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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조원 투자의 씁쓸한 뒷맛’ 이마트, G마켓 잔여 지분 우선 매수 안 한다

‘3조원 투자의 씁쓸한 뒷맛’ 이마트, G마켓 잔여 지분 우선 매수 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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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마켓 지분 80% 인수에 3.4조원 투입
향후 지분 매입 계획은 ‘미정’
실적 개선 요원, 차입금만 급증

이마트가 G마켓 잔여 지분을 매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3년 전 3조원이 넘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G마켓을 인수했으나, 이후 G마켓의 실적이 하락세를 거듭하며 재무적 부담이 커진 데 따른 결정으로 풀이된다. 잔여 지분을 보유한 이베이는 제3의 원매자를 찾아 매각을 추진한다는 입장이지만,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해 말 콜옵션 만기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최근 G마켓 잔여 지분을 우선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포기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전날 “이베이 쪽에서 G마켓 잔여 지분 매각을 검토 중이라는 연락이 왔고, 제3자 매각에 동의해 달라는 요청에 응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마트는 지난 2021년 10월 자회사 에메랄드SPV를 통해 이베이코리아(옥션·G마켓) 지분 100%를 보유한 아폴로코리아 회사의 지분 80.1%를 3조4,404억원에 사들였다. 아폴로코리아는 과거 이베이코리아를 운영하던 영국 소재 이베이KTA가 자회사 매각을 목적으로 설립한 법인이다. 이를 통해 이마트는 ‘이마트→에메랄드SPV→아폴로코리아→지마켓’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구축했다.

당시 이마트는 아폴로코리아가 보유한 G마켓 잔여 지분 19.9%에 대해 우선 매수할 수 있는 권리(콜옵션)를 계약 내용에 포함했다. 콜옵션 만기는 지난해 말이었지만, 이마트는 해당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마트 관계자는 “단순 콜옵션 행사 계약 기간이 종료된 것”이라면서 “특별한 사유는 없으며, 향후 지분 매입 계획 또한 미정”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이마트가 콜옵션을 행사하기에 재무적 여건이 따라주지 않았다고 풀이했다. 실제로 이마트는 지난해 연결기준 469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사상 첫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개별기준으로도 전년 대비 27.3% 감소한 1,88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는 데 그쳤다. 이런 수익성 악화에 이마트는 올해 상반기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전사 희망퇴직을 단행하기도 했다.

경쟁 심화 이커머스, 투자 수요도 ‘0’

이베이는 이마트가 매수를 포기한 잔여 지분 19.9%를 제3자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시장에서는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쿠팡과 네이버가 이커머스 시장 대부분을 장악한 상황에서 업계 경쟁이 격화하는 등 G마켓의 실적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서다. 지난해 G마켓은 321억원의 적자를 냈으며, 올해엔 3분기까지 누적 적자가 341억원에 달한다.

이는 이마트가 인수에 나섰던 2021년과는 매우 상반된 분위기다. 당시 G마켓과 옥션은 인수·합병(M&A)시장의 ‘알짜’ 매물로 꼽혔다. 출혈 경쟁이 심각한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15년 동안 안정적으로 흑자를 내는 유일한 플랫폼이었기 때문이다. 이베이코리아의 2020년 매출은 1조3,000억원으로 영업이익 또한 850억원에 달했다. 이마트 자회사 SSG닷컴과 G마켓이 물류를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시너지를 발휘할 것이란 기대가 커진 배경이다.

그러나 업황이 악화할 대로 악화한 시장에서는 희망을 찾기 어려운 모양새다. 현재 11번가와 티몬·위메프 등도 수개월~1년 이상 매물로 나온 상황이지만, 원매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2000년대 초반 G마켓 성공 신화의 주역으로 꼽힌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는 티몬·위메프 대규모 판매 대금 미정산 사태로 법적 절차까지 돌입한 실정이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이베이 지분 20%가량을 매수하기 위해서는 조 단위의 자금이 동원돼야 하는데, 이커머스 분야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이 전무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G마켓 인수 여파, 유동성 위기로

80% 상당의 기존 지분을 보유한 이마트의 셈법도 복잡하긴 마찬가지다. 유통업계와 시장에서는 이마트의 G마켓 인수가 회사를 유동성 위기로 몰아넣은 패착이 됐단 시각이 주를 이룬다. 인수 자금으로만 3조원을 넘게 쏟아부은 탓에 회사의 재무 곳간은 텅 비었고, SSG닷컴 역시 적기 투자 기회를 놓치는 등 악순환에 빠진 것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469억원의 영업적자와 1,87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본업 현금흐름이 위축된 가운데 무리한 M&A와 설비 투자를 단행한 결과다. 2019년 6조원 수준이었던 총 차입금(이자 발생 부채)은 지난해 11조5,000억원까지 증가했다. 해마다 금융비용으로만 수천억원을 지불해야 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말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일제히 이마트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서정연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마트가) 쿠팡에 대항하고자 G마켓·옥션을 무리하게 인수했지만, 실적 개선을 이뤄내지 못하는 바람에 영업권 상각과 손상차손만 떠안았다”고 설명했다. 이커머스 시장 내 입지 강화에 나선 이마트의 야심 찬 시도가 결국 상처만 남긴 채 실패로 돌아갔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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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하 통행료 낮추든지 미국에 반환하라” 트럼프, 파나마에 '경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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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파나마 운하 통제권 환수 가능성 언급
운하 1달러에 넘겼는데 중국만 좋은 일 시켜
파나마 대통령 “단 1㎡도 줄 수 없다” 반박
파나마 운하 통제권 반환' 요구 가능성을 언급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2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미국 운하에 온 것을 환영한다"며 올린 사진 /사진=도널드 트럼프 트루스소셜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5년 전 이양한 파나마 운하(Panama Canal) 소유권을 빼앗을 수 있다고 엄포를 놨다. 최근 파나마 정부가 운하의 통행료를 높이고 중국과의 인프라 협력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내달 취임을 앞두고 적대국뿐 아니라 전통적인 우호국까지 도발해 향후 국가 간 외교 관계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트럼프, 파나마 운하 통행료 인하 압박

23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전날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린 보수 계열 정치 행사 ‘아메리카 페스트 2024(America Fest 2024)’에서 파나마 정부가 미국 해군과 기업 등에 파나마 운하 통행료를 “터무니 없이 과도하게” 부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다른 곳에서도 바가지를 쓰고 있는데 파나마 운하에서도 마찬가지”라며 “파나마 운하를 완전하고 신속하게 반환할 것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파나마 관리들은 이런 점을 유념하라”고 경고했다. 파나마 운하 통행료가 너무 비싸니 과거에 관리했던 운하를 되찾아오겠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21일에도 같은 주장을 펼친 바 있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파나마 정부가 (파나마 운하를 통해) 부과하는 수수료는 터무니없다"며 "우리나라에 대한 이런 완전한 '바가지'(rip-off)는 즉시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이 그동안 관대함을 베풀었음에도 이를 시정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파나마 운하를 우리에게 반환하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파나마 정부는 즉각 반박했다. 같은 날 호세 라울 물리노(Jose Raul Mulino) 파나마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공개한 대국민 연설에서 “파나마 운하와 그 인접 지역은 파나마의 일부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1㎡도 양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물리노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이 문제 삼은 통행료가 과도하지 않으며 운영 비용과 시장 상황에 따라 투명하게 정해진다고 반박했다. 그는 “운하는 파나마가 독점적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미국이나 중국, 유럽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면서 “파나마의 영토 주권은 타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자 트럼프 당선인은 다음날인 22일 트루스소셜에 다시 “두고 보면 알 것(We’ll see about that)”이라고 응수하며, 수로(水路) 이미지와 성조기를 합성한 사진 위에 “미국 운하에 온 것을 환영한다(Welcome to the United States Canal)”고 띄우는 등 강경한 입장을 유지했다.

사진=파나마 운하청(ACP)

대형 선박 1척 통행료, 최대 7.2억원

트럼프 당선인이 파나마 운하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데는 이 운하가 지닌 지정학적 중요성 등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파나마 영토 82㎞를 가로지르는 대운하는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하는 주요 통항로다. 연간 최대 1만4,000척의 선박이 통행하며, 글로벌 해상 물동량의 3∼4%가 이곳을 통과한다. 파나마 운하청(ACP)에 따르면 2024 회계연도(2023년 10월∼2024년 9월) 기준 미국 선적 선박은 1억5,706만 톤의 화물을 실어 나른 것으로 집계됐다. 압도적인 1위 규모로, 2위 중국(4,504만 톤), 3위 일본(3,373만 톤), 4위 한국(1,966만 톤) 선적 물동량을 합한 것보다 1.5배 이상 많다.

이는 미국 경제에 적잖은 부담을 주고 있다. 선박 크기와 운반하는 화물량에 따라 통행료가 달라지지만 일반적으로 대형 선박은 최대 50만 달러(약 7억2,600만원)까지 부과된다. 이에 더해 파나마 운하청은 통항권 경매 제도를 도입해 하루 두 차례 급행권을 경매에 붙이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무려 400만 달러(약 58억1,300만원)에 낙찰된 선박도 등장했다. 이처럼 매년 통행료가 오르고 있지만 운하 입구는 비싼 값을 내더라도 순서를 기다리는 대형 선박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파나마 운하를 통하지 않고 수에즈 운하 등 경유 루트를 이용할 경우 수십 일이 더 걸리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라엘 브레이너드(Lael Brainard)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파나마 운하의 혼란으로 인해 공급망에 압력이 가해져 인플레이션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내년 정식 출범 예정인 미국 정부효율부(DOGE)도 엑스 계정에 “최근 파나마 운하로 인해 미국 납세자들이 157억 달러(약 22조8,100억원)의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글을 올렸다.

트럼프 당선인의 움직임에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그는 "파나마 운하는 중국이나 다른 누구도 아닌 오로지 파나마가 관리해야 하는 곳"이라며 "운하가 나쁜 자들의 수중(the wrong hands)에 넘어가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파나마 정부와 수교를 맺고 파나마 운하 인근 양쪽의 항구를 장악한 중국을 경계하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전통적 친미 국가인 파나마는 2017년 대만과 단교한 뒤 중국과의 관계 강화에 나서고 있다. 중국도 미국의 ‘뒷마당’이자 중남미 교두보인 파나마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에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당선인이 운하 통행료 문제를 명분 삼아 파나마 정부의 중국 밀착 움직임에 일침을 가한 것으로 해석했다.

사진=파나마 운하청(ACP)

장기간 가뭄에 파나마 국민 식수원도 반토막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파나마에 관대함을 베풀었다는 주장은 파나마 운하의 건설 역사를 감안하면 어느 정도 사실이라는 평가다. 파나마 운하는 당초 프랑스가 건설을 시도했으나 기술적 문제로 투자자의 신뢰가 떨어지고 공사 중 사망자가 늘어나자 1889년 공사를 중단했다. 이후 미국이 1903년 ‘파나마-미국 조약(헤이-부나우바리야 조약)’을 통해 사업을 넘겨받아 운하의 대부분을 건설, 1914년 개통했다.

조약에 따라 미국은 지난 1914년부터 1977년까지 운하 및 주변 영토를 계속 관리했지만, 파나마 정부가 운하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양국 간 갈등이 불거졌다. 양국의 갈등은 지난 1977년 당시 지미 카터(Jimmy Carter) 미국 대통령이 파나마 운하를 단돈 1달러에 넘겨주는 조약에 서명하는 결정을 내리며 봉합됐고, 이를 계기로 운하의 소유 및 운영권은 파나마 정부로 넘어갔다.

다만 파나마 운하의 통행료가 바가지 수준이라는 트럼프 당선인의 주장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비등하다. 파나마 운하는 현재 장기간의 가뭄으로 인해 가툰 호수의 수위가 낮아져 수문에 물을 채울 수 없는 형편이다. 파나마 운하의 최고 지점과 가툰 호수의 표고 차는 30m에 달하는데, 대형 선박이 물을 채운 관문에서 수위를 오르내리며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2억 리터에 달하는 담수가 필요하다. 그러나 파나마는 73년 만에 최악을 가뭄을 맞이하면서 파나마 운하 도크와 파나마 인구 절반에 식수를 제공하는 저수지 수량이 반토막 났다. 게다가 극심한 가뭄에 따른 운행 선박 제한으로 파나마 재정수입에도 타격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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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옵션 행사 가격 둘러싼 교보생명·어피니티 갈등, 2차 중재에도 대립 팽팽

풋옵션 행사 가격 둘러싼 교보생명·어피니티 갈등, 2차 중재에도 대립 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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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입가 24.5만원→풋옵션 행사가 40.9만원
“외부 감정평가인 선임해 공정 가격 산정”
IPO 추진 시마다 발목 잡은 FI 갈등

교보생명과 재무적투자자(FI)인 어피니티 컨소시엄 간 분쟁이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다. 국제상업회의소(ICC)가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외부 기관으로부터 공정시장 가격을 산정해 FI의 풋옵션을 이행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면서다. 이는 1차 중재 당시 신 회장 측의 손을 들어줬던 것과 상반된 내용으로, 신 회장은 중재판정 취소 등 법적 절차를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양측의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교보생명의 기업공개(IPO)와 지주사 전환도 무기한 연기될 전망이다.

“양측 가격 10% 이상 차이엔 FI가 평가기관 제시”

24일 법조계와 보험업계에 따르면 어피니티 컨소시엄(어피니티·IMM프라이빗에쿼티·가디언 홀딩스리미티드·베어링PEA·헤니르유한회사, 이하 어피니티)은 신 회장과의 2조원대 풋옵션(특정 가격에 주식을 팔 권리)을 두고 다툰 ICC 국제중재 사건에서 유리한 판결을 끌어냈다. ICC는 어피니티 측의 청구를 받아들여 신 회장에게 주주 간 계약에 따른 감정평가인을 선임하고, 감정평가 보고서를 30일 내 제출하도록 명령했다.

분쟁의 핵심 쟁점은 풋옵션 가격 산정이다. ICC는 먼저 신 회장에게 외부 감정평가 기관을 선임해 풋옵션 가격을 산정하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산정된 가격과 어피니티가 제시한 가격이 10% 이하 차이를 보인다면, 두 가격의 평균을 풋옵션 행사 가격으로 인정하도록 했다. 다만 차이가 10% 이상 벌어지는 경우에는 어피니티 측이 제3의 평가기관 3곳을 제시하고, 신 회장이 그중 하나를 택하도록 했다. 만약 신 회장이 선택을 거부하면 어피니티 측이 평가기관을 선택할 수 있다.

신 회장 측은 이번 판정이 1차 중재 판정의 기판력을 거스른 것이라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또 중재판정 취소 등의 법적 절차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2021년 9월 진행된 1차 중재에서 ICC는 어피니티의 풋옵션 행사 권리가 유효하다고 판단하면서도 신 회장에게 어피니티가 제시한 가격으로 주식을 매수할 의무는 없다고 결론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중재에서 이를 뒤집으면서 풋옵션 행사 가격은 당초 어피니티가 제시한 주당 40만9,912원에 조금이라도 가까워질 수 있게 됐다.

다만 일각에서는 최종 풋옵션 행사 가격이 어피니티의 초기 투자 가격인 주당 24만5,000원을 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교보생명의 시장가치가 주당 20만원을 밑도는 실정인 탓이다. 실제로 지난해 8월 교보생명이 금융지주사 전환 작업의 일환으로 우리사주조합과 골드만삭스 등으로부터 자사주 2%를 매입할 당시 교보생명의 주당 가격은 19만8,000원이었다. 이는 풋옵션 분쟁 이후 시장에서 가치평가를 받은 첫 사례다.

‘IPO 무산→풋옵션 행사→소송’ 악순환 반복

교보생명과 어피니티의 악연은 1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피니티는 2012년 9월 교보생명 지분 24.01%를 1조2,054억원에 인수하면서 주주로 합류했다. 당시 어피니티는 교보생명이 2015년까지 IPO를 하지 못할 경우, 신 회장을 상대로 풋옵션을 행사해 지분을 되팔 수 있다는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2010년대 이후 초저금리 기조로 보험업계 업황이 지속적인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교보생명은 상장 타이밍을 잡지 못했고, 끝내 어피니티와 합의한 시한을 넘겼다. 2018년 하반기 부랴부랴 IPO 추진을 공식화했지만, 이번엔 어피너티 측이 풋옵션(주당 40만9,912원·총 2조122억원)을 행사하면서 또다시 차질이 생겼다.

신 회장 측은 어피니티가 제시한 행사 가격이 과도하게 높다는 점을 문제 삼으며 이를 거절했고, 분쟁은 국제 중재에 돌입했다. 양측의 공방이 3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교보생명의 IPO도 답보 상태에 머물렀다. 그러다 2022년 9월 ICC 중재법원이 어피니티의 풋옵션 행사 가격은 무효라는 취지의 중재 판정을 내리면서 사실상 신 회장의 승리로 끝나는 듯 보였다. 같은 해 11월 교보생명은 주주 간 분쟁으로 인해 멈춰 있던 IPO 절차를 재개한다고 밝혔지만, 어피니티가 2차 중재를 신청하며 교보생명의 IPO 일정은 또 한 번 무기한 늦춰졌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모습/사진=교보생명

갈등 외면한 채 “금융지주사 전환 먼저”

답보 상태에 빠져 있던 교보생명의 IPO는 신 회장이 금융지주사 전환을 서두르면서 다시 급물살을 탔다. 신 회장은 생명보험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지난해 2월 정기 이사회에서 교보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설립 추진 안건이 승인된 이후 전환 과정은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이어 같은 해 4월에는 파빌리온자산운용(현 교보AIM운용)을 인수하고 교보증권 등 자회사에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등 포트폴리오 강화에도 힘썼다.

문제는 어피니티와의 갈등을 해소하기 전에는 지주사 전환의 주요 단계인 IPO를 추진할 수 없다는 점이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은 회사의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소송 등의 분쟁이 있는 경우 상장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상장 요건을 모두 충족하더라도 경영권 분쟁 등 중대한 이슈의 경우 해당 이슈의 완전한 종결 전까지는 상장심사가 불가하다는 게 한국거래소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교보생명은 어피니티와의 분쟁을 회사와 무관한 신 회장과 일부 주주 간 갈등으로 일축하기도 했지만, 거래소와 시장의 평가는 달랐다. 교보생명은 현재까지 총 세 차례 상장에 도전했는데, 시장침체로 무산된 2015년을 제외하면 2018년과 2022년 두 차례 모두 어피니티와의 소송이 발목을 잡았다.

교보생명은 당장 IPO를 추진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지주사 전환 이후 재도전 가능성은 열어둔 상태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IPO 방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다만 FI와의 분쟁으로 지주 전환과 앞뒤 순서가 바뀐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먼저 지주 체제를 구축해 중장기 성장 동력을 마련한 다음, 향후 상황에 따라 상장 시기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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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골적인 “굿바이 중국”, 트럼프 재등판 직전 선명해진 기술패권 경쟁 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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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요 기업들 중국 자본 차단 선언
중국 대미 기술투자 감소세 돌입
AI 패권 놓고 ‘미·일 vs 브릭스’ 경쟁

미국 주요 기술기업들이 국가안보를 전면에 내세우며 중국을 비롯한 적성국 자본과의 결별을 선언하고 나섰다. 정부의 행정명령만으로는 외국 자본의 자국 시장 잠식을 막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글로벌 기술 산업이 신냉전 체제에 돌입했다는 평가가 줄을 잇는 가운데 미국은 일본과, 중국은 러시아와 손을 맞잡으며 경쟁 구도를 선명히 했다.

기업 떠받치는 자본 투명성 제고

23일(이하 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첨단기술 분야의 미국 투자회사 약 20곳은 최근 ‘클린 캐피털 인증(Clean Capital Certification) 이니셔티브’에 서명하고 중국과 러시아, 이란, 북한 등으로부터의 자금 조달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참여 기업으로는 일론 머스크의 xAI 투자사인 문샷캐피탈, AI 무기 제조업체 안두릴의 투자사 말린스파이크 파트너스, 스노우포인트, 스타우트 벤처스 등이 있다.

이번 인증을 주도한 비영리 단체 퓨처 유니언은 “많은 미국 기업이 중국 등과의 단절을 선언했지만, 그들의 기업을 떠받치고 있는 자본에 대한 투명성은 담보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기술이 잘못된 사람의 손에 들어가면 권위주의, 잘못된 정보, 분열의 그림자를 드리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정부의 국가안보기술 행정명령은 반도체나 AI 일부 분야에만 적용돼 외국 자본의 투자를 효과적으로 제한할 수 없다”고 움직임에 나선 배경을 밝혔다.

해당 소식이 전해지자, 중국 정부는 즉각 반발했다. 중국 상무부는 20일 공식 입장을 통해 “미국이 기술 패권주의로 글로벌 혁신 생태계를 훼손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결국 중국 정부는 홍콩과 싱가포르 소재 투자사를 통한 우회 투자 확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또한 인도와 아랍권 국가들을 경유한 투자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정부의 날 선 반응에도 중국의 대미 기술투자는 이미 감소세에 접어든 상태다. 글로벌 시장분석기관 로디움에 따르면 중국의 미국 기술기업 투자는 2016년 450억 달러(약 66조원)로 정점을 찍은 후 2022년에는 10억 달러(약 1조4,600억원) 미만으로 축소됐다. 러시아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사실상 대미 투자를 중단한 상태다. 미국은 이런 자금 공백을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공공투자기금 등 중동 자본으로 메우고 있다.

기업도 돈도 빠져나간 중국·러시아

중국이나 러시아에 기반을 두고 사업을 영위하던 미국 기업들도 줄줄이 떠나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중국 진출 40년 만에 사업 축소에 돌입한 IT 기업 IBM을 꼽을 수 있다. IBM은 지난 8월 중국 내 연구개발(R&D) 부문 철수를 발표했다. 베이징과 상하이, 다롄 등에 위치한 IBM 중국 연구소에는 약 1,600명의 중국인 직원이 재직 중이었다. 시장에서는 IBM의 중국 사업 축소를 두고 미·중 기술 경쟁과 지정학적 갈등, 중국 내 자국 제품 소비 선호 움직임 등이 복합 작용한 결과로 풀이했다.

유형의 실체가 없는 자본은 더 빠른 속도로 중국을 빠져나갔다. 중국 외환관리국(SAFE)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 금액은 330억 달러(약 44조원)로 전년(1,802억 달러·약 240조원)과 비교해 82%가량 쪼그라들었으며, 2년 전인 2021년(3,441억 달러·약 458조원)과 비교하면 9.6% 수준에 불과했다. 2년 사이 중국에 대한 외국 자본의 투자가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셈이다.

러시아도 상황이 비슷하다. 예일대 경영대학원 연구에 의하면 올 하반기 기준 러시아에서 546개의 외국 기업이 철수했고, 504개 기업이 영업을 중단했다. 주요 제재 분야인 IT, 항공, 자동차 분야의 기업 대다수가 철수했거나 영업을 중단한 상태이며, 이들 중 몇몇은 중앙아시아 등 인근 국가로 거점을 옮기기도 했다. 현재 러시아에 남아 사업을 계속 영위 중인 외국 기업은 식품, 소비재 등 극히 일부에 그친다.

내년 1월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은 이러한 흐름을 가속할 전망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전 집권 당시는 물론 이번 선거 기간에도 적대국의 기술 탈취를 경계하는 태도로 일관하며 강도 높은 제재를 시사해 왔다. 이 때문에 트럼프 당선인의 선거 승리 이후 한 달간 중국에서는 2,346억 달러(약 340조원)의 외국 자본이 빠져나가기도 했다.

기술 산업 양극화 목전

전문가들은 이런 일련의 변화가 글로벌 기술 산업의 양극화를 부추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방 진영과 중국·러시아를 축으로 하는 기술 블록이 형성되면서 주변 국가들은 진영 선택을 강요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 같은 경향은 반도체와 AI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두드러질 전망이다.

미국은 가장 먼저 일본에 손을 내밀었다. 지난 15일 트럼프 당선인은 플로리다에 위치한 자택 마러라고에서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 회동했다. 이튿날 함께 카메라 앞에 선 이들은 미국 AI 분야를 중심으로 1,000억 달러(약 146조6,000억원)를 투자하고, 10만 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당선인과 손 회장은 8년 전인 2018년 12월에도 비슷한 선언을 한 바 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8년 전에는 500억 달러 투자와 5만 명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다는 점이다.

8년 사이 AI 기술이 급진전을 이룬 만큼 이번 2차 동맹의 성공 가능성은 훨씬 높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손 회장의 투자가 미국 내 AI 및 첨단 산업의 발전을 가속화하고, 미국 제조업의 부활을 앞당기는 촉매제 역할을 할 공산이 크다는 평가다. 특히 일본의 미국 직접투자가 지난해 말 기준 누적 7,833억 달러인 상황에서 1,000억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는 트럼프 행정부에 강력한 원군이 될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패권 경쟁에서 승부의 균형추가 미국으로 기울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러시아도 즉각 움직임에 나섰다. 러시아는 이달 초 중국, 브라질,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브릭스(BRICS) 회원국들과 손잡고 AI 기술 개발을 위한 국제 연합체 구성에 나섰다. 해당 연합체에는 브릭스 국가들의 AI 관련 협회와 개발 기관은 물론 세르비아, 인도네시아 등 비(非)브릭스 국가들도 참여를 검토 중이다.

러시아 정부는 AI 활용과 투자 확대를 통해 국가 경쟁력을 높이고, 2030년까지 전체 러시아 노동자의 80%가 AI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AI 연합 네트워크가 이러한 비전을 실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1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AI 기술 국제회의(AI Journey)에 참석해 “러시아는 글로벌 AI 경쟁에서 평등한 위치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동맹국들의 적극적 참여와 지지를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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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혈 경쟁 지쳤다” 서울 재개발·재건축 사업지 수주 경쟁 '실종'

“출혈 경쟁 지쳤다” 서울 재개발·재건축 사업지 수주 경쟁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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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사업장 31곳 시공사 선정
여의도 한양·도곡 개포한신, 두 곳만 경쟁
건축비 오르고 조합 하이엔드 요구도 부담

올해 시공사를 정한 재개발‧재건축 사업장 30여 곳 중 2곳만 경쟁입찰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대다수의 사업장은 수의계약으로, 한 곳의 건설사(컨소시엄 포함)와 시공사 계약을 체결했다. 인건비 등 건축비가 상승하고 사업성이 악화하면서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의 시공사 선정이 올해 내내 어려움을 겪는 모양새다.

31곳 중 2군데만 경쟁입찰

2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시공사를 선정한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은 30곳이다. 오는 28일 시공사 선정 총회를 개최할 예정인 용산 산호아파트를 포함하면 올해 총 31곳의 사업장이 시공사를 정해 사업을 진행한다. 이 중 경쟁입찰을 통해 시공사를 정한 곳은 2개 사업장뿐이다. 지난 3월 23일 현대건설은 포스코이앤씨를 제치고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사업 시공사로 선정됐다. 한양아파트 재건축은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42번지 일대에 연면적 29만522㎡, 지하 5층~지상 56층, 4개 동, 공동주택 956세대 등을 짓는 사업이다.

8월 31일 총회를 거쳐 시공사를 선정한 도곡개포한신 재건축 사업도 경쟁입찰에 성공한 사업장으로, 두산건설과 경쟁해 DL이앤씨가 시공권을 가져왔다. 지하 3층~지상 35층, 7개 동, 816가구와 부대 복리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DL이앤씨는 단지명을 ‘아크로 도곡’으로 제안했다.

그러나 나머지 정비사업장은 모두 수의계약을 체결하거나 체결할 예정이다. 강남 지역인 신반포 한신12차 재건축 조합이 6월 1일 롯데건설과 수의계약을 체결했고, 신반포 한신27차 재건축 조합도 6월 15일 SK에코플랜트와 수의계약을 맺었다. 또 신반포 한신16차(7월 6일‧대우건설, 잠실 우성4차(7월 6일‧DL이앤씨), 개포주공5단지(8월 31일‧대우건설), 송파삼환가락(9월 28일‧GS건설, 신반포 한신2차(12월 1일‧현대건설) 등도 줄줄이 수의계약으로 시공사를 정했다.

비강남권에서는 2,000세대가 넘는 대규모 재건축‧재개발 사업조차 경쟁입찰에 실패하고 있다. 노량진 1구역 재개발은 4월 27일 총회에서 수의계약으로 포스코이앤씨를 시공사로 정했다. 총공사비 1조926억원을 들여 동작구 노량진동 278-2번지 일원 13만2,187㎡ 부지에 지하 4층~지상 33층 규모 아파트 2,992가구와 부대 복리시설을 신축하는 대규모 사업장이지만 경쟁입찰에 실패했다.

또 마천동 283번지 인근 노후 주택가가 최고 25층, 20개 동 2,321가구의 아파트를 짓는 마천3구역 재개발 조합도 지난달 GS건설을 수의계약을 거쳐 시공사로 정했다. 서울 서대문구 가재울뉴타운 9개 구역 중 한 곳인 가재울7구역 재개발 조합은 7월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진행했지만 한 곳도 입찰에 참여하지 않아 1차례 유찰된 후 2차 입찰에선 1차 입찰 당시 3.3㎡당 770만원이던 예정 공사비를 843만5,000원으로 올렸다. 이후 GS건설과 한화 건설부문이 공동으로 단독 입찰해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공사비 급등 등 수익성 확보 어려워 경쟁입찰 회피

이처럼 경쟁이 사라지고 수의계약이 늘어난 데는 인건비·건설자재 비용 증가와 고금리로 인한 부담으로 사업수주에 신중해진 영향이 크다. 실제 최근 건설경기가 악화된 탓에 완공되더라도 일반 물량을 소화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게다가 인건비와 자잿값이 크게 올라 공사비 부담도 커지고 있다. 예전처럼 재건축 아파트를 시공해 수익을 내기가 어렵단 의미다. 이에 '눈치보기' 또는 암묵적 합의에 따라 단독 입찰을 통해 최대한 조합과의 협의를 유리하게 이끌어 좋은 계약 조건을 만들어 내려는 게 요즘 추세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 호황기 당시 건설사들은 조합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큰 손해를 감수하면서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건설업 상황이 좋지 않은 환경에서 출혈 경쟁을 감수할 필요는 없다”며 “공사비·인건비가 크게 치솟은 상황에서 한 건설사로 대세가 기울었다면 피하는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마저도 사업성·수익성이 보장되는 지역인 경우"라며 "무리한 입찰조건과 사업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수주검토를 제외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유착·담합 공정성 문제 불거질 수도

지난 2022년 말까지만 해도 서울 용산구 한남2구역 수주전에서는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이 혈전을 펼칠 정도로 입찰 경쟁이 뜨거웠다. 하지만 몇 년 사이 분위기가 바뀌며 서울 대규모 정비사업도 건설사들이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수의계약은 사업시행자인 조합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 못 된다. 경쟁입찰에 비해 수의계약은 사업시행자보다는 시공자가 유리한 지위에 있기 때문이다.

경쟁입찰의 경우 건설사들은 사업시행자인 조합의 마음을 얻기 위해 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층수나 용적률 상향 외에도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 설치 등 사업시행자에 유리한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하며 건설사의 이익은 최소화하면서 조합원들의 개발이익을 극대화하는 제안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수의계약을 하게 되면 이런 제안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조합에 선택권이 없기 때문에 건설사가 제시하는 안을 받아들여야 하는 등 정비사업 주도권이 건설사 쪽으로 넘어가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또 경쟁이 사라지면 유착·담합 등 일말의 공정성 문제도 불거질 수 있는 우려가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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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 데이터·비용 한계로 차세대 모델 'GPT-5' 개발 미뤄져

오픈AI, 데이터·비용 한계로 차세대 모델 'GPT-5' 개발 미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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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훈련에 필요한 고품질 데이터 부족
데이터 직접 생성 방식 채택했지만 한계
올해 중순 출시할 예정이었으나 일정 지연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차세대 인공지능(AI) 모델 GPT-5 개발이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다. 당초 올해 8월 GPT-5가 출시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기대했던 만큼의 성능 향상이 이뤄지지 못하면서 일정이 무기한 연기됐다. 대규모 훈련에 필요한 고품질 데이터를 직접 생성하는 방식을 채택하면서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있는 데다 전문 인력 유출과 비용 문제가 더해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8개월간 2차례 대규모 훈련했으나 문제 발생

23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익명의 내부 관계자를 인용해 오픈AI가 코드명 '오리온(Orion)'으로 알려진 차세대 AI 모델 GPT-5 개발 프로젝트가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상황에서 일정이 기약 없이 지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20일 고급 추론 AI 모델 ‘o3’를 공개하면서도 GPT-5라고 부를 만한 새 주력 모델이 언제 나올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당초 오픈AI의 최대 투자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는 올해 중반께 새 모델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보도에 따르면 오픈AI는 지난해 8월 GPT-5 개발에 착수해 18개월 동안 최소 2차례에 걸쳐 대규모 훈련을 진행했지만, 훈련을 진행할 때마다 새로운 문제가 발생해 예상치 못한 결과를 얻으면서 여러 난관에 봉착한 상황이다. 내부 관계자는 "오리온은 기존 GPT-4보다 성능이 개선됐지만, 그동안 투입한 막대한 비용을 정당화할 만큼의 수준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이 정도 대규모 AI 훈련의 경우 6개월간 컴퓨팅 비용만으로 5억 달러(약 7,330억원)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한다.

기존 GPT-4에 비해 훨씬 많은 시간과 비용 소요

당초 시장에서는 GPT-5가 새로운 과학적 발견 과정을 도와주고, 일정이나 항공편 예약과 같은 일상적인 업무를 대신해 줄 것으로 기대했다. 오픈AI 임원 출신인 한 소식통은 GPT-4가 똑똑한 고등학생이라면, GPT-5는 일부 작업에서는 박사 수준을 보일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비상장 회사인 오픈AI가 지난 10월 1,570억 달러(약 230조2,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펀딩에 성공한 것도 GPT-5를 비롯한 차세대 모델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하지만 GPT-5 개발 계획에는 처음부터 문제가 있었다. 이전 모델은 인터넷에서 수집한 기사, 소셜미디어 게시물, 논문 등 양질의 데이터를 AI 훈련에 사용했는데 더 지능적인 훈련이 필요한 차세대 모델의 경우 데이터가 충분치 않았다. 학습에 필요한 고품질 데이터가 한계에 도달한 것이다. 이에 오픈AI는 새로운 데이터를 직접 생성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나 수학자를 고용해 AI가 학습할 코드를 만들거나 복잡한 수학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도입했지만, 기존 방식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AI 내 핵심 기술 인재의 대규모 이탈도 개발을 지연시키고 비용 부담을 가중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올해 하반기 오픈AI의 영리화를 두고 회사 내부의 갈등이 심화하면서 미라 무라티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비롯해 밥 맥크루 최고연구책임자(CRO), 바렛 조프 연구 담당 부사장 등이 갑작스레 퇴사했다. 오픈AI의 공동 창립자인 그렉 브록만 사장도 장기 휴가를 떠났고 다른 공동 창립자인 존 슐먼 연구원은 경쟁사인 앤트로픽으로 이직했다. 피터 덩 소비자 제품 부문 부사장 역시 회사를 떠났다.

20명 이상의 주요 임원과 연구원들이 회사를 떠나자, 오픈AI는 이들의 빈 자리에 새로운 인재를 채워 넣고 기존 인력의 이탈을 막기 위해 빅테크 시장의 인재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고 그 과정에서 막대한 연봉을 지급하면서 인건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CNBC에 따르면 오픈AI 직원의 급여는 14만5,000만 달러에서 50만 달러(약 7억3,000만원) 수준으로, 한 직원은 해당 직무에서 업계 평균의 3배 이상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오픈AI가 '사치스러운 보상'으로 경쟁사를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양질의 데이터 고갈되며 '정체기'에 접어들어

업계에서는 이러한 상황이 비단 오픈AI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지적한다. AI 산업 전반에서 모델 성능 향상이 정체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오픈AI 공동 창립자였던 일리야 수츠케버는 최근 강연에서 "컴퓨터 연산 능력은 향상되고 있지만,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는 증가하지 않고 있다"며 "인터넷이라는 자원은 유한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데이터 부족을 화석연료 고갈에 비유하며 "생성형 AI 모델의 사전 훈련은 결국 한계에 도달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은 AI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무작정 큰 모델을 만드는 '스케일업' 전략에서 효율성 중심의 '스마트 스케일링'으로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빅테크 기업들도 대규모 언어모델(LLM) 개발보다는 특화된 목적형 AI나 효율적인 소형 모델 개발로 방향을 선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앤트로픽의 새로운 언어모델은 GPT-4보다 적은 리소스로도 더 나은 성능을 보여주며, 이러한 효율성 중심의 접근이 새로운 트렌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AI 투자 시장의 지형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당초 전망되던 1조 달러(약 1,460조원) 규모의 AI 투자 시장은 현실적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최근 AI 산업에 대한 버블론이 부상하면서 AI 투자 시장은 사실상 '조정기'에 진입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단순한 기술적 진보가 아닌 실질적 수익 모델과 비용 효율성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이면서 고비용 구조의 AI 스타트업들에 상당한 구조조정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최근 AI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 조건이 까다로워지고 있으며, 수익성 검증 역시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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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침체된 건설경기 회복 위해 '공사비 현실화'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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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증한 공사비 부담에 공공 공사 절반 이상 유찰 
건설경기 침체 개선 위해 공사비 현실화 등 추진
공사비 보정기준 신설·세분화하고 '낙찰률' 상향

정부가 공사비 급등으로 인한 건설 경기 침체를 해소하기 위해 공공공사 공사비 현실화를 추진한다. 최근 가덕도 신공항 용지 공사, 서울 대심도 빗물배수터널 건설공사 등 주요 국책사업이 줄줄이 유찰되며 시공사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자, 건설사가 적정 단가를 확보할 수 있도록 발주 금액 대비 낙찰률을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민간 투자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신속 착공 지원, 공사 중단 최소화, 투자 여건 개선 등도 추진할 방침이다.

일반관리비 상향하고 물가 반영 기준 개선

23일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건설산업 활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300억원 이상 대형공사 유찰률은 51%에 이른다. 급등한 공사비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면서 사회기반시설(SOC) 공사의 절반 이상이 건설사를 찾지 못한 것이다. 이에 정부는 공공 공사비를 현실화하기 위해 공사비 할증이 가능한 공사비 산정기준(표준품셈·시장단가)의 보정 기준을 시공 여건(입지, 현장 특성 등)에 맞게 공시 종류별 22건, 공통 9건 등으로 세분화하기로 했다. 

1989년부터 30여 년간 유지돼 온 일반관리비 요율도 중소 규모 공사 대상으로 1~2%포인트 상향한다. 일반관리비 요율은 기업의 유지 활동을 위해 필수적으로 발생하는 본사 임직원 급료, 교통비, 통신비 등 일반관리비를 편성하기 위해 재료비, 노무비, 경비 등 순공사원가에 곱하는 비율을 말한다. 또 저가 투찰 관행으로 인해 80%대 초중반 수준으로 책정된 낙찰률도 1.3~3.3%포인트 올리기로 했다. 지난 2020~2023년 공사비가 약 30% 오른 것을 감안해 건설사가 건설 현장에 투입하는 순공사비를 보장해 주기 위한 조치다.

공사비가 급증하는 시기에 물가 상승분이 공사비에 원활히 반영될 수 있도록 공사를 발주하기 전 단계에 반영하는 물가 기준도 바꾼다. 현재 '건설공사비지수'와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실질 GDP로 나눠 계산하는 'GDP디플레이터' 가운데 낮은 지수를 적용하는데, 앞으로는 기본적으로 GDP디플레이터를 적용할 방침이다. 다만 공사비가 급등해 양 지수 증가율 차이가 4%포인트 이상 벌어지면 평균값을 반영한다. 또 시공사가 설계와 시공을 함께 수행하는 턴키(일괄 수주) 사업이 수의계약으로 진행될 경우 약 1년의 설계 기간 물가도 원활히 반영할 수 있도록 한다.

민간투자 확대 위한 투자 여건 개선 등 추진

최근 유찰이 이어지는 민자사업 역시 공사비 급등기에 물가를 추가적으로 반영하는 '물가특례'를 적용한다. 국토부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12조원 규모 민자사업 11건에 해당 특례를 반영할 경우 최대 5,000억원 규모 투자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현재 민자법인이 운영 중인 평택~시흥 고속도로와 제2용인~서울 고속도로 사업에 대한 개량 및 운영형 신규사업도 발굴할 계획이다. 과거에는 민자고속도로의 운영기간이 만료된 경우에만 개량·운영형 사업 추진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운영 중인 노선도 가능해지는 것이다.

민간투자 확대를 위해 신속 착공 지원, 공사 중단 최소화, 투자 여건 개선에도 힘을 싣는다. 정상 사업장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을 기존 35억원에서 40조원으로 5조원 확대한다. 책임 준공보증이 발급 가능할 경우 관리형 신탁 사업장뿐 아니라 신탁하지 않는 사업장에도 착공을 지원할 방침이다. 부실사업장의 경·공매 자금을 대출해 주는 신디케이트론은 내년 1분기 안에 2조원으로 확충하고 향후 최대 5조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회사채나 기업어음(CP)을 매입하고, 중견건설사의 회사채 발행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내년 1분기 안에 마련하고 중소 건설사를 위해 지방 건설현장 보증수수료를 내년 한시적으로 최대 20%까지 할인해 준다. PF 사업에서 시공사가 부담하는 책임준공 의무에 대해서는 국토부와 금융위원회, 업계가 참여하는 책임준공 개선 태스크포스(TF)를 통해 내년 1분기까지 합리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시행사에 수수료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과 영업정지에 따른 선분양 제한을 6개월 미만의 경우 최대 50% 단축하는 규제 완화도 실시한다.

건설업계 "건설업계 위기 극복에 기여할 것"

건설업계는 이번 제도 개선 방안에 업계에서 오랫동안 요구해 왔던 사안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한건설협회는 23일 성명서를 통해 '정부가 발표한 건설산업 활력 제고 방안은 공사비 부족 문제 해소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며 "소규모 공사에서의 낙찰률 상향 등 아직 일부 미진한 과제가 남아있는데 앞으로도 정부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업계 애로를 해소할 수 있도록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한주택건설협회도 같은 날 성명서를 내고 "정부가 발표한 건설산업 활력 제고 방안은 공사비 현실화 등 공공투자 확대 외에도 PF 사업장 자금조달 지원 등의 민간투자 확대를 유도해 위축된 건설산업이 활력을 되찾고 주택공급과 수요 회복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PF 보증 규모를 확대하면서 주택사업자의 자금조달 부담을 완화하고, 신디케이트론(공동대출) 규모 확대를 통해 PF 시장의 질서 있는 연착륙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주택협회도 "공공 공사비 현실화로 공사비 급등기에 적절히 반영되지 못했던 공사비 상승분을 해결하면서 공공공사의 유찰·지연을 정상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영업정지에 따른 선분양 제한 규제를 완화하고 건설사의 자금조달 부담을 완화해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부동산개발협회는 "공공·민자사업의 공사비 현실화가 가능해 건설업계 경영 위기 극복에 기여할 뿐 아니라 중견 건설사의 일시적 유동성 위기를 해소해 다양한 주거 공간 공급을 지속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내년 건설경기, 느리지만 회복세 가능성 있어

정부가 건설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개선책을 마련했지만 공사비 상승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발표한 건설공사비지수 동향에 따르면 올해 6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0.11로 전월 대비 하락세로 전환했고 이어 7월 129.96, 8월 129.72를 기록하며 3개월 연속 하락했다. 하지만 지난 9월 130.39로 치솟으며 다시 130선을 넘어섰고, 10월 130.32로 전월 대비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80% 중반에서 움직이는 매출원가율도 90%를 넘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 3분기 현대건설, DL이앤씨, GS건설, 포스코이앤씨 등 10개 건설사의 평균 매출 원가율은 93%로 집계됐다. 2021년 78.5%에서 5.5%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매출액 1억원이면 이중 원자잿값이 9,300만원이고 남은 700만원으로 각종 세금, 영업인력 운용 비용, 판매관리비 등 다른 비용을 빼고 건설사들이 이익을 가져간다는 의미다. 일부 건설사는 매출원가율이 95%를 넘어 수익성 악화가 심각한 상태에 달한 곳도 있다.

다만 내년부터는 건설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건설수주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건설수주는 지난 2022년 248조4,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이후 올 상반기까지 하락세를 거듭해 왔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 들어 금융시장이 안정세를 찾아가면서 상승세로 돌아섰다. 올해 연말까지 국내 건설수주는 지난해(206조7,000억원)보다 1.1% 증가한 208조9,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되며 내년에는 올해보다 2.5% 증가한 214조2,000억원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의 금리 인하 흐름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부동산 PF 리스크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어 빠른 속도의 건설수주 증가세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2025년에는 기준금리 추가 인하와 유동성 시장 회복이 동반된다면 규제 완화 및 낮은 분양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은 정비사업 위주 공급 확대되면서 신규 분양 물량이 30만 호 규모로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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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주재 美 대사 격 "대만해협서 전쟁 나면 글로벌 GDP 1.4경 증발”

대만 주재 美 대사 격 "대만해협서 전쟁 나면 글로벌 GDP 1.4경 증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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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우크라이나 전쟁은 새 발의 피
대만해협서 전쟁 발발 시 전 세계 GDP 10% 감소
美 싱크탱크 "최대 피해국은 한국"
미 해군의 알레이버크급 유도탄구축함 '존 핀'호가 대만해협을 항행하고 있다/사진=미 해군

대만 주재 미국대사 격인 레이먼드 그린 미국재대만협회(AIT) 타이베이 사무처장이 대만해협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10조 달러(약 1경4,000조원)가량 날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전체 GDP 10%에 해당되는 규모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의 두 배에 달한다.

中 도발행위 중단·대만 자기방어 강화 촉구

24일 공상시보와 중국시보 등 대만 현지 언론에 따르면, 그린 사무처장은 지난 20일 대만 상공인단체 중화민국공상협진회가 타이베이에서 개최한 초청 강연에서 대만해협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 지역에서 전쟁 발발 시 전 세계 GDP가 10조 달러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린 처장은 특히 전 세계 컨테이너선의 절반이 대만해협을 통과하고, 첨단 반도체의 70%가 대만에서 생산되고 있다고 강조한 뒤 중국의 도발 행위 중단과 대만의 자기방어 능력 강화를 촉구했다.

이어 그는 “미국은 대만의 개혁을 통한 국방 강화와 국방비 증액을 지지한다”고도 말했다. 대만은 2017년 이후 국방 예산을 늘렸는데, 2019∼2023년까지 국방비 지출이 약 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린 처장은 이날 강연 후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미국은 앞으로도 이전과 같은 기조로 대만해협의 평화 유지 및 대만의 미래 도전 대처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만의 억지력 유지를 위한 방위 물자 제공과 관련, 군수품의 대만 내 생산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만해협 충돌이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을 분석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보고서 표지/사진=CSIS

대만전쟁 워게임 결과 수억 명 사망

그린 처장의 이번 발언은 앞서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분석과 일맥상통한다. CSIS 역시 대만해협 충돌이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양안 전쟁이 벌어지면 그에 따른 경제 손실이 세계 전체 GDP의 10.2%에 해당하는 10조 달러가 될 것으로 봤다.

추정되는 인명 피해도 상상을 초월한다. CSIS는 MIT와 공동으로 대만 전쟁이 2028년에 발생한다는 가정하에 워게임을 실시했다. 총 15차례 이뤄진 워게임에서 미국은 5차례 중국 인민해방군의 공세를 물리치는 데 성공했다. 미군이 승리하는 5차례 중 4차례는 양국이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았다. 5차례 중 1차례에서는 중국이 대만에 핵 공격을 가했으며 미국이 전술핵을 사용, 대만 내 중국군 주둔지에 반격해 중국군을 물리쳤다. 워게임에서 중국군은 강한 미사일 방어 능력과 반격 능력을 보여줬다. 이를 통해 미국의 항공모함, 전략폭격기, 전투기 등 첨단 무기들은 큰 피해를 입었다.

워게임은 중국이 미국 본토에 핵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판단했다. 3차례의 워게임에서는 미중 양국이 핵무기를 이용해 상대국을 무차별 공격했고 양국 국민 수억 명이 사망하는 결과가 나왔다. 중국군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과 전략핵잠수함을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미국 본토에 대한 핵 반격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워게임 결과를 바탕으로 CSIS는 미국이 대만 해협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외교와 경제 등 비군사적 수단을 통해 위기를 타개할 것을 권고했다. 아울러 미국과 동맹국들이 협력을 강화해 대만 전쟁 상황에서 제기할 수 있는 양보안을 마련해 중국의 양보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CSIS는 지난해 1월에도 대만 전쟁 워게임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당시 CSIS는 2026년에 중국 해군이 대만을 침공하는 상황을 가정해 워게임을 진행했다. 워게임 결과 중국 해군은 궤멸되고 미국이 결국 승리하지만, 미군 전력 역시 중국군만큼 파괴돼 국제적 위상이 흔들릴 것으로 예측됐다. 대만 군사력 역시 궤멸되고, 전쟁으로 경제·사회 등 기초 인프라가 모두 파괴될 것으로 예상됐다.

韓 가장 큰 피해, GDP 23.3% 손실 추산

CSIS는 대만해협 봉쇄에 따른 손실도 5조 달러(약 7,2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당할 국가로는 동북아의 미국 동맹국인 한국을 꼽았다. 우리나라는 수출의 30.33%, 수입의 22.6%가 대만해협을 거치는데, 2022년 기준으로 그 액수가 총 3,574억 달러(약 518조9,000억원)에 이른다.

더욱이 대만해협은 한국이 원유와 천연가스, 석탄 등을 수입하는 루트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65%를 중동 국가에서 수입하는데 이 원유는 모두 대만해협을 통해 들어온다. 전쟁 발발로 인해 대만해협과 대만 남부 루손해협이 막히면 필리핀 남부로 돌아와야 하는데, 이 경우 항로가 1,600km나 늘어난다. 이에 따른 시간과 비용 모두 급증하게 된다는 얘기다.

반도체를 비롯한 전자제품과 기계 부품 등의 공급망도 막히게 된다. 이로 인해 휴대폰과 컴퓨터, 태블릿, 가전 등 전자제품은 물론 자동차 생산도 차질이 예상된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가 대만 침공이 발생한 첫해 한국이 GDP의 23.3%에 이르는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한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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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수록 적자다" 韓 석유화학 업계 덮친 불황의 그림자

"팔수록 적자다" 韓 석유화학 업계 덮친 불황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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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 불황 장기화, 주요 기업 줄줄이 적자 전환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등 직원 수 줄어
롯데케미칼, 실적 악화로 인해 EOD 위기 빠지기도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불황이 장기화하고 있다. 중국의 저가 물량 과잉 공급, 글로벌 경기 침체 등 악재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한 결과다. 과거 조 단위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우수한 실적을 자랑하던 4대 석유화학 기업(LG화학 화학 부문,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케미칼부문, 금호석유화학)의 실적도 줄줄이 미끄러진 것으로 확인됐다.

석유화학 업계의 침체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석유화학 시장은 불황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중국 등의 저가 물량 공급 과잉, 글로벌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전반적인 업황이 악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국내 기업이 수출한 석유화학 제품을 중국이 재가공하는 구조였지만, 중국이 자급력을 갖추게 되면서 국내 기업의 수출 물량이 현저히 감소했다"며 “여기에 중국의 저가 물량이 글로벌 시장에 쏟아지며 석유화학 제품 가격이 전체적으로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악재가 누적되며 석유화학 기업들의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 가격에서 원료인 나프타 가격을 뺀 금액)는 2022년 이후 줄곧 손익분기점인 톤(t)당 300달러(약 43만5,800원)를 밑돌고 있다. 올해 3분기 에틸렌 스프레드는 톤당 186.47달러에 불과했다. 팔면 팔수록 손해가 나는 셈이다.

이에 국내 4대 석유화학 기업의 실적 역시 눈에 띄게 악화했다. 이들 기업의 지난 3분기 기존 올해 누적 영업손실 총합은 5,012억원에 달한다. 2021년까지만 해도 줄줄이 영업이익을 기록하던 기업들이 줄줄이 적자 전환한 것이다. 이들 기업 중 3분기 기준 영업이익을 낸 기업은 금호석유화학뿐이다.

고용 불안 가시화

불황이 장기화하자 업계 곳곳에서는 인력 감축 움직임이 관측되고 있다. 올해 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LG화학 석유화학 부문의 직원 수는 6,431명으로 1년 전(6,724명) 대비 293명 줄었다. 같은 기간 롯데케미칼의 직원 수 역시 4,965명에서 4,904명으로 61명 감소했다. 한화솔루션의 올해 상반기 직원 수는 5,768명으로 1년 전(5,975명)과 비교했을 때 207명 줄었다.

석유화학 업계의 고용 불안이 가시화하는 가운데, 근로자들의 우려도 날이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이에 LG화학은 지난 13일 청주시 노동조합과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의 일환으로 고용안정 협약서를 교환, 고용 보장을 약속하기도 했다. 청주에는 이차전지 소재인 양극재 등을 생산하는 첨단소재사업본부 직원들이 근무한다. 해당 사업본부 직원들은 지난 4월 희망퇴직 시행 이후 불안감을 호소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안정 협약에는 회사가 공장 가동을 중단하거나 사업 재편에 따라 일부 사업부를 매각하더라도 직원들을 임의로 정리해고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관련해 LG화학 측은 “심각한 고용안정 이슈가 현실화하고 있음에 직원들과 인식을 같이한다”며 “직원 고용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협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케미칼 여수공장/사진=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 'EOD 사태'

한편 롯데케미칼은 수익성이 악화하며 2조500억원 규모의 14개 공모 회사채를 즉각 상환해야 하는 기한이익상실(EOD)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EBITDA(이자·세금·감가상각 차감 전 이익, 기업이 영업 활동으로 벌어들이는 현금 창출 능력을 보여주는 수익성 지표)를 이자 비용으로 나눈 수치를 5배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해당 수치는 롯데케미칼의 영업손실 확대로 인해 지난 9월 기준 4.3배까지 내려앉았다.

시장에서는 롯데케미칼의 회사채 상환 리스크가 롯데그룹 전체의 유동성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롯데케미칼 회사채에 교차 부도 조항이 존재하는 만큼, 하나의 회사채에서 디폴트(채무불이행)가 발생할 경우 나머지 회사채까지 연쇄적으로 EOD 상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롯데케미칼은 그룹의 핵심 자산인 롯데월드타워를 은행권에 담보로 제공하는 '초강수'를 뒀다. 국내 4대 은행은 시가 6조원 규모의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잡고 2조5,000억원 규모의 롯데케미칼 회사채 신용보강 계약을 맺었다.

이후 롯데케미칼은 지난 19일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각 회사채에 대한 사채권자 집회를 열었으며, 이 자리에서 14개 공모 회사채의 사채관리계약 조항 내 실적 관련 재무특약 조정을 가결했다고 밝혔다. 신용보강 계약 사실을 무기로 채권자들을 설득, EBITDA 관련 특약 삭제에 합의한 것이다. 롯데그룹은 이번 EOD 사태를 계기로 안정적 유동성 확보에 주력하고 재무구조 개선과 수익성 강화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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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내년 상반기 일본산 수산물 빗장 푼다, 트럼프 재집권 앞두고 유화적 제스처

中 내년 상반기 일본산 수산물 빗장 푼다, 트럼프 재집권 앞두고 유화적 제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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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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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수산물 수입' 두고 줄다리기해 온 중일
오염수 방류 16개월 만에 정책 변경 고려
트럼프 2기 앞두고 대일 관계 개선 목적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에 보관 중인 오염수 탱크들/사진=도쿄전력(TEPCO)

중국이 지난해 일본의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를 이유로 중단했던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재개하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미국의 우방들과 관계 개선에 나서는 등 ‘전랑(늑대 전사)외교’ 전략은 잠시 접어둔 채 해묵은 갈등 해소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日수산물 수입 재개 검토

24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최근 중국 정부는 전면 중단했던 일본산수산물의 수입을 내년 상반기에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닛케이의 중국 소식통에 따르면 내년 5∼6월 일본에서 개최 예정인 한중일 정상회의에 맞춰, 중국 리창 총리가 일본을 찾아 수입 재개 방침을 전달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에 앞서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이 방일해 수입 재개 방침을 밝힐 가능성도 있다. 일본 정부는 내년 초 왕이 주임을 일본에 초청할 방침이다.

일본산 수산물 최대 수입국이었던 중국은 지난해 8월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를 시작하자 즉시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동시에 중국은 일본이 ‘핵 오염수’를 무단 방류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후 일본이 중국측에 수산물 금수조치를 해제해 달라고 거듭요구하자, 중국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별개로 오염수 시료를 독자 채취해 검사하게 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지난 9월 IAEA 틀 내에서 중국이 시료 채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같은 달 양국 정부는 중국의 안전 검사 등을 조건으로 수산물 수입의 단계적 재개에 합의했다.

이어 시진핑 중국 주석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지난달 페루 리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나 일본산 수산물 수입 재개 합의를 착실하게 이행한다는 방침을 확인했다. 양국 정부는 지난 18일에도 베이징에서 오염수 방류 관련 세 번째 전문가 회의를 열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닛케이에 "중국 측에서 먼저 회의 개최 말을 꺼냈다'며 "(중국이) 일본산 수산물 수입 재개를 위한 출구를 찾으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리창 중국 총리(오른쪽)와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사진=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중·일 관계 개선 위한 외교 카드

중국이 이처럼 수입 재개 쪽으로 적극 선회하고 있는 것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대비,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도모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우방들과 관계를 개선해 대중 견제 전선을 느슨하게 하고, 이해관계가 비슷한 국가들과 연대해 대미 협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운동 기간 중국에 6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한 상태다.

닛케이는 “중국이 보호주의적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발언력과 협상력을 높이는 데 같은 수출국인 일본 등과의 관계 개선이 유효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 우선주의’를 내걸어 동맹국에 부담 증가를 요구하는 것도 일본에 접근을 촉진하는 요인”이라고 전했다.

주변들과의 관계 개선 추구도

현재 중국은 미국의 다른 우방들에도 화해의 손을 내밀고 있다. 지난 3일에는 호주를 상대로 마지막 남은 무역 제재였던 ‘호주산 쇠고기 수입 금지’ 조치를 4년여 만에 전면 해제했다. 지난 10월 리창이 예고했던 호주산 랍스터 수입 전면 재개 조치도 이달 20일부터 이행됐다. 2020년부터 4년 넘게 끌어온 중국-호주의 무역 분쟁이 막을 내린 것이다.

지난 10월에는 시진핑 중국 주석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5년 만에 양자 정상회담을 갖고 2020년 국경 충돌로 냉각된 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합의했다. 회담 직전에는 양국이 관계 회복의 걸림돌이었던 국경 분쟁 문제 해결에도 합의했다는 발표가 나왔다. 시 주석은 올해 하반기에 브릭스(BRICS·신흥국 경제 협의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G20 등 다자 외교 무대를 계기로 한국·일본·뉴질랜드·호주·영국·인도 등 캐나다를 제외한 미국의 주요 안보 협력국과 정상회담을 했다. 특히 중국과 영국의 정상회담은 6년 만에 성사됐다.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운신의 폭을 넓히기 위해 전통적 우호국인 북한·러시아와 적극적인 밀착을 꺼리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중국이 입국 비자를 면제한 국가도 한국·일본·호주 등 미국의 동맹국으로 빠르게 넓어지는 중이다. 코로나19 기간에 입국 장벽을 높게 쌓았던 중국이 상호주의 원칙까지 내려놓으며 일방적으로 무비자 입국 선물을 뿌리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이달 1일 한국의 일반 여권 소지자에게 무비자 입국을 허용했고, 이후 무비자 체류 기간을 15일에서 30일로 늘렸다. 일본인에 대해서도 지난 22일 중국 입국 단기 비자를 면제하는 조치를 내놨다.

다만 전문가들은 중·일관계가 내년 하반기 다시 얼어붙을 수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9월 3일 중국의 항일전쟁(중일전쟁) 승전 80주년을 비롯해 만주사변, 난징대학살 발발일 등 일본의 침략과 관련한 역사적 기념일이 하반기에 몰려 있다. 실제 닛케이에 따르면 한 중국 정부 관계자는 “역사 문제에 초점이 맞춰지기 전 수산물 수입 재개를 실현하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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