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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지방선거에서 ‘反이민’ 내세운 우익 정당 압승, 좌-우 아닌 ‘이민-반이민 구도’로 재편되는 유럽 정치

영국 지방선거에서 ‘反이민’ 내세운 우익 정당 압승, 좌-우 아닌 ‘이민-반이민 구도’로 재편되는 유럽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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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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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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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우익 ‘개혁당’ 돌풍, 노동당은 몰락
유럽 전반서 나타나는 우경화 흐름
이민 급증에 따른 서민층 민심 이반 결과

영국 지방선거에서 보수당(1834년 창당)·노동당(1900년 창당)의 양강 체제를 깨고 강성 우파 성향 영국개혁당(Reform UK, 2019년 창당)이 1당으로 떠올랐다. 100년 넘게 영국 정치를 양분해 온 노동당과 보수당은 각각 1,400석과 500석 이상의 의석을 잃으며 텃밭마저 내주는 참패를 당했다. 이번 선거 결과는 집권당의 경제 실책에 대한 심판을 넘어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진 이민 정책에 대한 유권자들의 누적된 분노가 폭발한 결과다. 유럽 주요국에서도 반(反)이민과 국경 통제를 전면에 내세운 정당이 급부상하는 가운데, 유럽 정치의 핵심 축이 전통적인 좌·우 이념 대결에서 ‘이민 수용 대 반이민 통제’ 구도로 재편되는 모습이다.

우익당 돌풍, 텃밭도 뺏긴 집권 노동당

10일(이하 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지난 7일 치러진 영국 지방선거에서 영국개혁당은 잉글랜드 지방의회 의석 5,036석 중 가장 많은 1,453석(29%)을 가져갔다. 기존 의석은 2석뿐이었지만 이번에 1,451석을 늘리며 전국 정당으로 떠올랐다. 개혁당이 과반을 차지한 지방의회도 14곳이 됐다. 나이젤 패라지(Nigel Farage) 개혁당 대표는 8일 영국 런던에서 기자들에게 “여러분은 영국 정치의 역사적 전환을 목격하고 있다”며 “이제 개혁당은 모든 정당 가운데 가장 전국적인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중도좌파 성향의 집권 노동당은 1,068석으로 내려앉으며 1당 자리를 개혁당에 내줬다. 기존 2,564석에서 절반이 훨씬 넘는 1,496석을 잃었다. 노동당은 특히 서민과 노동자의 정당을 표방해 온 노동당 지지세가 견고해 당의 색깔을 따 ‘레드월(붉은 장벽)’이라고 불리던 텃밭에서도 의석 20석을 전부 개혁당에 뺏기는 참패를 당했다. 보수당도 의석수 기준으로 4당 수준으로 추락했다. 보수당은 기존 1,364석에서 563석을 잃으며 801석만 살아남았다.

노동당과 보수당은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웨일스·스코틀랜드 자치의회 선거에서도 나란히 고전했다. 이 지역은 전통적으로 잉글랜드와의 차별화를 꾀하는 지역 정당들이 의회를 주도하고 노동·보수당이 뒤쫓는 흐름을 보였던 곳이다. 특히 노동당은 1999년 자치 의회 성립 이후 웨일스 의회에서 제1당을 놓친 적이 없었지만, 이번엔 민족주의 정당인 웨일스당(플라이드 컴리)과 개혁당에 밀리면서 처음으로 제1당 지위를 잃었다. 스코틀랜드 의회에서 역시 민족주의 성향 스코틀랜드국민당이 1위에 올랐고, 노동당은 개혁당과 함께 17석을 확보하며 공동 2당으로 내려앉았다.

값싼 이민 노동력의 딜레마

이번 선거 결과에는 키어 스타머 총리에 대한 ‘심판론’이 작용했다. 레드월은 영국의 산업화를 이끌었던 곳으로, 미국으로 치면 러스트 벨트(쇠락한 중서부 공업지대)에 해당한다. 결국 노동자·서민층의 핵심 현안인 ‘먹고사는 문제’에 대해 집권 노동당이 해결에 실패하면서 표심이 이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노동당의 경제 정책은 서민 생활고 해결과 괴리됐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스타머 정권이 적극 추진한 탄소세 정책으로 전기·가스 요금이 대폭 상승했고, 동시에 물가는 매년 5~10%씩 상승했다. 현재 스타머 총리는 성장 둔화와 고물가로 여론조사에서 20%대 낮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선거 참패의 더 큰 요인은 반이민 정서의 확산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영국 유권자들이 이민자 증가와 국경 통제 실패, 공공서비스 부담 확대에 강한 피로감을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개혁당은 이민 억제, 국경 통제 강화, 복지 축소 등을 전면에 내세우며 노동당 지지층 일부와 보수당 이탈층을 동시에 흡수했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정치권 엘리트들을 심판하자”, “이민자 수 제로(0)”, “영국인 우선(British First)” 등의 간결한 구호를 앞세운 개혁당에 끌렸다는 분석이다.

개혁당의 뿌리는 패라지 대표가 창당한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당으로, 반이민, 감세, 반유럽연합(EU), 반엘리트, 정치적 올바름(PC) 타파 등을 내세운다. 포퓰리즘(인기 영합주의) 성향이 짙은 강성 우파긴 하지만, 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거나 인종·민족 우월주의를 좇는 극우 정당과는 구분된다. 이제 패라지 대표는 1990년대 변방 의제를 주창하던 인물에서 오늘날 국가적 대화를 지배하기까지 긴 행진을 한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게 됐다. 그의 신념이 담긴 불법 이민자 추방, 국경 통제 강화, 탄소중립 폐기 등의 당 정책이 생활비 위기와 높은 이민자 유입에 피로감을 느끼는 유권자들을 마침내 파고든 것이다.

현시점 영국의 이민 정책은 노동력 부족 해소라는 경제적 목적과 국경 통제라는 정치적 명분 사이에서 길을 잃으며 심각한 사회적 부작용을 낳고 있는 실정이다. 영국 사회 내부에서는 이민 확대 정책이 초래한 구조적 부담에 대한 불만이 누적돼 왔다. 영국 국가통계청(ONS) 기준 순이민 규모는 최근 5년간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이에 따라 주택 공급 부족, 공공의료 대기시간 증가, 지방 재정 압박 문제가 동시에 불거졌다. 특히 중소도시와 저소득층 지역에서는 저임금 경쟁 심화와 임대료 상승에 대한 반감이 확대됐다. 브렉시트를 통해 '국경 통제 회복'을 기대했던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이민 규모가 더 확대됐다는 인식이 강해졌고, 기존 양당 모두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불신이 누적됐다.

반이민 정서, 유럽 정치의 핵심 변수로

더 심각한 문제는 사회적 통합의 결여로 인한 치안 불안과 문화적 갈등이다. 특정 지역에 밀집된 이주민 커뮤니티와 현지 주민 간의 정서적 이질감이 커지는 가운데,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이민자 관련 범죄 보도는 반이민 정서에 기름을 부었다. 액슬 루다쿠바나의 흉기난동 사건이 대표적이다. 2024년 7월 29일 당시 18세가 되기 직전이던 루다쿠바나는 잉글랜드 북부 사우스포트의 어린이 댄스 교실에 난입, 흉기를 마구 휘둘러 6∼9세 어린이 3명을 살해하고 10명을 다치게 했다. 이후 루다쿠바나가 망명 신청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국적인 반이민 폭력시위가 촉발됐다. 그는 현재 최소 52년의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으로, 재판 과정에서 잔혹한 폭력에 집착하는 경향을 오래 보여온 사실이 드러났다.

에이드리언 풀퍼드 전 판사가 이끄는 사우스포트 흉기난동 사건 조사위원회는 지난달 발표한 1차 조사 보고서에서 루다쿠바나가 학교에 흉기를 가져간 일이나 또래와 아버지를 공격한 일, 며칠간 사라졌다가 버스에서 흉기를 소지한 채 발견된 일, 경찰에 '누군가를 찌르고 싶었다'고 말한 일 등 많은 문제 행동과 경고 신호가 있었는데도 여러 기관이 중요 정보를 공유하고 총괄적으로 관리하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루다쿠바나가 알카에다 훈련 교본 내용이 담긴 학술 문서나 국제 분쟁 관련 폭력적인 이미지를 내려받는 등 온라인에서도 잔혹성에 집착하는 징후가 보였고 당국의 극단화 방지 프로그램인 '프리벤트'(Prevent)에도 세 차례나 올라갔으나 제대로 된 감시나 개입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두고 가디언과 파이낸셜타임스 등 현지 언론은 정부가 이민자의 수치적 제한에만 급급한 나머지, 유입된 인구의 실질적인 사회 통합과 범죄 예방 시스템 구축에는 손을 놨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정책적 공백이 결국 극우 정당이 '법과 질서'를 명분으로 세력을 확장하는 토양으로 작용한 셈이다.

주목되는 부분은 영국의 이번 선거 결과가 국내 이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 유럽 전반에서는 기존 중도 정당이 흔들리고 강경 우파·포퓰리즘 정당이 부상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독일은 2월 총선에서 극우 성향 독일대안당(AfD)이 20.8% 득표율로 제1야당에 올랐다. 프랑스도 2024년 6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마린 르펜이 이끄는 극우 성향 국민연합(RN)이 집권당을 누르고 압승했다. 네덜란드도 2013년 11월 총선에서 헤이르트 빌더르스가 이끄는 극우 자유당(PVV)이 1당에 올랐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의 유럽 정치 지형에 대해 "경제·복지·조세 정책보다 국경 통제와 문화적 정체성 문제가 선거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독일 AfD, 프랑스 RN, 네덜란드 PVV, 오스트리아 자유당(FPÖ), 이탈리아 조르자 멜로니 총리의 이탈리아형제들(FdI)까지 유럽 주요국 강경 우파 정당들은 공통적으로 반이민과 치안 강화, 자국민 우선 정책을 전면에 내세우며 지지층을 확대하고 있다.

반면 유럽의 기존 중도좌파 정당들은 노동과 복지 의제를 유지하면서도 이민 확대 기조를 동시에 방어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졌고, 중도 우파 정당들 역시 강경 우파의 의제를 부분적으로 흡수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면서 정치적 경계선 자체가 흐려지고 있다. FT는 이에 대해 “유럽 정치의 새로운 분기점은 세금이나 복지가 아니라 국경과 정체성(border and identity)”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난민 유입 확대, 중동·아프리카발 불법 이민 증가, 테러·치안 불안 우려가 겹치면서 반이민 정서는 극우 담론을 넘어 유럽 대중 정치의 핵심 의제로 자리 잡은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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