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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 가구 자족도시로" 노원구 대규모 재건축 계획 발표, 오세훈식 '신속 개발' 가능할까

"10만 가구 자족도시로" 노원구 대규모 재건축 계획 발표, 오세훈식 '신속 개발'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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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 지역 첫 대규모 재건축 청사진 내놓은 서울시
오세훈 서울시장, 최근 '민간 주도 신속 개발' 강조
정부도 9·7 대책 앞세워 수도권 공급 확대에 총력

서울시가 노원구 상계·중계·하계동 일대 재건축 '마스터플랜'을 내놨다. 노후화된 주거 단지를 복합정비구역으로 지정해 주거 환경을 개선하고, 서울 내 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시장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연일 '재개발 속도전'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해당 사업 역시 민간 주도하에 속도감 있게 추진될 것이라는 기대가 실린다.

서울시, 노원구 주거 단지 손본다

11일 서울시는 제15차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열고, ‘상계(1·2단계)·중계·중계2 택지개발지구 지구단위계획 재정비안’을 수정 가결했다고 밝혔다. 해당 지역은 1980년대 ‘주택 200만 가구 공급’ 정책에 따라 조성된 택지개발 사업지로, 오랜 기간 주거 중심 기능을 수행해 왔다. 하지만 조성 후 30~40년이 지나면서 단지가 노후화했고, 인구 구조와 생활 방식 변화, 새로운 주거 수요 증가 등으로 인해 자족도시 전환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번 계획안에는 사회·경제 환경 변화를 고려한 기본적 개발 방향과 가이드라인이 담겼다. 서울시는 용도지역을 상향하고 역세권 중심 개발을 단행해 사업성을 높이고, 복합정비를 통해 해당 지역의 자족 기능을 강화할 예정이다. 단순 주거 기능을 수행하던 지역을 복합정비구역으로 지정할 경우, 일자리·주거·문화 융합을 골자로 하는 '고밀 복합 개발' 추진이 용이해진다. 건축물 높이 기준도 완화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동안 제2종 일반주거지역은 25층, 제3종 일반거주지역은 35층이라는 암묵적 규제가 있었지만, 높이 규제를 완화해 60층(180m)까지 아파트를 지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의 계획대로 재건축이 마무리되면 기존 7만6,000가구로 구성된 상계(1·2단계)·중계·중계2 지구는 10만3,000가구 규모의 동북권 중심지로 거듭날 전망이다. 상계1단지의 가구 수는 2,064가구에서 2,753가구로 늘어난다. 상계2단지는 2,029가구에서 2,861가구로, 상계3단지는 2,213가구에서 3,486가구로 그 규모가 확대된다. 중계택지지구와 중계2택지지구의 가구 수 증가 폭은 각각 7,435가구, 6,877가구 수준이다. 서울시는 이르면 오는 11월 재열람 공고를 거쳐 연내 지구단위계획을 확정할 계획이다.

오세훈 "공공 주도 재개발 느려, 속도 내야"

시장에서는 향후 해당 재건축 계획이 신속하게 추진될 것이라는 기대가 실린다. 오 시장이 최근 들어 민간 주도 '신속 재개발'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14일 광진구 자양4동 재개발 현장에서 오 시장은 “지금까지 재개발·재건축 구역을 확대 지정하는 데 열을 올렸다면, 앞으로는 규제를 철폐해 사업 속도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24일 중구 신당9구역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빠른 속도로 많은 주택을 공급하는 게 집값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 해법”이라며 “인허가 등 사업 단계마다 ‘데드라인(처리 기한)’을 정해 평균 18년 6개월씩 걸리는 재개발·재건축 사업 기간을 13년으로 단축하겠다”고 공언했다. 

오 시장은 11일 중랑구민회관에서 열린 ‘대시민 정비사업 아카데미’에서도 “속도·책임·삶의 질을 핵심으로 압도적 속도와 규모로 주택을 공급, 주택 시장과 주거 안정 목표를 빠르게 달성하겠다”고 발언했다. 정부의 9·7 대책에 대해서는 “공공 주도에 강조점을 뒀다"며 "정부가 직접 하면 더 속도가 날 것 같지만, 여태까지 시행착오를 회고해 보면 속도가 더 더뎠던 걸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시는 어디까지나 민간 주도로 최대한 행정적으로 지원하면서 도와드리는 게 철학”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가 이처럼 속도전을 강조하는 배경에는 예고된 '공급 절벽'이 있다. 부동산R114 자료를 살펴보면 서울의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2025년 3만7,681가구에서 2026년 9,640가구, 2027년 9,573가구로 급감할 전망이다. 공사비 급등,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금리 부담 등 악재가 누적되며 인허가 이후 실제 착공에 난항을 겪는 사업장이 속출한 결과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서울의 주택 착공 물량은 2022년 4,560가구, 2023년 2,172가구, 2024년 1,306가구로 3년 연속 감소 중이다.

정부의 수도권 주택 공급 구상

공급 절벽으로 인한 집값 과열 우려가 가중되자, 지자체를 넘어 정부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의 공급 확대에 힘을 싣는 추세다. 정부는 7일 공공 부문의 주택 공급 역할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하며 “주택 시장의 근본적인 안정을 위해서는 충분하고 신속한 주택 공급이 필요하며, 수도권에 5년간 총 135만 가구, 연간 27만 가구 규모의 신규 착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안이 상기 오 시장이 언급했던 9·7 대책이다.

이번 대책에 따른 수도권 주택 공급 순증량은 5년간 총 56만 가구 수준이다. 장기 주거종합계획상 주택 수요 등을 감안하면 수도권에 필요한 적정 공급은 연 25만 가구인데, 최근 3년간의 부진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해마다 최소 9만2,000가구가 부족하다는 것이 정부 계산이다. 정부는 공급 확대를 위한 방안으로 △공공택지 공급 확대·조기화(5만4,000가구) △노후 시설·유휴 부지 재정비(7,000가구) △도심지 주택 공급(3만8,000가구) △민간 공급 여건 개선(1만3,000가구) 등을 제시했다.

이밖에도 정부는 노후 공공임대주택 전면 재건축(2만3,000호), 노후 공공청사 등 재정비·복합 개발(2만8,000호), 도심 내 국공유지 활용(서울 4,000호) 등 공공 부문이 보유한 땅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주거 선호도가 높은 도심에서 노후화 시설과 부지를 재정비, 실수요자 중심으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노후 공공청사 등의 재정비를 위해서는 범부처 심의 기구를 만들어 개발 필요성을 의무 검토하도록 하고, 국토부가 직접 건설사업을 승인하는 등 제도 개편을 실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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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광물자원 ‘싹쓸이’에 나선 중국, 5년간 전략 광물 탐사에 630억 달러 투자

세계 광물자원 ‘싹쓸이’에 나선 중국, 5년간 전략 광물 탐사에 630억 달러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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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투자·인수로 매장지 확대
수출 제한·밀수 단속 강화
대미 반격 카드로 적극 활용
카자흐스탄 북부 아크몰라 지역에 위치한 레이고로독 금광/사진=자금광업

희토류로 대표되는 전략 광물이 세계 패권 지형을 재편할 요소로 떠오르는 가운데, 중국이 자원 확보전에서 압도적 우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5년간 88조원에 달하는 투자로 핵심 자원의 대형 매장지를 잇달아 발견했을 뿐 아니라, 해외 광산 인수에도 공격적으로 나서며 공급망 지배력을 넓히는 양상이다.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 공급망 안보를 확보하고 수입 의존도를 낮추려는 중국의 강력한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석유·가스·구리·리튬·우라늄 등 500개 이상 매장지 발견

1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5년(2021~2025) 동안 전략적 광물 탐사 이니셔티브에 4,500억 위안(약 87조8,000억원)을 투자해 석유, 가스, 구리, 리튬, 우라늄 등 핵심 자원 분야에서 획기적인 돌파구를 달성했다. 중국 지질조사국 쉬 다춘(Xu Dachun) 국장은 "5년간 중국 지질학자들이 163개 광물 유형의 매장량과 분포를 매핑해 500개 이상의 대형 및 중형 석유, 가스 및 광물 매장지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는 "광물 자원은 경제 및 사회 발전의 초석으로,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자원 구조를 최적화하는 주요 탐사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중국은 10개의 대형 유전, 19개의 주요 가스전, 상당한 심층 석탄층 메탄 매장지를 발견했다. 특히 오르도스 분지에서는 3,000억 입방미터(bcm) 이상의 천연가스 매장량이 추가됐다. 이와 함께 간쑤성과 헤이룽장성에 있는 두 개의 초대형 매장지에서 돌파구를 마련해 중국의 5개 주요 우라늄 기지를 강화했다. 아울러 쓰촨성, 칭하이, 티베트, 신장을 가로지르는 2,800km의 '아시아 리튬 벨트'도 확인됐다. 이곳은 전기차(EV) 등 신흥 산업에 필수적인 리튬의 대규모 매장지다. 또한 칼륨 염수와 저급 운모에서 리튬을 추출할 수 있는 기술 발전도 이룬 것으로 전해진다.

민간 기업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중국 최대 금·구리 제련업체 자금광업(Zijin Mining)은 지난 7월 카자흐스탄 레이고로독(Raygorodok) 금광을 12억 달러(약 1조6,00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바이인 비철금속그룹(Baiyin Nonferrous Group)은 지난 4월 영국 아피안으로부터 브라질의 구리·금 광산을 4억2,000만 달러(약 5,830억원)에 매입했다. 리처드 호록스테일러 스탠다드차타드그룹 글로벌 금속·광업 총괄은 “중국 광산기업들이 향후 몇 년간 상당한 수준의 광산 인수를 이어갈 것”이고 전망했다.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전략 자원 소비국으로서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오랜 기간 해외 투자를 이어왔다. 특히 캐나다와 미국 등 서방국가의 정치적 반발이 거세지는 가운데 더 많은 공급로가 차단되기 전 광물 자원 인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리튬, 희토류, 코발트를 포함한 전략 광물의 가공 능력에선 세계를 선도하고 있지만 여전히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다년간의 투자를 통해 무기화된 희토류의 위력은 그간 중국 열세로 보였던 미·중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카드로 돌아왔다. 지난 4월 중국 정부가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겠다고 하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열흘 만에 중국의 희토류 등 핵심 자원에 대한 가격 조작, 자의적 수출 제한, 공급망 지배력 악용을 우려해 국가 안보상 광범위한 조사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기드온 라흐만 수석 외교 칼럼니스트는 최근 ‘시진핑이 트럼프보다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이유’란 칼럼에서 “트럼프는 중국과 벌이는 ‘관세 포커 게임’에서 훨씬 약한 패를 들고 있다. 트럼프가 이를 받아들일 때까지 시간을 끌수록 미국은 더 큰 손해를 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고는 그 주장의 주요 근거 중 하나로 희토류를 들었다.

희토류는 우리 주변 온갖 물품에 다양하게 쓰인다. 일례로 네오디뮴은 컴퓨터 하드 드라이브, 전기차 모터, 풍력 터빈 발전기 등을 만들 때 쓰는 강력한 영구 자석의 필수 재료다. 전기차 80% 이상에 대당 1.6㎏의 네오디뮴을 포함한 영구 자석 모터가 쓰인다. 미국은 희토류에 더해 국가 경제·안보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 수급 차질 위험성이 큰 원료나 광물 자원까지 총 50종을 ‘핵심 광물’로 분류한다. 예컨대 테슬라 모델3에 단 용량 55.4kWh짜리 배터리를 뜯어보면 6㎏의 리튬(Li), 42㎏의 니켈(Ni), 8㎏의 코발트(Co), 8㎏의 알루미늄(Al), 55㎏의 흑연과 17㎏의 구리(Cu) 등 각종 핵심 광물이 들어 있다. 오늘날 반도체, 전기차, 첨단 무기와 같은 하이테크 제품의 부가가치는 단순한 공학 기술력보다 귀하고 전략적인 원자재 확보 여부에 좌우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의 문제는 이런 전략 자원 대부분을 자국에서 생산하지 못하는 데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 산하 국립광물정보센터(NMIC)가 미국 제조업과 국가 안보에 핵심적인 비(非)연료 광물 54종을 대상으로 공급 위험도를 분석한 결과, 전체 분석 대상 광물 중 36종이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다. 특히 이 36종 가운데 24종의 주요 생산국은 중국이었다. 고위험군 광물의 중국 의존도가 66%에 이른다는 뜻이다.

中, 전략 광물 밀수 단속까지 강화

이런 가운데 중국은 희토류 패권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희토류를 포함한 전략 광물 밀수업자를 단속, 체포하는 등 대대적으로 수출을 관리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7월 19일 중국 난닝에서 열린 ‘전략 광물 밀수출 특별단속 추진회의’에서 중국 정부는 자국 내 채굴·생산된 광물의 밀수출을 엄벌하고, 밀수입한 외국 기업을 ‘수출 통제 명단’에 넣기로 했다.

당시 상무부는 "이중 용도(민간·군사 용도로 사용 가능) 품목 수출 통제를 위한 합동 법 집행 조정 센터 설립 계획을 추진 중이며, 수출 통제 조치를 회피하는 타국의 최종 사용자를 수출 통제 목록에 포함시킬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중국은 최근 기존 통제 품목(희토류·전략 광물 12종, 이중 용도 물품 700품목)에 더해 이 품목이 조금이라도 들어간 파생 상품까지 수출 허가를 재검토하는 등 통제 범위를 넓히고 있다.

중국 정보당국도 나서서 경각심을 더하고 있다. 상무부 발표 하루 전인 7월 18일, 중국 국가안전부는 소셜미디어(SNS) 공지에 "최근 수년 동안 해외 정보기관이 국내 불법 세력과 공모해 희토류 관련 물자를 절취했다"고 밝혔다. 실제 '중국산 아님'이라는 위조 라벨을 붙이거나, 1차 제품으로 가공해 모호한 품목으로 밀수출하는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특히 희토류의 부피가 작은 만큼, 우편이나 소형 택배를 통해 불법 반출하는 경우도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이례적으로 연간 희토류 생산 쿼터(할당량)도 비공개로 전환했다. 중국은 통상 1년에 두 차례에 걸쳐 생산량 쿼터를 발표하는데, 과거 4년 동안 주무부서인 공업정보화부는 1분기 중 홈페이지를 통해 연중 첫 쿼터를 발표했다. 그런데 로이터통신이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올해는 지난달이 돼서야 기업에 비공개로 통보했다. 중국이 전 세계 희토류 산업을 장악하고 있는 만큼, 쿼터량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것은 글로벌 희토류 공급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중국의 또 다른 신호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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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정보 유출에 금전 피해까지" KT, SKT 이상의 '철퇴' 맞을까

"개인 정보 유출에 금전 피해까지" KT, SKT 이상의 '철퇴' 맞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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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불법 펨토셀로 인한 5,000여 명 개인 정보 유출 시인
특정 지역 중심으로 무단 소액결제 피해도 발생
개인정보위, 금전 피해 없었던 SKT에도 대규모 과징금 부과

KT가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시인했다. 롱텀에볼루션(LTE) 기반 초소형 기지국(펨토셀) 장비의 외부 유출로 인해 2만 명에 가까운 고객이 불법 신호를 수신했고, 이 중 5,000명 이상의 개인정보가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시장에서는 얼마 전 대규모 해킹 사태가 발생한 SK텔레콤(SKT)이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받은 상황인 만큼, KT 역시 개인정보위원회의 '철퇴'를 피해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KT 개인정보 유출 사태의 전말

11일 KT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불법 초소형 기지국의 비정상 접속으로 일부 고객의 가입자식별번호(IMSI)가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IMSI는 휴대전화 단말이 네트워크에 접속할 때 제시하는 고유 번호로, 주민등록번호처럼 단말기마다 고유하게 부여돼 유심에 저장된다. KT 자체 조사 결과, 이번에 불법 기지국 신호를 수신한 가입자는 총 1만9,000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5,561명은 IMSI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파악됐다. KT는 이날 오후 개인정보위에 관련 사실을 신고했다.

이번 사건에 사용된 장비는 KT가 과거 신호 보강용으로 사용했던 LTE 기반 펨토셀로 추정된다. 펨토셀은 건물 내부나 음영 지역에서 전파를 보강하기 위해 설치하는 초소형 기지국이다. 정상적으로는 이동통신사가 사전 등록한 뒤 망에 연결해야 하지만, 일부 장비가 외부로 유출돼 불법 개조된 채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단말기가 이 같은 불법 장비가 보내는 신호를 받아 접속하면 네트워크 인증 과정에서 IMSI를 일시적으로 내보낼 수 있다. LTE는 5세대(5G) 이동통신과 달리 초기 접속이나 비정상 상황에서 IMSI가 평문으로 송출되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KT는 LTE 구간에서 불법 초소형 기지국 2개 셀 ID를 특정했으며, 관리 시스템에 없는 ID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99만원 청구돼" 소액결제 피해 속출

문제는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인해 곳곳에서 금전적 피해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이번 사건은 지난달 21일 경기도 과천시 별양동에서 8명이 총 410만원의 무단 소액결제 피해를 신고한 데서 출발했다. 이어 지난달 26일 서울 금천구에서 총 45건(총 2,850만원)의 소액결제 피해가 새벽 시간대에 무더기로 신고됐다. 지난달 27~28일에는 광명시 소하동과 하안동에서 73건(총 4,730만원), 이달 1~2일에는 부천시 소사구에서 6건(총 480만원)의 금전 피해가 있었다.

지난 10일에는 서울 관악구에서 피해 신고가 접수되기도 했다.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KT 가입자 A씨는 이달 6일 콘텐츠 이용료가 결제됐다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15건 연속으로 받았다. 청구된 금액은 99만원 상당으로 파악됐다. A씨는 1년 전쯤 경기 광명시에서 휴대전화를 개통했고, 출퇴근길 광명과 서울 금천구를 지난 것으로 전해졌다. 특정 지역에서 거주하거나, 해당 지역을 방문한 사용자들 위주로 피해가 발생한 셈이다.

피해 사례가 누적되며 시장 불안감이 가중되자, KT는 소액결제 피해를 입은 고객에게 결제 금액을 청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김영걸 KT 서비스프로덕트 본부장은 “금전 피해 100% 보상을 약속한다”며 “피해 고객에게 직접 연락해 상황 설명과 케어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더해 불법 초소형 기지국의 신호를 수신한 이력이 있는 가입자 1만9,000명의 유심 교체를 지원하고, 이번 사태로 통신사 이동을 고려하는 고객에게 위약금을 면제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개인정보위, SKT 때는 어떻게 대처했나

시장에서는 KT가 사후 대처에 힘을 실어도 개인정보위의 엄중한 처벌을 피해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대규모 해킹 사태를 겪었던 SKT가 철퇴를 맞은 전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개인정보위는 지난 4월 22일 SK텔레콤의 개인정보 유출 신고를 접수해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결과, LTE·5G 서비스 전체 이용자 2,324만4,649명의 휴대전화번호, IMSI, 유심 인증키(Ki) 등 25종의 정보가 유출된 사실이 확인됐다. 유출 규모는 총 2,696만 건에 달했다.

해커는 2021년 8월 SKT 내부망에 최초 침투해 다수 서버에 악성 프로그램을 심었고, 2022년 6월에는 통합고객인증시스템(ICAS)에 추가 거점을 확보했다. 이후 올해 4월 18일 홈가입자서버(HSS) DB에 저장된 9.82기가바이트(GB) 규모의 개인정보를 외부로 유출했다. 개인정보위는 SKT의 기본적인 보안 조치 미비와 관리 소홀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인터넷·관리·코어·사내망을 동일한 네트워크로 연결해 운영하면서 국내·외 인터넷망에서 내부 관리망 서버로의 접근을 제한 없이 허용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SKT가 침입 탐지 시스템의 이상 행위 로그를 확인하지 않는 등 불법적인 유출 시도에 대한 탐지·대응 조치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 SKT는 2022년 2월 해커가 HSS 서버에 접속한 사실을 확인했음에도 비정상 통신, 추가 악성 프로그램 설치 여부 등을 점검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밖에도 △계정 정보가 저장된 파일을 관리망 서버에 제한 없이 저장·관리한 점 △HSS에서 비밀번호 입력 등 인증 절차 없이도 개인정보를 조회할 수 있도록 한 점 △2016년 10월 BPF도어 보안 경보 발령 후 보안 패치가 공개됐음에도 유출 당시까지도 보안 업데이트를 실시하지 않은 점 △유심 인증키 2,614만 건을 암호화하지 않고 평문으로 저장한 점 등이 문제로 꼽혔다.

개인정보위는 SKT 개인 정보 유출 사태가 과징금 산정 판단 기준 중 최고 수준인 ‘매우 중대한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 안전 조치 의무 위반 및 유출 통지 위반으로 SKT에 과징금 1,347억9,100만원, 과태료 960만원을 부과했다. 최근에는 SKT를 겨냥해 개인 정보 유출 사고를 반복적으로 낸 기업에 징벌적 과징금을 매길 수 있도록 하는 ‘개인정보 안전관리 체계 강화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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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 규제에 묶인 미국 경제, 관광객 급감 속 17조 손실 ‘역풍’

비자 규제에 묶인 미국 경제, 관광객 급감 속 17조 손실 ‘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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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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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 강화·추방에 관광객 감소
호텔 객실 점유율 일제히 하락
최대 125억 달러 손실 전망

미국 호텔 산업이 국제 관광객 감소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여름 성수기에도 주요 도시의 객실 점유율은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으며, 중저가 호텔을 중심으로 수익성 악화가 뚜렷하다. 경기 둔화가 1차적 원인이지만, 까다로워진 이민·비자 정책과 우방국을 겨냥한 관세 확대 등 대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내 관광객 급감, 라스베이거스 등 타격

11일(현지시간) 미국 리서치 기관 투어리즘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올해 미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지출은 전년 대비 4% 이상 줄어 약 83억 달러(약 11조5,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관광여행협의회(WTTC)는 최대 125억 달러(약 17조3,000억원) 손실이 발생할 것이란 예상을 내놓기도 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STR에 따르면 미국 전체 호텔의 올 4월 평균 객실점유율은 63.9%로 전년 대비 1.9%포인트 하락했다. 가용객실당 수익(RevPAR·하루 동안 판매 가능한 객실 1개가 벌어들인 평균 매출)도 103.11달러로 0.1% 줄었다. 2분기 전체로는 점유율이 1.4%포인트, RevPAR은 0.5% 낮아졌다. 글로벌 호텔 체인의 실적 전망도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힐튼은 올해 RevPAR 성장률 예상치를 2% 안팎으로 축소했고, 메리어트 역시 연간 매출 성장 전망을 1.5~2.5% 수준으로 낮췄다. 골드만삭스는 미국 주요 호텔의 RevPAR 성장률 전망을 1.4%에서 0.4%로 대폭 하향하며 관련 주식의 투자등급을 잇따라 하향했다.

특히 뉴욕, 라스베이거스 등 핵심 관광도시의 중저가 호텔은 매출 하락세가 뚜렷하다. 라스베이거스의 올 6월 방문객 수는 309만 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1.3% 감소했다. 호텔 평균 점유율은 78.7%로 6.5%포인트 떨어졌고 RevPAR도 13.8% 급감했다. 여름 성수기인데도 불구하고 관광객 수가 대폭 줄어들다 보니 일부 호텔들은 어쩔 수 없이 손님들을 끌기 위해 특가 상품까지 내놓고 있다.

미국 반이민정책에 여행객 외면

이 같은 관광객 감소와 호텔 실적 악화는 까다로워진 미국의 이민·비자 정책 탓이 크다. 관광비자 신청자에게 최대 1만 달러(약 1,390만원) 수준의 비자 보증금을 요구하는 파일럿 프로그램이 시행 중이고, 10월부터는 250달러(약 35만원)의 ‘비자 무결성 수수료’가 부과될 예정이다. 비자 면접 면제 제도도 대폭 축소돼 대다수 신청자가 대면 심사를 받아야 한다. 여기에 이미 비자를 보유한 5,500만 명의 외국인에 대한 상시 재심사 방침도 발표되면서 미국 방문을 망설이게 만든다.

강경한 이민 단속과 대규모 추방 역시 불안감을 키운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대선 핵심 이슈로 삼으면서 관광객들까지 심리적 부담을 느낀다는 평가다. 유럽에서는 관세 갈등으로 인한 자발적 '미국 보이콧'에 더해 입국 과정에서 과도하게 몸을 수색당하거나 심지어 추방당했다는 경험담이 소셜미디어(SNS)에 퍼지면서 계획했던 미국 여행을 취소하는 경우도 상당수로 전해진다.

미국이 캐나다·멕시코·한국·일본·유럽연합 등 전통적 우방국을 상대로 철강·자동차 등 주요 품목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반미 감정이 확산된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실제로 캐나다에서는 ‘미국 여행 자제’ 움직임과 함께 예약 취소 사례가 늘고 있다.

유학생 단속도 역풍으로

미국 정부의 대대적인 유학생 단속도 미국 관광 산업에 역풍으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내 불법 이민자뿐 아니라 유학생이나 교환방문 비자 소지자들까지도 추방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단순히 대학 재정을 채워주는 것만이 아니라 음식, 서비스, 의료는 물론 관광 등을 소비하며 미국 경제에 소비자로서 기여하고 있다. 실제 2023년 기준, 미국 내 유학생들은 미국 관광 산업에 110억 달러(약 15조2,000억원)를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유학생들에 대한 강경 기조는 주변국의 기회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프랑스의 주요 비즈니스 스쿨들은 미국 유학생 수요를 흡수하기 위한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의 비자 제한 조치로 진학에 어려움을 겪는 유학생들을 위해 입학 마감일을 연장하거나 신속한 입학 절차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그르노블 경영대학과 ESCP 비즈니스 스쿨은 이미 미국 대학에 합격했으나 비자 문제로 발이 묶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별도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파리에 위치한 명문 사회과학대학 사이언스 포는 석사 과정 지원자가 전년 대비 26% 증가하는 등 국제 학생들의 관심이 실제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

독일은 한발 더 나아가 미국 정부의 하버드대학교 국제 학생 등록 금지 조치에 대응해 이들을 위한 ‘망명캠퍼스(Exile Campus)’를 제안했다. 볼프람 바이머 독일 문화부 장관은 “독일은 교육과 다양성을 중시한다”며 “미국에서 학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학생들을 기꺼이 환영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임시 대응이 아니라 독일이 글로벌 인재 유치 경쟁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자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본의 주요 대학들도 미국발 유학생 이탈 수요를 흡수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교토대학교는 “미국에서 학업이 어려워진 유학생과 젊은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수용 검토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의 젊은 연구자를 중심으로 독자적인 수용 계획도 병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후지이 데루오 도쿄대 총장은 “하버드대에서 학업을 지속하지 못하는 유학생이 발생할 경우, 이들을 일시적으로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라며, 이를 위해 2025년도 중으로 관련 제도를 정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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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빠른 결제와 안정된 수익률이 동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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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F와 스테이블코인, ‘동반 상승’
운영 방식과 기대효과는 ‘차이’
MMF ‘수익률’과 스테이블코인 ‘빠른 이체’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올해 미국 머니 마켓 펀드(money market fund, 만기가 짧고 신용 위험이 적은 부채 증권에 투자하는 뮤추얼 펀드, 이하 MMF) 투자금은 7조 3,000억 달러(약 1경원)에 이르고, 달러화 고정 스테이블코인(stablecoins)은 2,800억 달러(약 389조원)를 상회한다. 모두 미국 단기 국채에 의존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운영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하지만 둘을 효과적으로 결합하면 대학을 포함한 교육기관들에 안정적인 거래와 일정한 수익을 보장할 수 있다.

‘MMF’, ‘스테이블코인’ 상승세

얼핏 보면 MMF와 스테이블코인은 비슷해 보인다. 둘 다 일대일 상환 기준을 적용하고 빠른 당일 거래가 가능하며 미국 달러에 연동돼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법적 규제와 경제적 보상 측면에서는 차이를 보인다. MMF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Rule) 규정 내 유동성 요건을 적용받으며 대규모 인출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수수료를 부과하거나 상환을 유예할 수 있다.

결제용 스테이블코인(payment stablecoins)은 지니어스법(GENIUS Act, 스테이블코인 및 제공업체에 대한 포괄적인 규제 조항)에 따라 이자 지급이 금지되고 엄격한 준비금 및 자금 세탁 방지 의무를 적용받는다. 이를 요약하면 MMF는 수익을 제공하고, 스테이블코인은 빠르고 안전한 자금 이체를 가능하게 한다. 둘을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로 취급해야 한다는 얘기다.

위기 시 안정성, MMF가 ‘우위’

시장 위기 상황에서도 양상은 사뭇 다르다. 2023년 실리콘밸리 은행(Silicon Valley Bank)이 파산했을 때, USDC(미국 달러에 고정된 스테이블코인의 일종)는 잠시 고정 가격을 벗어나 1달러당 0.88달러에 거래되는 모습을 보였다. MMF는 이와 대조적으로 지역 은행을 이탈하는 자금을 유치하며 안정을 유지했다. 이를 기관에 적용한다면 스테이블코인은 결제를 위해 한시적으로 보유하고, 원금은 규제 적용을 받는 MMF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암호화폐 가격 폭락이 MMF 자산 및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에 미치는 영향
주: 폭락 이후 기간(주, X축), 변동률(%, Y축), MMF 자산 추이(좌측), 스테이블코인 시총 추이(우측), *비트코인 가격 10% 하락을 ‘폭락’으로 정의
미국 통화정책 충격이 MMF 자산 및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에 미치는 영향
주: 충격 이후 기간(주, X축), 변동률(%, Y축), MMF 자산 추이(좌측), 스테이블코인 시총 추이(우측)

최근 2년간의 자금 흐름을 보면 더 명확해진다. MMF는 안전성과 수익률로 인한 수요 증가로 2023년 한 해에만 1조 2,000억 달러(약 1,668조원)가 유입돼 기록을 경신했고, 올해 기준 총자산이 7조 달러(약 9,733조원)를 넘어섰다.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달러 거래가 어려운 지역을 중심으로 결제에 주로 사용되며 성장세가 폭발적이지는 않다. MMF가 일정한 수익률을 보장한다면, 스테이블코인은 거래 장벽과 결제 시간을 줄여줘 해외 송금이 필요한 기관들이 주로 사용한다. 교육 기관들이 둘을 잘 활용하면 속도와 수익률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다.

MMF는 ‘수익률’, 스테이블코인은 ‘속도’

교육의 국제화는 점점 더 두드러지고 있다. 690만 명의 학생들이 고국을 떠나 해외에서 공부하며, 이들이 주로 선택하는 나라는 미국과 영국, 호주, 캐나다 정도다. 하지만 국제 송금 수수료율은 디지털 서비스가 생겼음에도 6.5%로 아직 높은 편이다. 만약 유학생 중 10%가 10,000달러(약 1,390만원)의 등록금을 규제가 적용된 스테이블코인으로 송금한다면 비용이 1%로 줄어 38억 달러(약 5조원)를 절약할 수 있다.

이렇게 교육 기관들이 두 금융 수단을 결합한 ‘스윕 정책’(sweep policy, 설정된 잔액 임곗값에 따라 계좌 간에 초과 자금을 자동으로 이체)을 사용하면 속도와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다. 가장 빠른 수단을 활용해 자금을 수령한 후 안전하고 수익률이 보장되는 금융 상품에 보관하는 것이다.

실제로 스테이블코인을 MMF나 토큰화된 국채 펀드(tokenized Treasury funds, 블록체인 기반의 단기 미국 정부 부채 상품)로 전환하는 데는 몇 분이 걸리지 않는다. 토큰화 국채는 아직 규모가 적지만 빠르게 성장해 70~80억 달러(약 10~11조원)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실시간에 가까운 결제를 보장하면서 정책 금리에 근접한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 하지만 수익률만을 보고 탈중앙화 방식(DeFi-style) 금융을 사용하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 정부 채권 및 규제가 적용된 MMF가 가장 안전하다.

양자 결합하면 ‘이상적’

한편 스테이블코인은 은행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도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Sub-Saharan Africa)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암호화폐 거래의 43%를 차지하고 나이지리아는 암호화폐 송금 규모가 연간 590억 달러(약 82조원)에 이를 정도다. 원격 교육 업체와 장학금 관련 비정부기구들에도 스테이블코인은 빠르고 안전한 달러 자산 완충장치를 제공한다. 여기에 지니어스법으로 자금세탁 방지 및 대테러리즘 규제까지 적용받는다.

구체적인 적용 사례를 살펴본다면 교육 당국은 스테이블코인을 수령한 후 즉시 법정 화폐나 MMF로 전환해 수익을 높이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수령부터 전환까지의 시간을 30분으로 한정하는 식이다. MMF를 자금 운용의 토대로 활용하면 부족한 예산하에서도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일부 스테이블코인 플랫폼들이 결제용 스테이블코인의 이자 지급 금지를 위반한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이미 규제 당국이 주시하고 있다. 따라서 교육 기관들은 MMF는 수익률, 스테이블코인은 속도라는 원칙을 따르는 것이 유리하다. 또 스테이블코인이 고정 가격에서 이탈하면 사용을 중지하고 대안을 실행하는 비상 규정을 미리 준비하는 것도 필요하다.

MMF와 스테이블코인은 각각의 장점이 명확히 다르므로 굳이 한쪽을 택하기보다는 양자를 연결해 장점을 살리는 것이 현명한 전략으로 보인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Same Cash, Different Rails: What Stablecoins and Money Market Funds Mean for Education Finance in 2025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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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모듈러 주택’ 시장 본격 시작, 공기 단축·비용 절감으로 주택 공급 혁신 기대

내년 ‘모듈러 주택’ 시장 본격 시작, 공기 단축·비용 절감으로 주택 공급 혁신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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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듈러 주택 시범사업 추진 및 제도정비
신속한 주택 공급·산재 감축 가능
기업들, 모듈러 주택 기술·사업 확대 가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세종시에 준공한 모듈러 주택/사진=LH

정부가 신속한 주택 공급을 위해 ‘모듈러 주택’을 활성화한다. 내년 매입임대주택을 모듈러 주택으로 공급하고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를 정비할 예정이다. 이른바 '레고형 주택'으로 불리는 모듈러 주택은 기존 건축물에 적용되는 철근 콘크리트 공법과 달리 양생 작업이 필요 없어 공사 기간을 절반 수준으로 단축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건설 현장의 인력난과 중대재해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국토부, 내년 모듈러 매입임대주택 시범 사업

1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모듈러 주택을 매입임대주택 사업으로 활용하기 위해 내년 시범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모듈러 매입임대주택 설계·시공 가이드라인과 매입 가격 산정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모듈러 매입임대주택을 모듈 운반·설치가 가능한 수도권 부지에 우선 조성할 방침으로, 높은 공사비를 감안해 저층 주택에 적용을 시작한다. 아울러 정부는 모듈 단가 인하를 위한 대량 발주의 필요성도 검토한다.

정부 방침에 따라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총 12개 지구, 2,261가구 규모의 모듈러 주택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 모듈러 공공주택에 대한 설계 시공 가이드라인을 내년 상반기까지 내놓을 예정이다. 이후 하반기부터는 시범사업에 나선다. 국토부 관계자는 "5년간 신축 매입임대 14만 가구와 공공지원 민간임대 2만1,000가구 공급에 모듈러를 우선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를 시작으로 모듈러 주택을 확대하기 위해 ‘탈현장건설공법(OSC)·모듈러특별법’도 제정할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특별법을 통해 모듈러 맞춤형 기준, 품질관리 제도를 마련하고 현장 건설 중심의 각종 규제를 완화할 것”이라며 “인센티브 강화를 통한 고비용 구조를 해소하겠다”고 전했다.

GS건설 자회사 자이가이스트에서 선보인 모듈러 주택/사진=자이가이스트

공기 최대 50% 단축

모듈러 주택은 공장에서 미리 제작된 방, 주방, 거실 등 모듈 공간을 현장으로 옮겨와 조립하는 주택이다. 현장에서 벽돌을 하나씩 쌓는 기존 공법 대비 공기(工期)를 최대 50%까지 줄일 수 있다. 또한 현장 인력 투입이 줄어 산업재해 가능성이 줄어들고 공사 품질도 균일하다는 장점이 있다.

모듈러 주택 공법은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구분된다. 적층형 공법인 벽식과 라멘식, 그리고 인필식이다. 벽식과 라멘식은 가장 일반적인 모듈러 공법으로, 공장에서 제작된 모듈 박스를 현장에서 쌓아 올리는 방식이다. 이 방식에서는 모듈 자체가 구조체의 역할을 담당하며, 주로 중저층 건축물에 적용된다. 인필식은 특히 고층 건물이나 대규모 복합 건축물에 모듈러 공법을 적용할 때 선호되는 방식이다. 구조적 안정성을 기존 건축 방식으로 확보하면서 내부 공간의 효율성과 다양성은 모듈러 방식으로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듈러 주택 건설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적 요소는 모듈 간의 결합 방식이다. 마치 레고 블록처럼 각 유닛을 정확하게 맞물려 조립해야 하기 때문에 모듈러 주택 관련 특허에서도 접합, 결합, 조립에 관한 기술들이 주를 이룬다. 여러 모듈 유닛의 연결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혁신적인 접근법도 있다. 지그재그 형태로 제작된 브라켓을 이용해 크레인으로 상측 구조물을 하측 구조물에 안정적으로 안착시키고 결합할 수 있도록 가이딩하는 체결 유닛과 조립 방법을 국내 건설사에서 개발했다. 이 기술은 모듈 간의 정확한 위치 조정을 가능하게 해 결합 품질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삼성 스마트 모듈러 홈 외관/사진=삼성전자

GS·삼성·현대 등 대기업들도 가세

정부가 모듈러 주택 확산을 위한 시범 사업을 예고하면서 건설업계도 관련 사업을 확대할 채비를 하고 있다. GS건설의 모듈러 건축 전문 자회사인 ‘자이가이스트(XiGEIST)’는 최근 국토부의 공업화 주택 인정을 받았다. 국토부는 일정 성능 기준에 따라 건축물의 전부 또는 일부를 공장에서 제작하는 방식의 모듈러 주택 등 공업화 주택의 구조와 성능을 사전에 인정하는 제도를 운영 중이다. 자이가이스트는 현재 단독 주택을 중심으로 모듈러 주택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공업화 주택 인정은 18층 이하 공동주택에 대해 받으면서 아파트 등으로 사업 확장 가능성을 열어뒀다.

현대건설 역시 인공지능(AI)·로봇 기반 목조 모듈러 전문기업 공간제작소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친환경 목조 모듈러 기술 상용화를 추진한다. 현대건설은 우선 힐스테이트 용인마크밸리 아파트 단지 내 자전거보관소와 키즈스테이션 등 부속시설을 모듈러 기술을 활용해 짓는다. 또 어린이집과 경로당에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지난 2023년 국내 최초로 모듈러 단독 주택 타운형 단지를 준공한 DL이앤씨도 모듈러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 DL이앤씨는 현재 40여 건의 특허를 보유 중이다.

​삼성도 '삼성표 모듈러 주택'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8일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된 국제가전박람회(IFA) 2025에서 스마트 모듈러 홈을 선보였다. 외관상 거실과 방 두 개를 갖춘 평범한 주택처럼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AI를 기반으로 가전, 가구, 냉난방공조(HVAC) 등이 다 연결된 집이다. 스마트 모듈러 홈은 만드는 데는 일주일, 설치는 하루 만에 가능하다. 삼성물산이 짓고, 삼성전자가 스마트홈 솔루션 및 가전을 턴키로 공급한다. 삼성전자는 실제 국내에서 일주일 만에 이 집을 제작한 뒤 베를린으로 운송해 단 하루 만에 조립을 마쳤다. 박찬우 삼성전자 부사장은 “수도권 내 단독 주택의 건설 비용이 10억원이라고 가정하면 모듈러 주택은 3분의 1까지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기업들이 모듈러 주택 개발 사업에 뛰어들면서 앞으로 건설 현장에도 다양한 변화가 예상된다는 게 전문가 반응이다. 이병홍 대구과학대 금융부동산과 교수(대구경북부동산분석학회 회장)는 "현재 기술로 당장 주택 공급 문제를 모두 해결하기엔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보이지만, 빠르게 기술이 발전해 건설 현장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최근 안타깝게 발생한 산업재해와 기후 환경 변화에 따른 공기 연장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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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실행 권한 가진 AI 에이전트, 차세대 보안 취약점으로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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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보안의 핵심 위험은 언어모델이 아닌 권한을 가진 에이전트
일상적 이미지나 문서도 에이전트를 조종하는 공격 통로로 활용 가능
에이전트는 최소 권한, 실시간 감시, 인간 검증이 필수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Research Memo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025년 미국에서 발생한 데이터 유출의 평균 비용은 1,022만 달러(약 1,370억원)에 달했다. 전체 사고 중 13%는 AI 모델이나 애플리케이션이 관여했으며, 그중 97%는 접근 통제가 부실했다. 이는 기존 보안 방식만으로는 대응이 충분하지 않다는 경고 신호다.

그동안 논의는 주로 언어모델의 성능과 오류, 혹은 탈옥(jailbreak·보안 장치를 우회해 금지된 답변을 끌어내는 기법)에 집중돼 왔다. 그러나 실제 위험은 따로 있다. 사용자의 자격 증명을 바탕으로 버튼을 누르고, 파일을 열고, 웹사이트에 접속하며, 업무 절차까지 자동으로 수행하는 AI 에이전트다. 이는 단순한 대화가 아니라 시스템 내에서 사용자를 대신해 직접 행동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무해해 보이는 이미지나 캘린더 초대장, 웹페이지도 에이전트를 속여 특정 지시를 수행하게 만들 수 있다. 피해는 잘못된 답변 출력에 그치지 않고, 사용자의 신분으로 파일을 전송하거나 내부 시스템에 접근하는 행위로 이어진다. 최근에는 사용자의 개입 없이 에이전트를 장악하는 조용한 하이재킹(silent hijacking·외부 명령이 자동 실행되는 현상) 사례도 보고됐다. 이를 단순히 모델의 결함으로만 본다면 통제 장치 없는 슈퍼유저를 계속 만들어내는 셈이다. 따라서 보안의 초점은 언어모델이 아니라 실제 행동을 실행하는 에이전트에 맞춰져야 한다.

사진=ChatGPT

대화형 도구에서 시스템 행위자로

AI 에이전트는 프롬프트 구조, 도구와 플러그인, 자격 증명, 정책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조합을 통해 브라우징, 코드 실행, 이메일 열람, CRM 조회, 티켓 발행, 스프레드시트 편집, 구매까지 가능하다. 공격 표면이 기존 해커의 영역에서 새로운 인터페이스 속으로 옮겨온 것이다.

예를 들어 고객지원 에이전트가 PDF나 스크린샷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악성 지시가 숨어 있다면, 민감한 파일 전송이나 공격자 사이트 접속, 인증 토큰 탈취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미지의 픽셀을 조작하는 방식까지 보안 위협으로 떠오르고 있다. 단순히 모델을 속이는 수준을 넘어 실제 도구 실행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위험을 단순히 콘텐츠 필터링 문제로 본다면 입력 처리, 권한 구분, 출력 검증, 신원 관리 같은 근본적 보안 요소를 놓치게 된다.

국제 웹 보안 재단 OWASP(The Open Web Application Security Project)는 LLM 애플리케이션 Top 10에서 프롬프트 인젝션, 불안정한 출력 처리, 플러그인·외부 API 취약성을 주요 위험으로 지적했다. 영국 정부의 가이드라인도 런타임 환경, 자격 증명, 저장소, 모니터링을 핵심 관리 대상으로 강조한다. 실제 사고 다수는 모델 자체의 오류가 아니라 과도한 권한, 검증되지 않은 도구 연결, 무제한 브라우징, 고위험 작업에 대한 인적 검증 부재 등 관리 실패에서 비롯됐다. 따라서 에이전트는 단순 채팅 도구가 아니라 특권 계정과 같은 자동화 시스템으로 취급해야 한다.

자격 증명은 보안의 약한 고리

보안업체 유닛42는 에이전트 자격 증명이 탈취되거나 오남용될 경우 연결된 모든 시스템이 위험해진다고 경고했다. 세계 최대 보안 행사인 RSA 컨퍼런스에서도 ‘AI 에이전트 신원 보안’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헬프데스크 에이전트가 인사 관련 요청을 처리하거나 연구용 에이전트가 연구소 드라이브에 접근해 권한을 부여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도용은 단순한 인터페이스 문제가 아니라 심각한 보안 침해다.

문제의 핵심은 단순하다. 에이전트가 여러 도구와 시스템을 연결한 상태에서 자격 증명까지 쥐고 있기 때문에, 공격자가 에이전트를 장악하면 곧바로 모든 권한에 접근할 수 있다.

증거가 보여주는 위험

최근 연구는 AI 에이전트가 이미 공격 표적임을 입증했다. 2025년 8월 발표된 연구에서는 사용자가 거의 개입하지 않아도 기업용 보조도구를 조종해 데이터 탈취와 업무 절차 변경을 가능하게 하는 '조용한 하이재킹' 기법이 공개됐다. 주요 업체의 상용 에이전트가 실제로 이런 위협에 노출됐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이는 웹 보안에서 흔히 나타나는 패턴, 즉 오염된 입력과 과도한 신뢰 출력과 비슷하지만, 공격 대상이 기업 내부 권한을 가진 소프트웨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 같은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 정부와 표준 기구는 기존 보안 지침을 에이전트 환경에 맞게 확대하고 있다. 미국 정부와 국제 사회는 모델 인터페이스만이 아니라 전체 시스템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가 제시한 ‘생성형 AI 프로파일’은 오남용 시나리오 설계, 도구 접근 제한, 비정상 행위 모니터링 같은 구체적 통제를 담고 있다. OWASP도 출력 처리와 공급망 관리의 위험을 강조했다.

2025년 AI 관련 보안 침해: 접근 제어 부재
주: AI 접근 제어 미비(97%), AI 접근 제어 확보(3%)

교육기관과 공공부문에 드러난 위험

IBM의 2025년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 유출 평균 비용은 약 444만 달러(약 600억원), 미국은 1,000만 달러(약 1,370억원)를 넘어섰다. 전체 사고의 20% 안팎은 관리되지 않은 ‘섀도우 AI’가 관여했으며, 이 경우 대응 비용이 수십만 달러 이상 늘어났다. 학생 기록이나 연구비 관리 시스템에 연결된 에이전트가 과도한 권한을 가진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대학은 재정 손실과 운영 차질, 평판 악화를 동시에 겪을 수 있다. 2만 5,000명 규모 대학의 단일 사고만으로도 연간 예산이 흔들리고 주요 프로그램이 중단될 수 있다.

보안업체 트렌드마이크로(Trend Micro)의 연구도 같은 경고를 내놓았다. 에이전트가 외부 콘텐츠를 가져와 실행하거나 저장하는 과정에서 코드 실행 취약점과 데이터 유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2025년 데이터 유출 평균 비용-전 세계 vs 미국 (단위: 백만 달러)
주: 지역-전 세계, 미국(X축), 데이터 유출 비용(Y축)

안전한 운영을 위한 제언

이 같은 위험을 줄이려면 에이전트에도 기본 보안 원칙을 그대로 적용해야 한다. 첫째, 에이전트마다 전용 계정을 부여하고 임시 자격 증명을 사용해야 한다. 접근할 수 있는 도구는 허용 목록으로 제한한다. 둘째, 권한은 최소화해야 한다. 파일 수정, 네트워크 접속, 승인되지 않은 API 호출은 차단해야 한다. 셋째, 민감한 업무는 반드시 사람이 확인해야 한다. 재정, 성적, 자격, 의료 기록처럼 핵심 업무는 최종 승인권을 사람에게 두어야 한다. 넷째, 모든 행위는 기록으로 남기고 이상 징후는 즉시 탐지해야 한다.

중앙 IT 부서는 이를 제도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캠퍼스 에이전트 카탈로그’를 운영해 기능별 위험도를 구분하는 방식이다. 녹색은 읽기 전용, 황색은 내부 쓰기 가능하지만 사람 검증 필요, 적색은 재정·신원 관련 고위험 영역으로 엄격 통제가 필요한 경우다. 또한 승인되지 않은 브라우저 확장이나 무단 API 키 사용을 막으려면, 승인된 경로를 가장 편리하게 제공해야 한다. 사용자가 안전한 선택을 자연스럽게 하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에이전트 보안은 필수 과제

일부는 언어모델이 내놓는 답변을 사후 검열하면 보안이 확보된다고 보거나,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은 모델은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제 사례는 이를 반박한다. 출력만 검열해서는 공격을 막을 수 없고, 오프라인 모델도 플러그인이나 파일 접근이 열리면 똑같이 취약하다.

보안 강화가 비용과 복잡성을 늘린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학생 재정 시스템 같은 민감한 영역에서 추가 통제를 두는 비용은 사고 이후 복구 비용에 비하면 훨씬 적다.

결국 위험의 본질은 모델의 지능이 아니라 권한을 가진 채 행동하는 에이전트다. 이미지, 웹페이지, 파일이 새로운 공격 경로로 작동하는 지금, 에이전트는 특권 계정처럼 관리돼야 한다. 최소 권한, 도구 제한, 입력 검증, 행위 기록, 이상 탐지, 사람 검증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The Urgent Need to Address AI Security: Why AI Agents, Not LLMs, Are the Real Risk Surface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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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폴리시] 중국의 제조업 질주, 교육이 향후 판도를 좌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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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중국, 압도적 생산능력으로 세계 제조업 표준 주도
생산 확대가 기술 학습과 산업 구조 재편을 가속화
미국, 인력 양성 부진과 생산성 정체로 경쟁 구도에서 뒤처질 위험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023년 중국은 전 세계 제조업 생산의 29%를 차지했다. 이는 차순위 네 나라의 합계를 웃도는 규모다. 단순한 점유율을 넘어선 이 수치는 글로벌 제조업의 운영체제를 좌우하는 힘을 보여준다. 공정의 기준을 누가 정하고, 가격을 누가 규율하며, 어떤 기술이 미래 공장에서 핵심 역량으로 자리 잡을지를 결정한다. 효율성의 문제로만 보거나 관세와 보조금으로 균형을 맞출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착시다.

오늘날 제조업 경쟁력의 본질은 인재를 얼마나 빠르고 대규모로 양성하느냐에 있다. 세계의 공장은 이미 실용 공학, 메카트로닉스, 전력전자, 생산 소프트웨어의 중심지로 바뀌었다. 한국과 미국, 독일, 일본이 교육과 훈련을 산업 전략의 핵심으로 두지 않는다면 기술적 우위는 더 이상 장담하기 어렵다.

사진=ChatGPT

경쟁 구도의 변화

냉전 시기에는 미국의 생산성이 압도적이었다. 효율성이 앞서면 규모 확대가 뒤따랐고, 이를 통해 미국은 세계 제조업의 중심에 섰다. 그러나 오늘날의 구도는 다르다. 이제는 대규모 생산이 먼저 이뤄지고, 이를 통해 학습 주기가 단축되며 자동화 비용이 줄어 효율성이 창출된다.

2023년 중국은 전 세계 신규 산업용 로봇의 절반 이상을 설치했고, 로봇 밀집도에서는 독일을 추월해 세계 3위에 올랐다. 동시에 청정에너지 분야에서도 압도적 우위를 보였다. 2024년에는 전 세계 배터리의 75% 이상을 생산했고, 국내 가격은 1년 만에 30% 가까이 하락했다. 2030년이면 확정된 생산능력이 자국 수요의 두 배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는 수출 가격을 장기간 낮추는 압력으로 작용하고, 배터리 제조 전 과정의 표준을 중국이 사실상 주도하도록 만들고 있다.

반면 2010년부터 2022년까지 미국 제조업 생산성은 사실상 정체 상태였다. 훈련과 감독, 공정 엔지니어링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관세와 보조금만으로는 격차를 줄일 수 없다. 경쟁의 핵심은 시설 건설이나 보호 정책이 아니라 인적 역량이다.

2023년 세계 최대 제조업 경제 규모-총생산 비중(왼쪽 그래프), 부가가치 비중(오른쪽 그래프)(단위: %)
주: 중국(CHN), 미국(USA), 일본(JPN), 독일(DEU), 인도(IND), 한국(KOR), 이탈리아(ITA), 프랑스(FRA), 대만(TWN), 영국(GBR), 나머지 국가(RoW)

교육을 외면한 전략의 한계

중국은 세계 최대의 직업교육 체계를 운영한다. 9,700개 이상의 직업고등학교에 약 1,780만 명이 재학 중이고, 1,500개가 넘는 고등직업대학은 기술자와 준엔지니어를 길러내고 있다. 국제 특허 출원 건수에서도 세계 1위를 기록하며 STEM 졸업생과 엔지니어를 대규모로 배출한다. 로봇 확산과 기술 훈련이 결합하면서 신입 인력은 곧바로 현장에 투입되고, 관리자는 더 빨리 숙련을 축적하며, 협력업체는 국내 표준을 따라 세계 기준을 확산시킨다.

한국, 독일, 일본은 일부 분야에서 여전히 강점을 보인다. 그러나 중고도 수준의 복잡성이 요구되는 영역에서는 중국이 숙련 속도를 크게 앞질렀다. 단순한 효율성 개선만으로는 대응이 어렵다. 교육 역량을 강화하지 못한다면 서구의 산업 전략은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미국도 같은 압력을 받고 있다. 첨단 연구개발과 고부가가치 산업에서는 강점을 유지하지만, 연구 성과를 대규모 생산으로 연결하는 과정은 원활하지 않다. 수습생 수는 10년 전 31만8,000명에서 2024년 68만 명으로 늘었고, 반도체법(CHIPS Act)을 통한 지역사회대학 중심 훈련도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수요에는 한참 못 미친다. 첨단 반도체 공장 하나만 가동해도 수천 명의 기술 인력이 필요한데, 현행 프로그램은 수백 명 규모에 그친다. 매년 수천 명 단위의 메카트로닉스·공정 기술자를 배출하지 못한다면 최첨단 시설을 갖추고도 인력 부족이라는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1995~2000년 세계 총생산에서의 제조업 비중 추세(단위: %)
주: 중국(CN), 미국(US), 일본(JP), 독일(DE), 이탈리아(IT), 프랑스(FR), 영국(GB), 캐나다(CA), 중국 제외 상위 10개국 합계(Top 10 ex CN)

소프트파워의 약화

냉전은 단순한 생산성 경쟁이 아니었다. 미국 체제에 대한 신뢰가 국제 질서를 지탱하는 힘이었다. 그러나 2024년 미국의 공적개발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ODA)는 감소세를 보였다. 의회에서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지원을 중단하거나 취소하려는 논의가 이어졌고, 이에 따라 파트너 국가와 대학은 불확실성을 전제로 계획을 세울 수밖에 없었다.

국제 협력은 교육 분야에서 결정적이다. 교수 교류, 표준 개발, 직업훈련 현대화, 자격 인정 같은 네트워크는 대규모 숙련 인력을 양성하는 기반이다. 이 연결망이 약화되면 서구는 외교적 영향력뿐 아니라 제조업 경쟁력의 토대도 잃게 된다.

교육이 좌우하는 경쟁력

앞으로의 경쟁은 인재를 얼마나 빠르게 길러내고 숙련을 고도화하느냐에 달려 있다. 한국, 미국, 독일, 일본은 과거의 노동집약적 모델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기술자·공정 엔지니어·현장 관리자를 효과적으로 양성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사회대학과 기술학교는 장비업체와 협력하고 기업 연계형 유급 훈련을 운영하는 실습 중심 기관으로 변모해야 한다.

수습 제도 역시 강화돼야 한다. 프로그램을 분산시키지 말고, 일정 비율의 수습을 의무화하며, 장비업체와 연계한 훈련을 병행해야 한다. 또한 교육과정은 공급망처럼 관리돼야 한다. 변화 속도가 빠른 분야는 매년 개편이 필요하며, 그렇지 않으면 졸업생은 구식 기술에 머물게 된다.

학교가 공장의 성패를 결정

서구의 대응은 아직도 분산적이고 단발적이다. 틈새 프로그램이나 일시적 지원으로는 대규모 변화에 대응할 수 없다. 필요한 것은 보여주기식 대책이 아니라 실질적 변화다.

교육과정을 정기적으로 개편하고, 수습 기회를 확대하며, 연구개발과 중간기술 훈련을 긴밀히 연결해야 한다. 학생들이 짧은 시간 안에 현장 기술을 습득하고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냉전 시절 미국은 효율성으로 우위를 지켰다. 오늘날의 경쟁에서 승부를 가르는 것은 학교이며, 교육이 곧 공장의 성패를 좌우한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Shifting from Superpower Factories to Superpower Classrooms: The New Landscape of Global Manufacturing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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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측근 청년 활동가 피격 사망, 비극으로 치달은 정치적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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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진보 갈등 재점화 조짐
국제 보수 네트워크 활동 행보
정치 양극화·증오범죄 민낯 드러나
찰리 커크 터닝포인트USA 공동창립자가 5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빌드업코리아 2025’에 참석해 발언 중이다/사진=빌드업코리아 유튜브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보수 성향 청년운동가 찰리 커크가 대학 강연 도중 총격을 받아 숨지면서 미국 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커크는 한국을 비롯한 국제 무대에서 보수 네트워크를 확장하며 트럼프의 외곽 메시지를 전달해 온 핵심 인물로, 미국 정치권은 이번 사안을 두고 초당적으로 폭력을 규탄하고 나섰다. 그러나 분열 양상은 오히려 부각되면서 미국 민주주의의 근간인 ‘다름의 인정’ 원칙 또한 흔들리는 모습이다.

대학 강연 도중 피살, 범인 검거는 아직

10일(이하 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위대한 인물이자, 전설적인 찰리 커크가 세상을 떠났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알렸다. 이어 “찰리만큼 미국 청년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진심으로 보듬은 사람은 없었다”면서 “그는 모두에게, 특히 나에게 많은 사랑과 존경을 받았다”고 애도했다.

보수 성향 청년 단체 ‘터닝포인트 USA(Turning Point USA)’의 공동 창립자인 커크는 다수의 정치 관련 조직을 이끌며 대규모 자금을 모아왔다. 커크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굳건한 지지자로, 청년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약 52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팟캐스트 ‘찰리 커크 쇼’를 운영했으며, 최근에는 폭스뉴스의 ‘폭스 앤드 프렌즈’ 공동 진행자로 나서기도 했다.

비극적 사건은 이날 정오 직후 유타주 오렘의 유타밸리대학교(UVU) 강연 도중 발생했다. 대학 측에 따르면 범인은 캠퍼스에서 약 200야드(183미터) 떨어진 건물에서 총격을 가했고, 커크의 목을 관통한 총탄이 치명상을 입혔다. 커크는 인근 병원으로 긴급 이송돼 수술을 받았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당시 커크는 청중의 질문에 답하며 총기 규제와 관련한 논란을 언급하던 중이었고, 총성이 울리자 현장은 곧바로 아수라장이 됐다.

사건을 앞두고 UVU 내부에서는 그의 강연을 둘러싼 찬반 논란이 거셌다. 1,000여 명이 참여한 강연 취소 청원이 제출됐을 만큼 학내 갈등이 고조된 상태였다. 경찰은 현장에서 1명을 연행했으나 총격 용의자는 아닌 것으로 확인됐으며, 여전히 범인은 검거되지 않았다. 수사 당국은 정치적 동기에 따른 암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확대한다는 입장이다.

보수 진영 차세대 리더로 부각

사고 발생 직전까지 커크는 국제 무대에서 활발히 움직이며 트럼프 외곽의 ‘발’로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었다. 불과 닷새 전 한국을 찾은 것도 그러한 활동의 연장선이었다. 커크는 5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빌드업 코리아 2025’에 참석해 한국 청년들에게 “정치가 언젠가 삶을 바꿔주길 기다리지 말고 지금 내 삶에서 정치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국에서 보수 진영의 청년 조직을 성공적으로 이끈 경험을 발판 삼아 한국 청년층을 새로운 국제 보수 네트워크의 동반자로 끌어들이겠단 야심을 숨기지 않았다.

그가 설립한 터닝포인트 USA는 이처럼 적극적 활동을 기반으로 단기간에 급성장했다. 커크는 지난해 대선 국면에서 ‘커밋 100’ 프로그램을 주도하며 활동가 한 명이 100명의 유권자를 관리하는 집중 전략을 도입했고, 청년층을 직접 움직이는 데 탁월한 효과를 거뒀단 평가를 받았다. 한국 무대에서도 그는 “미국 내 대학 캠퍼스는 이념 전선이 가장 치열한 곳”이라면서 “정치적 올바름(PC)에 지친 학생들이 보수에 마음을 열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한국 사회의 2030세대 보수화 현상과 맞닿아 있다는 설명이다.

커크는 또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시절 불법 이민 확대가 인플레이션을 심화시키고, 중산층을 몰락시켰다고 강하제 비판했다. 그는 “우리가 주최하는 행사에 참석한 청년들은 ‘원래 좌파였는데 지금은 보수로 돌아섰다’는 말이 쏟아진다”며, 청년 세대의 현실적 불만이 정치적 지형 변화를 촉발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한국 청년들에게도 “보수는 시대착오가 아니라 삶을 바꾸는 실질적 선택지”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방한 일정은 단순히 행사 참여에 그치지 않았다. 그는 인천 자유공원의 맥아더 장군 동상을 찾아 “나의 영웅”이라고 표현하며 한미동맹의 역사적 뿌리를 강조했고, 비무장지대(DMZ)를 찾은 자리에선 북한을 “문명의 끝, 전체주의 독재의 경계”로 지칭하며 물리적 장벽이 정치 현실을 상징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가 총격으로 생을 마감하기 직전까지 보여준 이러한 행보는 커크가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 기반이자, 글로벌 보수 운동의 연결 고리로 작동해 왔음을 의미한다.

정치권→사회 전반 분열 우려 확산

미국 정치권은 초당적으로 이번 총기 사망 사건을 ‘정치적 폭력’이라고 규정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 대표는 “어떤 종류든, 개인에 대한 정치적 폭력은 용납될 수 없으며 미국의 가치와도 양립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존 튠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역시 “미국 정치에 침투한 폭력의 위협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며 “누군가를 격렬히 싫어하거나 반대하더라도 그 역시 존중과 보호를 받을 자격이 있는 미국인이라는 점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며 애도했다.

이처럼 정치권에서 한목소리로 이번 총격 사건에 대해 비판과 경계의 목소리를 내는 것과 달리, 미국의 정치 분열 양상은 더 커지는 모양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해 트럼프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를 암살하려고 했던 2건의 시도를 포함해 점점 더 정치인을 겨냥한 공격이 늘어나고 있다”고 짚으며 “이번 사건 역시 미국 내 정치적 폭력이 증가하는 데 따른 비극”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미 주간지 더 네이션이 지난 5월 실시했던 미국인의 정치적 폭력 지지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는 민주당 지지자의 약 40%가 ‘트럼프 대통령을 물러나게 하기 위한 무력 사용을 지지한다’고 답했으며, 공화당 지지자의 약 25%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 진압을 위한 군 병력 투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적 신념이 곧 물리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수치로 일부 현실화한 셈이다.

이에 전문가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시카고대학교 로버트 페이프 교수는 “갈수록 정치적 폭력 행위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이는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구조적 위협”이라고 일갈했다. 정치권이 이번 총격 사건과 같은 비극을 계기로 제도적 안전망과 화합의 길을 모색하지 못한다면, 미국 내 분열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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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투기 억제·실수요 보호” 부동산 대책 지속 천명

이재명 대통령 “투기 억제·실수요 보호” 부동산 대책 지속 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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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세제·공급 강경 기조 지속
신용공급 통제 수위도 ‘레벨업’
건설 둔화에 성장률 압박 우려도
11일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 영빈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 중이다/사진=대통령실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둘러싼 각계의 목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수요·공급 측면의 부동산 대책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지난 6·27대책과 9·7대책에서 가계대출 억제 기조를 드러낸 데 이어 일부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투기 차단 원칙을 유지한다는 입장을 거듭 표명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건설경기 침체가 경제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며 그에 대한 방어 수단으로 금리 인하를 점치는 상황이다.

단기 반등 기대 억제, 레버리지 의존 수요 차단

11일 이 대통령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열고 “부동산 수요를 실수요자 중심으로 바꾸고, 투기·투자 유인으로 취득하는 일을 최소화하려면 반복적으로 관련 대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며 “초과수요와 투기수요를 통제해야 하고 공급도 실효성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시적 대책으로는 부동산 시장의 고질적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는 만큼 가격 안정을 위한 부동산 대책들을 지속 마련하겠단 설명이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우리 경제 구조가 기본적으로 부동산 투기 중심인 측면이 있다는 점을 짚었다. 부동산의 비중이 너무 크다 보니 정상적인 경제성장 발전에 장애가 되는 상태라는 지적이다. 그는 "“아직도 우리 국민에게는 ‘투자는 역시 부동산’이라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면서 “개인적으로는 (이 같은 부동산 선호 인식이) 거의 막바지라고 보는데, 최대한 연착륙을 시키려면 부동산 가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발표한 6·27 부동산 대책에서도 동일한 기조를 보인 바 있다. 당시 정부는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를 포함한 가계대출 억제책을 전면에 내세워 레버리지 수요를 차단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6억원 초과 주택담보대출 제한과 전입신고 의무 강화가 시행되면서 서울에서 8억6,000억원을 초과하는 주택거래 비중은 6월 51.3%에서 7월 36.8%로 14.5%p나 급감했다.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세 역시 꺾였다. 한국은행의 집계에서 6월 말 예금은행 주담대 잔액은 전월 대비 5조1,000억원 증가했는데,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직후인 7월엔 3조4,000억원으로 그 폭을 줄였다. 이에 시장에선 6·27 대책이 단기적으로 시장에 ‘브레이크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다만 일부 상급지에서는 여전히 가격 상승 조짐이 보이는 만큼 제도의 효과가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병존했다.

금융권 리스크 관리 전면 재조정 국면

이에 정부는 추가적인 규제안을 내놓으며 대출 시장 진화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달 금융위원회는 관계부서 합동으로 발표된 ‘주택공급 확대방안’의 후속조치 이행을 위한 ‘긴급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에는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과 은행연합회, 제2금융권 협회, 5대 시중은행(KB국민·하나·신한·우리·농협), 주택금융공사, 서울보증보험 등이 참석했다.

금융위는 이날 회의에서 “6.27대책 시행 이후 일시적으로 둔화했던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난달부터 확대되고 있으며, 일부 지역의 주택가격 상승세도 감시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금리 인하 기대감에서 비롯된 부동산 가격 상승 가능성이 큰 만큼 6·27대책에서 일부 내용을 보강한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4조1,000억원 늘어난 1,168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회의에서 논의된 주요 관리방안은 △규제지역 LTV 강화 △주택매매·임대사업자 대출 제한 △1주택자의 수도권 규제지역 내 전세대출한도 일원화 △주담대 금액별 주신보 출연요율 차등 적용 등이다. 먼저 규제지역(강남3구, 용산구)에 적용되는 주담대 담보인정비율(LTV) 상한은 기존 50%에서 40%로 낮췄다. LTV는 담보로 제공한 부동산의 가치 대비 금융기관이 대출해 줄 수 있는 금액 비율로, 1억원짜리 주택의 LTV가 40%라면 최대 4,000만원의 대출이 가능하다.

또 수도권·규제지역 내 주택을 담보로 하는 주택매매·임대사업자 대출의 LTV를 0%로 제한해 가계대출 규제 우회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는 사업자 대출을 차단했다. 다만 부작용 발생 가능성을 고려해 국토부 장관이 인정하는 경우는 예외를 허용한다. 아울러 그간 전세보증기관 3사별로 다르게 운영된 1주택자의 수도권·규제지역 내 전세대출 한도를 2억원으로 일원화하고, 은행 등이 매년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에 납부하는 출연요율 부과 기준을 대출유형에서 대출금액으로 개편했다.

이번 9·7대책 발표의 영향으로 은행권에는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자금대출 등을 제한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신한은행은 지난 8일부터 비대면 주담대와 전세대출 취급을 중단했으며, 같은 날 하나은행도 비대면 주담대 접수를 중단했다. 나머지 주요 시중은행에서는 아직 비대면 주담대 접수가 가능하지만 KB국민은행은 일부 대면 대출 업무를 일시적으로 막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 발표로 새로운 규제안을 전산에 반영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구체적인 재개 시점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금리 인하 여지 확대, 정책 조합 여부에 시장 촉각

시장은 규제 강화로 인한 건설경기 침체가 한국 경제 성장률을 끌어내릴 가능성에 주목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를 기점으로 건설 수요가 위축되면서 당초 예상했던 성장률 전망치가 잇따라 하향 조정된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을 전망치를 1월 2.0%에서 최근 0.8%로 낮췄고, 아시아개발은행(ADB)도 1.5%에서 0.8%로 0.7%p 줄였다. 한은과 한국개발연구원 역시 0.8% 성장 전망을 제시했다.

특히 한은은 이창용 총재가 직접 “건설투자가 성장률 전망에 미친 부정적 기여도가 1.2%에 달했다”고 언급하며 “보합만 유지했어도 성장률이 2.1% 수준은 가능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타 전문가들 역시 △대출 규제 강화 △건설 현장 안전사고 △미분양 누적 등 복합적 요인이 건설경기 침체를 심화시켰다고 입을 모으며 “추가 규제가 시행될 경우, 금융권으로 부실 위험이 전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을 위시한 정부는 투기 수요를 근절하고 실수요 중심의 질서를 세우겠다는 기조를 유지 중이다. 성장률 둔화와 같은 일부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정책 기조를 흔들지 않고 시장 안정을 이루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성장률 저하에 따른 악영향보다 집값 급등이 불러올 사회적 파장이 더 위험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선택으로 풀이된다.

이에 시장 일각에선 금리 인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는 분위기다. 한은 가계부채 증가세가 일정 부분 억제되고 물가도 안정세를 보일 경우, 금리 완화가 성장률 방어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실제로 지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일부 위원은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건설 경기 부진이 국가 성장률을 갉아먹는 만큼 정부의 재정 지원과 주택공급 로드맵이 통화정책과 맞물려야 충격 완화 또한 기대할 수 있다는 게 한은의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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