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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1,480원 위협에 구두 개입 및 정책 패키지 총동원, 33.8원 급락에도 남은 구조적 불안

환율 1,480원 위협에 구두 개입 및 정책 패키지 총동원, 33.8원 급락에도 남은 구조적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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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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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의 고강도 개입과 실탄 투입에 힘입어 하루 만에 33.8원 급락, 1,450원대 아래로 진정
국민연금 스와프 등 정책 패키지 총동원해 잦은 경고로 무뎌진 시장 심리 반전시키는 데 성공
급한 불 껐지만 구조적 달러 가뭄·미국 감시망 등 펀더멘털 불안 요인 여전해 추세 전환 미지수

원·달러 환율이 당국의 전방위적 총력전에 힘입어 하루 만에 34원 가까이 급락하며 1,450원대 아래로 내려앉았다. 정부가 고강도 구두 개입과 국민연금 스와프, 해외주식 리쇼어링 세제 혜택 등 가용한 ‘수급 안정화 패키지’를 쏟아부으며 시장 심리 반전에는 성공한 양상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번 급락을 추세적 안정세로 예단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신중론이 여전하다. 무역 흑자에도 불구하고 해외 투자로 빠져나가는 자금이 더 많은 ‘구조적 달러 가뭄’이 해소되지 않은 데다, 미국의 환율 감시망 탓에 당국의 운신의 폭도 좁기 때문이다. 급한 불은 껐지만,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대한 신뢰 회복 없이는 언제든 1,480원 선을 다시 위협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도는 분위기다.

당국 전방위 대응에 환율 33.8원 급락, 고강도 경고에 연금 스와프·세제 혜택 총동원

24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공동으로 고강도 구두 개입을 단행했다. 이날 개장 직후인 오전 9시 1분, 당국은 김재환 기재부 국제금융국장과 윤경수 한은 국제국장 명의의 공동 메시지를 통해 “원화의 과도한 약세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천명했다. 이는 통상적인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원론적 수준을 넘어, 특정 방향성을 직접 지목한 이례적인 조치다. 특히 당국은 “지난 1~2주간의 조치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실행 능력을 보여주기 위한 정비 과정이었으며, 시장은 곧 이를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장은 이를 단순한 구두 개입을 넘어 실개입 신호로 받아들였다. 실제로 24일 1,484.9원에 출발했던 환율은 당국의 메시지 직후 달러 매물이 쏟아지며 오전 9시 5분경 1,465.5원까지 떨어졌다. 이후에도 하락세는 이어져 이날 환율은 전일 대비 33.8원 급락한 1,449.8원에 마감했고, 25일 오전 역외 NDF 시장에서 1,445원 선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러한 급락세는 시장 개입뿐 아니라 지난 2주간 정부가 치밀하게 준비해 온 ‘수급 안정화 정책 패키지’가 효과를 발휘한 결과다. 당국이 단순히 달러를 매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제도 개선을 통해 외환 수급의 물길 자체를 바꾸는 시도를 병행했기 때문이다. 특히 외환당국이 최근 국민연금과 맺은 외환 스와프가 실거래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정책 신뢰도를 높였다. 구체적인 시기와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시장에서는 당국과 국민연금이 지난 15일 스와프 한도를 650억 달러(약 94조2,100억원)로 설정하고 계약을 1년 연장하기로 합의한 직후 자금 공급이 재개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연금의 현물환 매도 참여 관측에 더해 당국의 실질적인 달러 공급 라인까지 가동된 점은 시장 심리 안정에 힘을 보탰다. 여기에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지난 18일 삼성, SK 등 7대 기업 관계자를 소집해 사실상 ‘환율 방어’ 협조를 당부한 점도 수급 개선 기대감을 키운 요인이다.

정부는 민간에 잠긴 달러를 시장으로 유도하기 위해 규제 완화와 인센티브라는 ‘당근’과 강력한 단속이라는 ‘채찍’을 동시에 꺼내 들었다. 우선 기재부는 24일 ‘국내투자 복귀계좌(RIA)’ 신설 계획을 공개했다. 3분기 말 기준 1,611억 달러(약 233조5,100억원)에 달하는 해외주식 자금을 국내로 환류시키기 위해, 해외주식을 팔아 국내 주식에 장기 투자하면 복귀 시점에 따라 양도소득세를 최대 100%(1분기)까지 감면해 주는 파격안을 검토 중이다. 금융권의 달러 공급 여력을 키우기 위한 조치도 병행됐다. 외국계 은행의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200%로 상향하고, 금융기관의 ‘외환건전성 부담금’을 내년 상반기까지 한시 면제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국세청은 23일 불법 외환 유출 업체 11곳을 포함해, 가격 담합 등 시장 교란 행위로 환율 불안을 조장한 탈세 혐의 기업 31곳에 대한 고강도 세무조사에 착수하며 자본 유출 심리에 강력한 경고장을 날렸다.

단기 처방에 반응, 그러나 여전한 시장 내성과 펀더멘털 불신

다만 이는 완벽한 추세 전환이라기보다는 그동안 둔감해졌던 시장이 ‘패키지 동시 투입’이라는 강력한 신호에 단기적으로 반응한 결과에 가깝다. 사실 정부가 이번 전방위적 대응에 나서기 전까지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과거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에는 구두 개입만으로도 환율이 진정되곤 했으나, 최근 들어서는 그 영향력이 현저히 약화됐다는 평가다. 1,400원대가 고착화되며 시장 참여자들이 고환율에 둔감해진 데다, 잦은 구두 경고가 오히려 내성을 키운 탓이다. 실제 지난 몇 달간 당국이 쏠림 현상을 예의주시한다는 메시지를 수차례 냈음에도 환율은 1,300원 후반대에서 1,480원 부근까지 꾸준히 상승했다. 시장은 단순한 경고보다는 확실한 수급 대책을 확인하고 싶어 했고, 이것이 24일 이전까지 별다른 정책 효과를 보지 못했던 원인으로 지목된다.

구체적인 정책 공조가 가시화된 이후에도 시장의 반응은 미온적이었다. 기재부·한은·국민연금·보건복지부로 구성된 ‘4자 협의체’가 출범하고 국민연금과의 외환 스와프를 연장하는 등 제도적 안전판을 마련했음에도 원화 약세 흐름은 좀처럼 꺾이지 않았다. 오히려 이 기간 환율 상단은 지속적으로 뚫렸는데, 이는 시장이 정부의 미세 조정 능력을 불신하거나 대외적인 환율 상승 압력이 당국의 개입 여력을 넘어섰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들이 확보한 달러를 쥔 채 내놓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 대책이 실질적인 유동성 공급으로 이어지기까지 시차(Time lag)가 존재한다는 점도 불안 심리를 잠재우지 못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에 대한 의구심에 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경제의 성장성과 장기 투자 매력이 유지됐다면 자금이 이토록 해외로 유출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누적된 경제 기초체력에 대한 신뢰 저하가 환율 상승의 기저에 깔려 있다”고 지적했다. 고환율이 일시적 충격이 아닌 구조적 현상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시장은 단기 수급 처방보다 경제 체질 개선과 성장 동력 회복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결국 24일의 환율 하락이 추세 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정부가 무너진 시장의 신뢰를 얼마나 회복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

반도체 흑자에도 ‘빈 지갑’, 미국 환율조작국 지정 우려는 과도

게다가 1,480원 선을 위협했던 상승 압력의 근본 원인인 ‘만성적 달러 가뭄’ 현상도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지표상으로는 11월 무역수지가 97억 달러(약 14조600억원) 흑자를 기록하고 외환보유액도 4,306억6,000만 달러(약 624조2,400억원)로 증가했지만, 시장의 체감 외화 유동성은 여전히 경색된 상태다. 이는 경상거래(무역)에서 번 달러가 자본거래(투자) 적자로 상쇄되는 구조 때문이다. 민경원 우리은행 선임연구원은 “팬데믹 이후 ‘서학개미’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투자가 급증하며 시중의 달러 공급이 구조적으로 줄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설상가상으로 반도체 수출 호조에 따른 막대한 대미 무역 흑자는 오히려 외환 당국의 운신을 제약하는 족쇄가 되고 있다. 한국은 올 상반기에만 대미 무역흑자 262억 달러(약 37조9,700억원)를 기록했고,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5.77%에 달해 미 재무부의 ‘환율관찰대상국(Monitoring List)’ 요건을 충족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대미 무역흑자 150억 달러(약 21조7,400억원) 초과 △경상수지 흑자 GDP 3% 초과 △달러 순매수 개입(GDP 2% 이상·8개월 지속) 등 세 가지 요건 중 2가지 이상에 해당할 경우 관찰대상국으로 분류해 감시망을 좁힌다.

다만 정부는 최악의 시나리오인 ‘환율조작국(심층분석대상국)’ 지정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3대 요건 중 핵심인 ‘지속적인 달러 순매수(GDP 2% 이상)’ 기준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한은에 따르면 외환 당국은 지난해 4분기(-37억5,500만 달러·약 5조4,400억원)부터 올해 1분기(-29억6,000만 달러·약 4조2,900억원), 2분기(-7억9,700만 달러·약 1조1,500억원)에 이르기까지 줄곧 매도 우위를 유지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1년간 달러를 인위적으로 사들이기는커녕, 오히려 73억2,000만 달러(약 10조6,100억원)를 순매도하며 환율 방어에 주력했다는 의미다. 아울러 미국이 주시해 온 ‘정성적 평가’ 리스크 역시 10월 1일 발표된 ‘한·미 환율정책 합의’를 통해 연기금 우회 개입 금지와 투명성 강화를 약속하며 해소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에 대해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관찰대상국 지정은 수출 호조의 방증일 뿐, 실질적 제재가 따르는 조작국으로 분류되지 않는 한 이를 경제 위기 신호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며 과도한 우려를 경계했다.

시장에서는 연말까지 환율이 뚜렷한 방향성 없이 치열한 탐색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한다. 당국의 방어 의지는 확고하나 하락 모멘텀이 부족해 다시 1,470~1,480원 박스권으로 회귀할 것이라는 신중론(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과, 일본의 개입 경계감에 따른 엔화 반등에 연동해 추가 하향 안정이 가능하다는 기대(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가 엇갈리고 있다. 결국 향후 환율의 향방은 당국의 강력한 개입 의지가 구조적인 수급 불균형의 파고를 얼마나 견뎌낼 수 있을지에 달렸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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