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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잉까지 빠졌다" UJTS가 드러낸 美 방산 경쟁력 균열, 트럼프 '돈로 독트린' 해법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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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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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7A로 美 UJTS 사업 참여 검토하던 보잉, 록히드마틴 뒤이어 발 빼
냉전 이후 美 방산 제조 기반 급격히 약화, 경쟁력 악화일로
트럼프 행정부, 동맹국 끌어들여 방산 기반 재건 노린다

보잉이 미 해군의 차세대 함재기 조종사 훈련 시스템(UJTS) 도입 사업 입찰을 포기했다. 사업 참여 기종인 차세대 고등훈련기 T-7A 레드호크가 미 해군의 요구 조건을 단기간 내 충족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건이 미국 방산업계의 '빈틈'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냉전 이후 국방 예산이 급격히 위축된 가운데, 업계 경쟁 구도·예산 집행 체계 등에 줄줄이 허점이 생기면서 산업 경쟁력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힘 빠진 UJTS 입찰 경쟁

15일(현지시각) 미 군사전문 매체 브레이킹 디펜스에 따르면, 보잉은 최근 미 해군 측에 현재 진행 중인 UJTS 제안요청서(RFP)에 최종 입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전달했다. UJTS는 1991년 도입된 T-45 고스호크 훈련기의 대체 사업으로, 2021년 10월 첫 정보요청서(RFI)가 발행된 후 수차례 지연된 끝에 지난 3월 말에야 업체들에 RFP가 발송됐다. 사업 참가를 선언한 업체와 기종은 록히드마틴과 한국항공우주산업의 TF-50N, 보잉의 T-7A 해군형, 텍스트론 산하 비치크래프트와 이탈리아 레오나르도의 M-346N, 시에라 네바다 코퍼레이션(SNC)의 프리덤 등 4개였다.

미 해군은 RFP를 발간하며 "새로운 차세대 훈련기는 항공모함에 직접 착함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실제 항공모함 운용을 전제로 설계된 T-45와 비교하면 조건이 대폭 완화된 것이다. 항공모함 착함을 지상에서 반복 연습하는 야전항모착륙훈련(FCLP)에서도 실제 활주로 접지 대신 접근 후 복행(Wave-off) 능력만 갖추면 되도록 기준을 낮췄으며, 실제 착함 환경을 정밀하게 구현할 수 있는 가상 시뮬레이션 역량에 방점을 찍었다. 기체 자체를 항모 운용에 최적화하는 대신, 첨단 시뮬레이션 기술을 활용해 훈련 효과를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미 해군은 당초 18억 달러(약 2조7,000억원)였던 사업 예산 상한선도 지난달 27억 달러(약 4조850억원)로 늘렸다.

이러한 완화적 기조에도 불구, 입찰 경쟁에서는 점차 힘이 빠져 가는 추세다. 가장 먼저 발을 뺀 것은 록히드마틴이었다. 록히드마틴은 미국산 부품 비율 요구치(60%) 등을 고려해 TF-50N이 해당 프로그램에 최적의 솔루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이후 보잉까지 경쟁에서 물러나며 입찰 경쟁은 사실상 이파전으로 좁혀지게 됐다. 보잉 대변인은 공식 성명을 통해 “철저한 내부 평가 결과, 현재 공군용으로 생산 중인 T-7A 레드호크 플랫폼은 미 해군의 UJTS 작전 요구 조건을 충족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T-7A는 지난달 미 공군으로부터 저비율 초도생산(LRIP) 승인을 획득하고 F404 엔진을 탑재하고 있는데, 현 상황에서 해군 국방 획득국이 요구하는 특수 함재기용 엔진 자격 요건을 충족하려면 대대적인 엔진 재개발 및 장주기 설계 공정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美 방산업계 쇠퇴 흐름 가시화

시장에서는 현 사태가 미국 방산 체계의 위태로운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양한 업체가 경쟁하며 신속하게 신형 무기를 개발하던 과거의 미국 방산 생태계는 이미 무너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냉전 종식 직후인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미국에는 맥도널더글러스, 록웰, 제너럴다이내믹스, 보잉, 록히드마틴, 노스롭, 그루먼 등 다수의 항공기 제조사가 존재했다. 하지만 냉전 종식 이후 미국은 이른바 ‘평화 배당(peace dividend)’ 국면에서 제조업과 방산에 대한 투자를 대폭 줄였고, 산업의 중심축 또한 서비스·금융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금속 가공, 정밀 부품, 소재 등 후방 제조 생태계는 줄줄이 힘을 잃었고, 국방 예산 축소 및 산업 재편 과정에서 전방 기업들의 대규모 인수·합병(M&A)이 이어졌다. 그 결과 현재 미국 방산업계는 소수 업체가 시장을 사실상 과점하는 구조로 바뀌었으며, 자체 생산 역량도 눈에 띄게 훼손됐다. 국방부의 신규 산업 추진 동력이 약화하고, 개발 비용·사업 리스크 등에 방어적 태도를 취하는 업체들이 급증한 이유다.

예산 집행 시스템에도 문제가 있다. 표면적으로 미국의 국방 예산 집행은 각 군 지휘부가 국방 전략에 필요한 전력을 국방부 장관에게 전달한 뒤, 정부가 의회에 다시 예산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실제로는 각 군 지휘부의 로비 및 지역구 의원들의 이해관계가 맞부딪혀 논의가 지연되는 경우가 잦으며, 의회마저도 국방부의 예산 재조정을 극도로 제한하고 있다. 국방부는 1,500만 달러(약 227억원) 이상의 예산을 재배치할 시 반드시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러한 허점은 결국 집행 지연으로 이어진다. 국방부의 예산 배정 절차에는 최소 2년이 소요되며, 예산안이 기한 내에 통과되지 않아 지속 결의안(의회에서 예산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전년 예산을 적용하는 것)이 작동하는 일도 다반사다. 이는 신규 국방 프로그램 진행의 핵심 제약 요인이다.

트럼프의 '돈로 독트린' 전략

현재 미국은 약화한 방산 기반을 자국 내부의 생산 능력만으로는 회복하기 어렵다고 보고, 동맹국과의 방산 시장 통합에서 해법을 찾고 있다. 동맹국의 국방비 증액과 미국산 무기 구매를 자국 산업 재건의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계획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외교 전략의 핵심 개념으로 부상한 이른바 ‘돈로 독트린(Donroe Doctrine)’과 맞닿아 있다. 돈로 독트린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과 19세기 먼로 독트린을 결합한 표현으로, 단순 군사적 세력권 관리를 넘어 통상·산업·방산을 결합한 경제 안보 전략으로 확장되는 추세다.

미 국무부가 공개한 2026~2030 회계연도 전략 계획은 미국 우선주의 외교를 전면에 내세우며, 미국의 외교 역량을 동맹국의 구매 결정과 산업 협력 구조에 직접 연결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동맹국과 파트너들이 미국 기업과 미국산 솔루션을 우선 선택하도록 하겠다는 목표다. 이러한 구상 속에서 동맹국의 국방비 지출은 미국 재산업화의 재원으로 규정됐다. 동맹국들이 자체 방위비를 늘리고 억제력에 투자하도록 압박하는 동시에, 그 대가로 미국 방산 기반에 대한 접근권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단순히 미국산 무기를 더 많이 판매하는 것을 넘어 공동 생산, 부품 공급망 공유, 상호운용성 강화 등을 통해 동맹국을 미국 중심 방산 생태계에 더 깊숙이 끌어들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 같은 전략의 필요성은 최근 이란과의 분쟁 국면에서 한층 두드러졌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을 거치며 탄약, 미사일, 함정, 항공기 부품 등 핵심 군수품 생산 능력의 한계를 재차 확인했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국의 수요와 자본을 흡수해 미국 방산업체의 주문 잔고를 늘리고, 이를 기반으로 설비 투자 및 공급망 복원을 유도 중이다. 동맹국 입장에서는 미국 방산망에 편입될 시 첨단 무기 접근성, 공동 생산, 유지보수 체계, 상호운용성 측면에서 이점을 얻을 수 있으나, 국방 예산이 미국산 무기 구매로 흘러가도록 압박을 받을 가능성도 커진다. 사실상 양날의 검인 셈이다. 특히 한국처럼 자체 방산 수출 경쟁력을 키워 온 국가의 경우 미국과의 협력 범위, 기술 이전 수준, 공급망 내 역할, 독자 플랫폼 유지 여부 등을 두고 보다 복잡한 협상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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