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회의장 안팎서 갈라진 국제질서, 서방은 위기 해법 논의·중국은 대안 질서 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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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 정상회의, 중동 분쟁·우크라이나 지원·AI 거버넌스 등 핵심 화두로 G7에 강력한 반감 드러낸 中 관영 매체,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태도 요구 '反서방 진영' SCO도 G7 정상회의 개막일 발맞춰 자체 행사 개최

프랑스에서 진행되고 있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의 주요 논제들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전쟁, 인공지능(AI) 거버넌스, 공급망 재편 등 국제 질서의 핵심 현안이 서방 진영의 논의 테이블에 오른 것이다. 이와 동시에 회의장 밖에서는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비서방 진영의 반발도 함께 표면화했다. 중국은 G7을 ‘소수 국가의 폐쇄적 클럽’으로 규정하며 다극화 및 글로벌 사우스의 대표성을 앞세웠고, 상하이협력기구(SCO)를 통해 서방 중심 질서에 맞서는 대안 플랫폼의 존재감을 부각하고 나섰다.
G7 정상회의 핵심 논제
17일(이하 현지시각)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15일부터 프랑스 에비앙레뱅에서 진행 중인 G7 정상회의의 핵심 변수 중 하나는 미국과 이란 간의 잠정 종전 합의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에비앙레뱅 도착 직전 이란과의 전쟁 종식 합의를 발표하면서 회의 초반 의제를 중동 안정과 호르무즈 해협 통행 재개 문제로 끌고 간 것이다. G7 정상들은 공식 지정학 성명에서 미·이란 합의를 '역사적 기회'로 평가하고,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막기 위한 후속 외교 협상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또 프랑스와 영국이 주도하는 다국적·방어적 해상 안보 구상이 호르무즈 해협 상선 통항 재개와 기뢰 제거 확인에 기여할 수 있다고 봤다.
우크라이나 관련 논의에서는 러시아에 대한 압박 강화와 방공 지원 확대가 골자였다. G7 지정학 성명은 우크라이나의 자유·주권·영토 보전에 대한 “흔들림 없는 지지”를 재확인하고, 방공 역량, 요격 체계 등의 지원을 늘리기로 했다. △우크라이나의 군수 생산 확대를 위한 라이선스 제공 검토 △겨울철 에너지 회복력 지원 △러시아 전쟁경제에 대한 추가 제재 등도 성명에 명시됐다. 중동 현지 매체 알자지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초청국 지위로 참여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동했으며, "전쟁 종식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유럽 정상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회담을 주선해 교착 상태를 깨달라고 촉구했다고 전했다.
AI 의제는 전쟁 현안에 가려졌지만, 이번 회의의 구조적 쟁점으로 남았다.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는 오픈AI, 구글, 앤스로픽, 미스트랄AI 등 주요 AI 기업 경영진을 초청해 각국 정상들과 기술 규제, AI 인프라, 네트워크, 온라인 안전 문제 등에 대해 논의하도록 했다. 이는 앞서 G7 디지털·기술 장관들이 지난달 회의를 통해 결정한 AI·디지털 의제의 연장선이다. 당시 장관들은 안전한 AI 개발과 활용 확대, 디지털 부문의 회복력, 자원 효율성, 미성년자 온라인 보호 등을 우선 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특히 미성년자 온라인 보호는 프랑스 의장국이 강하게 밀어붙인 의제였다.
中, G7에 '맹비난' 퍼부어
서방 동맹국들이 국제사회 핵심 현안에 대한 논의를 이어 가는 동안, 중국은 G7에 대한 강력한 반감을 드러냈다. 중국은 세계 2위 경제 대국임에도 불구하고 G7에 속하지 않는다. 공산당 일당 지배 체제를 유지 중인 데다, G7 회원국 대비 언론·표현 및 시민 자유, 정치적 권리 등을 강력하게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G7 공통의 정치적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셈이다. G7 국가들과 중국은 단순한 이념 차이를 넘어 무역, 첨단 기술, 공급망, 안보 문제를 둘러싸고 수년간 갈등을 이어 왔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의 산업 보조금, 대만 문제, 러시아와의 관계 등을 두고 대립이 한층 심화하는 모습이다.
15일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논평에서 "G7 정상회의가 종종 위선적이고 이기적이며 세상과 단절된 집단으로 묘사되고 있다"며 "세계정세가 변화하고 다극화 추세가 가속화하는 가운데 G7은 점점 더 인식 오류 및 기능 저하의 고질병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G7 회원국들이 경제 성장 부진, 높은 부채, 산업 경쟁력 하락, 사회 분열 심화 등 어려움에 직면했음에도 회원국 간 갈등이 끊이지 않고, 미국에 대한 유럽 국가들의 신뢰가 떨어져 공동 인식을 형성하기가 어려워졌다는 주장이다.
환구시보는 "실력과 응집력이 모두 떨어지는 현재의 G7이 반성하기는커녕 오히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무역 불균형, 생산 과잉, 광물 동맹, 디리스킹 등의 주제를 의제에 포함했다"며 "오늘날 세계가 직면한 많은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산업망 재구성, 에너지 안보 등에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사우스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글로벌 사우스가 세계 발전을 이끄는 중추적인 힘이 된 상황에서, 전 세계 인구의 10% 미만에 불과하고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집단이 '세계 지도자'라고 자처하거나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 '국제 규범'으로 포장하려 시도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논평은 오늘날 세계가 직면한 글로벌 도전은 이미 개별 단일 그룹이나 '소그룹 시스템'으로는 처리할 수 없으며, 평등하고 질서 있는 세계 다극화와 포용적 경제 세계화를 옹호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反서방 의지 드러낸 SCO
여타 반(反)서방 진영 국가들 역시 중국과 함께 G7에 대항하고 나섰다. G7 정상회의 개막일에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SCO의 창립 25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한 것이다. SCO는 2001년 6월 중국 상하이에서 중앙아시아의 안정을 꾀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나, 중국과 미국의 패권 경쟁이 가속화하고 남반구 개발도상국이 대거 가입하면서 사실상 서방에 맞서는 '대안 질서'의 성격을 띠기 시작했다. 창립국은 중국, 러시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6개국이며, 이후 인도, 파키스탄, 이란, 벨라루스 등이 가입해 현재 10개 회원국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해당 행사는 단순한 기념식을 넘어 중국이 G7 중심의 서방 협의체에 맞서 키워 온 연합체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자리였다. SCO는 군사 동맹은 아니지만 그간 △정상회의 △외교·국방·안보수장 회의 △반테러 협력기구 조성 △경제·디지털·공급망 협력 포럼 등을 통해 회원국 간 접점을 넓혀 왔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서방과 정면충돌을 빚은 러시아, 이란, 벨라루스 등이 한 축을 이루기 시작했으며, 중앙아시아 국가들도 안보, 에너지, 물류 등을 둘러싸고 SCO와 거리를 좁히는 추세다. 중국은 이러한 구도를 다극화와 내정 불간섭의 틀로 설명하고, 러시아는 서방 제재 속에서 외교적 고립을 완화할 무대로 활용해 왔다.
다만 이들이 모두 중국의 ‘동맹국’인 것은 아니다. 인도처럼 SCO 회원국이면서도 미국·일본·호주와 안보 협력을 이어 가는 국가도 있고, 중앙아시아 국가들 역시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균형을 취하려 하는 경향을 보인다. 내부의 이해관계 역시 단일하지 않다. 러시아는 제재 회피와 외교 공간 확보가 절실하고, 이란은 서방의 압박에 맞설 안전판을 찾고 있으며,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중국의 투자와 러시아의 안보 영향력을 동시에 활용하려 한다. 중국 입장에서는 이처럼 이해가 다른 국가들을 하나의 군사 동맹으로 묶기보다는, G7과 미국 주도 질서에 대한 불만을 공유하는 ‘연성 연대’로 관리하는 편이 더 유리하다. 사실상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식 집단방위동맹이라기보다는 서방에 불만을 가진 국가들이 사안별로 결집하는 느슨한 플랫폼에 가까운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