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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슈퍼사이클이 기회다" 대한조선, IPO 착수

"조선업 슈퍼사이클이 기회다" 대한조선, IPO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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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조선, KHI 인수 3년 만에 상장 도전
"중형 조선사까지 급성장" 국내 조선업계 대호황
최대 주주 KHI, 수익률 5배 '잭팟'
전라남도 해남군의 대한조선 조선소/사진=대한조선

중형 조선사 대한조선이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 국내 조선업계 '슈퍼사이클'이 돌아오며 실적 개선세가 뚜렷해지자, 본격적인 상장 작업을 진행하며 투자금 회수에 속도를 내는 양상이다.

대한조선, 증시에 도전장 던졌다

1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한조선은 지난 4일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 심사를 청구했다. KB증권과 NH투자증권이 대표 주관사를 맡았으며, 공모 주식 수 1,000만 주 중 80%를 신주로 모집할 예정이다. 상장 목표 시기는 올해 연말까지다.

대한조선은 2009년 워크아웃에 착수한 뒤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의 위탁 경영을 통해 경영 정상화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이후 2014년 기업회생 절차를 진행해 이듬해 종결했으며, 주채권은행인 한국산업은행의 관리를 받다가 2022년 KHI에 인수됐다. 법정관리를 졸업한 지 10년 만에 증시 입성을 추진하는 셈이다. 현재 KHI가 대한조선 지분 65%, 안다H자산운용이 31%를 갖고 있다.

대한조선의 주력 선종은 15만 DWT(Deadweight Tonnage·선박에 화물을 적재할 수 있는 톤수) 수에즈막스급 원유 운반선과 8만∼12만DWT 아프라막스급 원유 운반선이다. 지난해 원유 운반선 8척을 수주하며 올해 2월 말 기준 수주 잔량 24척(21억7,000만 달러)을 확보했다. 이에 더해 대한조선은 액화천연가스(LNG·Liquefied Natural Gas) 이중 연료(DF·Dual Fuel) 추진선으로 변경이 가능하고, 황산화물 저감장치 스크러버를 적용한 친환경 선박을 통해 수익성을 제고하고 있다.

경상남도 창원특례시 진해구 케이조선 조선소/사진=케이조선

'슈퍼사이클' 맞이한 조선업계

대한조선이 적극적으로 상장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조선업 슈퍼사이클이 있다. 대형 조선사들이 주도해 온 국내 조선업 호황세는 최근 들어 중형 조선사까지 빠르게 확산하는 중이다. 중형 조선사들의 최근 실적을 살펴보면 이 같은 흐름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대한조선과 함께 KHI그룹 산하에 있는 케이조선(구 STX조선해양)은 지난해 매출 9,347억원, 영업이익 11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32%나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건설업과 조선업을 동시에 영위하는 HJ중공업은 지난해 연간 매출액 1조8,860억원, 영업이익 72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건설 경기 불황 속 조선 사업이 눈에 띄게 선전한 결과다. 조선 부문 매출은 8,245억원으로 전년 대비 1,000억원 이상 늘었고, 영업이익은 291억원을 달성하며 건설 부문의 영업손실(224억원)을 상쇄했다. 전체 매출에서 조선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17.91%에서 지난해 43.72%로 크게 증가했다.

대한조선 실적 역시 상승세다. 대한조선의 지난해 매출은 1조746억원으로 전년 대비 32%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582억원으로 340% 급증했다. 부채비율은 2022년 525%에서 지난해 198%로 대폭 낮아졌다. 대한조선 관계자는 “저가 수주했던 물량을 조기에 인도하고, 수익성이 더 높은 고부가가치 친환경 선박이 매출에 반영되면서 실적 개선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IPO 후 FI 이익은?

실적이 눈에 띄게 개선되며 대한조선의 기업가치는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업계에서는 대한조선이 1조원가량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 점치고 있다"며 "최대 주주인 KHI는 '잭팟'이 터진 셈"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KHI는 2022년 한투프라이빗에쿼티(PE) 등과 컨소시엄을 꾸려 2,000억원에 대한조선 경영권을 인수했다. 이번 상장 과정에서 대한조선이 1조원에 달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게 되면 5배에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하게 되는 셈이다.

다만 KHI는 이번 상장 과정에서 투자금의 일부만을 회수하기로 했다. 이번 공모주식(1,000주) 중 KHI의 구주매출 비중이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그친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KHI가 지난해 재무적 투자자(FI)를 교체하면서 지분율이 낮아진 만큼, 당장 무리하게 구주매충 비중을 확대할 명분이 없다”며 “최근 시장 상황상 구주매출 비중이 높을수록 공모 흥행에 부정적이란 점도 반영됐다”고 말했다.

대한조선 지분 31%를 보유한 안다H자산운용도 유가증권시장 상장 규정상 이번 IPO 과정에서 구주매출을 할 수 있지만, 실제 지분 매각은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규 FI로 참여한 지 시간이 얼마 되지 않은 만큼, 기존 주주인 KHI와 뜻을 함께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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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E 코인 시세조종으로 71억원 챙긴 일당, 가상자산법 첫 적용 사례 나올까

ACE 코인 시세조종으로 71억원 챙긴 일당, 가상자산법 첫 적용 사례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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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E 시세조종 사건 4차 공판
금융당국, 가상자산법 시행 맞춰 조사
전담 제도 구축으로 규제·처벌 강화
ACE 코인 발행 재단에서 출시한 유틸리티 게임 '퓨저니스트'/사진=퓨전인터렉티브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서 처음으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가보법)’이 적용될 것으로 보이는 퓨저니스트(ACE) 시세조종 사건이 공판을 거듭하면서 그 실체를 속속 드러내고 있다. 시세조종에 가담한 이들은 고가 매수로 거래량을 부풀리고, 허수 매수 방식으로 매수세가 유입되는 착시효과를 연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가보법에서 엄격히 금지한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할지 주목하는 모습이다.

‘히트’ 거래로 하루 사이 거래량 15배 뛰어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서울남부지법 제14형사부(부장판사 이정희) 심리로 열린 ACE 시세조종 사건 4차 공판에서는 가상자산업체 F사의 대표 이모 씨(33)와 해당 업체 전 직원 강모 씨(28)의 텔레그램 대화와 통화 녹취록 등이 제출됐다. 이들 피고인은 지난 2024년 7월부터 10월까지 자동매매 프로그램(월봇)을 이용해 거래량을 부풀리고 허수 매수 주문을 반복해 약 71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구속기소 된 상황이다.

이날 검찰이 제시한 증거에서 이 씨는 ACE 코인의 거래량을 늘리기 위해 허위 매수 주문과 자동화된 거래 프로그램 사용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통화 녹취에서 그는 “10% 정도 올리는 그림만 보여주면 된다”고 발언했다. 피고인들이 시장가 매수와 허위 주문을 통해 특정 거래소에서 시세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고, 이를 토대로 다른 투자자들을 유인했다는 게 검찰 측의 지적이다.

앞선 3차 공판에서는 피고인들이 ACE 시세조종에 사용한 수법 2가지로 ‘히트’와 ‘허수 매수’가 공개된 바 있다. 먼저 히트는 현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지정가 매수 주문을 제출하고,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지정가 매도 주문을 내서 무조건 매매가 체결되게 하는 수법이다. 자전거래와 유사하게 거래량을 부풀리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일반적으로 가상자산 시장에서 거래량 증가는 거래가 상승의 신호로 읽힌다.

피고인들의 히트 거래 영향으로 ACE 코인 거래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검찰에 의하면 2024년 7월 1~21일 빗썸의 ACE 일평균 거래량은 16만 개였는데, 시세조종이 개시된 7월 22일 약 2,405만 개로 하루 사이 15배가량 급증했다. 해당 일자 거래량 중 히트 주문이 차지한 비중은 88.69%에 달했다. 중국계 개발자가 주도한 웹3.0 기반의 P2E 게임 프로젝트 ACE 코인은 국내 거래소 중엔 빗썸에만 상장돼 있다.

검찰은 허수 매수 주문 또한 문제로 지적했다. 이들 피고인은 매수 주문량을 가장하기 위해 직전 체결가 대비 일정 비율로 나눠 5단계 저가 매수 주문을 제출한 뒤, 3초 후 자동 취소하고 다시 저가 매수 주문 제출을 반복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 같은 주문은 실제로 체결되는 경우가 거의 없어 일반 투자자가 보기에는 대량 매수주문이 제출되는 것처럼 보이고, 그 결과 매수세가 유입된다고 착각하게 된다”고 짚었다.

이에 대해 피고인 측 변호인은 “허수 주문이나 거래량 부풀리기는 알고리즘 매매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반적인 현상”이라며 이를 시세 조종의 증거로 삼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향후 예정된 공판에서 거래소와 위탁판매 계약 관계자 등을 증인으로 신청해 공모 여부와 거래 경위를 보다 구체적으로 입증할 방침이다.

금융당국 조사 인프라 자체 구축, 가상자산법 1호 패스트트랙

이번 사건은 가보법 시행 이후 금융 당국의 조사를 거쳐 검찰에 통보된 첫 번째 사례다. 금융 당국은 가상자산 거래소로부터 심리결과를 통보받고, 대용량 매매데이터 분석플랫폼 등 자체 구축한 조사 인프라를 활용해 약 2개월의 조사를 진행한 후 패스트트랙을 통해 조사 결과를 검찰에 이첩했다. 가보법 제10조 ‘불공정거래행위 금지’ 조항이 적용될 가능성이 농후한 만큼 이번 재판 결과는 향후 유사 사건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난해 7월 시행된 가보법은 가상자산 시장에서 이뤄지는 미공개 중요 정보 이용, 시세 조종, 부정 거래 등을 제재할 수 있는 근거를 담고 있다. 법 위반 시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부당이득에 따른 벌금이 부과된다. 그간 가상자산은 한 종목이 여러 국가와 거래소에 분산 상장돼 24시간 거래되는 데다, 코인의 발행·공시 규제가 명확하지 않은 탓에 불공정 거래 발생 우려가 크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전담 제도가 없어 형법상 사기 규정을 대신 적용하는 등 규제와 처벌 또한 제한된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었다.

하지만 법적 근거가 마련됨에 따라 금융당국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금융 당국은 코인 거래소의 이상 거래 상시 감시 시스템과 금감원 신고 센터에 접수된 피해 사례, 자체 시장 모니터링 등을 통해 코인 불공정 거래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를 마치면 가상자산조사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조치안을 의결하는 식이다. 금융 당국은 금융위원회 내 가상자산과, 금융감독원 내 가상자산조사국 등 전담 조직을 설치하고, 법 시행령·시행세칙 등 하위 법규도 마련한 상태다.

상한가·하한가 없어 더 취약

가상자산 시장에서 시세조종 및 사기 행각은 꾸준히 반복되는 현상이다. 비교적 최근의 사례로는 지난해 검찰의 조사 대상이 된 베이직(BASIC) 코인 관련 사기 사건을 꼽을 수 있다. 베이직 코인은 지난해 4월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의 결정으로 국내 주요 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됐다. 코인 발행사의 전직 이사 김모 씨는 해당 코인이 상장 폐지된 날 사임했다.

검찰은 김씨가 가상자산 시장에서 굵직한 사건 및 주요 인물들과 얽혀 있다고 봤다. 특히 스캠코인(사기성 암호화폐) 전문처리업자로 활동하며 150억원 대의 퀸비(QBZ) 코인 판매 사기 사건에 연루된 심모 씨와의 관계에 주목했다. 이들이 해외 법인으로부터 투자를 유치받거나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는 등 허위·과장 홍보기사를 배포하고, 이를 명목으로 거래소 이벤트를 유치해 코인을 대량 판매하는 사기 행각을 저질렀다는 지적이다.

고가매수를 통한 시세조종은 스캠코인 사건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매도 호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매수 주문을 내 가격을 올리는 해당 방식은 소위 ‘긁어 올리기’라는 은어로 불린다. 주식시장과 달리 가격 제한이 없는 코인 시장에서는 상한가와 하한가가 따로 없어 고가매수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유튜브나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는 것도 시세조종에서 흔히 쓰이는 수법이다. 구독자가 많은 유튜브 방송을 활용해 유망 종목이라며 특정 코인을 추천하고, 추종 매매 세력을 늘려 시세를 띄우는 방식이다. 과거 ‘청담동 주식부자’로 이름을 알렸던 이희진 씨와 동생 이희문 씨도 이 같은 방식으로 코인 3개를 허위 홍보하고 시세를 조종해 900억원에 달하는 돈을 챙긴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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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관세 후폭풍” 기술 패권 전선에 쏟아진 관세 폭탄, 실리콘밸리 ‘패닉’

“상호관세 후폭풍” 기술 패권 전선에 쏟아진 관세 폭탄, 실리콘밸리 ‘패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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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빅테크 시가총액, 1.8조 달러 증발
관세 여파로 IPO도 줄줄이 연기
실리콘밸리 리더들 ‘마러라고 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광범위한 관세 폭탄이 실리콘밸리를 강타하고 있다. 상호관세 발표 이후 나스닥은 주간 기준 10% 급락하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고, 미국 주요 테크 기업 7곳의 시가총액은 이틀 만에 2조 달러 가까이 증발했다. 일주일 동안 미국 테크산업은 고율 관세 정책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가 임시 유예 조치로 다소 회복했지만, 장기적 위협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다.

시가총액 급락 후 임시 구제

1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실리콘밸리는 무역 전쟁에서 패배할 것"이라며 "빅테크 기업들의 이해관계는 트럼프 대통령을 백악관에 입성시킨 움직임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고 분석했다. FT에 따르면 최근 애플, 엔비디아, 테슬라 등 주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글로벌 무역 시스템 공격으로 복잡한 전자 공급망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인공지능(AI) 붐을 일으키는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내장된 컴퓨터 시스템에 '잠재적으로 파멸적인 관세'가 부과되면서 가장 발전된 AI 모델의 훈련이 미국 밖으로 이전될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이에 미국 대형 테크 기업들을 중심으로 한 '매그니피센트7(M7)'은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부과 정책을 발표한 이후 이틀만에 시가총액이 1조8,000억 달러(약 2,600조원)나 증발했다. 트럼프 대통령 재임을 앞두고 잇따라 우편향으로 돌아선 실리콘밸리에선 '패닉'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 기간 빅테크 최고경영자(CEO)들의 재산도 크게 줄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재산은 309억 달러(약 45조원),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재산은 273억 달러가 증발했다. 이 밖에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재산도 235억 달러가 줄었다. 비록 90일간의 일시적인 집행 유예로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시가총액이 1조 달러(약 1,453조원)가량 회복되긴 했지만, 최근 기술주에 대한 압박이 다시 고조되면서 무역 격변 이면의 문제들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음을 상기시켰다.

이번 관세 조치가 AI 인프라 구축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려는 빅테크 기업들의 계획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기술 장비 공급국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했는데 미국 인구조사국(Census Bureau) 자료에 따르면, 전자제품(스마트폰, PC, 데이터센터 장비 포함)은 지난해 기준 4,860억 달러(약 704조원) 규모로 미국의 두 번째로 큰 수입 품목이었다. 이 중 데이터 처리 장비는 2024년에만 2,000억 달러가량이 멕시코, 대만, 중국, 베트남 등에서 수입된 것으로 추산된다. 글로벌 리서치기업 에베레스트그룹의 아비섹 싱 파트너는 “AI 인프라 및 소비자 기술 분야의 주요 기업들이 단기적으로 설비 확대보다는 조달 헤지나 공급처 이전에 지출을 재조정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관세 리스크에 IPO도 일시 멈춤

이러한 위험은 전자 제품 공급망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의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 무역 흑자는 2023년 300억 달러(약 43조원)에 달했으며, 모든 디지털 제공 서비스 부문의 흑자는 2,670억 달러(약 388조원)의 순이익을 창출했다. 여기엔 중국에서 판매하는 아이폰에 대한 애플의 마진이나 유럽에서의 인터넷 검색에서 얻은 구글의 광고 수익과 같이 공식 무역 데이터에 포착되지 않은 해외 판매에서 얻는 막대한 이익은 포함되지 않았다. FT는 "무역 위기는 이를 명백한 보복 대상으로 만들었으며, 이 같은 위험은 미래의 무역 긴장과 함께 필연적으로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세 폭탄은 기업공개(IPO)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온라인 대출업체 클라르나와 티켓 플랫폼 스텁허브는 규제당국에 제출한 지 몇 주 만에 상장을 연기했고, 핀테크 기업 차임도 상장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I 인프라 기업 코어위브는 지난달 뉴욕 증시에 상장하며 첫 번째 기대주로 주목받았지만 공모가를 당초보다 낮추고 변동성 높은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

코어위브 투자사인 수로캐피털의 마크 클라인은 "IPO 행진이 일시적으로 중단된 것 같다"며 "현재 관세 상황으로 기업들이 잠시 멈춰 그 영향을 평가하려 한다"고 말했다. 필 해슬렛 에퀴티젠 공동 창업자도 "이보다 더 나쁜 시장과 거시 환경은 없다"며 "불확실성이 너무 많다"고 강조했다.

실리콘밸리 인사들, 집단 이의 제기 움직임

트럼프발(發) 관세 전쟁 여파는 앞서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인 2018년에도 실리콘밸리를 휩쓸고 지나갔다. 당시 트럼프 1기 행정부가 2018년 8월부터 10%의 추가 관세를 적용한 2,000억 달러(약 290조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는 IT 네트워크와 서비스에 필수적인 모뎀과 라우터가 포함돼 있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산하 리서치업체 판지바에 따르면, 직전 1년간 미국이 수입했던 230억 달러(약 33조원) 규모의 IT 네트워크 장비 중 중국산이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 결국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중국 밖에서 대체 공급업체를 찾거나 비용 증가를 감수해야 했다.

문제는 현재도 당장 시장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 데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미국 경제가 경기 침체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이에 실리콘밸리와 금융계 일부 인사들은 직접 마러라고(트럼프 대통령 사저)로 향하고 있다. 미국 IT 전문 기자 카라 스위셔는 "관세에 대해 상식적인 조언을 전하기 위해 실리콘밸리와 금융계 인사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러 가고 있다"며 "그들이 트럼프 취임식에 기부한 수백만 달러가 수조원의 손실로 되돌아왔다"고 지적했다.

클라우드 스토리지 기반 협업 플랫폼기업 복스(Box) CEO 아론 레비는 "실리콘밸리 경영진들은 글로벌 공급망 중단 우려 때문에 직접 언급을 꺼리고 있지만, 이번 관세는 미국 테크산업을 10년 후퇴시킬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공유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웨드부시 증권의 IT 애널리스트 댄 아이브스 또한 "이런 관세 정책은 중국을 승자로 만들고, 미국 기술 혁신을 둔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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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산업 고성장 속 책임판매업자 줄폐업, 4년 새 10배 급증

화장품 산업 고성장 속 책임판매업자 줄폐업, 4년 새 10배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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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산업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기사를 쓰겠습니다. 경제 활력에 작은 보탬이 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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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화장품책임판매업체 폐업 8,831건
줄폐업에 전체 책임판매업체 수도 역성장
아이디어만으로 하는 쉬운 창업에 부작용

'K뷰티' 열풍에 편승해 화장품 유통·판매에 뛰어든 개인사업자와 중소기업이 줄줄이 폐업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급증한 화장품책임판매업체 수가 지난해 처음으로 감소했고, 폐업 업체 수와 폐업률도 큰 폭으로 늘었다. 적은 자본과 경험만으로도 창업이 가능해지면서 경쟁력과 전문성을 갖추지 않은 신생 브랜드가 우후죽순 등장한 결과다. 여기에 검증되지 않은 창업자가 대거 진입하면서 허위광고, 품질 논란, 표절 등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화장품책임판매업체 폐업률 4년 새 5배 증가

11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화장품책임판매업체의 폐업은 8,831건으로 2020년(882건) 대비 10배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폐업률은 5.6%에서 28%로 치솟았다. 폐업 업체는 △2020년 882건 △2021년 1,143건 △2022년 2,739건 △2023년 3,258건으로 해마다 급증했다. 특히 2024년에는 전년 대비 170.1%나 늘었다. 폐업이 속출하면서 전체 화장품책임판매업체도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기준 책임판매업체는 2만7,361개로 전년(3만1,524개) 대비 13.2% 줄었다.

화장품책임판매업체는 완성된 화장품을 유통·판매하는 회사로, 제조와 유통을 분리하는 한국 특유의 시스템에서 비롯된 제도다. 한국 화장품 시장은 '화장품법' 제3조에 따라 제조업체와 책임판매업체 모두 등록을 의무화하고 있다. 하나의 법인이 제조업과 책임판매업을 동시에 영위할 수도 있지만, 최근에는 제조업체는 생산에 집중하고, 책임판매업체는 유통과 마케팅을 전담하는 구조로 이분화되고 있다. 이러한 분업 구조는 자본이 적은 신생 기업도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해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내 1위 화장품 주문자상표부착생산(ODM) 업체 코스맥스/사진=코스맥스

'K뷰티' 열풍에 인플루언서까지 창업에 나서

하지만 이런 구조는 책임판매업체의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원인으로도 작용했다. 2010년대만 해도 국내 화장품 시장은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대기업이 주도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코스맥스, 한국콜마 등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제조업자개발생산(ODM) 기업을 통해 제품 생산이 가능해졌고,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가 온라인 유통 채널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중소 브랜드 창업이 급증했다.

최근에는 인플루언서, 주부 등 개인 창업자는 물론, 화장품과 무관한 업종의 기업까지 시장에 앞다퉈 진출하면서 신생 브랜드가 빠르게 늘어났다. 이렇게 소규모 자본과 아이디어만 있으면 ODM·OEM 업체를 통해 어렵지 않게 제품화할 수 있다 보니, 연구개발(R&D) 없이 무분별하게 자행 시장 진출이 폐업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의사·약사 등 전문직은 물론이고 화장품과 무관한 중소기업들이 화장품 시장에 뛰어들었다가 폐업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수산물 도소매업체인 한국홍원은 2017년 해삼 마스크팩을 내놓고 화장품 시장에 진출했지만, 매출 저조로 지난해 사업을 정리했다. 관절 영양제를 생산하던 오스테온도 2020년 탈모 샴푸 시장에 무리하게 뛰어들었다가 지난해 폐업했다.

매출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사라지는 신규 브랜드가 늘면서 국내 책임판매업체의 총생산금액도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책임판매업체는 2019년 1만5,707개에서 2023년 3만1,524개로 2배가량 늘었지만, 같은 기간 총생산금액은 1조6,263억원에서 1조4,510억원으로 10.8% 줄었다. 생산 실적을 식약처에 보고한 업체 비율도 2016년 60.7%에서 매년 하락해 2023년 37.6%까지 떨어졌다. 생산량 기준 1,000억원 이상 기업은 전체 0.1%에 불과한 데 반해 10억원 미만 규모의 업체 비중은 2014년 90%에서 2023년 93.5%로 증가했다.

신생 브랜드가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품질 관리나 광고 윤리 측면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식약처가 지난달 온라인 화장품 광고 200건을 점검한 결과 133건이 허위·과대 광고로 적발됐다. '바르면 살이 빠진다', '세포 재생', '필러 효과' 등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표현이 다수를 차지했다. 품질이나 디자인을 둘러싼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인플루언서 A씨의 브랜드 블리블리 화장품은 피부 괴사, 두드러기 등 부작용 사례가 나타나 논란이 됐고, 스타일리스트 B씨가 판매한 아로마오일은 중소 브랜드의 제품을 표절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책임판매업 규제에 단순판매업으로 몰리기도

한편 일각에서는 책임판매업체에 대한 높은 규제 부담이 폐업으로 이어졌다는 주장도 나온다. 화장품법에 따르면 책임판매업자는 제조·품질관리 기준(GMP)과 안전성 검증 의무를 이행해야 하며, 원료 목록 보고와 관련 교육 이수도 필수다. 제도적으로 의무 사항이 많다 보니, 초기 자본과 전문성이 부족한 창업자는 자연스럽게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한 단순판매업으로 몰리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단순판매업은 별도 등록 없이도 제품을 재판매할 수 있는 데다 진입 장벽이 낮고, 시설·인력 투자가 필요하지 않아 소규모 사업자에게 매력적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단순판매업은 장기적인 사업 운영에 불리한 구조를 갖고 있다. 자체 브랜드를 생산하지 않고 타사 제품을 유통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제품 차별화가 어렵고, 가격 중심의 경쟁에 내몰릴 가능성이 크다. 또한 소비자 피해 발생 시 일정 조건에서는 책임판매업자와 연대 책임을 질 수 있어 법적 리스크도 존재한다. 유통 채널 측면에서도 대형 플랫폼 중심의 구조로 인해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다. 더욱이 최근 식약처가 단순판매업자에 대해서도 원료 공개와 안전성 입증 등 규제 강화를 예고하는 만큼, 앞으로는 책임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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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산업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기사를 쓰겠습니다. 경제 활력에 작은 보탬이 되기 바랍니다.

'美 조선업 재건' 선언한 트럼프, 韓 등 동맹국과의 선박 거래 가능성 시사

'美 조선업 재건' 선언한 트럼프, 韓 등 동맹국과의 선박 거래 가능성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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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세상의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국내외 이슈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을 토대로 독자 여러분께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겠습니다.

수정

"美 선박 건조 수주 5건에 그쳐, 사실상 생산 중단"
조선 실적 훌륭한 동맹국으로부터 선박 구매할 수도
韓, 고부가가치 선박 기술력 앞세워 美 진출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의 해양 지배력 회복에 관한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국가 안보 차원에서 자국의 조선업의 재건을 공식화했다. 이번 행정명령은 조선 강국으로 부상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양·물류·조선 분야 전반에 걸쳐 중국을 견제하는 조치들이 대거 포함됐다. 다만 미국의 조선업이 본격적인 회복 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조선 역량이 우수한 동맹국으로부터 선박을 구매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고부가가치 선박 부문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한 우리 조선업계에서도 향후 미국 군함과 상선 수주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美 해양 지배력 회복' 행정명령 서명

10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조선업 재건을 위해 동맹국으로부터 선박을 구매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날 백악관에서 각료회의를 주재한 트럼프 대통령은 "머지않아 조선업은 미국에 매우 중요한 산업이 될 것"이라며 "조선업 재건이 필요한 자금을 의회에 요청해야겠지만, 미국과 가깝고 조선 실적이 훌륭한 다른 나라에서 최첨단 선박을 구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은 중국에 뒤처진 조선·해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해군 함정 건조에 2054년까지 최대 1조 달러(약 1,430조원)를 투입하고, 전략상선단을 70대에서 250대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국가 안보 차원에서 미국 조선업의 재건을 골자로 하는 '미국의 해양 지배력 회복에 관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해당 명령에는 중국의 해양·물류·조선을 견제하는 조처들이 대거 포함됐다.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해 중국 조선소는 1,700건의 선박 건조를 수주했지만, 같은 기간 미국은 5건을 수주하는 데 그쳤다"고 보고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사실상 선박 건조를 중단한 상태"라며 "이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조선업을 재건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중국의 조선업 성장에 대응해 국가 안보 차원에서 미국 조선업을 부활시키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조선업이 재건되는 동안에는 조선 강국 동맹국으로부터 군함이나 상선을 구매할 수밖에 없고, 이를 위해 의회에 구매 자금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뜻도 내포하고 있다.

협력 전제로 中 견제에 동참하라 압박할 수도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 1위의 조선업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어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는 국내 조선업계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와의 첫 통화에서도 한미 간 협력 분야로 조선업을 언급한 바 있다.

실제 한국 조선업은 지난달 중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주량을 기록했다.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라크슨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3월 전 세계 선박 발주량 150만CGT(환산 톤수) 가운데 한국은 82만CGT(55%)를 수주해 1위에 올랐다. 중국은 52만CGT(35%)로 2위를 기록했다. 선박 수 기준으로는 전체 58척 중 한국과 중국이 각각 17척, 31척을 수주했다. 선박 수에서는 중국이 앞섰지만, 한국은 고부가가치 대형 선박을 중심으로 수주하면서 총 발주량에서는 우위를 점했다. 게다가 한국은 미국이 구매를 검토 중인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어 향후 한미 간 협력 가능성도 높아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중국 견제에 동참하라는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번 행정명령에는 "중국에 대한 잠재적 조치와 관련해 조약 동맹국·파트너국·유사 입장국 등과 협력해야 한다"는 문구가 포함돼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국적 선박에 대한 차별 정책을 동맹국에 강요할 수 있다"고 짚었다.

미국의 관세 압박도 변수다. 현재 미 무역대표부(USTR)는 미국에 입항하는 중국 선박에 최대 150만 달러(약 21억원)의 수수료 부과를 추진 중이다. 이 규제가 본격화할 경우 국내 조선업계는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한국 역시 관세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한국의 관세가 미국보다 4배 높다"고 지적했고 지난 6일에는 한국에 25%의 상호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비록 현재는 유예 중이지만, 관세가 현실화되면 국내 조선업체의 수출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한화그룹이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사진=한화오션

기술 이전·인프라 투자 압박 등 우려도 상존

기술 이전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 정부는 미국이 국내 조선사에 현지 조선업 재건과 조선 인력 양성을 요청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자국 조선업 정상화를 위한 정책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지난 9일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 동맹국 조선소가 미국에 투자할 수 있도록 모든 인센티브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상세안은 미 상무부 주도로 90일 안에 마련될 예정이다. 또한 교통부에는 조선소 투자와 선박 수리 시설 개조 등에 필요한 금융 지원책을, 국무부 등에는 선원 인력 양성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미국이 동맹국 조선사가 현지에 조선소를 직접 운영하도록 유도할 경우, 기술 이전을 둘러싼 협상에서 국내 조선업체가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 미 정부가 동맹국 기업에 적극적인 기술 공유와 노하우 이전을 적극적으로 요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더욱이 트럼프 행정부가 해양 지배력 강화를 국가 전략으로 공언한 만큼, 단순한 투자 유치를 넘어 고부가가치 선박에 대한 기술력 이전까지도 압박할 수 있다. 미국이 필요한 최첨단 선박으로는 원유 운송선, 알래스카 에너지 개발에 필요한 쇄빙선, 이지스급 구축함 등이 거론된다.

장기적으로는 국내 조선사가 함정 건조 및 유지보수(MRO) 분야에서 미국의 군함 건조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미국 내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은 외국 조선소의 상선·함정 건조를 금지하는 존슨법과 연방법 8679 섹션은 지역 간 정치·경제적 이해관계로 인해 개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최근 발의된 선박법상 전략적 상선 프로그램에 외국 건조를 한시적으로 허용한 점, 국익을 우선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기조 등을 고려할 때 조선 역량이 우수한 한국의 조선 인프라 투자를 적극 유치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내 조선업체 중에서는 한화그룹이 미국 내 인프라 구축에 가장 앞서 있다. 한화는 지난해 6월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조선소 지분 100%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같은 해 9월 미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승인을 얻어 12월에 인수 작업이 최종 완료됐다. 이로써 한화그룹은 한국 조선사 최초로 미국 현지 조선소에 이름을 올렸다. 이에 대해 존 펠란 미국 해군장관은 올해 2월 미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한화그룹의 필리조선소 인수를 언급하며 동맹국과의 조선업 협력과 자본·기술력 유치가 매우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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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주택 수리비 ‘더 받으려는’ 임대인 vs. ‘덜 주려는’ 임차인, 갈등 해소 나선 정부

임대주택 수리비 ‘더 받으려는’ 임대인 vs. ‘덜 주려는’ 임차인, 갈등 해소 나선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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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수정

임대차 분쟁 중 수리비 분쟁 15.6%
민법 ‘차용물 반환 시 원상회복 의무’ 명시
“집주인의 권리” vs. “악용 사례 많아”

정부가 주택 임대 계약 만료 시 원상복구비를 과다하게 청구할 수 없도록 하는 ‘수리비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 그간 주택 임대차 시장에서 수선과 보수 비용에 대한 갈등이 지속적으로 발생한 데 따른 것으로, 정부는 적정한 원상복구 범위와 비용의 기준을 만들어 이를 최소화할 것으로 기대했다.

임대주택 수선·유지·보수 범위 명확하게

11일 정부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민간임대주택의 수선·유지·보수 범위와 퇴거 시 원상복구 기준을 세우는 작업에 돌입했다. 이를 위해 ​외부 기관에 ‘민간임대주택의 임차인 보호를 위한 세부기준’ 연구용역을 발주했다는 설명이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임대주택에 대한 과도한 원상복구비를 청구하는 경우, 자세한 기준을 따져서 수리비를 청구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 성격의 지침을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간 시장에서는 전월세 임대차 계약 만료 시 임대인과 임차인 간 원상복구를 둘러싼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해 왔다. 임차인이 해당 물건을 사용하는 동안 벽지, 장판 등 훼손된 부분을 복구하는 과정에서 그 복구 범위와 비용에 대한 견해차가 컸던 탓이다. 지난해 한국부동산원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에에 접수된 분쟁 109건 가운데 유지·수선 의무 관련 분쟁은 111건으로 15.6%를 차지했다.

분쟁조정을 신청한 임차인들은 원상복구 범위와 비용에 대한 기준이 없다 보니 임대인 측에서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원상복구 비용을 과도하게 청구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일부 임대차 계약의 경우 세제 및 기금 공적 지원을 받은 경우에도 부당하게 원상복구 비용을 청구하는 것으로 나타나 무주택자들의 비판을 샀다.

박 장관이 지난해 국감에서 임대주택 수리비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을 역설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당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 또한 부영그룹의 사례를 들며 “일부 임대주택 사업자들이 많게는 수백만원에 달하는 원상복구 비용을 부당 청구했다”고 짚으며 “이들 임대인이 지금까지 임차인으로부터 받은 하자보수 명목 금액과 실제 하자보수에 집행된 금액을 토대로 명확한 기준을 수립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고의적 훼손 여부 따라 수리비 부담 주체 달라져

전문가 사이에선 원상회복 비용 청구가 집주인의 당연한 권리라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우리 민법이 ‘차주가 차용물을 반환하는 때에는 이를 원상에 회복하여야 한다(제615조)’고 규정한 만큼 주택 임대차 계약 또한 예외로 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엄정숙 부동산전문변호사는 “임대차 계약에서 원상회복 비용 청구는 집주인의 권리”라며 “세입자로서는 이를 준수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다만 원상회복 비용 지급 여부는 통상적 소모인지, 고의적 훼손인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해석이다. 통상적 소모는 세입자가 특별한 해를 가하지 않고 임차한 시설물을 사용했음에도 자연적, 시간적 흐름에 따라 훼손이 생기는 상태를 말한다. 이 경우 세입자가 원상회복 비용을 집주인에게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이미 이사를 올 당시에 있었던 훼손 또한 마찬가지다.

반면 세입자가 임차한 집의 시설물을 고의로 훼손했을 때는 세입자가 그 책임을 져야 한다. 여기에는 ‘훼손’의 의도가 아니라더라도 없었던 시설물을 추가 설치하는 인테리어 공사 등이 포함된다. 공사로 인해 해당 물건의 가치가 올라갔다는 판단에 임대인이 이를 수용할 경우에는 문제가 없지만, 집주인이 원상회복을 원할 경우엔 임차인이 그에 대한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

분쟁 최소화 목적 표준계약서 실효성 제한적

문제는 어디까지가 통상적 소모라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법무부와 공동으로 임대인 및 임차인의 의무와 권리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한 ‘주택임대차표준계약서’를 보급했다. 기존 표준계약서에 분쟁발생 사전방지 관련 항목을 추가한 해당 표준계약서는 2015년 3월부터 임대차 시장에서 활용됐다.

달라진 주택임대차표준계약서는 △입주 전·후 수리비 부담 등 임차인 보호조항 추가 신설 △계약서 분량 축소 △전자서식 제공 등 3가지가 특징이다. 특히 임대인과 임차인 간 분쟁발생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수리비 부담의 경우, 원인 규명이 쉽지 않은 만큼 수리가 필요한 시설물 및 비용 부담에 대해 임대차 계약 시 미리 합의해 관련 분쟁을 사전에 방지하는 데 중점을 뒀다.

예컨대 임대인과 임차인은 표준계약서에 △임차주택의 수리가 필요한 시설물 유무 △수리가 필요한 시설물이 있다면 언제까지 수리가 완료돼야 하는지 △약정한 시기까지 미완료 시 어떤 식으로 수리비를 부담할지 등을 미리 합의해 기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추후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란 게 정부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제도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줄을 이었다. 대부분 임대차 계약이 부동산 중개업자를 통해 이뤄지는 탓에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의 책임소재를 미리 명확히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번 국토부의 가이드라인 마련이 임대차 시장에 만연한 소모적 분쟁을 예방하는 것은 물론, 무주택자들의 주거 안정과 집주인들의 자산 보호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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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국 '선박 입항료' 카드 꺼내든 美, 현지 산업계 "자충수다"

대중국 '선박 입항료' 카드 꺼내든 美, 현지 산업계 "자충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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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트럼프, 대중국 입항료 부과 위해 행정명령 서명
미국 해운업·수출 산업 타격 우려
美 산업계 "관세 전쟁보다 더 큰 혼란 야기할 것"

중국의 해운 산업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입항료 정책'이 형태를 갖춰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미 무역대표부(USTR)가 본격적으로 움직일 발판이 마련된 것이다. 다만 현지 업계는 입항료 정책으로 인해 오히려 미국 조선·해운업계와 무역 시장에 '역풍'이 몰아닥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美의 입항료 정책

11일 주요 외신의 보도를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조선 산업 재건과 중국의 글로벌 해운 산업 지배력 약화를 위한 행정명령에 정식 서명했다. USTR은 해당 행정명령을 바탕으로 중국산 선박 등에 대한 구체적인 입항료 정책을 입안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2월 USTR은 중국 해운사의 선박이 미국 항구에 입항할 때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공표한 바 있다.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기존의 방식을 넘어 입항 수수료라는 새로운 규제 도구를 꺼내 든 것이다. 당시 USTR은 해당 조치가 미국 통상법 301조에 근거한 것이라고 밝혔다. ‘수퍼 301조’라고도 불리는 해당 조항은 상대국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으로 미국 업체들이 손해를 입었을 경우, 미국이 보복 관세 등 제재를 단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개된 안에 따르면 미국 항구에 입항하는 중국 해운사 소속 선박에는 최대 100만 달러(약 14억원) 또는 선박 용적 1톤당 최대 1,000달러의 수수료가 부과될 예정이다. 중국산 선박을 운영하는 해운사도 선단 내 중국산 선박 비율에 따라 추가적인 부담을 지게 된다. 중국산 선박 비율이 25% 이상 50% 미만이면 입항 1회당 최대 75만 달러(약 10억7,000만원), 50% 이상이면 최대 100만 달러가 추가되는 식이다.

불안에 떠는 美 산업계

미국 현지 산업계에서는 입항료 정책에 대한 반발이 쏟아지고 있다. 중국 선박들의 입항료 부담이 가중될 경우 오히려 미국 산업계에 '역풍'이 닥칠 수 있다는 우려다. 세계해운협회(WSC)에 따르면, 입항료 정책이 현실화할 경우 차후 전 세계 선박의 약 98%가 미국 항구에 기항할 때 입항료를 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아직 건조되지 않은 발주 물량 등을 모두 고려한 수치로, 현재 기준으로는 전 세계 선박의 90%가 입항료 부과 대상이다.

입항료 정책은 해운업을 넘어 미국의 수출 산업 전반에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크다. 미국 신발·의류협회는 입항료 정책으로 인해 미국 수출이 약 12% 감소하고, 국내총생산(GDP)이 0.25%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피터 프리드먼 농업운송연합 이사는 "미국 농업 수출업체는 이 제안에 대한 우려와 반대로 뭉쳤다"며 "이는 미국 국경 밖에서 농산물을 판매할 수 있는 능력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조 크레이멕 WSC 회장 역시 USTR이 제시한 방안이 현실화하면 컨테이너당 600~800달러(약 87만~116만원)의 요금이 추가되며, 미국 수출품 운송 비용이 두 배가 돼 농부들에게 특히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제안은 미국 수출업체와 소비자 비용 증가, 공급망 비효율성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중국이 정책이나 관행을 변경하도록 하는 효과적인 유인책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中, 해운·조선업계서 '독주'

업계 일각에서는 입항료 정책이 관세 전쟁보다 더 큰 무역 혼란을 초래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전미소매업연맹의 조나단 골드 부사장은 "전체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업계에선 항만 수수료를 관세보다 더 큰 위협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해운업체들은 비용을 전가할 뿐만 아니라 특정 항로에서 철수할 것이며, 따라서 오클랜드와 찰스턴, 델라웨어, 필라델피아 등 소규모 항구는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이 이처럼 미국의 입항료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중국이 글로벌 해운·조선업계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해운조사기관 클락슨리서치(Clarksons Research)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전 세계 신규 선박 수주 점유율은 71%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2024년 세계 수주량 6,581만 CGT(표준선환산톤수) 중 4,645만 CGT를 확보한 것이다. CGT는 단순 선박의 크기나 무게가 아닌 선박 건조의 난이도와 부가가치를 반영한 ‘기술적 가치’를 표현하는 단위로, 조선사의 실질적인 작업량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로 평가된다.

중국은 선박 건조뿐만 아니라 글로벌 항구 터미널 시장에서도 압도적인 입지를 점하고 있다. 미국 해군전쟁대학 중국해양연구소의 조교수인 이삭 B 카든의 연구에 의하면, 중국 기업은 전 세계 96개국의 항구에서 하나 이상의 터미널을 소유하거나 운영 중이다. 아울러 전 세계 상위 100개 항구 중 25개가 중국 본토에 위치해 있으며, 세계 주요 컨테이너 항구의 약 61%가 중국과 연계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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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미·중 무역전쟁속 中 성장률 잇따라 하향 "공격적 경기부양에도 관세 완전 상쇄 불가"

월가, 미·중 무역전쟁속 中 성장률 잇따라 하향 "공격적 경기부양에도 관세 완전 상쇄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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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IB들, 中 성장률 하향 조정
중국 정부, 대규모 부양책 확대 예정
관세 부과로 인한 부정적 효과 상쇄 어려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관세율을 125%로 높인 가운데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가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중국이 추가 부양책으로 미국의 관세 인상에 대응하더라도 관세 인상을 완전히 상쇄하기는 힘들다는 점에서 중국 성장에 하방 위험이 있다는 분석이다.

골드만, 中 성장률 4.5%→4.0%으로↓

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로 제시했다. 앞서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4.5%로 예상했지만 이날 전망치를 낮춘 것이다.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도 4%에서 3.5%로 하향 조정했다. 중국 당국의 올해 성장률 목표는 5% 안팎이다.

골드만삭스의 이날 전망은 트럼프 대통령이 9일부터 발효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104%에서 125%로 인상한다고 밝힌 뒤 나왔다. 골드만삭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 정책이 중국에 악재가 될 것으로 봤다. 골드만삭스는 “추가적인 관세 인상의 한계효과는 줄어들 수 있다”면서도 “미국이 중국에 대한 관세를 대폭 인상하면 중국 경제와 노동 시장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이 미국의 추가 관세 공격으로 받는 충격은 갈수록 덜해질 순 있지만 그 파급력 자체는 막강하다는 설명이다.

골드만삭스는 중국 당국이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보다 완화적인 통화 정책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 중국 인민은행의 정책 금리 인하 예상 수준을 기존 40bp(1bp=0.01%포인트)에서 60bp로 높여 잡았다. 골드만삭스는 “상당한 통화 완화 조치도 관세의 부정적 영향을 완전히 상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장선 "체감 경기와 큰 괴리"

다수 기관들도 관세 충격의 여파 등으로 중국의 1분기 GDP 성장률(한 해 전 같은 기간 대비)이 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5.4%)보다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IB스탠다드차타드(SC)는 중국의 1분기 성장률이 5.2%로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일본 닛케이신문이 중국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중국의 1분기 성장률 예상치는 5.0%에 그쳤다. 닛케이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발동한 대중 추가 관세 영향으로 성장률이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중국인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는 이보다 더 심각하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베이징의 인쇄 및 광고회사 소유주 하오씨는 "정부가 발표하는 성장률이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2024년은 20년 넘게 사업을 운영하면서 최악의 해였다"고 밝혔다. 베이징대학교의 한 경제학자도 "공식 GDP 성장률 데이터는 통상 플러스마이너스 2%포인트 정도의 오차를 보여왔으나, 최근 2년간 그 격차가 더욱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개월째 1% 미만을 기록 중인 소비자물가상승률과 2년 넘게 마이너스를 보이는 생산자물가상승률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도 경기침체 징후가 뚜렷하다. 안후이성의 한 은행 신용담당자는 "관리 중인 미상환 대출 포트폴리오 가치가 올해 들어 20% 감소했다"고 전했다. 이어 "저장성 항저우의 한 제조업체는 지난해 1,700명이던 직원이 현재 1,100명으로 줄었다"고 덧붙였다. 푸젠성의 한 국유기업 직원은 "정부 지시로 투자를 앞당겼지만, 직원들의 급여는 3년 전보다 20% 이상 삭감됐다"면서 "2024년 초 승진했음에도 월급이 2023년보다 1,000위안(약 19만원) 줄었다"고 말했다.

중국 국가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2000년대 초반부터 2012년까지 정부 목표치인 7~8%를 크게 웃도는 성장을 달성했다. 국가통계국은 특히 2007년에는 실제 성장률이 14%에 육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FT 리서치 자료를 보면, 2014년부터는 정부가 제시한 연간 성장률 목표치는 7.5%에서 점진적으로 하락해 최근에는 5% 수준으로 낮아졌으며, 실제 성장률도 이와 거의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성장률이 2%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이 시기에는 정부가 목표치를 제시하지 않았다.

중국, 금리·지준율 인하 및 재정확대 시사

현재 중국 정부는 미국의 새로운 관세 공세에 맞서 정책 수단을 준비 중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미국의 경제적 압박이 있을 것으로 사전에 예상한 데다 잠재적 영향을 면밀히 조사했다"며 "충분한 완충 장치와 정책 유연성이 있는 비상 대책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급준비율 인하와 금리인하 같은 통화정책 수단을 필요하다면 어느 때라도 시행할 수 있다"며 "중국 경제는 미국의 압력을 견뎌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미국 관세 인상으로 타격을 받는 산업 섹터는 물론 소비와 주식시장 등을 지원하는 정책이 향후 발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민일보는 "국내 수요를 더욱 확대해 소비를 성장의 원동력이자 안정 장치로 삼고, 광대한 내수 시장 규모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며 "미국 관세인상의 잠재적인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글로벌 IB들은 중국이 조만간 기준금리 인하와 재정 지출 확대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로빈 싱 모건스탠리의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이번 관세 인상이 2018~2019년에 했던 것보다 중국의 경제 성장에 훨씬 더 큰 타격을 줄 것"이라며 "중국 정부는 계획된 부양책을 앞당겨 시행하고 추가적인 완화 조치를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위스계 은행인 UBS는 향후 두 달 안에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지준율을 인하하고 기준금리를 0.3~0.4%포인트 낮출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UBS는 이번 관세 보복 조치로 인해 중국과 미국 모두 GDP 성장률이 약 1.5%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그 부족분을 만회하기 위해 GDP 대비 1.0~1.5%포인트 수준의 추가 재정 지출을 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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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이 불거지는 카카오 자회사 매각설, 노사 갈등 불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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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엔터·카카오VX·카카오모빌리티, 나란히 매각설 휩싸여
카카오 공동체 노조, 자회사 매각 전면 반대
2022년 노조 반대로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한 차례 무산돼

카카오 자회사들이 줄줄이 '매각설'에 휩싸였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VX, 카카오모빌리티 등 주요 계열사들이 줄줄이 시장 매물로 나왔거나 나온 상태와 다름 없다는 것이 금융 시장 관계자들의 해석이다. 카카오 공동체 노동조합은 이들 자회사가 사모펀드의 손에 넘어갈 경우 공공성이 후퇴할 것이라고 주장, 매각에 대한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카카오의 '자회사 쳐내기'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최근 앵커에쿼티파트너스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 싱가포르투자청(GIC) 등 카카오엔터 주요 주주에 서한을 보내 경영권 매각 의사를 전달했다. 카카오엔터는 뮤직(음악·연예기획), 스토리(웹툰·웹소설), 미디어(제작사) 등 크게 3가지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카카오웹툰과 카카오페이지, 멜론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카카오게임즈의 스크린골프 자회사 카카오VX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카카오게임즈는 사업보고서를 통해 "카카오VX 및 종속 기업으로 구성된 골프 사업 부문 매각 계획을 수립했고, 2025년 해당 계획이 이행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현재 카카오게임즈는 카카오VX의 지분 65.2%를 보유하고 있다.

시장 곳곳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의 매각 가능성도 거론된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 계열사 중 차기 상장 대상으로 거론됐다. 하지만 지난해 7월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CA협의체 공동의장이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혐의로 구속되면서 상장 여부가 불투명해졌고, 국내 사모펀드(PEF)들이 하나둘 인수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현재 VIG파트너스 등이 카카오모빌리티 소수 지분 인수를 위해 투자자들과 협상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사모펀드 매각 안 된다" 노조 반발

노조는 연이은 매각설에 뚜렷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9일 카카오 공동체 노동조합 ‘크루유니언’은 성명서를 통해 "포털 다음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모빌리티 등 카카오의 주요 플랫폼이 사모펀드로 매각되는 것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최근 홈플러스 법인 회생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MBK와 같은 사모펀드는 투자 이익 외에 사회적 책임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며” 일상생활과 연결돼 있고 이용자의 민감한 정보가 집약된 플랫폼 서비스를 사모펀드가 운영하면 공공성이 후퇴될 것이 자명하다”고 지적했다.

서승욱 카카오 노조 지회장은 "사모펀드가 대부분 지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관리와 통제가 되지 않는 것이 카카오 계열사 논란의 원인 중 하나"라며 "위기를 겪었음에도 계속해서 사모펀드에 사업을 매각하는 것은 국민들이 카카오에 기대하는 경영 쇄신과 정반대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향후 카카오엔터를 비롯한 주요 플랫폼의 사모펀드 매각을 저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사내 불만이 지속되자 카카오 경영진들은 부랴부랴 여론 진화에 나섰다. 10일 권기수·장윤중 공동대표는 사내 메시지를 통해 "매각 기사를 접하고 많이 놀라셨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카카오가 재무적 투자자(FI) 교체 및 지분 변동을 논의 중에 있었는데, 논의 과정에서 이 부분이 와전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최근 변화된 조직 틀 아래서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지속적인 글로벌 성과를 창출하는 것이 우리의 변함없는 목표"라며 "크루(직원) 여러분께서도 동요 마시고 변함없이 업무에 임해 주시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카카오 노조, 이미 매각 한 번 막았다?

업계는 노조의 강력한 반발이 카카오의 경영 효율화 행보를 가로막는 '변수'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앞서 한 차례 노사 갈등으로 인해 카카오 자회사 매각이 무산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2년, MBK파트너스는 TPG·칼라일 등 재무적 투자자(FI)의 지분과 카카오의 일부 지분을 동시에 사들이기 위한 협상을 벌인 바 있다. 당시 카카오모빌리티 최대 주주는 지분 57.5%를 보유한 카카오였고, 미국계 사모펀드인 TPG와 칼라일이 각각 29.0%, 6.2%를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내용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내부에서 반발이 일기 시작했다. 이에 카카오는 “지분을 다 파는 게 아니라 10%대만 팔아서 (카카오가) 2대 주주가 되는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해당 사실을 카카오모빌리티가 아닌 모회사인 카카오 직원들에게 우선적으로 공지하며 오히려 반발이 커졌다. 이후에는 카카오모빌리티 직원에 더해 카카오 노조까지 매각 반대를 외치고 나섰다.

지속되는 반대에 카카오는 결국 백기를 들었다. 2022년 8월 카카오 계열사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카카오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는 “카카오모빌리티 주주 구성의 변경 검토를 중단한다”고 발표하고, 협상 상대방인 MBK파트너스에도 이 같은 의사를 전달했다. 당시 카카오는 “카카오모빌리티 노사가 도출한 사회와의 지속 성장 의지를 존중하고, 이를 구체화해 실행해 나가는 것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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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용산 떠나 세종 가나, 이전 기대감에 세종시 집값 '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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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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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이후 장기간 침체 세종
지난달 바닥 찍고 꿈틀
‘천도론’에 집값 불붙어
정부세종청사 전경/사진=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조기 대선을 앞두고 차기 대통령 집무실 이전 여부에 관심이 쏠리면서 세종시 집값이 꿈틀거리고 있다. 세종시 집값이 '바닥을 찍었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대통령실이 용산을 떠나 세종시로 재이전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생긴 데 따른 것이다.

세종시 아파트, 3월 거래량 늘고 신고가 행진

11일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난달 세종시 아파트 거래량은 715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2월(372건)과 비교했을 때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준이다. 지난해 11월부터 거래량이 늘기 시작해 지난달 최근 3년 새 최대를 나타낸 것이다. 시장의 매수심리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아실의 주택가격심리지수(KB부동산 통계 기반)는 지난달 31일 43.6을 기록했다. 작년 12월 23일을 기점으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아직 아파트를 사기보다 팔려는 심리가 더 크긴 하지만, 작년 이맘때(6.4)와 비교하면 7배가량 증가한 셈이다.

올해 들어 반곡, 소담, 어진동의 주요 단지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국회세종의사당이 들어설 예정인 세종동(S-1 생활권)과 인접한 지역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말 6억4,000만원에 거래됐던 반곡동 ‘수루배1단지캐슬&파밀리에디아트’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6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어진동 ‘중흥S클래스센텀뷰(한뜰마을6단지)’ 전용면적 84㎡는 3월 7억3,000만원에 손바뀜했는데, 지금은 8억5,000만원(9일, 같은 층 기준)에 매물이 올라와 있다. 매물은 감소하는 추세다. 최근 한 달 새 인터넷에 등록된 매물 4.5%가 줄었다. 지난달 거래 증가 속에 시장 분위기가 달아오르면서 매물을 거둬들이는 집주인이 늘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행정수도 이전 기대감

부동산업계는 대통령실 세종 이전에 따른 기대감이 주택 거래량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한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오는 6월 3일 대선을 앞두고 세종으로 대통령실을 이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2월 말 김동연 경기도지는 "불법으로 쌓아 올린 '내란 소굴' 용산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면서 대통령실의 세종시 이전을 언급한 바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청와대, 여의도 국회를 합친 명품 집무실을 구축해 세종시를 국민통합의 장으로 만들자"며 세종시 대통령실 이전을 주장했다.

실제 파면된 대통령의 집무실을 그대로 쓴다는 점은 새 정부로서는 거부감이 들 수 있는 지점이다. 특히 민주당에서 이런 분위기가 강하게 읽힌다.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한국의 대통령실 자리가 용산이어야 된다는 것에 대해 대부분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유로 개방됐던 청와대를 개보수해 다시 대통령실로 활용하는 방안, 접근성을 고려해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 집무실을 두는 방안, 이미 대통령 제2집무실을 짓고 있는 세종시로 대통령실을 완전 이전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세종시도 환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10일 기자간담회에서 "대선 후보들에게 대통령실과 국회의사당을 세종시로 완전히 이전하는 방안을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최 시장은 "세종시를 행정수도 또는 제2의 수도로 완결시킬 개헌이라는 시대적 요구를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과 국회의사당을 세종시로 완전히 이전해 세종시를 완전한 수도로 정립하거나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이원제 국회 방안을 고려해 서울과 세종의 국가행정 운영 기능을 분리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종시 전경/사진=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尹 정부, 2022년부터 세종시 제2집무실 추진

대통령 집무실을 세종시로 완전 이전하는 방안은 수도권 집중 완화를 위해 상당수 대권 주자들도 검토했던 사안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윤 전 대통령 파면 전에 차기 정권 출범시 대통령실의 세종 이전 가능성을 검토하라고 민주당 내 충청권 의원들에게 지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통령도 2022년 8월부터 세종시에 대통령 제2집무실을 추진해 왔다. 2024년 6월에 대통령실과 국회 등의 터 210만㎡(63만 평)를 국가상징구역으로 지정했고, 같은 해 10월 제2집무실 사업비를 3,846억원으로 책정했다. 2025년 상반기엔 제2집무실과 국가상징구역 마스터플랜 마련을 위한 국제 공모를 시작할 예정이다. 제2집무실은 2027년 이후, 제2국회는 2031년 이후 완공될 예정이다.

하지만 대통령실을 세종시로 옮기기 위해선 큰 산을 넘어야 한다. 헌법에 세종시를 수도로 명시하는 개헌이다. 2014년 헌법재판소가 “서울이 대한민국의 수도라는 것은 관습헌법이며, 수도를 바꾸기 위해선 개헌을 해야 한다”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2018년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이 내용을 포함한 개헌안을 발표했으나, 야당과 합의되지 않아 폐기됐다. 12·3 내란 뒤에도 개헌 의견이 쏟아지고 있으나, 아직 여야는 개헌 논의를 시작하지 않고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 총괄기획가인 황재훈 충북대 교수(도시공학)는 “현재 추진 중인 대통령 제2집무실, 국회 세종의사당(제2국회) 사업은 내용에 한계가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결국 온전한 시설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대통령실과 국회는 국가의 양대 중추 시설이므로 위치, 관계, 형태 등을 통합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해 관련 법의 제정·개정, 통합 추진 조직, 통합 마스터플랜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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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