 걸어가고 있습니다. 익숙함보다는 새로움에, 관성보다는 호기심에 마음을 쏟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5G 특허권 침해했다" 모토로라, 美 판매 금지 위기

"5G 특허권 침해했다" 모토로라, 美 판매 금지 위기
Picture

Member for

2 months 2 weeks
Real name
전수빈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독자 여러분과 '정보의 홍수'를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는 뗏목이 되고 싶습니다. 여행 중 길을 잃지 않도록 정확하고 친절하게 안내하겠습니다.

수정

ICT "모토로라, 소니에릭슨 5G 기술 특허권 침해"
현재 中 레노버 소유, 美·中 패권 갈등이 판정에 영향 미쳤나
美 시장 점유율 점차 확대 중, 韓에서는 '점유율 0%' 굴욕
모토로라 엣지50 울트라/사진=모토로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휴대폰 제조업체 모토로라의 특허 기술 침해 사실을 인정했다. 내년 4월까지 소니에릭슨 측과 합의를 도출하지 못할 경우, 모토로라는 ICT 제재에 따라 미국 역내에서 일부 제품을 판매할 수 없게 된다. 이런 가운데 시장은 모토로라가 중국 레노버 산하 기업이라는 점을 고려, 이번 ICT의 판정이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산물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모토로라, 美 판매 중단되나

23일(이하 현지시각) IT 매체 톰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ITC는 일본 소니와 스웨덴 에릭슨이 합작한 스마트폰 제조업체 '소니에릭슨'이 모토로라를 상대로 제소한 ‘5G 기술 특허권 침해’ 사건에 대한 심사를 진행, 모토로라의 일부 제품이 소니에릭슨이 보유한 5G 기술 특허권을 침해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톰스가이드는 ITC의 판정 결과로 인해 플래그십 모델인 모토 엣지 시리즈, 보급형 모델인 모토 G 시리즈 등 모토로라의 주요 스마트폰 모델이 미국에서 판매 금지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했다. 통상적으로 ITC가 특허 침해 판정을 내리면 해당 제조 업체에는 수개월의 유예 기간이 부여되며, 유예 기간 동안 분쟁 업체 간 합의가 도출되지 않으면 판매 금지 조치가 현실화하게 된다. 모토로라에 주어진 유예 기간은 내년 4월까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中 레노버의 모토로라 인수

시장 일각에서는 ITC의 이번 판정에 중국과 미국 간 기술 패권 경쟁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모토로라가 중국 IT 업체인 레노버 산하 브랜드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014년 레노버는 구글로부터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29억1,000만 달러(약 4조2,25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당시 관련 업계에서는 레노버가 모토로라 인수를 통해 미국, 유럽 시장 진입에 대한 '입장료'를 지불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레노버가 스마트폰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하고, 저가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모토로라의 ‘브랜드 이미지’를 노렸다는 분석이었다. 실제 레노버는 현재까지도 다수의 국가에서 모토로라 브랜드를 활용해 스마트폰을 판매하고 있다.

모토로라는 레노버 품에 안긴 이후 한동안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했으나, 지난 2020년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한 이후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의 빈자리를 적극적으로 공략하며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특유의 브랜드 정체성과 피처폰 시절 인기 제품을 재해석한 디자인을 앞세워 소비자들을 공략한 것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레노버의 미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2024년 3분기 기준 14% 수준이다. 같은 기간 애플의 점유율은 53%,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23%였다.

모토로라 레이저 40 울트라/사진=모토로라

한국 시장서는 '찬밥 신세'

다만 모토로라는 한국 시장에서는 이렇다 할 시장 영향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앞서 모토로라는 ‘레이저폰’의 선풍적인 인기를 앞세워 국내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으나, 스마트폰 시장이 급성장하는 시기적절한 대응에 실패하며 2012년 국내 시장에서 철수했다. 이후 모토로라는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한 뒤 국내 시장에 재진출했다.

문제는 국내 시장에서 모토로라의 브랜드 파워가 눈에 띄게 약화했다는 점이다. 모토로라의 첫 폴더블폰 ‘레이저 40 울트라’의 국내 판매량은 집계가 의미가 없을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었다. 일부 온라인 판매 채널에서는 기존 129만9,000원(256GB 기준) 수준인 판매 가격을 30만원가량 낮춰 판매에 나서기도 했지만, 이마저도 효과가 없었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관계자는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모토로라 스마트폰은 하루에 1대도 안 팔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모토로라의 국내 점유율은 0%에 가까울 것"이라고 짚었다.

레이저 40 울트라의 흥행 실패로 한 차례 쓴맛을 본 모토로라는 내년 초 중저가 모델 ‘모토로라 엣지 50 퓨전’을 국내에 출시, 재차 시장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해당 제품은 이미 해외 판매가 시작된 제품으로, 국내 판매 가격은 40만원 안팎이 될 전망이다. 100만원이 훌쩍 넘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주를 이루고 있는 국내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중저가 수요를 흡수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2 weeks
Real name
전수빈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독자 여러분과 '정보의 홍수'를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는 뗏목이 되고 싶습니다. 여행 중 길을 잃지 않도록 정확하고 친절하게 안내하겠습니다.

미국 스타벅스 직원들 파업 확대, "바리스타 임금 아껴 CEO 항공료 대나"

미국 스타벅스 직원들 파업 확대, "바리스타 임금 아껴 CEO 항공료 대나"
Picture

Member for

2 months 1 week
Real name
이동진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수정

美 스타벅스 노조 파업 확산
서부 일부 5일간 파업, 동부도 동참
노조 "24일까지 수백개 매장 동참할 것"
사진=스타벅스

미국 스타벅스 노동조합이 임금 인상과 부당 노동행위 근절을 요구하며 시작한 파업이 미국 내 여러 도시로 확산 중이다. 스타벅스는 수익 부진에 지난 CEO 교체까지 단행했으나, 연말 소비 대목을 앞두고 파업 사태로 매출에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신임 CEO만 누리는 파격적 혜택

22일(현지시각) 로이터·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달 20일 로스앤젤레스·시카고·시애틀 지역 스타벅스 노동조합이 파업한 데 이어 이튿날은 뉴저지·뉴욕·필라델피아·세인트루이스 등에서 일하는 스타벅스 근로자들도 파업에 동참했다. 노조는 성명을 통해 "파업 지역은 콜럼버스, 덴버, 피츠버그로 확대될 것이며 24일까지 미 전역 수백개 매장이 파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조는 먼저 지난 9월 취임한 브라이언 니콜 최고경영자(CEO)가 연간 기본급 수십억원과 100억원이 넘는 성과급을 받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근로자와 임금 격차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2018년부터 6년 반 동안 미국의 멕시칸 패스트푸드 체인점인 치폴레의 이익을 7배 늘리고, 주가를 800% 끌어올린 니콜 CEO는 스타벅스로 옮기는 대가로 현금 1,000만 달러(약 145억원)와 7,500만 달러(약 1,090억원) 규모의 주식 등 총 8,500만 달러(약 1,235억원) 상당의 보수를 받기로 했다. 주식 보수는 회사의 성과에 따라 3∼4년에 걸쳐 나눠 지급될 예정이다.

이에 더해 그는 연간 기본급으로 160만 달러(약 23억원)를 받고, 목표 성과를 달성할 경우 현금 보상으로 최대 880만 달러(약 127억원)를 더 받을 수 있다. 또 2025년 회계 연도부터는 성과에 따라 연간 최대 2,300만 달러(약 334억원)의 주식 보너스를 받을 자격도 주어진다.

노조 “임금 인상해달라”

일부 노조원들은 니콜 CEO가 본사와 캘리포니아의 자택 왕복비용을 회사 측이 지원해 주는 것을 겨냥해 “우리는 한 잔에 9달러짜리 (비싼) 커피를 팔고 있지만, 그 수익은 전부 CEO의 전용기에 연료를 가득 채우는 데에 쓰인다”며 차별적인 복리후생제도를 비판하기도 했다. 실제 영국 BBC에 따르면 니콜 CEO의 계약서에는 그가 회사 본사가 있는 곳으로 옮길 필요가 없으며, 집에서 본사로 출퇴근할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업무와 관련된 여행은 물론 출퇴근에도 회사 항공기를 이용할 자격이 있다는 점도 명시돼 있다. 스타벅스는 임직원이 일주일에 최소 3일은 사무실에 있어야 한다는 하이브리드 정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신임 CEO는 매주 출퇴근을 해야만 한다.

노사 단체협상의 또 다른 쟁점은 임금이다. 그간 바리스타들은 인플레이션과 대도시의 높은 생활비를 고려할 때, 현재의 임금이 부적절하다고 주장해 왔다. 스타벅스에 따르면 워커스 유나이티드는 시급 파트너(파트타이머)의 최저임금을 즉시 64% 인상하고, 3년의 계약 기간 동안 77% 올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시카고의 한 노동자는 “회사 측은 시급 18달러 이상을 지급하고 복리후생도 제공한다고 얘기하지만, 우리 지역 최저 임금은 시간당 17달러 미만”이라고 말했다. 물가 상승과 높은 생활비를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는 지적이다.

사진=맥도날드

美 최저임금 인상의 그림자

실제 미국 곳곳에서는 치솟는 물가를 감당하지 못해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캘리포니아주가 패스트푸드 체인 노동자들의 최저 시급을 20달러로 인상한 것도 같은 이유다. 지난 4월 캘리포니아주는패스트푸드 체인 노동자들의 최저 시급을 20달러로 인상했다. 지난해 15.5달러였던 최저임금은 올해 1월 16달러로 소폭 인상됐는데, 불과 넉 달 만에 4달러가 더 오른 것이다.

캘리포니아의 최저시급은 원래도 적은 편이 아니었다. 미국 내에서 세 번째로 많은 수준이었다. 안 그래도 높은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오른 배경엔 고물가를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이 자리한다. 실제 캘리포니아 패스트푸드 노동자의 평균 연봉은 3만4,000달러(약 4,940만원)로, 최저 생계비(약 5만6,000달러)에 한참 못 미친다. 노동환경도 열악하다. UC버클리노동센터 연구에 따르면 패스트푸드점 직원의 87% 이상이 1년에 한 번 넘게 근무 중 다쳤고, 90%는 휴식 시간 보장과 초과근무 수당 지급을 거부당했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은 인건비 비중이 높은 요식 사업에 직격탄이 된다. 식자재 업체도 임금 인상의 영향권 아래에 있다. 임금 인플레이션을 감당하기 위해 운용 인력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별점이 높은 일부 고급 레스토랑은 아직 인건비를 감당할 여력이 되는 데다 고객의 기대 수준을 맞추기 위해 적절한 규모의 종업원을 고용하고 있지만 나머지 레스토랑은 그렇지 않다.

해당 업계 종사자도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이미 캘리포니아주 내 피자헛의 일부 지점은 최저임금 인상에 앞서 배달 기사 1,200여 명을 해고하거나 다른 파트로 배치했다. 피자헛 레스토랑 가맹점 운영 법인인 서던캘리포니아피자도 840여 명의 배달 근로자를 해고했다. 소비자들은 외식 비용 부담이 커졌다. 맥도날드가 최저임금 인상을 제품 가격에 반영한 결과 빅맥세트는 지역에 따라 11.3~18달러 수준이다. 일부 지역에선 원화로 약 2만4,000원을 내야 빅맥세트를 먹을 수 있다.

인건비 인상의 그늘은 다른 기업에서도 찾을 수 있다. 글로벌 물류업체 UPS는 관리직 직원을 중심으로 1만2,000명을 감원하겠다고 밝혔다. 매출과 수익 둔화가 원인이다. 업계에서는 UPS가 지난해 택배기사 연봉을 14만5,000달러에서 17만 달러로 올린 영향이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1 week
Real name
이동진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신념보다 실리” 실용주의 택한 EU, 러시아산 LNG 수입 사상 최대치 기록

“신념보다 실리” 실용주의 택한 EU, 러시아산 LNG 수입 사상 최대치 기록
Picture

Member for

2 months
Real name
안현정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정보 범람의 시대를 함께 헤쳐 나갈 동반자로서 꼭 필요한 정보, 거짓 없는 정보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오늘을 사는 모든 분을 응원합니다.

수정

미국산 LNG 수입 감소 장기화
저렴한 가격에 현물 계약 늘어
EU 회원국 모두 에너지 순수입국

유럽연합(EU)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며 러시아산 화석연료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계획을 내세웠지만, 도리어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은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에너지 안보와 경제적 실리 앞에서 결국 실용주의를 택한 것이다. 최근 국제사회에서 러시아에 가해진 경제적 압박이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는 가운데, 러시아는 EU 시장 내 입지가 약화할 것에 대비해 아시아 시장으로의 수출 다변화까지 모색하고 나섰다.

가격 경쟁력 앞세워 시장 장악

22일(현지 시각) 공급망 정보분석기관 케이플러(Kpler)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중순까지 EU 각국이 수입한 러시아산 LNG는 1,650만 톤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1,518만 톤) 대비 8.7% 증가한 수준이자, 종전 최대치인 2022년 1,521만 톤보다도 훨씬 많은 수치다. 특히 프랑스의 경우 올해 러시아산 LNG 수입량이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EU의 러시아산 LNG 수입 증가는 미국산 LNG 수입 감소와 맞물린 현상이다. 원자재시장 분석 업체 ICIS의 조사 결과 지난 6월 기준 EU와 영국, 스위스, 세르비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북마케도니아에 파이프라인을 통해 공급된 러시아산 천연가스와 LNG 규모는 해당 지역 수입량의 15%를 차지했다. 반면 미국산 수입은 2022년 8월 이후 가장 낮은 14%에 그쳤다. 당시 시장에서는 미국 주요 LNG 수출 시설이 정전 등 영향으로 생산량이 감소한 데 따른 단기적 현상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지만, 이후로도 유럽의 러시아산 LNG 수입량은 꾸준히 증가 추세다.

유럽 국가들은 올해 주로 현물 시장에서 러시아산 LNG 구매를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에너지 컨설팅기업 라이스타드에 의하면 EU의 러시아산 LNG 수입 물량 가운데 현물 계약 비중은 작년 23%에서 올해 33%로 대폭 확대됐다. 크리스토프 할서 라이스타드 애널리스트는 “러시아 야말 터미널에서 유럽으로 운송되는 LNG는 미국을 출발해 대서양을 건너오는 가스보다 가격 면에서 매우 경쟁력 있다”고 설명했다.

파이프라인 덕 ‘톡톡’, 러시아 대체 쉽지 않아

이런 추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하게 비판하며 러시아산 화석연료 수입을 전면 중단하겠다는 EU의 행보와는 다소 상반된 결과다. 앞서 요르겐센 EU 에너지 담당 집행위원이 “러시아산 화석연료를 모두 사용하지 않겠다는 2027년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 계획을 내년 초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업계에서는 현재의 수입 증가세와 가격 경쟁력 등을 고려할 때 현실화가 어려울 것이란 반응이 주를 이룬다.

일각에선 러시아의 국제 정치적 입지가 되레 더 강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EU를 구성하는 27개 회원국 모두가 에너지 순수입국인 만큼 합리적 가격으로 에너지를 공급하는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실제로 러시아는 EU가 석탄, 원유 등에 대한 에너지 표적화 제재를 내놓자, 루블화 결제를 요구하는 등 천연가스 공급을 축소한 바 있다. 이 때문에 그간 천연가스의 약 41%를 러시아에 의존해 왔던 EU는 가격 폭등을 경험할 수밖에 없었다. 2022년 8월 기준 유럽 천연가스 가격 지표가 되는 네덜란드 TTF 선물가격은 320.9유로/MWh로 최고점을 찍었다. 이는 1년 전(22.48유로/MWh)과 비교해 무려 14배 뛴 수치다.

EU는 천연가스 수급 다각화를 위해 애썼지만, 역부족이었다. 기체 상태인 천연가스는 액체인 원유와 달리 운송과 보관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액체 상태의 LNG를 파이프라인 없이 운반선 등을 통한 장거리 공급하는 게 가능해졌으나, 높은 비용이 수반된다는 점에서 한계가 명확하다. 유럽 남동부, 중부 및 발트해 지역의 많은 국가가 LNG에 접근할 수 없거나 단일 가스 공급망에 의존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 사이 러시아는 EU 시장 내 입지가 약화할 것에 대비한 차선책까지 마련한 상태다. 중국, 인도 등 아시아 시장으로의 수출 다변화를 적극 추진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인도는 “에너지 프로젝트 투자는 이념이나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며, 가격이 유일한 기준”이라며 러시아의 아시아 시장 확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한 가운데 러시아에 가해지는 경제적 압박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수출 감소 상쇄한 가격 인상 효과

서방의 강도 높은 제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경상수지 흑자가 확대됐다는 점도 위와 같은 분석에 무게를 더한다. 러시아 중앙은행에 따르면 서방 기업들의 철수가 본격화한 2022년 러시아의 경상수지 흑자는 2,274억 달러(약 281조6,000억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가스 생산량에서는 전년 대비 11.8% 감소를 기록했지만, 국제 가스 가격 고공행진에 따른 수혜를 봤다는 게 러시아 중앙은행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외국은 물론 일부 국내 전문가도 우리 경제성장률이 최대 20%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며 “그러나 지난해 전체적인 감소 폭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자평했다.

지난해엔 전체 유럽 수출이 849억 달러(약 112조8,490억원)로 전년 대비 68% 감소했지만 아시아로의 수출이 5.6% 증가한 3,066억 달러(약 407조5,330억원)를 기록하면서 감소분을 상쇄했다. 그중에서도 중국과의 무역 및 정치적 유대가 눈에 띄게 증가하면서 양국 간 교역은 사상 최고치인 2,400억 달러(약 319조원)를 달성했다. 러시아의 입지가 유럽은 물론 아시아에서도 점차 커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Real name
안현정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정보 범람의 시대를 함께 헤쳐 나갈 동반자로서 꼭 필요한 정보, 거짓 없는 정보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오늘을 사는 모든 분을 응원합니다.

화웨이와 엮인 소프고, 美 제재 명단 포함 예정 “대리인 색출·처벌 불사”

화웨이와 엮인 소프고, 美 제재 명단 포함 예정 “대리인 색출·처벌 불사”
Picture

Member for

2 months
Real name
김민정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수정

블랙리스트 기업과 거래 전 허가 받아야
화웨이 AI 칩에서 TSMC 7나노 반도체 발견
우회로 차단까지, 제재 수위 높이는 미 정부

임기 종료를 한 달가량 남겨둔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추가 제재에 나선다. 발표를 앞둔 제재 대상 명단에는 중국의 반도체 팹리스(설계 전문) 업체 소프고(Sophgo)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프고는 지난 10월 화웨이의 AI 칩에서 발견된 TSMC 핵심 회로를 유출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반도체 인력 불법 채용에 TSMC 핵심 회로 유출까지

22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소프고를 화웨이에 협조하는 업체로 보고 제재 기업 명단에 포함할 방침이다. 미국은 중국의 AI 개발을 자국에 대한 군사상 위협으로 인식하고, 최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동맹국에도 보조를 맞추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 미 상무부가 정하는 블랙리스트에 등재된 기업은 별도의 허가가 있어야만 첨단 제품이나 기술을 거래할 수 있다. 화웨이는 2019년 해당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소프고는 중국 내 10개 이상의 도시를 비롯해 미국과 싱가포르에 거점을 둔 칩 설계 기업이다. 소프고 설립자인 미크리 잔(Micree Zhan)은 세계 최대 암호화폐 채굴기 제조업체 비트메인(Bitmain)의 공동설립자다. 세계 각국에 거점을 둔 비트메인은 지난 2021년 대만 연구센터 두 곳을 불법 운영하며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을 불법으로 채용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당시 대만 검찰은 “비트메인이 지난 3년간 수백 명의 R&D 인력들을 유출했다”며 “이 같은 행위는 대만 반도체 산업 발전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미 정부가 소프고를 제재 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블랙리스트에 오른 화웨이의 AI 칩 ‘어센드910B’ 멀티칩 시스템에서 TSMC의 핵심 회로가 발견됐고, 소프고가 이를 대리 주문한 것으로 드러난 데 따른 조치다. TSMC는 대만에 기반을 뒀지만, 미국산 반도체 제조 장치를 사용해 고성능 반도체를 제조하고 있어 미국 내 기업들과 동일한 규제를 적용받는다.

화웨이의 AI 가속기 '어센드910B'/사진=화웨이

‘화웨이 대리인’ 지적에 소프고는 결백 주장

문제가 된 부분은 화웨이 AI 칩 내에서 발견된 TSMC의 7㎚(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반도체로, 캐나다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트가 어센드910B를 분해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테크인사이트는 정식 보고서 작성에 앞서 해당 사실을 TSMC에 통보했고, TSMC는 곧바로 미 상무부에 알리고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 TSMC는 과거 화웨이가 설계한 반도체를 위탁 생산했지만, 2020년 미국이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발동한 이후에는 거래를 중단했다.

TSMC는 문제의 반도체가 소프고의 주문에 의해 생산한 제품임을 확인했다. 소프고는 화웨이 AI 칩셋에서 발견된 TSMC 7㎚ 반도체와 동일한 제품 수십만 개의 생산을 주문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TSMC는 소프고에 대한 제품 공급을 즉각 중단했다. 소프고는 이에 반박하며 “화웨이와 어떤 거래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미 상무부와 TSMC는 소프고가 화웨이의 대리인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봤다.

제재 허점 없애려면 우회로 차단 필수

시장의 관심은 미국 정부가 이달 말 발표할 규제안으로 쏠리는 모양새다. 이달 초 발표된 수출 통제안은 중국의 AI 군사 활용을 규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구체적으로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SMIC와 화웨이의 공급망에 해당하는 기업들에 대한 반도체 장비 및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출을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수출 제한 대상에는 중국 기업 140개가 추가됐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우리 기업들도 HBM 수출 규제의 적용을 받게 됐다.

업계는 추가 발표될 통제안이 중국의 우회 수입을 막는 데 방점을 뒀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많은 중국 기업이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 법인을 설립하는 형태로 우회 수입 경로를 확대해 왔다는 지적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은) 단순히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제품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직접 엔지니어를 파견해 현지에서 필요한 제품들을 직접 검수해 조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이 같은 우회로를 차단해 제재의 허점을 없애야 하는 셈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이번 규제안은 앞선 추가 규제안의 연장선이 될 확률이 높다”며 “제3국 등 우회로 차단을 위해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규제할 경우 기업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지만, 미국 정부에서 HBM을 AI 가속기의 핵심 품목으로 인지하고 있는 만큼 주요 품목과 장비 등은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Real name
김민정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중국 부동산 위기 5년차, 4대 부동산 개발업체 '완커'마저 유동성 위기

중국 부동산 위기 5년차, 4대 부동산 개발업체 '완커'마저 유동성 위기
Picture

Member for

2 months 1 week
Real name
김민주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지금 정보의 바다에 살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이 표류하지 않도록, 정확한 정보만 골라 빠르게 전달하겠습니다.

수정

선전 국유자본 배경, 완커 유동성 위기설
규제당국, 보험사에 완커 리스크 노출 보고 지시
근본적 문제 해결보다 대증요법에 기댄 탓

중국의 부동산 부채 위기가 5년째 이어지면서 시장 전반이 심각한 여파를 겪고 있다. 주요 개발업체들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에 처해 있고, 해외 시장에도 파급 효과가 심화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구제책들을 내놓고 있지만, 시장 회복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 위기 장기화에 주식·국채시장도 흔들

22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은 전문가 분석을 통해 중국 주택 판매 부진이 지속되는 와중에 경영난에 빠진 디벨로퍼들의 부채 상환이 이뤄질 조짐이 거의 보이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디벨로퍼들의 달러화 채권은 여전히 심각한 경영난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채권 발행은 거의 고갈됐고, 주식시장에서도 큰 폭으로 부진을 겪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중국 부동산 시장은 4대 부동산 개발업체 완커(萬科, Vanke)마저 유동성 위기로 디폴트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중국 은행 규제당국인 금융감독관리총국은 대형 보험사에 완커에 대한 재무적 노출을 보고하고 디폴트를 피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지원이 필요한지 평가하도록 지시했다. 해당 소식이 전해지자 2025년 5월 만기인 완커의 달러 표시 회사채는 지난주에만 약 10센트 하락했다. 1년 새 최대 주간 낙폭으로, 현재 완커 달러채 가격은 달러당 80센트에 머물고 있다. 2027년 만기 달러채는 49센트까지 곤두박질쳤다.

헝다·비구이위안 이어 완커도 '흔들'

완커는 1991년 중국 선전거래소에 상장한 중국 선두 부동산 개발사로 대표적인 우량 부동산 업체다. 중국 광둥성 선전시 국유기업인 선전메트로가 완커의 최대 주주로, 사실상 국유기업 배경이다. 헝다와 비구이위안이 파산 위기에 빠진 후에도 건재했던 완커의 유동성 위기는 중국 부동산 경기 불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완커는 올 들어 매출액도 급감했다. 올 들어 3분기까지 부동산 판매면적은 1,330만8,000㎡, 판매액은 1,812억 위안(약 35조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26.8%, 35.4% 감소했다. 올 상반기엔 98억5,000만 위안(약 1조9,500억원)의 순손실도 기록했다. 이에 지난달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완커의 신용평가 등급을 기존의 'BB-'에서 'B+'로 내리고,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특히 완커는 내년 역내 만기 혹은 콜옵션 행사가 도래하는 채권은 16개로, 액수는 330억 위안(약 6조5,600억원)에 달한다. 중국 매체 36kr에 따르면 역외 달러채 채권만 36억 위안 규모다. 내년 채권을 제때 상환하지 못하면 디폴트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수진 천 제프리스 수석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에 "부동산 거래가 반등하지 않고, 부동산 경기 불황 속 자산 매각 속도도 더뎌지면 더 신중해진 은행들이 추가 담보를 요구할 수 있다"며 "완커가 예상보다 더 빨리 유동성 위기에 맞닥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완커가 디폴트 위기에 처했을 때 중국 정부가 구제할 가능성은 50%보다 낮다고도 내다봤다.

외국인 자금 이탈 조짐, 총체적 복합위기 우려

한때 중국 경제 성장의 핵심 엔진 역할을 했던 부동산 시장은 2021년 말 헝다그룹 디폴트 사태 이후 장기간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20년부터 현재까지 중국 부동산 업체들의 디폴트 액수만 1,300억 달러(약 188조8,000억원)가 넘는다. 디폴트가 잇달아 터지며 부동산 업체들의 채권 발행도 위축되고 있는데, 올 들어서 중국 본토와 홍콩 부동산 업체들이 발행한 채권액은 모두 673억 달러(약 97조7,200억원)로, 약 10년 새 연간 기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지난 9월 말부터 지속적으로 부동산 활성화 대책을 내놓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낮췄으며, 구매 제한 조치를 대부분 해제했다. 지방 정부의 부동산 부양 정책 여력을 높이기 위해 중앙정부가 대규모 지방 정부 부채 대환 정책도 발표했다. 이달 열린 중국 연간 최대 경제 업무회의인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도 중국 지도부는 내년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도 내비쳤다.

하지만 사전 단계를 극복하지 못함에 따라 실물경기는 침체일로다. 중국 경제 성장의 부문별 기여도를 보면 부동산이 30%가 넘을 정도로 높다. 부동산 가격이 성장에 미치는 자산효과 계수를 추정해 보면 ‘0.3’으로 그 어느 국가보다 높게 나온다. 부동산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중국 경기는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이 나오는 것도 이 근거에서다.

문제는 부동산 위기가 장기화하는 주요인이 시진핑 정부의 정책 실수 때문이라는 점이다. 요즘 많이 거론되는 중립금리를 적용해 보면 시진핑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R스타 금리를 낮추는 데 초점을 맞췄어야 했다. 그러나 R더블스타 금리를 낮춘 게 패착이 됐다. 실물경제를 침체시키거나 과열시키지 않는 R스타가 금융 건전성을 훼손하지 않는 R더블스타보다 높을수록 부동산 위기는 악화하기 때문이다.

결국 R더블스타에 맞춘 정책금리 인하로 올해 8월 이후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2% 아래로 하락했다. 절대 수준으로는 연 1% 내외인 일본 국채 금리 다음으로 낮다. 중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이제 막 1만 달러를 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300%가 넘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현상이다. 이는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대탈출(GCE·Great China Exodus)’이란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규모가 크다. 최근에는 국채 시장에서도 외국인 자금이 이탈할 조짐을 보인다.

전문가들은 국채 시장에서마저 외국인 자금이 이탈해 거품이 무너지면 큰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1990년대 일본 자산시장에 낀 거품이 주식, 부동산, 국채 순으로 무너진 것과 동일한 경로를 겪기 때문이다. ‘일본화(Japanization)’ 우려가 급부상하면서 “중국 경제도 잃어버린 10년을 겪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1 week
Real name
김민주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지금 정보의 바다에 살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이 표류하지 않도록, 정확한 정보만 골라 빠르게 전달하겠습니다.

"인재 키워도 美로 빠져나간다" AI 인력난 시달리는 中

"인재 키워도 美로 빠져나간다" AI 인력난 시달리는 中
Picture

Member for

2 months
Real name
김서지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매일같이 달라지는 세상과 발을 맞춰 걸어가고 있습니다. 익숙함보다는 새로움에, 관성보다는 호기심에 마음을 쏟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수정

"일자리는 4개, 인력은 1명" 中 AI 고용 시장의 불균형
칭화대학 등 주요 대학교, AI 인재 집중 육성 착수
속속 中 떠나는 AI 인재들, 현지 기업들 美서 인재 확보

중국의 인공지능(AI) 시장이 인재 부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22년 말 시작된 '생성형 AI 붐' 이후 중국 기업들의 AI 인재 수요가 폭증하는 가운데, 중국 내 AI 인재 다수가 해외로 이탈하며 고용 시장 불균형이 본격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中, AI 일자리 폭증

22일(현지시각) 중국 전문 온라인 네트워크 ‘마이마이’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중국 '신경제(IT를 위시한 서비스업 위주의 경제)' 분야 주요 일자리의 4분의 1은 AI 관련 직종이었다. 특히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의 수요-공급 비율은 0.27로, 자격을 갖춘 구직자 1명당 약 4개의 일자리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검색 알고리즘 분야의 수요-공급 비율 역시 0.39에 그쳤다. 구직자 1명당 2개 이상의 일자리가 존재하는 셈이다. 시장은 AI 관련 일자리 수가 중국 내 AI 인재 수를 웃돌면서 인재 수급 불균형이 본격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기업들은 인력난을 타파하기 위해 전문 인력에게 파격적인 연봉을 제시하고 있다. 중국 AI 분야 최고 인재의 월평균 급여는 4만2,874위안(약 852만원)으로, 중국 평균 가처분 소득(월 3,500위안) 대비 10배 이상 높다. 이 같은 중국의 치열한 AI 인재 확보 경쟁과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생성형 AI 붐으로 중국에서도 관련 인재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AI 인재 확보를 위한 주요 기업들의 연봉 경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中 대학, AI 인재 양성에 총력

AI 분야 인력난이 가시화하는 가운데, 중국의 주요 대학들은 AI 인재 양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례로 중국 최고의 이공계 대학인 칭화(淸華)대학은 ‘AI반(班)’이라는 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AI반은 정규 학과가 아닌 수학·물리·전자공학 등의 학과 신입생 중 최고 인재를 선별해 구성한 특별반이다. 고등학교 때 전국 수학경시대회, 컴퓨터 경진대회 등에서 입상한 학생들도 선발 대상이다.

칭화대는 국내·외 최고 교수들을 초빙해 수업을 진행하거나 해외 유학을 독려하는 등 AI반으로 선발된 인재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 같은 칭화대의 인재 육성 노력은 중국의 AI 산업에 활력을 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중국의 4대 AI 스타트업으로 꼽히는 즈푸AI, 바이촨AI, 문샷AI, 미니맥스는 모두 칭화대 교수와 졸업생이 창업했다.

이 밖에도 중국 정부는 2018년부터 2,000건이 넘는 대학 학부 과정에 AI 프로그램을 추가했다. 이 중 300건 이상이 최상위 대학이다. 이에 대해 시장 관계자는 "대부분 중국 대학의 AI 육성 전략 뒤에는 정부가 있다"며 "AI가 핵심 전략 기술이라고 판단, 정부가 자원을 몰아주며 인재 양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행 택하는 中 인재들

문제는 중국 정부가 공들여 양성한 AI 인재들이 속속 미국 등 해외로 이탈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시카고대학 폴슨연구소 산하 싱크탱크인 마르코폴로가 올해 초 발표한 ‘글로벌 AI 인재 추적(The Global AI Talent Tracker)’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일하는 연구원 중 중국 출신 연구원의 비중은 38%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에서 양성한 AI 인재 다수가 자국에서 근무하는 대신 미국행(行)을 택한 셈이다. 지난 2019년까지만 해도 기준 미국에서 근무하는 고급 AI 인재 중 중국 출신 비중은 27%에 불과했다.

이에 중국 기업들은 역으로 미국 실리콘밸리에 자리를 잡고 인재 확보에 나섰다. 지난달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IT 기업들이 지난 수개월간 실리콘밸리에서 급격히 업무 기반을 확장했다고 전했다. 알리바바, 바이트댄스, 바이두 등 중국 최대 IT 기업들이 실리콘밸리에 AI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한 대대적인 채용 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실리콘밸리 내 서니베일에서 AI 팀 확장에 주력 중인 알리바바는 최근 자사의 AI 기반 검색 엔진 아시오(Accio) 개발을 위해 오픈AI에서 근무 중인 엔지니어, AI 연구자들에게 이직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AI 챗봇 도우바오의 대규모언어모델(LLM)을 연구하는 바이트댄스도 실리콘밸리의 AI 우수 연구자 채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바이두는 실리콘밸리에서 AI 연구실을 운영하며 2017년부터 음성 인식 및 자율 주행 분야의 과학자와 엔지니어를 다수 고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Real name
김서지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매일같이 달라지는 세상과 발을 맞춰 걸어가고 있습니다. 익숙함보다는 새로움에, 관성보다는 호기심에 마음을 쏟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허울뿐인 우수대부업 제도, 은행 차입금 1.2% 그치며 실효성 논란 계속

허울뿐인 우수대부업 제도, 은행 차입금 1.2% 그치며 실효성 논란 계속
Picture

Member for

2 months
Real name
안현정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정보 범람의 시대를 함께 헤쳐 나갈 동반자로서 꼭 필요한 정보, 거짓 없는 정보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오늘을 사는 모든 분을 응원합니다.

수정

우수대부업자 은행 차입 1,530억원
‘서민 대출 공급 확대’ 효과 전무
대출 원가↑, 저신용자 외면 심화

금융당국이 우수대부업 제도를 도입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제도의 핵심 내용인 우수대부업자의 은행 차입금 비중은 전체 대부업 자금 공급의 1%가량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시장의 비판을 우려한 은행들의 정책 참여 의지가 매우 약하기 때문이다. 업계는 대부업자들의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할수록 많은 저신용자가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것이라고 지적하며 법정 최고금리 인하의 필요성을 촉구하고 있다.

우수대부업자도 자금 조달 95% 저축은행·캐피털 의존

2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우수대부업자 19곳의 은행 차입액은 1,53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반기 차입액(615억원)과 비교해 2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지만, 지난해 말 기준 대부업계 전체 대출 잔액 12조5,146억원과 비교하면 1.2%에 불과하다. 19개 우수대부업자의 전체 대출 공급액은 약 3조원으로, 이와 비교해도 5%가량에 그친다.

2021년 도입된 우수대부업 제도는 저신용자 등 금융 소외 계층에 대한 대출 공급 기여도가 높은 대부업자를 선정해 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대부업의 경우 예금, 적금 등 수신 업무를 수행할 수 없어 저축은행이나 캐피털 등으로부터 자금을 융통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이율이 낮은 은행 차입을 허용하면 이자 비용을 줄여 사업에 유리하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금융당국은 해당 제도를 통해 서민금융 공급을 활성화하고 불법 사금융 시장을 견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 4월에는 한 차례 제도 개선도 이뤄졌다. 정부는 반기별로 심사를 통해 우수대부업자 선정 및 유지 여부를 결정하는데, 기존 제도에선 유지 요건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선정 취소가 될 수 있었다. 이에 당국은 저신용 차주에 대한 대출 잔액이 제시된 요건보다 10~25% 부족해도 이를 개선할 기회를 2회 부여했다. 다만 이 같은 개선 기회에도 불구하고 자격이 취소된 대부업자에 대해선 재선정 제한 기간을 기존 1년에서 3년으로 확대했다.

정부가 우수대부업 제도 개선에 팔을 걷어붙인 것은 최근 대부업 대출 이용자 수가 갈수록 감소하면서 서민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위험이 커졌다는 판단 때문이다. 금감원 조사에 의하면 지난해 6월 기준 대부업 이용자 수는 84만8,000명으로 2022년 12월(98만9,000명)보다 14.3% 줄었다. 대출 잔액 또한 같은 기간 8% 감소한 14조6,000억원에 그쳤다. 제도 시행 후 2년이 지나도록 서민 대출 공급 확대 효과는 전혀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은행 외면에 제도 취지 무색

이렇다 보니 대부업권의 반응도 비판 일색이다. 은행들이 여전히 대부금융에 자금을 융통하길 꺼려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2021년 산업은행 자회사인 산은캐피탈은 국책은행 자회사가 대부업체의 자금줄 역할을 한다는 비판에 대부업 취급을 중단했으며, 같은 해 하나은행도 아프로파이낸셜대부(러시앤캐시)에 대출을 실행했다가 일부 시장 참여자의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금융당국의 우수대부업 제도개선 이후 우수 대부업체에 대규모 지원 정책을 계획한 곳은 5대 시중은행 중 KB국민은행이 유일하다.

제도 개선 후에도 여전히 까다로운 우수대부업자 선정 및 유지 요건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우수대부업자로 선정되면, 저신용자 대출 잔액을 직전 반기 잔액의 80% 이상 또는 우수대부업자 선정 당시 잔액의 9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장기화한 고금리에 해당 기준을 달성하기 어려워졌고, 직전 반기에도 1곳이 유지 요건을 달성하지 못해 우수대부업자에서 제외됐다. 제도의 혜택을 온전히 받는 것도 어려운 상황에서 자격 유지 또한 쉽지 않아 저신용자 대출 확대라는 취지 또한 점점 더 빛을 잃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연동형 최고금리제 등 도입 필요성 대두

대부업계는 보다 효과적인 해결책으로 법정 최고금리 인상을 꼽았다. 정부는 2021년 7월부터 법정 최고금리를 기존 24%에서 20%로 인하해 유지 중이다. 한 대부업 관계자는 “법정 최고금리는 신용대출에 적용되는데, 대부업 신용대출은 대출 잔액이 대부분 1인당 300만~700만원에 몰려있다”고 짚으며 “최고금리가 1~2%p 더 오른다고 서민들의 부담이 크게 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이자 부담 차이는 크지 않은데, 법정 최고금리 인하가 도리어 서민들의 자금 융통 요건만 까다롭게 만들고 있다는 의미다.

시장금리가 오를 때 법정 최고금리도 조정되는 ‘연동형 최고금리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해 12월 국회입법조사처는 “시장 상황에 대한 유연한 대응을 가능하게 하고, 취약차주의 대출시장 배제 문제를 완화할 수 있도록 일부 해외 국가에서 시행 중인 연동형 최고금리 규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페이데이론(Payday loan)’과 유사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페이데이론은 통상 2주 간격으로 있는 급여일 상환을 조건으로 근로자들에게 소액 대출을 내주면서 법정 최고금리를 초과하는 이자를 허용하는 제도다. 금리 기준은 주별로 다르지만, 통상 30일 이내·500달러 이하 대출에 연 28%~36% 금리를 적용하는 곳이 주를 이룬다. 미국 외에도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주요 선진국 대부분이 대출금액에 따른 금리를 차등적용 중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법정 최고금리 인상이나 연동형 최고금리제 도입에는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단 최고금리를 올린다는 것 자체가 고금리 대출을 허용한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어 반서민 정책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연동형 최고금리제 도입에 대한 필요성은 일부 의원들을 중심으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면서도 “다만 진정성에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얘기는 삼가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Real name
안현정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정보 범람의 시대를 함께 헤쳐 나갈 동반자로서 꼭 필요한 정보, 거짓 없는 정보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오늘을 사는 모든 분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