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도움 받아 LNG선 제조 부활 나서는 日, 탈중국 위한 기술 자립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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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NG선 재건 위해 한국에 손 내민 일본 美와는 그린란드서 희토류 확보전 박차 산업 전반으로 번지는 탈중국 전략

일본 정부가 자국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산업을 되살리기 위해 한국 조선업계와 기술 협력을 추진한다. 세계 조선 최강국이던 일본이 LNG선 산업을 재건하기 위해 한국 기업에 도움을 요청하고 나선 것이다. 중국 중심 공급망에서 벗어나기 위한 경제안보 전략이 희토류와 배터리, 반도체를 거쳐 산업 전반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자존심 접은 일본의 다급한 SOS
1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달 말 발표할 ‘관민 투자 로드맵’에 국산 LNG선 건조 재개 계획을 포함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한국 조선사에 관련 기술 협력을 요청할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은 이마바리조선, 가와사키중공업, 나무라조선소 등을 중심으로 2035년부터 연간 3~5척의 LNG선을 건조하는 체제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일본은 2019년 마지막 LNG선을 인도한 뒤 사실상 LNG선 건조를 중단했다.
업계에서는 일본을 추격하며 성장해 온 한국 조선산업의 위상이 완전히 달라졌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보고 있다. 한국 조선산업은 1970년대 세계 조선업계 절대강자이던 일본 조선소의 생산 방식과 운영 체계를 벤치마킹해 경쟁력을 키웠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등 대형 조선소가 잇달아 등장해 일본을 추격했고, 1990년대 들어 세계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경쟁하기 시작했다. 반면 일본 조선업계는 엔고와 고비용 구조로 가격 경쟁력이 약화하고 조선업 재편이 늦어지면서 경쟁력을 잃었다.
양국의 격차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분야는 LNG선이다. LNG선은 영하 163도의 액화천연가스를 저장·운송하는 고부가가치 선박이다. 글로벌 LNG선 시장은 한국이 약 70%, 중국이 약 30%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이 빠르게 추격하고 있지만 LNG선 건조 경험과 품질, 납기 경쟁력에서는 여전히 한국이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일본에는 세계 LNG선 주류인 멤브레인 방식 탱크를 제조하는 기술이 없다. 각형 화물창을 선체와 일체화한 멤브레인 방식은 저장 효율이 높고 운송 경제성이 뛰어나지만, 기술 난도가 훨씬 높다. 일본 조선사는 둥근 탱크를 여러 개 끼워 넣는 모스 방식을 고수해 경쟁력에서 밀렸다.
일본이 LNG선 산업 재건에 나선 건 경제안보 때문이다. 일본은 발전용 연료와 도시가스 공급에 사용하는 LNG 수요의 약 98%를 수입에 의존한다. 섬나라 특성상 파이프라인 대신 선박 수송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LNG선은 국가 에너지 안보와 직결되지만, 자국 내 건조 능력은 사실상 사라졌다. 현재 일본이 수입하는 LNG를 운송하는 선박은 100척가량이다. 일본 정부는 선박 교체 주기를 고려할 때 연간 5척 정도의 LNG선을 안정적으로 건조할 수 있다면 유사시에도 최소한의 에너지 공급망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본다.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한국과 중국을 따라잡기 어렵다는 점에서 정부 지원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美와 그린란드 희토류 개발 참여
일본이 한국 기술 협력이라는 민감한 카드를 검토하는 배경에는 중국 의존을 줄이려는 장기 전략이 깔려 있다. 중국은 조선업에서 물량 경쟁력을 확대했고, 핵심광물·배터리 소재·희토류 정제·반도체 소재 영역에서도 압도적 지렛대를 확보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5년 핵심광물 전망'에서 중국이 분석 대상 20개 전략 광물 중 19개의 최대 정제국이며 평균 점유율이 약 70%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희토류는 일본이 중국 공급망의 위험을 가장 먼저 체감한 분야다. 2010년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갈등 이후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은 일본 제조업에 강한 충격을 줬고, 이후 일본은 호주·동남아·미국과의 조달 다변화, 비축, 재활용, 대체 소재 개발을 병행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에 따르면 일본의 중국 희토류 의존도는 2010년 약 90% 수준에서 낮아졌지만, 물량 기준 의존도는 여전히 상당하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수출통제는 지난해 들어 또다시 강화됐다. 중국 상무부는 작년 11월 7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국회에서 밝힌 ‘대만 유사시’ 발언을 문제 삼아, 사마륨·디스프로슘·터븀 등 중희토류와 관련 자석 제품에 대한 수출 허가제를 도입하며 핵심 광물 공급망 통제력을 높였다. 모두 전기차와 방산, 반도체 장비 산업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품목들이다.
이에 일본은 공급망 재편의 무게중심을 미국과의 협력으로 옮겼다. 지난해 미국과 일본은 핵심광물 및 희토류 공급망 협력 프레임워크를 구축하고 채굴·분리·정제·가공 전반에 걸친 공동 투자 확대 방침을 발표했다. 일본 국영 자원개발기구(JOGMEC)도 미국 희토류 기업들과 협력 체계를 확대하며 중국 중심 공급망을 우회하는 조달망 구축에 나서고 있다.
그린란드 역시 이러한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미국은 그린란드 희토류 개발 프로젝트를 중국 견제의 핵심 축으로 보고 있으며, 일본도 공급망 참여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희토류 산업의 경쟁력은 광산 확보보다 정제·분리 기술에서 결정되는 만큼, 일본은 미국과의 기술 협력을 통해 중국이 장악한 후공정 영역의 의존도를 낮추는 데 주력하는 중이다. 일본의 접근 방식은 분명하다. 중국과의 경쟁을 생산 규모로 대응하기보다 우방국 네트워크를 활용해 공급망을 재편하는 전략이다.
공급망 자립 위한 장기 승부수
일본의 탈중국 전략은 크게 네 가지 축으로 진행되고 있다. 첫째, 해외 광산 직접 투자다. 2011년 호주 라이너스(Lynas Rare Earth) 보유 광산에 대한 소지츠와 JOGMEC의 공동 투자가 대표적으로, 일본은 이를 통해 중국 외 공급원을 확보했다. 두 번째는 전략적 비축이다. 국가 차원에서 6개월에서 최대 1년치의 희토류 재고를 상시 유지하여 단기적인 공급 충격에 대비하고 있다. 세 번째는 도시 광산 및 재활용이다. 폐가전과 모터에서 희귀 원소를 회수하는 기술을 고도화해 상류 공급망의 압박을 완화했다. 마지막은 희토류 저감·대체 기술로, 일본은 희토류 없이 작동하는 모터와 자석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일본 자동차 부품사들의 기술 혁신이 눈에 띈다. 미츠바(Mitsuba)는 네오디뮴 대신 국내 조달이 쉬운 페라이트 자석을 사용한 와이퍼 모터를 개발했다. 이미 혼다, 닛산, 폭스바겐 등이 도입했으며, 미츠바는 전체 생산 모터의 절반을 '희토류 프리'로 전환 중이다. 아스테모(Astemo)는 혼다와 히타치가 투자한 회사로, 최근 페라이트와 철 자석을 조합한 전기차용 구동 시스템을 공개했다. 기존 네오디뮴 모터보다 크기는 크지만 출력은 75% 더 높으며,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역시 일본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중국이 희토류 정제와 자석 생산에서 압도적 지배력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도 공급망 재편을 국가안보 과제로 규정했다. 희토류와 배터리 소재, 반도체 핵심 광물 확보를 위해 수십억 달러 규모의 지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공급망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MP머티리얼스다. 미국 유일의 희토류 생산 기업인 MP머티리얼스는 캘리포니아 마운틴패스 광산을 중심으로 채굴부터 정제, 자석 생산까지 이어지는 수직계열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 국방부도 희토류 자석 생산시설에 직접 투자하며 방산 공급망의 중국 의존도 축소를 추진 중이다.
배터리 산업에서도 미국의 탈중국 행보가 가파르다. 미 국방부는 최근 국가안보 차원에서 중국산 광물과 소재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공급망 재편 정책을 강화했다. 이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와 군수 장비에 사용되는 리튬·니켈·코발트·흑연 확보를 위해 북미와 호주 등 우방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미국은 국방수권법(NDAA)을 통해 2027년부터 중국 주요 기업의 배터리를 국방부 조달에서 제외할 방침이다.