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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관세는 시간을 사고, 경쟁력은 공장에서 만들어진다

[딥테크] 관세는 시간을 사고, 경쟁력은 공장에서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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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months 1 w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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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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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과학의 언어로 읽고, 사실 위에 통찰을 더하는 글을 전합니다. 복잡한 현상 속에서 본질을 찾아 독자와 함께 사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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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재 무역 구조가 키우는 관세 비용의 조기 전가
성과 조건이 없는 보호가 남기는 가격 부담
투자·수출과 결합될 때 작동하는 관세의 역할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관세는 산업 보호 수단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글로벌 공급망이 촘촘해진 지금, 그 부담은 산업보다 가계와 기업 가격에서 먼저 나타난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부품과 중간재는 전 세계 무역의 거의 절반을 차지했고, 이 구조에서는 관세가 최종 생산 단계에 이르기 전부터 비용을 끌어올리는 흐름으로 작동했다. 공장 투자나 설비 확충이 가시화되기 전에, 소비자 물가와 기업 원가에 변화가 먼저 반영되는 이유다. 이런 환경에서 기술 패권을 목표로 한다면 질문도 달라진다. 관세를 쓸 것인가가 아니라, 보호 범위를 얼마나 좁힐지, 적용 기간을 얼마나 짧게 가져갈지, 어떤 투자와 함께 묶을지가 정책 성패를 가른다. 관세는 해법이 아니다. 해법이 작동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주는 시계에 가깝다.

학습 시간과 즉각적 가격 부담의 교차

관세의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산업 보호가 아닌 가격 상승이다. 관세가 부과되는 순간 비용이 공급망을 따라 빠르게 전가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8년 이후 미국에서는 관세율 인상이 거의 그대로 수입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2018년 한 해 동안 관세로 발생한 비용은 매달 약 14억 달러(약 1조9천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단기적 충격이 아니라, 관세가 가격 체계에 즉각 반영됐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nited States 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 USITC)도 같은 흐름을 확인했다. USITC는 2018~2021년 동안 관세가 1%포인트 오를 때 가격 역시 약 1%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관세가 넓게 적용될수록 공장 투자나 생산 확대가 시작되기도 전에, 소비자와 기업이 먼저 비용을 부담하게 되는 구조라는 의미다.

첨단기술 품목에 대한 관세가 국내외 GDP에 미치는 동태적 효과
주:첨단기술 제품에 대한 표적 관세는 단기적으로 국내 소비를 위축시키지만, 투자 확대를 통해 시간이 지날수록 국내 GDP를 끌어올리는 효과가 나타난다. 반면 해외 경제는 생산과 소득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며, 관세 효과가 국가 간 비대칭적으로 전개되는 흐름을 보여준다.

중간재 비중이 키우는 관세 충격

이 같은 가격 전가는 세계 무역 구조 때문에 더 증폭된다. 세계무역기구(World Trade Organization, WTO)에 따르면 전 세계 무역에서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절반에 달하며, 2023년 상반기에도 48.5%를 기록했다. 부품과 소재는 생산 과정에서 여러 차례 국경을 넘는다. 이 때문에 최종재에 부과된 관세는 해당 제품에 투입되는 중간재 가격까지 끌어올리는 경로로 작동한다. 관세 충격이 한 단계에서 멈추지 않고 공급망 전반으로 확산되는 구조다.

미국이 2024년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관세를 100%로 인상한 조치도 이 틀 안에 있다. 완성차 가격 상승이 예상되지만, 동시에 배터리와 생산 장비, 핵심 소재 비용도 함께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국내 생산 기반이 충분히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관세가 경쟁국을 겨냥한 조치에 그치지 않고, 자국 산업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 품목 관세가 국내외 경제에 미치는 장기적 위축 효과
주: 모든 수입품에 대한 광범위한 관세는 국내 GDP와 소비를 지속적으로 낮추며, 투자 회복도 제한하는 흐름으로 나타난다. 관세 대상이 넓어질수록 생산과 소득이 함께 약화돼, 보호 정책이 성장 둔화로 이어지는 구조가 확인된다.

성과 조건이 만든 동아시아 산업 도약

관세가 효과를 냈다는 사례로 한국과 일본이 자주 거론된다. 성패를 가른 기준은 보호의 유무 보다 성과를 요구하는 조건과 적용 기간이었다. 한국은 수입 통제와 금융 지원을 병행했다. 동시에 수출 실적과 기술 고도화를 분명한 기준으로 제시했고, 정책 집행 과정에서 이를 지속적으로 점검했다. 2022년 기준 한국 수출의 약 37%가 해외 투입물에 기반했다는 사실은, 보호 국면에서도 글로벌 공급망과의 연결이 유지됐음을 보여준다. 산업은 닫히지 않았고, 외부와 맞물려 확장됐다.

일본의 경험도 같은 결론으로 이어진다. 일본은 자동차 산업을 일정 기간 보호했지만, 1960년대 산업 정책을 분석한 연구들은 경쟁 압력이 강화될수록 생산성이 더 빠르게 개선됐음을 확인했다. 보호가 길어질수록 성과가 쌓인 것이 아니라, 시장 경쟁에 노출된 시점에서 효율 개선이 뚜렷해졌다.

성과 요구가 빠진 보호는 다른 결말을 낳았다. 1980년대 브라질의 PC 산업에서는 보호가 지속되는 동안 가격은 올랐지만 경쟁력은 축적되지 않았다. 이 흐름이 남긴 결론은 분명하다. 관세는 가림막이 될 때 힘을 잃고, 학습과 성과를 요구하는 압박으로 작동할 때 효과를 낸다.

투자 결합 여부가 가르는 관세 생산성 효과

관세는 투자와 결합될 때에만 생산성으로 이어진다. 이 점에서 미국의 최근 산업 정책은 방향이 비교적 분명해졌다.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CHIPS 법(CHIPS Act)은 지금까지 330억 달러(약 45조원) 이상의 인센티브를 확정했고, 추가 대출도 순차적으로 집행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 IEA)에 따르면 2025년 중반 기준 미국의 청정에너지와 산업 탈탄소화 투자는 사상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2024년 한 해 동안 신규 제조업 투자는 약 600억 달러(약 82조원)에 달했고, 태양광 모듈 생산 능력은 약 42GW로 거의 세 배 확대됐다. 이 같은 투자 환경에서 관세는 보조금을 받은 공장이 본격 가동되기 전까지 덤핑을 차단하는 완충 장치로 작동한다. 다만 비용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2018~2019년 관세 분석 결과에서 보듯, 가계는 연간 수백 달러의 추가 부담을 이미 떠안았다. 관세는 시간을 벌어주는 수단에 가깝다. 생산성의 원천은 결국 투자와 설비, 그리고 그 이후의 성과에서 나온다.

타이머로서의 관세, 전략으로서의 공장

글로벌 무역의 절반이 중간재로 이뤄진 시대에 관세는 빠르게 퍼지는 비용이다. 공급망을 따라 확산되며, 산업보다 가계와 기업 가격에 먼저 반영된다. 관세는 불공정 보조금을 차단하고 국내 기업이 학습할 시간을 벌어주는 역할까지는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자체만으로 기술 리더십이 형성되지는 않는다. 보호 범위가 넓어지거나 적용 기간이 길어질수록 관세는 산업 정책이 아니라 상시적 비용으로 굳어진다. 이 때문에 관세는 좁게 설계하고, 종료 시점을 명확히 하며, 투자·생산·수출 성과와 분명하게 연결돼야 한다.

진짜 경쟁력은 다른 지점에서 만들어진다. 수율을 높이고, 공급망을 정비하며, 세계 시장에서 가격과 품질로 거래가 이어질 때 생산성은 축적된다. 관세는 시간을 사줄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시간을 경쟁력으로 바꾸는 주체는 공장이고, 그 결과를 증명하는 무대는 수출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Protective Trade Policy After Peak Globalization: From Infant Industries to Durable Technological Hegemony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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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과학의 언어로 읽고, 사실 위에 통찰을 더하는 글을 전합니다. 복잡한 현상 속에서 본질을 찾아 독자와 함께 사유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