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테크] 출산 후 경력 불이익 줄인 재택근무, 저출산 해법으로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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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 확산, 출산 후 경력 단절 부담 완화 배우자 유연근무도 여성 경제활동 유지 뒷받침 저출산 해법으로 부상한 근무 유연성 확대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첫 아이 출산 이후 여성들이 겪는 소득 감소는 오랫동안 육아 부담의 불가피한 결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 연구는 출산 자체보다 돌봄과 근로를 병행하기 어려운 근무 환경이 경력 불이익의 핵심 원인일 수 있음을 뒷받침한다. 재택근무가 출산 후 발생하는 임금 감소의 약 77%를 상쇄할 수 있다는 분석 결과도 이러한 해석에 힘을 싣는다. 자녀 등하원이나 돌봄 공백으로 인한 시간 제약이 완화되면서 노동시장 이탈 가능성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재택근무는 육아 부담 자체를 없애지는 못하지만 비자발적인 시간제 근무 전환과 경력 단절 위험을 줄이고, 추가 출산에 따른 부담도 낮출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모성 페널티 키운 경직된 근무 환경
그동안 모성 페널티(Motherhood Penalty)는 성별 차별과 사회적 규범, 보육 비용, 가사 분담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돼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노동시장 구조 자체가 출산 이후 여성의 경력 불이익을 키운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전통적인 사무직은 정해진 시간에 출근해 근무시간 동안 업무에 전념할 수 있는 노동자를 기준으로 설계됐다. 이에 따라 돌봄 책임이 발생한 이후에는 이러한 근무 방식을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 같은 제약은 출산 이후 노동시장 이탈과 시간제 근무 전환, 승진 지연으로 이어지며 모성 페널티를 심화시킨다. 최근 이탈리아 행정 자료를 활용한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확인됐다. 연구진은 재택근무 계약과 기업 자료, 출산 기록 등을 연계해 분석한 결과 재택근무를 활용한 여성들이 출산 이후에도 경제활동을 더욱 안정적으로 이어가는 것으로 파악했다.

가족이 함께 누릴 때 커지는 효과
재택근무의 효과는 여성 본인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연구에 따르면 남성이 재택근무를 하는 경우에도 여성의 출산 후 소득 감소가 크게 완화됐다. 반면 남성의 임금은 출산에 따른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 이는 가정 내 돌봄 부담이 분산되면서 여성의 경제활동 지속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재택근무는 여성 지원 정책이 아니라 가구 단위의 돌봄 부담을 완화하는 정책 수단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연근무가 특정 성별을 위한 제도로 인식될 경우 경력 의지가 부족하다는 편견이나 승진상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성별과 가구 형태에 관계없이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보편적 근무 방식으로 정착시켜야 재택근무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유연근무가 바꾼 출산의 기회비용
재택근무 확산은 저출산 문제와도 직결된다. 그동안 저출산 대책은 주로 현금 지원에 집중돼 왔지만, 최근에는 시간 제약이 출산율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대부분의 출산율은 대체출산율을 밑돌고 있으며, 유럽연합(EU)의 합계출산율도 여성 1명당 약 1.34명까지 하락했다.
현금 지원만으로는 돌봄과 근로가 충돌하는 현실적 제약을 해소하기 어렵다. 반면 재택근무는 통근 시간을 줄여 양육에 활용할 수 있는 여유를 확보해 준다. 38개국 자료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주 1회 이상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들은 출산 경험과 출산 의향이 모두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부부가 모두 주 1회 이상 재택근무를 하는 경우 평생 출생 자녀 수는 그렇지 않은 부부보다 평균 0.32명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노동자들이 체감하는 유연근무의 가치도 적지 않다. 최근 연구에서는 노동자들이 주 5일 출근을 피하기 위해 상당한 수준의 임금 감소도 감수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7개국 분석 결과 재택근무는 하루 평균 72분의 통근 시간을 줄였으며, 확보된 시간은 돌봄과 업무, 휴식에 활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성보다 중요한 유연근무 설계
재택근무를 둘러싼 생산성 논란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신입 직원의 업무 학습과 조직 적응이 어려워질 수 있고, 구성원 간 협업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대표적이다. 직종별로 재택근무 가능 여부가 달라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그러나 이는 재택근무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 운영과 관리 체계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실제로 한 대형 기술 기업의 무작위 실험 결과 주 2일 재택근무를 허용한 하이브리드 근무는 성과와 승진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반면 퇴사율은 약 3분의 1 감소했으며, 여성과 비관리직, 장거리 통근자에게서 효과가 더욱 크게 나타났다.
물론 모든 직종에 동일한 형태의 유연근무를 적용하기는 어렵다. 의료·제조·소매업 등 현장 근무가 필수적인 분야는 예측 가능한 근무 일정과 유급 병가, 교대근무 선택권 확대 등 직무 특성에 맞는 지원이 요구된다. 반면 원격 수행이 가능한 직무는 유연근무를 예외적 복지 혜택이 아닌 표준적인 근무 체계로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
그동안 정부는 현금성 지원을 통해 출산율 제고를 추진했고, 기업은 임금 인상과 복지 확대를 통해 인재 확보에 나서 왔다. 그러나 최근 연구들은 근무 방식의 변화만으로도 출산·육아에 따른 경력 손실과 돌봄 부담을 완화할 수 있음을 방증한다. 이제 유연근무는 지속 가능한 노동시장 체계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WFH Jobs Are Becoming the Missing Family Policy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