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테크] 재택근무의 그늘, 깊어지는 사회적 고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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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재택근무자 4명 중 1명 하루 종일 무교류 상태 비공식 소통 감소에 신뢰·협업·조직 적응력 약화 원격근무 정착 속 사회적 연결망 보완 과제 부상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원격근무가 가능한 근로자 4명 중 1명은 하루 동안 다른 사람과 전혀 교류하지 않은 채 업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성과 유연성을 높인 원격근무가 새로운 근무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그 이면에서는 조직 구성원 간 연결이 약해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는 인사와 잡담, 복도에서의 짧은 대화 같은 일상적 교류가 조직 내 신뢰 형성과 정보 공유, 문제 징후 파악, 협업 기반 구축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비공식적 소통이 줄어들면서 조직의 활력과 결속력을 뒷받침하던 사회적 자본도 함께 약화되는 양상이다.
유연성의 대가가 된 관계 단절
그동안 원격근무를 둘러싼 논쟁은 인재 확보와 비용 절감 효과를 강조하는 시각과 생산성 저하 및 조직문화 약화를 우려하는 시각으로 나뉘어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생산성보다 조직 내 소통 구조 변화가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는 실정이다. 원격근무 확대는 업무 공간의 변화에 그치지 않았다. 회의 전후의 비공식적 소통과 구성원 간 관계 형성, 협업 과정에서 축적되던 암묵적 정보 교환도 함께 줄어들고 있다. 이처럼 디지털 업무 환경은 업무 전달과 의사결정의 효율성을 높였지만, 구성원 간 신뢰 형성과 관계 구축 기능까지 대체하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원격근무는 이미 주요 근무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국제 조사에 따르면 2023년 이후 대졸 근로자의 재택근무는 주 평균 하루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20~64세 근로자의 전체 유급 근무일 가운데 약 25%가 원격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추산된다. 기업들이 대면근무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러한 흐름이 크게 바뀔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협업 뒷받침하던 비공식 소통의 후퇴
이 같은 변화가 주목받는 이유는 비공식적 소통이 조직 운영에 예상보다 큰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흔히 날씨나 점심 메뉴 같은 가벼운 대화는 업무와 무관한 소통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사회심리학 연구와 직장 내 조사 결과는 이러한 일상적 교류가 구성원의 소속감 형성과 협업 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실제로 팬데믹 초기 엔지니어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동료와 물리적으로 가까운 환경에서 근무한 직원들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온라인 피드백을 22% 더 많이 주고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물리적 근접성이 디지털 협업과 코칭, 비공식적 의견 교환을 촉진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이러한 비공식 학습 경로의 축소는 신입사원과 주니어 직원에게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들은 업무 절차뿐 아니라 조직의 의사결정 방식과 우선순위, 소통 관행 등을 함께 익혀야 하기 때문이다. 원격근무 환경에서는 사소한 질문조차 공식적인 의사소통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관리자는 구성원의 적응 과정이나 고립 징후를 파악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원격근무 확산으로 커지는 정신건강 부담
원격근무의 영향은 근로자의 생활 여건과 직무 특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장거리 통근 부담이 큰 근로자나 돌봄 책임을 맡은 구성원, 장애인 근로자에게 원격근무는 이동 부담을 줄이고 노동시장 접근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기능한다. 반면 1인 가구나 사회 초년생에게 직장은 업무 공간을 넘어 사회적 관계가 형성되는 중요한 장소이기도 하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원격근무가 가능한 직종 종사자는 그렇지 않은 직종 종사자보다 사회적 고립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은 경향을 보였다. 특히 혼자 사는 근로자의 경우 하루 동안 다른 사람과 전혀 접촉하지 않을 확률이 7%포인트 증가했다. 정신적 스트레스 지표와 정신건강 관련 진료·처방 이용도 함께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변화는 업무 성과만으로는 쉽게 확인되지 않는다. 업무가 정상적으로 수행되고 화상회의가 이어지더라도 구성원의 사회적 관계는 점차 약해질 수 있다. 따라서 성과 지표에 드러나지 않는 고립과 소속감 저하가 장기적으로 조직의 안정성과 인력 유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원격근무 시대의 새로운 조직 운영 과제
사무실 복귀를 확대하는 것만으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완전 원격근무자는 업무 몰입도는 높은 반면 삶의 전반적 만족도는 하이브리드 근무자나 대면근무자보다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외로움 수준 역시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그럼에도 통근 시간과 비용 절감, 업무 자율성 확대 등의 장점으로 원격근무에 대한 선호는 여전히 높게 나타난다.
이에 따라 정책과 조직 운영의 초점도 원격근무의 찬반 논쟁보다 직무 특성과 경력 단계에 맞는 협업 및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기업들은 하이브리드 근무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대면근무와 원격근무의 역할을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 신뢰 형성과 멘토링, 갈등 조정, 신규 인력 적응 지원 등은 대면 접촉의 필요성이 큰 분야로 꼽힌다. 반면 원격근무는 집중 업무나 개별 과제 수행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것으로 평가된다.
관리 방식의 변화도 요구된다. 관리자들은 통제 중심의 운영에서 벗어나 비공식 상담과 멘토링, 소규모 모임, 지역 기반 코워킹 프로그램 등 구성원 간 교류를 지원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조직 역시 구성원의 소속감과 연결 수준도 함께 점검함으로써 고립 문제가 조직 내 갈등이나 인력 이탈로 이어지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정책 당국의 역할도 중요하다. 원격근무 확산은 주거와 교통뿐 아니라 지역사회의 사회적 관계망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에 따라 도서관과 커뮤니티센터, 공유 업무공간 등 다양한 공공 인프라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노동정책 역시 재택근무 권리 보장을 넘어 기업이 근로자의 심리·사회적 위험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향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원격근무는 생산성과 자율성 측면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지만, 사회적 연결 약화라는 과제도 함께 드러냈다. 앞으로의 과제는 변화한 환경에 맞춰 협업과 신뢰 형성 체계를 보완하는 데 있다. 유연한 근무가 지속 가능한 제도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기술적 인프라뿐 아니라 사람 간 연결을 뒷받침하는 사회적 기반도 함께 강화되어야 한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Remote Work Loneliness Is the New Cost of Flexibility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