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재무장 핵심축 ‘라인메탈’, F126 사업 ‘20조 증액’ 초강수 “독점적 우위로 실익 확보 본격화”
독일 재무장 핵심축 ‘라인메탈’, F126 사업 ‘20조 증액’ 초강수 “독점적 우위로 실익 확보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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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공백 우려 속 F126 사업 재협상 압박 유럽 전략 조선소 연쇄 인수 통한 해양 패권 구상 獨 안보정책 전반으로 확산되는 라인메탈 영향력

독일 방위산업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라인메탈(Rheinmetall)이 자국 해군의 차기 호위함 사업을 놓고 독일 정부에 천문학적 추가 비용을 요구하며 배수진을 쳤다. 유럽 재무장 흐름 속에서 독일 정부의 방산 의존도가 심화될수록 라인메탈의 협상력 역시 급격히 비대해지는 분위기다. 독일 정부가 대체 사업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결국 일정 수준의 증액 수용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F126 인수 조건으로 20억원 증액 요구
7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라인메탈은 난항을 겪고 있는 'F126 호위함' 건조 사업 인수를 조건으로 독일 정부에 120억 유로(약 20조6,000억원)의 추가 자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인메탈이 요구한 금액은 기존에 승인된 예산을 제외한 순수 추가 확보분이다. 이 제안이 수용될 경우 6척의 함정을 건조하는 전체 사업 규모는 당초 계획을 훌쩍 뛰어넘는 140억 유로(약 24조원)에 달하게 된다. 이는 독일 해군 역사상 유례없는 규모의 단일 함정 건조 비용이다.
이번 요구는 라인메탈이 지난해 뤼르센그룹에서 군함사업부(NVL)를 인수한 이후 6개월간 진행한 정밀 실사 결과에 따른 것이다. F126 사업은 독일 해군이 추진 중인 차세대 다목적 스텔스 호위함 프로그램으로, 기존 F123 브란덴부르크급(3,600톤급)을 대체해 대잠전·대공방어·원해 작전 능력을 동시에 확보하는 것이 핵심 목표다. 독일 정부는 지난 2020년 네덜란드 조선업체 다멘(Damen)을 중심으로 한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고, TKMS(티센크루프 마린시스템즈), ESG 등이 사업에 참여해 왔다.
그러나 사업 착수 이후 통합 전투체계와 소프트웨어 개발 지연이 본격화되면서 일정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특히 독일 해군의 요구 사양이 지속적으로 확대된 데다, 복수 국가·기업이 참여하는 분산형 생산 구조가 복잡성을 키우면서 사업 리스크가 급격히 확대됐다. 독일 국방부와 조달당국(BAAINBw) 내부에서는 기존 사업자인 다멘에 대한 불신이 상당 수준 누적된 상태로, 이때 현실적 대안으로 떠오른 곳이 바로 라인메탈이다. 라인메탈은 구원투수로 나서는 대신 실익을 철저히 챙기겠다는 전략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유럽 조선소 공격적 흡수, ‘해양 방산 제국화’ 구상
라인메탈은 올해 초 독일 조선업체 NVL의 지분 확대 및 해군사업 재편을 추진한 이후 F126 사업 전면 인수 가능성을 적극 검토해 왔다. 특히 자사 무장체계·전자전 시스템·탄약 공급망을 통합해 독일 해군 플랫폼 사업 전반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전략적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의도는 라인메탈의 최근 행보에서도 확인된다. 라인메탈은 지난해 NVL를 인수해 올해 3월 해당 부문 실적을 연결 재무제표에 편입시킨 데 이어, 독일 킬(Kiel) 소재 군함 조선소 GNYK(German Naval Yards Kiel)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GNYK는 독일 해군 함정과 지원함 건조 경험을 보유한 전략적 조선소로, 이달 초 GNYK에 대해 비구속적 인수 제안서를 제출했으며 조만간 실사(due diligence)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라인메탈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난 6일 루마니아 최대 조선업체 망갈리아 조선소(Mangalia Shipyard) 인수 작업에도 착수했다. 협상안은 루마니아 정부가 토지와 핵심 자산을 현물 출자하고, 라인메탈과 MSC가 공동으로 경영권 및 투자 운영을 맡는 구조로 알려졌다. 망갈리아 조선소는 흑해 연안에 위치한 루마니아 최대 조선시설 가운데 하나다. 1976년 설립 이후 한국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운영에 참여했으며, 이후 다멘이 지분을 인수해 운영해 왔다. 하지만 수년간 경영 악화와 수주 부진이 누적되면서 결국 올해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 루마니아 정부는 조선소 붕괴가 지역경제와 군수산업 기반에 미칠 충격을 우려해 전략적 투자자 유치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라인메탈이 핵심 후보로 부상했다.
라인메탈의 구상은 조선소 인수 차원을 넘어선다. 최근 라인메탈은 탱크·포탄 중심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해군·드론·우주·미사일 분야까지 사업 영역을 급속히 확대하고 있다. 특히 올해 NVL을 인수한 이후 유럽 해군 플랫폼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이번 망갈리아 조선소 확보 추진 역시 같은 전략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라인메탈은 이 시설을 기반으로 루마니아 해군 현대화 사업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부전선 군수 생산거점을 동시에 구축하려는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독점적 지위 구가하는 ‘라인메탈 제국’
라인메탈의 공격적인 확장 뒤에는 독일 정부의 전략적 의존도가 자리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아르민 파퍼거(Armin Papperger) 라인메탈 회장은 독일 정계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국방 예산의 상당 부분을 독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독일 정부가 편성한 1,000억 유로(약 171조8,000억원) 규모의 특별 방위 기금 중 상당액이 라인메탈의 탄약 생산 라인 증설, 차세대 장갑차 개발, 해군 함정 사업 인수에 투입되고 있다. 2029년에는 연간 국방지출이 1,500억 유로(약 257조7,000억원) 수준에 달할 전망으로, 상당수 신규 사업 역시 결국 라인메탈 생산망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독일 정부가 라인메탈에 의지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속도’다. 관료주의적인 국방 조달 체계 내에서 즉각적인 대량 생산 능력을 갖춘 라인메탈은 독일 정부에 있어 가장 매력적인 선택지로 꼽힌다. 실제 라인메탈은 독일 정부 지원 아래 생산설비를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독일 내 자동차 공장 2곳을 방산 생산시설로 전환했는데, 이는 독일 산업 정책의 방향 자체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해석된다. 한때 친환경차·기계·화학 중심이었던 독일 제조업 전략이 러시아 위협과 군비 확대 기조 속에서 방산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라인메탈은 이미 독일군(Bundeswehr) 포탄 공급망의 핵심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 이후 포탄 생산량을 10배 이상 확대했으며, 파퍼거 회장은 최근 “일부 생산 확대는 서면 계약도 없이 독일 정부와의 신뢰 관계를 기반으로 선제적으로 진행됐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또한 라인메탈은 현재 독일군 주력 전차 레오파르트 관련 생산망, 155mm 포탄 생산, 방공체계, 드론, 군용트럭, 미사일, 해군 함정 사업까지 동시에 확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위성 통신망 사업까지 진출하며 우주·통신 영역으로 외연을 넓히는 모습이다.
독일 정부의 의존성은 해군 분야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다멘 조선소가 주도하던 F126 호위함 사업을 라인메탈이 인수하도록 독려한 것도 독일 정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엔 자국 기업의 기술력을 보호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방산 보호주의’도 깔려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독일 정부가 라인메탈의 증액 요구를 묵인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 목소리다. 라인메탈이 제시한 F126 호위함 인수 조건 중 가장 파격적인 대목은 '인플레이션 연동 조항(Inflation Clause)'이다. 이는 향후 원자재 가격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정부가 전적으로 부담하라는 의미다.
문제는 일정 지연 규모도 급격히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당초 독일 정부는 초도함을 2028년 실전 배치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현재 내부 검토 기준으로 초도함 인도 시점은 최소 2031~2032년까지 밀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 때문에 독일 해군 내부에서는 전력 공백 우려가 확대되는 분위기다. 기존 F123 함정들의 노후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F126 사업까지 장기 표류할 경우 북해·발트해·북대서양 작전 공백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한 군사안보 전문가는 “라인메탈의 증액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해군 전력 공백과 사업 지연 부담이 독일 정부에 집중되는 만큼, 결국 일정 수준의 조건 수용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