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폴리시] 유럽 노동시장 균열 심화, 인력난과 실업 동시 확대
[딥폴리시] 유럽 노동시장 균열 심화, 인력난과 실업 동시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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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노동시장 수급 불일치 심화 이민 확대만으론 인력난 해소 한계 직종별 비자·생산성 연계·데이터 대응 필요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지난해 말 영국 통계청(ONS) 발표에 따르면 8~10월 기준 구인 1건당 실업자가 2.5명에 그쳤다. 일자리를 찾는 인력은 존재하지만 기업이 요구하는 숙련과 맞지 않아 채용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고령화로 노동 인구가 줄고, 교육 체계가 현장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 데다, 이민 확대를 둘러싼 정책과 유권자 정서 간 충돌까지 겹치며 구조적 불일치가 고착되는 흐름이다. 특히 차기 유럽의회에서 강경 우파 비중이 26%까지 확대될 전망이어서, 경제적 필요와 정치적 입장이 맞서는 환경은 더 뚜렷해질 가능성이 크다.
지표 하락에도 현장 인력난 지속
이처럼 구조적 제약이 누적된 상황에서도 노동력 부족이 2022년 정점을 지나 완화됐다는 평가가 일부에서 제기됐다. 실제 일자리 공석률은 2022년 2.7%에서 2025년 말 2.0%로 낮아졌다. 그러나 10년 전 1.7%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유럽노동청(ELA)은 건설·용접·간호·조리 등 현장 직종에서 인력 공백이 광범위하게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전체 수치가 개선되는 것과 달리, 특정 분야에서는 부족이 계속 누적되는 구조다.
이 같은 병목은 임금 상승 압력을 키우고 사업 지연으로 이어지며, 체감 불만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노동시장 진단의 기준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총량 지표만으로는 현 상황을 설명하기 어려우며, 인력 공백이 집중된 직종을 중심으로 한 접근이 요구된다.
2024년 유럽연합(EU) 고용률은 76%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고, 외국인 노동자 비중도 12.6%까지 늘었다. 활용 가능한 노동력은 이미 상당 부분 투입된 상태다. 그럼에도 베이비붐 세대 은퇴가 이어지면서 노동시장 구조는 빠르게 재편되는 흐름이다. 일자리 공석률이 3%를 넘는 직종에 대한 정밀 대응이 없다면, 이민 확대만으로는 부족을 해소하기 어렵고 저생산성 일자리로 인력이 쏠리는 왜곡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유입 확대와 정착 실패의 간극
이 같은 구조는 인력 이동에서도 확인된다. EU는 2024년 비EU 국적자 420만 명을 받아들였고, 역내에서도 150만 명이 이동했다. 규모만 보면 이동은 활발했지만, 숙련 인력 확보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독일의 경우 산업 현장에 26만 개의 공석이 남아 있음에도 유입 인구는 전년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비자 요건 완화만으로는 보건·의료 등 핵심 분야의 인력 공백을 메우기 어렵다는 점이 드러난다.
반면 스위스와 스페인에서는 인력 유입이 실제 정착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확인된다. 언어 장벽이 낮거나 자격 인정 절차가 간소한 환경에서 인력이 안정적으로 머무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임금 수준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자격 인정 속도, 주거 비용 부담, 영주권 취득 절차의 예측 가능성이 정착 여부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한다. 유럽고용서비스(EURES)가 외국 자격 인정 제도 개선과 유연한 취업 허가 체계 도입을 요구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임금 상승과 비용 압박의 충돌
인력난 해소책으로 이민 확대가 부각되자, 현지 임금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함께 제기됐다. 그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분석을 보면 지난 10년간 실질임금은 이민 규모와 무관하게 노동시장 수급 상황에 따라 완만하게 상승해 왔다. 다만 저임금 일자리의 임금을 전반적으로 인상하는 방식은 재정 부담을 키운다. 비용 상승 압박이 누적될 경우 기업은 생산기지 이전이나 자동화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독일에서 폭스바겐이 공장을 폐쇄하고 대규모 감원을 단행한 사례는 이러한 조정이 현실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보여준다.
현실적인 해법은 임금 인상을 생산성 개선과 연결하는 데 있다. 디지털 기술 도입으로 운영 효율을 높이거나 사고율을 낮춘 기업에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임금 관련 세금을 1% 낮추고 디지털 서비스 부가가치세를 소폭 인상하는 구조를 적용하면, 약 3년 내 재정 부담을 크게 늘리지 않으면서 산업 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시된다.
데이터 속도에 달린 정책 대응
이 같은 정책이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실행 속도가 뒷받침돼야 한다. 최근 정치 지형 변화는 정책 대응 여건을 빠르게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럽의회 내 우파 세력이 확대되면서 이민 정책에 대한 회의론도 커지는 상황이다. 이럴수록 정책은 선별성과 유연성을 동시에 갖춰야 한다. 일자리 공석률이 3%를 넘는 직종에 이민 우선권을 부여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해당 직종을 재점검해 필요시 제외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통해 특정 분야에 대한 구조적 의존을 억제할 수 있다.
또한 정책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데이터 인프라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 현재 약 3개월이 소요되는 통계 시차를 실시간 API 연동 등을 통해 6주 수준으로 단축하는 방안이 요구된다. 스페인과 네덜란드가 추진 중인 실시간 구인 플랫폼 연동이 정착될 경우, 현장의 인력 부족을 신속히 파악해 비자 쿼터를 조정하는 대응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유럽 노동시장은 분기점에 놓여 있다. 독일은 실업자가 300만 명을 넘어섰지만, 의료·정보기술 등 필수 분야에서는 인력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진다. 한쪽에서는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인력을 확보하지 못하는 불균형이 지속되는 구조다. 이 간극을 해소하지 못하면 정책 신뢰와 성장 기반이 동시에 약화될 수 있다. 이민 정책의 정당성을 유지하면서 경제 활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직종별로 선별된 비자 배분과 생산성 연계 임금 체계를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 대응이 지연될수록 현재의 인력난이 구조적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진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Fixing the EU Labour Shortage Before Politics Breaks It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