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국제유가 폭등에 멀어지는 美 금리인하, UAE 증산 확대·사우디 가격 인하 변수로

국제유가 폭등에 멀어지는 美 금리인하, UAE 증산 확대·사우디 가격 인하 변수로

Picture

Member for

1 year 7 months
Real name
김민정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수정

휘발유 가격 급등·소비심리 붕괴, 인플레이션 공포 확산
견조한 고용·소비 버팀목 속 연준 금리인하 기대 후퇴
UAE 증산 카드·사우디 OSP 인하에 쏠리는 시장 시선

미국 물가가 다시 가파른 상승 압력을 받으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가 빠르게 후퇴하고 있다. 중동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과 견조한 고용시장, 소비 둔화 조짐이 동시에 맞물리며 시장은 다시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을 반영하는 모습이다. 다만 아랍에미리트(UAE)의 증산 확대 움직임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가격 인하 기조가 이어질 경우 국제유가 상승세가 진정되며 물가 압력 역시 일부 완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란 전쟁 여파로 4월 CPI 급등 전망

10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발표를 앞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경제학자 전망치 중간값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달 CPI는 전월 대비 0.6%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지난 2022년 이후 최대 월간 상승폭을 기록했던 지난 3월에 이어 높은 수준이다. 유가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작전이 시작된 지난 2월 이후 미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50% 넘게 급등해 갤런당 4.50달러(약 6,500원)를 웃돌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 소비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미시간대가 전날 발표한 소비심리지수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가계 재정 악화와 높은 물가 부담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크래프트 하인즈와 맥도날드 등 소비재 기업들도 저소득층 소비 위축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기업들이 최근 소비자들의 예산 압박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는 14일 발표되는 미국 소매판매 지표는 휘발유 가격 급등이 소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여줄 핵심 자료로 꼽힌다. 자동차 판매와 주유소 매출을 제외한 미국의 지난달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증가세는 유지되겠지만 이전 두 달(각각 0.6%)보다는 다소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자동차 시장 흐름 역시 인플레이션 장기화 우려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최근 미국 내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량은 전년 대비 37% 급증했다. 같은 기간 미국 전체 자동차 시장 성장률인 15%를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휘발유 가격 급등 속에서 소비자들이 연료 효율성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기 시작한 영향으로, 이는 미국 소비자들이 이미 고유가 장기화 가능성을 현실 변수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의미기도 하다. 연료비 부담 확대가 소비 패턴 자체를 변화시키는 흐름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고용시장도 견조, 금리인하 명분 약화

시장에서는 에너지발(發) 인플레이션이 다시 서비스 물가를 자극할 경우 연준의 통화완화 명분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시장 분위기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CME 페드워치 기준 연내 금리인하 기대 확률은 최근 급격히 낮아졌으며, 장기 국채금리는 다시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미국 30년물 국채금리는 최근 5%를 돌파하며 시장 불안을 자극했다.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 재가속과 장기 고금리 체제를 동시에 반영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여기에 고용시장까지 예상보다 강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미 노동부는 8일 발표한 4월 고용 보고서에서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이 전달보다 11만5,000명 늘었다고 밝혔다. 이는 월가 전망인 5만5,000명 증가를 크게 웃돈 수치다. 실업률은 4.3%로 전달과 같았다. 앞서 3월 신규 고용은 18만5,000명 증가한 것으로 수정됐다. 당초 발표치(17만8,000명)보다 7,000명 상향 조정됐다. 당시도 시장 전망은 5만9,000명 증가였지만, 실제로는 훨씬 많이 늘었다. 미국 고용은 지난 2월 대규모 의료 파업 영향으로 일시 둔화했다가, 3월 의료진 복귀가 반영되며 반등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중동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했음에도 미국 기업들의 채용이 예상보다 견조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뉴욕 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등이 연이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소비 지표도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면서 기업들이 감원 대신 기존 인력 유지와 채용 확대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임금 상승 압력 역시 여전히 견조하다. 경기 둔화 우려에도 소비와 노동시장이 동시에 버티는 상황 속에서 연준이 섣불리 완화 전환에 나설 명분은 더욱 약화되는 모습이다.

최근 연준은 중동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이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을 우려하며 기준금리를 동결해 왔다. 이에 시장에서는 경기 둔화 가능성에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가 있었지만, 고용이 예상보다 강하자 연준이 당분간 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7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금리는 더 오랜 기간 동결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고 추가 완화는 더 먼 시점의 일이 될 수 있다”며 “특정 상황에선 금리 인상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우디 OSP 인하·UAE 증산 압박, 국제유가 변곡점 오나

다만 시장은 동시에 또 다른 변곡점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UAE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확대 협의체 OPEC+ 탈퇴 이후 원유 생산 확대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UAE의 행보는 누적된 불만이 전쟁으로 폭발한 결과다. UAE는 하루 485만 배럴의 생산 능력을 갖추고도 OPEC+ 쿼터에 묶여 360만 배럴 수준에 머물러야 했다. 반면 이라크·러시아의 상습적인 쿼터 초과는 사실상 묵인돼 왔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이 UAE 본토를 강타하는 동안 걸프 동맹국들은 무기력했고, 쿼터에 묶인 채 수출까지 막히자 독자 행보에 나선 것이다.

UAE는 시장 점유율 확대를 목표로 공격적인 증산 전략을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UAE는 탈퇴 발표 당시 “앞으로 생산을 수요와 시장 상황에 맞춰 점진적이고 신중하게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유가 하락 압력을 키울 수 있는 요소다. 기름값이 내려가면 운송비와 에너지 비용 부담이 완화돼 전반적인 물가에도 하방 압력이 생길 수 있다.

핀란드 노르디아의 얀 폰 게리히 수석 분석가는 로이터통신에 "UAE는 더 많은 석유 생산을 원한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유가에 하락 요인이 될 것"이라며 "전쟁이 끝나면, OPEC은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가격을 통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리서치 기관인 ICIS의 아제이 파르마 에너지 및 정유 부문 이사도 "UAE는 꽤 오랫동안 OPEC의 전반적인 정책에 동의하지 않았던 만큼 이번 결정은 놀라운 일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유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전략 수정도 유가에 하방 압력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는 UAE의 독자 노선에 대응해 최근 아시아 판매용 주력 유종인 '아랍 라이트'의 6월 인도분 공식 판매 가격(OSP·Official Selling Price)을 5월 인도분보다 4달러 낮춘 배럴당 15.5달러로 책정했다. OSP는 산유국이 지역별로 기준이 되는 유가에 할증 또는 할인을 얼마나 할 지 나타내는 가격이다. 아람코는 기준 유가인 두바이유와 오만유의 평균 가격에 OSP를 더하거나 빼서 판매 가격을 정한다. 6월 OSP가 15.5달러라는 것은 6월 두바이유와 오만유의 평균 가격에 15.5달러를 더 붙여서 판매한다는 뜻이다.

사우디는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막혀 석유 공급에 차질을 빚자, 지난달 초 5월 선적분 아랍 라이트 OSP를 역대 최고 수준인 19.5달러로 인상한 바 있다. 아람코의 아시아 수출용 원유 OSP는 올 들어 3월까지 0달러대였지만, 4월에는 2.5달러, 5월 19.5달러로 수직 상승했다. 사우디는 현재 호르무즈 해협 반대편에 위치한 홍해 연안의 얀부항으로 연결되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원유를 일부 수출한다. 전쟁으로 해협이 막혀 석유 수출에 차질을 빚자 5월 OSP를 큰 폭으로 올렸지만, 6월에는 다시 소폭 낮추기로 한 것이다. 유가가 하향 안정 궤도에 진입할 경우 물가 지표의 실질적인 개선이 이뤄져 연준에 금리 인하 명분을 제공하지만, 반대로 산유국 증산 경쟁이 격화될 경우 물가 압력 완화와 함께 시장 기대 역시 다시 급변할 가능성이 있다.

Picture

Member for

1 year 7 months
Real name
김민정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