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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란 전쟁] 호르무즈 봉쇄가 촉발한 에너지 대란, 아시아 ‘원유 의존 탈피’ 본격화

[미국-이란 전쟁] 호르무즈 봉쇄가 촉발한 에너지 대란, 아시아 ‘원유 의존 탈피’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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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7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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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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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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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만 우리 눈에 그 이야기가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서 함께 공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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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연료 공급망의 취약성과 에너지 전환
한·일도 환경보다 안보 우선, 탄소 중립 정책 일시 유예
팜유 바이오디젤 보급 확대에 에너지 '물물교환'까지 등장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촉발된 충격이 아시아 에너지 정책 전반을 뒤흔들고 있다. 천연가스 공급 감소로 가스 가격이 급등하자 아시아 각국은 석탄 발전 확대에 나서는 동시에 원전 가동 증가, 바이오연료 보급 확대, 저품질 연료 규제 완화, 에너지 스와프 및 재고 재판매 등 대체 수급 전략을 총동원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단기적인 수급 불균형 해소 국면을 지나, 석유 의존도 축소와 에너지 자립 강화로 이어지는 전환의 기폭제로 작용할 전망이다.

가스 가격 폭등 속 대안으로 '석탄' 부상

1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아시아 가스 가격은 전쟁 발발 이후 60% 이상 급등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하는 중동산 액화천연가스(LNG)는 전체 공급량의 20%를 차지한다. 이번 전쟁으로 감소한 LNG 공급량 약 1,400억㎥는 2022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발생한 750억㎥의 2배에 이른다.

반면 아시아 석탄 기준 가격인 뉴캐슬 선물은 올 들어 3분의 1 오르는 데 그쳐 석탄이 상대적으로 매력적인 대안으로 부상했다. 우드매켄지 글로벌 석탄시장 총괄 앤서니 너츠슨은 “아시아 국가들이 석탄 발전의 수도꼭지를 열어 가스 가격 급등과 공급 리스크를 상쇄하고 있다”며 “이란 전쟁발 에너지 공급 충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보다 더 크다”고 짚었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도 “전력과 산업 부문 모두에서 석탄 사용이 최소한 일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냉방 수요가 급증하는 여름철을 앞두고 모든 석탄화력발전소를 최대 용량으로 가동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위해 수입 석탄을 사용하는 화력발전소의 최대 전력 생산을 의무화하는 긴급 조항 발동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에는 수입 석탄을 쓰는 화력발전소가 곳곳에 있으며, 이들 발전소의 발전 가능 용량은 총 17기가와트(GW) 규모다.

수입 석탄을 이용한 발전은 국내산 석탄 발전보다 비용이 많이 드는데, 긴급 조항을 발동하게 되면 정부가 임명하는 패널이 수입 석탄 가격을 기준으로 발전소에 주는 전력 가격을 정하게 된다. 평소 원유 수입량의 약 40% 이상, 액화석유가스(LPG) 수입량의 약 90%를 중동 지역에서 조달해 온 인도는 이번 전쟁으로 원유·가스 수급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LPG를 구하지 못한 가정에서 취사를 위해 장작을 때는가 하면 많은 식당이 문을 닫고, LPG 가스통을 구하기 위해 사람들이 난투극을 벌이는 등 전국적인 '연료 대란'이 일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일본도 '석탄 회귀'

한국 정부도 대기 질 보호를 위해 유지해 온 석탄화력발전소의 계절별 가동률 상한(80%)을 해제했다. LNG 공급 변동성을 상쇄하기 위해 원전 발전량도 늘리기로 했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2040년까지 석탄 발전 설비 대부분을 폐지하겠다고 공약한 상황에서 나온 결정이다. 한국은 화석연료 소비의 대부분인 98%를 수입에 의존한다. 현재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약 70%와 나프타의 절반가량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중동의 위기가 한국의 정유, 석유화학, 물류, 전력 비용 문제로 곧바로 이어질 수 있는 이유다.

일본도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주도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제한을 1년간 해제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전체 석탄화력발전소의 20%에 다소 못 미치는 이들 발전소의 가동률을 원칙적으로 50% 이하로 낮추는 조치를 도입했고, 설비 교체나 중단을 권장해 왔다. 하지만 이란이 사실상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해 원유 조달이 어려워지자 중동 의존도가 낮은 석탄 활용도를 높이기로 했다. 일본은 원유의 9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지만, 석탄의 경우 74.8%를 호주에서 수입한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 조치로 LNG 50만 톤 분량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태국과 방글라데시도 석탄 발전소 가동률을 최고로 높였으며, 세계 최대 석탄 수출국 인도네시아는 탄광 업체들이 석탄 생산량을 늘리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인도네시아는 석유 수요의 3분의 1을 수입하며, 그중 20%를 중동에 의존해 왔다. 호르무즈 해협 통과가 어려워지자 정부는 미국산 LPG 도입까지 검토하는 등 새로운 공급처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아시아뿐 아니라 서방에서도 유사한 움직임이 포착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산 가스 수입이 막혀 고전 중인 독일은 2030년까지 공언한 석탄 퇴출 약속을 미루고 석탄발전소를 다시 돌리고 있다. 미국도 폐쇄 예정이던 석탄발전소들을 잇달아 재가동한 건 물론, 2013년 이후 처음으로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추진 중이다.

팜유 기반 연료로 수입 의존도 낮추기 총력

일부 국가는 대체연료 보급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30일 태국 총리실은 태국산 팜유를 20% 함유한 B20 바이오디젤 사용 확대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B20 보급은 수입 연료 의존도를 낮춰 교통 부문과 산업 공급망의 원가 상승 압박을 완화하며, 태국산 농작물의 안정적인 수요를 창출해 농업 부문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상업용 대형차와 중장비 등을 중심으로 사업자들의 에너지 비용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위해 태국 당국은 B20에 보조금을 지급, 가격을 일반 경유보다 리터(L)당 5밧(약 233원) 저렴하게 유지하기로 했다.

인도네시아도 올해 팜유를 50% 혼합한 B50 바이오디젤 도입을 추진한다. 세계 최대 팜유 생산국인 인도네시아는 팜유 사용량을 늘리기 위해 2018년부터 팜유를 섞은 바이오디젤을 모든 경유 차량과 기계류에 사용하도록 의무화했다. 팜유 혼합 비율도 20%에서 시작해 2024년 35%로 올렸고, 2025년부터 40%가 적용됐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애초 혼합 비율을 50%로 높인 B50을 올해부터 사용하려다 경유 수급에 여유가 있다고 보고 도입을 연기했지만, 이란 전쟁으로 에너지 공급 차질이 빚어지자 B50 카드를 다시 꺼내 들게 됐다.

최근 베트남도 바이오에탄올이 10% 함유된 E10 휘발유 도입 시기를 당초 6월 초에서 내달로 앞당겼다. 이 밖에 필리핀은 대기오염 물질인 황 함량 기준이 500ppm으로 기존의 10배인 유로2 기준 연료, 호주는 황 함량이 기존의 5배인 50ppm으로 불어난 저품질 석유 제품 사용을 일시적으로 허용했다.

에너지 물물교환, 재고 되팔기 움직임도

에너지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각국의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극심한 연료 부족을 타개하기 위한 '물물교환' 방식의 에너지 스와프 움직임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도쿄를 방문해 일본과 장기 석유·가스 및 지열 발전 협력 협정을 체결했다. 여기에 더 즉각적인 거래도 추진 중이다. 인도네시아 석유가스 규제기관 SKK미가스의 조코 시스완토 국장은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일본에 LNG 추가 공급하는 대신 LPG를 받는 맞교환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은 다른 국가들과도 유사한 물물교환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일본의 국영 에너지 기업 인펙스(INPEX)는 인도와 LPG를 나프타 및 원유로 교환하는 거래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베트남 역시 일본에 에너지 공급 지원을 요청했으며, 필리핀은 이미 일본으로부터 경유를 공급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에너지 자원 빈국인 일본은 원유의 약 95%, LNG의 11%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으나 상당량의 비축량을 보유하고 있어 공급망을 방어할 여력이 있다.

세계 최대 LNG 수입국인 중국은 아예 쌓아둔 재고를 주변국에 되팔며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동시에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핵심 고리를 장악하고 있다. 에너지 전문 매체 오일프라이스에 따르면 중국은 올해 들어 131만 톤에 달하는 LNG를 재판매하며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주목할 점은 중국의 재판매가 글로벌 시장의 완충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통상 유럽이 러시아산 가스를 대체하기 위해 LNG를 빨아들이면 아시아 가격이 동반 폭등하지만, 중국이 구매 경쟁에서 빠지고 오히려 물량을 내놓으면서 아시아 국가들의 수급에 숨통을 틔워주고 유럽과의 과도한 가격 경쟁을 억제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이처럼 이란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대란은 단기적인 공급 충격을 넘어 각국의 에너지 전략 전반에 구조적 변화를 촉발하고 있다. 한 에너지안보 전문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란 사태까지 겪으면서 에너지 자립과 안보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부각됐다”며 “특히 아시아 국가들은 조달처 다변화와 함께 에너지 믹스 재편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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