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 행보" 사무라이본드로 AI發 재무 부담 상쇄 나선 美 알파벳, 日 금리 인상 시 저금리 선점 효과 부각 전망
"이례적 행보" 사무라이본드로 AI發 재무 부담 상쇄 나선 美 알파벳, 日 금리 인상 시 저금리 선점 효과 부각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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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모회사 알파벳, 설비투자 확대 흐름 속 사무라이본드 발행 나서 美 기업에 '후순위'였던 사무라이본드, 버크셔 등 금융·투자 기업만 채택 日 기준금리 인상 시 유사 '엔 캐리 트레이드' 효과 기대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 창사 이래 최초로 엔화 표시 회사채(이하 사무라이본드) 발행을 준비 중이다.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경쟁의 과열로 투자 지출이 대폭 확대된 가운데, 저금리 기조를 유지 중인 엔화 시장을 통해 재무 효율성을 제고하겠다는 구상이다. 시장에서는 일본이 받는 기준금리 인상 압박이 점차 가중되고 있는 만큼, 알파벳의 이러한 선택을 시작으로 미국 산업계 내 사무라이본드의 입지가 급변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알파벳의 사무라이본드 발행 구상
11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알파벳은 조만간 일본 국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글로벌 엔화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주간사는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와 미즈호증권 미국 법인, 모건스탠리가 맡았다. 공모 규모는 아직 명확히 공개되지 않았으나 수천억 엔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달 중 구체적인 금리 등 세부 조건이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닛케이는 알파벳이 사무라이본드 발행에 나선 배경에 AI 투자 증가에 따른 자금 수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데이터센터 등을 포함한 알파벳의 설비투자 규모는 전년 대비 2.1배인 1,900억 달러(약 281조6,000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며, 내년에는 투자 규모가 추가로 늘어날 예정이다. 알파벳을 비롯한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그동안 본업을 통해 확보한 현금으로 이 같은 투자 지출을 감당해 왔으나, 최근 들어 AI 투자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부채 조달 의존도가 꾸준히 높아져 가는 실정이다.
실제 알파벳의 회사채 발행 규모는 2020년 100억 달러(약 14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400억 달러(약 59조2,880억원)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증가했다. 지난 5일에는 공시를 통해 90억 유로(약 15조7,000억원)와 85억 캐나다 달러(약 9조2,000억원) 규모의 채권 발행을 통해 170억 달러(약 25조원)를 조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사무라이본드 발행은 달러화 대비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있는 엔화 시장을 활용해 재무 구조를 최적화하기 위한 알파벳의 전략으로 읽힌다. 저렴한 금리의 타인자본을 활용해 전체 자본 조달 비용을 낮추고, 재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美 산업계, 사무라이본드 활용 드물어
시장은 알파벳의 이 같은 행보가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 현시점 사무라이본드 시장은 국제기구·금융회사·아시아 기업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미국 기업이 사무라이본드 발행에 나선 전례가 많지 않다는 의미다. 대부분의 미국 기업들은 세계 최대 규모이자 유동성이 풍부한 자국 달러 채권 시장에서 충분히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여기에 환율 변동 위험과 일본 금융당국의 규제, 복잡한 발행 절차 등도 미국 기업들의 사무라이본드 참여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드물게 사무라이본드 발행에 나서는 미국 기업은 버크셔 해서웨이 등 일부 금융·투자회사뿐이었다.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지난 2024년 2,818억 엔(약 2조6,500억원) 규모의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한 바 있다. 당시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버크셔가 조달 자금을 “일반 기업 운영 목적(general corporate purposes)”에 사용할 것이라고 전했지만,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해당 조치가 일본 5대 종합상사 지분 확대와 추가 일본 투자를 위한 재원 확보 성격을 띤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버크셔는 2020년 이토추·미쓰비시상사·미쓰이물산·스미토모상사·마루베니 등 일본 5대 종합상사 지분 투자를 시작한 뒤 보유 지분을 각각 약 9%(사무라이본드 발행 당시 기준)까지 늘리는 등 일본 증시에 과감한 베팅을 진행해 왔다. 사무라이본드 발행은 저금리 엔화 시장에서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해 추가적인 현지 자산 투자를 단행하기 위한 초석이었던 셈이다. 실제 버크셔는 발행 이후 미쓰비시상사·미쓰이물산 지분을 10% 이상으로 늘렸다. 올해에는 일본 최대 손해보험사인 도쿄해상홀딩스 지분 2.5%를 18억 달러(약 2조6,600억원)에 매입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기준금리 인상 압박 짓눌리는 日
다만 일각에서는 미국 기업들 사이에서 '예외적 선택지'로 취급되던 사무라이본드의 위치가 조만간 급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향후 일본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재 엔화는 뚜렷한 약세를 보이고 있으며, 일본의 기준금리는 장기간 낮은 수준에서 머무르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 엔화 시장에서 장기 자금을 조달한 기업들은 금리가 뛰고 엔화 가치가 상승할 경우 환차익에 가까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오랫동안 활용해 온 ‘엔 캐리 트레이드(yen carry trade)’와 유사한 구조인 셈이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매우 낮은 엔화로 자금을 빌린 뒤, 이를 금리가 더 높거나 수익률이 높은 해외 자산에 투자해 차익을 얻는 투자 전략을 뜻한다.
최근 들어 일본이 받는 금리 인상 압박은 눈에 띄게 거세지고 있다. 대표적인 고려 요인은 미국이다. 미국 재무부는 일본의 통화 및 재정 정책이 지나치게 완화적이라고 지적해 왔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최근 일본 정부가 엔화 안정을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하자 “(일본에는) 금리 인상 같은 근본적인 통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직접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베선트 장관이 현재 진행 중인 방일 일정에서 일본에 금리 인상을 주문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베선트 장관은 11일 도쿄에 도착해 가타야마 사쓰키 재무상과 만찬을 함께했으며, 12일에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및 가타야마 재무상과 공식적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
장기화하는 중동 분쟁 역시 불안 요소다. 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고환율 상황에서 일본 엔화는 다른 주요국 통화보다 취약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올해 초 145엔(약 1,360원) 수준에서 움직이던 달러·엔 환율이 160엔(약 1,500원) 안팎까지 치솟을 정도다. 이는 일본은행(BOJ)이 중동발(發)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 인상 움직임을 보이는 유럽연합(EU)·영국, 호주 등 주요국에 비해 소극적인 통화 정책 기조를 유지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에 더해 원유 공급의 90%를 중동에 의지하는 일본 산업계의 구조적 특성 역시 엔화 약세를 심화하는 요인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