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으로 밀어붙인다" 中 AI B2B 공세 본격화, B2C 부진·구조 리스크에 산업 성장 한계 여전
입력
수정
저비용으로 무장한 中 AI, B2B 시장서 비용 절감 수요 정조준 B2C 시장서는 챗GPT 입지 굳건, 中 모델 영향력 여전히 부진 정부 강경책으로 인력 유출 위기, AI發 낙수 효과도 제한적

중국 인공지능(AI) 기업들이 기업 간 거래(Business to Business, B2B)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저렴한 비용, 오픈소스·오픈웨이트 모델의 뛰어난 접근성 등을 무기 삼아 시장의 비용 절감 수요를 흡수하기 시작한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중국 AI 산업의 즉각적인 도약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기업 대 소비자(Business to Customer, B2C) 시장에서의 부진 및 구조적 한계가 성장의 족쇄가 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中 AI의 시장 공략 전략
14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의 아시아-태평양 기술·미디어·통신(TMT) 연구 공동 책임자이자 중국 주식 연구 총괄 알렉스 야오는 인터뷰를 통해 "중국 기술 기업들 사이에서 발발한 AI 수익화 추진은 순수한 기술적 성과를 자랑하던 단계에서 벗어나, 철저하게 ‘측정 가능한 비즈니스 가치 제공’을 둘러싼 생존 싸움으로 변질되었다"고 분석했다. 코딩 도구 등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B2B 서비스가 중국 AI 기업들의 성장을 떠받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최근 중국 AI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B2B 시장을 파고들고 있으며, AI 비용을 낮추고자 하는 기업들은 이들의 모델을 적극 도입 중이다. 이 같은 현상과 관련해 컬럼비아 공대 비샬 미스라 전산학·AI 담당 부학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모든 기업이 고차원 모델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오픈소스 모델 성능이 충분히 개선되면서 폐쇄형 AI 모델이 누리던 프리미엄 효과가 점차 사라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재 중국 AI 시장에서는 오픈소스 및 오픈웨이트 모델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이러한 흐름을 촉발한 미국산 첨단 AI와 중국산 AI의 가격 격차는 실제 지표를 통해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딥시크의 최신 경량 모델인 V4 Flash는 100만 입력 토큰당 0.14달러(약 210원), 100만 출력 토큰당 0.28달러(약 420원)에 제공되며, 플래그십 모델인 V4 Pro 역시 각각 0.435~1.74달러(약 660~2,630원), 0.87~3.48달러(약 1,310~5,250원)의 가격대를 형성 중이다. 알리바바의 Qwen3.5-Flash 가격은 100만 입력 토큰당 0.1달러(약 150원), 100만 출력 토큰당 0.4달러(약 600원) 수준이며, 고성능 모델인 Qwen3-Max의 가격도 동일 조건 기준 0.359달러(약 540원), 1.434달러(약 2,170원)에 그친다. 반면 오픈AI의 GPT-5.5는 100만 입력 토큰당 5달러(약 7,550원), 출력 토큰당 30달러(약 4만5,300원)의 요금이 부과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앤스로픽의 클로드 소네트 4.6도 입력 3달러(약 4,530원), 출력 15달러(약 2만2,650원)로 중국 업체들보다 훨씬 높은 가격대를 유지 중이며, 상위 모델인 클로드 오푸스 4.8의 가격은 입력 5달러(약 7,550원), 출력 25달러(약 3만7,750원)에 달한다.
B2B 시장 내 입지는 '위태'
문제는 중국산 AI가 B2C 시장에서는 유의미한 영향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모바일 앱·시장 데이터 분석 기관 센서타워 집계에 따르면, 오픈AI의 챗GPT는 올해 전 세계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10억 명을 돌파하며 역사상 가장 빠르게 10억 사용자 고지에 오른 소비자 애플리케이션(앱)이 됐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 바이트댄스의 더우바오의 MAU는 1억600만 명, 딥시크는 6,800만 명에 그쳤다. 트래픽 격차도 크다. 시장조사업체 시밀러웹 자료를 살펴보면, 딥시크가 소위 '딥시크 쇼크'로 화제가 됐던 시기에도 챗GPT 웹사이트 방문자는 딥시크보다 약 19배 많았다. 모바일 앱 일간 활성 이용자 수(DAU)는 약 50배가 차이 났다.
강력한 검열도 소비자 확산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가디언, 아스테크니카 등 외신들의 테스트 결과, 딥시크는 천안문 사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대만 문제 등에 대한 답변을 회피하거나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에 가까운 답변을 내놓는 것으로 나타났다. AI 평가 업체 프롬프트푸가 진행한 연구에서는 1,000개가 넘는 정치·사회적 민감 질문에 대한 체계적인 응답 제한이 확인되기도 했다. 개인정보 보호 및 데이터 보안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앞서 다수 주요국 정부는 딥시크가 이용자 데이터를 중국으로 이전한다는 이유로 앱 다운로드 등을 일시 중단시킨 바 있다.
서비스 신뢰성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딥시크는 글로벌 이용자가 급증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서비스 장애와 가입 제한으로 홍역을 치렀다. 다수 벤치마크와 외신 테스트에서는 딥시크 모델이 정도가 심한 '환각(hallucination, AI가 사실과 다른 정보를 정답처럼 생성하는 현상)' 현상을 나타낸다는 사실이 확인됐으며,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주제에서 답변이 갑자기 변경되거나 중단되는 사례도 반복적으로 보고됐다. 이에 더해 중국산 AI는 사용자 경험(UI), 플러그인과 음성 기능, 이미지 생성, 업무 연동 등 개인 소비자의 핵심 선택 기준인 AI 생태계 역량과 관련해서도 미국 주요 AI 모델에 비해 부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구조적 한계가 추가 성장 옥죈다
정부 주도 성장 구조의 한계 역시 중국 AI 시장의 근본적 성장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달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최근 중국 당국은 첨단 AI 개발에 관여했거나 국가 전략상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인력에 대해 해외 출국 전 사전 승인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대상에는 스타트업 창업자, 연구원, 기업 임원 등 민간 AI 업계 핵심 인사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그동안 국영기업 고위 임원이나 공산당 간부, 핵 과학자, 주요 대학 연구진 등에 국한해 여권 보관 및 해외 이동 제한 조치를 시행해 왔다. 민간 기업 종사자가 본격적인 통제 대상에 포함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규제 대상은 단순 직급이나 소속 기업이 아닌, 중국 AI 산업 발전에 미치는 전략적 중요도를 기준 삼아 선정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통제 범위가 얼마든지 확대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조치는 중국 정부가 AI 인재를 국가 핵심 전략 자산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점을 입증하는 사례이자, 중국 AI 기업들의 인재 확보 경쟁력을 약화할 수 있는 리스크 요인으로 평가된다. 정부의 압박이 심화할수록 해외 진출을 꿈꾸는 엔지니어들이 경력 초기 단계에서 아예 해외로 이탈하거나, 해외에 머무르던 중국계 AI 인재들의 귀국이 지연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AI 기업들의 성장에서 기인하는 경제 낙수 효과 역시 제한적인 실정이다. 중국 정부가 국가 차원에서 도시 실업률을 약 5.5%로 유지한다는 고용 목표를 유지 중임에도 불구, 현지 산업계 곳곳에서 조용한 AI발(發) 해고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로이터통신은 중국 항저우의 한 대형 인터넷 기업이 올해 3월 개방형 AI 에이전트 플랫폼 '오픈클로' 사용을 의무화한 뒤 계약직 감원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알리바바 클라우드 부문의 한 엔지니어도 AI 도입에 따른 인력 감축이 이미 일부 조직에서 본격화했으며, 감원이 일괄 해고보다 자연 감소와 점진적 구조 조정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향후 중국에서 AI가 고용을 위협하는 핵심 요소로 급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AI 산업이 고부가가치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해도 기존 노동 시장 전반에서 발생하는 고용 감소를 상쇄하기는 어려우며, 특히 고객 서비스, 콘텐츠 제작, 사무 행정, 데이터 처리 등 반복 업무 비중이 높은 직군이 우선적인 영향권에 들어갈 것이라는 진단이다. 글로벌 IB 씨티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전체 일자리의 9.6%에 해당하는 약 7,000만 개의 일자리가 AI 대체 위험에 노출돼 있으며, 20대 청년층의 경우 그 비율이 13.6%까지 높아질 것이라 추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