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정부 부채 전담 ‘채무관리국’ 신설한 중국, 부양 여력 생겼지만 반등 동력 부재
지방정부 부채 전담 ‘채무관리국’ 신설한 중국, 부양 여력 생겼지만 반등 동력 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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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경제 뇌관' 47조 위안 부채 중앙정부, 지방채 발행 직접 통제 부양책 압박 속 장기 부진 딜레마

지방정부 부채가 중국 경제의 뇌관으로 떠오르자 중국 정부가 부채 전담 부서를 신설하고 지방채 발행을 중앙에서 통합 관리하기로 했다.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빚을 내던 관행을 통제하고 중앙정부가 부채 전반을 직접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과도한 부채가 경기 불안과 지역 재정 불균형으로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려는 조치로, 이를 통해 추가적인 경기 부양 여력은 확보하게 됐지만 현재 중국의 경제 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 근거가 사실상 전무하다. 무엇보다 중국은 내수 진작 못지않게 고질적 병폐인 과잉생산 해소를 위한 구조조정도 추진해야 하는 상황인데, 구조조정이 기업 도산과 실업 확대를 불러올 수 있어 중국으로서는 운신의 폭이 좁다.
中 재정부, 채무관리사 신설
5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중국 재정부는 3일 홈페이지를 통해 ‘채무관리사(司·한국 중앙부처의 '국'에 해당)’ 신설을 발표했다. 새 부서는 중앙과 지방의 부채를 총괄하며 국채·지방채 발행 한도, 상환 관리, 외채 운영, 은닉 부채 점검 등을 맡는다. 기존에는 예산사·국고사·금융사 등 여러 부서가 나눠 담당했지만 앞으로는 재정부가 직접 통합 관리한다. 사실상 중앙이 지방정부의 부채를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구조로 바뀌는 것이다.
그동안 중국은 지방채 발행에도 중앙 승인 절차를 뒀지만, 지방정부는 투자회사를 세워 사실상 자율적으로 빚을 늘려왔다. 이번 개편은 이런 느슨한 승인제를 중앙이 직접 통제하는 체계로 강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 지방채 발행 시 행정안전부의 승인을 받고 기획재정부가 국가 전체의 채무 한도를 관리하는 구조다. 반면 중국은 재정부가 승인과 한도 설정을 모두 직접 맡는 완전한 중앙집중형 관리 체계로 전환했다.
이번 조치는 중국 공산당이 제시한 ‘지방정부 부채 위험 통제’ 원칙을 제도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열린 ‘제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에서는 “지방정부 부채 위험을 적극적이고 안정적으로 해소한다”는 방침이 명시됐다. 앞서 란포안(藍佛安) 재정 부장(장관)은 지난 9월 기자 간담회에서 “지방정부의 부채를 통제 가능한 범위 안에서 관리하고, 새로운 은닉 부채를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중국 정부의 전체 부채는 92조6,000억 위안(약 1경8,600조원)에 이른다. 이 중 국채가 34조6,000억 위안(약 7,000조원) 지방정부 부채가 47조5,000억 위안(약 9,600조원), 은닉 부채가 10조5,000억 위안(약 2,100조원) 수준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68.7%에 달한다. 채무관리사의 첫 과제는 2027년 6월까지 지방정부의 은닉 부채를 정리하고 수익성이 낮은 공공투자 회사를 단계적으로 구조조정하는 것이다. 재정부는 단기·고금리성 부채를 장기·저금리 채권으로 전환하는 ‘부채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며, 채무관리사가 이 과정을 상시 감독한다.

12조 위안 규모 부채 교환, 지방정부 재정 여력 확보
중국 지방정부의 막대한 부채는 성장 일변도 정책의 부산물이다. 은닉 부채는 대개 부동산 활황 시기 중국 내 31개 성(省)·시·자치구가 경쟁적으로 인프라 사업을 벌이며 쌓인 지방정부융자법인(Local Government Financing Vehicle·LGFV) 부채 등을 일컫는 말로, 지방정부가 설립한 LGFV들은 은행과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끌어왔지만 그 돈을 LGFV 부채로 올려놔 지방정부의 공식 대차대조표에는 띄지 않는다. 통상 지방 관료들은 고과 관리를 위해 악성 부채 규모를 밝히지 않아 왔다.
하지만 부동산 침체로 LGFV들의 상환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실질적 채무자인 지방정부가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됐고, 이는 경제 불황 속에서 지방정부 재정난을 가속했다. 중국 재정부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 통계 기준으로 작년 말 주요 20개국(G20) 평균 정부 부채율이 118.2%였고, 미국(118.7%)·일본(249.7%) 등 주요 7개국(G7) 평균 부채율은 123.4%였음에도 중국 정부 부채율은 67.5%로, 상대적으로 낮다.
중국 당국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지만 중앙정부의 부채율은 극히 낮은 반면 일부 지방정부는 부채율이 파산 위기 수준이고, 지방정부 별로 편차도 큰 것으로 알려져 중국 내부는 물론 국제사회의 불안감을 키워 왔다. 특히 아직도 국유기업이나 현지 금융기관 등이 안고 있는 형태로 존재하는 수십조 위안 규모의 지방정부 부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중국 재정부는 2023년 말까지 총 14조3,000억 위안(약 2,720조원)에 달하는 지방정부의 숨겨진 부채를 파악하고, 지난해 말 12조위안(2,280조원) 규모의 부채 교환을 실시했다. 이와 함께 올해 8월까지 지방정부에 4조 위안(약 760조원)의 특별채권 발행을 허용해, 금리 비용을 평균 2.5%포인트 이상 낮췄다. 중앙정부가 국채 발행으로 지방정부의 은닉 부채를 사들이면 금융 위험을 차단함으로써 중국의 경제 성장 모멘텀을 다시 살릴 수 있다. 이는 경기 부양책의 동력이 된다.
디플레이션 압력 지속, 추가 부양책 절실
현재 중국 경제는 대규모 부양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중국의 분기별 성장률은 지난해 2, 3분기에 각각 4.7%, 4.6%에 그쳤다가 4분기 5.4%로 올라섰고, 올해 1, 2분기에 각각 5.4%, 5.2%를 기록했다. 하지만 4개 분기 만에 다시 4%대로 내려앉았다. 이에 앞서 발표된 소비자물가지수(CPI) 역시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를 키우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9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0.3% 하락했다. 이는 전월(0.4% 하락)에 이어 두 달 연속 마이너스 물가를 기록한 것으로, 로이터가 집계한 시장전망치(0.2% 하락)보다 하락률이 높다.
게다가 9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전년 동월 대비 2.3% 하락하면서 2022년 10월부터 36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현재 중국 경제는 △인구구조 변화 △수요 부진과 업계의 '제살 깎기'식 경쟁으로 인한 디플레이션 △20%에 육박하는 청년실업 △돈맥경화로 불리는 '첸황(錢荒, 돈 가뭄) 현상' 등이 심각하다. 여기에 멈출 줄 모르는 부동산 가격 폭락과 버블이 터지기 직전인 전기차 산업의 현실까지 더하면 중국 정부가 설정한 올해 성장률 목표치인 '5% 안팎' 달성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에 중국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지방정부 부채를 떠안는 것 외에 재정 지출까지 대폭 확대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본다. 근본적인 구조 개혁 없이는 지속가능한 성장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중국 정부는 앞선 대대적 부양책에 따른 부작용을 지금까지도 겪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중국 경기 부양 수단으로 건설투자가 활용됐다. 2014~2015년 중국 정부는 다주택 구입 장려와 대출금리 인하, 선납금 비율 인하 등 전면적인 민간 부동산 시장 부양 조치를 시행했다.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주택 가격 상승세는 3선 도시(중소 규모 도시)까지 확산했고 주택 투자도 크게 늘었다. GDP 대비 건설투자는 2016년 33%로 정점을 기록했으며 2020년에도 31%로 높은 수준을 지속했다. 그러나 2020년 이후 부동산 시장 과열과 과잉 건설투자 우려가 커졌고, 중국 정부는 부동산 대출 규제로 민간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을 주도했다. 중국 부동산 개발 기업 2위였던 헝다그룹이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진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부동산 침체가 가속화하자 중국 정부는 2022년 하반기부터 수요·공급 대책을 잇따라 발표했지만 부진은 계속됐다. 지방정부 인프라 투자는 이어졌으나 3선 도시에만 투자가 집중되는 등 비효율성이 지속됐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재정 투입이 실질적 회복으로 이어지지 못하면 그 비용은 고스란히 부채의 형태로 되돌아온다고 지적한다. 가계와 지방정부를 비롯한 경제 주체 전반의 부채 누증은 소비 여력을 제약하고, 재정의 지속 가능성까지 훼손시킨다는 것이다. 결국 이는 중국 경제의 회복 탄력성을 떨어뜨리고, 장기 침체의 늪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