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테크] R&D 지원 확대에도 엇갈린 효과, 세액공제보다 중요한 건 현금 흐름
[딥테크] R&D 지원 확대에도 엇갈린 효과, 세액공제보다 중요한 건 현금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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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 중심 혁신 지원 확대 속 정책 효과 편중 우려 과세 기반 없는 스타트업, 세제 지원 사각지대 노출 혁신 정책 핵심, 세제 혜택보다 ‘적시 유동성 공급’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024년 중국의 국가 연구개발(R&D) 지출은 3조6,130억 위안(약 783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2.68%를 기록했다. 대규모 투자 확대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성과지만, 동시에 혁신 지원 정책의 정교한 설계 필요성을 보여주는 지표기도 하다. 정부가 재정 지출뿐 아니라 세제 체계를 통해서도 기업의 R&D 투자를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대한 예산과 세제 혜택만으로 정책 효과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지원이 필요한 기업과 시점에 자금이 제대로 도달하지 못하면 혁신 성과 역시 제한될 수밖에 없다. 특히 대표적 지원 수단인 R&D 세액공제는 외형상 보편적 제도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안정적인 회계 체계와 충분한 과세 기반을 갖춘 기업에 유리하게 작동한다. 결국 세액공제는 모든 기업을 폭넓게 지원하기보다 이미 제도권 안에 자리 잡은 기업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정책 수단이라는 한계를 드러낸다.
세액공제와 보조금의 구조적 차이
이 같은 한계는 세액공제와 직접 보조금의 작동 방식 차이에서 비롯된다. 두 제도 모두 기업의 혁신 비용 부담을 낮추기 위한 정책 수단이지만, 자금이 투입되는 시점과 효과는 크게 다르다. 세액공제는 기업이 R&D 비용을 먼저 집행한 뒤 세제 감면을 신청하는 사후 지원 체계다. 반면 직접 보조금은 정부가 프로젝트를 승인하면 자금을 먼저 지급하는 선행 지원 방식이다.
이 차이는 정책 효과에서도 뚜렷하게 확인된다. 세액공제는 기업 전반의 평균적인 R&D 비용 부담을 낮춰 기존 R&D 활동의 지속성을 높이는 역할을 맡는다. 반면 보조금은 기업이 어떤 프로젝트를 새롭게 추진할지 결정하는 단계부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초기 자금 부족으로 착수 자체가 어려웠던 신규 사업이나 초기 연구에서는 보조금이 실질적인 진입 기반 역할을 할 수 있다.

과세 기반에 따라 달라지는 지원 효과
세액공제와 보조금이 유사한 효과를 내는 경우는 제한적이다. 이는 안정적인 수익 구조와 예측 가능한 매출 흐름을 확보하고, 세제 혜택을 충분히 활용할 과세 기반까지 갖춘 기업에서 주로 나타난다. 즉, 재무 여력이 큰 기업일수록 세액공제 효과도 커지는 구조다. 그러나 현실의 기업 상당수는 이런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특히 신생 기업이나 현금난을 겪는 스타트업에는 세제 혜택이 당장의 자금 조달 수단이 되기 어렵다. 세액공제는 비용 집행 이후 혜택이 돌아오는 구조인 만큼 초기 현금 부담을 해소하는 데는 제약이 따른다.
반면 직접 보조금은 수익 발생 이전 단계에서 자금이 투입돼 신규 진입 기업의 초기 사업 추진을 뒷받침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세제 중심 지원 정책은 이미 연구 인력과 운영 체계를 갖춘 기존 기업에는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지만, 장비 구축과 인력 채용, 연구 공간 확보 등 초기 고정비 부담이 큰 신규 기업에는 높은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OECD가 보여준 세제 지원 한계
중국은 세제 중심 혁신 지원 정책의 효과와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최근 중국의 총 R&D 지출은 3조6,120억 위안(약 783조원)을 넘어섰고, 기초연구 지출도 2,497억 위안(약 54조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추산에 따르면 중국 기업 R&D 공공지원의 약 85%는 세제 인센티브를 통해 제공되고 있다. 세제 중심 지원은 이미 R&D 체계를 갖춘 기업의 투자 확대에는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실제 2009~2015년 중국 제조업 연구에서는 세제 인센티브가 전자·기계 산업의 R&D 효율성 개선과 뚜렷한 연관성을 보였다. 반면 직접 지원의 영향력은 시간이 갈수록 약화되는 흐름이 나타났다.
문제는 이런 구조가 수익 기반이 부족한 신규 혁신 기업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있다. 세제 혜택은 과세 기반과 회계 역량을 갖춘 기업일수록 활용하기 쉽기 때문이다. 비슷한 흐름은 OECD 국가에서도 확인된다. 현재 OECD 회원국의 기업 R&D 지원 가운데 약 55%가 세제 인센티브 형태로 제공되고 있지만, 국가별 중소기업 지원 수준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현상 역시 세제 활용 여건에 따라 정책 효과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유동성 중심으로 재편되는 혁신 지원
혁신 지원 정책의 핵심은 지원 규모 자체보다 자금이 필요한 기업에 적시에 도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 이에 따라 정책 설계 역시 획일적인 세제 지원 중심에서 벗어나 기업의 유동성과 성장 단계에 맞춘 방향으로 재편돼야 한다. 우선 초기 혁신 기업에는 현금 흐름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지원 체계가 중요하다. 자금 여력이 부족한 스타트업과 적자 기업에는 직접 보조금과 바우처, 현금 환급형 세액공제 등을 통해 R&D 비용이 발생하는 시점에 즉각적인 유동성을 공급해야 한다. 초기 단계에서는 세제 혜택보다 실제 현금 지원 여부가 사업 지속과 연구 착수 자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안정적인 수익 구조와 과세 기반을 확보한 기업에는 세액공제가 보다 효율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다만 파급효과가 큰 장기 프로젝트는 민간 공동 투자와 단계별 집행 구조를 결합한 보조금 방식으로 관리해야 한다. 재정 의존 확대나 민간 투자 위축 등 이른바 ‘구축 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정책당국은 세액공제가 곧 현금 지원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동시에 보조금을 단순한 재정 지출로만 바라보는 접근에서 벗어나려는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 혁신 정책의 성패는 어떤 지원 수단이 기술과 아이디어가 시장에서 사라지기 전에 기업 현장에 도달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혁신 경쟁력은 기술 자체뿐 아니라 자금이 투입되는 시점과 속도에 의해 결정된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R&D Tax Credits Are Not Innovation Cash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