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고르기' 들어간 D램 가격, 터보퀀트 변수·中 메모리 사재기 후폭풍이 제동 걸어
'숨고르기' 들어간 D램 가격, 터보퀀트 변수·中 메모리 사재기 후폭풍이 제동 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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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부지로 치솟던 D램 현물 가격, 상승세 꺾여 "우리는 망했다" 메모리 사재기 나선 中 유통상들 직격탄 구글 터보퀀트 등장에 메모리 수요 감소 우려 가중

지난해 말부터 상승곡선을 그리던 D램 현물 가격이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지속되는 가격 급등세 속 시장 피로감이 누적된 가운데, 중동 분쟁으로 인해 일반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가 위축되며 하방 압력이 가중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구글이 공개한 ‘터보퀀트(TurboQuant)’ 알고리즘 및 중국발(發) 투매 수요 감소가 가격 변동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D램 가격 상승세 정체
2일(이하 현지시각)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최첨단 제품인 16기가비트(Gb) DDR5 D램의 평균 현물 가격은 37.458달러(약 5만6,500원)였다. 같은 달 19일 39.833달러(약 6만원)를 기록한 뒤 열흘 동안 하락세를 지속한 것이다. 현물 가격은 유통 시장에서 거래되는 D램의 단기 시세로, 기업 간 대규모 거래에 활용되는 계약 가격인 고정가격 대비 물량이 적지만 반도체 시황을 빠르게 반영한다는 특징이 있다.
일부 반도체 전문가들은 D램 가격 상승세 정체가 반도체 업황이 정점을 통과했다는 신호라고 해석한다. D램 가격이 과도하게 높아진 탓에 스마트폰·PC 제조사들이 메모리 구입을 늦추며 시장 열기가 식어가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와 관련해 반도체 업계 전문가인 댄 니스테드는 자체 뉴스레터를 통해 "D램과 낸드 가격이 너무 높아져 일부 스마트폰 제조사가 2026년형 중저가형 제품 생산을 축소하거나 아예 중단할 계획"이라며 "이들 제조사는 높아진 DDR4 가격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지속되는 중동 내 분쟁으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이 D램 가격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메모리 현물 거래에는 조립 PC 등 소매 수요가 즉각적으로 반영된다. 일반 소비자의 지갑이 닫히면 거래 전반이 얼어붙는다는 의미다. 실제 중동 전쟁 발발 이후 각국 유통 채널에서는 소비자용 D램 투매가 이어지고 있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중국 최대 전자상가 선전 화창베이에서는 일주일 만에 DDR5 가격이 약 30% 하락했으며, 미국 아마존 등에서 판매되는 D램 가격도 고점 대비 15~30% 내렸다.
中, 메모리 투기 '후폭풍' 직면
시장에서는 단기적으로 D램 가격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최근 D램 가격이 중국 유통상의 대규모 사재기성 매집에 의해 왜곡됐다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일 미국 IT 전문 매체 Wccftech 보도에 따르면, 최근 인공지능(AI) 특수를 기대하고 D램을 대량 비축했던 중국 유통상들은 급격한 재고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 ‘부르는 게 값’이었던 D램이 순식간에 애물단지로 전락한 것이다.
실제 최근 소셜미디어(SNS)에서는 중국의 한 메모리 공급 업자가 D램 칩과 부품이 가득 쌓인 창고를 배경으로 하소연하는 영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영상 속 판매자는 “메모리 가격이 폭락했다"며 "물건은 쌓여 있고, 우리는 완전히 망했다"고 호소했다. 업계에서는 중국발 투기성 수요가 단기 가격 급등을 부추겼으며, 시장 수요가 주춤하며 열기가 식자 그 '후폭풍'으로 하방 압력이 한층 확대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실상 D램 가격이 금융 자산과 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가격 상승기에 차익을 노리고 레버리지를 일으켜 고점에서 물량을 매집했던 유통상들은 제품 가격이 조금만 흔들려도 막대한 부담을 떠안게 된다. 특히 외부 자금에 의존해 공격적으로 물량을 쌓아온 업체일수록 재고를 쌓아 두고 버티기보다는 서둘러 현금화해야 하는 상황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이들이 손실을 감수하고 강제 청산(Forced liquidation)에 나설 경우, 단기간에 공급이 급증하면서 가격 하락 압력이 한층 확대될 수 있다.

터보퀀트 공개 후 투자 심리 '술렁'
이 같은 흐름의 시작점에는 구글이 공개한 터보퀀트 알고리즘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터보퀀트는 AI 모델 추론 과정에서 필요한 메모리를 압축해 사용량을 줄이는 기술로, 기존 16~32비트 수준이었던 데이터 저장 용량을 3~4비트 선까지 낮추면서도 정확도를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구글은 이 기술을 적용할 경우 메모리 사용량을 최대 6분의 1로 줄이고, 엔비디아 H100 기준 연산 속도를 최대 8배까지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터보퀀트는 AI가 대화 맥락을 유지하기 위해 활용하는 ‘키값(KV) 캐시’에 적용된다. KV 캐시는 AI의 임시 저장 공간으로, 대화가 길어지고 복잡해질수록 필요한 메모리 용량이 빠르게 증가하게 된다. 이를 압축하면 AI는 동일한 자원으로 더 긴 문맥과 더 많은 요청을 처리할 수 있다. 해당 기술이 공개된 후 시장에서 “앞으로 메모리가 덜 필요해지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빠르게 확산한 이유다. 이 같은 우려 속 메모리 투자 심리는 일시적으로 악화했고, 현물 시장 가격에도 이러한 혼란이 즉각 반영됐다. 시장의 '장밋빛 전망'에 기대 사재기를 이어 오던 중국 유통상들이 매집 유인을 잃게 된 셈이다.
다만 현재의 D램 가격 급락 흐름을 구조적 변화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현물 가격 하락이 당장 추세적 전환으로 직결되지는 않는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향후 터보퀀트가 메모리 수요에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메모리 효율이 높아지면 그래픽처리장치(GPU) 한 대당 필요 용량은 줄어들 수 있지만, 동시에 더 많은 연산 처리가 가능해져 전반적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AI 에이전트 확산으로 토큰 처리량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효율 개선이 수요 확대를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