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 watch] "국제유가 내린다" 중동 분쟁 막바지 국면 속 美 '금리 동결' 전망 확산, 日 등 주요국은 인상 기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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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보다는 동결" 美-이란 종전 MOU 따라 시장 여론 변화 채권 시장·유가 일제히 반응, 물가 하락세 본격화 시기는 미지수 인플레·엔저 압력 짓눌리는 日, 1%대 금리 인상에도 효과 제한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가 막을 올린 가운데, 시장의 통화 정책 전망이 급변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분쟁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며 인플레이션 완화 여지가 생기자, 금리 인상 전망에서 힘이 빠지고 동결을 예상하는 여론이 확산하는 양상이다. 반면 일본 등 미국을 제외한 여타 주요국에서는 통화 가치 및 환율 방어를 위한 금리 인상 흐름이 속속 관찰되는 추세다.
중동 분쟁發 리스크 축소
16일(이하 현지시각)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올해 연말 기준금리가 현 수준을 유지할 확률을 42.1%, 지금보다 25bp 인상될 확률을 41.9%로 반영했다. 일주일 전과 비교하면 금리 인상 확률은 기존 42.6%에서 소폭 하락했지만, 금리 동결 확률은 27.8%에서 눈에 띄게 확대됐다. 금리가 50bp 높아질 확률은 같은 기간 23.2%에서 14.9%로 낮아졌다. 장기화하는 중동 분쟁 속 확산한 금리 인상 전망에서 힘이 빠지기 시작한 것이다. 연준의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는 이날부터 다음 날까지 진행된다.
이러한 시장 여론의 변화는 미국과 이란의 종전 MOU 체결에서 기인했다. 지난 1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 이슬람공화국과의 합의가 지금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로써 나는 통행료 없는 (toll free)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전적으로 승인하는 동시에, 미 해군의 해상 봉쇄 즉시 해제를 승인한다"며 "세계의 선박들은 엔진 가동을 시작해 석유가 흐르도록 하라"고 덧붙였다. 지난 2월 말 전쟁 발발 이후 물류 운송에 줄곧 차질을 겪던 중동 석유 공급망의 숨통이 트인 것이다.
시장은 현 상황이 미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전쟁이 지속된 지난 수개월간 국제유가는 100달러(약 15만1,300원) 안팎에서 움직이며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해 왔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4.2%로, 3년 만에 처음으로 4%를 넘어섰다. 이러한 물가 상승세는 트럼프 행정부에 있어 뚜렷한 정치적 압박이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감세, 환급금 지급, 규제 완화 등 경제 정책 성과를 유권자들에게 부각하기 어려워진 탓이다. 이와 관련해 보수 성향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E.J. 안토니는 지난주 스티브 배넌의 팟캐스트에 출연해 "(현 상황은) 좋지 않으며, 좋게 포장할 방법도 없다"며 "행정부가 추진한 훌륭한 정책 성과들이 있지만 이란 전쟁의 파급 효과가 이를 압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각적인 시장 반응, 향후 전망은
하지만 종전 소식이 들려온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우선 채권시장이 반응을 보였다. 16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미국의 10년물 국채금리는 직전 거래일 대비 4bp가량 내린 4.44%에 거래됐다. 통화정책에 비교적 민감한 2년물 금리는 같은 기간 4.05%로 약 1.5bp 낮아졌고, 만기가 가장 긴 30년물 국채금리는 4.94%로 약 4bp 하락했다. 일반적으로 국채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종전 이후 금융시장이 점차 안정을 되찾고, 연준 통화정책 방향이 변화할 것이라는 인식 속 장기물 중심으로 국채 가격이 상승한 것이다.
국제유가도 뚜렷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같은 날 ICE선물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78.96달러(약 11만9,230원)로 전 거래일보다 5.1% 하락했으며, 뉴욕상업거래소 내 7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도 5.8% 미끄러진 배럴당 76.05달러(약 11만4,836원)를 기록했다. 앞서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하기 직전 마지막 거래일이었던 2월 27일 기준 브렌트유는 배럴당 72.48달러(약 10만9,440원), WTI는 배럴당 67.02달러(약 10만1,200원)에 각각 장을 마감한 바 있다.
다만 유가가 내린다고 해서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이 단기간 내에 해소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제유가 하락세가 실제 기름값에 즉각 반영되지 않는 데다, 그간 급등한 에너지 가격이 생산자물가·수입 물가를 거쳐 소비자물가에 반영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호르무즈 해협 통항 재개 및 물류망 회복에 걸리는 시간도 변수로 꼽히며, 중동 산유국 생산 시설 복구에도 최소 수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발간한 ‘5월 석유시장 보고서’에서 “중동 전쟁이 6월 초 끝나더라도 세계 석유 시장은 3분기 말까지 공급 부족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러한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연준은 금리를 즉각 인하하기보다는 동결 기조를 한동안 유지할 확률이 높다.

日 기준금리, 31년 만에 1%대
종전 국면 속 바쁘게 움직이는 것은 연준뿐만이 아니다. 여타 주요국 중앙은행 역시 상황에 발맞춰 금리 조정에 나섰다. 대표적인 예가 일본이다. 16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이날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단기 정책금리를 현행 연 0.75%에서 1.0%로 0.25%P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이후 6개월 만의 추가 인상이자, 로이터가 실시한 시장 전문가 설문조사 결과와 정확히 일치하는 조치다. 일본의 기준금리가 1%대에 진입한 것은 버블 경제 붕괴 직후인 1995년 이후 처음이다.
금리 인상의 핵심 배경으로는 고유가 상황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꼽힌다. 원유 수급의 9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던 일본 경제에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는 치명타였다. 일본 정부의 전기·가스요금 보조금 지원 효과를 제외한 지난 4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2.8% 뛰었고, 지난달 기업물가지수(속보치)도 전년 동기 대비 6.3% 급등하며 2023년 3월 이후 3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여기에 엔화 가치 폭락으로 인한 수입 물가 상승세 역시 금리 인상 압력을 가중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금리 조정 이후에도 엔화 가치가 유의미한 상승세를 보이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17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우치다 신이치 일본은행(BOJ) 부총재는 16일 기자회견에서 "물가 상승 폭이 확대되고 있어 근원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에서 벗어날 위험이 있다"면서도 향후 추가 금리 인상 속도에 대해서는 명확한 언급을 피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노무라증권의 마쓰자와 나카 수석 전략가는 "무난하게 넘어간 회견이었지만 부정적으로 말하면 새로운 정보가 거의 없었다"며 "엔화 약세라는 전체적인 흐름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통상적으로 BOJ가 기준금리를 올리면 해외로 향했던 돈이 일본 국내로 유입되며 엔화 가치가 올라가지만, 중동 사태로 각국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상 모멘텀이 강화되고 있는 만큼 금리 격차 축소를 통한 엔화 강세 시나리오를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