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시세가 몸집 경쟁 부추겨” 끝나지 않는 금광업계 M&A 열풍, 중장기 금값 강세 지속 전망
“금 시세가 몸집 경쟁 부추겨” 끝나지 않는 금광업계 M&A 열풍, 중장기 금값 강세 지속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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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스 리소스-볼트 미네랄스, 전량 주식 합병 합의 쏟아지는 금광업계 M&A, 금값 상승세 속 구조 개편 가시화 중장기적 금값 상승 유인 뚜렷, 단기적 변수는 이란 전쟁·美 금리

호주의 금 광산업체 레지스 리소스와 볼트 미네랄스가 전격 합병에 나섰다. 국제 금 시세가 수년째 상승 사이클에 머무르는 가운데, 관련 업계의 인수·합병(M&A) 열기 역시 좀처럼 식지 않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앞으로도 이러한 M&A 릴레이가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중동 분쟁 및 미국의 통화 정책이 금값에 영향을 미치는 단기 변수가 될 수는 있지만, 달러 패권이 약화하며 발생한 중장기적 시세 상승 요인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진단이다.
금 광산업체들의 합병 릴레이
7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레지스 리소스와 볼트 미네랄스는 5일 전량 주식 합병에 합의했다. 합병 법인의 지분은 레지스 주주가 약 51%, 볼트 주주가 49%를 소유하게 될 예정이며, 이에 따라 볼트 주주들은 보유 주식 1주당 레지스 신주 0.6947주를 받게 된다. 향후 합병 법인은 부채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19억 달러(약 2조7,800억원)의 현금을 보유한 재무 구조를 갖추게 되며, 연간 70만 온스 이상의 금을 생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금광업계에서는 이와 유사한 M&A 사례가 속속 등장하는 중이다. 일례로 지난달 호주의 금 탐사 기업 프레딕티브 디스커버리와 캐나다 광산업체 로벡스 리소스의 주주들은 21억7,000만 호주달러(약 2조2,900억원) 규모의 합병안을 승인했다. 합병 조건에 따라 로벡스 주주들은 보유 주식 1주당 프레딕티브 디스커버리 보통주 7,862주를 받고, 거래 완료 이후 통합 법인의 약 46%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양사는 이번 거래를 통해 서아프리카 지역의 대형 금 생산·개발을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2029년 기준 연간 40만 온스 이상의 금을 생산할 계획이다. 프레딕티브 디스커버리의 방칸 프로젝트와 로벡스 리소스의 키니에로 금광을 결합해 생산 기반 및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한다는 전략이다. 방칸 프로젝트의 2029년 예상 생산량은 연간 27만2,000온스, 키니에로 프로젝트는 15만5,000온스다. 특히 방칸 프로젝트는 추가 대규모 증자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없이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금 시세 뛰며 M&A 활성화
관련 업계의 M&A 열풍은 수년 전부터 지속되고 있다. 국제 금 시세가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몸집을 키우는 기업들이 증가한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세계 최대 금광기업인 뉴몬트의 뉴크레스트 인수다. 뉴크레스트는 호주의 금광업체로, 호주 구리 광산과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남미 등에서 금광 5곳을 운영 중이었다. 뉴몬트는 2023년 뉴크레스트 지분 100%를 총 192억 달러(약 28조1,000억원)에 인수해 이들 광산을 넘겨받게 됐다.
2024년에는 호주의 노던스타리소스가 32억6,000만 달러(약 4조7,000억원)에 호주 자원 탐사 회사 드그레이마이닝을 인수했으며, 아프리카 최대 금광업체인 앵글로골드아샨티 역시 이집트 소형 금광 기업 센타민을 사들이기 위해 24억8,000만 달러(약 3조6,300억원)를 투입했다. 같은 해 10월 중국 쯔진광업은 10억 달러(약 1조4,600억원)에 뉴몬트로부터 서아프리카 가나에 있는 아키엠 금광을 확보했고, 11월에는 2억4,500만 달러(약 3,580억원)에 팬아메리칸실버가 보유한 페루의 라아레나 구리 및 금 광산도 매입했다. 지난해 4월에는 중국의 비철금속 기업인 뤄양몰리브덴도 5억8,100만 캐나다달러(약 6,220억원)를 들여 남미 에콰도르에 개발 예정인 캉그레호스 금광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굵직한 M&A 거래가 잇따르면서 금광업계 전반의 구조 재편에도 순식간에 속도가 붙었다. 대형 기업들이 M&A를 통해 자산을 선점하기 시작하면 중소 광산업체들의 단독 생존 난도가 대폭 뛰기 때문이다. 금광업은 장비·인력·물류·제련 시설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하느냐에 따라 수익성이 갈리는 구조를 띤다. 대형 기업일수록 생산 단가를 낮추기 쉽고, 규모가 작은 업체들은 비용 경쟁력과 자금 조달 측면에서 열위에 놓이는 형태다. 이에 더해 최근 신규 금광 발견이 줄어들고 개발 난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M&A 열풍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기업들 사이에서 신규 탐사보다 이미 검증된 자산을 확보하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심화한 것이다.

금값 오름세, 언제까지 이어질까
이러한 흐름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값 상승세가 한동안 꺾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중장기적 금 수요를 떠받치는 구조적 요인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평가한다. 달러 패권을 뒷받침해 온 페트로달러(Petrodollar, 석유 달러) 체제의 영향력이 약화하는 가운데, 금이 통화 가치 변동 및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대체 안전자산으로 다시 부각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실제 각국 중앙은행은 외환보유액 내 달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금 보유량을 확대하는 중이다. 이는 단기 투기가 아닌 전략 변화에 따른 장기적 수요다.
이란 전쟁이 마무리되면 금광업계의 구조 재편 움직임이 한층 가속화할 것이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전쟁 국면에서 확대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전쟁 종료 이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예측이다. 이에 더해 중동 리스크 완화로 국제유가가 하락하면 광산업체들의 연료·운송 비용 부담은 눈에 띄게 완화된다. 금광업체들의 수익성이 대폭 개선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되는 셈이다. 이 경우 대형 업체들은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추가 자산 확보에 나서게 되고, 개발 비용 및 자금 조달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합병이나 매각을 선택하는 중소 업체들 역시 늘어날 수 있다.
또 다른 단기 변수로는 미국의 통화 정책이 꼽힌다. 최근 미국의 경제 지표는 시장에 혼란스러운 신호를 던지고 있다.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가 집계한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는 지난달 53.6을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53.7)에도 미치지 못했으나, 물가지수는 70.7로 2022년 10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고용 지표 역시 방향성이 모호했다. 미국 노동부의 구인·이직 보고서(JOLTs)에 따르면, 지난 3월 미국 내 채용 공고는 687만 건으로 전월 대비 큰 변화가 없었다. 반면 같은 기간 실제 채용 규모는 555만 건으로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다. 이는 경기 둔화 신호와 고용 강세가 동시에 나타나는 ‘혼합 국면’을 보여주는 지표다.
물가 압력이 높은 상황에서 노동 시장까지 견조한 흐름을 보이자, 금리 인하 기대는 점차 사그라들고 있다. 이는 실질금리가 하락할 때 강세를 보이는 금 가격에 부담이 되지만, 동시에 정책 불확실성을 높여 안전자산 수요를 자극하는 이중적인 요소다. 이에 시장에서는 금 가격이 쉽게 약세로 돌아서기보다는 변동성 장세 속에서 나아갈 방향을 찾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