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첫 삽 뜨는 '가양동 CJ부지 개발', 자금 조달 끝내고 올해 초 착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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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양동 CJ부지 개발, 2조8,000억원 자금 조달 '2029년 완공' 목표로 올해 초 공사 착수 예정 땅값만 '1조원' 넘는 대형 개발 프로젝트 주목
서울시 강서구 가양동 CJ부지 개발 사업이 자금 조달을 완료하고 사업이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올해 초 공사에 착수해 2029년 완공하는 일정으로 지식산업센터를 비롯해 업무시설, 근린생활시설이 포함돼 향후 강서구의 신(新)경제 축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부동산 경기 침체와 금리 상승으로 시행사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어왔으나 최근 금리 인하 흐름 속에 관망세를 보이던 자금들이 우량 대형 사업장을 중심으로 유입됨에 따라 용산 유엔사부지 개발 사업 등 서울시 내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건설·인창개발 컨소시엄으로 사업 추진
2일 건설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과 인창개발이 '가양동 CJ부지 개발' 사업을 위해 4%대 금리로 2조8,000억원의 본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조달했다. 가양동 CJ부지 개발은 옛 CJ제일제당 공장 부지인 서울 강서구 가양동 92-1번지 일대에 지하7층·지상14층(3개 블록), 연면적 76만㎡의 대규모 업무·상업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인창개발이 시행사, 현대건설이 시공사로 참여해 추진 중이다. 오는 3월 착공해 2029년 8월 준공하는 일정으로 지식산업센터·업무시설·판매시설·근린생활시설 등을 개발해 분양 또는 매각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시행사인 인창개발은 가양동 CJ부지 개발을 위해 지난 2019년 말 현대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땅을 매입했는데 당시 인수 금액만 1조500억원에 달한다. 2021년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승인 이후 2022년 강서구청으로부터 건축협정 인가를 받아 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2023년 2월 강서구청은 "기부채납 안에 대한 내부 검토 과정에서 주민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부실하고 미비하다"며 돌연 협정 인가를 취소했다. 이에 인창개발은 강서구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그동안 사업은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2023년 10월 보궐선거에서 진교훈 현 강서구청장이 당선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진 구청장은 지난해 1월 자신의 첫 번째 결제 건으로 CJ공장 부지의 3개 블록 개발을 모두 허가하면서 사업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진 구청창은 "CJ부지 개발 사업은 김포공항부터 마곡 MICE 복합단지, 서울식물원, LG아트센터를 잇는 신경제축의 초석"이라며 "모든 역량을 집중해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후 같은 해 4월 인창개발이 소송을 취하하면서 갈등은 일단락됐지만 이전의 행정 결정으로 인해 현재 사업 일정이 크게 지연된 상황이다.
인창개발, PF로 초기 자금 조달하며 재정 악화
일정이 지연되면서 시행사인 인창개발의 재무 여건도 악화했다. 2014년 6월 설립된 인창개발은 현대건설과 경기 파주시 힐스테이트 더 운정, 서울 금천구 가산동 LG전자 가산연구소 등 다수의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며 파트너십을 쌓아온 부동산개발사다. 인창개발은 이 같은 대형 프로젝트의 초기 자금을 PF로 조달해 왔는데 이 때문에 지난해 말 기준 자본 총계가 -3,978억원으로 완전 자본 잠식 상태에 빠진 상태다.
인창개발의 대규모 프로젝트 중 가장 많이 진행된 파주시 힐스테이트 더 운정 아직 자금 회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힐스테이트 더 운정은 최고 높이 49층·총 3,413가구의 매머드급 규모로 지난해 4월 100% 계약 완료해 올해 8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 LG전자 가산연구소는 수도권 서남부 산업단지를 연결하는 교통 중심지로 2022년 10월 부지 인수 후 지난해 10월 본 PF로 전환됐다. PF 조달 규모는 총 8,700억원이며 올해 2월 착공해 2029년 1월 준공 예정이다.
CJ부지 개발 사업의 경우, 시공사인 현대건설이 오랜 파트너십을 토대로 프로젝트 추진에 필요한 재무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 2019년 부지 인수 당시에도 현대건설이 브리지론으로 토지매입비 등 사업비를 조달했다. 현대건설의 브리지론 연대보증 규모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조7,370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지난해 10월에는 이사회를 열어 3조원 규모의 본 PF 조달을 승인했다. 본 PF의 차주는 인창개발이다.
인창개발은 지난해 12월 주관사인 KB증권과 2조8,000억원 한도의 본 PF 대출 약정을 체결했다. 본 PF의 경우, 트랜치A(선순위)는 1조6,000억원, 트랜치B(후순위) 1조2,000억원(트랜치B-1 6,000억원, 트랜치B-2 2,800억원, 트랜치B-3 3,200억원)으로 구성됐는데 현대건설은 후순위 대출에 자금 보충 등 신용 보강을 약정하며 대출을 도왔다. 이번 본 PF로 브리지론을 차환하는 만큼 현대건설의 브리지론 우발채무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입지 좋은 서리풀 개발 사업은 자금 조달 원활해
한편 CJ부지 개발 사업이 본격화됨에 따라 서울시의 수조원대 대형 개발 사업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시 내 땅값만 1조원인 사업장은 가양동 CJ부지 개발사업을 비롯해 용산 유엔사부지 개발 사업, 서초 국군정보사령부(서리풀) 복합개발 사업 등 세 곳이다. 용산 유엔사부지 개발 사업의 경우 일레븐건설이 지난 2017년 1조552억원에 부지를 인수했고, 서리풀 복합개발 사업은 MDM그룹이 2019년 공매로 나온 서초 국군정보사령부 부지를 1조956억원에 낙찰받았다.
이중 용산 유엔사부지에 짓는 고급 오피스텔 및 공동주택인 '더파크사이드서울'은 총사업비만 11조원으로 가장 규모가 큰 사업장이다. 용산구 이태원동 22의 34 일대에 지하 7층·지상 20층으로 아파트 420가구, 오피스텔 723실, 판매시설, 숙박시설(호텔) 등을 짓는다. 이 사업장의 고급 오피스텔은 2023년 분양할 예정이었지만 일정을 두 차례 연기하면서 시기가 지연됐다. 최근에는 발코니 확장 등 설계 변경을 진행하고 있으며 분양가 상한제를 피해 연내 분양을 계획하고 있다.
분양이 연기된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다. 더파크사이드서울의 오피스텔의 분양가는 실당 34억~76억원대로 강남권 대형 신축 아파트보다 비싸다. 한때 한남더힐, 나인원한남 등 수십억원대의 초대형·초고급 주택 수요가 인기를 끌었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로 고급 주택 수요도 급감했다. 분양이 지연되다 보니 시행사의 자금 부담도 커지고 있다. 일레븐건설은 지난해 6월 1조3,000억원의 본 PF 자금을 조달했는데 시장에서는 매년 900억원 이상의 금융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
반면 서초 서리풀 개발사업은 다른 대형 프로젝트와 달리 조 단위의 자금 조달이 수월하게 진행되고 있다. 2조원 넘는 공사비를 투입해 축구장 13개 규모 부지(9만 6795㎡)에 문화 시설과 판매 시설이 포함된 업무 복합 단지를 지을 예정인데 입지가 매우 좋은 데다 오피스빌딩 등 업무시설이 중심이 되는 사업이라 시장의 기대가 크다. MDM그룹은 지난해 6월 1조2,000억원의 브릿지 대출을 조달해 토지 계약 잔금을 치렀고 현재 시공사 입찰이 진행 중이다. 계획에 따르면 내년 본 PF 자금 조달과 착공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