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재정 정책 전면에 ‘내수’ 올린 중국, 수출 이후 성장 방정식 다시 짠다

재정 정책 전면에 ‘내수’ 올린 중국, 수출 이후 성장 방정식 다시 짠다

Picture

Member for

1 year 7 months
Real name
이시호
Position
선임기자
Bio
[email protected]

세상은 다면적입니다. 내공이 쌓인다는 것은 다면성을 두루 볼 수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하고, 하루하루 내공을 쌓고 있습니다. 쌓아놓은 내공을 여러분과 공유하겠습니다.

수정

‘국내 수요 우위 확대’에 방점
수출 지표-체감 경기 간 괴리 뚜렷
성장 모델 한계에 전략 전환 가속

중국 정부가 내년 재정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내수 활성화를 공식화했다. 재정 지출의 방향을 인프라 중심에서 소비·민생·사람 중심으로 옮기겠다는 이번 구상은 국가 성장 동력의 축을 재조정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소비 지표 둔화와 수출 의존 모델의 한계가 동시에 드러난 상황에서 내수를 보강하지 않으면, 성장 목표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수출 호조가 체감 경기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 괴리와 글로벌 보호무역 강화, 환율 환경 변화까지 겹치며 내수의 역할은 갈수록 커지는 형국이다. 

“보조금 정책 효과 희석” 평가

29일 중국 관영 매체 CCTV에 따르면 중국 지도부는 지난 27~28일 베이징에서 ‘중앙재정공작회의’를 열고 내년 재정 정책을 통해 자국 내 수요 확대와 지출 구조 최적화, 모멘텀 증대에 집중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란포안 중국 재무장관은 회의 직후 “올해 우리는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통해 경제를 더 나은 방향으로 지원했다”면서 “내년에도 보다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일정 수준의 재정 적자와 부채를 용인하더라도 지출 강도를 높여 경기 하강 압력에 대응하겠다는 방향을 분명히 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회의에서 제시된 재정 운용의 핵심은 지출 구조의 전환이다. 중국 당국은 내년 재정 정책의 6대 중점 과제 가운데 첫 번째로 ‘국내 수요 우위 확대와 강력한 국내 시장 구축’을 제시했다. 기존의 인프라 중심 재정 지출에서 벗어나 가계 소비 여력과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소비 확대를 위한 특별 조치를 심화하고,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포함한 정책 수단을 보다 표준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중국은 올해 소비재 구매 보조금을 지원하기 위해 초장기 특별국채 발행 규모를 전년 대비 두 배 늘린 3,000억 위안(약 61조원)으로 책정한 바 있다. 

다만 보조금 중심의 내수 부양책이 지속적인 효과를 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평가가 다소 엇갈린다. 중국 재정부는 내년에도 초장기 특별국채를 활용한 소비 보조금 정책을 이어가겠다고 밝혔지만, 2년째 이어진 보조금 정책의 효과가 하반기로 갈수록 둔화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정책 지속 여부보다는 지원 대상과 방식의 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모양새다. 국가 재정 정책이 즉각적인 지출 확대를 넘어 가계의 소비를 자발적으로 유도하는 구조 개선으로 이어져야만 원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 당국이 내수를 재정 정책의 최전면에 배치한 배경에는 소비 지표의 뚜렷한 둔화가 자리한다. 11월 중국의 소매판매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3%에 그쳐 시장 예상치 2.8%는 물론 10월 증가율 2.9%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는 2022년 12월 이후 최저치로, 중국 최대 소비 행사인 광군제가 포함된 달이라는 점까지 고려하면 소비 심리 위축이 상당하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 침체와 지방정부 부채 부담까지 겹치면서 적극적인 내수 보완 없이는 성장 목표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지도부 내부에서 힘을 얻는 분위기다. 

수출은 버텼지만, 지갑은 닫혔다

그간 중국은 수출 실적이 견조한 가운데서도 내수 시장에서는 소비 회복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 한계를 보여 왔다. 대외적으로는 교역 규모와 무역흑자가 꾸준히 확대됐지만, 이 같은 수출 성과가 가계 소득과 소비로 전이되는 경로는 원활히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중국의 연간 수출액은 지난해 기준 3조5,765억 달러(약 5,131조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으나, 같은 기간 내수 지표는 제자리걸음을 보이면서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수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체감 경기가 개선되지 않는, 이른바 ‘수출과 내수의 엇박자’가 고착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 같은 괴리는 통화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인민은행과 중국 국가통계국에 의하면 중국의 화폐유통속도는 2021년 0.51에서 2022년 0.48, 2023년 0.45로 하락한 뒤 2024년에도 0.44 수준에 머물렀다. 올해 1~3분기 기준으로는 0.41까지 떨어졌다. 통화량은 늘었지만, 소비와 투자 및 생산으로 이어지는 회전 속도는 오히려 둔화했다는 의미다. 9월 기준 중국의 상품무역 흑자는 724억 달러(약 104조6,000억원)에 달했으나, 같은 달 증권투자 부문에서는 80억 달러(약 11조5,000억원)가 순유출되며 외화가 국내 자본시장으로 충분히 환류되지 않았다. 

가계의 소비 여력 또한 제한적인 상태다.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이 집계한 올해 1~3분기 1인당 처분가능소득은 3만2,509위안(약 665만원), 실질 증가율은 5.2%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경제성장률과 유사한 수준이지만, 상반기와 비교해선 0.2%p 낮아졌다. 특히 재산소득 증가율은 1.7%에 그치면서 전체 소득 증가율(5.1%)을 크게 밑돌았다. 차이신은 “부동산 가격 하락과 금융자산 수익률 저하가 가계의 자산 효과를 약화시키면서 소비 여력을 크게 짓눌렀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수출은 유지되지만, 소비와 투자가 따라붙지 않는 상황에서 기업 수익성도 압박을 받는 모습이다. 과잉 공급 국면이 지속되면서 가격 하락 압력이 커지고, 이는 다시 마진 축소로 이어지는 구조다. 11월 중국의 공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3.1% 감소해 14개월 만에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이처럼 돈은 벌지만, 순환하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성장의 질’이 떨어진다는 지적 또한 제기된다. 중국 지도부가 내수 부양을 재정 정책의 핵심 과제로 끌어올린 데는 수출 중심 성장 모델만으로는 고용과 소득, 소비를 동시에 지탱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린 셈이다. 

수출 중심 모델 한계에 위안화 변수까지

여기에 더해 중국을 둘러싼 대외 통상 환경도 수출 중심 전략을 계속 유지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바뀌는 추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고율 관세 정책과 중국의 만성적인 과잉 생산이 맞물리면서 세계 무역 질서 전반이 왜곡된 것이다. 미국 시장 진입이 막힌 중국산 저가 제품이 유럽과 동남아시아 등으로 대거 유입되자, 각국 정부는 자국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관세 장벽을 연쇄적으로 높이고 나섰다. 중국 측의 자율적 조정이 없을 경우엔 추가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프랑스가 대표적 예다. 

멕시코 역시 내년 1월부터 중국산 제품을 포함한 약 1,400개 품목에 대해 최대 50%의 관세 인상을 예고했으며, 베트남은 이미 지난 7월부터 중국산 철강에 관세를 부과했다.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일부 신흥국도 유사한 대응을 검토 중이다. 닛케이아시아는 최근 보도에서 이 같은 흐름을 “도미노 보호무역”으로 표현하며 “저가 전략을 앞세운 중국의 물량 공세가 새로운 무역 마찰을 촉발하는 양상”이라고 전했다. 이는 곧 중국의 수출 전략이 더 이상 단일 시장에 의존하기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점을 시사한다. 

중국의 가격 경쟁력 전략도 한계에 직면했다는 평가다. 중국의 산업 보조금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5%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중국은 이를 바탕으로 최근 2년 사이 수출 가격을 평균 17% 낮췄다. 이와 동시에 생산 능력은 빠르게 증대됐다. 중국의 전기차 생산 능력은 연간 3,600만 대로 자국 내 수요의 두 배에 달한다. 내수 소비 비중이 줄어들수록 남는 물량은 해외로 밀어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가격 인하에 의존한 수출은 마진을 갉아먹고, 통상 갈등을 증폭시키는 악순환을 낳는다. 

여기에 최근에는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점진적인 강세 흐름을 보이면서 외환정책의 기조 변화도 감지된다. 지난 4월 초 달러당 7.34위안을 웃돌던 환율은 최근 7위안 안팎까지 내려왔다. 그간 중국은 수출 경쟁력 유지를 위해 위안화 약세를 사실상 용인하는 태도를 취해 왔지만, 최근에는 인민은행을 비롯한 금융당국의 약세 유도 움직임을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소비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위안화 약세를 유도할 경우, 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 정책 판단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위안화 강세는 중국의 성장 전략이 수출 물량 확대 중심에서 점진적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점이기도 하다. 전기차·배터리·태양광 등 전략산업의 경우, 가격 경쟁력보다 기술 우위 및 산업 정책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 까닭에 환율 조정을 통한 수출 부양의 효용이 제한적이다. 아울러 위안화 국제화 전략을 추진하는 중국 입장에서는 통화 가치의 과도한 약세가 대외 신뢰를 훼손하는 부작용 또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이 수출 둔화를 환율로 보완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환율 변동이 자본 유출과 금융 불안을 자극할 가능성을 경계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Picture

Member for

1 year 7 months
Real name
이시호
Position
선임기자
Bio
[email protected]

세상은 다면적입니다. 내공이 쌓인다는 것은 다면성을 두루 볼 수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하고, 하루하루 내공을 쌓고 있습니다. 쌓아놓은 내공을 여러분과 공유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