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딥파이낸셜] 호르무즈 해협 불안, 유가 급등에 커지는 실물경제 부담

[딥파이낸셜] 호르무즈 해협 불안, 유가 급등에 커지는 실물경제 부담

Picture

Member for

1 year 7 months
Real name
김동현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가공되지 않은 정보는 거칠기 마련입니다. 파편화된 정보를 정리해 사회 현장을 부드럽고도 가감 없이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수정

호르무즈 해협 긴장 고조 속 글로벌 원유 공급망 부담 확대 
유가 상승 압력 키우는 공급 차질 우려·비축 수요 증가 
에너지 전환 이후에도 지속되는 석유 의존과 안보 리스크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 물동량은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불안 수준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하루 2,090만 배럴의 원유가 이 해협을 통과했고, 이는 전 세계 석유 소비량의 약 20%를 차지했다. 석유는 운송과 발전, 석유화학 산업 전반에 사용되는 핵심 자원인 만큼 가격이 급등하더라도 단기간 내 수요를 줄이거나 다른 자원으로 대체하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지정학적 위기에 따른 유가 상승은 단순한 시장 심리 변화보다 공급망 불안과 에너지 조달 부담이 실물경제에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시장 과민 반응 아닌 공급망 불안 반영

일각에서는 유가 급등을 중동 지역 긴장 고조에 따른 시장의 과잉 반응으로 해석하지만, 에너지 시장은 일반 소비재 시장과 구조 자체가 다르다. 시장은 실제 공급 차질이 발생하기 전부터 위험을 가격에 반영하는데, 지정학적 충격은 현재 공급 감소 우려에 그치지 않고 향후 공급망 불안까지 동시에 자극한다. 특히 석유는 운송 연료뿐 아니라 플라스틱·의약품·비료 등 산업 전반의 핵심 원료로 사용되는 만큼, 유가에는 단순한 수급 변화 외에도 재고 확보 비용과 운송 리스크, 생산 설비 유지 부담 등이 함께 반영된다.

이 같은 구조는 기호품 시장과 비교하면 차이가 더욱 뚜렷하다. 특정 와인 생산지에서 전쟁이 발생해 공급이 줄더라도 소비자는 맥주나 위스키 등 다른 상품으로 수요를 돌리거나 소비 자체를 줄일 수 있다. 반면 석유는 단기간 내 대체가 사실상 어렵다. 해운업계는 디젤 연료를 즉시 다른 에너지원으로 바꾸기 어렵고, 항공기 역시 배터리 기반 동력 체계로 곧바로 전환할 수 없다. 화학 산업과 농업 부문도 특정 원료와 비료 공급이 막히면 생산 차질을 피하기 힘들다. 이러한 수요 비탄력성은 위기 상황에서 경제 구조의 경직성을 키우며, 실제 공급 감소폭보다 더 큰 충격을 실물경제 전반으로 확산시키는 배경으로 작용한다.

주: 석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일수록 생산 위축 폭이 크게 나타나며, 이번 충격이 일시적 시장 과열보다 실질적인 공급 차질 성격이 강하다.

공급 충격에 따른 생산·물가 압박 확대

이처럼 지정학적 위기로 인한 유가 상승은 수요 확대보다 공급 차질 우려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경기 회복이나 소비 증가에 따른 유가 상승은 생산 확대와 경제 성장으로 연결되지만, 공급 충격은 양상이 다르다. 원유 공급 감소 가능성이 커질수록 기업과 국가는 더 높은 비용을 감수해서라도 석유 확보에 나서게 된다. 이 과정에서 유가에는 공급망 불안과 비축 수요, 에너지 안보 부담까지 동시에 반영되는 양상이 나타난다.

실제 연구 결과도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한다. 최근 분석에 따르면 원유 생산량이 1% 감소할 경우 유가는 약 11.5%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이 현재 공급 감소뿐 아니라 향후 공급망 불안 가능성까지 동시에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는 의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는 지정학적 충격으로 유가가 10% 상승할 경우 산업 생산이 약 0.5% 감소하고 소비자물가는 0.3%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생산은 둔화되고 물가는 오르는 전형적인 비용 인상 압력이 나타나는 셈이다.

재고 흐름 역시 시장 변화 양상을 보여준다. 일반적인 가격 충격에서는 재고 방출이 단기 완충 역할을 하지만, 지정학적 위기 이후에는 재고 축적 움직임이 강화되는 경우가 많다. 공급 차질 가능성에 대비해 기업과 국가가 비축량 확보에 나서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축 수요는 초기 충격 이후에도 높은 유가 수준을 유지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에너지 전환에도 유지되는 석유 의존

석유 충격의 파급력이 큰 이유는 석유가 경제 전반의 생산 구조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에서는 휘발유 소비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지만, 플라스틱과 화학 소재 등 석유 기반 원료 수요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세계 석유 수요가 2030년 하루 1억550만배럴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석유 기반 소재에 대한 글로벌 의존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운송 부문의 높은 석유 의존도 역시 에너지 전환의 현실적 한계를 드러낸다. 2023년 기준 유럽연합(EU) 운송 에너지 소비 가운데 휘발유와 디젤 비중은 88.7%에 달했지만, 전력 비중은 0.5%에 그쳤다. 장거리 화물차와 건설 장비, 항공기, 항만 물류 시스템 등은 단기간 내 동력 체계를 전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유가 상승은 물류비와 생산비를 끌어올리며 소비재 가격 상승으로 확산된다. 특히 의료·식품·물류 분야는 석유 기반 공급망 의존도가 높은 만큼 위기 상황에서도 에너지 사용을 줄이기 쉽지 않다.

주: 유가 충격은 원유 시장에 그치지 않고 가스·비료·식품·금속 가격 전반으로 확산되며, 석유가 글로벌 산업·공급망 구조에 깊게 결합돼 있음을 방증한다.

석유 안보, 경제 인프라로 재정립

이처럼 석유 의존 구조가 단기간 내 크게 바뀌기 어려운 만큼, 에너지 전환 시대에도 석유 안보를 핵심 경제 인프라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정 산업의 탈석유 전환을 추진하면서도 기존 에너지 시스템의 안정성을 함께 유지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전략 비축유 확대와 공급 경로 다변화, 정유시설 운영 유연성 확보, 명확한 비축유 방출 기준 마련 등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

정책 당국 역시 유가 급등을 단순한 시장 과열로만 볼 수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석유의 필수 수요와 선택적 소비를 구분해 대응 우선순위를 세우고, 위기 초기부터 공급망 관리에 착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물류와 제조업 등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산업의 대응 체계를 강화하고, 화학·의료 분야 공급망 차질 가능성도 선제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동시에 대중교통 확대와 전력망 개선, 자원 효율화 정책 등을 통해 석유 사용 자체를 줄여야 향후 유가 충격에 따른 경제 부담도 낮출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세계 경제는 여전히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단일 해상 요충지에 석유 공급망 상당 부분을 의존하는 구조적 취약성에서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다. 지정학적 유가 충격은 핵심 생산 투입재인 석유의 공급 안정성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이에 따라 정책 대응도 단기 가격 변동 관리에 머물지 않고, 비축 능력 확대와 공급망 다변화, 에너지 대체 수단 확보를 통해 충격 흡수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결국 향후 에너지 전환의 핵심은 위기 상황에서도 경제와 공급망이 흔들리지 않도록 구조적 의존도를 낮추는 데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The Oil Shock Is Not Overshooting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

Picture

Member for

1 year 7 months
Real name
김동현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가공되지 않은 정보는 거칠기 마련입니다. 파편화된 정보를 정리해 사회 현장을 부드럽고도 가감 없이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