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호관세 시행 앞두고 中 최혜국 지위 박탈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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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지난주 USTR 대표가 화상통화로 통보" 내달 2일 상호관세 시행 하루 앞두고 조치 美 의회도 中 최혜국 지정 취소하는 법안 발의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오는 4월 2일(현지 시각)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하는 상호관세 정책을 발표하는 가운데, 이에 앞서 중국의 최혜국 대우를 박탈하는 법안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대중국 무역적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 국가 안보 우려 등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美, 비최혜국에 수십 배 높은 관세 부과
30일 중국중앙TV(CCTV)는 웨이보 계정을 통해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지난주 중국 측과 화상 통화를 가졌다"며 "이 자리에서 그리어 대표는 중국 정부에 '2000년 미·중 관계법; 수정 권고안을 발표할 계획임을 통보했다"고 전했다. 해당 수정안은 중국의 항구적 정상무역관계(PNTR) 지위를 박탈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공식 발표는 다음 달 1일로 예정됐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상호관세 부과 하루 전에 맞춰 대중국 경제 압박을 극대화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앞서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 이행을 위한 무역정책 각서'에 서명하면서 불공정하고 불균형한 무역 관행에 대한 개선 조치로 중국의 PNTR 지위 문제를 재검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USTR가 추진하는 미·중관계법 수정 움직임은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대한 후속 작업이다. 이와 관련해 USTR은 이달 초 발간한 보고서에서 "중국의 PNTR 대우와 관련해 최근의 입법 제안을 검토한 뒤 해당 법안의 수정 여부에 대한 권고를 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PNTR은 미국이 정상적인 무역 파트너 국가에 부여하는 법적 지위로 국제적으로는 '최혜국 대우'로 알려져 있다. 미국이 중국의 PNTR 지위를 박탈하면 최혜국 대우를 받는 다른 나라보다 수십 배 높은 관세를 부과받게 된다. 현재 PNTR 지위에서 제외된 국가는 러시아·북한·벨라루스·쿠바 4개국으로 최혜국보다 높은 관세를 적용받는다. 중국은 2000년 PNTR로 지정됐는데, 당시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추진하면서 시장 개방, 관세 인하, 외국 기업의 접근성 확대 등의 개혁 조치를 약속한 바 있다.

美 상원에서도 中 최혜국 취소 법안 추진
중국에 대한 최혜국 지정을 취소하려는 움직임은 이전에도 있었다. 지난 2023년 3월 공화당 소속 조쉬 하울리 상원의원이 중국의 PNTR 지위를 종료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당시 하울리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중국은 미국의 가장 큰 적수"라면서 "2000년 중국에 특혜적인 통상 지위를 부여한 결과, 막강한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중국산 제품이 미국 시장을 공략했고, 370만 개의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 근로자에게 피해를 주고 중국 공산당을 풍요롭게 하는 PNTR은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9월에는 미 연방 상원에서 중국의 PNTR 지위를 철회하는 법안이 또다시 발의됐다. 공화당 소속 톰 코튼·마르코 루비오·조시 홀리 상원 의원이 주도한 이 법안은 국가 안보에 중요한 품목에 대해 5년 내 단계적으로 최고 100%의 관세를 부과하고, 대통령이 특정 품목에 대해 비최혜국 대우 관세율을 적용할 권한을 갖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관세 부과로 발생한 수익은 중국의 보복 조치로 피해를 본 미국 농가와 기업에 대한 보상금, 태평양에서의 군사 분쟁에 대비한 필수 군사 물자 구매 등에 사용하도록 명시했다.
'대중 강경파'로 불리는 코튼 의원은 해당 법안의 추진 배경에 대해 "중국에 대한 PNTR 지정은 중국 공산당을 부유하게 하면서 미국 내 일자리 수백만 개를 잃도록 만들었다"며 "PNTR 폐지를 통해 양국의 무역 관계를 정상화함으로써 미국 근로자를 보호하고 국가 안보를 강화하는 동시에 중국 공산당의 경제적 영향력을 제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루비오 의원 또한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에 가장 위대한 동맹국에 제공하는 것과 동일한 무역 혜택을 제공한 것은 미국이 내린 가장 치명적인 결정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올해 1월에는 '무역공정성회복법' 발의
올해 1월 23일에는 미 하원 중국특별위원회가 중국의 PNTR 지위를 철회하고 중국산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무역공정성회복법(Restoring Trade Fairness Act)'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공화당 존 뮬레나르 의원과 민주당 톰 수오지 의원이 공동 발의했는데 중국의 최혜국 대우를 취소하고 경제적 압박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화당과 민주당이 당파를 초월해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몰레나르 의원은 "2000년 PNTR 지정 당시 미 정부는 중국이 경제 성장을 이루면 공산주의에서 민주주의 체제로 전환하리라 기대했으나, 중국 공산당은 오히려 경제 성장의 과실로 권력을 강화했고 막대한 정부 보조금과 기술 절도, 국제 무역관행 위반 등 반칙을 일삼으며 대국으로 성장했다"며 "더욱이 미국은 중국의 불법적인 개인정보 수집, 펜타닐 수출로 인한 가정 파괴 등 국가 안보적 위협을 겪게 됐다"고 지적했다.
한편 CCTV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USTR의 수정 권고안 예고, 무역공정성회복법 발의 등 일련의 조치와 관련해 "미국의 이러한 행동은 중국과 세계의 협력·상생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맞불 조치를 예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미 중국 대사관도 성명을 내고 "미국의 움직임은 중국과 미국 모두의 이익에 해를 끼칠 것"이라며 "양국의 경제와 무역 관계를 냉전 시대로 되돌리려는 시도"라고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