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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 끝난 줄 알았던 HBM3E 수요 재점화, 메모리 ‘슈퍼사이클’ 현재진행형

[HBM] 끝난 줄 알았던 HBM3E 수요 재점화, 메모리 ‘슈퍼사이클’ 현재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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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7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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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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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전 라인 수요 증대 재확인
중국 HBM 로드맵 변화 최대 변수
초과 수요 시장 열리며 가격 왜곡 조짐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3E 가격을 둘러싼 변화가 감지된다. 차세대 제품 전환 국면에서도 기존 제품 가격 흐름이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시장 내부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와 주요 고객사의 수요 변화, 생산 여력과 가격 구조 문제가 동시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중국의 기술 추격과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가격 급등이라는 변수까지 더해지면서 HBM 시장의 향후 흐름을 둘러싼 관심 또한 커지는 상황이다. 

“HBM3E 약효 종료” 관측 빗나가

24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복수의 메모리 반도체 기업은 최근 HBM3E 공급 가격을 20%가량 인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엔비디아를 비롯한 자체 AI 가속기 설계 기업의 주문량이 대폭 증가한 데 따른 움직임으로, 통상 차세대 모델 출시를 앞두고 직전 모델 가격이 인하되는 상황과는 대조적이다. HBM 시장이 세대 교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기존 인식과 달리 HBM3E가 여전히 핵심 수익원으로 기능한다는 점을 시장이 다시 확인한 셈이다. 

이번 가격 인상은 단기 수급 불균형을 넘어 수요 구조 변화에 따른 결과에 가깝다. 엔비디아뿐 아니라 구글, 아마존 등 자체 칩을 설계하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내년 출시를 목표로 한 AI 가속기 주문량을 동시에 상향 조정하면서 HBM3E 수요가 예상치를 크게 웃돈 것이다. 한 메모리 제조업체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업계 내부적으로 HBM3E를 두고 ‘과도기 제품’으로 보는 시각이 주를 이뤘다”면서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HBM4 본격 양산 전까지 실질적인 주력 제품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HBM3E 수요를 다시 끌어올린 결정적 계기로는 엔비디아 ‘H200’의 중국 수출 재개가 거론된다. H200에는 칩당 6개의 HBM3E가 탑재된다. 로이터통신은 “엔비디아가 기존 재고를 활용해 초기 주문을 소화한 뒤, 팁 모듈 최대 1만 개를 출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며 “내년 2분기부터 신규 주문을 받기 위한 생산 능력 확충 계획까지 중국 고객사에 안내한 상태”라고 전했다. 이 같은 이유로 HBM3E 효과는 올해로 끝날 것이라는 일각의 관측 또한 힘을 잃는 모양새다. 

공급 측면에서는 HBM4 전환 준비가 오히려 HBM3E 가격 상승 요인이 됐다. 메모리 업체들은 내년 이후 HBM 시장 주력 제품이 될 HBM4 생산 능력 확대에 자원을 집중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다른 제품에 투입할 수 있는 생산능력(캐파)은 제한되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HBM3E 공급 여력이 줄어들고, 수요는 도리어 늘어나면서 이례적인 가격 프리미엄이 형성됐다는 해석이다. KB증권은 내년 HBM 매출 비중을 HBM4 55%, HBM3E 45%로 전망하면서도 HBM4가 본격적으로 HBM3E 수요를 흡수하기 시작하는 시점을 내년 3분기 이후로 내다봤다. 

이는 다시 메모리업계 전반의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내포한다. HBM 수요 급증과 함께 D램 등 범용 메모리 가격까지 동반 상승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내년 실적 전망치는 빠르게 조정됐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분석에서 삼성전자의 내년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불과 한 달 전 76조6,544억원에서 최근 85조4,387억원으로,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71조4,037억원에서 76조1,434억원으로 각각 높아졌다. HBM3E가 ‘메모리 슈퍼사이클’ 재확인의 출발점으로 여겨지는 이유다. 

중국, 공정·수율·패키징 측면 맹추격

변수로는 중국의 거센 기술 추격이 꼽힌다. 당초 업계에서는 중국이 2026년 HBM3, 2027년 HBM3E 양산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지만, 최근에는 이 일정이 눈에 띄게 앞당겨졌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다. 실제 중국 창신메모리케트놀로지스(CXMT)는 올해 말 목표로 했던 HBM3 샘플 공급 시점을 앞당겨 이미 주요 고객사에 제공했으며, 차세대 제품인 HBM3E 양산 준비에도 속도를 내가 시작했다. SK하이닉스가 2024년 1분기, 삼성전자가 2024년 3분기에 HBM3E 양산을 시작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과 중국의 기술 격차는 2년 남짓에 불과하다.

CXMT의 추격은 단순히 로드맵 조정에 그치지 않는다. CXMT는 2010년대 후반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출신 엔지니어를 대거 영입하며 기술 내재화를 추진했고,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와 램리서치, 도쿄일렉트론 등 글로벌 장비 업체를 통해 D램 하위 공정 기술을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 범용 D램 영역에서는 이미 DDR5와 저전력 DDR5X까지 생산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이뤘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집계에서 CXMT의 D램 출하량 기준 점유율은 올해 7% 수준에서 2027년 10%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 정부 차원의 지원도 CXMT의 기술 고도화를 돕는다. 중국 정부가 2024년 5월 출자한 ‘빅펀드3’는 CXMT에 20억 달러(약 2조8,000억원) 투자했다. CXMT는 이를 바탕으로 HBM 투자 확대와 패키징 역량 강화를 추진했다. 상하이에 HBM 패키징 자회사를 설립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허리펑 중국 부총리는 미국과의 무역 협상 과정에서 HBM 수출 규제 완화를 직접 요구한 바 있는데, 이는 첨단 HBM 공급이 중국 첨단 산업 전반에 최대 과제임을 방증한다. 

화웨이 역시 올해 초 진행한 자체 행사에서 공개한 AI 칩 로드맵을 통해 내년 이후 출시되는 ‘어센드’ 시리즈에 자체 개발한 HBM을 탑재하겠다고 밝혔다.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로 단일 칩 성능은 여전히 엔비디아에 미치지 못한다”고 인정하면서도 “상호 연결 기술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통해 시스템 차원에서 성능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AI 칩 성능 경쟁의 병목으로 HBM이 지목되면서 중국 입장에서는 HBM 자립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된 모양새다. 

다만 넘어야 할 장벽은 여전히 적지 않다. HBM은 단순 미세공정 경쟁을 넘어 수율 관리와 패키징 기술이 핵심으로 지목된다. 특히 여러 층의 칩을 수직으로 관통해 연결하는 실리콘관통전극(TSV)과 이를 정밀하게 적층하는 본딩 공정의 기술 난도가 매우 높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로 HBM용 열압착 접합 장비(TC본더) 확보에 제약을 받고 있다는 점 역시 단기간 추격을 어렵게 하는 요소다. 그럼에도 중국은 일본 장비 업체를 통한 TSV 관련 장비 조달, 제삼국을 경유한 우회 수입 등 다양한 경로를 모색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단기 수익 확실, 지속 기간은 ‘글쎄’

시장의 관심은 이 같은 기술 격차에서 가격 구조로 빠르게 옮겨가는 모습이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 과정에서 서버용 DDR5 가격이 급등하자, 고부가 제품으로 인식되는 HBM3E와의 가격 간격도 빠르게 좁혀졌다. 시장분석기관 트렌드포스는 HBM3E와 서버용 DDR5의 가격 격차가 기존 4~5배 수준에서 2026년 말에는 1~2배까지 축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HBM3E 가격의 절대적 고점 논의 역시 ‘기술 프리미엄’이 아니라 ‘가격 상대성’의 관점에서 재해석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

범용 D램 가격 급등은 생산 구조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쳤다. DDR5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일부 메모리 업체들은 생산 능력을 DDR5로 전환하는 선택을 늘렸다. 트렌드포스는 “범용 D램 수익성이 개선되면서 다수 공급 업체가 DDR5로 캐파를 전환하는 추세”라고 전하며 “이러한 흐름은 HBM3E 공급을 추가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결과적으로 DDR5 가격 상승은 HBM3E와의 가격 격차를 좁히는 동시에 HBM 물량 부족을 심화시키는 이중 효과를 만들어냈다.

이 같은 환경에서 메모리 업체 내부의 가격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DDR5 대비 일정 배수 이상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HBM 생산의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내부 방침이 점차 명확해지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HBM의 가격이 DDR5와 비교해 일정 수준의 배수를 유지하지 못할 경우, 웨이퍼 투입 대비 수익성은 흔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부 계약에서는 HBM 가격 재협상이나 추가 인상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주문형 반도체(ASIC) 수요 전망이 상향된 상황에서 주요 고객사들이 HBM3E 구매 물량을 쉽게 줄이기 어렵다는 점 역시 가격 협상의 배경으로 작용한다.

다만 이러한 초과 수요 국면에서 형성된 가격 왜곡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AI 인프라 투자가 예상보다 빠르게 식을 경우, 서버용 DDR5를 중심으로 형성된 가격 급등 흐름은 조정 국면에 들어갈 수 있다. 반대로 트렌드포스가 지적한 것처럼 DDR5 계약 가격 강세가 이어지고, 주요 고객사들의 HBM3E 구매 수요가 유지되는 동안에는 시장이 ‘울며 겨자 먹기’로 비용을 감내하는 구조가 지속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는 곧 수요 둔화 시점이 향후 시장의 가격 수준을 결정하는 절대적 기준이 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일부 계약의 가격 재협상이나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내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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